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친구 클래식 레터북 Classic Letter Book 18
L.N.톨스토이 지음, 이상각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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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 두 작품('두친구'와 '탈출')은 그의 삶의 후반부에 있어서의 정신세계를 잘 보여준다. 세속적인 삶과 신을 향한 삶이 가지는 대비를 통해 우리가 가진 인생의 의미를 조명해준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라고 그는 말한다. 유리우스는 자신의 성장과정을 통해 누렸던 욕망과 쾌락 후에 자신의 삶을 첫번째로 반성하며 그의 진정한 친구 판피리우스를 찾아 나서지만 어느 중년 남자의 설득에 다시 세속적인 삶을 이어간다.

사치적이고 소비적인 삶을 접고, 결혼도 하고 가정도 꾸리고 부도 추구하며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쌓아가던 중 판피리우스를 만나 두번째로 신을 향한 믿음에 삶을 바치려하나 또한 중년의사의 모습을 한 남자의 설득에 마음을 돌린다. 삶의 다음 단계에서 자신은 사회적 부와 명성을 모두 얻고 현실적으로는 부러움없는 삶을 영위하지만 아들이 자신의 젊은 시절의 방탕생활을 되풀이하게 되며 결국 그는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고 판피리우스를 찾게 된다.

그가 노년이 되어 찾은 크리스트 공동체에서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의 참된 의미를 깨닫고 사랑을 통한 참된 삶의 의미를 깨우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삶의 위치에 따른 삶의 이유를 가지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타인과 세상에 대한 사랑의 실현을 통해 신에게 가까워지는 것이다. 판피리우스와 유리시스의 삶에 있어 그들은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이듯이 우리 삶에 있어서도 각자의 삶이 상징하는 세속적인 삶과 종교적인 삶은 조화로움을 지향해야 한다. 또한 그것은 각 개인의 삶 속에 자리한 두가지를 어떻게 조화시키는가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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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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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은 오랜 세월을 흘러 하류에 퇴적층을 형성하고 강가의 바위는 오랜 세월을 견디며 완만하고 단아한 아름다움을 갖춘다.' 김훈은 자전거를 타고 국토의 곳곳을 순례하며 국토에 대한 애정과 사적지에 담긴 역사의 혼을 불러내고 있다. 그리고 그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자연이 주는 교훈을 자신의 마음속에서 불러내고 있다.

차를 이용해서 가는 길은 빠르다. 그리고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자동차로 가는 길은 옛 흔적이 사라진 길이다. 자연의 숨결이 멎은 폐허다. 자전거가 가는 길은 아스팔트 길에서 끊어진 자연의 숨결을 찾아가는 길이다. 그 자연의 숨결에 자신의 마음의 숨결을 맞추어보는 길이다. 가는 길이 아무리 급하더라도 산을 직선으로 정상까지 길을 낼 수 없듯이 산의 유연하고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낸 길을 따라 가는 자전거여행에서 우리는 수쳔년 이어져 오는 조상의 발자취를 찾을 수 있으며 자연이 베푸는 생명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다.

그렇게 하여 찾아간 유적지는 단지 기념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그 시절의 기운이 살아움직여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곳으로 바뀐다. 퇴계선생의 마음공부와 일상이 서려있는 그 곳에서 작가는 선생의 목소리를 듣는다. 임종의 순간에 퇴계선생이 한 말 '밖에 매화나무에 물 좀 주거라'하는 소리가 환청이 되어 들리고 선생의 사상이 그의 가슴으로 와 닿아서 마음을 울린다.

그가 다닌 조국 산하의 곳곳에는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아직도 땅과 산을 지키며 살아가는 우리의 서민이 있었고 그들의 삶과 애환이 있었다. 그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소박함과 아름다움이 있었다. 도시와 문명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의 귀향은 비록 힘겹게 끼니를 때우고 빚갚음의 고통에 인생을 바쳐야 하는 애닳음도 있지만 자연이 베푸는 선물과 그로 인한 삶의 기쁨도 있다. 비록 여의도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인간에 의해 파괴되어버린 밤섬의 아픈 상처자욱이 깊숙하지만 자연은 다시 서서히 자생력으로 밤섬을 일구어 내고 있지 않은가?

이제 이 아름다운 자연의 화폭을 사람의 마음의 화폭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자연의 몫이 아니라 인간의 몫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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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박완서 지음 / 창비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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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이 훌쩍 넘어버린 작가 박완서는 노년이 되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인생의 여러 이야기를 글로 담아 이 책으로 내었다. 그는 자신의 인생여정을 돌아보며 글이란 형식을 빌릴때 드는 민망함이 자신의 사생활뿐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의 숨결까지 드러내는 것 때문이라고 하였다. 작가는 민감한 사회의 시사적인 면을 드러내기가 개운치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어쩌랴, 그 사회의 숨결을 빼고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본다는 것은 강가에서 고기를 건져 올려 그 고기의 일생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것이니....

아치울 이야기와 같은 그녀의 슬프지만 작고 소박한 것의 아름다움이 담긴 이야기들은 인생의 생로병사와 갖은 일들을 경험한 자의 안목에서 우러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녀가 벗삼았고 먼저 보내버린 손혜경 화가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도 엿볼 수 있다.

성장을 하면서 우리가 배우는 것은 점점 우리가 어떤 책임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알게 되고 결혼을 하고 부부로서의 책임, 가장으로서의 책임 등 내가 맺는 사회적 관계로부터 갖는 책임들이 점차 무거워지다가 노년으로 접어들면서 그런 사회적 관계로부터 갖는 짐들이 가벼워지기 시작한다. 나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죽음과 지위변화가 나에게 지워졌던 짐들을 하나씩 하나씩 내리게 한다.

그런 가운데서 우리가 느끼는 자유로움을 그녀는 잘 보여준다. 그런 삶의 무게로부터의 자유로움은 인간관계를 자연을 생물을 책임으로부터 벗어나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 중 가장 순수했고 아름다웠던 시절로 자신의 마음을 되돌리게 해준다. 서울을 떠나 자연과 가까운 곳에 집을 마련하고 텃밭에 야생초와 꽃을 심어서 길러보고 뒷산을 올라보는 등...중년기의 삶의 각박함을 떨쳐버리고 난 후 느끼게 되는 삶의 자유로움과 인생의 여유로움이 잘 묻어나 우리에게 때로는 놓여지는 것과 벗어나는 것의 아름다움을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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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 하서명작선 82 하서명작선 100
장 폴 사르트르 지음 / 하서출판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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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도 무언가 찜찜한 느낌이다. 도대체 내가 읽은 이 책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아직도 벙벙하다. 그것은 모든 일을 계획대로 끝내고 난 뒤 드는 알 수 없는 공허감이요 상실감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의 이 책은 한 자유인이자 지식인이 존재의 의미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 존재가 가진 무상성을 깨닫고 그 당혹과 어색함에 대해 느끼는 생리현상인 '구토'가 가진 상징성에 주목하고 있다.

롤르봉이라는 18세기의 한 인물에 대해 글을 쓰고 있던 그는 존재란 한 인식주체에 의해 파악되는 추상적이고도 공허한 대상 파악에 불과하며 그 대상 자체에 대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아주 편협하고 편파적인 것이고 따라서 온전히 역사적 인물에 대해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롤르봉에 대한 글쓰기를 그만 둔다.

또한 그것은 자신에 대한 존재적 물음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자신의 감각적 지각을 통해 파악되는 부분적인 자신은 대상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그 대상과 다르고 대상을 인식하는 자신이 고립해서 존재한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느끼며 불안감과 두려움을 갖게 된다고 본다.

결국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며 단지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세상을 인식하고 변화시키는 주체라기보다는 단지 낯설고 새로운 환경 속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던져진 존재...그 존재의 당혹감이 세상에 대해 반응하는 방식이 '구토'이다.

그의 사고방식은 그야말로 당혹스럽고 난해한 것처럼 보인다. 시간적 간격을 두고 다시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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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을 기다리며 - 개정판
마사 베크 지음, 김태언 옮김 / 녹색평론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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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누구나가 자신의 아이에 대해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그의 성장을 지켜본다. 더구나 이제 막 새로운 삶을 시작하여 아이를 갖기 시작하는 젊은 부부들에게 아이는 그들이 이전에 살아왔던 각자의 삶에 대한 관점을 한 곳으로 집중시켜 주는 하나의 사건이 된다. 생명의 탄생과 그 비밀에 대한 신비로움과 그 성장과정에서 보여지는 하나의 완전한 존재에 대한 깨달음은 우리들의 삶에 대한 관점을 달리 갖게 한다.

그런데 이렇게 소중하고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되고 기대되는 우리의 아이가 사회에서는 비정상적인 아이로 분류되고 낙인찍힌다면 우리의 심정은 어떠할까? 아마 모르긴해도 부모들의 가슴은 찢어질 것이다. 그러나 여기 다운증후군 아이를 몸에 가지고서도 삶의 행복과 경이로움으로 아이의 탄생을 기다리고 그의 탄생과정과 성장과정을 지켜보며 삶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의 변화를 경험한 한 여자가 있다. 세계 최고의 대학의 박사과정을 밟으며 현실의 이성과 논리로 상징되는 마사와 존 부부가 아담을 기다리며 체험했던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단지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세상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에서는 평범한 사람보다 하나 더 많은 47개의 염색체를 가진 아이, 그래서 사회가 판단하는 사회적응능력과 지능이 떨어지는 아이, 그래서 사회화의 과정에서 거치는 제도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 하지만 그는 이미 완전한 존재이다. 나무와 이야기하고 동물과 교감하고 사람들의 순수한 영혼과 대화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세상을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며, 주위의 사람들에게 뿜어내는 사랑의 에너지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줄 아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 사회의 기준에 의하면 저능아일 뿐이다.

이 책은 평범한(아니다. 세계 최일류 대학 엘리트군...하지만 영적인 삶을 추구하며 그것을 위해 스스로를 수행하는 수련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면에서) 부부의 출산과정을 통해서 일련의 영적인 체험를 겪고 그 체험을 통해 그들이 삶을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의 변화를 잘 그려내고 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삶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관점을 변화시킴으로써 일상의 여러 가지 일들에서 그리고 삶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시련에서 삶의 기쁨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우리들의 존재에서 우리가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의 옷을 하나씩 벗고 남은 우리의 실체에 가까워지는 길은 우리의 삶을 행복으로 이끄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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