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의 신부(3) : 그를 사랑했던 나
제인 에어를 사랑하는 이유




 
















지난주 징검다리 휴가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 (피곤하다면 집에서 쉴 것이지 --- 집에 있으면 집안일 해야 해서 나갑니다. 이래 봬도 제가 주부랍니다) 광화문 교보문고 가는 길에 책 몇 권을 팔고(여러분, 제 책은 진짜 완전 새 책이라 직원이 제가 책을 안 읽고 파는 줄로 알아요. 책 구매한 후에 희망 도서가 도착하면 도서관 책으로 읽은 경우엔 완전 새 책이고, 제가 읽은 소설도 거의 새 책이긴 합니다), 두 권을 샀다. 리베카 솔닛 책은 출판사의 획책이 있었던 건 아닐까 의심이 생길 정도로 새 책들이 줄지어 누워있었고, 이 책은 원래 안 사려고 했는데 책 상태가 좋아서 샀다. 작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제목에 혹해서.

 


<신성한 제인 에어 북클럽>이라고 제목을 정한 이유가 있겠지만 원제는 <Praying with Jane Eyre>이어서 한글판하고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한글판 제목은 당연히 오스틴 북클럽을 연상시키는데, 그게 내가 이 책을 산 이유이기도 하다. 원제를 통해 추측하자면 이 책은 <제인 에어>기도하듯이 읽겠다는 분위기를 풍기는데 그 추측은 적확하게 옳다.  

 


제인 에어에 관한 책이니 제인 에어 혹은 작가 샬롯 브론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혹은 나는 그렇게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다. 책장이 100쪽을 넘어가는 때까지도 제인 에어, 로체스터는 눈 씻고 찾아봐야 스치는 옷깃 하나 찾아볼 수 없다. 앞부분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위대한 행동이란 무엇인가’, ‘진실한 환대란 무엇인가이고, 이는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조부모/외조부모 네 사람과 그들의 자녀, 그리고 손녀인 저자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또한 민족적으로, 역사적으로, 심리적으로완벽한유대인이고, 문학을 전공한 무신론자 목사이며, 여성인 그녀의 개인적인 이력이 이 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기도 한다. 여러 부분에서, 최근에 읽었던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를 자연스레 떠올렸다.

 


삶에는, 쉽게 그 무게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그것이 타자의 삶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혹은 말해지는 부분 이면에, 듣는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고통과 고뇌가 존재한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1970년대 후반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라고 지금까지 살고 있는 나의 삶과 경험으로는, ‘1940년대 후반, 책만 읽고 일하지 않는 아버지 밑에서 셋째 딸로 태어나 밥 먹듯이 배를 곯았던 엄마의 삶을, ‘아무리 똑똑하고 야무져도 결국 남편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어 매일 달음박질하듯 여기저기를 오가며 자식들을 키워냈던 외할머니의 삶을 상상하기 어렵다. 핏줄로, 기억으로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타인이 도달하기 어려운 경험의 특정한 지점이 분명 존재한다.  


 

아우슈비츠에서 살아 나온 사람이 아버지라는 것, 어머니가 아우슈비츠 생존자라는 경험이 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그런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이 만든 가정. 그 가정의 분위기, 그 가족들만의 독특한 문화. 저자와 그의 부모, 그의 조부모/외조부모는 모두 아우슈비츠를 현재로 살아간다. 비극을 목도한 그들은 무신론자가 된다. 유대인의 전통과 문화를 전수하고 향유하는데 여념이 없지만, 자신들이 유대인임을 밝히고, 그 사실을 소중히 여기지만, 그들은 무신론자다. 그 거대한 비극 앞의 침묵을 그들은 신의 부재라고 이해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경험이, 비극적이고 또한 운명적인 에피소드가 이 책에는 가득하다.

 

 



이제, 진짜 제인 에어 나온다.


 

나는 중학교 때 <제인 에어>를 처음 읽었고 그 후로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지만, 처음 읽었을 때부터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두 사람의 결혼식 날 밤, 즉 로체스터의 과거가 밝혀져 결혼식이 급작스럽게 연기되었던 그 밤, 두 사람의 대화 장면이다. 정확히는 끈질기게 제인 에어를 설득하는 로체스터를, 나는 좋아한다.

 


물론이다. 로체스터는 나쁜 사람이다. 그는 아내를 다락방에 감금한 채로 제인과 결혼하려고 했고, 결혼 사실을, 현재 아내가 살아있음을 제인에게 숨기려 했다. 또한 제인에게 자신의 정부로 살아갈 것을 제안했고, 무력적인 방법을 시도할 의도가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럼에도 로체스터는 그 밤에, 끊임없이 제인을 설득한다. 그것이 어디까지나 로체스터의 입장임이 분명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달라고 간청한다. 자신에게 주기로 한 애정을 저버리지 말라고 애걸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오직 그녀뿐이라고 반복해서 말한다. 나는, 그런 로체스터를 사랑한다.


 

나는 로체스터가, 그 불같은 성정의 로체스터가 제인에게 손 하나 대지 않았다는데 감동한다.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에 낼 수는 없었다. 로체스터는 기혼자임을 감춘 채 20년 연하의 천사 같은 제인과 결혼하려 한 패악한 인간이며, 첫 번째 아내 버사를 동물 취급하고, 그녀를 감금했으며, 세계를 유랑하며 향락을 일삼은 쾌락의 화신으로그럼에도, 나는 로체스터가 제인에게 손 하나 대지 않았다는데 감동한다. 그리고, 그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이 책의 저자는 한다, 이렇게


 

'세상에! 바네사, 그가 제인을 강간하지 않았다고요? 참 훌륭하기도 하네요! 남자가 "강간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만족하라고요?' 내 대답은,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사실 상대를 충분히 진실하게 이해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남자들 사이에서는 희귀하고 급진적인 태도임은 인정하자. 하지만 나는 로체스터가 여기서 말하는 것이 '나는 너를 강간하지 않을 거야'의 의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244)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나는 여기서 만난다. 그녀가 또 쓴다.


 

이때는 남성이 아내를 합법적으로 폭행하고 정신병원에 보낸 후 동정을 받을 수 있는 시절이다. 백인 남성의 특권이 법의 부산물로서 어쩌다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법으로 규정되는 체제가 작동하는 시대다. 그리고 그 역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바를 확실히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지만 그 모든 법과 돈과 체격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복자가 되지 않기로 결정한다. 내가 볼 때, 그가 진실로 원하는 것은 심지어 제인의 영혼을 소유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다만 제인이 자신의 영혼을 자발적으로 보여 주기를 바랄 뿐이다. (244)

 



나는, 그가 자신이 원하는 그것, 제인의 영혼을 얻고자 할 때, 그녀에게 간청하는 이 부분이 너무 좋다. 사랑을 원하는 사람의 이 끈질긴 갈구를, 나는 사랑한다. 자신에게 주어질지도 모를 사랑의 가능성을 믿고,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그녀를 나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그 마음을, 나는 사랑한다. 그리고 그 애절한 마음과 진실한 사랑이 미친 집착과 부인할 길 없이 확실한 광기와 얼마나 가깝게 존재하는지도 안다. 그래서 소중하다. 그런 마음, 사랑을 갈구하는 그런 마음은, 그래서 소중하다

 

 















남자가 여자를 주저앉히기로 했을 때, 남자가 여자를 내 것으로 만들려고 작정했을 때, 여자가 동의하지 않아 다른 수단이 보이지 않을 때, 폭력적이고 수준 미달의 남자가 취하는 가장 흔한 방법이 강간과 임신이다. 필리스 체슬러의 남편 이야기다. 체슬러의 남편은 그녀를 속여 카불로 데려갔고, 잠깐만 머물겠다던 그의 말을 도저히 신뢰할 수 없게 된 체슬러는 카불을 탈출할 기회를 엿본다. 그녀를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체슬러의 남편은 최후의 수단을 강구한다.

 




Abdul-Kareem embarks on a campaign to impregnate me. He does not stop, even though he knows I am ill and weak. (<An American Bride in Kabul>

 



체슬러의 경험은 그녀만의 것이 아니다. 여자를 주저앉히고자 하는 모든 남자가 사용했던 방법, 여성을 신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제압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강간임신이다. 이렇게 주저앉은 여성은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자유민을 노예로 만드는 데 필수적인 요소인 신체적 공포와 강압은 여성에게는 강간의 형태로 나타났다. 여성들은 강간에 의해 신체적으로 제압되었고, 일단 임신이 되면 아마도 심리적으로 자신의 주인에게 애착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노예제에서부터 축첩의 제도화가 시작되었으며, 그것은 포로 여성들을 포획자의 가구에 통합시켜서 포획자가 그 여성들의 충성스런 서비스와 자손들을 확보하는 사회적 도구가 되었다.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154)

 

 


필리스 체슬러의 남편 같지 않았던 로체스터를, 정복자가 아니라 영혼의 동반자가 되기 원했던 로체스터를, 밤새 제인에게 간청했던 로체스터를, 혹은 그의 진심을, 나는 믿는다.

 

 


 


아무리 제인 에어를 좋아해도 이 표지는 진짜 아닌 것 같다. <제인 에어> 예쁜 장정을 한없이 찾아 헤매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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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ora 2023-06-17 2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춘기 시절 가슴 설레며 읽었던 ‘제인 에어‘ 였는데, 머리가 굵어지면서 그 사실을 왠지 외면하고 살았어요. 아이돌을 좋아했던 시절을 모른척 하는 것처럼요ㅎ. 님의 글을 읽고 제인에어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대화하는 시간이 될 듯 합니다.

단발머리 2023-06-21 19:11   좋아요 0 | URL
저도 오랫동안 제인 에어가 제 인생의 책이라는 말을 선뜻 못 했던 시간들이 있었거든요. 이름 발음하기도 어려운 작가를 좋아한다고 말하는게 근사해 보인다고 생각했던... 철없는 시절이었습니다. 다시 제인 에어를 읽게 되시면 그 때 또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눠보아요^^
 

















1.     동등대우 이론 :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 같은 처지의 남성과 여성을 비교. 간단해서 이해하기 쉽고, 주류 사회가 받아들이기 쉬움.



2.     문화 페미니즘 : 캐롤 길리건. 남녀 사이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로 인한 불이익을 법이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 여성적 속성을 높이 평가하다 보니 여성이 전통적 사회 역할에 충실한 경우에만 여성을 가치 있게 평가한다는 비판을 받음.



3.     지배 이론 : 여성과 남성 간 권력의 차이에 주목. 캐서린 맥키넌, 안드레아 드워킨. 여성의 성적 종속을 가시화하는 포르노그래피를 성차별이라 규정. 성 본질주의라는 비판을 받음. 백인 여성의 경험만이 보편적인 것처럼 서술되고 어머니로서 여성의 경험을 깎아 내린다는 혐의도 받음.



4.     반본질주의


1)     비판적 인종 페미니즘 : 기존 페미니즘이 먹고살 만한 백인 여성들의 요구사항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었다고 비판. 인종 분류에 대한 의문 제기.

2)     레즈비언 페미니즘 :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해고하는 것이 합법인 현실. 결혼할 권리를 위한 사회, 법적 운동.



5.     에코 페미니즘 : 인간의 억압(성차별, 인종차별 등)과 환경 파괴의 교차점을 강조, 삼림 파괴에 대항하는 강력한 환경 운동.



6.     실용주의 페미니즘 : 여성들의 일상적으로 겪는 현실의 모습 속에서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



7.     포스트 모던 페미니즘 : 포스트모던 페미니즘, 비판적 페미니즘 & 실용주의는 모든 여성들이 하나의 경험 또는 조건을 공유한다는 생각을 거부함.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페미니스트들은 젠더를 사회적으로 구성되고 관계적이며 가변적인 것으로 해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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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6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21 1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3-06-16 11: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점노트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23-06-21 19:12   좋아요 1 | URL
매우 부끄럽습니다!

다락방 2023-06-16 1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런 걸 못해요, 이런 걸. 가닥 잡기라고 해야 할까. 요점 정리, 가닥 잡기 이런걸 못해요. 수시로 정리 부탁드립니다. 참고하겠습니다. 꾸벅.

단발머리 2023-06-21 19:13   좋아요 0 | URL
수시로 정리 부탁하셨는데 페이지가 꽤 넘어갔습니다 ㅋㅋㅋㅋㅋ 곧 돌아올게요!

햇살과함께 2023-06-16 15: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학창시절 노트정리 좀 하셨군요?!

단발머리 2023-06-21 19:14   좋아요 1 | URL
아이고 ㅋㅋㅋㅋㅋ 부끄럽습니다. 줄친 문장만 옮겨 적었는데요 ㅋㅋㅋㅋㅋㅋ 반응이 폭발적!!!

책읽는나무 2023-06-16 2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학창시절 단발 님이 요점 정리 끝낸 A4지는 반친구들이 돌려가며 시험공부 했겠는데요?^^
저도 요점정리를 잘 못해서 요점 정리 잘하는 친구한테 빨리 정리하라고 시켜서...빨리 달라고 손 벌리곤 했었습니다.
저는 단발 님의 왼팔!!
딱 붙들고 있어야겠어요.ㅋㅋㅋ

단발머리 2023-06-21 19:15   좋아요 1 | URL
만약 그랬다면 저는 진짜 ㅋㅋㅋㅋㅋ 지금 얼마나 행복할까요? 저는 그 때 5교시 수업 때마다 고개를 떨구던 한 명의 서글픈 고딩이었구요. 그래도 제 노트를 빌려달라 하는 친구가 있긴 했습니다만 5교시 노트는 제가 빌리러 다니던 ㅋㅋㅋㅋㅋㅋ

저 좀 꽉! 잡아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3-06-16 2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포스트 모던 페미니스트와 에코 페미니스트에 가깝게 살아가고자 하는데 어쩌면 제일 쥐약인 것도 같습니다. 지배 이론은 ‘어머니로서 여성의 경험을 깎아 내린다는 혐의‘를 갖고 있어서 저 멀찌감치 밀어두고 싶구요. 알아야 할 것들은 너무 많아요. 하지만 설거지 다 하고나니 뻗었습니다. 디카페인으로 커피 한잔 마시고 자야겠습니다. 구테 나흐트, 단발님~

단발머리 2023-06-21 19:1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포스트 모던 페미니스트와 에코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경험 혹은 그런 경험의 가능성을 생각할 때 제일 주눅이 들기는 합니다. 어머니로서의 경험 역시 여성의 중요한 일부인데 그걸 부정한다는 것도 좀 마음에 걸리기는 해요. 하지만 모성도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감정이기도 해서, 제 맘은 또 복잡해지고요. 저는 지금 타로티를 마시고 있습니다. 오늘도 일찍 잘거라서, 인사 미리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테 나흐트, 수이님!
 


















밤 11시가 훌쩍 넘어 이제 모두 잠자리에 들 시간. 아롱이 교복 반팔 셔츠가 안 보인다. 금요일에는 이것저것 안 입고 흰 티에 후드 걸치고 나갔으니까 반팔 셔츠는 목요일에 입고 갔다는 건데.... 왜 없니. 아롱이 옷장, 남편 옷장, 딸 옷장(왜?)까지 뒤져도 나오지 않는 반팔 셔츠. 아롱아? 혹 모르니까 학교 가서 반팔 셔츠 찾아봐. 없어요. 그니까, 가서 한 번 보라고. 



그 날 밤. 집에는 반팔 셔츠와 지난달에 제주도 여행 갔을 때 두고 온(?) 게스 청바지가 돌아와 있다. 

어머, 이건 뭐니? 제주도에 두고 왔는데 숙소 사장님이 보내주셨고, 누구 바지니? 하고 물으시는 선생님께, 눈썰미 있는 친구가 아... 그거 아롱이꺼에요. 그렇게 반팔 셔츠와 청바지는 무사히 잘 돌아왔다고 한다. 





사고 싶은 책. 



<현대사상입문>은 많이 어려워 보이고 사실 내 스타일도 아니지만 읽어야만 하는 분위기 어쩔. 

<감시와 처벌>은 <광기의 역사> 다음으로 흥미로워 보이는 푸코책. 

프레모 레비는 말해 무엇하리요. 





오늘은 수요일. 수요일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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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6-14 09: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현대사상 입문>은 저도 찜해놨습니다! 단발님이라면 안 어렵게 읽으실 것 같아요. 지바 마사야 책을 전에 읽은 적 있는데 친절하게 말하듯이 쓰는 스타일이더라고요.
단발님 오늘도 호ㅏ이팅입니다!!!! 😍

공쟝쟝 2023-06-14 09:26   좋아요 5 | URL
은오도 화이팅~!

단발머리 2023-06-14 09:34   좋아요 3 | URL
은오님 / 아... 은오님은 아는 책이군요. 전 얼마전에 처음 듣고 와.... 어렵겠다, 생각하고 목차도 안 봤는데, 이제 구입하려고요, 저두요^^ 오늘치 응원 감사해요, 힘이 납니다! 🥰

쟝쟝님 / 메롱!! 🤪

은오 2023-06-14 10:26   좋아요 2 | URL
쟝님 ㅋㅋㅋㅋ 귀여워 ㅋㅌㅋ 그래요 이렇게 가끔씩이라도 나타나줘요!!😭💕

수이 2023-06-14 13:42   좋아요 2 | URL
찜해놓고 아직도 안 사고 있으면 어쩌나요. 저는 읽고 있는 중 ㅋㅋ

책읽는나무 2023-06-14 22:50   좋아요 2 | URL
와...단발 님 글 쓰니까 쟝 님과 수이 님 깜짝 등장!!!!!
은오 님 우리 단발 님 잘 붙듭시다.
은오 님 오른팔 나 왼팔!!!ㅋㅋ

깜짝 등장이라도 반가워요!!!

공쟝쟝 2023-06-14 09: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티셔츠는 돌아와도, 저는 돌아오지 않는 다니까욘!!
그래도 땡스투 너무 하고 싶었다. 하지만 <광기의 역사>는 미미님한테 했습니다 (찡긋-)
<현대 사상 입문> 식수, 이리가레, 크리스테바의 친구인 데리다의 탈구축 갑니다.
이미 페미니즘으로 난 탈구축 다해버렸지만 ㅋㅋㅋ 6월엔 6만원을 씁니다. 안녕~

단발머리 2023-06-14 09:31   좋아요 3 | URL
제주도에서도 돌아오더라구요. 이름 안 써도.... 그 새 청바지(놀러 가기 직전에 구입한 생지 청바지/게스)가 비행기 인지 배인지 타고 서울로 와서는 우리 아롱이 학교에 턱하니.... 선생님이 물으시니 아이들이 아롱이를 가르키고...
그렇게 돌아옵니다. 이름 안 쓴 청바지도 돌아오는데, 자기 책장, 자기 자리, 자기 글을 여기에다 심어둔 쟝쟝님이 안 돌아온다는 건, 뭔 말입니까!!
탈구축을 왜 꼭 탈출하면서 하겠다는 겁니까!!!!!!!!!!!! 탈식민주의를 한국에서 하라고!!!!!!!!!!!!!!!!

공쟝쟝 2023-06-14 09:33   좋아요 3 | URL
그리워하기 위해서. 그럼 안녕~~!!!!

단발머리 2023-06-14 09:40   좋아요 0 | URL
😳😳😳😳😳

건수하 2023-06-14 09:5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할 말이 별로 없지만) 단발머리님 글이 아침에 뿅 올라와서 넘 반가워 댓글 답니다.
저 책을 읽어야만 하는 분위기는 어디서 조성된 것인가요. 저는 외면하겠습니다... ( ‘ ‘)

쟝쟝님이 읽고 정리해주면 좋겠다... (혼잣말임)

단발머리 2023-06-15 11:51   좋아요 1 | URL
반가워해주셔서 감사해요. 댓글 다는 마음도 감사드리고요.
저 분위기... 어디선가 불어오는 알 수 없는 분위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곧 읽어보겠습니다! (여성주의 막 시작한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6-14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대사상입문 읽고는 싶으나 당장은 어려울듯한!ㅋㅋ

저도 단발머리님 반가워서 댓글 달아봅니다. 오늘 하루도 힘내세요!^^*

단발머리 2023-06-15 11:53   좋아요 1 | URL
거리의화가님 댓글 감사해요. 덕분에 저는 어제 밤 늦게까지 화이팅을 했사오며 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님, 오늘 좋은 날 되세요. 저의 화이팅 보내드려요!

잠자냥 2023-06-14 1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제 조금씩 슬슬 쓰는 겁니다~ 부릉부릉=3

단발머리 2023-06-15 11:54   좋아요 0 | URL
부릉부릉 부르릉~~~~~~~~~~~~~~~~~~

수이 2023-06-14 1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급조한 글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이미 읽고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댓글 답니다.

단발머리 2023-06-15 11:55   좋아요 0 | URL
급조한 거 너무 티나네요. 송구하오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 중에 주문 예정이오나 사실 바로 읽기는 좀 어려울 듯 해요. 먼저 읽고.... 저기... 그 노트 좀.....PDF 파일로 보내주심 안 돼요?

2023-06-14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4 16: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4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4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5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5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6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7 0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3-06-14 22: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 님 또 써 주세요! 또!!!!!^^

단발머리 2023-06-15 11:55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 응원에 또 써야겠어요. 잠깐 기다려보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3-06-15 05: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돌아오는군요.ㅋ

단발머리 2023-06-15 11:57   좋아요 1 | URL
네, 전어 굽는 냄새도 안 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커피 냄새는 나구요)
집 나간 며느리 돌아온다고 합니다. 헤헤.
 




날짜를 적다 보니 의미 있고 뜻깊은 날인데 나는 오늘 그냥 일기를 올린다.

 


커피를 끊은 건 아니고, 마시는 시간을 10시간 뒤로 미뤘다.

 


커피를 끊을 수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40대에 진입했을 때, H균에 감염되어 한 달 이상 병원에 출입할 때였다. 항생제를 네 번이나 바꿔도 낫지 않고, 약사가 술을 많이 마시냐고, 피곤해서 그러니 좀 쉬라고 말했을 때, 어이없는 표정으로 커피를 끊었다. 항생제에 반응하는 장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이번에는 커피를 끊은 건 아니지만 마시는 시간을 바꿨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집을 뛰쳐나가 진하게 내린 드립 커피를 부어댔더니, 위장이 버텨내지 못했다. 출근 일주일 만에 메슥거리는 증상이 찾아오더니 점점 심해져서 급기야 임신 때도 뜸했던 헛구역질까지 해댔다. 모닝커피를 끊었고, 바로 그다음 날부터 속은 제대로 돌아왔다. 두통과 머리 무거움, 피곤 등의 증세가 찾아오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퇴근길에 달달한 커피 한 잔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외모를 포기했다

 


고 하기에는, 사수할 외모가 없구나. 아무튼 외무의 일정 부분을 포기했다. 일 년 365일에 250일 이상 요가복을 입고 나머지 날들은 청치마와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나. 집 앞에 나갈 때 썬크림만 바르는 나. 나는 내가, 예쁜 옷 입기를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예쁜 옷 사기를 즐겨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매일 아침 출근 준비에 아름다운 출근룩에 대한 환상은 모두 깨져 버렸고. 두 달이 지나서야, 5일 중 3일은 같은 옷을 입고 다니고, 두 달 동안 같은 운동화에, 같은 가방을 메고 다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두 달 동안 같은 운동화, 같은 가방이 별로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게 좋은 사람들이 있고, 또 그대로도 예쁜 사람들도 많이 있으리라. 그건 사람마다 각자 다른 거니까. 다만, 나는 내가,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 7센티 굽에 하이웨스트 치마를 입고 다니지는 않더라도 단정하고 깔끔하고 모던한 옷차림을 하고 다닐 줄(!) 알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런 행보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마음껏 그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 줄 알았다. 그랬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매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운동화를 신고, 같은 가방을 메고 집을 뛰쳐나가고, 그리고 밤에는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는

 

















<Life Lesson>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To stop doing what you love is an invitation to burnout. (141)

 


이 문장에 따르면 나는 정확히 번아웃의 시작점에 와 있다. 40시간 노동에, 쉬는 시간도 적당하고, 노동강도 적은 곳에서의 근무가 나를 번아웃에 이르게 했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포기했다. 그리고 알라딘에 오지 못했다.

 


나는 내가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즐겨하는 사람인 줄 알았으나.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나면 노곤해져서, 세탁기에서 방금 꺼낸 빨래처럼 널브러져서는 유튜브의 플레이를 누르고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 나는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는 놀라운 재발견의 시간을, 원치 않게 갖게 되었다. 커피를 포기하고, 외모를 포기하고, 그리고 알라딘을 포기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 세 가지를 포기하고 나는 쥐꼬리만 한 월급을….. 어디로 가서 어디로 가는지도 알 수 없는 월급을 (짧은 시간이나마) 갖게 되었다. 이 자리를 빌려, 이 세상 모든 직딩들과 퇴근 후 문을 열자마자 엄마!’라고 부르며 달려드는 껌딱지를 소유하신 워킹맘과 24시간 휴무 없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시간마저 확보하기 어려운 전업맘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여러분, 참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알라딘에 뜸할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피곤한 몸을 누이고서 잠을 이루지 못했던 밤에는 끝내 꿈에서 울 수밖에 없었는데, 안타까움과 슬픔의 증거는 퉁퉁 부어버린 내 두 눈이었고. 열심히 살지 않는 대신 많이 후회하지 않는 나는, 끝없이 이어지는 만약에, 그때…’의 질문에 사로잡혀 있었다. 상황과 환경, 조건에 대한 질문은 결국 나에게로 돌아왔다. 만약 그때 내가 이렇게 했더라면, 만약 그때 내가 저렇게 했더라면. 이 세상 모든 일들이 내 마음과 뜻대로 되지 않는 걸 처음 배우게 된 아이가 떼를 쓰듯, 그렇게 나는 그때, 만약…’의 질문에 매달렸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아무 글도 쓸 수 없었다. 그제는 책을 읽다가 이런 구절을 발견했다. 내 심경과 같았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고, 아무것도 쓸 수 없는 마음.

 















제인은 가정부 페어팩스 부인으로부터 로체스터가 잉그램 양을 만나러 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잉그램 양과 로체스터는 진지하게 결혼을 고려 중인 사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제인은 자신이 얼마나 로체스터를 사랑하고 애타게 기다리는지를 일기장에 적지 않는다. 유모인 소피에게도 자신이 로체스터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털어놓지 않고, 로체스터에게 그리움의 편지를 보내지도 않는다. 그가 한 일은 애써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는 상상력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아름다운 모습으로 잉그램 양의 얼굴을 그리고 또 최대한 볼품없고 못생기게 자신의 얼굴을 그리면서 자신의 가슴을 짓이기고 있었다. (144)

 





직장 생활의 애환을 넘어서서, 변신의 새로운 희망을 선사한다는 김동률의 신곡 <황금가면>을 내 친구와 또 다른 친구에게 바친다.

황금가면이 되라고. 아니, 네가 황금가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세상이 노래할 그 이야기 내가 쓸 거야


대대로 이어질 전설을 꼭 난 이뤄내고 말 거야


별에게 맹세코 절대


순간의 치기는 아니다


이렇게 태어난 거다


난 황금가면, 황금가면, 황금가면

 







 


황금가면 내 친구야.


너의 길을 가.


꿋꿋이, 흔들리지 말고


찬찬히, 너의 길을 가.


내가 너의 치어리더가 되어 줄게.


제일 앞자리,


제일 잘 보이는 곳에 이렇게 서서


너를 응원할게.


너를 응원해 줄게.


오래오래,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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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6-10 16: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

단발머리 2023-06-10 17:35   좋아요 2 | URL
두 번 해주세요…. 🥺

잠자냥 2023-06-10 20:20   좋아요 2 | URL
토닥토닥 토닥

단발머리 2023-06-10 21:20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잠자냥님....... 토닥토닥 2번 기억할게요.

건수하 2023-06-10 17: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커피는 그렇다 쳐도 아침 잘 드셔야 하는데…

옷차림에 신경쓰는 사람들은 전날 세팅해놓고 잠들더군요. 저는 너무 이상하지 않게 아무거나 주워입고 나갑니다…. (먼산)

적응기가 곧 지나갈 겁니다. 힘내셔요..

단발머리 2023-06-10 21:21   좋아요 2 | URL
그래서 오늘 많이 먹었습니다. 사진 보내드리고 싶네요.

밤에 옷 세팅하는 사람들 있다고 듣기는 했습니다만, 저도 아침에 손에 잡히는대로... 맨날 똑같은 옷 집는게 함정... (먼 산)

힘내볼게요, 수하님!

독서괭 2023-06-10 18: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으 단발님 ㅠㅠ 단발님이야말로 24시간 전업하시다가 애들 크고 수월해지니 다시 직장에.. 젤 힘드신 거 아닌가요 ㅠㅠ 토닥토닥 백번 천번 해드리고 싶어요!!
저도 적당히 암거나 꺼내입고 썬크림만 바르고 나갑니다만… 그래도 아침은 꼭 챙겨먹습니다. 아침 잘 챙겨드셔요~~ 좋아하는 것 중 하나라도 챙기실 수 있는 여유가 생기시길 빕니다🥹

단발머리 2023-06-10 21:23   좋아요 2 | URL
그래도 저는 한가한 타임을 조금은 즐겼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사이에 코로나 공격이 있었지만요.

독서괭님은 아침 꼭 챙겨드신다니 저마저 든든하네요. 저는 처음 두 주는 잘 챙겨먹었는데 요즘은 말 그대로 패쑤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사서 쌓아놓아야겠어요. 뭐가 좋을까요? ㅎㅎㅎ

독서괭 2023-06-11 07:00   좋아요 1 | URL
전 아침 제대로 못 챙겨 먹었을 땐 미숫가루를 타갑니다 ㅎ 끓이지 않고 그냥 먹는 바삭한 누룽지도 좋더라고요!

얄라알라 2023-06-10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는오프에서 뵙고 싶은 분들이 계신데, 단발머리님 !

커피 금단증세 두통 몇 번 겪어봤어요. 가혹하죠..하지만 위통 보다는 참을만 할 것 같아요. 넘 고생 많으셨습니다...

단발머리 2023-06-10 21:23   좋아요 1 | URL
저는 두통이 더 무서울 줄 알았는데, 아.... 위통이 더 무섭더라구요. 빈속의 커피는 진짜 공격 포인트 만점입니다.
이제 요령 쪼금 생겼으니 나아지겠죠. 감사해요, 알라님!

수이 2023-06-10 19: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핵심고객인지라 또 책 사려고 들어왔다가 글을 보고 휘리릭 스쳐 지나가기 허전한 마음에 몇 글자 남깁니다. 제가 독일어 겁나 잘 하게 되면 벤야민도 첼란도 앞에서 낭독해드리리다. 겁나 우아하고 지적이고 우렁찬 목소리로.

단발머리 2023-06-10 21:25   좋아요 1 | URL
허전한 마음 항상 환영합니다. 몇 글자는 격하게 환영하고요.
독일어 금방 겁나게 잘하게 되실 거 같아요. 저는.... 츠바이크 신청하면 안 될까요? 저는 츠바이크 때문에 독어할까?라는 생각을 10초간 해 보았더랬습니다. 우아하고 지적이고 우렁찬 목소리.... 지금 보내주셔도 되는데... 저, 오늘 늦게 자거든요 ㅎㅎㅎ

2023-06-10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0 2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3-06-11 04: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틴에덴에서 그렇게 힘든 줄도 모르고 글 쓰던 마틴이 노동 시작하니까 일 마친 시간에도 휴무일에도 글은커녕 책도 못 읽는 거 보고 아, 맞지 나도 저러는데.... 했어요. 인간이 지치면 원래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수하님 말씀대로 적응기가 지나갈 거고 얼른 지나가서 다시 단발님께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할 수 있는 에너지가 돌아오길 바라며.... 응원하겠습니다. ❤️

단발머리 2023-06-14 09:20   좋아요 0 | URL
적응기 얼른 지나가고 좀 괜찮아지면... 그 때 은오님 돌아와있는거죠? 꼭이요. 꼭꼭!
저도 제가 좋아하는 알라딘 다시 할 수 있는 그 에너지 어디 가서 한 아름 주워올 테니까요. 은오님 대기하고 있기에요!!

책먼지 2023-06-11 17: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우 단발머리님 저 읽으면서 눈물날 뻔했어요.. 어느 날엔가의 제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라서요😭 너무 힘들어서 좋아하는 것도 못할 때 정말 너무 속상하죠ㅠㅠ 그저 무조건 잘 드시고 건강 잘 챙기셔야 합니다!!!!

단발머리 2023-06-14 09:22   좋아요 1 | URL
아이 같은 하소연을 해도 책먼지님이 따뜻하게 위로해 주시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속상한 마음 알아주시는 것도 감사하구요 ㅠㅠ 힘내서 밥 많이 먹고(응?) 건강 잘 챙기고 있겠습니다.감사해요, 책먼지님! (와락!)

2023-06-12 2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4 0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4 0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4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 - 여성 철강 노동자가 경험한 두 개의 미국
엘리스 콜레트 골드바흐 지음, 오현아 옮김 / 마음산책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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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차별과 혐오를 넘어 통합을 노래하는 여성 철강 노동자의 목소리’로 읽을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양극성 장애 분투기’로 읽는 것이 더 정확해 보인다.


가난하고 공화당을 지지하며 기독교인인 미국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고, ‘임신중단’이 미국에서 얼마나 정치적으로 극명한 주제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책 뒷면, 사회학자 오찬호의 분석이 제일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일 주요한 문단은 여기 399쪽이다.




어린 시절에 들은 온갖 상투적인 말이 일시에 떠올랐다. 꿈꾸면 이룰 수 있어! 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특별한 꽃이야! 맞는 말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어쩌면 하나의 문화로서 우리는 이 빌어먹을 특별하다는 감정에 매료된 나머지, 나라를 온통 집어삼킨 개인주의의 유독성에 눈을 감았는지 모른다. 우리는 독선과 거만, 개인적 쾌락, 개인적 이야기, 개인적 믿음, 개인적 자만에 꼼짝없이 예속되어 눈가리개를 한 채 이데올로기에 매달리기를 원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는 공간을 선호했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복잡다단한 면을 존중하지 않아도 되고, 뜻을 달리하는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룰 필요도 없으며, 우리의 현실을 복잡하게 만들거나 부정하는 것들이라면 제거하고 무시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선호했다. 공동체 대신에 열차 사고와 재앙과 스캔들을추구했다. (399쪽) 




의사들은 혼합 상태의 양극성장애가 제일 위험한 형태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울증은 자살 충동을 일으키고 조증은 충동을 더한다. 혼합 상태의 양극성장애를 가진 사람이 자살을 결심하면 실행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런 발병 시기 중간에는 속수무책으로 변덕에 휘둘린다. 미사일에 묶인 채 고요한 도시로 날아가는 걸 무기력하게 지켜볼 따름이다. 그러다가도 허공에 대고 재잘거리는 귀뚜라미가 된다. 줄에 매달린 꼭두각시였다가 꼭두각시의 목소리를내는 술 취한 복화술사로 변하고 그다음 순간에는 이상하게도 꼭두각시놀음을 창가에서 지켜보는 관음증 환자가 된다. 한마디로 아이를 키울 수 있을지 스스로 회의하게 하는 그런 질병이었다. - P49

"제발, 성모 마리아님, 제발요."
몇몇 신자는 소지품을 챙겨 뒷문으로 살짝 빠져나갔다.
"제발요."
오르간 연주가 끝나는 것에 맞춰 부모님은 몸을 돌리고 일어섰다. 눈가에 눈물이 고였지만 애써 참았다. 성모님은 침묵을 통해 말씀하신 거였다. 넌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한 아이가 아니란다.
부모님이 입구를 향해 걸어갔고 나는 그 뒤를 따랐다. 스스로 평범한 아이라고 체념하려는 순간, 등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잘 가거라."
나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긴 의자들은 텅 비어 있었다. 부모님과언니를 빼면 복도도 비어 있었다. 목소리가 들릴 만한 곳에 다른 여자는 없었다. 엄마의 팔을 잡아당겼다.
"엄마도 들었어?" 내가 물었다.
"뭘 들어?"
"여자 목소리."
"여자 누구?"
"아니야, 됐어." - P58

친구들은 나를 버렸다. 부모님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했다. 입원을 1년에 몇 번이나 했지만 내 상태는 약물에 반응하지 않았다. 급기야 의사들은 전기충격요법을 쓰기에 이르렀다. 그 치료를 받는동안에는 일을 할 수도, 학교에 갈 수도 없었다. 치료에 필요한 강한 진정제는 정신을 혼미하게 했고, 부작용으로 사고력과 기억력은 온전하지 못했다. 페인트칠과 독서는 커녕 장도 보러 가지 못할 지경이었다. - P138

내가 보기에 토니는 쉽게 사랑할 수 있는 동물을 좋아하는 듯했다. 오후에 학교에서 돌아오면 문 앞으로 달려와 꼬리를 흔드는 개에게는 성의를 다했지만, 당장에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지 않는 동물에게는 큰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사고가 난 날, 나를 보러 왔을 때 토니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만을 보았다. 나는 잘 지내는 사람처럼 보였다. 집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눈물이 흘렀던 자리에는 지친 미소가 자리 잡았다.
"재미있는 것 좀 할까?" 내가 물었다. "게임 할까? 아니면 점심 먹으러 나갈까?" - P155

후에 부시가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기로 결정했을 때 나는 안도했다. 이라크를 공격하기로 결정했을 때는 그를 지지했다. 오래 청취한 라디오 토크쇼는 가톨릭교회와 같은 교훈을 가르쳤다. 두렵지않은 게 두려웠다. 부시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두려웠다. 불시에 우리를 공격할 수 있는 테러리스트들이 두려웠다. 두려움을 키우지 않는다면 악귀가 언제 나를 놀라게 할지 몰랐다. 그래서 나는 부시를 지지했다. 부시가 누구든 공격하길 원했다.
복수심에 불타 자기방어를 과하게 하는 것 같아도 상관없었다. 그것은 나약함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 P185

‘미래의 남편감을 찾아 대학 생활을 하는 게 나쁜 일은 아니지만, 우리가 별 공통점이 없다는 건 분명해 보였다. 내가 다닌 여자고등학교에는 말괄량이가 수두룩했다. 우리는 목표도 이상도 높았다.
공부에는 진지한 반면 농담에는 무심했다. 5년 계획을 세웠고, 여자가 주부가 되기 위해 태어난 건 아니라고 믿었다. 프랜시스칸 대학교에서 만난 사람들은 생각이 다른 것 같았다. 미시즈 학위를 따고 싶다는 여학생의 말에도 움찔하는 사람이 없었고, 다들 신앙생활을 쉽게 했다. - P220

나는 ‘연대‘라고 쓰인 팻말을 손에 든 채 그 남자의 저주 섞인 비난으로부터 멀어져갔고, 그 순간 두려움이 메마른 나뭇가지처럼 툭부러져 내리는 걸 느꼈다. 애초의 생각과 달리 재생산권이나 정치적주장이 아닌, 실제로는 나를 떠난 적이 없는 믿음에 고양된 채 거대한 인파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 믿음은 바리케이드의 양쪽으로-예전엔 제 자신의 신성함에 도취된 독선적인 십대 소녀로서, 지금은 어둠 속에서 속죄의 기도를 드렸던 여성으로서 나를 데리고갔고, 이제 나는 더 이상 어린 시절 배운 그 두려움에 빚지지 않았다. 반대 시위대의 외침은 분홍색 모자의 물결에 묻혀 점점 멀어져갔고 정치적 견해보다 더 깊은 무엇인가가 내 안에서 변화했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어쩌면 그 긴 어둠의 시간이 지난 뒤, 예배당에서 드렸던 기도-여성으로 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해주세요가 마침내 응답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 P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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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5-27 22: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은지 몇 년 되어서, 오찬호 선생님의 리뷰? 추천사?가 있었는지 가물했는데, 단발머리님께서 알려주시네요.

˝분투기˝로 분류하신 단발머리님의 의견에 동조합니다.
그런 인상을 많이 받았어요.

완독 축하드립니다!

단발머리 2023-06-10 16:51   좋아요 1 | URL
완독 축하 감사드리려고 하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ㅠㅠ
얄라알라님 이번달에도 같이 읽기 화이팅해요! 벌써 10일이라고 합니다.

다락방 2023-05-28 12: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완독하셨군요!! 고생하셨습니다!!

단발머리 2023-06-10 16:5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ㅎ 벌써 6월이라서요. 6월 책은 주문했더니 바로 오더라구요.
이제 시작하면 되겠는데 말입니다. 허허.

책읽는나무 2023-05-28 2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간 빠듯하셨을텐데...
완독 축하드립니다^^

‘양극성 장애 분투기‘
놓치고 있었구나 싶어서 아차..싶었네요.^^

단발머리 2023-06-10 16:53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 축하 인사 감사드려요. 답이 넘 늦었네요 ㅠㅠ

저는 ‘정신 건강‘에 대한 이야기랑 종교 이야기가 제일 솔깃했거든요. 역시 책에서 각각 ‘꽂히는‘ 부분이 있는가 봐요.
우리 6월에도 화이팅입니다!!

건수하 2023-05-29 01: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완독 축하드립니다! 바쁘고 피곤하셨을텐데 고생하셨어요.

저도 요즘 <미괴오똑>을 읽어서인지 - 여기서는 우울증을 다루지만 - 양극성 장애 얘기에 좀더 집중하게 되었어요.

단발머리 2023-06-10 16:59   좋아요 1 | URL
수하님 축하인사 감사해요. 답이 넘 늦었어요. 저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다니나요......

전 <미괴오똑>을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지적으로, 또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무척 자극적이었다는 기억이 있어요.
필리스 체슬러(우리가 서로 공유하는 바로 그이/카불의 신부)의 <여성과 광기>하고도 많이 겹쳐져 보였구요.
수하님 리뷰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니, 벌써 쓰셨을까요? ㅎㅎㅎ

건수하 2023-06-10 17:32   좋아요 1 | URL
저도 전자책으로 들었는데, 뭔가 써보려니 강렬한 느낌만 남아있고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 다시 읽고 써보려고요 ^^

단발머리 2023-06-10 17:33   좋아요 1 | URL
더 시간 지나면 더 기억 안 납니다. (찰싹! / 회초리 소리) 서두르세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