한 움큼 황허 물 - 허세욱 교수와 함께 읽는 중국 근현대산문 56편
루쉰 외 지음, 허세욱 옮겨 엮음 / 학고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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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움큼 황허 물을 마셔도 우린 황허 물 맛을 알 수 있다. 한 움큼 황허 물을 손에 쥐어도 우린 수 천년을 흘러 내린 황허 물에 담긴 내력을 느낄 수 있다. 중국 근,현대 산문 56편 속에 우리는 수 천년을 이어온 중국의 역사와 그 역사 속 사상을 느낄 수 있고, 그 역사와 사상이 압축된 글들을 접할 수 있다. 문화혁명의 급박한 현실 속에서의 인텔리의 고민과 번민도, 급변하는 근 현대사와 서양물결의 침투 속에서 감당해내야 하는 세상의 중심잡기의 어려움도 있다. 혁명 과정에서의 인간에 대한 고민, 혁명의 인간파괴에 대한 풍자와 해학, 풍전등화같은 운명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있는가 하면 추운 현실속에서 그리는 고향에 대한 애틋한 짙은 향수도 맡을 수 있다.

중국 근현대사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적절한 양념같이 곁들여 진다면 아마 우리는 이 음식을 보다 맛있게 즐길수 있을 것이다. 사회의 현실은 어느 시대든 문학과 사상에 영향을 미치며 또한 영향을 받기도 한다. 그 역사적 현실을 가슴에 담고 이책에 담긴 산문 한 편 한 편을 읽어보시라. 아마 한 편 한 편에 담긴 중국 역사의 역동적인 맥박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한 움큼 황허 물에서도 우린 중국 역사의 혼이 서려 있는 황허강의 인생 역정을 깊이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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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기행 - INDIA
강석경 지음 / 민음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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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유교적이고 인습적인 색채가 견디기 힘들어 자기 생에 대한 열정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자 떠난 인도 여행에서도 그녀는 진정한 삶을 방해하는 인도사회의 사회적 조건들에 부딪히고 만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 불교와 힌두교의 풍습에 내재한 인간에 대한 불합리성에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그녀의 이성은 질식한다.

왜 하필 인도였을까? 자유로움, 성적 평등 그리고 개인주의와 관용이 있는 유럽사회라면 더욱 좋았을텐데....하지만 인도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현세의 완전하지 못한 삶과 그로 인해 흔들리는 우리 마으 속 텅 빈 곳을 채워줄 것이....인도인들의 삶에는 여백과도 같은 삶의 여유로움이 자리잡고 있다. 복사기도 없이 다섯장의 서류를 똑같이 수기하는 그들의 행동과 그것을 수용하는 마음엔 분명 느림이 가진 일과 대상에 대한 의미부여와 깨달음이 있다. 현실적 유한성을 넘어 무한함을 지향하는 신의 지문을 찾을 수가 있다.

물론 뛰어난 역사적 전통을 간직한 성역에서조차 들끓는 상혼은 물질주의와 자본주의의 추악함을 드러내며 인도사회를 변화시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원하고 또 알아야 할 삶과 죽음의 의미를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레 조명할 수 있게 하고, 우리의 관심을 우리 내부로 돌리게 한다는 점에서 인도는 우리에게 소중함을 주는 곳이다. 한 가지 깨달아야 할 점은 다른 문화와 접하며 우리의 것과 비교할 때에는 먼저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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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와 거닌 날들
막심 고리키 지음, 한은경, 강완구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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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인간의 형식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은 문학과 삶을 교우하는 정신적인 우정을 나누었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야스야나 뽈랴나의 그림같은 전원생활은 톨스토이로 하여금 이미 자연 속에 깃든 세상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신비와의 교감을 경험하게 했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하였다.

이 책은 톨스토이의 문학세계와 정신세계를 자세하게 보여주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고리끼를 통해 본 톨스토이의 인간성을 그의 적나라하고 저속한 언어적인 표현과 정직하고 비수같은 작품과 사람에 대한 평가, 그리고 농부와 민중의 삶에 대한 동경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있다. 하지만 톨스토이가 노년에 가졌던 정신적 대격변과 그로 인한 그의 사상의 중심을 비켜가기엔 고리끼도 심히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가장 높고 완전한 존재에 대한 그의 충고는 고리끼의 가슴 속 깊은 곳의 내면적 자아를 울렸던 것이 틀림없다. “자네는 침묵으로 여길 빠져나가진 않을 걸세. 그렇지 않을 거야.”라는 말에 그를 쳐다보며 고리끼는 “이 사람은 하느님 같아.”라고 한 그의 말에서 우리는 이 책 끝에 자리잡은 이 문장의 중요성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고리끼의 작품에 대한 통렬하고도 직설적인 비판과 때에 따라서는 독설적으로까지 보였던 톨스토이와의 대화는 훗날 돌이켜보며 새롭게 새겨야 할 의미가 있음을 고리끼는 인정한다. 그것은 인간 존재의 본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없이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온전한 체계를 갖춤이 어려울 것임을 톨스토이가 미리 예견했기 때문이다. 톨스토이는 육체적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의 사상과 정신은 작품세계를 통해 더욱 견고하고 뚜렷하게 세상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듯이...그들의 40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우정과 교류는 서로에게 지워지지 않는 삶의 흔적을 남겨 놓았음을 나는 믿는다.

나를 스쳐지나간 사람들일지라도 그들은 나에게 자신만의 고유한 흔적을 남긴다. 하물며 내가 마음으로 만나며 마음을 향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나의 삶을 완전하게 하고 좀 더 넓게 세상을 사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될 것인가? 지금 문득 그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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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유용주 지음 / 솔출판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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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는 결핍에서 비롯된다고 했던가? 14살 때 집에서 나와 갖은 고생을 하며 밑바닥생활을 영위한 그가 세상의 절망과 고통과 좌절을 싸안고서 씨름하며 자신의 온몸으로 체험한 느낌을 글과 시로서 표출할 수밖에 없었던 욕구도 안일하게 방학을 맞아 나태하고 게으른 생활에 입문한 내게 선뜻 손이 닿았던 이 책에 대한 욕구도 아마 같은 '결핍'때문이었으리라.

'내 문학은 내 싦 뿐이다.'라고 표현했듯이 그에게 있어 문학이란 글이란 시란 그의 실행활과 밀접하게 유착되어 있다. 땅과 자연과 삶과 사람과 온몸으로 부딪히며 그 절절함에서 베어나오는 감정의 씨알을 묶어서 그의 문학으로 완성시키고 있는 것이다.

시인인 그가 보여주는 산문의 맛 또한 그의 시처럼 그의 삶처럼 투박하고 거칠다. 하지만 단순하고 솔직하다. '그 숲길에 관한 짧은 추억'에는 그가 살아가는 여러 가지 삶의 향기들이 크기와 색깔이 다채롭고 종류가 다른 들풀로 피어 있다.

삶에서 출발하여 그 삶의 절절함을 노래하는 문학과 물질주의와 쾌락주의에서 생겨난 악취나는 욕구와 감정을 자신의 내면에서 희석화시키기 위한 문학은 다르다. 문학 위기의 시대란 허상은 바로 후자의 범람과 그들의 자기변명에서 비롯되는 것일 뿐이다. 유용주와 같은 문학인이 우리 삶의 한 귀퉁이에서 자신의 문학 뜰을 간절하게 보살피고 있는 한 우리의 마음은 따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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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는 마음
도종환 지음 / 사계절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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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가파치오네의 저서 중 '왼손의 힘'이란 책이 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지 않는 왼손은 우리의 우뇌와 연결되어 우뇌의 특징인 정서적, 감정적인 두뇌활동을 활성화시킨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왼손을 통해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볼 수도 있다. 괴발새발 써내려가는 왼손의 글씨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우리의 내면에 잠재한 새로운 마음을 읽어갈 수 있다.

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는 마음은 우리가 아이들을 향해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이다. 그것은 우리들 자신에 대한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 인간존재의 불완전성을 이해한다면 그래서 자신이 가진 불완전성을 이해한다면 아직 인격이 갖추어져가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의 '실수'와 '이해하지 못함'에 좀 더 관대해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할 때 그 한 번의 용서로 아이의 마음이 돌려질 수 있다면 우리는 한 아이에게 사람에 대한 신뢰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며 그것은 그 아이를 통해 그 아이의 삶을 거쳐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또 다시 뿌려지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는 그러한 이해와 용서의 바탕에 사랑과 자비라는 커다란 마음의 본성을 발견해야 한다. 우리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의 동기가 과연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인지 자신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나의 이기심인가 나의 편리함인가 아니면 아이의 마음인가 아이의 장래인가 우리가 갖는 마음과 행동의 근저에 자리한 동기의 선함과 사랑이 발견될 때 당신은 떳떳하게 아이들을 대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당신의 삶 또한 늘 사랑과 행복으로 채워질 것이다.

아이를 대한다는 것은 자신을 대한다는 것이다. 아이를 통해 비추어 본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용서하고 자신의 마음을 밝게 가지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밝게 대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사랑한다면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의 성장을 통하여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것을 기다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은 어미새가 아이를 기르는 마음이요 엄마가 아이에게 쏟는 무한한 사랑으로 아이가 자라는 것과도 같다. 아이가 가진 우리와 동등한 인권을 인정하며 우리와 동등한 사람으로 자라게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가르침이자 기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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