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의 아내. 위층의 아내. 2층에 살고 있는. 살고 있는? 혹은 감금된?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제인 에어의 기운. 제인 에어라면 역시나 같이 떠오르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 여전히 미쳐 있는 바로 그 여자.

의문의 저택, 날씨에 따라 자주 접근이 거부되는 외딴 저택에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the wife를 돌보기 위해 온다. 2층의 wife를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는 그녀의 남편은 프리다의 다른 소설 속 남자 주인공들처럼 완벽한 hot guy이다. 잘생겼고 다정하며 사회적으로도 능력을 인정받는 유능한 남자이다. 글 쓰는 사람, 소설가.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화자의 상대 남자는 F와 A이고, the wife upstairs의 상대 남자는 A와 M이다. A는 같은 사람이니깐, 실제로는 남자 3명이 등장한다고 할 수 있겠다. 몸을 죄어오는 찜찜한 느낌에 더해 하나둘 비밀이 드러날수록 남자 3명 중 어느 한 사람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해서 펼쳐진다. 그녀가 의지하는 사람은 the wife. 위층의 아내, 바로 그 사람뿐이다.



말할 수 없는 사람, 말하지 못하는 사람. 자신의 몸조차 자신의 의지대로 가눌 수 없는 사람. 진실을 종이에 적어두었던 사람. 진실을 묻는 질문에 답조차 할 수 없는 사람. 화자가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질문하는 사람은 바로 그 사람이다. 말하기를 부정당한 어떤 사람. 말할 권리를 빼앗긴 사람.

말할 수 없는 이 여성의 말을 들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아직 구매 전이기는 한데, 결제하자마자 집에 달려올 것이 확실한 어떤 책이 다가오고 있다. 그 책은 바로 바람돌이님의 고급스러운 리뷰에 등장했던 바로 이 책인 것이며.










7월의 주제는 탈식민주의였고, 7월의 인물은 스피박이었다. 아는 것을 비워가는 것에 대해 나는 곰곰이, 찬찬히, 천천히 많이도 생각했는데, 여전히 내 답은, 내 물음은 같은 자리를 반복하고 있다. 가진 게 없는데 어떻게 비울 수 있는가. 소유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포기할 수 있는가. 언어가 없는데 어떻게 쓸 수 있는가. 물음은 차곡차곡 쌓여가고, 쌓인 물음에 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나는 끝내 물어야 하고, 그리고 답해야 한다.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뿐이다. 질문한 사람은 알고 있다, 이미 그 답을.

내가 질문하면 답해줄 수 있는 분이지만, 질문할 수 없는 분이 한국에 오셨다. 집안 분이시다, 나랑 돌림자.

스피박. 가야트리 스피박.







내게 가야트리 스피박은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의 스피박이다. 델리의 거리를 달리는 스피박에게 상류계급 남자들이 다가와 침을 뱉는다. 그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마주 침을 뱉는 40대 후반의 스피박. 내게 스피박은 그런 사람이다. 눈앞의 그녀는 이제 지팡이를 든 83세의 노인이다. 귀에 딱 떨어지는 딕션과 청량한 웃음소리. 오래오래 가르침을 받고픈 스승의 모습이, 눈앞에 있다. 현재를 넘어 미래를, 미래를 다시 상상하라는 명령을 들었다.

질문은 종이에 적었다. 언제 답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질문은 적어 두었다. 질문은 현재의 일이니까. 미래를 상상하며 현재를 살기 위해. 질문을 적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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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8-03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까지 에밀 졸라의 아소무아르 그러니까 그 유명한 목로주점을 읽었어요. 제인에어의 버사가 말할 권리를 빼앗긴 사람이라면 이 소설의 주인공 제르베즈는 말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지 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자의 언어로 사고하고 말하다 결국 자신의 삶을 진창에 처박아버리게 되는 주인공의 삶을 따라가면서 진짜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는 가야트리 스피박님 이름만 들어봤는데 단발머리님 글 읽으면서 궁금증이 확 커지네요. 책을 직접 읽을 엄두는 안 나서 생긱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저 책이라도 읽어야겠어요. 사진 속 스피박님 포스가 너무 멋져요. 거기다 단발머리님 집안분이니까 허감이 더 쑥쑥... ^^

단발머리 2025-08-03 22:44   좋아요 1 | URL
그 유명한 목로주점을 읽고 계시는군요. 주인공은 제르베즈이고요. 저도 좋은 날에 에밀 졸라의 책 도전하고 싶어요.

가야트리 스피박의 책은 학계에서도 어렵다고 정평이 났다고 해서 읽는데 부담 갖지 않으셔도 좋을거 같아요. 저는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를 참 좋게 읽어서 그 책으로 스피박 여행을 시작하셔도 좋을 거 같아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책을 준비해 갔는데, 부끄러워 가까이 가지 못했습니다. 같은 돌림자, 집안분인데 말입니다. 하하하!

다락방 2025-08-04 0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오랜만에 알라딘에 들어와서 스피박이 온 것도 단발머리 님 덕에 지금 알았고 그 분을 직접 만나고 음성을 듣기 위해 단발머리 님이 가셨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게다가 프리다 맥파든의 윗층 여자 라니요. 저는 읽지 못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읽고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저에게 기쁨입니다. 단발머리 님덕에 오늘 알라딘 들어온 기쁨이 큽니다!

단발머리 2025-08-04 13:55   좋아요 0 | URL
진짜 오랜만에 글을 썼는데 다락방님이 반겨주셔서 너무 좋네요 ㅎㅎ 스피박이 한국에 오셨답니다. 스피박을 안 읽었지만 제가 스피박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는 큰애가 알려줘서 가게 됐어요.
준비할 거 많으셔서 읽지 못하는 시간을 보내고 계신거라 예상되기는 하는데, 다락방님 안 계시니 많이 적적하네요. 읽고 쓰는 즐거움을 제가 다락방님께 쬐금 드렸다면, 다락방님도 얼른 그 기쁨을 돌려주세요~~ 거대한 군단들이 같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락방 2025-08-04 20:14   좋아요 1 | URL
스피박을 알려주는 큰 애 라니요. 스피박을 알 수 있는 엄마라니요. 너무 멋진 거 아닙니까!!

단발머리 2025-08-04 21:05   좋아요 0 | URL
이게 다 저희 집안 분이기 때문이구요. 돌림자라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이 멋지다고 해주셔서 해피 포인트 급상승!! 🥳😍😎

독서괭 2025-08-04 18: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스피박 강의를 들으셨군요!! 얘기만 듣고 내용은 모르지만 ㅠㅠ 멋집니다...
그사이 프리다맥파든 책을 또 한권 읽으셨군요. 진정한 맥파든 마니아! 저는 이번달은 다락방님 추천 책 읽으려고 주문해놨습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5-08-04 20:14   좋아요 1 | URL
네, 제가 스피박님 실물 영접의 영광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리단 맥파든을 열심히 읽고 있어요. 제가 킨들 샀다고 자랑했던가요? 킨들 리미티드 한 달 무료라서 많이 읽어야하는데, 생각보다 더디게 그러나 진지하게 ㅋㅋㅋㅋㅋㅋㅋ 맥파든을 읽고 있습니다.

다락방 2025-08-04 20:15   좋아요 2 | URL
제가 짬이 나면 같이읽기 페이퍼를 쓰겠습니다. 제가 알라딘에 들어오지도 못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ㅠㅠ

단발머리 2025-08-04 21:07   좋아요 1 | URL
아.... 100년만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상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서두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잊지 말아주세요~~~~~~
이것저것 챙길 일들이 많아 바쁘신거는 예상하고 있으니까요. 다락방님, 뽜야!!

독서괭 2025-08-05 18:00   좋아요 1 | URL
크흑 다락방님 너무 바쁘시군요 ㅠㅠ 제가 올렸습니다!

책읽는나무 2025-08-05 1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다.라는 문구는 음…제 상상력의 대반전을 이루는 페이퍼가 바로 이것이로군요.
전 진짜 재미나게 놀고 계시는 줄?ㅋㅋㅋ
암튼 각설하고…
스피박. 와 스피박 그 유명하신 분이 집안분이셨군요?ㅋㅋㅋㅋ
집안 사람 다 찾아 보면 어쩌면 우린 정말 어깨 힘 주고 다녀도 될 것 같아요.
와 스피박 님이 내한 하신 것도 놀랍고 생각보다 연세가 많으셔서 놀랐으며 그럼에도 눈이 너무 초롱초롱 똘망하시어 놀랐습니다. 뭔가로 이름을 떨치신 분들은 뭐랄까요?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있는 것 같아요. 스피박 님도 그러시군요.
비록 저 분의 책을 읽지 못해 정확한 활동을 알고 있는 게 없지만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그 책은 제가 읽었었기에 괜한 친근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조금씩 찾아 읽어보고 싶긴 합니다.
현재를 넘어 미래를 상상하라는 명령도 좋네요. 제자리에서 맴도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앞서 지혜롭게 살아가신 분들이 한 마디, 한 마디 일침을 가해주신다는 건 참 좋은 일입니다. 알아들어 소화를 잘 해내야 하는 게 큰 숙제이긴 합니다만…요즘 나이 먹어갈수록 이해력이 딸려 조금 위축되어가고 있어서.ㅋㅋㅋ
근데 단발 님께는 똑똑한 따님을 두고 계셔 저런 좋은 시간도 보내시고 참 좋으시겠어요.^^

단발머리 2025-08-05 22:56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걸음이 조금 불편하신지 강의실에 입장하실 때는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셨구요. 강의는 서서 하시기는 했는데, 연단에 기대서 하셨어요. 지금 보니깐 위에는 그 사진이 없네요. 안경도 썼다 벗었다 하셨구요. <생각하는 여자는...>으로 친근감을 느끼셨다니 더욱 반갑구요.

큰애가 똑똑하기 보다는 ㅋㅋㅋㅋ 제가 스피박 좋아하는 걸 알고 있다는데 저도 놀랐어요. 제가 많이 이야기했나봐요. 호호호.
좋은 시간 감사하고, 이 사진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이런 다정한 댓글을 써주시는 분이 계셔서 행복합니다!
 














프리다의 『The Coworker』를 읽었다. 사회성이 부족하고 거북이를 사랑하는 한 여성과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한다는 아름다운 금발 여성의 이야기다. 이야기는 예상대로 흘러가고 그렇게 끝을 맺는다. 그런데, 아. 여기까지 읽었는데 67퍼센트네? 그럼 뒤에, 그만큼의 이야기가 남아 있다는 말인가요?

상대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두 사람 사이의 역사. 아니, 그 사이에 또 다른 사람의 삶이 엮인 과거의 일들이 차례차례 소환된다. 오랜 시간 준비한 철저한 복수극은 이렇게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아, 근데 잠깐. 이야기가 왜 그리로 가나요? 아니, 왜, 옆 사람을 의심하고 그래요? 아니, 잠깐만요. 자꾸 그쪽으로 갈 거예요?

바로 이 순간, 윤석열 구속 취소 & 석방의 청천벽력과 같은 사건이 발생한다. 윤석열 석방은 지귀연의 미친 짓 때문이었지만, 이 석방은 원래부터 잘못된 것이었으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일. 아, 그럼 당신이 범인이 아니고, 아니 그러면 그 피해자는 또 어디에 있는 거죠? 아니, 그래서 이 이야기, 이거 지금 어디로 가나요?

이렇게 쫓아다니면서, 거의 마지막 부분까지 마음을 놓지 못하다가 결국, 마지막 가서야, 비로소 주인공은 진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갈등은 해소되고,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두 사람. 이 작품을 끌고 가는 이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진실을, 거짓 속에 감춰진 진실을 알고 있다. 두 사람만 알고 있다. 서로가 알고 있다는 것을 두 사람은 알고 있다. 그 비밀은 두 사람만이 공유하는 시간과 공간 속에 영원히 묻혀 있을 것이다.

프리다의 이 작품은 이 소설이 속한 장르가 스릴러임을 보여주는 듯하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게 만들고, 시체 없는 살인에 대한 괴이한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잔인하거나 선정적이지 않고, 폭력적인 장면도 별로 없어서 나처럼 겁 많은 독자가 읽기에 적당한 스릴러인 듯하다.










프리다의 『The Housemaid's secret』에서 나는 '비밀'에 꽂혔더란다. 이 작품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상화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 혼자 곰곰이.










이상화를 잘 하면 우리는 평범함과 특별함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연인이 평범한 사람이란 걸 잊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에게 짜증 나는 버릇과 기벽이 있다는 사실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나처럼 그에게도 초조함, 걱정, 의구심, 불안감, 우유부단함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처럼 그도 과거 때문에 중압감과 갈등에 시달린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하버드 사랑학 수업』, 456쪽)


사랑에 빠졌을 때, 어떤 사람을 지독하게 사랑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이상화하게 된다. 눈이 하트로 가득 차 있을 때, 그 사람은 눈부시게 아름답고, 손색없이 완벽하다. 하지만, 이는 그 사람의 한 면만을 보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그 사람도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다. 사랑하고 미워하고 불안해하고 짜증 내는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사랑에 빠졌을 때, 내가 그녀/그를 정말 사랑하게 되었을 때, 나는 그걸 모른다. 그 간단한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Caleb believes I'm a better person than I am. He can never know the truth. (<The Coworker>, 353/361)


나는 나를 안다.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인지, 심보가 고약한 사람인지, 소심하게 복수하는 사람인지, 이중적인 사람인지에 대해서, 내가 제일 잘 안다. 내가 얼마나 형편없는 사람인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나다. 이런 나를, 내가 이상화하는 그 사람이 사랑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말할 때, 사랑을 고백할 때, 그 이야기는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 믿을 수가 없다. 그 사람이 나라니. 그 사람이, 괜찮은 바로 그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 나라니, 당최 믿을 수가 없다. 그 말을 믿을 수 없을 때,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뭘까. 그가 '실제'의 나를 모르기 때문에 나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에 잠깐, 본질과 정체성의 문제에 대해 논할 수 있지만, 이 글은 핑크 무드를 향해 가고 있기 때문에 생략) 나의 실체를 모르기 때문에, 그 엄청난 비밀을 모르기 때문에, 그가 나를 사랑하는 거라고 '짐작해' 버리는 것이다.










『The Love hypothesis』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잦은 인용 송구합니다ㅋㅋ 제가 계속 읽고 있는 책이 이 책입니다)



올리브는 애덤의 베프 홀든 교수를 통해 애덤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fake relationship의 상황에서 애덤이 예전부터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말에 올리브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같은 과에 속한, 애덤이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너(올리브)와 애덤이 사귀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고 홀든이 말한다. 애덤에 대한 호감이 점점 커져가는 걸 어렴픗이 느끼고 있던 올리브. 두 사람은 어디까지나 서로의 필요를 위해 사귀는 '척' 할 뿐인데, 그가 예전부터 짝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고? 그랬다면 그 사람은 내가 아니야. 홀든이 말했던, 같은 과의 'amazing girl'은 내가 아니야. 내가 될리 없잖아. 그럴 리 없잖아.

이건 자존감과는 상관이 없는 것 같다. 물론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다. 그런 사람,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사랑을 내어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사람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을 때, 내가 그를 이상화시키고 있는 그 조건에서, 그가 나를 사랑한다는 건 도대체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이 맡은 일에 진지하고 프로페셔널하게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사랑의 일은 다르다.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상화 때문에 그와 나와의 간극은 더 멀어진다. 그는 아름답고 나는 평범하다. 그는 멋져 보이고 나는 초라해 보인다. 그는 완벽해 보이고 나는 실수투성이로 보인다. 그러니 김수희가 노래한 거 아닌가.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그대 등 뒤에 서면 내 눈은 젖어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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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7-15 0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십대 중반에 혼자 좋아하던 남자가 있었는데 같이 근무하는 여자후배가 그 남자를 엄청 좋아했거든요. 짝사랑 했었어요. 그래서 끙끙 앓다가 고백한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몇몇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후배가 나가면서 저한테 그를 밖으로 불러달라고 하더라고요. 다 모인 자리에서 잠깐 나가보라, 후배가 얘기하고 싶은게 있단다, 라고 했거든요. 그 날 후배가 고백했는데, 그 자리에서 그 남자가 거절하면서 ‘나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했대요. 후배가 그 얘기를 전하면서 ‘그거 언니 아니에요?‘ 하는데, 저도 어쩐지 ‘그거 난가?‘ 했어요. 단발머리 님이 쓰신 페이퍼와 완전히 반대되는 사례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아- 갑자기 그리워지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는 잘 지내고 있을런지.. 벌써 이십년 전인데 결혼해서 아이가 있을지... 취미로 음악하는 남자였는데 여전히 음악을 하고 있을지.....

단발머리 님이 자주 인용하시는 앨리 헤이즐우드 책이 좀 많더라고요? 제가 이번에 체코와서 알게된 책 중에 하나가 <Not in love>인데 혹시 읽으셨어요? 그거랑 <체크 앤 메이트> 도 있더라고요. 아이참. 얼른 영어 공부 열심히 해서 이걸 다 읽어야될텐데 마음이 급합니다.
서점에 앨리헤이즐 우드 책 쫙 나란히 있는거 보고 아니, 이 작가 책이 많네, 했어요. 그런데 국내 번역은 두 권.. 빨리 번역되길 바랍니다.

단발머리 2025-07-16 09:17   좋아요 0 | URL
저는 제 페이퍼랑 다락방님의 그 에피소드가 사실은 같은 이야기 같아요. 설마 나일리가 있어?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라고? 이거하고 ‘그 사람이 나인가?‘ 이거하고요. 사랑할 때 사람은 취약해지죠. 저는 그런 점이 인간적으로 느껴져서 좋아요. 하지만, 그 느낌 말이에요.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아채는 느낌‘ 역시 넘나 소중한 것이구요. 사실은 더 행복한 순간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제게는 정말 ㅋㅋㅋㅋㅋ언제적 이야기인가 싶어요. 취미로 음악하는 남자는 계속 취미로 음악하고 있었으면 좋겠구요....

앨리 헤이즐우드 책이 많지요. 좀 짧은 책들도 있고 별로인 책들도 있습니다. <Not in love>도 읽었네요, 제가 ㅋㅋㅋㅋㅋ <체크 앤 메이트>는 안 읽어봤구요. 빠른 번역 부탁드립니다!

다락방 2025-07-15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십대 중반에 혼자 좋아하던 남자가 있었는데 같이 근무하는 여자후배가 그 남자를 엄청 좋아했거든요. 짝사랑 했었어요. 그래서 끙끙 앓다가 고백한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몇몇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후배가 나가면서 저한테 그를 밖으로 불러달라고 하더라고요. 다 모인 자리에서 잠깐 나가보라, 후배가 얘기하고 싶은게 있단다, 라고 했거든요. 그 날 후배가 고백했는데, 그 자리에서 그 남자가 거절하면서 ‘나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했대요. 후배가 그 얘기를 전하면서 ‘그거 언니 아니에요?‘ 하는데, 저도 어쩐지 ‘그거 난가?‘ 했어요. 단발머리 님이 쓰신 페이퍼와 완전히 반대되는 사례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아- 갑자기 그리워지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는 잘 지내고 있을런지.. 벌써 이십년 전인데 결혼해서 아이가 있을지... 취미로 음악하는 남자였는데 여전히 음악을 하고 있을지.....

단발머리 님이 자주 인용하시는 앨리 헤이즐우드 책이 좀 많더라고요? 제가 이번에 체코와서 알게된 책 중에 하나가 <Not in love>인데 혹시 읽으셨어요? 그거랑 <체크 앤 메이트> 도 있더라고요. 아이참. 얼른 영어 공부 열심히 해서 이걸 다 읽어야될텐데 마음이 급합니다.
서점에 앨리헤이즐 우드 책 쫙 나란히 있는거 보고 아니, 이 작가 책이 많네, 했어요. 그런데 국내 번역은 두 권.. 빨리 번역되길 바랍니다.

단발머리 2025-07-16 09:19   좋아요 0 | URL
저는 직장 생활하던 시간이 짧아서 짝사랑 끙끙 이야기를 많이 못 들었구요. 저는 그런 경우가 있었어요. 같은 부서의 대리님이랑 과장님이 결혼한다고 ㅋㅋㅋㅋㅋㅋ 내내 아무도 몰랐다고 ㅋㅋㅋㅋㅋㅋ 혹 나만 모른거 아니냐고, 제가 막 따지고 그랬던....
벌써 20여년 전 일이네요.

독서괭 2025-07-25 18:26   좋아요 1 | URL
그래서, 실제로 다락방님이었나요??

다락방 2025-07-29 22:3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 저였다고 합니다. 나중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었습니다. ㅎㅎㅎㅎㅎ

하이드 2025-07-15 1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도 강의 있으셨군요! 난티나무님 계셔서 반가웠어요! 저 아직 독후감도 못 쓰고 있지만, 전혀 생각지도 않다가 알라디너분들 봐서 넘 반가운 ㅎㅎ 열심히 공부하고, 읽고, 써보려고요. <유럽의 지방화>도 역시 읽으면 좋겠지요?

단발머리 2025-07-16 09:22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 아이디 봤는데, 하이드님이셨군요. 반가워요! 난티나무님 계신줄은 몰랐어요 ㅋㅋㅋㅋㅋ
다들 실명으로 들어오시는 거 같아서 저 다음에는 실명으로 해야하나 싶어요.
<유럽을 지방화하기>는 저 앞부분 읽다가 녹다운 ㅋㅋㅋㅋㅋㅋ 읽으면 좋을 거 같기는 해요? 그죠? ㅋㅋㅋㅋㅋ

하이드 2025-07-16 09:37   좋아요 1 | URL
카페는 실명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 같아요. 줌은 어떻게 바꾸는지 몰라서 걍 닉으로 들어갔고요. ㅎ 저도 난티님이 채팅으로 인사해주셔서 알았어요! 독서모임, 글쓰기 모임 분위기들 다 다른데, 1기부터 다들 잘 아는 분위기에 4기로 들어갔더니, 알라디너 봐서 넘 반가웠지요! 난티님 1기부터 하셨던 것 같아요! 이번 기회에 진지하게 읽고 쓰기 능력을 좀 갖추어 봐야겠다고 생각중입니다. 평소 막쓰기라도 해라. 지만, 목표를 높여봤어요.

단발머리 2025-07-16 10:22   좋아요 0 | URL
저는 카페가 있는줄도, 닉네임으로 들어갔는지도 모르고 있어서 나중에야 알았어요. 프로필 찾아가서 바꾸기는 했구요. 쓰기 능력 갖출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는 한데 저는 진지하게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흐잉 ㅠㅠㅠㅠㅠㅠ 벌써부터 도망칠 생각에...

2025-07-16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7-16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5-07-25 1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핑크무드~~꺄우~~~

단발머리 2025-07-29 07:21   좋아요 1 | URL
까악~~~ 핑크무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기요, 핑크하트 3개 추가요 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5-08-05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더 코워커> 제가 설거지 하거나 반찬 만들 때 오디오로 틀어 놓고 듣는 오디오북이거든요. 이거랑 요즘 무서워서 난리났다는 책 <긴키지방의 어쩌고 저쩌고>랑 번갈아가며 듣고 있어요. 긴키 일본 소설은 진짜 무섭더라구요. 그래서 무서울라치면 프리다 책으로 돌려버리기도 하는데…프리다 소설들이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아직 듣기만 해서 내용들이 뒤죽박죽이어서 나중에 종이책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긴 하지만요.
뭐랄까. 예상가능한 결말을 부러 설정해놓고 작가는 결말엔 전혀 관심 없는 듯 오로지 관계성을 설명하는 것이 소설을 쓰는 목적이었던 듯한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좀 더 끌리는 것 같아요. 작가가 풀어나가는 스토리에 홀린 듯 읽어나가게 된달까요?
잔인하지도 폭력적이지도 않은데 나름 섬뜩한 스릴러물로 읽히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과의 관계가 어떻게 긴밀하게 얽혀가는지 상상하며 읽다보면 휘리릭!
아. 이래서 프리다 맥파든을 읽는 거구나!
도서관의 프리다 책들이 모두 다 대출 중이었구나! 뒤늦게 깨달았네요.ㅋㅋㅋ
이 글은 예전에 읽었는데 더 코워커 듣고 있는 중이라 부러 연결하여 친한 척 댓글을 쓰고 갑니다.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8-05 23:02   좋아요 1 | URL
오호호~~ 책나무님 <더 코워커> 오디오북 듣고 계시는군요. 무서운 거 듣다가 돌려버리신다니 ㅋㅋㅋㅋㅋㅋ 프리다 책이 책나무님께는 묘한 휴식의 시간을 제공하겠군요.
저도 프리다 읽으면서 좋은 점이 선정적이거나 많이 폭력적이지 않은데 섬뜩한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아주 복잡한 스토리도 아니고, 구성이 복잡한 것도 아니구요. 스토리를 풀어가는 힘이 출중한 거 같아요. 그래서, 여러 히트 작품을 쓰셨나 그런 생각도 들고요. 나쁜 점은 그 다음이 많이 궁금해서 읽을 때 너무 휙휙 지나가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다시 한 번 읽어봐도 좋겠다, 그런 생각도 들어요.
‘친한 척 댓글‘인데 그 댓글이 ‘책나무님 댓글‘이라면 환영 & 대환영입니다!!
 
청춘의 독서 (특별증보판)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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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식탁에서 밥 먹고, 식탁에서 책 읽고, 식탁에서 알라딘하고, 식탁에서 유튜브 본다. 큰아이 밥을 차려두고 동영상을 보고 있는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내용이다. '선의를 가지고 있더라도'가 여러 번 반복된다. 선의를 가진 상태에서의 권고, 충고, 제안이라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것은 금방 '괴롭힘'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 그 핵심이다. 밥을 먹고 있는 아이에게 요 며칠 귀가 시간이 너무 늦다고 가볍게 한 마디를 했더니, '가정내 괴롭힘' 아니냐고 묻는다. 엥? 바로 답을 못했더니, 이런 것도 '괴롭힘'이라고, 알아서 잘~ 들어올 테니 걱정 말라고, 먼저 주무시라고 한다. 전열을 가다듬고 나도 한 마디한다. 너도 엄마한테 '버섯돌이'라고 하고, '독버섯'이라고 하는 거, 그거 다 '가정내 괴롭힘'이야. 밥 먹던 아이가 벙쪄서 '버섯 모양' 머리를, 아니 버섯머리를 지긋이 쳐다본다.




무엇을 하라, 혹은 하지 말라의 '금지'와 '강제'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자유롭다는 것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살아간다는 뜻이고, 어린이와 심리적으로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경우가 아니라면, 자신이 원하는 바에 따라 행동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는 의미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자유와 쾌락, 즐거움을 위한 행동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자신의 행동을 자제하겠다는 뜻이다.

이 책에서 유시민이 자유론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부분은 바로 여기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어떤 사람의 행동 자유에 개입하는 것은 자기 보호가 목적일 때만 정당하다. 따라서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경우가 아닌 한 문명사회의 구성원에게 본인의 의지에 반해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모두 부당하다. 물리적이든 도덕적이든 그 사람 자신의 이익은 정당한 근거일 수 없다. 그에게 더 이로운 일이라서, 그가 더 행복해질 것이라서, 남들이 현명하고 옳은 일이라 한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어떤 행동을 강요하거나 금지해서는 안 된다. 더 많은 이익, 더 많은 행복, 남들이 볼 때 옳은 일은, 충고하거나 설득하거나 권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무엇인가 강제하거나 불이익을 줄 합당한 이유는 아니다. 남에게 해악을 끼칠 것이 분명한 행동이라야 정당하게 제지할 수 있다. 사회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타인과 관련된 행동뿐이다. 오직 본인 자신만 관련 있는 것은 절대적으로 그 사람의 몫이다. 자기 자신의 육체와 정신에 대한 주권은 각자의 것이다. 「자유론」, 33~34쪽, (322쪽)





자기 보호 목적과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은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당연한 일이다.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동에 대한 규제 역시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더할 나위 없이 합당한 일이다. 제일 난해한 지점은, 본인의 의지에 반해 권력이 행사되는 지점에 있다.

그에게 더 이로운 일이라서, 그가 더 행복해질 것이라서, 남들이 현명하고 옳은 일이라 한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어떤 행동을 강요하거나 금지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둘 다 성인이 되었는데, 여전히 모든 책을 육아책으로 읽고 있는, 자꾸 그렇게 읽고 있는 내게, '이게 다 너를 위한 거야'라는 이 말은 부모의 말로 들린다. 30년 정도의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후회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최선의 코스, 시간 낭비하지 않을 최단의 코스를 지원한다.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도록 최대한 지원한다. 이는 모두 '그/그녀'의 행복을 위한 것임을 단 한순간도 의심하지 않는다. 사랑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보살핌과 지원. 그리고 세트처럼 함께 이루어지는 강요와 금지.

큰아이가 아직 돌이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초보 엄마는 아이의 발달 사항이 모두 책에 적힌 대로 이루어질 거라는 이상한 신념에 사로잡힐 때가 많았고, 순간순간 자기도 모르게 '극성'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꼈다. 초보 아빠가 동창 모임에 나갔는데, 한 친구가 자신의 아이를 데려왔더라고 했다. 그녀 역시 초보 엄마였고, 그 집 아들은 우리 집 큰애와 비슷한 개월 수의 아이였다. 밥을 먹고, 커피숍에서 어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한참 움직일 때였던 아이는 활기차게 바닥을 기어다니고, 카펫이 어떤 물건인지 확인하며, 어른들에게 닿지 않는 1층 세계를 마음껏 활보했다고 한다. 가까이에서 영유아를 돌본 경험이 자신의 딸이 유일했던 초보 아빠는 바닥 생활을 즐기는 아이를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고, 주위 동창들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나처럼 초보 엄마였으되, 나와는 다르게 아이를 키우던 그 엄마, 초보 아빠의 동창이 말했더란다.

다른 사람에게 방해되는 게 아니라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게 아니면, 그냥 둬. 하고 싶은 대로 그냥 둬. 아무 말도 못 하는 아기지만, '안 돼!', '하지 마!' 그런 말들이 쌓이면, 지금은 말을 잘 듣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한꺼번에 폭발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 그게 7살 때 일 수도 있고, 사춘기일 때 일 수도 있고.

자유론의 핵심을 그분은 실천하고 계셨던 건데, 위생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던 얼치기 초보 엄마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해와 실천은 다르고, 이론과 실제는 천지차이이다. 아이들은 이제 다 컸고, 더 이상 육아 정보는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실천하고 싶은 몇 가지 명제들이 있고, 그 명제들의 근거는 이 문장이다.

충고하거나 설득하거나 권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충고하거나 설득하거나 권유하자.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 주고 스스로 선택하게 하자. 끝까지 들어주고 공감해 주자. 믿어주고, 믿고 있다고 말해주자.

그리고 진짜로 믿어주자.


믿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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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 2025-07-06 2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다려주기가 너무 어려워요.. 마지막 두 문단 정말 ㅜㅜ 반성하게 하네요

단발머리 2025-07-06 21:56   좋아요 2 | URL
4세에서 10세까지. 그리고 잠깐 착한(?) 어린이였다가 12세부터 14세까지.... 가 저는 제일 실천이 어려웠어요.
물론.... 지금도 그래요. 그래서, 마지막 두 문단은 저의 다짐이오며.
유수님, 폭풍 같은 시기 잘 견뎌내시기를... 쉬는 시간, 그리고 휴식 시간 짬짬히 가지시면서 잘 견뎌내시기를.... 바래요.

유수 2025-07-06 21:59   좋아요 1 | URL
적어주신 바에 따르면 11세뿐인데요. 그 일년 유니콘의 해네요.

단발머리 2025-07-06 22:05   좋아요 1 | URL
그니깐요. 아, 그러네요. 진짜....
‘마음을 읽어주셨나요?‘의 오은영 바람을 넘어 저는 조선미 박사 훈육관도 좋아합니다. 학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아이를 설득하지 말라고요. 하기 싫어도 해야할 일이 있어! 라고 말해주라 하더라구요. 저는 교회 다니고 있어서.... 교회에서는 자녀 훈육을 좀 강하게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어요. 이를테면 매를 아까지 말라... 등등. 저는 성경적 훈육관에 다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걸 가르쳐 주긴 했어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못 해도) 엄마(아빠) 말이면 일단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경우도 있어! 이렇게요. 이건 12세 이전까지만 사용가능합니다. 머리가 커질수록 반항은 커지오며....

북프리쿠키 2025-07-06 2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젤 좋아하는 소설 <죄와벌>은 유시민님의 이 책을 보고 읽게 되었습니다. 개정판을 보니 반갑네요~^^

단발머리 2025-07-09 08:06   좋아요 1 | URL
<죄와 벌>을 제일 좋아하시는군요. 북프리쿠키님!ㅎㅎㅎ
전 유시민님의 이 책 읽고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읽었습니다. 반가운 마음, 이해합니다^^

책읽는나무 2025-07-06 2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충고, 설득, 권유…그리고 믿음!
아이들이 작은 성인이 되었어도 육아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게 저는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애들이 정신 연령이 크게 자란 것 같지 않았단 것에 조금 충격이었거든요.ㅋㅋㅋ
그래서 지금 저희 집 아이들은 저의 모든 말들을 잔소리로 받아들이고 있어요…성인이 된 자녀들은 또 어떻게 키워야 하는 건지? 내가 보기엔 녀석들도 행동이 크게 달라진 것도 없어 보이던데 말이죠.
그런데 충고와 설득 그리고 권유로 충분하단 문장이 성인이 된 자녀들의 육아법이라니…
정말 맞는 말 같군요.
휴…부모의 길은 끝이 없군요.
그나저나 동창 모임에 아기와 함께 참석했다는 것은 또 좀 놀랍습니다.
저는 못 보냈을 것 같습니다만.
또 어찌보면 그 자녀의 부모들도 대단해 보이기도 하구요. 지금은 그 자녀가 어떻게 성장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아마 좀 대범하게 잘 컸을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5-07-09 08:09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모두 잔소리로 받아들이는 거 같아 아무말 안 하려고 하는데 ㅋㅋㅋㅋㅋ 근데 그렇잖아요. 꼭 할말이 있습니다.
또 부모이긴 하지만 저 역시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필요한 거를 말했는데 건성으로 듣는다던지, 부탁한 거를 홀랑 잊어버린다던지.... 그런 일이 ㅋㅋㅋㅋㅋㅋㅋ저는 많습니다.
동창 모임에 아기 데려오신 분은 아이가 어린데 맡길 곳이 없어서 데려오신 것 같았어요. 아니면, 남편을 못 믿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차라리 내가 데리고 가겠다! 그러셨을수도요.

바람돌이 2025-07-07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 글 읽으면서 다 키운자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너무 좋아요.
단발님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고지가 바로 저기예요. 호

단발머리 2025-07-09 08:10   좋아요 1 | URL
다 키운자의 여유를 마음껏 누리시기 바래요, 바람돌이님!
저도 고지가 바로 저 앞이라 생각하기는 합니다. 으쌰으쌰!!!

다락방 2025-07-08 1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지런한 펜통속의 형광펜, 저 맨 위의 것들이요, 부드러워서 저도 참 좋아합니다.
단발머리 님은 책과 함께 늘 간식을 드셔서 참 좋습니다. ㅋㅋㅋㅋㅋ

‘그에게 더 이로운 일이라서, 그가 더 행복해질 것이라서, 남들이 현명하고 옳은 일이라 한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어떤 행동을 강요하거나 금지해서는 안 된다. ‘

제가 살면서 깨달은게 바로 이것입니다. 그에게 더 이로운 일이라서, 그가 더 행복해질 것이라서, 는 모두 ‘나‘의 생각이지요. 저는 ‘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라면서 저한테 남자 사귀라는 친구도 있었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굉장히 당황하고 기분 나빴던 기억이 있어요. 전 그 당시 충분히 행복해하고 있었는데 말이지요. 남자 없어서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왜 하는건지.. 그건 자기 기준 아닌지....... 아직도 잊히지가 않습니다. -.-

단발머리 2025-07-09 08:14   좋아요 0 | URL
간식 알아봐주시는 안목에 감사와 칭찬을!!

자기 기준에 맞춰 그런 것도 있을테지만,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그런 것들을 ‘너를 위한다‘는 이유로 말하는 게 얼마나 ‘과한‘ 일인지....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자신의 행복에 대한 생각을 강요하는게 문제인것 같아요.
남자 없어서 행복하지 않을 거라 말하셨던 그 분, 그 남자 분이랑 행복하신지.... 항상 행복한 건 아닐텐데... 그럼 언제 행복하신지...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7-09 0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맞다.
단발머리 님. 이번에 개봉한 쥬라기월드 4편에 ‘조나단 베일리‘가 주연인거 아시나요? ㅋㅋ 저는 봤거든요, 아버지 모시고 가서. 착한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단발머리 2025-07-09 08:15   좋아요 0 | URL
세상에!! 저는 개봉 예정인줄로만 알았어요! 벌써 개봉했단 말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 아, 조나단 좋아했던 거 이제 다 과거인가요? 저도 얼른 가서 봐야겠어요. 다락방님은 아버지랑 보셨군요. 일상이 다 효도 생활이에요! 엄지척!

독서괭 2025-07-11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섯... 너무 귀엽고요 ㅋㅋ
일전에 어느 책에서, 충고하지 말고, 조언하지 말고, 평가하지 말고, 판단하지 말라고(충조평판) 하는 걸 읽고 굉장히 부담스러웠는데, ˝충고하거나 설득하거나 권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씀에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평가랑 판단은 안 하는 편이 좋겠지만, 충고랑 조언정도는..! 안 할 수가 있습니까..? ㅋㅋ (애들에게)

단발머리 2025-07-16 09:23   좋아요 1 | URL
버섯 귀엽다고 해주시는 스윗한 우리 독서괭님께 감사와 칭찬을!!!
충고랑 조언도 조심조심 하는게 좋은거 같아요. 특히 나이들수록 더요ㅋㅋㅋㅋㅋㅋㅋㅋ 안 할 수가 없습니다!!!!

icaru 2025-08-28 17: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아-- 꼽씹어 읽게 되는 글이네요~~ 그나저나 앞부분 버섯 에피소드 진짜 ㅋㅋ 넘 유머러스하셔

단발머리 2025-08-28 17:28   좋아요 0 | URL
바로 이겁니다ㅋㅋㅋㅋ 우리 icaru님의 진실의 칭찬ㅋㅋㅋㅋ귀한 말씀ㅋㅋㅋㅋㅋㅋㅋㅋ
 
사상의 좌반구 - 새로운 비판이론의 지도 그리기 컨템포러리 총서
라즈미그 쾨셰양 지음, 이은정 옮김, 배세진 해제 / 현실문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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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관심이 가는 챕터, <포스트 여성성>을 읽었다.

해러웨이가 보기에 우리는 모두 어떤 점에서는 사이보그다(358쪽). 나는 지금 안경을 쓰고 있고, 출근할 때는 콘택트렌즈를 낀다. 안경이 없으면 제대로 볼 수 없다. 행동에 제약이 있다. 그 지점에서, '본다'는 점에서 나는 사이보그다. '우리는 모두 사이보그다'에서 시작한 해러웨이는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 흐릿해진 만큼 '인간/동물과 인간/기계'라는 이중 경계 역시 사라진다(361쪽)고 주장하는데, 이는 새로운 존재론으로 이어진다.

해러웨이가 보기에 인공물은 모든 사물에 대한 사유 모델을 제공한다. 그의 인공물주의는 급진적 반본질주의다. 그는 세계 내 어떤 실체도 ‘본질‘을 소유하지 않으며, 따라서 상호작용하는 다른 실체와 무관하게 존재할 수는 없다고 여긴다. 사물은 언제나 혼종적인 것이요, 여러 심급의 혼합이다. 이는 ‘본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반본질주의는 동시대 비판 사상 대부분에 공통적이다.(361쪽)

혼종으로서의 사물, 여러 심급의 혼합인 사물을 상상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생김새가 다른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지? 일테면, 『랜들 먼로의 친절한 과학 그림책』 62쪽 '생명체의 나무'를 보자.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생명체가 한 가족이라는 생각은 인류 역사를 살펴보았을 때, 비교적 최근에서야 나타났다. 인간, 근대적 인간은 분류하고, 구분하고, 무리 짓고, 카테고리별로 묶었다. 생명체의 나무에 따르면, 사람은 집에서 키우는 물고기보다는 새에 더 가깝고, 집에서 키우는 그 물고기는 사람을 잡아먹는 커다란 물고기보다 사람에 더 가깝다고 한다. 작은 나무처럼 생긴 버섯은 나무보다는 동물에 가깝고, 나무, 벌레, 사람과 같이 '하나보다 많은 보따리로 이루어진 모든 생물'은 세 번째 큰 가지에 속한다. 나무와 벌레, 그리고 사람. 작은 차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이러한 구별과 분류가 해러웨이 앞에서 무너진다.

해러웨이의 인공물주의의 이론적 결과 중 첫 번째는 반인간주의다. 어떤 사물도 본질을 갖지 않는다면, 인간 존재 또한 본질을 지니지 않는다(361쪽)는 주장. 당연히 인간은 동물보다 특별하지 '않다'. 이러한 주장은 자연스레 반종차별주의로 간다. 두 번째로 해러웨이는 '여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며(362쪽), 인간이 유기체와 기계의 얽힘으로 구성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인식하에서 인간과 동물 간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듯, 여성과 남성 역시 '본질'적인 구분이 불가능하다. '여성'됨이라는 상태가 존재하지 않는다(362쪽)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다.

이제 주디스 버틀러다. 휴우~~

버틀러가 보기에 섹스는 젠더와 마찬가지로 문화적 구성물이다. '섹스'와 '젠더'라는 구분 자체가 사회적·역사적으로 정립된 것이니, 그 구분을 이루는 항목들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 결국 버틀러가 최종적으로 문제 삼는 것은 바로 본성과 문화의 분리다.(369쪽)

섹스와 젠더를 이해하던 이전의 방식을 버틀러는 완벽하게 분쇄한다. 어디까지가 본성의 범주이고 어디에서부터 문화의 영역인가. 평생에 걸쳐 반복해서 이루어지는 '젠더 사회화'를 통해 인간은 여성으로, 남성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강제적 이성애와 남녀 이분법은 이러한 배경하에서 더욱 공고해진다.

나왔다, 스피박.

포스트식민주의 연구와 페미니즘 내부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킨 스피 박의 개념은 전략적 본질주의strategicessentialism다. 본질주의에 대한 비판은 동시대 비판 사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젠더든, 계급이든, 민족이든 모든 정체성은 사회적으로 구성되었고, 따라서 우연적이라고 주장한다. 달리 말해 정체성은 객관적이거나 실체적인 그 어떤 것도 가리키지 않는다는 얘기다. 전략적 본질주의 개념 역시 이런 비판에서 유래하며 사회 세계에 본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그러한 본질을 제거하기가 어려워 보일 만큼 일상생활과 사회 투쟁에서 개인이 본질을 자주 참조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379쪽)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전에 써두었던 글을 여기에 붙여둔다.


전략적 본질주의 :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5259889


저항주체인 여성의 전략적 본질주의 :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5262820



다시 해러웨이에게로 돌아가 보자. 해러웨이는 사물에 '본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핵심은 급진적 반본질주의다. 버틀러의 주장에 따르면, 섹스는 젠더와 마찬가지로 문화적 구성물이다. 일상적 수행을 통해 특정 젠더로서 '기능'할 뿐이다. 버틀러가 고전 페미니즘의 '여성'이라는 범주에 대해 비판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379쪽) 젠더든, 계급이든, 민족이든 모든 정체성은 사회적으로 구성된다.(379쪽) 하지만, 여전히!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억압당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고, 이런 현실에 대한 대응으로서 스피박은 '전략적 본질주의'를 주창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382쪽을 읽다가, 나는 저자의 얼굴을 확인하러 구글로 갔다.


『제인 에어』는 19세기 자율적인 여성 주체의 출현을 나타낸 작품으로 여겨지지만, 스피박은 이런 여성 주체의 출현이 식민지 출신 여성의 자율성을 부정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는, 다시 말해 식민지 출신 여성을 인간 이전의 상태로 일축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이는 여성이 집안일에서 해방되는 것이 흔히 식민지(그리고 피지배계급) 출신 가사도우미의 원조를 전제로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명백하다. 따라서 여성이 놓인 조건의 역사와 제국주의의 역사는 분리될 수 없다. 이 둘은 함께 고려돼야 한다. 다만 이제껏 페미니즘에서는 그 작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382쪽)

남자일거라 예상했지만, 굳이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던 건, 페미니즘에 대한 이러한 비판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성이 집안일에서 해방되는 것은 식민지 출신 가사도우미의 원조를 전제로 한다'는 그 말을 부정한다는 뜻이 아니다. 많은 경우 그랬고 또 지금도 그러하다. 하지만, 여성이 해방되고자 간절히 원하는 '그 집안일'은 여성만의 몫이 아니다. 이에 대한 페미니즘의 비판과 평가, 연구가 앞으로도 이루어지겠지만, 그 비판의 목소리조차 나는 여성의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자신의 밥을 스스로 잘 챙겨 먹는 사람일 거라 추측하고 싶다. 엄마가, 아내가, 여자친구가 해주는 밥을 얻어먹으면서 할 이야기는 아니라는 뜻이다.

해러웨이와 버틀러, 스피박 이론의 핵심을 잘 짚어내면서도 쉽게 설명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밥 이슈를 빼고는 괜찮았다.


정리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좌반구 살짝 돌았고, 우반구는 다음에 돌기로 하자.

이제부터 놀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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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6-28 2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휴.. 사흘 연달아 놀기만해도 될 것 같은 페이퍼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단발머리 2025-06-29 08:21   좋아요 0 | URL
놀기 이틀쨰입니다. 다락방님도 여유롭고 편안한 하루 되시길요^^ 날은 좀 후덥지근하지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5-06-29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어려운 책을 척척 읽어내시는 단발 님께 좋아요를 수십 개 눌러드립니다.
해러웨이, 버틀러, 스피박…이름만으로도 와!
반대쪽 우반구로 빨리 돌아야 멀미가 사라지겠죠?ㅋㅋㅋ

단발머리 2025-06-29 16:29   좋아요 1 | URL
제가 이 책을 다 읽은 것은 아닙니다 ㅠㅠㅠㅠㅠ 그러나 건네주신 좋아요~~는 다 받아도 되겠지요?
우반구는 다음을 기약해야 합니다. 일단 오늘은 좀 놀고욬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7-11 16: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아내가, 여자친구가 해주는 밥을 얻어먹으면서 할 이야기는 아니라는 뜻이다.
밥 이슈를 빼고는 괜찮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명언들 콕 짚고 갑니다.
밥이슈는 중요하죠, 암요!!


단발머리 2025-07-16 09:24   좋아요 1 | URL
그래서 아침에는 불고기에 된장국, 볶음김치 줬어요. 맛이 없는 식탁이지만 계속 차려야 하는 ㅋㅋㅋㅋㅋㅋㅋ
밥이 중요합니다. 밥은 중요합니다. 밥도 중요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의 '눌림 버튼'(제 친구가 제게 썼던 표현입니다. 쓰게 하는 사람. 쓰도록 하는 사람ㅋㅋㅋㅋㅋ) 건수하님의 궁금합니다,의 답을 이렇게 풀어쓴다.

스탠퍼드대 생물학부 박사과정의 올리브에게 안(Anh)은 베프 이상이다. 가족이라 할만한 사람, '내 사람'이라 부르는 사람이다. 자신과 몇 번 데이트를 했던 제레미와 안이 서로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올리브는 두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지만, 안은 제레미와의 데이트가 올리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까 봐 제레미를 밀어낸다. 안의 표현대로 하면, 이른바 'girl code' 때문이라는 것. 몇 번을 말해도 안이 꿈쩍을 하지 않자 올리브가 생각해낸 계책은 다른 남자를 만나기 시작했다고 안에게 거짓말을 한 것. 오늘도 남자와 데이트하러 간다고 나와서 실험실로 향했는데, 저기 저 복도 끝에서 안이 보인다. 이런 순.




복도에서 마주친 이 남자가 올리브의 '그'가 되어야 하는 순간. "Can I please kiss you?"라고 묻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그에게 키스, 정확히는 뽀뽀를 해버린다. 안은 이 장면을 보고 뒤돌아 갔지만, 문제는 올리브 앞의 이 남자다. 박사 과정 학생들에게 엄격하기로 소문난, 아니 엄격함을 넘어서 잔인하다고 소문난 닥터 칼슨(애덤)에게 키스의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말 그대로 오마이갓. 키스 한 번으로 지나칠 줄 알았던 상황은 점점 더 꼬이게 되고, 애덤이 가지고 있는 '나름'의 이유로 두 사람은 fake relationship을 갖기로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의 관계는 가짜가 아닌 진짜가 되어 가고, 커져가는 감정을 깨달은 올리브는 더 큰 혼란을 겪게 되는데...

내가 읽은 로맨스 소설 작가는 몇 명 되지 않는다. 이 소설의 작가 알리 헤이즐우드를 읽었고, 콜린 후버를 읽었고, 에밀리 헨리를 읽었고, 린 페인터를 읽었다. 나는 읽었던 모든 로맨스 소설 중에 알리의 이 책을 제일 좋아한다. 이 세계(?)에 들어올 때 제일 먼저 읽은 책이기도 하지만(일명 첫사랑설), 무엇보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만난 사람은 작가가 보여준 만큼만 알 수 있다. 그 너머는 어디까지나 상상일 수밖에 없는데, 나는 소설 속에 그려진 올리브와 애덤의 모습이 마음에 든다. 두 사람의 말이 만들어내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섹슈얼한 대화가 아니라, 섹시한 대화. 금요일 어느 늦은 밤, 잠깐 쉬는 시간에 복도 의자에 앉아 과자 나누어 먹으면서 과학자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분위기는 정말 섹시하지 아니한가 말이다. 무심한 듯 들어주는 애덤과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 올리브.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정말 로맨틱하지 아니한가 말이다. 나만의 비밀을 털어놓게 만드는 그 분위기, 그 공기, 그 눈빛.



이번 주에는 선물을 받았다. 돈이 있어도 정성이 있어야 구할 수 있는 귀한 선물을, 그러니깐 지금 내게 딱! 필요한 선물을 애정을 담아 보내주셨다. 선물 해당자는 물론 구경하는 식구들 전부 감동을 받았더랜다. 우체국에서 택배 보내시기 전에 갑자기 내 이름을 모르신다는 걸 알게 된 알라딘 이웃님이 전화와 카톡을 주셨는데, 운전 중이라 받지를 못했다. 우체국에서는 '단발'이에게 소포를 배달하겠다는 톡을 보냈다. 오후에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 이름을 알려드리고, 친구들에게 자주 보내는 뉴스 캡처본도 같이 보내드렸다. 계엄이 터지고 얼마 안 돼서 뉴스에 내 이름이 나온 화면인데, 화면 속의 그 사람이 '나'는 아니지만, 그 이름이 내 이름인 것은 진실이니깐. 문재인 대통령과 유시민 작가와 나란히 이름 나오는 거 아무나 그럴 수 있는 거 아니니까. 내가 좋아하는 순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장면이니깐.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웃님에게서 답이 왔다.

"본명 숨겨"

움하하하하하하하하~~~ 비밀이 하나 더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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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8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6-28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5-06-28 11:53   좋아요 1 | URL
일전에 이웃님 한 분도 그 말씀 하셨던것 같아요. 저도 일면 공감합니다.

2025-06-28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6-28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5-06-28 11:55   좋아요 1 | URL
그건 비밀 아니고요 ㅋㅋㅋㅋㅋ저의 하트도 좀 받으세요! ❤️🧡💛💚🩵💙💜🩷

건수하 2025-06-28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눌림버튼이란 말에 기뻐하며 글을 다 읽고 나니 제가 뭘 궁금하다했는지 기억이 안납니다 ㅋㅋㅋ

제가 진짜 연락처 달라는 말씀은 아니었구요 ㅋㅋ 진심반 농담반?

어쨌든 단발머리님 글을 하루에 두 개나 봐서 좋습니다 ^^

단발머리 2025-06-28 14:39   좋아요 0 | URL
이 책이 교수랑 학생 로맨스라.... 저어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로맨스와 권력 관계의 미묘함에 대해서는 저도 여러 번 글을 쓰기는 했는데, 제가 좀 나이브하게 보는 것 같기는 합니다.

진심이 앞에 있어서 진심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또 글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포스트 여성성/ 도나 해러웨이-주디스 버틀러-가야트리 스피박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충성!

다락방 2025-06-28 14:47   좋아요 1 | URL
오오 도나 해러웨이 주디스 버틀러 가야트리 스피박 이라니, ㅋ ㅑ, 기다리겠습니다!!

단발머리 2025-06-28 14:48   좋아요 0 | URL
‘쓰고 있어요‘ 🤣😆😎

망고 2025-06-28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하 표지 그림이 저런 이유가 있었군요 첫 만남이 입술 만남이었다니😚

단발머리 2025-06-29 08:39   좋아요 1 | URL
원래의 첫 만남은 다른 시간, 다른 장소였는데요. 올리브가 기억을 못한 관계로다가 ㅋㅋㅋㅋㅋㅋㅋ 표지의 저 그림이 공식적인 두 사람의 첫 대면이네요. 그러고 보면 이전의 마주침은 뭐랄까. 의미가 없다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흑백 같다고 할까요. 저 순간에 두 사람의 세계가 비로소 컬러로 보이기 시작했다는ㅋㅋㅋㅋㅋㅋ
망고님, 오늘 좋은 날 되세요. 계속 비가 오다말다 해서 좀 흐리기는 하지만요^^

책읽는나무 2025-06-29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재인 대통령과 유시민 작가 이름과 나란히?
저는 제 본명을 좋아하지 않아 남의 예쁜 이름, 특이한 이름에 관심 많다가도 때론 심드렁하다가 좀 그렇거든요. 아닌가? 관심 많은가?🙄
암튼 심드렁해지려고 했는데 아니. 두 분의 유명하신 이름 특히나 제가 좋아하는 두 분의 이름과 나란히 하는 이름이시라니?
갑자기 궁금하네요.ㅋㅋㅋ
서…설마 지금 제 머릿 속에 갑자기 떠오른 그분의 이름은 아니겠지. 설마?! 그러면서 댓글 달고 갑니다.ㅋㅋㅋ

그리고 하필 이렇게 더워져 가고 있는 이 시점에 끈적한 로맨스 소설 이야기라니..ㅋㅋ
그것도 다짜고짜 키스로 시작하다니…쫌 덥네요. 더울 땐 호러물이었는데 이열치열이라고 로맨스물이 여름에 읽기 더 좋은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ㅋㅋㅋ

단발머리 2025-06-29 16:32   좋아요 1 | URL
나란히 있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나란히 나란히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궁금증이 잘 해소되셨을거라 생각하니 기쁘네요!
더워지는 때에 끈적한 로맨스 소설은, 진짜 반대입니다. 이럴 때는 부산 밀면을 먹고 후식으로 아메리카노에 달달한 디저트를 ㅋㅋㅋㅋㅋㅋㅋㅋ먹으면 좋겠지요? 신기한 거는 <하우스메이드> 읽을 때 좀 시원하더라구요. 무섭고 덜덜 떨리고 콩닥콩닥!

독서괭 2025-07-11 17: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퀴즈인가요?? 단발님의 이름을 맞혀라?? ㅋㅋㅋ 아무튼 축하드립니다.
8월에는 다락방님과 함께 로맨스를 읽게 될 것 같은데 기대만발이네요~~

단발머리 2025-07-16 09:25   좋아요 1 | URL
헤헤헤 ㅋㅋㅋㅋㅋ 저 진짜 축하받고 싶어요. 그리고 축하 받을 일이에요. 이름만으로 자랑스러운 순간!
기대만발 로맨스 타임 제일 기대하는 사람, 저입니다요! (하트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