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햄릿 월드버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에로스'다. 에로스를 살리기 위해 뮤지컬 작가는 찬탈자 클로디어스 왕의 거트루드 왕비에 대한 사랑을 부각시켰고, 햄릿과 오필리아의 연인 관계를 무척 강조했다. 

11월 1일 숙명여대 '씨어터 S'에서 <뮤지컬햄릿>을 봤다. 이제까지 수많은 <햄릿>이 연극이나 영화, 뮤지컬로 상연됐지만 원작 <햄릿>의 난해함 때문에 쉽게 표현하기 어려웠다. 뮤지컬 원작자인 야넥 레데츠키도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드라마를 음악을 통해 만든다는 도전은 정말 누구에게든 쉽지 않은 작업이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번 공연의 정식 명칭은 <뮤지컬 햄릿 월드버전>으로 1999년 체코 프라하에서 최초로 상연했다. 당시 평단은 "유럽의 선율 속에 가장 잘 표현해 낸 작품"이라는 찬사와 함께 연일 만원 세례를 이루었다. (1천만 관객 동원) 2003년 브로드웨이를 평정하고 2008년부터 아시아 원정에 나섰는데, 그 첫 번째 무대가 바로 한국 공연이다. 2010~2012년에는 도쿄, 북경 등 릴레이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뮤지컬 햄릿 월드버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에로스'다. '난해'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있는 원작에 비해 훨씬 대중적이고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주제의 전환이다. 에로스를 살리기 위해 뮤지컬 작가는 찬탈자 클로디어스 왕의 거트루드 왕비에 대한 사랑을 부각시켰고, 햄릿과 오필리아의 연인 관계를 무척 강조했다.

아버지 왕의 스토리를 첨가한 것도 극의 개연성을 높였다. 즉 거트루드 왕비는 왕과의 부부관계에 심각한 애정결핍을 느끼고 있었으며,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클로디어스 왕(왕족의 신분이었을 때)에게 호감이 느꼈다. 그러나 그 사건은 아버지 왕에 의해 목격되고 클로디어스는 추방을 명령받는다.

나라를 떠나지 않을 경우 '육체의 죽음'을 감당해야 하며, 나라를 떠났을 경우는 '사랑의 죽음'을 맞아야 하는 고뇌에 빠진 클로디어스가 왕을 살해한 것은 '심정적'으로는 정당방어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이것이 에로스의 첫 번째 세례다.

두 번째 에로스의 세례를 받은 것은 오필리아다. 원작에서는 광기에 빠진 햄릿에 의해 조롱당하고 이용만 당하던 오필리아가 뮤지컬에서는 햄릿의 당당한 애인으로 탄생했다. 사실 원작에서도 오필리아가 함의하는 문제는 중요하지만 주로 오필리아의 '불행'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뮤지컬 햄릿에서도 오필리아가 행복해지지는 않지만, 오필리아는 햄릿의 애인으로서 잠시나마 햄릿의 사랑을 얻고, 죽은 뒤에 햄릿의 추모를 받아볼 수 있었다.


오필리아는 뮤지컬 햄릿을 통해 비중을 인정받았다. 배우 이윤진은 햄릿 월드 버전이 데뷔작이었지만, 호소력 있는 표정과 연기력으로 비련의 여주인공 역을 잘 소화했다. 

 

햄릿의 고뇌 제대로 표현 안 된 점 아쉬워...

 

이를 통해 볼 때 원작 햄릿이 강렬하게 내뿜던 사색적인 메시지는 사랑이라는 달콤한 유액에 녹아버렸다고 해야 할 것이다. 뮤지컬 햄릿은 인생의 고뇌와 난해를 에로스와 로망으로 변환했기 때문에 햄릿의 절대적 비중이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클로디어스와 오필리아의 캐릭터가 강화된 지점은 햄릿의 캐릭터가 약화된 지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원작 햄릿>은 아버지 유령이 자신을 시해한 범인을 지목했음에도 햄릿은 막연하게 '더러운 짓'을 한 데 대해서 좀 더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확실한 증거가 나왔음에도 어머니에 대한 가해 욕구에 사로잡힌다. 햄릿이 아버지를 시해한 클로디어스를 더 미워했는지 클로디어스를 너무나 빨리 받아들인 어머니 거트루드를 더 미워했는지 알 수 없다. 햄릿은 난세를 당해 자신의 운명을 뿌옇게 만든 '불확정성'과 미처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행동 불능성 사이에서 우울과 자책, 그리고 광기가 더해간다.

뮤지컬 햄릿에서는 이런 햄릿의 특성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았다. 뮤지컬에서는 비극적인 사태에 대해서 회피하거나 과감하게 복수를 하기보다는 난해 그 자체를 견디면서 스스로 망가져가는 현대적인 인물이자 예술정신의 담지자인 캐릭터를 볼 수 없다.

뮤지컬 햄릿에서의 햄릿은 반항적인 행위를 일삼고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광기는 햄릿의 고뇌와는 연결되지 않는다. 다소 감정적이고, 격정적인 캐릭터만으로는 햄릿의 진수를 보여주지 못한다. 가수 이지훈과 영화배우 박건형 등 엔터테인먼트적인 인물들이 햄릿 역을 맡았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역설적이게도 <뮤지컬 햄릿>은 '햄릿'을 포기함으로써 실현 가능했다고 말할 수 있다.

때문에 '햄릿'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뮤지컬 햄릿과 원작 햄릿을 함께 보아야 한다. 원작 햄릿을 보지 않고 뮤지컬 햄릿만을 본다면 작품 햄릿은 물론 햄릿 캐릭터의 상당 부분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다행히 올 8월 아침이슬 출판사에서 햄릿 전집 중 1차분이 번역되었다. 시인이자 무대 연출가이기도 한 김정환 씨가 번역에 나섰다. 


시인이자 무대 연출 경험이 있는 김정환 시인이 무대언어까지 담아낸 원작 햄릿 아침이슬판이 최근 번역되었다. 원작 햄릿은 '난해'가 주요 테마인 반면, 뮤지컬 햄릿은 '사랑'이 주요 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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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 날 김정환 시인의 집을 찾아갔다. 독자 두 명과 당산동에 있는 시인의 자택을 찾았을 때 시인의 방에는 매우 익숙한 듯한 클래식 선율이 울리고 있었고 시인과 노모가 손님들을 맞았다. 김정환 시인은 편한 추리닝 차림으로 우리를 맞았는데, 작업 시간을 방해한 불청객이 돼 미안한 기분도 들었지만 편안한 차림으로 '무장해제'한 시인의 면모를 보는 맛도 좋았다. 거기다 시인이 직접 타다 준 '잔칫집 커피'를 마시며 최근 번역한 '셰익스피어 시리즈'와 세상만사에 대한 이야기를 두서없이 나눴다.


셰익스피어 전집 번역 작업을 하고 있는 김정환 시인의 당산동 자택을 찾았다. 아침이슬 출판사에서 나온 1차분을 설명하며, 표지의 재질부터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품격을 갖추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시인은 작업과정을 소개했다. 


'4대 비극'이니 '5대 비극'이니 하는 건 일본에서 건너온 편의주의

고등학교 때부터 셰익스피어를 원전으로 즐겨 읽었다던 김정환 시인이 '뒤늦게' 셰익스피어 전집을 번역하기로 마음을 먹은 이유는 뭘까? '뒤늦게'라는 표현을 쓴 것은 "대학(서울대 영문과) 시절의 김정환씨를 알았던 친구들은 그가 셰익스피어 전공 교수가 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한겨레 인터뷰) 시인은 "환갑이 넘으면 슬슬 작업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그 때 되면 기력이 쇠진해 총기도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라며 번역작업을 서두르게 된 이유를 밝혔다. 시인에 의하면 셰익스피어를 제대로 번역하기 위해서는 "무대언어와 발성도 알아야 하고, 영어도 알고, 한글도 알고, 시도 좀 알아야" 하는데 시, 소설, 평론, 번역과 무대연출에 이른 수십 년 동안의 연륜을 통해 비로소 셰익스피어에 다가갈 수 있었다는 뜻으로 이해됐다. 좀 더 캐묻자 비로소 이유를 말한다. <셰익스피어 전집>을 낸 출판사는 <아침이슬> 출판사인데, 교육과 청소년 관련 책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출판사 사장과 이야기를 하던 중 청소년을 위한 책으로 어떤 게 좋겠느냐는 질문에 "셰익스피어만 한 게 있을까요?"라고 반문했고, 이 일을 계기로 셰익스피어 번역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1차분은 이른바 '4대 비극'(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왕)과 만년작 '폭풍우'인데, 시인은 '4대비극'이니 '5대비극'이니 하는 말은 일본에서 건너온 편의주의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이런 분류법뿐만 아니라 일본에 해방되는 과정에서 셰익스피어가 번역되었는데, 이 때 일어 표현과 일어 문법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당대의 어른들이 읽기에는 별 무리가 없지만, 한글세대가 읽기에는 너무 어렵기 때문에 현대어에 맞는 번역이 필요했던 차에 청소년 전문 출판사와 함께 작업에 나섰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셰익스피어 완역본으로 거의 유일한 판본은 1964년 정음사판 세익스피어 전집(4권)인데(나머지는 대체로 5대 비극이나 4대 비극에 국한돼 있다), 희극, 비극, 사극, 시편이라는 체재로 이루어졌는데, 김정환의 아침이슬판에는 희곡(37편), 소네트(1), 장시(2)이 담길 예정이다.

김정환 시인은 '셰익스피어'가 '천재'라기보다는 무척 기민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시인이자, 극작가, 배우, 무대연출자 같은 다역을 했을 뿐만 아니라 극단의 단장으로 경영까지 해온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삶의 궤적은 작품을 더욱 생기 있게 만들었고 '영어'를 한 단계 쇄신시켰다. 김정환 시인은 근대영어를 만든 두 사람을 꼽으라면 제임스판 성경을 주도한 제임스 왕과 바로 셰익스피어라고 말했다. 셰익스피어 작품은 영어라는 언어가 생겨나는 과정이 그대로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당대로부터 불과 30년 전에 통용되던 '고어'와 차별된 '현대 영어'의 보고라는 찬사다. 때문에 영어를 공용어로 쓰거나 잘 아는 사람들은 무리 없이 셰익스피어의 원전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시인에 의하면 고전이라는 것은 '언어'를 만드는 것이다. 동양의 사서삼경이나 산스크리트, 서양의 그리스 고전, 그리고 셰익스피어는 '언어'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동화 모음>과 독일어 사전을 편찬해 독일의 정체성을 오롯이 담아내려 했던 그림 형제와는 달리 셰익스피어는 엄청난 분량의 사회적 경험과 이를 통한 다양한 인사들과의 만남, 그리고 이것을 '작품'이라는 품격 높은 형식에 담으려 했던 노력을 통해 새로운 언어와 문화의 꽃을 활짝 피운 '현대인'이다. 때문에 빌 게이츠는 "셰익스피어는 21세기형 인간이다"는 찬사를 보냈고 엥겔스는, 다소 거칠게, "사회주의란 산업화에 셰익스피어의 문체를 합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환 시인의 작업실 전경. 클래식을 일상적으로 틀어놓고 볕이 잘 들어오는 큰 창문이 인상적이었다. 영어, 일어, 그리스어 등 대여섯 개의 사전을 펼쳐들고 번역작업을 하다보면 뒷골이 쑤실 때가 많다고 말했다


"술술 읽힌다"는 말 칭찬이 아니야

"번역은 너무 매끄러운 윤문을 피해, 그 과정의 맛을 살렸다. (중략) '너무 매끄러움'은 인간 사회의 온갖 신분, 온갖 직접 및 분야의 현상, 상승 및 타락, 그리고 해체 과정을 셰익스피어 '당대적'으로 생생하게 보여 주는 것을 놓치기 십상이고, 그렇게 되면 많은 것을 놓치는 것이다."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번역은 음식으로 따지자면 '거친 음식' 같다. 오래 보고 되새김질을 하면서 음미해야 하는 구절이 있고, 어떨 때는 강렬하게 한 문장만 기억에 남기도 한다. 자구나 기호 하나하나 고집스럽게 완역했고, 때로는 우리 어순을 뒤집은 표현이나 쉼표로 길게 연결된 복문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김정환 시인은 "되도록이면 행들을 그대로 맞췄다. 행들을 맞춰 읽는 것은 의미 전달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세익스피어의 경우는 단지 문학작품의 언어뿐만 아니라 '무대 언어'도 무척 중요하다. 쉬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쉬어야 하며, 행을 끊어야 의미전달이 될 때도 있다고 한다. 유일하게 '세미콜론(;)'만은 넣지 않았는데, 2차분부터는 다시 담기로 했다고 시인은 말했다.

번역에 대한 말이 나온 김에 시인은 '윤문'에 대한 직격탄을 날렸다. '술술 읽힌다'는 평판은 결코 좋은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500년 넘게 이어 온 문화와 역사가 있는데 '윤문'이라는 당의정을 넣을 것이라면 아예 스토리만 읽으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윤문이라고 하는 것은 대체로 '김소월 투'(하네, 옵소서, 오리까)인데, 원작의 의미를 전혀 살려주지 못한다. 함께 인터뷰에 동행했던 독자는 처음 김정환 셰익스피어를 접했을 때 비인칭주어와 직역이 거북스러웠지만, 큰 소리로 연극하듯이 읽으니 이해가 되더라고 말했다. 시인의 명구가 이어졌다.

"거친 속에서 문장 하나가 문득 훨씬 아름답다"


김정환 시인은 '윤문'이나 '술술 읽힌다'라는 말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거친 문장들 속에서 강렬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건져내는 맛을 즐겨보라고 권유했다.



셰익스피어를 제대로 감상하는 법

 

"글쟁이라는 게 글 내놓고 한 달 동안은 술퍼먹는다. 왜 그러는지 아는가? 쪽팔리기 때문이다."

 

책을 내고 나서는 여지 없이 부끄러움을 달래려고 술을 '퍼'마신다는 시인에게 셰익스피어 감상법을 물어봤다.

 

시인에 따르면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클래식에 비유할 수 있다. 햄릿은 베토벤 9번 교향곡처럼 난삽하고, 분량 길고, 무슨 소리인지 잘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다. 햄릿의 인생과 같다. 새로운 사태가 벌어지면 대부분은 회피하거나 과감하게 껴안는 데 비해, 햄릿은 난세를 견디면서 스스로 망가지는 캐릭터라고 시인은 평가했다. 격변기의 시대상황을 가장 잘 설명한 작품이 <햄릿>이라는 것이다. 그에 비해 멕베스는 베토벤 교향곡 5번처럼 극적 구성이 탁월하다. 교향곡을 들으며 셰익스피어를 읽는 맛도 좋을 듯하다.

 

무대언어를 생각하며 작품을 읽는 것도 재미를 더해준다. 소리를 내고 연극처럼 읽는 것도 좋다. 우리는 대체로 셰익스피어 주요 작품의 스토리는 다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셰익스피어를 제대로 음미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셰익스피어의 고향 영국에서는 '줄거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일반화돼 있다.

 

영국에서는 이보다 레퍼토리가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어떤 배우가 햄릿 역을 맡았기 때문에, 혹은 어떤 연출가가 이번에 연출을 맡았다던데 한 번 더 보자 하는 식이다. 셰익스피어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작품을 볼 기회가 생긴다면 함께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에는 '리어왕' 연극이 있었고, 지금은 '뮤지컬 햄릿'이 한창 공연중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광기가 가득 담긴 인물이나 바보 등이 등장하고, 이들의 말은 쉽게 알아들을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때는 그 앞이나 뒤에 무슨 말이 나오는지를 파악해 문맥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고 시인은 말했다.

 

김정환 시인은

1954년 서울 출생.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0년 《창작과 비평》에 시 '마포, 강변동네에서' 외 5편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지울 수 없는 노래》《하나의 이인무와 세 개의 일인무》《황색예수전》《회복기》《좋은 꽃》《해방 서시》《우리 노동자》《기차에 대하여》《사랑, 파티》《희망의 나이》《노래는 푸른 나무 붉은 잎》《텅 빈 극장》《순금의 기억》《김정환 시집 1980~1999》《해가 뜨다》《하노이 서울 시편》《레닌의 노래》《드러남과 드러냄》등 20여 권의 시집과, 소설 《파경과 광경》《세상 속으로》《그 후》《사랑의 생애》, 산문집 《발언집》《고유명사들의 공동체》《김정환의 할 말 안 할 말》, 평론집 《삶의 시, 해방의 문학》, 음악 교양서 《클래식은 내 친구》《내 영혼의 음악》, 문학 창작 방법론 《작가 지망생을 위한 창작 강의 일곱 장》, 역사 교양서 《상상하는 한국사》《20세기를 만든 사람들》《한국사 오디세이》등이 있으며, 《더블린 사람들》《셰익스피어 평전》 등을 번역했다. 2007년 제9회 백석 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정환 시인의 셰익스피어 번역 1차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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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8-11-03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너무 멀리 있어서 잘 안보이고 클래식 cd들이 가깝게 보이네요. 밑에는 테이프같기도 한데..^^

승주나무 2008-11-04 11:31   좋아요 0 | URL
셰익스피어 다시 읽으면서 베토벤 운명교향곡을 들었는데, 음악과 문장이 썩 잘 어울리던걸요.^^

2008-11-04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04 1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평생 셰익스피어를 탐독한 시인

요즘 원전을 볼 기회가 많습니다.
마르크스 자본론, 홉스의 리바이어던,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집

셰익스피어는 극본이기 때문에 다른 에세이에 비해서 오는 임팩트가 굉장히 강합니다.
좋은 기회가 생겨서 셰익스피어 번역자 김정환 시인을 인터뷰하러 가게 됐습니다.
김정환은 고등학교 때부터 셰익스피어를 원전을 읽고 평생 셰익스피어를 탐독했습니다.
최근 아침이슬 출판사를 통해 셰익스피어 전집의 번역작업을 하고 있는데,
김정환 시인을 아는 사람들은 그가 왜 이렇게 늦게 셰익스피어 번역을 했는지 의아해할 정도라고 합니다.
저도 김정환판 셰익스피어 1차분 5권을 모두 읽었습니다.
셰익스피어가 바로 옆에 있는 느낌이라고 하면 과장일까요.
고집스러울 정도로 셰익스피어의 원래 목소리를 전하려고 노력했으며
그러면서도 문장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가진 애를 쓰는 번역자의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를 '셰익스피어 시인'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셰익스피어 시인의 인터뷰를 대신 해드립니다.

금요일이 인터뷰 일자인데,
만약 김정환 판 셰익스피어를 읽으신 분들이 있거나,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댓글로 질문을 해주세요.
제가 대신 답변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아래는 샘플 인터뷰 내용입니다.


셰익스피어를 이제야 번역하게 된 이유는? (승주나무)


지금 왜 셰익스피어를 읽어야 하는가? (승주나무)

기존의 셰익스피어 번역과 김정환의 셰익스피어는 무엇이 다른가? (승주나무)

지금 2008년의 주목할만한 시인이 있다면? (들풀처럼)

우리말과 영어는 다른데, 굳이 영어 원문의 행을 그대로 따라서 번역을 해야한 이유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도치법을 자주 사용하는 의도가 있는지? (노부타)

영어어순과 우리말 어순은 동사의 위치가 다른데, 그게 뒤바뀌면 왠지 '강조'의 느낌이 나는데, 희곡대본이어서 그냥 그렇게 번역을 하신건지도 궁금하고 말이지요. (노부타)

직역을 한 듯한 느낌. 역자가 셰익스피어의 원본을 읽으며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세세한 결을 듣고 싶어요(파란흙)

김정환 셰익스피어에 보면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가 역할을 많이 해서 문장이 매우 긴 편입니다. 보통은 단문 위주로 하는데, 이와 같은 긴 문장을 애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롤러코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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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사람에 따라 스펙트럼이 다양한 손낙구 식 강연

<부동산 계급사회>(후마니타스)의 손낙구씨와는 세 번째 만남이다. 첫 번째는 책으로, 두 번째는 독특한 인터뷰로 만났다. <부동산 계급사회>라는 책으로 인해 우리는 대한민국의 부동산 문제를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20년 가까운 시절 동안 노동 현장에서 뛰어다닌 경험과 심상정 의원이 17대 국회에서 의정활동하던 시절 그의 보좌관을 하면서 획득한 고급 자료가 '쌀집아저씨' 같은 인간미와 적절히 버무려진 '전주비빔밥' 같은 책을 만난 것은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책을 읽자마자 '작전'에 들어갔다. 마침 베이징올림픽의 분위기가 누그러지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금메달"이라는 제목으로 블로그 포스트를 작성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직간접적으로 10개 가까운 글을 썼고 운 좋게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것도 많았다.
추상적이고 구호적인 목소리를 내는 분들과 부동산 문제의 실상을 잘 모르는 분들, '계급'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모르는 분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이런 사정 때문에 10월 20일 신촌 아트레온 토즈에서 열린 손낙구 강연(알라딘 제1회 사회과학 연속특강)에 참석할 것을 망설였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손낙구의 강연회는 <부동산 계급사회>를 면밀히 읽은 독자에게는 다소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 강연의 큰 틀은 책의 목차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좀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손낙구 강연은 <부동산 계급사회>의 목차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문체와 어감에 천착하고, 책의 강점을 어떻게 드러낼지 이 궁리 저 궁리를 다 해본 나 같은 광팬에게는 손낙구의 문어체에서 풍기는 매력을 넘어서는 매력을 구어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어떤 미친 놈이 엄청나게 큰 봉다리를 사서 하늘에 펼쳐놓고 '이제부터 숨쉬고 싶으면 나한테 돈을 내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나? 그런 놈은 당장 구속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살 수 없기 때문이다."


▲ 손낙구 씨는 상대방의 특징, 질문의 내용, 이해의 정도, 분위기에 따라서 표현과 예시를 달리하는 카멜레온 같은 강연 기법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기법이라기보다는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을 설득하면서 가지게 된 일종의 직관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설명하면 가장 잘 포착할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이 손낙구다. <부동산 계급사회>는 중학생이 이해될 만한 정도로 맞추어 쓴 책이다. 이 책을 읽고 그에게 '대학원' 이상의 질문을 해보라. '대학원' 이상의 답변을 듣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손낙구 씨는 대중강연의 문법에 맞게 곳곳에 '웃음포인트'를 집어넣기도 하고, 쉬어가는 페이지를 집어넣기도 하면서 2시간 반 동안 방청객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예컨대 "네덜란드는 주택의 36%를 정부가 소유한다. 집없이 서러운 사람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여러분이 잘 아는 히딩크의 나라에서는 한 집에 대해서 30년 동안 계약을 할 수 있는데, 다시 말해서 30년 동안 '방 빼!'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는데, 수명이 낮은 사람은 그 안에 죽을 수도 있다."는 식이다. 손낙구 식 언어의 묘미는 씹는 맛이 달라서 좋다. 왜 일찍이 '저자'로 데뷔하지 않았는지 원망스러울 정도다.


결론은 숫자도 문자도 아닌, 그저 '휴머니스트'

그날의 강연 중에서 가장 크게 다가온 메시지는 바로 '최저주거기준'이라는 개념이다. '집안심률'이라는 개념도 무척 중요하고 재밌지만, '최저생계비'를 부동산에 적용한 '최저주거기준'은 누가 들어도 무릎을 탁 칠 만한 개념이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 조건"을 가리킨다. 예컨대 침실을 기준으로 할 때 부부가 시어머니, 시아버지와 한방을 사용한다면 최거주거기준에 미달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아들과 딸이 장성했지만, 역시 부모와 한방에 거주하는 경우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했다고 말한다.
여기에 미달하는 가정은 우리나라에 1,000만 명 정도 된다. 여기서 지하, 옥탑방, 움막, 비닐하우스, 동굴 등 '비상식적'인 주거생활을 하는 인구도 160만명이 된다. 참고로 이것은 2005년의 통계이다. 그 동안 자살자 비중이 엄청나게 늘었으니 비상식적 주거생활자 역시 기하급수로 늘어났을 것이다.


▲ 부동산 계급사회에서 재인용한 2005년 통계청 자료이다. 1과 같이 수도권에 지하(반지하)가 몰려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에는 붙어 있어야겠고, 먼 곳으로 이사갈 처지가 안 되는 사람들은 박정희가 방공호로 만들어놓은 지하로 내려갔다. 2는 판잣집,움막,동굴 등 수백, 수천 년 전의 생활양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10만명이 넘는다는 것을 가리키는 충격적인 통계 자료다. 부산일보 특별취재팀이 두 달 간의 심층취재로 이 자료가 사실에 부합함을 증명해 주었다.


<부동산 계급사회> 책에서와 마찬가지로 강연회에서는 '숫자'가 많이 등장했지만, 마지막에는 가장 단순하고 쉬운 언어로 정리를 해주었다. 최저주거기준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면서도, "지구상 생명체 중에서 땅을 딛지 않고 살 수 있는 생명체가 하나라도 있나"라는 질문을 결론으로 삼았다.

가장 짠한 장면은 뒤풀이 자리에서 들었다. 남양주 지역에 강연을 갈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동향 사람들을 여럿 보았다고 말했다. 옛날의 추억을 하나 둘 이야기하다가 동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적어도 대여섯은 되더라는 것이다. 그들은 서울에서 남양주로 밀려간 셈이다. 손낙구 씨는 "그들은 밀려났고, 나는 그나마 남아 있다"고 말하며 남은 담배를 마저 피웠다.


번외편 - 독하게 물어봤다.

강연이 끝나고 뒤풀이가 있었다. 일부러 손낙구 씨 앞에 앉아서 나는 작정한 듯 질문을 했다.

"책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차선이나 차악을 상정한 것 같다. 선생님이 생각할 때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확률은 얼마나 되나?"

- 손낙구 씨는 차분한 어조로 답변을 했다. 3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지금의 상황이 어쨌든 유지되든가, 공황적인 상황이 오든가, 아니면 일본처럼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지든가이다. 여기에 또 두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다. IMF처럼 대기업 괴물들이 중산층을 학살하면서 폭식을 하거나, 아니면 아주 우연적으로 체질이 변화하거나. IMF처럼 근본적인 변화도 없으면서 양극화는 심화시킨 형태로 가는 것이 최악이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예측은 나의 영역은 아닌 것 같다.

"'부동산 거품 붕괴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헐값의 집을 정부가 사들여 서민들에게 제공해줄 물량을 확보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그쯤 되면 정부도 구제금융에 판돈이 다 떨어질 대로 떨어졌을 시기가 아닌가 한다. '주거권'이라는 것은 프랑스나 유럽 국가들처럼 밑바닥에서부터의 도도한 투쟁의 결과로 획득되었지, 우연적으로 생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연적으로 주거권이 확보된 것과 유사한 사례가 있었나?"
- 수십년 동안 노동계에 머물러서 '밑바닥부터의 투쟁'이라는 것에 대해서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알고 있다. 하지만 몯느 역사가 '밑바닥에서부터의 투쟁'과 같이 정석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필연성과 우연성이 공존하는 것이 역사 아닌가. (실제로 한국의 현대사는 온갖 역설로 점철돼 있다. 이승만이 권력 유지를 위해 악용한 공천제와 지방자치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가 되었는가 하면, 사람들이 오랫동안 싸워가며 19세 투표권을 쟁취했지만 실제 선거에서 19세의 투표율은 미미한 것이 현대사의 역설을 가장 강하게 증명한다 - 글쓴이)




▲ 뒤풀이까지 참여한 독자를 위해서 손낙구 씨의 딸이자 발바닥 그림작가인 해인이에게 발바닥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해인이는 책에 너무나 넣고 싶었지만, 만화적이라는 이유로 캐스팅되지 못한 깜찍한 발바닥을 선물했다.


- 작가와의 만남 1기 승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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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부 2008-10-23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잘읽었습니다...우리 지역에서도 꼭 한번 초청했으면 좋겠네요..^^

승주나무 2008-10-23 21:46   좋아요 0 | URL
네~ 넉넉한 인심을 가진 분이라 꼭 응해 주실 겁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되는 우리나라 인구는 1,000만

2005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에서 지하, 옥탑방, 판잣집, 비닐집, 동굴, 움막에 살고 있는 사람은 모두 160만명이 넘는다.
그 동안 양극화는 더 심해졌을 테니 200만명이 넘었을지도 모른다.
<부동산 계급사회>(후마니타스)의 저자 손낙구 씨는 '최저생계비'를 주거에 적용한 '최저주거기준'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즉 "인간의 최소한의 품위와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준"을 최저주거기준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침실을 기준으로 할 때 부부가 시어머니, 시아버지와 한방을 사용한다면 최거주거기준에 미달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아들과 딸이 장성했지만, 역시 부모와 한방에 거주하는 경우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했다고 말한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기준이지만, 우리나라는 최저생계비만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최저주거기준에 미달되는 인구는 1,000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의 인구만한 수가 제대로 된 주거생활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그런 인구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여기서 지하, 옥탑방, 움막, 비닐하우스, 동굴 등 '비상식적'인 주거생활을 하는 인구도 160만명이 된다.
손낙구 씨는 비상식적인 주거생활을 하는 160만명을 구제하기 위해서 얼마가 드는지 실제로 계산을 해봤다고 한다. 11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의 재산으로 추정되는 13조(현 공식 주식보유 2조원+이건희 회장 소유로 밝혀진 전·현직 삼성 임원 11명 명의의 삼성생명 주식 가치 2조 5,000억원+삼성증권 등 차명계좌 700개 2조원+나머지 600개 차명계좌 3조 2,000억원+고 이종기씨의 삼성생명 주식 가치 7,000억원)보다 적다. 오죽했으면 손낙구 씨를 찾아간 한 목사가 이건희 회장에게 가서 십일조라도 달라고 하자고 말을 했겠나.


투기 목적의 건설사 토지 6조을 공적자금으로 사들이는 돈이면 80만명이 구제된다

정부가 건설업체의 투기 의심성 토지 6억원 어치를 공적자금으로 사들이는 등 총 9조원 이상의 지원책을 내놓기로 했다.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해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모럴해저드를 제한하기 위해서 부실 건설사는 퇴출시킨다는 방침인데, 사실상 모든 건설사가 관례상 투기를 조장하고 방만경영을 해온 것이 사실인데 이들에게 혈세를 대폭 제공하겠다는 것은 이해가 된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토지공사는 토지채권을 발행해 3조원을 건설사들에게 지워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는 언제는 시장의 자율에 맡긴다고 말하면서 사회주의 국가보다 더 시장개입에 혈안이 돼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개입을 하려면 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상식적인 환경에서 생활하지 못하는 160만명의 국민들을 위해서 사용해야지 탐욕에 젖어 있는 건설사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서 한때 7,000억달러의 공적자금 안건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은 은행 이용자들의 손실보전을 위한 대안이 담겨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국가의 큰형님격인 미국조차도 일반 예금자의 이익을 보장해주려고 하는데, 그 동생격인 우리나라는 일반 국민의 귄익 따위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경제학자 장하준은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부키)에서 신자유주의자들이 자원의 재분배 비용에 대해서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실제로 자원이 재분배되는 데는 인적, 경제적으로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정부는 일단 기업을 살리고 나서 이를 통해 재분배한다는 생각인데, 재분배라는 말은 말 그대로 말장난에 불과하다. 이번에 건설사에 퍼주는 9조원도 어떤 과정을 통해 국민에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 단지 건설사가 대통령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요구하기 쉬웠던 것일 뿐이다. 이에 비하면 국민은 대통령과 얼마나 멀리 있나? 대통령은 벌써 안드로메다에 가 있는 듯하다.

이명박 대통령, 내 세금 9조원을 건설사에 쏟아부으면 국민인 나는 어떤 이로움이 있는지 제발 설명을 해달라.


<부동산 계급사회>, 손낙구, 후마니타스, 378쪽, 15,000원

※ 이상의 글은 후마니타스에서 나온 책<부동산 계급사회>(후마니타스)를 참조했습니다. 이 책은 부동산 문제에 관한 최초의 실증적인 분석과 대중성을 갖추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의 완충장치를 모두 풀어헤쳐 투기꾼들과 함께 대한민국이 공멸하지 않으려면 이 책을 꼼꼼히 읽고 부동산통이 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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