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옛이야기 책만들며 크는 학교 4
폴 존슨 지음, 나유진 옮김 / 아이북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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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안 가르쳐줘도 혼자서 풀과 종이 그리고 색연필만으로 이야기 책을 만들기도 하고 한다.
우리 아이도 읽었던 책을 다시 그려서 만들기도 하고 아니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서 그림책을 만들기도 하고 했었다.
근데 이걸 칭찬만 해주고 엄마가 더 여러가지고 재밌게 해보도록 가르쳐 줄수 있는 능력이 없으니까 몇 번 그렇게 만들어보고는 시무룩해진다.
그게 안타까워서 여기 저기 찾아봤지만 북아트라고 소개한 책들은 사실 너무 어려워서 엄두가 안난다.
그런데 우연히 발견한 이 책

소재나 만드는 방법들이 정말 다양하게 들어있다.

책의 구성을 잠깐 살펴보면
먼저 제일 앞에는 각 이야기별 다양한 책을 만드는 방법이 소개되어있다.


헨젤과 그레텔에서는 헨젤과 그레텔의 집을 만드는 순서가 그림과 함께 나와있다.


다음에는 각 이야기별로 아이와 함께 책을 만들때 주의할점이나 함께 얘기할 것들에 대한 간단한 지침이 나와있고...


다음에는 아이들이 혹시 모르는 얘기일때를 대비해서 간단하게 아이들에게 읽어줄 수 있는 해당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오려서 직접 쓸 수 있는 도안이 나와있다. 복사해서 사용해도 되고 그냥 찢어서 사용해도 된다.

제일 좋은건  앞쪽에 나와있는 만드는 순서대로 하면 정말 신기하게 쉽게 만들어진다는 것.
준비물은 보통 연필, 색연필, 풀, 가위 정도면 대부분이 가능하고 엄마가 같이 만드는 시간은 5분 정도. 나머지는 아이가 알아서 색칠하고 내용을 채워나가면 된다. 즉 엄마가 같이 만들어줘야 하는 시간이 짧은 것도 장점이다.

우리 아이는 책을 받자 마자 제일 좋아하는 신데렐라 얘기부터 찾아내고는 엄마 신데렐라 얘기는 다 아니까 안 읽어줘도 돼 하면서 바로 책만들기로 돌입!
신데렐라 편에서는 두가지 책만들기가 있는데 하나는 신데렐라의 비밀일기 만들기 - 아이가 신데렐라의 입장이 되어 일기를 쓰는 것.
우리 애는 나는 청소가 싫다. 나는 설겆이가 싫다 이런 것들을 막 써놨더만...
그 다음에는 마법의 주문 책.  - 신데렐라에 나오는 요정 할머니가 쓰는 마법 책이다. 이건 어찌나 정성들여 만드는지 마법 주문을 하나밖에 못만들었다. ^^ 두고 두고 천천히 만들거라나? ^^

잭과 콩나무에서는 세로로 아주 긴 책을 만들고,아기 돼지 삼형제 얘기에서는 늑대가면을 만들고빨간 두건 소녀에서는 숲속의 지도를 만들고...

책을 만드는 방법도 똑같은게 하나도 없이 다양하고 각 얘기에 따라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책을 만들수 있다. 그리고 강조하건데 나처럼 손재주 없는 부모도 쉽게 같이 만들 수 있다는게 최고의 장점. 초등학교 1학년이상이면 어려운 부분 한두군데만 손대주면 나머지는 알아서 혼자 책보고 할 수 있다.

한글을 읽고 쓰기가 자유롭게 되는 초등1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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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짝꿍 최영대 나의 학급문고 1
채인선 글, 정순희 그림 / 재미마주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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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책내용을 읽어보지 않고 바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내가 그만 울어버리고 말았다.
우리 아이들은 엄마 영대가 너무 불쌍해서 울어? 하면서 오히려 엄마를 위로하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동안 내가 충분히 안아주지 못했던 많은 아이들의 얼굴이 영대의 얼굴에 겹쳤다.
아이들은 모두 순진하고 착하다고?
일면만 맞는 말이다.
다른 면에는 어리기에 뭘 잘 모르기에 자신의 본능에만 충실하고 타인을 배려할줄 모르는 이기심이 잔뜩 숨어있다.
그래서 왕따가 생기면 너도 나도 나와 상관없으니까 모른체하고 아니면 은근히 거기에 동참하고... 
그래서 배려라는 것은 절대 그냥 생기는 마음이 아니다.
끊임없이 모범을 보이고 가르쳐야 하는 것이 그것이다.
근데 우리 어른들은 요즘 그걸 가르치는 걸까?
갈수록 늘어나는 아이들의 폭력과 왕따는 절대로 모든 부모와 교사의 책임이다.
그렇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런 모습밖에 보여준적이 없는 어른들의 책임

책에서는 결국 영대가 억눌리고 억눌렸던 울음을 터뜨림으로써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소리없이 속으로만 곪아드는 울음이 더 무섭다.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인 우리 아이는 이 책의 내용이 완전히 다가오지는 않는듯하다.
하지만 언젠가 멀지 않은 미래에 이런 상황을 만났을때 우리 아이가 영대의 슬픔과 엄마의 눈물을 떠올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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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8-15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님. 우셨군요.
맞아요. 왕따에 대한 책임은 배려를 가르치지 않은 부모와 무관심한 교사의 책임.
그 아이들이 받을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바람돌이 2008-08-16 01:25   좋아요 0 | URL
심각한 왕따 아이의 경우 중학생쯤 되면 정말 전문적인 도움이 있지 않으면 치유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그런 경우를 봤구요. 그 아이들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맨날맨날 우리만 자래 (책 + CD) - 마주이야기로 백창우가 만든 노래 보리 어린이 노래마을 6
백창우 작곡, 아람유치원어린이들 글, 설은영 그림 / 보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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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
정말 노래를 들으면서 내가 깔깔 넘어간다.
어쩜 이리 나랑 우리 애들이 하는 얘기랑 똑같을까?

밤엔 자기 싫은데 자라 자라 하고
아침엔 일어나기 싫은데 일어나라 일어나라 하는 엄마 세상 모든 엄마들 맞지? ^^

왜 국에다 밥 말았어 싫단 말이야
이제부턴 나한테 물어보고 국에 말아줘. 꼭 그래야 돼
우리 애들 말투랑 노랫말의 말투가 똑같음에 또 깔깔 웃고...

때로는 아이들의 말은 핵심을 찌르기도 한다.
너 놀기만 하고 공부안하면 소돼
그럼 놀지 않고 공부만 하면 뭐가 돼?
푸하하~~~
이런 질문에 부모님들 무슨 대답을 해줄까?
엄마는 어릴때 공부 잘했어?
그럼 잘했지.
그런데 왜 엄마는 박사도 아니고, 선생님도 아니고, 아무것도 안됐어?
이런 말에는 엄마가 뭐라 대답해야 할까?

우리 집 애들이 cd한장을 받자마자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거 절대 없던 일인데 이 cd는 받고 한 곡을 들어보더니 책을 펴고 같이 넘겨가면서 앉은 자리에서 전체를 다 듣는다.
저희들 얘기하고 똑같아서일까?
너무 재밌어 하면서 노랫말에 자기들 생각까지 덧붙여가며 종알종알 귀도 입도 다 열고 듣는다.

나도 국에 밥마는거 싫은데 엄마도 나한테 꼭 불어봐야 돼 응?
우리는 놀때는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그치? 근데 학교가고 유치원갈때는 안 일어나
이빨 안닦으면 달달이랑 콤콤이가 이빨을 다 먹어버리지 그치
엄마 언니한테 야! 라고 하면 안되지
당연히 안되지, 니 나한테 야!라고 하면 혼난다
엄마 식구들이 진짜 얘기 놔두고 다 이사가 큰일났어!

정말 페이지 넘길때마다 노래와 아이들의 수다가 어우러져 책읽고 노래 듣는 재미가 더 커진다.
백창우씨의 노래책은 그전에도 사서 듣고 무척 좋아했지만 이 노래책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노래
아이들이 엄마 아빠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그대로 들려주는 노래
이런 노래가 있어서 우리 애들은 오늘 행복했던 것 같다.

6살부터 8살정도의 아이들이 들으면 좋아하고 딱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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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8-08-06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귀가 솔깃하긴 한데요, 마로의 개김성이 더 심해질까봐 통과~

바람돌이 2008-08-06 23:58   좋아요 0 | URL
아이들은 이런데서 카타르시스를 느낄텐데요. ^^ 자기 맘을 딱 알아주는 노래 같은 거 말예요. ㅎㅎ
 
지식 e - 시즌 3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3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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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식e 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이야기들.

이그노벨상 - 노벨상을 풍자하여 상금도 없고 상장하나 달랑주면서 시상식 참가비로 알아서 해야되고... 실용성은 하나도 없지만 정말 그럴듯하게 확 웃겨주면서 동시에 시대를 풍자하는 힘까지... 풍자와 해학의 힘을 우리의 촛불시위가 보여주었듯 그렇게 사람들의 고정된 생각을 바꿔주는 상이 있었다니...  가장 사랑하는 곰을 바로 옆에서 보기 위해 만들었다는 보호복을 입은 사람의 사진은 책의 시작부터 나를 키득거리게 한다.

And you? - 2007년 현재 세계에는 약 7,000여개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지만 2주일에 1개꼴로 언어가 사멸하고 있다. 2100년이 되면 약 6,100개의 언어가 사라질 것이다.....
언어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시간과 계절, 바다생물, 순록, 식용식물, 수학, 풍경, 신화, 음악, 미지의 세계, 매일매일에 대해 수세기에 걸쳐 인간이 생각해온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48-49쪽)
이놈의 나라는 그나마 잘 남아있는 제나라 언어조차도 갈아치우지 못해 안달이 된 인간들이 판을 치는데... 언어를 중심으로 하는  문화적 제국주의가 우리 인간의 삶에서 어떤 풍요로움을 앗아가버릴지 섬뜩해진다.

은하철도의 밤 - 미야자와 겐지란 이름을 그저 좀 유명한 일본작가의 이름으로만 알았는데 이토록 때묻지 않은 순수 그 자체인 사람이라니... 세상에는 가끔 이 세상에서는 절대로 살수없는 사람이 존재하는데 그가 그런종에 속하는듯하다. "세상사람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내 몸을 백번이라도 불태울수 있어!" 어쩌면 치기어리게 들리는 이 말을 끝까지 실천하며 산 사람. 그의 책은 어떨까?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은하철도의 밤을 읽으면 그를 만날 수 있을까?

그르바비차 - 보스니아 사라예보의 작은 마을 그르바비차. 인종청소의 참상속에서 세르비아에 의한 이슬람계 여성들에 대한 집단강간이 가장 심하게 일어났던 곳 그르바비차. 그것은 이슬람계 인종말살이란 이름으로 불려졌다. 집단강간당한 여성들은 아이를 낙태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기까지 감금당해있다가 아이를 낳아야 했다. 우연히 메피님 소개로 ebs에서 하던 영화 <그르바비차>를 볼 수 있었다. 집단강간에 의해 태어난 아이를 낳고, 기르고,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딸에게 숨겨야 하고... 영화의 마지막 딸이 수학여행을 가며 눈물지으며 부르던 빛나는 사라예보 노랫소리가 아른거린다.

두바이의 꿈 - 오일머니로 포스트 오일시대를 꿈꾸는 두바이. 그 두바이에서 한국경제의 신화를 일궈내는 삼성, 쌍용, 현진, 성원 등 한국 기업들. 그러나 그 아래에는 현대판 노예로 착취당하는 전세계에서 같은 꿈을 꾸기 위해 몰려든 노동자들이 있다. 열사의 현장에서 한달평균 19만원을 받으며 월 평균 349.6시간을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그들을 살인적인 노동으로 내모는데 두바이 정부가 있고, 우리 대한민국의 기업이 앞장서 있다. 바로 그들을 착취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경제가 일궈지는구나... 지금 내 입에 밥이 들어가고 있구나...

Man of Action - 故 이종욱씨. 세계보건기구(WHO)사무총장이 됨으로써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UN기구 수장이 된 사람. 남태평양의 작은 섬 사모아의 나환자촌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했으며 세계보건기구에 들어간 이후로는 세계의 빈곤한 이들의 의료지원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행동한 이. 1년 중 150일을 출장으로 보내면서 "우리가 쓰는 돈에는 가난한 나라의 분담금도 섞여있다. 그 돈으로 호강할 수 없다"며 이등석 좌석과 단 두명의 수행원만을 데리고 다녔다는 사람. 아 우리에게도 이런 사람이 있었구나. 왜 진작에 몰랐을까? 반기문이 오히려 사표로 우러러야 할 사람을 가졌는데 왜 우리는 이종욱에 열광하지 않고 반기문에 열광하는가?

이건 지식 e 3권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사람 진실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다만 내가 이 책이 아니었으면 모르고 지나갔을, 그러나 몰라서는 안될 것들을 여기에 풀어놨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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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8-05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권은 아직 안 샀는데... 이종욱씨, 이런 분이 존경받는 사회가 돼야할 텐데...

바람돌이 2008-08-05 22:43   좋아요 0 | URL
글쎄말예요. 요즘 우리 사회가 열광하는 이들을 보면 정말 이래선 안된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럴려면 역시 교육이 제대로 되야 하는데 모두가 교육 교육 하지만 정말로 아이들에게 뭘 가르쳐야 하는지 제대로 아는 것 같지는 않죠?

Mephistopheles 2008-08-05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책을 읽으면서 어진 사람들은 오래 못살고 욕을 바가지로 퍼먹고 사는 사람들은 벽에 X칠하면서 산다는 새로운 진리를 알았다죠..^^

바람돌이 2008-08-05 22:43   좋아요 0 | URL
귀신들을 몽땅 직무유기로 고발해버릴깝쇼? 잡아갈 놈들은 안 잡아가고 정말 더 살아줘야 할 분들만 잡아가니...ㅠ.ㅠ

프레이야 2008-08-06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

바람돌이 2008-08-07 00:03   좋아요 0 | URL
저도 땡스투~~~

Arch 2008-08-06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안녕하세요^^ 5분동안 지식채널을 보는 것도 그랬지만 바람돌이님의 리뷰가 더 머릴 쭈뼛하게 만드는데요. 세상엔 얼마나 더 많은 '내가 몰랐지만 반드시 알아야할 일들'이 존재할까요. 이런 날은 잠도 안 와요.

바람돌이 2008-08-07 00:04   좋아요 0 | URL
시니에님 안녕하세요. 허접한 리뷰에 지나친 과찬이십니다. ^^
나쁜 일들은 정말 없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굶는 아이들이 없는 세상, 전쟁이 없는 세상이란게 왜 이리 힘든지....
 
제5도살장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 아이필드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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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정당화될 수 없는 전쟁'이라고 어느 영국 주교는 영국 공군이 독일 도시를 폭격한 행위를 비난했다. 가장 악명높은 영국 공군의 폭격은 1945년 2월 13일과 14일에 걸쳐 드레스덴에 가해진 것이었다. 이때 떨어진 폭탄 1,000개로 사망한 사람 수는 약 6만명에서 12만명 정도로 추산되며, 18세기의 아름다운 건축물도 이때 많이 파괴되었다. 이 사진은 시 청사의 탑에서 내려다본 폐허가 된 시가지 전경이다. '엘베 강의 피렌체'로 불리는 드레스덴은 진격하는 러시아군에 쫒긴 피난민들로 가득차 있었다.......(사진과 글 - 20세기 포토다큐세계사 4 독일의 세기 186-187쪽)

드레스덴 폭격이 전후 20년간 미국에서는 아는 놈만 알고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던 데는 아마도 이유가 있으리라...
2차대전동안 무수히 많았던 폭격들이 모두 은폐되었던 것은 전혀 아닐터이다.
오히려 전쟁의 혁혁한 성과로 널리 알려지고 찬양되어졌을터...
그럼에도 이 폭격은 예외적으로 쉬쉬 되어왔던 것은 이 폭격이 군사적으로는 거의 쓸모가 없고 단지 독일의 항복을 며칠 더 앞당긴다는 명분으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폭격이었기 때문일터... 또한 희생자의 대부분이 민간인이었고...

따라서 서양인들에게는 이 드레스덴 폭격이 하나의 집단적 트라우마가 아니었나 싶어진다.
드레스덴 폭격이 소재로 등장하는 소설이 근래에 본 것만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수 없게 가까운>, <책도둑>, 그리고 <제 5도살장>이다.
그들 나름대로 이 트라우마를 제대로 표현하고 치유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커트 보네거트의 <제5도살장>은 드레스덴 폭격때 미군포로의 신분으로 이 도시에 있다가 요행히 살아남은 빌리 필그림 또는 저자자신의 이야기다.
처음에는 제목의 상징감으로 인해 전쟁의 비참한 모습을 현장묘사를 통해 얘기하고자 하는 소설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소설속에서는 잔인한 장면은 의외로 별로 없다.
빌리 필그림이 아니 커트 보네거트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전쟁의 트라우마이다.
드레스덴에 가해진 아군의 폭격에서 살아남은 빌리 필그림은 남들이 보기에는 전혀 문제없이 그것도 아주 부자가 되어 성공적인 삶을 이룬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삶은 늘 시간여행중이다.
그가 살아남았던 드레스덴을 떠나지 못하여 배회하고, 때로는 트랄파마도어라는 행성의 우주인들이 잊어라 잊고 살아라 하는 것처럼 다른 행성으로 자신의 정신을 보내버리기도 한다.
하루 하루 매순간 그는 끊임없이 과거와 현재 비현실을 넘나드는 삶을 살고 있다.
전쟁의 트라우마가 한 인간의 정신을 어떻게 만드는지 빌리 필그림을 보라라고 얘기하는 것일까?

하지만 빌리 필그림은 끊임없이 읊조린다.
그렇게 가는거지 뭐......
모든 인간과 생물의 죽음에 그저 그렇게 가는거지 뭐라고 읊조리는 빌리는 과연 달관한 것일까?
아니 내가 보기엔 견디기 힘든 악몽으로부터 그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 바로 그 읊조림일 것 같다.
그런식으로 인간의 숙명으로 죽음을 받아들여버리지 않는다면 아마도 그는 훨씬 더 전에 자기 머리에 총을 들이댔을지도 모르겠다.

커트 보네거트가 이 책을 씀으로써 빌리의 트라우마를 전면에 내세온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드레스덴 폭격을 고발하기 위해서?
아니면 전쟁의 상처가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해서?
아니!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인류가 아직도 드레스덴을 여전히 아니 더 확대된 형태로 반복하고 있기 때문일게다.
이대로라면 전 지구의 생물들이 집단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의 확대반복!
이 글을 쓰는 이 순간도 지구 어느 한켠에서는 총알이 튀고 폭탄이 터지고 누군가가 죽어가고 있고 누군가를 죽이고 있을게다.
제2 제3이 아니라 수백 수천개의 드레스덴이 지금도 만들어지고있을 것이다.
그것이 당신이 사는 땅은 절대 아니라고 어떻게 장담할까?
모든 행동의 정당한 출발점은 휴머니즘이어야 한다.
빌리의 상처에 진심으로 슬퍼하고 공감해보자!!
그속에서 분노도 저항도 애정도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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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8-08-05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다섯개!
제가 강추한 보람이 있어 보입니다.ㅎㅎ
현실과 비현실같은 현재상황이 자꾸 체념화될까 우려됩니다.
그렇게 살다 가는거지...ㅎ

바람돌이 2008-08-05 22:59   좋아요 0 | URL
여우님 덕분에 좋은 책 읽었죠 뭐.. 제가 감사합니다. 단 리뷰는 여우님과는 절대 비교안해요. 도대체가 비교가 돼야죠 ㅎㅎ
전 개개인은 체념도 하고 포기도 하지만 전체로는 늘 새로운 세대가 희망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그저께 읽은 지식 e에 그런 얘기가 나오더군요. 68혁명으로 세상이 바뀌었냐고? 아니 그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 바뀌었다고... 그게 우리의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