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포토 다큐 세계사 3 - 러시아의 세기
브라이언 모이나한 지음, 애너벨 메럴로.세러 잭슨 사진편집, 김남섭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러시아의 사회주의 혁명은 러시아를 완전히 망가뜨렸다.
짜르 체제는 뭐 좀 나태하긴 했지만 그래도 정치외에 다른 부분들은 엄청 발전하고 있었다.
공업에서는 서구의 자본가들이 들어와 아주 활기차게 발달하고 있었고, 러시아의 노동자들도 점점 더 잘 살아가고 있었다. 아마 그대로 러시아의 체제가 유지되었다면 러시아는 아주 훌륭하고도 위대한 국가로 나아갔을 것이다.
(그럼 러시아의 농민들은? 농노제 폐지됐잖아. 중요한 건 공업이라고. 농민들이 당시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았는지는 절대로 중요하지 않다고... 그래서 안썼잖아...)
짜르체제는 절대주의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아주 관대해서 가난한 대학생들의 절반이상에게 수업료를 면제해줬어.
그런데 아주 배은망덕한 그놈의 대학생놈들이 괘씸하게도 급진적이었단 말야..
러시아의 자본가들은 온정도 많고 진보적이기까지 해서 급진적인 혁명가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기까지 했어. (물론 얼마나 많은 자본가들이 지원을 했는지 또는 도대체 그들이 무슨 생각으로 지원을 했는지는 알려고 하지마! 그건 중요하지 않아!)
근데 그놈의 빌어먹을 볼세비키들이 다 배신을 때린거야 . 안그래?
스톨리핀의 개혁때가 그나마 러시아가 구원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어.
스톨리핀의 개혁당시 러시아의 농업생산력은 이전과 이후 몇십년을 통틀어서도 최고였잖아 그치?
(그건 맞아! 근데 당시 농업의 자본주의적 개혁으로 인해 엄청나게 늘어난 빈농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았어? 자기가 생산한걸로 굶지 않고 살수 있었어? 알다시피 이런 질문은 정말 불필요해. 중요한건 생산량이야. 절대적인 수치라고.... 일단 절대적인 생산량이 늘어나면 나머지는 다 천천히 해결하면 돼. )
근데 이걸 전부 무너뜨린게 뭐지?
바로 10월혁명이야.
볼세비키 혁명가들? 그것들 진짜 멍청하고 교활한 놈들이지...
레닌은 늘 멍청하고 교활했어. 실제로 혁명에서 그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어.
트로츠키는 강도와 깡패들의 유명한 지도자였고,
레닌의 아내이자 동지였던 크루프스카야는 눈알이 돌출되어 물고기라 불렸어.
세계를 뒤흔든 10일인가 뭔가로 유명한 미국기자 존 리드 - 이 인간은 정말 공명정대하고는 거리가 먼 인물이지
반면 혁명당시 주 러시아 미국대사는 정말 인정많은 노신사였어.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짜르는 혁명 이후 감금생활에서도 굴하지 않고 노동을 늘 자발적으로 즐기며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는 인품의 소유자였지...
(근데 1차 세계대전 중요하잖아? 러시아가 곳곳에서 패했던 거 말고 볼세비키가 제국주의국가들간의 땅따먹기 싸움이었던 1차대전에서 자국 러시아의 패배를 주장하고 전쟁을 그만둘것을 주장했던건 유명하잖아? 그건 왜 얘기하지 않지? -말했잖아. 그런건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내가 말하지 않는건 다 안중요한거야. 묻지마!!)

이런 제엔장~~~

이 책의 저자!! 브라이언 모이나한
이 인간이 같은 시리즈의 영국편도 썼는데 영국편에서도 우편향이란 생각을 하긴 했었다.
뭐 그럼에도 못읽을 정도는 아니었고, 또 확실하게 의문이 드는 부분들이 내가 모르는 부분들이 많아서 뭐라 못하고 넘어갔었다.
근데 정말 러시아편은 가관이다.
서문 읽을때부터 맘에 안들었는데 거기서 책을 놔야 했었다.
그럼에도 5만원이란 무지막지한 가격과 사진들이 궁금해서 꾸욱 참고 참고 또 참고 봐 나가는데 3분의 1쯤 지나니 도저히 못참겠다.

혁명을 비판하든 어쨌든 그건 뭐 관점의 차이라고 하자.
하지만 적어도 역사학자라는 간판을 업고 이정도의 돈 무지 많이 드는 책을 사라고 할라치면 최소한 비판의 근거정도는 나와야 하는거 아니야?
노동자들이 생존을 요구할때 그리고 그것이 폭발할때 우아한 공주님이 여는 화려한 파티에 대해서는 왜 그냥 파티가 열렸다고 하냐고? 왜 귀족들의 무책임에 대해 한마디도 안하는지....
러시아의 사회주의가 다 잘했다고 하는거 아니다.
수많은 실패와 오류들- 어떤 것들은 지나치게 결정적이기도 한 -을 지우자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짜르체제가 러시아 민중들에게 강요했던 비참한 삶은 어디에서도 언급되지 않으면서 이건 마치 볼세비키 범죄현장 증거자료를 모아놓은듯 책을 쓴건 진짜 균형상실 아니가?
게다가 10월 혁명은 그 수많은 오류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20세기 세계사에 끼친 영향은 정말로 강력한 것이었다.
당시 식민지 피압박민중에게 던진 연대의 손, 노동자, 농민소비에트가 권력을 잡은 최초의 혁명이라는 점, 그것이 전 세계에 던진 반제국주의 전쟁의 이념.
이건 결코 무시될 수 없는 인류역사의 결정적인 한 장이다.
하지만 어쩌랴? 저자가 이런건 모르는척 하기로 했거나 아니면 아예 진짜 모르는것 같으니....
하지만 도대체가 왜 내가 내 돈 들여 비아냥과 욕밖에 없는 책을 읽어야 하냐 말이다.
그렇게도 러시아 혁명이 혹은 1억분의 1쯤 되어보이는 러시아 혁명의 재연 가능성이 두려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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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별 1개는 절대로 책 내용에 주는 게 아니다.
별점을 안주면 리뷰가 안써지니까...
그나마도 책 속의 사진들에 준 별이다.

10월 혁명과 러시아 혁명가들에 대한 증오가 너무 심했는지 내용의 서술도 끊임없이 지엽적인 문제들로 인해 방해받는다.
레닌이 가발을 쓰고 변장을 했는데 그것마저도 못해서 친구들이 다 알아봤다는 문장, 그리고 가발업자가 나이들어보이는 색깔의 가발을 사는 레닌을 이상하게 생각했다는 문장이 진짜 뜬금없이 왜 들어가는지는 도저히 알수가 없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이런식으로 흐름을 방해하는 문장들이 곳곳에서 나오니 성질이 안나겠냐고?

5만원짜리 책을 할인과 쿠폰해서 4만원쯤에 샀던거 같은데 이 돈을 어디서 돌려받지?
영국의 브라이언에게 편지를 써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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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8-09-04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알라딘에서 사셨으면....일주일 내에 교환이나 환불이 되지 않을까요.....^^;;;;

바람돌이 2008-09-04 14:00   좋아요 0 | URL
이게 산지 1년은 됐을걸요. 앞의 시리즈 3권 읽고 미루다 미루다 드디어 보기 시작한건데..... ㅠ.ㅠ

마노아 2008-09-04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은 바람돌이님의 분노에 공감한다는 의미에요ㅠ.ㅠ

바람돌이 2008-09-04 22:53   좋아요 0 | URL
관점의 차이가 있어 동의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뭔가 생각해볼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어야 할텐데요. 그게 참.... 하여튼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렇게 불쾌했던 적도 참 오랫만이네요. ^^

무해한모리군 2008-12-30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국내라면 저자에게 착불로 보내버릴텐데요.
저건 우편향이 아니라 당췌 역사왜곡인거 같은데요 --a

바람돌이 2008-12-30 09:34   좋아요 0 | URL
해외는 착불이 안되나봐요? 뭘 해외에 보내본적이 없어서... ㅠ.ㅠ
 
한국사傳 - 역사를 뒤흔든 개인들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 한국사傳 1
KBS 한국사傳 제작팀 엮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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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같은 이야기
조선의 역관이었던 홍순언은 어느 날 북경의 한 기루에서 부모의 장례를 치루지 못해 애달파하는 한 기녀에게 자신이 가진 돈을 모두 털어준다.
어디 옛날 이야기 책에서 많이 들은 이야긴데 이게 실제였구나...
그 인연으로 인하여 홍순언은 조선왕실의 최대 외교 현안이었던 종계변무(이성계가 정적이었던 이인임의 아들로 명나라에 잘못알려진 문제)의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이 인연은 임진왜란때 다시 명의 원군을 청하는데서 다시 힘을 발휘하고 마지막으로는 기녀의 자손들이 명의 멸망후 조선에 와서 정착하기까지 하는데로 이어지다니...
스치는 삶의 인연이 어찌 이리도 질긴지......

소설로 잘 알려진 파리로 간 조선 최초의 여인 리진의 이야기나 조선 왕실의 마지막 왕녀였던 덕혜옹주의 삶은 그들이 가지는 역사적 위치와는 상관없이 애달프기만 하다.
자신의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없었던 마지막 전근대사회의 여인들은 역사의 격랑속에서 결국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었으니..
그에 반해 봉건사회속에서도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했던 제주여인 김만덕의 이야기는 시대를 뛰어넘는 동시에 인간으로서의 휴머니티를 실현했던 새로운 여성상을 발견한다.
시대의 희생자에게 느껴지는건 그저 연민일뿐이지만, 김만덕에게서 발견하는건 시대를 뛰어넘는 자유로운 영혼의 위대함이다.

변절자라 하여 오랫동안 손가락질 받았던 신숙주의 삶을 되짚어보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다.
조선중기 이후 권력을 잡은 사림파들의 명분론속에 신숙주가 들어갈 자리는 없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 인간에 대한 평가 역시 변하는 것.
지극히 현실적이고 뛰어난 관료로서의 모습을 추적하면서 역사의 평가는 참으로 복잡다단하달수밖에....
그러나 현실적이라는 것이 항상 외줄타기와 같은 것이라 오늘날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명분이냐 현실이냐를 두고 고민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일터이다.

고구려의 유민 출신으로 쇠락해가는 당제국속에서 절도사가 되어 산둥지역에 자신의 왕국을 건설했던 이정기.
책속에서는 이정기의 나라가 굉장히 경제적으로나 무력적으로나 강력한 국가였던 걸로 나오는데 그건 역사적 사실이라 쳐도 이미 망한지 오래인 나라의 유민이었던 이정기가 고구려인이라는 자의식을 가지고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고구려 멸망 이후 특히 고구려 유민에 대해서 우리역사학계나 사람들은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오히려 그런 유민들이 나름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당제국의 개방성에 더 관심이 가는편이랄까....

그 외에도 조선왕조의 마지막 충신이었달수도 있는 헤이그의 이준
아들을 죽인 아버지 영조
너무나도 극명하게 반대였던 김옥균과 홍종우.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속에서 휩쓸려든 개인들은 삶은 참으로 아프기도 하다.
인간의 삶을 어찌 역사의 거대함만으로 설명하고 규정지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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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09-02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자들 대부분은 이정기나 고선지를 읽으면서 우리 민족의 기상이니 자랑스런 군인이니 이런 평가인데 당제국의 개방성을 언급한 것은 국수주의 감정에 매몰되지 않는 냉정한 이성을 갖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바람돌이 2008-09-03 14:39   좋아요 0 | URL
이정기나 고선지를 그냥 그 인간자체로 평가하는 것. 그리고 그들이 삶속에서 고구려 후예들의 운명이나 삶의 질곡을 추적해가는 것은 의미있는 작업일수 있겠지만 그걸 확대해석에서 자랑스러운 고구려인 또는 한국인 이런식으로 몰아가는건 좀 웃기지 않나요? 그때 그런 정도의 민족관념이나 국가 관념이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

노이에자이트 2008-09-03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그렇구말구요.
 
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따지고 보면 참 단순한 내용인데...
그게 참 뭐라고 할까?
강물이나 바다를 오래 보고 있으면 순간적으로 내가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물귀신인가? ^^;;
근데 이 소설이 닥 그런 느낌이다.
책 속으로 자꾸 빨려들어가는 느낌 - 딱히 재미있다 없다의 느낌과는 다른 그 무엇.

읽다보면 내가 어느새 15살 소녀 제스가 되어 강물을 헤엄지고 있거나
리버보이의 모습을 쫒고 있거나
할아버지와 소녀의 애정을 가만히 훔쳐보고 있는 느낌 그런 것들이다.

이 책에서 분명한건 사실 아무것도 없다.
죽음을 앞에 둔 할아버지의 집착과 상처의 근원이 무엇인지
리버보이의 정체가 무엇인지...
할아버지가 그토록 완성하고자 한 그림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지...
정말 모든 것이 어렴풋하게 환상처럼 스쳐갈뿐이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어쩌면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단숨에 이 책을 읽게 한 매력의 정체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 또 너무나 분명한 것은 굳이 말이 아니어도 손에 잡힐 듯 느껴지는 할아버지와 제스간의 특별한 유대이다.
아마도 모든 환상의 근원에는 이 둘 사이의 지극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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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8-26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브리핑에 뜬 제목을 보고, 순간 '케익?'이란 생각을 하며 달려왔어요. ^^;

바람돌이 2008-08-26 13:17   좋아요 0 | URL
마음이라고 앞에 붙일걸 말예요 전 이런 제목이 케익이나 화장품을 연상시키리라고는.... ㅎㅎ

순오기 2008-08-26 0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이 책을 읽다 말았어요~ 계속 다른 일이 생겨서 읽다 말고 읽다 말고~` 서너번 그랬더니 그만 김이 빠져버려서 못 읽었어요. 독서도 방해받지 않고 집중해야 하는데... 나중에 처음부터 다시 봐야겠어요.^^

바람돌이 2008-08-26 13:18   좋아요 0 | URL
인연이 안돼는 책이구만요. 이 책은 제스를 따라 가는 긴장감이 핵인 것 같은데 그런 작품은 역시 긴장감 풀어지기 전에 단번에 읽어야 될 듯... 안그럼 좀 김이 샐것 같아요. ^^

Kitty 2008-08-26 0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서재 브리핑에서 '촉촉하게'만 보고 화장품 리뷰인 줄 알고 ㅎㅎㅎㅎㅎㅎㅎㅎ

바람돌이 2008-08-26 13:18   좋아요 0 | URL
다음엔 꼭 촉촉하게로 시작하는 화장품 리뷰를 쓰겠습니다. ㅎㅎㅎ

세실 2008-08-26 0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글이 가슴에 와 닿네요. 지극한 애정이 그립습니다. ㅎㅎ

바람돌이 2008-08-26 13:19   좋아요 0 | URL
사실 할아버지와 손녀가 그것도 사춘기의 손녀가 저렇게 지극한 애정으로 연결되기가 쉬울까 싶은데... 한편으로 부럽기도 합니다.

미설 2008-08-26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랬어요, 솔직히 뭐 아주 재밌는 느낌은 아닌데 고요함 속에서 뭔가 끌어당기는 느낌이 있더라구요, 읽는 내내 강물소리가 들리는 느낌이었어요^^

바람돌이 2008-08-26 13:2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읽는 내내 강물소리가 들려요. 어둠속에 묻혀 바위를 휘감고 돌며 흘러가는 강물소리.... 이게 책의 흡입력인 것 같아요. ^^
 
이 영화를 보라 - 인문학과 영화, 그 어울림과 맞섬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이 영화를 보라고? 아예 명령이다.
책 목차를 쭉 보니 다행히 안 본 영화는 없군.(아! 이 소심함 ㅠ.ㅠ)
늘 명쾌하고 직설적인 문장을 구사하는 고미숙씨가 영화에 대해서 말한다?
조금은 의외이기도 하고 또 그만큼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인문학자의 영화 얘기라 좀 골치아프겠군 싶기도 하고...

하지만 의외로 책은 참 잘 읽힌다.
그렇다고 해서 책의 내용이 만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하나 하나 풀어나가는 솜씨가 역시 고미숙씨 하는 감탄을 나오게 한다.
어쩌면 영화에 관한 얘기라기 보다는 6편의 한국영화가 보여주는 오늘의 한국 현실, 그리고 대안적 삶에 대한 통찰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것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그녀의 말들은 충분히 경청할만하다.

오늘의 한국사회의 한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영화 <괴물>
영화 <괴물>에서 저자가 보는건 위생권력의 탄생과 지배력이다.
위생권력이 강두를 노란 침낭에 둘둘 말아 질질 끌고 가는 장면에서 저자는
"어떤 독재권력도 대중을 이 따위로 '허접하게' 다루지는 않는다. 오직 위생권력만이 할 수 있는 짓이다. 왜? 모든 사람들이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건 의학의 힘이고, 그 힘은 '전문가나 국가기관만이 독점할 수 있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31쪽)
아! 근대 이후의 권력은 얼마나 치밀한가?
그 세계를 살아가는 이들의 정신세계를 완전히 지배하는 이 힘은....
자본의 권력은 비단 정치를 통해서만 구현되는 것이 아님을, 그것은 우리의 일상과 의식의 모든 부분을 관통하고 있음을 저자는 <괴물>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괴물>에 대한 이야기에서 그러하듯이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오늘의 우리 현실이다.
영화 <황산벌>을 통해 민족과 역사의 엄숙주의를 걷어내고 사투리를 질펀하게 쏟아내면서 좌충우돌하는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날것으로 보여준다.
온갖 엄숙한 개념과 이데올로기가 그대로 해체되어버리는 곳에 어쩌면 진짜 인간의 삶이 있을지도....

민족이 상상의 공동체이듯 가족 역시 근대국민국가의 산물이란다.
<밀양>의 신애는 끝도없이 추락하면서도 그 상상의 가족, 화목한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이 만든 상상의 스위트홈을 위해 행복은 오직 가족이라는 배치속에서 가능하다고 믿으며 이미 사라지고 없는 것을 여전히 붙들어매려 하는 안간힘은 가족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견고한가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한국인의 이미지로 고착화되어 버린 '한"의 정서는 서편제에서 또 얼마나 절절하게 노래되어졌던가....

이런 현재의 한국사회의 각종 권력과 이데올로기들의 지형은 <라디오스타>에서 새로운 모습을 준비한다.
서울-중앙이 아닌 지극히 변두리인 영월에서 새로운 중심을 만들어내는 삶들의 이야기.
권력의 축에서 이탈해나가는 그럼으로써 새로운 삶의 형식을 만들어내는 이들.
솔직히 라디오스타를 이런 식으로 읽어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나오는 책들이 끊임없이 얘기하는 유목민적 삶의 가능성을 <라디오스타>에서 발견할 줄은.....
자본과 온갖 권력에 의해 경계지어진 삶의 정형적인 틀에서의 미끄러짐, 새로운 중심을 창조하는 부단한 유목민으로서의 삶 - 이것들이 정말 우리 사회를 바꿀수 있을까?
아니 그런 유목민적 삶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서 동의되어질 수 있을까?
우리 사회가 지금의 추락을 끊임없이 계속한다면 자기 삶에서 유리되어진 사람들이 이렇게 끊임없이 늘어난다면 그것이 새로운 삶의 공동체, 새로운 삶을 창출하는 역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하나의 대안적 삶의 가능성을 보는 것만으로도 잠시 맘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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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8-26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기 실린 영화는 다 봤는데 책은 몰라요~ 올라오는 리뷰로 맛보기하는데 급호감이에요.^^

바람돌이 2008-08-26 01:56   좋아요 0 | URL
아직 안주무세요? 올빼미족들의 만남이군요. 저는 이제 자러 가려구요.
전에 고미숙씨 책 <나비와 전사>가 그리 읽기 쉽지만은 않았던 까닭에 나름 어려울 각오를 하고 책을 들었는데 의외로 그리 어렵게 않게 읽혔어요. 영화가 다 본 거였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고, 글을 참 단순 명쾌하게 잘쓴다는 이유가 더 강하겠지만요. ^^

순오기 2008-08-26 04:01   좋아요 0 | URL
이제 자야겠어요. 아들녀석 독서왕 상품권 3만원에 눈이 멀어~ 그동안 읽은 것 정리해주느라...^^

바람돌이 2008-08-26 13:21   좋아요 0 | URL
3만원이면 아이들 수준에서 눈이 멀만 하군요. ㅎㅎ

세실 2008-08-26 0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디오스타 참 여운이 남는 영화 였습니다. 가끔 박중훈이 불렀던 '비와 당신사이(맞나요?)' 듣고 싶어집니다. 무너짐은 또 다른 가능성,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죠. 음 황산벌 안보았네요.

바람돌이 2008-08-26 13:21   좋아요 0 | URL
저는 사실 그 노래는 또 딱히 취향이 아니었거든요. 근데 영화는 참 즐겁게 봤어요. 황산벌은 제가 가장 재밌게 본 영화중 하나였는데요. 재밌어요. 보세요. 보세요. ^^

노이에자이트 2008-08-26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산벌에서 김법민(훗날 문무왕)이 아주 재수없는 종자로 나오던 게 기억나네요.

바람돌이 2008-08-27 10:36   좋아요 0 | URL
저는 김법민의 동생 김인문이 더 재수없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말입니다. ㅎㅎ

노이에자이트 2008-08-26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요즘 수유너머 출신들이 영화에 대한 책 내는 게 유해인가봐요.이진경 씨도 최근에 영화관련서를 냈던데.

바람돌이 2008-08-27 10:39   좋아요 0 | URL
이진경씨 책은 1995년에 <필로시네마 혹은 탈주의 철학에 관한 7편의 영화>라는 책을 냈었어요. 이번에 나온 책을 보니 제목도 비슷, 안에 들어있는 영화도 앞의 7편에 3편의 영화를 더 추가한듯.... 책 소개를 보면 내용도 많이 달라졌다 하던데 아직 안봤으니 모르겠네요. 10년이 훌쩍 넘었으니 생각이 많이 더 나아갔을 수도 있겠고....^^

노이에자이트 2008-08-27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그 책이 개정판이었군요.

바람돌이 2008-08-29 22:27   좋아요 0 | URL
전 개정판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소개를 보면 좀 많이 다시 쓴 것 같아 아예 새로운 책이 된듯도 하고... 이전 책을 참 재밌게 읽었거든요. 그래서 지금 다시 새책을 볼까 생각중이에요. ㅎㅎ
 
도대체 누구야!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73
버나 알디마 지음, 김서정 옮김, 다이앤 딜론 외 그림 / 보림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공연시간이 다가오면 마사이 마을 사람들은 기대에 부풀어 막 앞으로 모여듭니다.

엄마 마사이가 누구야?
음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 중 하나란다.
이 사람들은 정말 빨리 뛸 줄알고 사냥도 잘하는 사람들이야.
근데 여기 그림봐!
표지에 보면 머리를 길러서 묶거나 땋은 사람들 있지? 이 사람들은 다 남자란다.
그리고 요 페이지에 보면 머리를 빡빡 밀어서 대머리처럼 있지? 이 사람들이 여자야.
정말?? 와 웃기다~~~
마사이 사람들은 우리랑은 반대로 머리를 기른단다.
나도 알아 엄마 사람은 다 다르잖아. 그치?
근데 여자들은 귀걸이랑 목걸이를 많이 해서 예뻐 엄마
그래 이런 목걸이 귀걸이 엄마도 하고싶다. 정말 예쁘지!
나도 나중에 커서 이런거 하고 싶어 엄마!

다른 그림책보다 읽어줄때 도입부가 많이 길어졌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여느 그림책과 별로 다르지 않다.
마시아족 사람들이 동물을 가면을 쓰고 나와 한바탕 연극을 벌인다.
내용은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사는 토끼가 어느날 집에 들어가보려니 누군가가 들어가서 문을 잠궈버린 것.
자신의 집을 빼앗겨 너무나 분하고 원통한 토끼는 정말 화가 치밀지만
집안에서 반복되는 "나는 길쭉이다. 나무도 통째로 먹어 치우고 코끼리도 밟아뭉갤 수 있다. 썩 꺼져라! 안그러면 너도 밟아 뭉개버릴테니까!"라는 걸걸한 목소리.(우리 아이들은 나중에는 이 소리가 나오면 지들이 더 큰소리로 따라하며 낄낄거리더군..)
굉장히 무서운 놈 같은데 들어갈 방법은 없고 토끼는 미칠 지경이다.

그 순간 개구리가 토끼를 도와주겠다고 하지만 토끼는 자기 보다 작은 놈이 뭘하겠냐며 무시해버리고...
연이어 온갖 동물들이 나타나 토끼를 도와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집안에 있는 동물을 끌어내기 위해 집을 부수려고 하니, 집을 너무 소중하게 가꾸는 토끼는 기가 찰 노릇이다.
결국 토끼가 무시했던 개구리의 등장차례!
힘이 아니라 꾀를 써서 결국 집안에 있던 괴물을 끌어내고야 만다.
그런데 그 괴물의 정체는?  ㅎㅎ 이건 책을 보는 분들을 위해 남겨두자.

보기 드문 마사이족의 옛 얘기라는 매력
풍부한 색채는 조금은 낯선 아프리카를 닮은듯하고
그림의 모양도 아프리카 지역의 미술 분위기를 많이 풍긴다.
아마 작가가 의도한바겠지만....
그리고 중간중간에 알아들을 수 없는 의성어, 의태어들이 나오는데
예를 들면 토끼가 울때는 울루 울루 울루 하고 울고, 자칼이 도망갈때는 끄삐두, 끄삐두 하고 달아나는 식이다.
우리와는 다른 이런 말들이 조금 생뚱맞기도 하다가 아이들과 같이 흉내를 내면서 읽어보면 의외로 재밌다. (동물의 울음소리를 표현하는 방법도 이렇게 다 다르다는걸 가르쳐줬지만 아이들은 조금 이해가 안되는 표정! ^^;;)

아이들과 잠깐이라도 늘 보는 것과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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