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나 해러웨이

 


도나 해러웨이의 사상과 삶, 저작에 대한 분석을 담고 있다. 도나에 대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저자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도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부분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비판 중 최선의 버전은 자신이 비판하는 이론에 자신도 의존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비판은 다르게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자원을 이론으로부터 끌어내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삶의 실천에 관한 도덕적, 윤리적 입장과 함의를 더욱 깊이 탐구한다. 비판과 해체를 위해 반드시 파괴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진지하고 강인한 겸손에서 이득을 얻는 경우도 많다. (14)

 


파괴를 통해서가 아니라 진지하고 강인한 겸손을 통해, 문제의 핵심에 다다르고, 한계를 넘어서고, 그래서 더 나은 비판으로 갈 수 있다는 제안. 스스로에 대해 자신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비판이 아닌가 싶다. 도나 해러웨이를 기본값으로 하고, 조지프 슈나이더를 새롭게 발견한다.

 




 















2. Rebecca / 레베카

 


작년에 두 번째 읽으면서 이 책을 더는 읽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건, 맥심이 키우는 개 제스퍼와 관련한 화자의 속마음 토크 때문이었다.

 


나는 맥심 팔에 몸을 기대고 그 소매에 얼굴을 묻은 채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내 손을 톡톡 치면서 비어트리스와 이야기를 했다. '이건 내가 재스퍼를 대할 때와 똑같잖아.’ 나는 생각했다. '지금 나는 재스퍼처럼 굴고 있어. 그는 생각날 때마다 나를 어루만지고 그럼 난 기분이 좋아지지. 그는 내가 재스퍼를 좋아하듯 나를 좋아하는 거야. (158)


 

화자 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재스퍼와 같다고 느낀다. 남편과의 관계에서 가 자신의 지위를 깨닫는 이 장면이 싫었다. 인간이 아닌, 인간보다 못한 계급으로서의 여성을 인식하는 순간에 느껴지는 불쾌감과 비슷했다. 그 사실을 모른다는 게 아니라, 그 사실을 모른 척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농경을 통한 정착 생활이 이루어지기 이전부터, 인류 초기 사회에서 통용되던 가부장제의 기나긴 역사 속에서, 여성은 자신을 하나의 집단으로 의식하지 못했다. 여성의 역사 자체가 가려졌고, 여성의 목소리는 지워졌다. 여성은 다른 계급의 여성보다는 같이 사는 남성에게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성의 지위와 상관없이 여자라는 이유로이루어지는 차별은 전 세계 보편의현상이다. 여성은 판사도 될 수 있고, 국회의원도 될 수 있고, 의사도 될 수 있고, 장관도 될 수 있지만, 여성이라는 굴레, 여성이라는 존재로부터 발생하는 억압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운 여성은 한 명도 없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과 관련된 억압만으로 이 세계의 모든 불평등이 구성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각 여성은 자신의 인종, 계급, 젠더, 나이에 따라 다른 위치에 설 수밖에 없고, 그 위치에서 자신이 사는 세계를 인식하고 판단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의 사회에서 사회적 관계로 인한 억압은 오히려 당연한 측면이 있다. 우리가 개 같은삶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주인이 개에게 요구하는 순응과 충성을 각자가 요구받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간과 에너지를 담보로 일하고, 그 대가로 일정 정도의 (대부분, 노력보다 적은 금액의) 돈을 받는다. 부모를, 상급자를, 고용주를 굴욕적인 태도로 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우리 삶에는 존재한다. 우리는 우리 손을 쓰다듬는 그 관계에, 그 무심함에 결국에는 적응한다. 소설 속의 ’, 소설 속의 여자주인공만 그런 것은 아니란 의미다.

 


이번에 읽으면서는, 범죄의 고백과 공모 과정에서 두 사람이 서로에게 강한 애착을 느끼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비밀을 공유한 사이에서만 가능한, 눈빛으로 오가는 대화. 비밀을 털어놓고 난 후에야 사랑한다고 말하는 남자의 비겁함. 그런 순간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내가 사랑하는 이 사람이, 완벽하게 아름다운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 안심하는 마음. 그런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그 마음을 이해하는(이해하고 싶어하는) 내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런데도 화자의 기쁨이 선명하게 전해져 좋기도 했다.

 


내가 고른 문장은 여기. 한글에서도 이런 말장난이 재미있지만, 영어로도 역시 재미있다는 걸 확인한다.


 

I understood it all. Frank knew, but Maxim did not know that he knew. And Frank did not want Maxim to know that he knew. And we all stood there, looking at one another, keeping up these little barriers between us. (341p)

 

















3. Normal People / 노멀 피플


 

이런 비유를 쓰는 게 어떨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굳이 말해보자면, 내게는 『Pachinko』가 훨씬 쉽게 읽혔다. 『Pachinko』가 특별한 구성의 변화 없이 시간 순으로 전개되는 서술 방식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Pachinko』에서는 저자가 의도하는 바를 비교적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치 원작인 한글 소설을 영어로 번역한 것처럼, 한글 소설을 읽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Normal People』도 구문의 구조나 단어로 보았을 때 어려운 소설이라고 보기 어려운데, 내게는 어렵게 느껴졌다.

 


그저께 도서관에서 대출한 번역본을 읽어보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영어 때문이 아니었다. 한글로 읽어도 어려웠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코넬과 마리앤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해되지 않는 말과 행동이 싫었고, 그런 행동이 시크하게그려진 것이 싫었다. 배려하지 않는 모습이 싫었고, 그런데도 미워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에 짜증이 났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내 모든 걸 주고 싶고, 이미 주어 버린 사람 앞에서, 얼마나 시크할 수 있을까. 얼마나 시크해야 하는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어느 정도 적당한 사랑이 쿨한건가. 이런 모든 물음을 가득 안고서 다음 챕터로 넘어간다. 시작했으니 끝내야 한다. 혹시 모르는 일 아닌가. 소설을 다 읽을 때쯤에 코넬을 좀 더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

 



4. 작은 파티 드레스



 

















프랑스어 책읽기 진도가 한참 밀려 있을 때, 부지런히(진도 밀렸을 때, 특히) 읽어가고 있을 때, 만난 장면이다. 대리석 테이블을 마주 보고 기자가 작가를 인터뷰하고 있다. 작가의 책을 읽지 않았음이 분명한 기자가 하나 마나 한 질문을 하고, 작가는 하나 마나 한 답변으로 응한다. 지친 기자가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만년필과 수첩을 챙겨 떠날 채비를 하면서.

 


엄청난 사랑이, 열정이 찾아온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러자 갑자기 상대방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는다. 그건, 막을 수 없겠죠. 그 앞에선 완전히 속수무책일 겁니다. 사랑은 우리보다 훨씬 강하니까요, 세상 무엇보다 훨씬 더. 그렇게 말한 뒤 그는 입을 다문다. 기자도 입을 다문다. 두 사람을 둘러싼 모든 게 덩달아 입을 다문다. 한마디 말이 발해진 시간, 기만을 떨쳐버린 휴식의 한순간, 거짓을 던져버린 영원의 한순간이다. (114)

 



이 기자의 물음이 바로 내 친구, 지혜롭고 통찰력 있는 그 친구의 물음이다


조나단을 주세요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3569472



엄청난 사랑이, 열정이 찾아온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조나단이 당신을 사랑한다면,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나를 완벽한 혼란의 도가니로 밀어 넣었던 바로 그 질문. 입을 다물게 만드는 물음. 기만을 떨쳐버리는, 거짓을 던져버리는 물음.

 



엄청난 사랑이, 열정이 찾아온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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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05-30 08: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 안에 코넬이랑 마리앤이 있어서 몰입감이 더 잘 드는 거 같아요. 그리고 쿨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 거 같기도 하고 사람이 사람 앞에서 시크하게 굴어야 멋져보인다는 건 어느 시대, 어느 공간 이야기일까 싶기도 해요. 코넬은 그냥 애기 같아요. 암것도 모르는 애기.

건수하 2022-05-30 08:40   좋아요 2 | URL
코넬 애기설에 한 표 더합니다 ㅎ

- 2022-05-30 11:55   좋아요 2 | URL
제 안에도 코넬과 마리앤이 있습니다..* 외로워마요 비타님..*

수이 2022-05-30 12:51   좋아요 2 | URL
아니 저는 제 안에 코넬과 마리앤 있는 게 좋은데 ㅋㅋㅋ 이 이야기에 대해서 잠깐 동생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는데 철이 들고 철이 없고 이런 거랑도 연관이 있겠지만 살아온 방향과 인생에 대한 태도 이런 차이가 더 클 거 같다 싶어요. 샐리 루니 소설이 젊은 감성이긴 한데 독자들을 워낙 불편하게 만드는 서술을 많이 취하고 있고 (이 서술 방식은 어쩐지 샐리 루니만의 못된 서술로 낙인이 찍혀질 것도 같고) 그래서 혹평을 많이 받지 않나 싶어요. 어디선가 읽은 리뷰에서는 완전 스노브 중의 스노브라고 욕한 것도 보았는데 제 안에 그런 것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 더 반겨하는 것도 있는 거 같습니다. 재독하니 그 점을 확실히 깨달았음. 외로워하지 않아, 샐리 루니 좋아 나는 ㅋㅋ

단발머리 2022-05-31 12:43   좋아요 1 | URL
비타님 / 독자를 불편하게 하는 서술조차도 솔직해서 가능한거 같아요. 코넬의 비겁함, 같은 걸 우리 모두 다 가지고 있는데, 아닌 척 하기도 하고요 (싫어하는 코넬 방어하는 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쩌면 저는, 제 안의 코넬을 무시하는 거고, 비타님은 인정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그렇다면 비타님의 읽기가 훨씬 더 액티브하고 발전적인거 같아요. 전 코넬 욕하다가 끝날 듯해요 ㅋㅋㅋㅋㅋㅋ

수하님 / 저도 코넬 애기설에 한 표 더합니다. 코넬 3표 득!!!

쟝쟝님 / 쟝쟝님 안에 푸코 자리밖에 없다는..... 걸 내가 확증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5-30 08: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조지프 슈나이더의 말이 (이해가 잘 되진 않지만) 와닿네요.. 때론 겸손과 관용이 필요한 때도 있죠.
모두가 겸손과 관용을 갖고 있다면 세상이 조금 덜 각박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샐리 루니 <노멀 피플>과 <친구들과의 대화> 두 권만 읽었지만 잘 공감이 안 되었어요. 세대의 문제일까 생각했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그냥 사고방식이 저와는 좀 다른 사람들의 얘기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

단발머리 2022-05-31 12:46   좋아요 3 | URL
도나 읽으면서 조지프의 발견 또한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번역에 대한 문제는.... 흠, 좀 아쉽기는 하고요.

전 똑같이 별로라고 생각하면서도 <친구들과의 대화>는 좀 빠져들게 하는 면이 있더라구요. 남주 미운데 막... 매달리고 싶고 ㅠㅠㅠ 그런 마음이 저한테 있더라구요. 전 <노멀 피플>은 아직까지는 계속 공감이 안 되어서요. 좀 더 읽어보려고요.
수하님도 저랑 비슷하게 읽으셨다니 반가운 마음이 ㅋㅋㅋㅋㅋㅋㅋ 듭니다.

다락방 2022-05-30 10:1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샐리 루니의 소설은 위에 수하 님도 말씀하셨지만 저로서는 딱히 좋아할만한 이야기는 아니긴한데요, 그러나 현재에 필요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저는 번역본으로 읽었을 때 막 좋진 않았는데, 원서로 만나는 노멀 피플은 좀 더 잘 와닿거든요. 문득 단발머리 님은 끝까지 코넬과 마리안을 좋아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정말 쿨한척 하는 거, 시크한 척 하는 거 너무 싫어요. 세상에 그런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쿨한 사람이 어딨어요, 쿨한척 하는거지. 그리고 그게 뭐가 멋져요. 코넬도 마리안을 잃고 힘들어하잖아요. 솔직한 관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였다면 그들은 진작에 학교 교정을 손잡고 걸을 수 있었을텐데요. 너무 바보같아서 욕하다가도 그래 꼬꼬마들이다, 누구나 다 이럴 때가 있지.. 해요. 물론, 어른이 되어서도 그럴 수 있죠. 우리는 훌쩍 어른이 된 다음에도 다른 어떤 사람과의 관계를 감추고 싶어지기도 하잖아요. 인간은 부조리하고 불완전하며 코넬은 저 당시에 가장 그런 모습을 보였던 것 같아요. 아직 자기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그런 사람이요. 마리안은 반면, 코넬보다 더 빨리 깨달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그 물음이, 조나단이 정말로 너를 사랑한다면 너는 어쩌겠느냐, 라는 물음이 그렇게나 ‘좋은‘ 질문이었던건가요? 저는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보고 싶은데, 어쩌면 그런 가능성을 생각해보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게 아닌가, 하고 단발머리 님의 이 페이퍼를 읽고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앤드루 밀러‘의 <우연한 생> 을 읽고도 떠올렸고요. 인간이란 원래 그렇게 계속 물으며 사는것 같아요. 다른 선택을 했다면? 다른 길이 내 앞에 주어진다면? 하면서요.

중년은 다 그렇대요. 앤드루 밀러가 그랬어요. ㅎㅎ

단발머리 2022-05-31 13:46   좋아요 2 | URL
저는 <노멀 피플>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요. 다른 사람들이 다 좋다는 소설에 대해, 혹은 다 싫다는 소설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있는가. 저는 아직도 ‘대세‘ 이런 걸 신경쓰는 사람이라서, 딱 부러지게는 아니지만... 아무튼 현재까지는 불편한 지점 때문에 이 소설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데요.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좋은 걸 찾아내고 싶기는 해요. 특별한 매력이 있는 작가라는 건 인정하니까요.

그 물음이 특별히 ‘좋은‘ 질문이었다는 거를 보뱅이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조나단만 없을 뿐이지 사실 같은 질문이잖아요?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질문이고요.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저는 결혼했고,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제가 선택한 이성애 4인 핵가족 속에서, 저는 행복하고 또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아이들은 다 컸고 저는 그만큼 나이를 먹었지요. 일을 하고 있었든 혹은 그렇지 않든, 아무튼 제 삶을 구성하는 요소들 중의 상당수가 이미 ‘결정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친구의 질문은 그런 제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상태에서의 질문입니다. 그러니까, (굳이, 굳이 아니어도 되지만, 또 ‘굳이‘ 덧붙이자면) 그건 영국의 연극배우, 무명이었다가 이제 막 세계적인 스타가 된, 저보다 13살 연하의 영국 배우가 저를 사랑하게 되는 ‘가능성‘에 대한 질문인 거죠. 이제는 새로운 걸 기대하거나 계획하기에는 좀 나이가 들었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중년입니다) 나도 모르게 포기하고 체념하는 저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릴 수도 있다는 언지 같은 거요. 그래서, 그 질문이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조나단이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요.

앤드루 밀러의 <우연한 생>은 당장 구해서 읽어봐야겠어요. 제가 마음이 급하다고 합니다 ㅎㅎㅎ

그레이스 2022-05-30 1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우와!
프랑스어 책 읽기
꾸준하시네요
팁좀 주세요
부러워요

단발머리 2022-05-31 12:48   좋아요 2 | URL
프랑스어 책읽기를 같이 하는 이웃분들이 계셔요. 안목이 있으신 주인장님께서 책 골라주시고요. 매일 정해진 분량을 같이 읽고 감상 올리기 하는데... 자주 밀리고 있습니다 ㅠㅠㅠ

- 2022-05-30 11: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사랑, 열정 ------------ 그건 내 안에 엄청난 결핍, 빈자리가 있다는 걸까요? (철학하자 철학)

수이 2022-05-30 12:46   좋아요 3 | URL
제가 봤을 때는 사랑이 오고 열정이 스쳐 지나가는 건 결핍과 무관한 거 같아요. 엄청난 사랑이라고 하니 몰아치는 파도나 폭풍우, 해일 뭐 이런 게 떠오르지만 그건 결핍과 무관할듯.

- 2022-05-30 12:51   좋아요 3 | URL
흑 그럼 난 사랑안해본 사람인가바…

수이 2022-05-30 12:56   좋아요 3 | URL
쟝쟝님과 사랑 이야기는 거의 나눠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쟝쟝님이 생각하는 사랑이 있지 않을까요? 전 워낙 사랑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판타지 거대했는데 이게 보통_ 사람이랑 연애를 하면 할수록 깨닫게 되는 것들이 많아서 (생각해보면 연애 대상자들이 모두 판타지 깨부수려고 작정하고 망치 든 이들 같네요;;) 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다음에 만나면 쟝쟝님이 생각하는 사랑을 좀 들어보고 싶어요. 이렇게 말하고나니 왜 푸코를 읽어야 할 거 같은 느낌일까요.

- 2022-05-30 13:05   좋아요 3 | URL
제게 사랑의 시작은 결핍이고, 지속은 좀 더 고차원적인 무엇인데 존중과 연습? 연마? 수행? 시야조절? ㅡ
전 엄청난… 엄청난에 꽂히는 데, 엄청나 본 적이 없어요 ㅠㅠ… 노력 엄청난 노력은 했다 …

단발머리 2022-05-31 12:59   좋아요 3 | URL
고백하자면.... 고백할 것도 없지만요. 제게도 ‘그런‘ 엄청난 사랑은 없었던 거 같아요. 내가 기대하는 사랑의 모습은 거대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매스미디어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니까요. 나는 소박한 소시민이었고..... ㅋㅋㅋ 한결같이 소박하다 ㅋㅋㅋㅋㅋ

다만 그런 엄청난 사랑과 열정이 ‘피할 수 없는‘ 방식으로 다가온다는데 전, 좀 마음이 동했어요. 열병처럼, 거부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방식으로 다가온다는 거요. 물론 완벽하게 피할 수 없을 뿐이지, 쪼금은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합니다. 그래서 피할 수 없는 사랑과 피할 수도 있을 사랑의 경계를 결정하는 지점이 제 관심사구요. 모르겠네요, 사랑은... 나도 잘 모르겠어요^^

mini74 2022-06-10 0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사랑. 지금은 좀 곤란한데 ㅎㅎ 하면서 읽었던 글이네요. 축하드립니다 *^^*

단발머리 2022-06-10 15:25   좋아요 1 | URL
미니님도 지금은 좀 곤란하시군요 ㅋㅋㅋㅋㅋ 많이 아쉽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축하 감사드려요. 이 기쁨과 영광을 조나단에게 돌립니다!!

서니데이 2022-06-10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단발머리 2022-06-11 23:02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항상 따뜻하게 반겨주셔서,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즐겁고 여유로운 주말 되시길요!
 



 













『해러웨이 선언문』을 다 읽었다. 해러웨이가 제시하는 정보, 그 정보를 둘러싼 배경, 그 정보가 해석되는 방식에 대한 사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읽었다. 아무튼 읽기는 다 읽었다.

 
















정희진쌤 책은 책상 위에 한 권씩 나와 있다. 제일 자주 꺼내 보았던 책은양성평등에 반대한다』. 만약 선생님 책을 한 권만 골라야 한다면 (왜 그렇게 험악한 상상을?), 나는 별처럼 빛나는 선생님 책 중에 이 책을 고를 것 같다. 단독저서가 아니어서, 글의 양도 상당히 적지만 성과 이분법, 그리고 그것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해석되고 적용되는 방식에 관해 가장 정교하고 적확한 글이라 생각한다. 책읽기에 흥미를 잃고 아무 책도 읽기 싫은 밤에 꺼내 읽는 책은낯선 시선』이다. 맨 앞에서부터 읽기도 하고, 중간부터 읽기도 하는데,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되고, 하얀 머릿속에 무언가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 말 그대로 독서를 격려하는 책, 다시 독서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최근에 자주 꺼내 보았던 책은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 세번째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이다. 아직 성과는 부진하지만, 책에 언급된 책들을 한 달에 한 권씩 읽어가는 게 나의 원대한 목표다. 어젯밤에 꺼내 놓은 책은정희진처럼 읽기』다. <좁은 편력>이라는 비교적 긴 글에 선생님의 독서법과 글 쓰는 법이 정리되어 있다. 1 1 과외처럼 영업 비밀을 그대로 공개한 글이다.

 


책을 읽은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습득()이고, 하나는 지도 그리기(mapping)이다. 전자는 말 그대로 책의 내용을 익히고 내용을 이해해서 필자의 주장을 취하는(take) 것이다. 별로 효율적이지 않다. 반면 후자는 책 내용을 익히는 데 초점이 있기보다는 읽고 있는 내용을 기존의 자기 지식에 배치(trans/form 혹은 re/make)하는 것이다. 습득은 객관적, 일방적, 수동적 작업인 반면에 배치는 주관적, 상호적, 갈등적이다. 자기만의 사유, 자기만의 인식에서 읽은 내용을 알맞은 곳에 놓으려면 책 내용 자체도 중요하지만, 책의 위상과 저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사회와 인간을 이해하는 자기 입장이 있어야 하고, 자기 입장이 전체 지식 체계에서 어떤 자리에 있는가, 그리고 또 지금 이 책은 그 자리의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를 파악해야 한다. (『정희진처럼 읽기』, 36)

 


첫 번째 방식으로 책을 읽기도 쉬운 건 아니다. 아니, 정확히는 상당히 어렵다. 정보의 양이 이렇게나 방대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게다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책을 통해 얻게 되는 갖가지 정보를 머리 속에 저장하는 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상상해보라. 첫 번째 방식의 책읽기도 그 자체로 쉬운 건 아니다. 하지만 추구해야하는 책읽기 방법은 두번째 방법이다. 이 방법이야말로 제대로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고, 말 그대로 가성비가 높은 효율적 책읽기법이다. 하지만,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읽을 수 있단 말인가.

 

 

이를테면 해러웨이가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말씀이 육신이 되어의 논의가 있다.

 


DH : 무엇보다 천주교의 물질기호학이 있습니다. 육신이--말의 측면이죠. … 궁극적으로 세계 속에 있는 사람으로 구성된 저는, 이와 같은 분리나 거대한 분할에 매우 불만을 느끼게 됩니다.

 겉으로 드러난 천주교 실천과 내면의 경험은 당연히 중요했습니다. 저는 일곱 살 때 처음으로 예수를 먹는 경험을 했죠. 그 강력함, 정말 무섭고, 훌륭하고, 놀라웠죠. 시각적으로 선명한 밤의 악몽, 꿰뚫는 듯한 낮의 평면, 강렬한 사랑, 끝없는 질문의 층위에 놓여 있는 대단히 심오한 관습이자 경험입니다. 의심할 바 없이, 감응과 인지 장치 모두의 수준에서, 세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정화하고 분류하는 것 말이죠. 아시겠지만 둘씩 묶어서, 자연/문화, 생물학/사회, 정신/육체, 동물/인간, 기표/기의 등등 저는 이런 이분법에 능숙해진 적이 정말 없어요. 제가 글을 쓸 때 깊은 영향을 준 측면이죠. (『해러웨이 선언문』, 331)

 


말씀이 육신이 되어라는 표현은 요한복음 1 14절에 나온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 The Word became flesh and made his dwelling among us. We have seen his glory, the glory of the One and Only, who came from the Father, full of grace and truth. (개역 개정/ NIV) 말씀은 신이었으되 인간이 된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킨다. 태초부터 계셨던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이 말씀이 곧 하나님이니, 하나님이었던 예수가 인간으로 변화된 사건, 성육신의 사건이 말씀이 육신이 되어의 의미라고, 나는 이해한다.

 


그들이 먹을 때에 예수께서 떡을 가지사 축복하시고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이르시되 받아서 먹으라 이것은 내 몸이니라 하시고 또 잔을 가지사 감사 기도하시고 그들에게 주시며 이르시되 너희가 다 이것을 마시라 이것은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 (개역개정, 마태복음 26 26-28)

 


인간이 된 하나님 예수는 성만찬을 통해 인간 속에서 산다. 초기 기독교가 전파될 즈음, 기독교인들은 사람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신다는 유언비어가 널리 퍼졌는데, 그러한 오해의 배경(?)이 되었던 말씀이다. 성만찬의 떡()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면, ()과 포도주가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와 소화된다. 실체가 사라지고 몸속으로 흡수된다. 예수의 살과 피가 나의 살과 피 속에 혼합되고, 보이지 않음에도 예수의 피와 살은 내 속에 나와 함께 존재한다. 예수는 사라졌지만, 그의 살과 피는 존재하지 않지만, 동시에 내 속에 살아있다. 나와 함께 살아간다. 김은주는 이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초월적 존재이자 말씀인 하느님이 이 세계의 구원을 위해 육신을 가진 인간 예수로 왔다는 삼위일체의 교리는 가톨릭의 전례에서 밀떡과 포도주가 예수의 살과 피로 체현되는 미사로 봉헌된다.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99)

 

 


도나를 읽는다. 나는 도나 해러웨이를 정희진 선생님이 추천하셨던 방식, 즉 두 번째 책읽기 방식으로 읽고 싶다. 읽고 있는 내용을 기존에 내가 가졌던 지식에 배치해서 변환시키고 다시 만들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나는 해러웨이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우리 속담에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깨친다는 말이 있는데, 내가 바라는 건 하나를 듣고, 하나, 딱 하나를 이해하는 것이다. 하나를 듣고, 하나를 깨치기도 바쁜데, 해러웨이는 만 이천칠백구십팔 개의 정보를 하나의 문단에, 한 페이지에 몰아넣으시고는. 그러곤 카옌을 쓰다듬으며 한가로이 인터뷰를 하신다. 정말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조지프 최근 인터뷰에서 당신은 글을 쓸 때 선택해 왔던 모든 비유가 시간과 공간, 상황의 면에서 얼마나 당신에게 철저히 개인적인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든 그가 사용하는 비유는 그에게 매우 개인적일 수 있겠다고 짐작해보게 되는데요.

 

도나 그렇습니다. 진지한 연관성이 없는 대상을 왜 연구하겠어요? 그 연관성이 분노일 수도 있고 희망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연관성이 없다면 당신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테고, 제 경험으로는 그러한 연관성 덕에 더욱 개방성을 띠게 됩니다. 내가 관심을 기울이는 모든 것으로 인해 내가 이 세상에 더욱 속해 있을 수 있습니다. 계속 퍼져나가는 물결에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에서 세상에 속해있는 것이지요. (199)

 

 


지식과 일화, 에피소드와 감상의 조합을 넘어선 독법과 글쓰기를 추구하고 싶지만, 도나 해러웨이가 선사하는 비유들이 얼마나 개인적인지를 확인하는 이런 문단을 읽고 있노라니, 그러한 독법이 꼭 부족한 방법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나 혼자 제멋대로 추측해본다. 개인적이고 소소하며 사소한 내 관심이 이 세상에 속해 있을 때 일어나는 일. 일어날 법한 일. 일어날 수 있는 일. 그런 일들에 대해 상상해본다. 도나는 어렵고 해러웨이 읽기는 괴롭지만, 아무튼 읽기는 읽었다. 해러웨이의 어떤 단어가, 그의 어떤 문장이, 탁월하고 신선한 입체적인 비유가 부디 내게 들어와 나의 살과 피가 되기를. 암요, 믿습니다. 믿고 말고요. 할렐루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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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5-24 16: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리뷰 읽으니 어렵지만 갈증이 해소되는 면이 있습니다. 저는 저 부분 전혀 이해를 못했거든요ㅋㅋ 읽고 정리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단발머리 2022-05-24 17:51   좋아요 1 | URL
더 많이 알고 싶은데... 사실은 뭘 아는지도 뭘 모르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다 읽었네요.
우리 모두 다 수고많았어요. 해러웨이는 너무 큰 산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산 정상에서 야호 부르는 거 맞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5-24 16: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단발머리님 진짜 짱이다!!
저는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게 도대체 뭔 말인지 모르겠는거예요. 왜 <해러웨이 선언문> 뒷표지에서 정희진 쌤이 그 얘길 또 하잖아요. ‘육체가 언어가 된다면 쉽게 읽힐 것이다‘ 육체가 언어가 된다는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어휴. 저는 갈 길이 너무 멉니다, 단발머리 님 ㅠㅠ

완독 축하드려요. 읽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단발머리 님!

단발머리 2022-05-24 17:49   좋아요 3 | URL
말씀이 육신이 되어,는 교회 다니시는 분들은 아시는 부분이에요. 쪼금 유명한 말씀. 요한복음 3장 16절처럼 아주 많이는 아니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해러웨이 선언문을 마치고 나니 저는 3학년 2학기 기말고사 마친 학생의 심정이 되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조나단으로 활활 불타오르리!!!

잠자냥 2022-05-24 17: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양성평등에 반대한다>가 그렇게 좋다굽쇼? 저는 정희진쌤 글 너무 적어서 패스했었는데 솔깃하네요!

단발머리 2022-05-24 17:42   좋아요 3 | URL
정희진쌤 글, 강연 모두 섭렵하신 잠자냥님이 이 책을 패쑤하셨다니요. 이 무슨 청천병력 미세먼지 300의 소식입니꽈!!
쌤 글은 짧지만 겁나 좋구요. 전체적으로 정리하는 글도 선생님이 쓰신 건데 그것도 좋아요. (헤벌죽) 솔깃을 권합니다!!

수이 2022-05-24 17: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올리셨군요. 갈비 뜯고와서 읽겠습니다. 일단 선댓글 ㅋㅋㅋ

단발머리 2022-05-24 17:55   좋아요 1 | URL
선갈비 후댓글!! 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5-24 2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헤헤 해러웨이는 패스하고 (ㅋㅋㅋ) 정희진 마니아로 책상에 동 제목의 책들 항상대기중인 자로서, 저는 단발님과 우리 알라딘에서 여성주의 책 읽고 쓰는 사람들은 적어도 이렇게 읽고 써왔다고 자부하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내가 그럼… ㅋㅋ)
고생 많으셨어요 🥰

단발머리 2022-05-25 13:33   좋아요 0 | URL
제가 그렇게 읽고 쓰고 왔다고 자부하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그러고 싶어요. 그렇게 하고 싶어요.
그니까 그렇게 하고 있는 쟝쟝님이 계속 읽고 써줘요. 나도 좀 배우자 ㅋㅋㅋㅋㅋㅋㅋㅋ
푸코는 내가 생각해볼게요. 반사 안 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푸코랑 조나단 ㅋㅋㅋㅋㅋㅋㅋㅋ

yamoo 2022-05-25 08: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사진 상 노트북 너머의 책장이 ㅎㄷㄷ 합니다요!!!

단발머리 2022-05-25 12:18   좋아요 0 | URL
저희 동네 도서관인데요. 저 자리가 제 자리에요. 새 도서관이라 아주 반짝반짝 ㅎㄷㄷ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5-26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이제서야 리뷰를 편히 읽어봅니다.^^ 완독하지 않고, 완독한 친구들의 리뷰나 감상을 미리 읽는다는 건 참고와 지침이 되기도 한데 왠지 미안하기도 하고...갈수록 마음이 좀 복잡해지더라구요. 근데 단발님의 리뷰는 미리 읽을껄 그랬나봐요^^ 깊은 고뇌가 느껴지면서 말씀이 육신이 된다는 그 말의 의미를 이제사 깨달았네요^^ 그런데 책이 어려워서인지...단발님의 리뷰도 어쩐지 좀 어렵게 읽힙니다jQuery18304780356727887456_1653547402529 지금 온통 글들이 은유적으로 읽혀 죄다 어렵게 읽히는 이상한 증후군이 생겼군요..이를테면 도나 증후군요!!!ㅋㅋㅋ 암튼 잘 읽었어요. 정희진쌤 이야기도 와닿구요.정희진쌤 책도 어렵던데 왠지 좀 친근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도나 증후군은 참 심각하군요!!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5-26 16:22   좋아요 1 | URL
이번 책이 특히 어려웠던것 같아요, 저는요. 물론 쉬운 책이란 건 없지만요. 요리조리 생각해봐도 참 어려웠는데 같이 읽는 이웃분들이 어렵다고 하시는데, 그게 은근히 위로가 되면서, 또 다시 책을 펴서 읽게 만드는 동기가 되더라구요.
도나 증후군에 대한 말씀은 참말로 옳으신 것 같아요. 도나는 진짜 논문을 시처럼 쓰시는 것 같더라구요. 하지만 덕분에 정희진쌤 책이 왠지 친근해졌다면 이건 정말 기뻐할 일이네요. 우리 모두 다, 수고 많았어요^^

독서괭 2022-05-26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단발님 글을 읽으니 해러웨이가 왜 그렇게 어렵다는 얘기를 듣는지 딱 알겠습니다. “만이천칠백구십팔개의 정보를 하나의 문단에 한 페이지에 몰아넣으시고는 카옌을 쓰다듬으며 한가로이 인터뷰를 하신다” - ㅋㅋㅋㅋㅋ 답답함이 느껴집니다.
해러웨이 그냥 넘기고 싶고.. 언급하신 정희진님 책 다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페미니즘의도전부터 읽어야 하지만요 ㅋ
암튼 단발머리님은 이 글만 보아도 충분히 두번째 방식으로 읽고 계신 분 같은데요?🥰

단발머리 2022-05-29 21:56   좋아요 1 | URL
제가 모르기 때문이겠지만 도나의 글은 약간 원망을 섞어 어리광을 부려도 될 듯 합니다.
정희진님 책은 어느 책이듯 다 좋지만 역시 페미니즘의 도전이 제일 유명하지요. 그래서 전 그 책은 두 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번째 방식으로 읽기 위해 정진하겠습니다. 독서괭님, 감사해요!!
 



 















프랑스어 책읽기 모임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아무튼 독서 모임은 진행되고 있고, 안내해주시는 분이 <안티고네> 미리 읽어 두라 하셨는데. 반납일이 되어야만 책 찾아보는 나쁜 습관은 고쳐지지 않았고. 반 정도 읽었던 <안티고네>를 아침에 마저 읽었다.

 


크레온       … 너는 그러지 말라는 포고령이 내려졌음을 알고 있었느냐?

안티고네   알고 있었어요. 공지 사항인데 어찌 모를 리 있겠어요?

크레온      그런데도 너는 감히 포고령을 어겼단 말이더냐?

안티고네   내게 그런 포고령을 내린 것은 제우스가 아니었으며, 하계의 신들과 함께 사는 정의의 여신께서도 사람들 사이                 에 그런 법을 세우시지 않았으니까요나 또한 한낱 인간에 불과한 그대의 신들의 변함없는 불문율들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고는 생각지 않았어요

               그 불문율들은 어제 오늘에 생긴 게 아니라 영원히 살아 있고, 어디서 왔는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259)

 


<안티고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여기.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대결. 크레온이 이긴 듯하지만, 결국 패배는 크레온의 몫이 되고 말았다. 이미 2,400년 전의 결론.

 


하이몬    저는 범법자들을 존중하라고 권하지는 않아요.

크레온    그녀가 범법자가 아니란 말이냐?

하이몬    테바이 백성들이 하나같이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어요.

크레온    내가 어떻게 통치해야 하는지 백성들이 지시해야 하나?

하이몬    거 보세요. 이제는 아버지께서 애송이처럼 말씀하시네요.

크레온    이 나라를 내가 아닌 남의 뜻에 따라 다스려야 한다고?

하이몬    한 사람만의 국가는 국가가 아니지요.

크레온    국가를 통치하는 자가 곧 국가의 임자가 아니란 말이냐?

하이몬    사막에서라면 멋있게 독재하실 수 있겠지요. (271)

 


잊힐만하면 간간이 찾아오는 여성 혐오 발언과 다이내믹 대한민국의 오늘을 보여주는 듯한 문장(271)도 보인다. 그래도 역시 제일 눈길을 끄는 곳은 여기.

 


크레온    우리는 곧 예언자보다 더 확실히 알게 될 것이오

             내 아들아, 너는 설마 네 약혼녀에 대한 결정을 듣고 이 아비에게 화가 나서 오는 것은 아니겠지

             내가 어떻게 행동하든, 너는 내게 늘 호의적이겠지?

하이몬   아버지, 저는 아버지 자식이에요. 아버지께서 저를 위해 지혜롭게 규칙을 정해주시니 저는 거기에 따를 거예요.                저는 어떤 결혼도 아버지의 훌륭한 지도보다 제게 더 큰 이익이 되리라 생각지 않을 테니까요.

크레온   그래야지, 내 아들아. 너는 마음속에 명심해 두어라매사를 아버지 뜻에 따라야 한다고 말이다. (267)


애들은 다 컸는데 아직도 모든 책을 육아서로 읽는 나는, <안티고네>도 육아서로 읽는다. 이 세상 그 누구도 나보다 소중하지 않다. 친구, 동료, 지인, 그 누구도 ‘(그들이 내게) 어떻게 행동하든 (항상) 호의적으로 대할 수 없다.’ 물론이다. 배우자는 물론이거니와 자식도. 그리고 부모도 여기에 포함된다. 부모들은 자기들은 예외일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자식은 당신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라고 말하면 당연하죠! 라고 답하지만, 자녀의 모든 순간에 개입하려 들고, 간섭하려 들고,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식을 이끌어 가려고 한다. 폭력적이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면 괜찮은 거라고. 겉으로는 말하지 못하지만,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한다.

 


크레온이 말한다. 내가 어떻게 행동하든, 너는 내게 늘 호의적이겠지? 하이몬을 대신해 내가 말한다. 그렇게 못 해요. 적어도 얼만큼은, 아버지가 어떻게 행동하시는지에 달려있어요. (그런데 지금 아버지는 제가 사랑하는 여자를 죽이려고 하고 있어요. 그건 제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에요.) 크레온이 또 말한다. 마음 속에 명심해 두어라. 매사를 아버지 뜻에 따라야 한다고 말이다. 하이몬을 대신해 내가 말한다. 아버지, 아버지의 뜻에 따르겠지만, 따르려고 노력하겠지만. 매사를 아버지 뜻에 따를 수는 없어요. 그렇게는 못할 거 같아요.

 


, 아버지가 매사에 제 뜻에 따라주신다면 모르겠지만요.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 요한 페터 크라프트, 18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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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5-19 15: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위에 지문 저렇게 나오는 거 어찌된 일인지 나는 모릅니다. 컴퓨터 화면상으로는 제대로 나오는데 핸드폰에는 글자들이 제각각이고. 북플에서도 그렇구요. 어떤 연유인지 알 수가 없네요. 허허.

청아 2022-05-19 17: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컴퓨터에서는 컬러도 예쁘고 깔끔하게 배열되어 있어요^^*
저는 다른 책으로 가지고 있는데
궁금하네요.

단발머리님 프랑스어 책읽기도 놀라운데 이 책으로 하시나봐요? 너무 멋집니다!! 화이팅!🙌

단발머리 2022-05-19 18:29   좋아요 3 | URL
오호, 다행이네요. 감사해요, 미미님^^

프랑스어 책읽기는 정말 부끄럽기는 한데 ㅠㅠㅠ 읽기가 부끄러운게 아니라 제가 부끄러워서요. 프랑스어 잘하는 친구가 웅숭 깊은 목소리로 읽어주는데 제가 뻑! 가버려서 시작하게 되었는데, 단어 문법 하나도 안 해서 아직도 왕기초입니다.
그래도 화이팅은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2-05-19 17: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모든 책을 육아서로 읽는 것도 좋은 독서 방법인 것 같아요!
프랑스어 책읽기라니, 단발머리 님 진짜 너무 멋진거 아닙니까.
저는 아직 이 책 안샀고 사려고 장바구니에 넣어두기만 한 상태에요. 아 빨리 사고 싶네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2-05-19 18:30   좋아요 3 | URL
저는 일단 소포클레스판 읽고 장 아누이 앞쪽 쪼금 읽었는데, 재미있는 거 있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른 사세요, 서둘러요!!

mini74 2022-05-19 17: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크레온 같은 아빠들 좀 있지 않나요. 친구같은 아빠라고 하지만 ㅠㅠ 저는 자꾸 아이 또래 애들에게 말을 그렇게 걸어요. 한 번은 아이랑 가다가 아이 친구 만났는데 제가 막 더 반가워하면서 밥은 먹고 다니니? 하면서 주접을 ㅠㅠ 아이가 엄마 살인의 추억 찍냐고 ㅎㅎㅎ 단발머리님 프랑스어 읽기 우와!!! 저도 파이팅입니다 *^^*

단발머리 2022-05-19 18:31   좋아요 4 | URL
밥은 먹고 다니니? 에서 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넘나 크게 웃었습니다. 저는 지나가는 아이,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말 걸 때 저희집 애들이 싫어해요 ㅋㅋㅋㅋㅋㅋㅋ 엄마, 애들은 그런 거 싫어해~ 그러면서요. 미니님 파이팅도 잘 접수되었습니다. 아이고, 맨날 접수만 받고. 오늘은 프랑스어 단어 하나라도 외워야겠어요.

수이 2022-05-19 18: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게는 못할 거 같아요. 소리내어서 따라 읽기! 프랑스어 단어 외우시고 저한테도 알려주세요 저도 따라 외울래요!!!

단발머리 2022-05-19 21:09   좋아요 3 | URL
오늘의 표현 : Ça va?
이거 쓰는데 세 번 고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쩔?

라파엘 2022-05-19 20: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주제의식을 가진 독서로서, 모든 책을 육아서로 읽는 것도 정말 흥미로운 방법인 것 같아요!! 게다가 프랑스어 공부도 하신다니... 프랑스의 대표적인 육아서라면 뭐니뭐니해도 루소의 에밀 아닌가요? 😂

단발머리 2022-05-19 21:11   좋아요 3 | URL
전 그렇게 읽으려고 했다기 보다는 ‘나도 모르게‘ 그렇게 읽었는데 이제 아가들은 다 컸고 말입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읽히네요 ㅎㅎㅎ 프랑스어 공부를 한다는 말을 하기조차 부끄럽지만 아무튼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루소의 에밀을 프랑스어로 만날 때까지 정진하는 걸로 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05-20 0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든 책을 육아서로 읽으신다는 말씀 어떤 뜻인지 알듯 합니다^^

단발머리 2022-05-23 08:15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은 제 말뜻을 바로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했습니다^^ 이제 아이들이 좀 커서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요 ㅋㅋㅋㅋ 전 아직도 그렇게 읽고 있네요.

책읽는나무 2022-05-20 11: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육아서로 읽으신다는 말씀!!! 그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저도 그런 것 같거든요ㅋㅋㅋ
프랑스어를 웅숭깊은 소리로 읊조리시는 모습에 반하여 프랑스어 공부를 시작하였다는 그 말씀도 프랑스적이군요^^
멋져요~~무언가에 반하여 앞뒤 계산없이 내 열정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은 멋져요. 전 계산이 너무 앞서서 시도할 엄두를 못내고 그저 바라만 보다 시간을 허비한 경우가 많거든요.
프랑스어 공부 시작하신지 좀 되신 듯한데 그 끈기심도 높이 평가합니다.
파이팅입니다.^^

단발머리 2022-05-23 08:20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도 그러신다니 한결 안심이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랑스어를 웅숭깊은 소리로 읽어주던 친구는 읽어주기, 발음 가르쳐주기, 책 소개하기, 진도 확인해주기 등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 전 진도 따라가는 것도 벅차서 헉헉대고 있어요. 뭔가를 하고 있다고 하기도 부끄럽지만 아무튼 이번에 새로 들어간 <장 아누이의 안티고네>가 여덟번째 책이더라구요. 같이 공부하는 이웃님들 덕분입니다^^

독서괭 2022-05-26 18: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육아서로 읽으신다는 말씀에 저도 매우 공감합니다 ㅎㅎ 애 낳고 나니 너무 자연스럽게 모든 책에서 그런 내용만 눈에 확 들어오더라구요🙄 토지 들으면서도 부모 다 죽고 거복이한복이는 어쩌나, 귀녀가 낳은 아기는 잘 클까 걱정이.. ㅎㅎ
단발님의 육아도 아직 끝나지 않았나 봅니다~^^

단발머리 2022-05-29 21:59   좋아요 1 | URL
전 사실 육아서는 많이 읽지도 않았거든요. 근데 다른 책을 육아서로 읽고 있어서 ㅋㅋㅋㅋ 그게 참 그렇네요.
그나저나 독서괭님 덕분에 저도 요즘 자꾸 토지가 눈에 밟힙니다. 10여년 전에 읽었던 터라 한 번 더 읽어야 하는데, 워낙 대작이라 마음 먹기가 쉽지 않네요.
제 육아는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법 키워놓았습니다. 둘 다 저보다 큽니다. 하하하.
 



 














는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문구, 정확하게는 내게 가장 흥미로운 문구다.

 

해러웨이는 위계와 지배의 질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여러 영장류 중에서 자신의 배우자를 동반한 채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고 주장한다. 서구 유럽의 경험 속에 동양이 차지하고 있는 특별한 장소에 기반하여 동양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으로서의 오리엔탈리즘’(60)에 대한 논의를 넘어서서, 해러웨이는 그 시선이 누구의 것인가를 묻는다.

 


해러웨이가 보기에 그 시선은 백인, 서양 과학자의 시선이며, 원숭이와 유인원을 '거의 (남성)인간' 혹은 더 나아가 '기원적인’, '문화 이전의’, 혹은 '자연의’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 것으로 조명한다. 다시 말하지만, 따라서 이 모든 것이 지식의 대상으로서 기입된다/만들어진다. 각 경우에 후자인 타자는, 자아이자 빛과 시각의 원천인 전자보다 열등하지는 않더라도 그것과 완전히 구별되며 부차적이라고 서술되지만, 두 쌍의 형상은 그와 연관된 이원론의 목록 전체와 마찬가지로 오직 상호의존적 위치로서만 의미를 만들거나 작동시킨다. 섹스/젠더, 자연/문화가 그런 이원론에 포함된다. 한쪽을 특정하거나 이해하는 일은 다른 쪽을 규정하는 매우 세부적인 사항과의 차이에 의존한다. 다른 것과 구별되며 우월하다고 여겨지는 위치 혹은 대상은 독특함과 우월성이라는 의미의 측면에서 부차적인것에 의존한다. 예를 들어 보다 열등한 것, 즉 자원으로 낙인찍힌쪽 없이는, 보다 위대한 것, 문화의 비범한 특질인 쪽도 자신이 이야기하고 규정하는 것, 자신이 체현하고자 하는 것이 될 수 없다.(『도나 해러웨이』, 61-2)

 


이성적이고 도덕적이며 문명을 이룩하는 주체(서구, 백인, 남성, 이성애자, 비장애인)에게는 감성적이고 비도덕적이며 자연과 어울리는 대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인데, 상대가 어떠함을 규정함으로써 자신을 새롭게 창조했다는 점에서, 이는 동양과 서양의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페미니즘 모토 중에 가장 극단적인 주장으로 알려진, 내가 보기에 가장 소박한(?) 것이 여자도 사람이다라는 주장이다. 페미니즘에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라면, 아니, 그럼 여자도 사람이지! 언제 우리가 여자는 사람 아니라고 했어? 라고 반문할 것이다. 여자도 사람이다. 남자도 사람이고 여자도 사람이다. 남자처럼 여자도 사람이고, 여자처럼 남자도 사람이다. 하지만, 이 간단한 주장이 여자에게 적용될 때는 기이하게 변용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아니, 그래도 여자가, 그렇게 밤늦게 돌아다녀도 돼? 아니 그래도, 얘는 엄마가 키워야지. 아니, 그래도 여자가, 몰골이 그게 뭐야? 남자에게는 가능하고 당연하고 평범한 일들이, 여자에게는 불가능하고, 어렵고, 비범한 일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성 혐오 5천 년의 기나긴 역사는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의도적으로 또한 지속적으로 여성의 목소리가 억압된 것 역시 우연이 아니다. 여자는 인간이되, 아직도 (온전한) 인간이 되지 못 했다.

 
















미국의 인종 감별 잔혹사라는 부제가 붙은 진구섭의누가 백인인가?』의 2장에서는 미국 사회에서 백인성, 백인됨이 사회적, 문화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여준다. 이민 시대 초기 백인은 오직 ‘앵글로’와 ‘색슨’만을 의미했다독일인에 대해 반감이 컸던 벤저민 프랭클린은 독일계조차도 순수한 백인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언론에서는 아일랜드 이민자를 원숭이야수술주정뱅이로 묘사했고동남부 유럽 이민자들은 견습 백인(probationary white), 이탈리아 이민자들은 백인 검둥이(white nigger), 그리스 이민자들은 기니아, 즉 검둥이로 불렸다. 유대인들은 검은 동양인, 하얀 검둥이(whiteniggers)로 불렸다고 한다(『누가 백인인가?』, 47). , 앵글로 족과 색슨족만이, 영국 이주민만이 가지고 있던 우리’, ‘인간’, ‘백인의 개념이 점차 다른 이민자에게까지 확대되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인간과 동물의 중간 단계라 여겨져 노예 산업의 근간이 되었던 흑인 남자는 노예 해방운동의 중요한 축이었던 백인 여자보다 먼저 시민권을 획득함으로써, 먼저 사람이 된 경우이다.

 


 














사이보그는 인공두뇌 유기체cybernetic organism, 기계와 유기체의 잡종이며, 허구fiction의 피조물이자 사회 현실 social reality의 피조물이다. 사회 현실은 삶에서 겪는 사회관계이자 가장 중요한 정치적 구성물이고 세상을 바꾸는 허구다.(『해러웨이 선언문』, 18)

 


다시 제자리로. 심오한 역사적 폭과 깊이를 지녔어도, 젠더는 보편적인 정체성이 아닐 수 있다(『해러웨이 선언문』, 84)는 해러웨이의 주장, 그리고 <반려종 선언>의 여러 주장을 고려해 볼 때, 그녀는 인간과 인간, 유기체와 기계, 인간과 동물간의 차이와 그 차이에 근거한 위계, 질서, 폭력이 온당하지 않으며, 그러한 그릇된 서열화는 인간이 지구에서 최고의 존재라는 잘못된 믿음, 더 구체적으로는 서구의 백인 남성이 이 지구 피라미드의 제일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다는 비과학적언설에 의해 지지받았다고 주장한다.

 


내가 개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살아가는존재로서의 개, 를 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이한 원자의 독특한 결합으로 알고리즘에 따라 운영되는 라는 존재 역시 유기체의 일종으로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구성된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우리는 모두 사이보그다라는 결론에 이르게 한 것 아닌가, 추측해 본다.


 

너무나 세속적이고, 자기중심적이고, 인간 중심적이며, 영장류에 속하나 호모 사피엔스임을 강조하며 살았던 한 명의 인간. 사이보그이며, 하이브리드, 모자이크, 그리고 키메라인 1인은 심히 괴롭다고 한다. 이제 팟캐스트 들으러 간다. 도움 받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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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3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3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2-05-15 15: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단발머리 님의 이 페이퍼를 읽으니 제가 좋아하는 작가 ‘샤론 볼턴‘의 <희생양의 섬> 에서의 한구절이 생각납니다.

˝글쎄, 이곳에선 적응을 잘 못한 것 같고, 그 점에 있어서는 그들의 말이 맞아요. 이곳 섬들은 작지만 강력한 패거리가 다스리고 있거든요. 체격이 큰 금발의 남자들 말이죠. 모두 같은 학교를 나오고, 같은 스코틀랜드 대학을 다녔고, 노르웨이 부족의 침략이 있던 시절부터 가족끼리 서로 알고 지낸 사람들 말이에요. 토라, 생각해봐요. 병원의 아는 의사들이나, 학교의 교장이나, 경찰이나 치안판사, 또 상공회의소, 지역 시의회까지, 그들이 전부 차지하고 있다고요.˝
그 점에 관해서는 따로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꽤 많은 섬 주민들이 눈에 띄게 비슷한 외모를 지녔다는 사실을 나도 이미 여러차례 실감한 터였다. (p.249)

팟캐스트 듣고 도움은 좀 받으셨나요, 단발머리 님? 저는 아직 다 읽지 못한 걸 내일 월요일부터 계속 다시 읽을 생각입니다. 저는 주말에 심각한 독서를 못하겠어요. 흐음...

단발머리 2022-05-16 15:59   좋아요 1 | URL
우아, <희생양의 섬> 좋네요. 저도 읽었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참, 신기해요. 그 묘하게 싸한 느낌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더라구요. 작은 섬의 강력한 패거리가 모든 면을 장악하고 있다면, 그 패거리가 속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특혜를 누릴테니까요. 서로 서로 친구고, 아는 사람, 아는 동생... 그런 거겠죠? 다락방님이 인용해주신 문단 읽다보니 샤론 볼턴 책 한 권 더 읽어보고 싶네요.

전 팟캐로 큰 도움을 받지는 못했는데 ㅋㅋㅋ 우아, 사람들 목소리 왜케 좋아요. 그것땜에 일단 90점 드립니다. 저도 이번 주말에는 정말 푸욱 쉬었네요 ㅋㅋㅋ
 
















도나 해러웨이에 대한 글을 쓰게 된다면 이원론, 오리엔탈리즘, 사회주의 페미니즘, 탈식민주의, 상황적 지식을 태그로 삼아야할 것 같다. 그리고 사이보그.


 














『도나 해러웨이』의 조지프 슈나이더는 해러웨이의 사이보그를 이렇게 정리한다.

 


특히 해러웨이의 사이보그를 통해 우리는 젠더가 없고, 그에 연결된 오이디푸스 가족 이야기의 끝없는 순환이 없는 세계를 희망할 수 있다. 그것은 기독교인이 아니고, 여성에게서 태어나지 않았으며, 에덴동산이 있다 해도 인식하지 않았을 것이고, 전지한 아버지가 조화롭게 마련한 이성애적 생식 결합을 통한 구원에 의존하지 않는다. 해러웨이는 페미니즘 과학소설이 이미 유망한 사이보그 서사를 몇 가지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한다(Ibid.: 106, n.27). (113)

 


젠더의 각주를 찾아보면, 1991년의 인터뷰에서 해러웨이가 사이보그를 다염성polychromatic의 소녀, 나쁜 여자아이”(299)라고 말했음을 알게 된다.   

 
















『해러웨이 선언문』의 역자 황희선은오늘의 SF #1』 <도나 해러웨이 사이보그, 그리고 SF적 상상력의 유토피아적 모멘텀>에서 이렇게 썼다.

 


해러웨이가 볼 때 사이보그는 우선 이분법적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출현하는 하이브리드를 뜻한다. 서구 근대의 이분법적 사고관에서는 본성상 이질적인 존재들, 비단 유기체와 기계만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것이 뒤섞여 네트워크를 이룬 상태를 일컫는다. 더 중요한 점은 하이브리드는 정의상 순수하지 않다는 것이다. 순수한 것은 범주가 명확한 존재들이다. 예컨대 이성애주의적인 규범에 부합하는 여성과 남성, 영혼 있는 인간과 영혼 없는 기계라는 개념이 그렇다. 하지만 인공지능 윤리에 대해 토론이 벌어지고 개인이 '생명의 암호’인 염기서열로 특정되어 데이터베이스로 관리되는 오늘날 그 모든 이분법은 흐트러진다. 출생 시 사회적으로 지정된 것과 다른 성정체성을 지닌 사람들도 남녀이분법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단일 설계와 의지에 따라 부분들이 유기적으로 조합된 신의 피조물과 달리, 각각의 부분이 서로 원리상 이질적인 사이보그는 모순이 가득한 존재이다. (294-5)

 


이분법적 경계를 무너뜨리며 출현한 하이브리드가 바로 사이보그이며, 우리 자신을 그런 사이보그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이전에 각각을 구분하는 기준점이었던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더 작게 느껴질 것이다. 여성 범주에 대한 통찰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여성이라고 부를만한, ‘여성이라고 칭할 만한 존재 자체가 부재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는 좀 묘한 느낌이 든다

















『유인원,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에는 여성공통의 경험에 대한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던데,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다. ‘피해자됨’, ‘피해자성에 대한 이야기, 정체성에 기반한 페미니즘의 한계를 지적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절판된 책이고, 중고로 구입하려면 120,000. 도서관을 이용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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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5-12 12: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조지프 슈나이더의 해러웨이도 읽고 계시는군요. 저는 해러웨이 선언문 다 읽고 읽어볼 참입니다. 저 도나 해러웨이 마스터 하고 싶은데 그 길은 너무 멀고도 험할것 같네요 ㅠㅠ 마스터가 다 뭐야 기초도 모르겠어요.

도나 해러웨이, 한나 아렌트. 제가 평생 파고들겠습니다. 흠흠.

단발머리 2022-05-12 12:15   좋아요 2 | URL
제가 웬만하면 번역 이야기 안 하고 싶은데 조지프 책은 책이 난해한 건지 번역 때문인지… 그 책도 어려워요. 전, 다락방님이 읽으셨던 이지언의 도나 해러웨이도 읽어볼까 싶어요. 근데 이쪽 저쪽 다 어려움 ㅠㅠㅠ

평생 파고들 주제가 넘 근사하네요. 해러웨이랑 아렌트라니!! 😍😍😍

거리의화가 2022-05-12 13: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중고 12만원...ㄷㄷㄷ 저희 동네 도서관에는 없을 것 같아요. 도서관이 워낙 작은데여서-_-;
저도 읽기 시작했는데 개념 자체가 어렵긴 합니다만 번역도 어렵게 느껴져서ㅠㅠ 다행히 옆에 원어를 같이 넣어두었더라구요. 원어로 보면 좀 더 나은듯합니다. 어쨌든 진짜 집중해서 읽어야 겨우 넘어가는 수준인듯 해요ㅜ 조금씩이라도 밀리지 말고 읽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발머리 2022-05-12 13:10   좋아요 1 | URL
12만원, 정말 후덜덜이죠 ㅠㅠㅠ 근처에 새로 생긴 도서관에는 그 책이 없더라구요. 저도 오래된 도서관에서 한 권 발견했어요. 목차 훑어보는데 괜찮아서 나도 사야겠다, 했는데 절판이라 안타깝더라구요. 연체 안 하고 읽는게 목표입니다.

개념도 어려운 이 책을, 이 책들을 알라딘 이웃님들과 같이 읽으니 그래도 나은 것 같아요. 전 <해러웨이 선언문>도 전에 도전했다가 두 번 다 실패했거든요. 어렵다는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ㅎㅎㅎㅎㅎ 서로를 의지하면서 읽어가니 그래도 요만큼 읽을 수 있네요^^

mini74 2022-05-12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정리글 보니 사이보그에 대한 이해가 조금 될 것도 같은 *^^* 중고가 120000원 우와 !!

단발머리 2022-05-12 19:11   좋아요 1 | URL
미니님도 이번달에 같이 읽으시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아직도 사이보그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도나가 ‘우리는 사이보그다‘ 그랬단 말이지요. 근데 그걸 모르고 있네요. 하하하하하. 중고가 12만원이 의미없어지려면 <유인원,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개정판이 나와야 할텐데요. 그죠?

mini74 2022-05-12 19:14   좋아요 0 | URL
사이보그 선언까지 읽었어요 ㅎㅎ 그 다음은 ㅠㅠ 다락방님이 올려주신 팟캐 듣고 있어요.

단발머리 2022-05-12 19:18   좋아요 1 | URL
저는 <반려종 선언> 반 정도 읽은 상태에서 조지프 책으로 넘어왔거든요. 도움 받으려고요 ㅋㅋㅋㅋ 전 아직 팟캐 아끼고 있어요. 혹 정답 나올까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22-05-12 1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책들을@_@;;; 뱅글뱅글@_@;;;; 존경합니다@_@;;;;

단발머리 2022-05-12 19:10   좋아요 1 | URL
뱅글뱅글@@ 어려운 책들을 읽겠다고, 읽어 보겠다고 일단 준비는 해두었습니다. 문나잇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