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로 자신을 규정하는 여성에게 가장 강력한 심리적 장애물은 무엇일까. ‘성적으로 난잡하다는 평판과 이기적이다라는 평가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사유 재산의 축적, 여성의 노예화가 가속화된 시점에, 한 여성을 소유한 남성이 점유하게 된 것은 여성과 더불어 그녀의 재생산력이다. 아이를 낳을 수는 없지만, 자신의 초월을 대상화할 대상으로 자식(대부분의 경우 아들)’을 상정할 경우, 그 아들은 나의 분신, 나의 현신으로서 반드시 나의, ‘나의자식이어야만 했다. 자녀가 나의 후손임을 확실히 하는 방법은 어머니인 여성을 다른 남성과의 접촉이 불가능하도록 완벽하게 고립시키는 것이다. 이는 인류 역사 속에서 지속적으로 공고화되었으며, 성적으로 방종하다’, ‘난잡하다’, ‘적극적이다는 평가는 그 무엇보다 여성의 평판에 파괴적이어서, 특정한 상황에서는 여성의 생존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기도 했다.

 


나머지 한 가지는 이기적이라는 평가. 모든 인간은 생존을 위해 일정 정도 이기적이다. ‘이기적이라는 평가가 이루어지는 현장은 생존을 위협할 만한 이슈가 문제인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남을 배려하지 않는 여성, 자신의 안위를 먼저 살피는 여성, 희생하지 않는 여성,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상에 순응하지 않는 여성은 모두 이기적이다라는 평가를 받게 되고, 이는 여성의 직업적 성공과 가정생활, 자녀 양육 전반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양보하는 여성, 희생하는 여성, 가족과 공동체의 필요를 자신의 안위보다 우선시하는 여성만이 숭배받으며, 이 중 단 한 가지에도 소극적이라면 그 여성은 이기적이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성적 방종이기적이라는 평가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여성 그룹은 어머니. 성 해방의 흐름 속에서 성관계는 더 이상 결혼제도 내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혼이 아니라 연애와 동거 생활 중에도 성적 관계는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어머니가 결혼 생활 중에 배우자 이외의 다른 성적 관계를 모색하거나 그 관계를 지속했을 때, 그녀는 명백히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다. 안나 까레리나의 경우처럼 남편만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그녀의 성적 일탈을 한목소리로 비난한다. 기혼 남성의 불륜이 한시적 문화 코드의 일종 즉, ‘바람으로 가볍게 다루어지는 데 반해, 여성의 불륜은 절대 돌이킬 수 없는 일생일대의 반역으로 여겨진다.

 


'이기적인 임신중지 여성'이라는 전형은 적어도 20세기에 들어설 무렵부터 존재했다. 1970년대 여성해방론자들이 주장하길, 임신중지 여성에게는 '이기적'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데 왜냐하면 '여성을 타인에 의해 결정되는 존재로 규정하는 문화적 정의’에 비추어 그들은 실패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대중문화에서 급속히 '이기적’이라는 전형성을 얻었다. (91)



 

임신중지의 이유가 어쩔 수 없는경우에 한해서는 합의가 훨씬 간단하다. 근친상간, 성폭행과 강간으로 임신, 기형아 출산 위험, 태아와 산모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경우의 임신중지는 받아들여진다. , 어쩔 수 없음은 임신 중지 논의를 훨씬 더 부드럽게 이끌어간다. 하지만, 자율적 동의에 의한 성관계 혹은 연인/부부 관계 속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인한 임신의 경우, 임신중지를 결정하는 여성은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여성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가장 큰 피해자는 역시 어머니인 여성들이다. 이미 돌봐야 할 자녀가 여럿인 상황에서 새로 태어날 아이로 인한 부담을 질 수 없는 여성들의 선택은 어쩔 수 없는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비난은 오롯이 여성만의 것이다.  


 

여성은 죽는 그날까지 완벽한 성녀 마리아가 되어야 하고, 그중 한 가지 임무에서라도 실패한다면 그녀의 모든 성취는 무위로 돌아간다. 완벽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 완전한 인간은 존재하지 않으니, 여성은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당하는 존재다. 여성은 인간으로서는 존재할 수 없고 오직 여성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모성은 여성의 자율성에 대한 도전인 동시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통제 불가능한 지점에 접근할 기회이기도 하다. 여성은 어머니가 되면서 자유를 잃는다. (『숭배와 혐오』,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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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8-26 09:18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숭배와 혐오 에서 ‘여성은 어머니가 되면서 자유를 잃는다‘고 하는데, 어머니 되기를 포기하는 임신중지 여성들은 이기적인 여성이 되죠. 결과적으로 ‘자유를 선택하면‘ 이기적이 되는거잖아요. 세상은 미쳐 돌아가는 것 같아요.
이기적이 되지 않으려면 어떡해야 하냐? 한 남자에게 속해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잘 키워나가야 하는거죠. 이것은 여성 자체에게는 커다란 구속이고 희생이지만, 그러나 세상에서는 당연한 여성의 모습이고 어머니 상이죠. 세상은 증말 미쳐 돌아가는 것 같아요. 후아-

단발머리 2022-08-27 10:49   좋아요 2 | URL
임신과 출산이 이렇게 여성에게 강요되는 건, 결국 여성의 제일 중요한 존재 이유를 개인으로서의 여성이 아니라 ‘종‘의 구성원, ‘종의 연속성을 위한 도구‘로만 보기 때문인거 같아요. 인류 역사의 아주 오랜 기간동안 아들을 낳지 못 한 여성이 수치를 당했던 것이 바로 이 이유 때문이었겠지요.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는 건 확실한 거 같아요. 요즘 부쩍 그런 생각이 자주 들어요.

프레이야 2022-08-26 13:1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어제 eidf 보다가 어느 무슬림 가정의 부부가 나오는데 분노가 부글부글. 남자는 장난이라도 툭하면 손이 여자 머리를 때릴 듯 올라가고 약속대로 대학 가고 싶은 여자에게 아이만 잘 키우면 된다고 하고 시어머니는 집안일 할 일 많다하고. 여자는 그래도 참고 웃으며 계속 자기주장을 하더군요. 그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계속 이야기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씩이나마 나아지려면. 에효~ 여러 분이 함께 읽고 각자 올려주시는 페이퍼 좋습니다. 잘 읽었어요 단발머리 님.

단발머리 2022-08-27 10:51   좋아요 2 | URL
참고 웃으며 자기 주장을 하는 그 여성 참 대단하네요. 어떤 방식으로든 그녀가 자기가 원하는 바를 성취했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각자 생각이 다르고 느낌이 달라서 이웃님들의 글을 읽다보면 여러 권을 읽은 느낌이 듭니다.
감사해요, 프레이야님!

수이 2022-08-26 12:3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시대가 달라져도 아직까지 여자가 바람 피우는 게 ‘바람‘이 아니라 ‘반역‘으로 느껴진다는 건 저는 별로 찬성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알기론 바람 피우는 여성들 많습니다. (네?!) 저는 그냥 성별과 무관하게 바람은 바람인 거 같아요. 단발님 말씀하시는 바가 뭔지도 잘 알구요. 통념;; 그게 반역으로 느껴지는 지점들은 성별로 좀 차이가 있다고 느껴지는데 남성은 바람 피우고 아내랑 자식 버리는 케이스가 역사적으로 어마무시하게 많아서 그러려니 하는데 여성이 바람 피우고 남편이랑 자식 버리는 케이스는 극히 적은 거 같아요. 저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바람 피우는 아줌마들도 정말 많았는데 (엄마가 친구들이랑 이야기할때 귀 솔깃) 그중에서도 정말 반역자로 여겨지는 경우는 남편은 버릴 수 있어, 근데 자식 버리고 남자 따라가는 케이스에서 엄마랑 엄마 친구분들이 미친듯 욕설을 내뱉은 게 참 신선했어요. 완전 독한 년 중의 독한 년이라고, 바람피워도 자식 새끼는 데리고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어쩌다 제가 얼마 전에 남자사람친구들이랑 이야기 할 기회가 있어서 이야기해보았는데 자식 버리는 여자들을 세상에서 제일 독하고 사악하게 바라보더라구요. 그럼 그 자식은 뭐가 돼? 그 자식 인생은 뭐가 돼? 막 흥분을 하는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면서 으흠 좀 생각해봐야겠다 싶었어요. 물론 이성적으로는 저도 다 이해 가능하고 용납 가능한데 이게 제 무의식인지 어릴 때부터 주입받아서 그런건지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식 버리고 남자 따라가는 여자에 대한 마음이 쉬이 용납되지 않더라구요. 저한테 그걸 덧씌워봤는데 저는 진짜 사랑하는 새로운 찐연인이 나타났다고 해도 자식은 데리고 같이 떠날 거 같아요. 그 남자가 아니, 싫어, 너만 와, 네 딸은 같이 못가 나랑, 이러면 찐사랑 포기 가능할 거 같아요. 뭐냐 내 딸이 내 찐연인이 되어버리는 건가요;;; 저는요 요즘 갈등이 진짜 크거든요 단발님, 더 못된 사람이 되기가 힘들 거 같아요. 그래서 진지하게 페미니즘 계속 읽어도 괜찮은건가 갈등해요.

단발머리 2022-08-27 11:01   좋아요 3 | URL
지역이 달라서 그럴 수도 있겠고요. 또 주위의 사람들이 다른 경우도 있겠지요.
제가 들었던 제 주위의 경우는 이랬습니다. 남자들은 바람 피우고 가정으로 돌아옵니다. 물론 제 주위에도 바람 나서 가정 버린 남자들이 있긴 했습니다만 그런 경우보다는 바람 피우고 다시 가정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어요. 여자들은 어쩔 수 없이 남편을 받아주고는 했고요. 근데 제 주위의 바람 난 여성들은 가정을 버리고 갑니다. 그러니까 가정을, 아이들을 버리고 갈 정도의 바람이 아니라면, 그렇게 모든 것을 다 걸고 사랑에 인생 걸지 않고는 바람 피우거나 바람 피우는 게 걸리는 일이 아예 일어나지 않았다는...

이혼이 인생의 흠결이었고 특히 여성에게는 더욱 그러했던 시절에 이혼하면서까지 사랑하게 된 새로운 남자 따라가는데 자식이 웬말입니까. 제 생각은 그래요. 자식 버리고 갑니다, 그런 사랑이라면요.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쩜쩜쩜.

- 2022-09-10 14:51   좋아요 0 | URL
레누는 바람을 피우고 니노한테 갑니다. 니노는 ㅋㅋㅋ 마누라랑도 자고 레누랑도 잡니다 ㅋㅋㅋ 이것을 우리는 가부장제라 부릅니다 ㅋㅋㅋ

수이 2022-09-10 14:55   좋아요 1 | URL
이리저리 자는 건 가부장제 영역이랑 딱 겹치는 걸까? 68혁명 동시에 성 혁명이라고 불리우는 건 여자들도 동시에 여러 남성들이랑 자는 게 유행이었자나요. 전 이리저리 자는 건 뭐 괜찮은 거 같아요, 다만 공개적으로 이 사람 저 사람이랑 자는 걸 스스로 떠벌이는 건 여자들이나 남자들이나 좀 없어보이더라구요. 전 술 마십니다 이제 ㅋㅋ 메리 추석! 이왕 잔소리 들을 거 실컷 즐기고 와요!

- 2022-09-10 15:14   좋아요 1 | URL
이리저리 자는 건 그냥 개인의 취향이죠 ㅋㅋㅋ 다만 남자들은 막 뿌려도 되는 데 여자들은 막 뿌림 받으면 몸에 애 생기니까 좀 조심하는 거고 ㅋㅋ 요는 같은 섹스를 나눠도 결론은 남자에게 더 좋다는 것 남자들은 그걸 권력이라고 생각 자체를 못한다는 섯ㅋㅋ 역시 파이어스톤을 읽어야겠어요 ㅋㅋㅋ 메리 추석 !

수이 2022-09-10 15:14   좋아요 0 | URL
언니가 얘기를 안해줬군요 다음에 만납시다 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8-26 22: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기적이다‘라는 단어 앞에서 여성들은 한없이 무너지게 되는 것 같아요.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는 목줄(아까 미미님 리뷰에서 보고 인용합니다ㅋㅋ)로 인해 그 범주안에 이기적이지 않은 헌신적인 여자의 상을 원하고 있으니, 정치적으로 엮어버리기 참 편한 게 여성들의 구속이 아닌가 싶어요.
어쨌든 여성의 삶의 주체는 여성이 되는 것!!
그것을 바라봅니다^^

단발머리 2022-08-27 10:54   좋아요 4 | URL
여자가 ‘이기적‘이 되면 그 희생의 댓가로 편안함을 누리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함이 가중되겠죠. 도덕적으로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이, 착해야 한다는 강박이 여성들에게는 강하게 작용하는 거 같아요.
이건 정치적인 투쟁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영역에서도 그런 거 같고요.
책나무님 말처럼 우리 삶의 주체는 우리가 되어야겠죠! 그게 미안하지 않을 그 날까지, 화이팅!!

얄라알라 2022-08-27 01: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서야, (낮과 밤에 마신 커피 힘으로) [임신 중지] 서문부터 다시 읽다가 단발머리님 글 읽고 다시 돌아가려고요

˝이기심˝에 대한 분석이 특히 흥미롭습니다.
마치 이기심이 크면, 다른 속성이 결여되었거나 부족하다는 듯 이기심 과잉을 비난하면서 동시에 적정 수준(?) 이기심 있어야 사회적 성취 이룬다는 식의 압박. 압박은 분열, 자기 비난, 자기 비하...
그러면 하강의 스파이럴 모양새가 되니 안타깝습니다.

이기심이라느 키워드를 책 읽으며 계속 대입해보겠습니다. 단발머리님 안내를 감사한 마음으로 따라서^^

단발머리 2022-08-27 10:52   좋아요 4 | URL
저는 아직도 앞쪽이기는 한데요. 어쩔 수 없는 임신중지와 이기적인 임신중지로의 구별이 여성들의 투쟁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이 임신중지의 문제가 아니어도 여성들의 ‘이기심‘은 여러가지로 사회의 공격 대상이 되겠지요.

댓글 감사해요, 알라님! 같이 읽어서 참 좋네요^^
 


















이 책을 한 번 더 읽었다. 원래 읽으려고 해서 읽은 건 아니다. 소박하지만 나도 진도라는 게 있는데 이번 달에 진도가 지지부진한 관계로 생각 없이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이 필요했다. 오디오북을 틀어놓고 눈으로 빠르게 따라 읽었다. 단어는 찾지 않았고, 당연히 구문 확인도 하지 않았다는 안타까운 이야기.

 


주인공 올리브의 베프 과 올리브가 잠깐 만났던 제레미는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 올리브는 제레미와 이미 헤어졌기 때문에 전혀 상관없는데 안은 그럴 수 없다며 제레미를 만나지 않으려 한다. 아무리 설득해도 안이 올리브의 말을 듣지 않자 올리브는 안에게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그 남자를 만나러 간다고 말하고서 실험실에 갔는데 저기 복도 끝에서 안이 걸어오고 있는 걸 보게 됐다. 어머, 이를 어쩌나. 올리브는 지나가는 남자 애덤을 붙잡고 작은 소리로 묻는다. ‘, 키스해도 되나요?’ 그리곤 대답할 1초의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애덤에게 키스해 버린다. No, no, no. 라는 소리를 키스하면서 듣게 된 올리브. 그때의 상황이 바로 책 표지.

 


여차여차 사정으로 애덤은 올리브의 가짜 연애극에 동조해 주기로 하고. 커피를 주고받고, 고민을 주고받고, 추억을 주고받는 사이 올리브는 애덤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다 결국 (당연히!) 가짜 연애극의 전말이 밝혀지는데,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알고 있던 올리브의 룸메이트 말콤이 안에게 상황을 설명한다. 안은 말콤의 말을 믿지 못한다.

 


"Nuh-uh. This is a Hallmark movie. Or a poorly written adult novel. That will not sell well. Olive, tell Malcolm to keep his day job, he'll never make it as a writer."

Olive made herself look up, and Anh's frown was the deepest she'd ever seen. "It's true, Anh. I am so sorry I lied to you. I didn't want to, but-"

"You fake-dated Adam Carlsen?"

Olive nodded.  (314)

 


저자 Ali Hazelwood는 신경 과학자로 자신이 겪은 일들을 썼다. 실험실을 지키는 새벽, 주말에도 쉼 없이 이어지는 실험, 논문 심사와 탈락, 다음 학기 연구비를 위한 비즈니스 프리젠테이션까지. 끝까지 공부하고 쉼 없이 연구하는 학자, 하얀 가운을 입은 근사해 보이는 과학자의 삶 이면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이 문단에서 저자는 스스로에게 했던 말을 보여준다. 엉망진창 로맨스 소설이야. 잘 팔리지도 않을 테고. (이 이야기/소설을 지어낸) 말콤(작가 자신)에게 하던 일이나 계속하라고 해. 작가로서 성공하지 못할 거야. 그런데 이 소설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고. 그래서 바다 건너의 내가 읽게 되었으며. 쩜쩜쩜.  

 


엔딩에서 올리브는 해피하게도 애덤이 예전부터 자기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먼저 자기를 좋아했던 사실을 알게 된다. 애덤의 입장에서 보면 짝사랑이 이루어진 셈이고, 올리브의 입장에서 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된 셈이다.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슬픈 짝사랑의 기억을 나 역시 한 조각 가지고 있어서, 나는 이런 사랑의 결실에 좀 과하게 감동하는 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한다는 것. 이것처럼 어렵고 힘들고 놀라우며 감격스러운 일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5-6년 전쯤 일이다. 교회에서는 구역의 형태로 소모임을 권장하는데, 나도 몇 년 동안 작은 구역을 맡고 있었다. 보통은 근거리에 사는 비슷한 연령대의 교회 식구들을 하나의 구역으로 묶어주는데, 우리 구역은 내가 사는 라인에 몇 분이 이사 오고, 몇 분이 전도되면서 우리 라인에 우리 구역 식구들이 꽤 되었다. 하루는 우리 라인에 사는 구역 식구 한 분이 우리집에 오게 되었다. 집사님! 커피 한 잔 드릴까요? (이때는 원두가 없어 카누였음) 아니에요, 괜찮아요, 구역장님. 도대체 서운해 내가 다시 물었다. 아니면, 집사님! 다른 차 드릴까요? (지금은 설록의 제주 난꽃향 티, 스윗부케향 티 등 각종 차를 가지고 있지만 그때는 현미녹차뿐이었음) 아니에요, 진짜 괜찮아요. 그러면서 이 집사님이 이렇게 말한다. 저는요, 이렇게 구역장님을 보고만 있어도 좋아요. 어머나. 나를 보고만 있어도 좋다니. 내가 사랑하는 남자에게서든, 나를 사랑했던 남자에게서든, 나는 이런 말을 들어 보지 못했다. 보기만 해도 좋다니. 보고 있기만 해도 좋다니.

 


이 집사님은 착하고 성실하고 부지런하기가 국가대표급이다. 나도 예전부터 이 집사님을 좋아하고 있었는데, 집사님에게 이런 고백 아닌 고백을 듣고 나니 너무나 황홀한 기분에 가족들에게 10회 자랑의 시간을 갖게 되었고. 그 후 며칠 동안, 응답 받은 내 사랑은 그렇게나 찬란하고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이 사람도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니. 세상에, 이럴 수가.

 


 

도서관 책을 대출해 읽을 때는 반납이 제일 중요한데, 가까운 친구 한 명은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해 오면 얼른 그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그리고 반납일이 다가온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난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나는 그 친구와 정반대인데, 나는 일단 책을 대출해오면 목차를 살펴보고는 대개 책 보관 장소에 책을 잘 보관한다. 그다음 날이나, 그 다음다음 날 반납 연기를 해두면 총 21일 동안 이 책은 내 책이 된다. 한껏 여유를 부린다. 그리고 반납일이 3-4일 정도 남았을 때쯤 보관장소에 가서 책을 꺼내 온다. 대출해 주신 정성(대부분 상호대차임)에 감사한 마음으로 한 번은 훑어봐야지. 더한 경우는 반납일 전날 도서관에서 보낸 문자 메시지를 보고 책을 찾으러(?) 간다. 그리고 읽기 시작. 오늘 반납해야 하는페미니즘 철학』은 나름 선택 받은 책이라 일주일 전부터 김치냉장고 위에 올려 두었는데, 다른 책들에 밀려 당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오늘 반납일을 맞이하여 스르륵 넘겨보다가, 이런 문단을 만난다

 















리치는 많은 여성이 사실상 이성애적 관계를 강요받게 되면서 "이중생활을 하게 되는데 다른 여성과 맺는 우정이나 유대야말로 여성이 가장 가치있게 여기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리치는 여성이 서로에게 품는 깊은 감정은 언제나 명확하게 성적인 것은 아니지만 모두 레즈비언 연속체lesbian continuum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감정이 때로는 명확하게 성적인 경우도 있고, 때로는 여성이 다른 여성과 가깝지만 성적이지 않은 신체적 접촉을 원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서로에 대한 애정을 느끼기만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 차이점은 명확하지 않다. (『페미니즘 철학』, 160)

 


저자 앨리슨 스톤에 따르면, 에이드리언 리치는 레즈비언 연속체 lesbian continuum’의 개념을 통해 레즈비언의 범위를 크게 확대했다. 나의 감정이 레즈비언 연속체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녀의 말과 행동, 그리고 눈빛이 내게 전해준 사랑과 기쁨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있다.  


 

좋아하는 마음의 응답은 이렇게나 감사하고 뜨겁고 감동적인 것이며, 사랑의 화살표가 양방향이 되는 것은 새삼 세상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로서, 그 어려운 일을 해내시는 모든 분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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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23 15: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해도 될만한 사람인 것도 기적😆 그런데 그 좋아함과 우정이 오해되지 않기가 참 어렵죠… 그러네요…

단발머리 2022-08-23 15:30   좋아요 2 | URL
나는 나 좋다는 사람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더 좋아요 ㅋㅋㅋ 나 아직 더 자라야 하죠? ㅋㅋㅋㅋㅋㅋ

- 2022-08-23 15:33   좋아요 2 | URL
저는 저 좋다는 사람을 쉽게 좋아해요 ㅋㅋㅋ 이런 이상한(?) 나를 좋아해주다니 ㅋㅋㅋㅋㅋ (제가 더 자라야 하지 않을까요?)

단발머리 2022-08-23 15:35   좋아요 1 | URL
저 사실........ 쟝쟝님 좋아하는데요.
보고 있기만 해도 좋아요. 이상하고 야릇하고 뇌섹시 매력 터져서 그래서 좋아해요.
그만 자라요, 성장기 끝났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8-23 15:38   좋아요 1 | URL
어후 ㅋㅋㅋ 어쩐지 나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 ㅋㅋㅋ 왜냐면 제가 단발머리님이 좋더라고요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8-23 15:39   좋아요 1 | URL
들켰다 ㅋㅋㅋㅋㅋㅋ 새삼 그렇게 조심했는데 ㅋㅋㅋㅋㅋㅋ 짝사랑은 넘나 외로운 일 ㅋㅋㅋㅋㅋㅋ 티가 났군요, 이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8-23 16:17   좋아요 1 | URL
알아듣게 이야기해주세요 잘 모르겠는데요 으흥?!

단발머리 2022-08-23 16:19   좋아요 1 | URL
제가 쟝쟝님을 몰래몰래 살금살금 좋아하고 있었더랬죠. 근데 쟝쟝님이 저를 좋아하게 된 거에요. 그래서 쟝쟝님이 생각했죠. 어? 나는 나 좋다는 사람을 쉽게 좋아하는데... 혹시? 단발님이 나를 좋아하시나?
그래서 제가 말했죠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들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8-23 15: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를 좋아하다니, 보는 눈이 대단한데?‘ 라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8-23 15:40   좋아요 1 | URL
아무렴요. 그렇고 말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8-23 15:4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내 눈 어쩔 ㅋㅋㅋ 🫣 안본 눈 삽니다!!

수이 2022-08-23 16:16   좋아요 1 | URL
우리 이토록 다르다니 ㅋㅋㅋㅋㅋㅋㅋ 전 정말 단 한 번도 이런 생각 해본 적 없는데 역시 그대!

다락방 2022-08-23 16:37   좋아요 1 | URL
저는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매우 높이 평가합니다. 제대로 된 사람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사람들이니까요.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입니다. 흠흠.

다락방 2022-08-23 15: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단발머리 님, 이 페이퍼 너무 좋고요, 제가 며칠전에 저에게 있었던 일 때문에 약간 좀 복잡한 어떤 생각이 마음 속에 있어가지고 오늘 인용해주신 에이드리언 리치의 말이 아주 그냥 쏙 들어오네요. 그러니까, 음, 내가 나를 아직 레즈비언으로 정체화하지 않았어도 레즈비언적 끌림은 있을 수 있고, 그 끌림 때문에 레즈비언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할 수도 있고 말이지요? 그렇다면 제가 그동안 이성애자로 살면서 이성에게 반하기도 하고 또 오래 혼자 좋아하기도 했던 것처럼 동성에게도 그런게 생길 수 있을 것인데, 그 모든 것을 그렇다면 동성애로 퉁칠 수 있는 것이냐.. 스킨십이 없어도 좋아하는 마음 같은게 무럭무럭 자랄 수도 있고 반하기도 하는데..

아무튼 조만간 만나서 이 이야기는 계속 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제가 예전에도 얘기했던 것 같지만 제가 단발머리 님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잊지마세요.

단발머리 2022-08-23 15:50   좋아요 2 | URL
리치는 우리가 사는 세계의 ‘강제적 이성애‘에 대해서 말했고요. 그런 레즈비언적 끌림을 넓은 의미로 ‘레즈비언적 연속체‘로 설명했는데요. 결과적으로 리치는 이성애 여성을 포함하도록 ‘레즈비언‘의 범주를 확장시킵니다. 이 책의 저자는 리치의 입장을 야무지게 세 가지로 반박합니다. 그것은 161쪽에 나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다음에 우리가 함께 읽었던 모니크 위티그가 나옵니다. 165쪽이죠. 레즈비언은 여성인가?의 질문인데요. 참 좋은 책인데, 저는 반납했습니다^^

다락방님이 절 좋아하시는 거 제가 잘 알고 있지만요, 제가 다락방님을 먼저 좋아했던 거.... 잊지마세요.

다락방 2022-08-23 15: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저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더 좋고 내가 좋아할 때 더 행복합니다. 대체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아주 괜찮은 사람일 확률이 매우 높아서, 좀처럼 싫어질 일도 없습니다. 그럼 이만.

- 2022-08-23 15:45   좋아요 1 | URL
쿨내 진동 🤦‍♀️

단발머리 2022-08-23 15:54   좋아요 1 | URL
제일 좋은 경우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경우죠. 이른바 성덕.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물론 제게 기쁨을 줍니다. 하지만... 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더 좋죠. 너무..... 나 중심적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나 그것은 사실인걸 ㅋㅋㅋㅋ
쿨내가 여기 강북까지 밀려오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2-08-23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3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3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3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수하 2022-08-23 1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감정, 정말 기쁜 일이지요.
꼭 좋아하지 않아도 뭔가 반응이 돌아온다는 것만으로 ^^ (그래서 서재에서 노는게 신이나는 것 같아요)

레즈비언 연속체.. 음 사랑과 우정을 구별하기 어려웠던 건 이성애에서만은 아니겠죠. 책은 못 읽었지만 공감이 될 것 같아요.
사실 요즘은 이성애자/동성애자의 구분도 명확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계기가 있고 없음이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요..

<페미니즘 철학> 좋다는 글을 여기저기서 보고 있는데, 여기서도 보이니 반갑습니다 :)

단발머리 2022-08-23 20:57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서 서재를 엄청 사랑하고 아낍니다. 제가 좋아하는 분들이, 책을 사랑하고 읽고 쓰는 분들이, 사랑에 대해 쫌 아시는 분들이 많아서요.

<페미니즘 철학>을 앞에서부터 좀 진득하게 읽었어야 했는데 늦게 시작해서 반납했어요. 그러나 이 책은 제가 희망도서로 신청한 책으로서, 거의 저의 책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하님, 편안한 저녁 되시길요!

바람돌이 2022-08-23 2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제일 난감합니다
자주 있어요. 제가 워낙에 좋은 사람이라.... 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8-26 07:38   좋아요 0 | URL
항상 명심하겠습니다, 바람돌이님!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그 마음이요.
워낙 좋은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8-24 12: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발님 , 혹시 모르실까봐 말씀드리는데,
제가 사실 단발님을 좋아하거든요..? 이렇게 단발님 글을 보고만 있어도 좋네요? ㅎㅎㅎ

단발머리 2022-08-26 07:39   좋아요 1 | URL
완전 완전 제가 독서괭님 좋아하는 거 아시지요? 저는 특히 독서괭님 글을 보고 있을 때 너무 좋아요.
글고 저는 독서괭님도 저를 좋아하신다는 거 알고 있었어요 헤헤! 우리 사랑 이루어졌습니다, 마침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n American Bride in Kabul』를 계속 읽고 있다.

 


재미있는 책이던, 재미없는 책이던 읽고 있는 책에 대해 말하는 건 내 습관이다. 그때 가족을 만났으면 가족에게 말하고, 독서모임 언니들을 만났으면 언니들에게 말한다. 친구들에게는 책 이야기 너무 길게 하면 싫어하니까 눈치 보면서 말하고, 친구랑 카톡하고 있으면 친구에게 말한다. 아무튼 그런 식이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려고말하는 게 아니다. 나는 그런 교육적인엄마가 아니다. 내가 알게 된 것, 내가 발견한 신기한 지점을 말하고 싶어서 말한다. 주요 대상 혹은 희생양은 가족이다. 아롱이가 6살 때 <포트노이의 불평>을 듣게 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어제는 『An American Bride in Kabul』의 페이퍼에 썼던 장면을 남편에게 말했다. 제일 한가해 보였다. 소파에 기대있던 아롱이는 핸드폰 보면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다음에 아롱이 간식 차려 주면서 한 번 더 말했다. 필리스 체슬러라는 사람이 대학에서 유학 온 아프가니스탄 남자를 만났어. 사귈 때 왕자처럼 행동해서 왕자인 줄 알았는데, 왕자는 아니었고. 아무튼 엄청 부잣집 아들이었대. 유럽 여행가는 길에 인사차 들렀다가 공항에서 여권을 뺏기고 억류되었거든. 근데 그 시아버지 되는 사람이 딱 나타나니까 온 가족이, 특히 자녀들이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면서 손에 키스를 하려고 그러는 거야. 서른이나 되고 이런 사람들이. 그래서, 체슬러가 충격을 받았지. 왜 그랬겠어. 이 사회에서는 아버지가 왕이야. 가장, 생사를 결정하는 사람이야. 그래서 온 가족이 아버지한테 잘 보이려고 하고, 아버지에게 매달리고.

 


이러고 있는데 딸롱이가 방에서 나왔다. 처음부터 시작. 미국에 사는 필리스 체슬러라는 사람이 대학에서 유학 온 아프가니스탄 남자를 만났어. 사귈 때 왕자처럼 행동해서 왕자인 줄 알았는데, 왕자는 아니었고 아무튼 엄청 부잣집 아들이었대. 유럽 여행가는 길에 인사차 아프가니스탄에 들렀다가 공항에서 여권을 뺏기고 억류되었거든. 분위기가 좋은 듯해 이야기 길어진다. 근데, 체슬러는 헝가리계 유대인이거든. 그래서 남편 가족들은 미국으로 유학 간 아들이 외국 신부데려온다 해서 엄청 기대를 했던 거야. 금발에 파란 눈의 신부일거라고 추측하면서. 근데 신부 데리고 왔다고 해서 다들 구경 왔는데, 검은 눈에 검은 머리카락이잖아. 친척들이 그러는 거야. ? 이런 애들은 우리 주위에도 많은데?

 


체슬러가 도착해서 보니까, 시아버지한테는 아내가 셋이야. 체슬러 남편은 첫 번째 아내의 아들이었고. 근데 그 시아버지 되는 사람이 딱 나타나니까 온 가족이, 특히 자녀들이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면서 손에 키스를 하려고 그러는 거야. 나이가 서른이나 되고 이런 사람들이. 그래서, 체슬러가 충격을 받았지. 왜 그랬겠어. 이 사회에서는 아버지가 왕이야. 가장, 생사를 결정하는 사람인 거지. 그래서 온 가족이 아버지한테 잘 보이려고 하고, 아버지에게 매달리고 그랬대. 똑같은 이야기를 세 번째 하고 있다. 이런 경우 세 번째 듣는 사람은 필경 짜증을 내기 마련인데. 웬일일까. 아롱이는 내가 자기 누나한테 하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있다. 그러면서 한마디 보탠다. 재미있는 거 뒤에 나와. 아롱이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막강하고 절대적인 권력을 소유한 아버지. 아버지의 권위, 재산, 권력이 자녀들에게 미치는 영향. 아버지 손에 키스하려 애쓰는 나이 서른이 넘는 자녀들. 아버지에게 잘 보이려고 대놓고 경쟁하는 그의 자식들.

 

















『그림자 노동』의 저자 이반 일리치는 상업적 영농이 자급농을 대체하고생활 임금을 버는 일이 상례가 되었던 1830년을 여성 예속의 중요한 기점으로 본다, 사고파는 행위의 중심이 물물교환이던 자급자족 경제 시대에는 남성이나 여성이나 집에 가져오는 수입이 비슷했고, 경제적으로 여성은 여전히 남성의 동반자로서 식량 생산이나 의복과 도구를 만드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을 지적한다하지만, 1830년 이후, 여성은 가정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던 안주인에서 남편과 자녀가 일하기 전에 머무는 장소의 관리인으로 전락했다고 보았다. 앤 더글러스는 여성의 이러한 변형을 지위 박탈 (disestablishment)’이라고 불렀다. (199)

 


카불의 아내들이, 그의 성년 자녀들이 아버지인 가장에게 절대적으로 순종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척박한 환경에서 아버지의 말 한마디는 생명과 죽음을 가를 수 있다. 아버지는 생산 수단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남은 아버지에게 키스하면서 아버지가 죽을 을 기다린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장남은 아버지가 가졌던 절대적인 권위와 재산을 승계하게 된다. 차남, 삼남은 큰형만큼은 아니지만, 아버지의 죽음으로 얻게 된 유산 상속을 통해 자신만의 가정에서 가장으로 등극한다. 작은 왕국을 물려받았으나 그 역시 이다. 남편을 잃은 부인의 처우는 아들의 손에 달려있으며, 이는 그 집 하인들의 운명과 별반 다르지 않다. 주인이 바뀌었을 뿐이다.

 


아프가니스탄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이모부가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 3살 된 사촌 동생이 그 집의 호주가 되었고, 이모와 그 애의 누나는 그의 가족이 되었다. 그 동생은 남자였다. 한국의 호주제는 2008 1 1일에 폐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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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8-21 20: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닛 그러니까 저는 그 키스하고 난 다음이 궁금하다니까욧!!!! ㅋㅋ
호주제 폐지될때만큼이나 간절하게 기다리겠습니다.

읽은 책 내용 마구 얘기해대는 풍경은 저희집과 똑같습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2-08-21 20:58   좋아요 2 | URL
체슬러는 지금 먹는 문제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제가 다른 책이랑 돌려가며 읽다보니 ㅋㅋㅋㅋㅋ 진도가 아주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책 읽으면서 기다리고 계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님 가정의 풍경이 저희 집보다 훨씬 풍성하고 아름다울 거 같아요. 저의 예감은 반드시 옳습니다!!

바람돌이 2022-08-21 22:18   좋아요 0 | URL
먹을건 항상 풍성합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2-08-21 22:23   좋아요 0 | URL
사시는 곳이 어디라 하셨었었죠? 저는 ㅂㅅ으로 기억하는데요 ㅎ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08-21 22:55   좋아요 0 | URL
저는 두리번거리다 여기에 붙습니다.ㅋㅋㅋ
위 아래 댓글 중 어느 편에 붙을까요? 하다가....^^;;;;;

저도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심지어 예능을 봤는데 아주 인상적이거나 재밌는 부분이 있으면 내 옆에 귀를 가진 이가 있으면 막~~쏟아내는 습관이 있어요.
식구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도 그러거나 말거나 막~~내가 읽은 장면들을 얘기하고 나면 속이 후련하던데...전 내가 얘기하고 있으면서도 나 좀 이상한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근데...근데.....저 아주 정상적이었군요???ㅋㅋㅋㅋ

근데 울집 식구들은 또 시작이군!!!! 그런 표정이던데...두 분의 가족들은 아름다운 풍경이군요!!! 울 집은 내 말이 끝날 때까지 내가 막 식구들을 따라다니면서 얘기하는데ㅜㅜ
이건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풍경이에요ㅋㅋㅋㅋ

근데 그래서 그 뒤편 저도 궁금합니다.
어서 읽어 오세요^^

- 2022-08-21 2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성 억압은 노예제보다 먼저 일어나 노예제를 가능하게 만든다. -거다 러너-

단발머리 2022-08-21 21:13   좋아요 2 | URL
여성은 어떤 집단보다 가장 먼저 노예화되었다. -거다 러너-

다락방 2022-08-21 21:49   좋아요 2 | URL
이 사람들 멋짐 터지는 거 어쩌면 좋아 진짜…..
 
















『An American Bride in Kabul』을 읽고 있다.

 


저자 필리스 체슬러는 1940년 미국 브루클린의 정통 유대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바드 대학 재학 시절 만난 아프가니스탄 출신 남성과 결혼해 카불에 갔다가 여권을 빼앗기고 억류되었으며, 카불에서 돌아온 후 페미니스트로 살면서 여성참정권을 위해 싸운 이들의 뒤를 이어 2세대 페미니즘의 문을 열었다. 뉴욕 사회과학대학원을 거쳐 뉴욕 의과대학에서 신경생리학 펠로우십을 취득했으며,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한 후 1969년에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0년에 뉴욕시립대학 리치먼드 칼리지에 최초로 여성학 과정을 개설했다. 『여성과 광기』는 그녀의 첫 책으로, 1972년 출간 당시 <뉴욕타임스 북 리뷰> 첫 페이지에 실린 최초의 페미니스트 작품으로 기록되었으며, 그 후 전 세계적으로 300만 부 이상 팔리면서 페미니즘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뉴욕시립대 산하 스테튼 아일랜드 칼리지 심리학 및 여성학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며, ‘명예살인으로 위협받는 이슬람 여성들을 대신해 법정 진술서를 제출하고 있다. (알라딘 책소개)

 
















『여성과 광기』는 작년 12월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이다.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눈 밝은 페미니즘 선배님들이 2000년에 번역해 놓았던 책이 대한민국의 페미니즘 열풍을 타고 작년 9월에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읽는 내내 뜨거웠다.

 

















올 초에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를 읽었다. 페미니즘의 선구자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자료로써, 자매애가 만들어지는 과정 그것이 파괴되는 과정의 기록으로서 정말 의미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여성과 광기』의 탄생과 영광에 관련된 이 부분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았다.   

 


한 달쯤 지날 무렵《여성과 광기》에 대한 에이드리언 리치의 극찬이 담긴 긴 서평이 《뉴욕 타임스 북 리뷰》 표지에 실렸다내 세대에 그토록 화려한 칭찬을 받은 페미니즘 작품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판매 부수가 급증했고 담당 편집자는 승리의 냄새를 맡았다. 그렇다. 신문 하나가 그 정도의 결정권과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다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그런 이유로 나는 에이드리언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에이드리언당신이 어디에 있든나는 당신에게 빚을 지고 있습니다삶이 변화된 수백만 명의 여성들이 그렇듯이요. 당신이 쓴 서평 때문에 그들은 내 책을 읽게 됐을 테니까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 163)

 

 


열여덟의 체슬러는 미지의 나라에서 온 왕자님(실제로 체슬러의 첫 번째 남편은 자신이 왕자인 것처럼 행동했다)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남편을 따라 그의 나라 아프가니스탄으로 간다. 물론 그곳에서 살려는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고, 유럽을 여행하는 도중에 가족들에게 인사하는 차원에서 가지게 된 일시적인 방문이었다. 하지만, 공항 직원에게 여권을 빼앗기고, 체슬러는 감옥아닌 곳에서 감옥 생활을 하게 된다.

 








유한 체슬러의 시아버지는 아내 셋과 자녀들과 함께 신혼부부를 반갑게 맞이한다. 이제 체슬러는 이 곳에서 Abdul-Karrem의 아내로서살아야 한다. 시아버지의 손을 잡으려고 애쓰는 가족들. 그가 바로 가부장, 그들의 리더이며, 아버지이고, 족장이다. 잘못이 없는 사람. 실수하지 않는 사람. 그들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는 사람.


체슬러의 회고를 따라 읽으며 문화에 대해 생각한다. 당시의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경제력 있는 남자가 여러 명의 아내를 두는 것이 능력 있는 남성의 당연한 권리라고 여겨졌다. 여자 혼자 외출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실제로 그랬다. 장보기는 남자 하인의 일이었다. 피부를 보이는 모든 옷이 여자들에게 엄격하게 금지되었고, 여자들은 평생을 집과 살고 있는 동네 이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문화는 비록 그것이 강압적 형태가 아니더라도 처럼 강력하게 사람들의 삶을 규제한다. 하지만 문화는 고정적이지 않다. 사람들의 생각은 바뀐다. 아들을 낳으면 좋아하고 딸을 낳으면 눈물 흘리던 시대는 지나갔다. 딸인데 무슨 대학까지 보내려 하냐, 는 말을 하는 사람이, 이제는 없다. 순기능과 역기능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에 상관없이 일부일처제에 반하는 로맨스는 이유와 상황이 어찌 되었든 불륜이라고 불린다. 아프가니스탄의 문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 인식, 통념, 고정 관념은 바뀔 수 있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문제는 법이다. 사람들의 인식은 큰 폭으로 변화했는데도 법은 사람들의 인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친딸을 성폭행하고도 10년 남짓의 처벌을 받을 뿐이고, 초범이라는 것이 양형의 이유가 되는 법 환경. 판사들은 소극적이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판결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법이 우리의 인식, 상식에 수준에 맞춰질 정도로 바뀌어야 한다.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입법 기관은 국회. 국회가 일해야 한다. 일할 수 있도록 압박을 넣어야 한다. 물론 여론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대중의 관심, 여론의 향방은 그 자체만으로도 폭발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챕터 2까지 읽고 말이 많았다. 더 읽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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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08-20 18: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자북으로 읽으시는 건가요? 단발님. 저는 종이책 읽기도 벅차네요. 아 읽고 싶은데 아 읽고 싶은데 눈이 뻑뻑해서 오늘은 더 이상 아무것도 읽지 못하겠습니다. 어글리 러브 읽느라 밤 지새웠는데 단발님의 필리스 체슬러 읽기 페이퍼를 읽으니 어글리 러브 읽느라 눈이 뻑뻑한 제가 아휴 부끄러워지네요 -_-;;;;;

단발머리 2022-08-20 20:08   좋아요 1 | URL
네, 전자북으로 읽고 있어요. 글씨 아주 크게 만들어서요 헤헤헤. 비타님 어제밤 늦게까지 달리시느라 아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제가 어글리 러브 좋아한다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던가요. 저도 3일 연속으로 달려서 어글리 러브 읽었더랬죠. 행복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재 시점의 다정한 마일스, 그 마일스를, 그 지점의 마일스를 저는 좋아합니다 (저도 부끄)

바람돌이 2022-08-20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분 진짜 독특한 인생여정이군요. 삶이 스펙터클해지겠다는..... ㅎㅎ 용감한분이네요. 언젠가는 저도 이분의 책을 읽겠죠? 근데 요즘 워낙 여러곳에서 에이드리언 리치에 대한 언급이 나와 저는 에이드리언 리치를 먼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앗 저는 원서는 못읽으니 체슬러가 카불의 그 암담한 상황에서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알려주셔야 합니다. ^^

단발머리 2022-08-21 20:46   좋아요 1 | URL
전 에이드리언 리치 책 딱 한 권 읽었는데요. 우주처럼 넓은 분이시더라구요. 앨리슨 벡델도 큰 영향을 받은듯 한게 <당신 엄마 맞아?>에서 딱 보이더라구요. 체슬러는 지금 먹는 것 때문에 죽을 지경입니다. 초반 몇 일은 파티 음식이라 괜찮았는데 그게 끝나니 아프가니스탄 전통식을 먹어야 해서요. 탈출기도 곧 이어집니다. 기대해 주세요^^

- 2022-08-21 1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페이퍼 읽고 너무 놀랐어요. 당발님! ㅋㅋㅋㅋㅋ 구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제가 몇년 전에 여성 영화제에서 봤던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라는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영화가 있어요. 아마도 68이후의 낙태폐지 운동하던 시기의 유럽 페미니스트 여성들의 연대가 주되는 골자였는 데, 거기서 막 여주인공이 암스테르담 운하 타고 낙태하러 가기도 하고 그런데.....

대빵 뜽금없이 페미니즘 시위하다 만난 남자랑 사랑에 빠져가지고 근데 그 사람이 이슬람 부자였던겨?!? 막 부르카 쓰고 그 나라 가서 애낳고, 근데 주인공은 거기서는 못살 겠고 남자가 애 데리고 가면 어떡하냐고, 그래? 그럼 하나 더 낳아줄 게 나눠 가지자 ㅋㅋㅋㅋ 막 그래서 애 하나 더 만듬... 응?!... 무튼 나중엔 돌아와서 여성의 재생산권으로서의 임신을 찬양하는 노래 만들어서 부르고 다니는 의식고양 하는 운동하면서 사세요ㅋㅋㅋ (이렇게 쓰니까 너무 혼란의 도가니인데...)

낙태권과 임신 찬양을 동시에 하는 게 너무 이상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되게 무리 없이 꿰어졌어요. 심지어 유쾌함. 그때는 아, 프랑스 페미니즘은 어나더레벨인가부다 이러고 말았는데요......... 뭐여, 필리스 체슬러가 그렇게 살았네?ㅋㅋㅋ 역시 영화가 현실이고 현실이 영화네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8-21 20:51   좋아요 1 | URL
페미니즘 시위하다가 사랑에 빠지는 거는 이해되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애 하나 더 만들어 나눠 가지자는 뭘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낙태권과 임신 찬양을 동시에 하는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그 영화를 봐야 알겠는데, 우아... 이 영화 쉽지는 않을 거 같아요. 프랑스 페미니즘은 진짜 어너더 레벨인가. 암튼 난 프랑스 쪽은 뭐든지 다 어렵더라구요.

필리스 체슬러는 나중에 탈출해서 미국에서 공부하고 박사되고 정신과와 여성학 쪽에서 일가를 이루시고 제2 페미니즘 운동의 선봉에 서시고 ㅋㅋㅋㅋㅋㅋ 막 그럽니다. 저 책 맨앞에 나오거든요. 나는 열 여덟 살, 왕자를 만났고 사랑에 빠졌다 ㅋㅋㅋㅋㅋㅋㅋ

- 2022-08-21 21:04   좋아요 1 | URL
저도 한번 더 보고 싶고 구해드리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어요 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좋은 영화였어요 ㅋㅋㅋ!! 그리고 지금은 그래도 옛날보다는 똑똑해졌으니까 다시 보면 더 잘 보일 것 같고 그래요!!! 필리스 체슬러 정말 좋네요. 으하하하. 왕자... 왕자님........ ㅋㅋㅋㅋㅋㅋ 너무 좋습니다. 참, 저 파친코 듣기 시작했습니다. ㅋㅋㅋㅋㅋ 이탈리남과 한남의 대환장 파티 대결!

단발머리 2022-08-21 21:2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제 좀 달라졌으니까 (우리는 매일매일 달라짐 ㅋㅋㅋㅋㅋㅋ) 다르게 보일거 같기는 해요. 왕자님 만나서 좋았는데 왕자는 아니었고 ㅋㅋㅋㅋ 쫌 부잣집 남자였는데 그렇게나 똑똑하고 함께 문학과 영화를 이야기하던 남자가 자기 나라/자기 집에 가니까 딴 사람 되어 버리더라는 슬프고 뻔한 이야기.
이탈리남과 한남의 대환장 파티ㅋㅋㅋㅋㅋㅋ 한수는 나름의, 뭐랄까 묘한 책임감 같은 거 있어요. 이기는 편 우리편!
아, 주워 가지 말아야지. 조나단만 챙기기도 넘 바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8-22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불의 신부 살까요? ( ˝)

단발머리 2022-08-22 09:01   좋아요 0 | URL
저 챕터 3, 2쪽 읽은 사람이라 뭐라 더하기 어렵습니다만 저는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2013년 책인데 그냥 제 생각으로는 금방 번역되지 않을 거 같고요. 그럼 원서를 구입하는게 나을 거 같기는 한데요. 하드커버는 품절이고 페이퍼백은 POD라고 하대요.
어떻게요? 제가 예~~~ 라고 답을 드려야 하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8-22 09:51   좋아요 0 | URL
POD 는 뭔가여.....

단발머리 2022-08-22 13:25   좋아요 0 | URL
파일로 가지고 있다가 주문 들어오면 제작하는 서비스인가봐요. 판매 많이 안 되는 원서들은 이렇게 표기된 경우가 많더라고요.
 






할 수 있는 이야기보다 할 수 없는 이야기가 훨씬 많다. (141)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를 읽은 후 제일 먼저 찾아 읽은 책이 엄기호의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였다. 이어서한낮의 우울』을 반 정도 읽었고, 올해는유쾌한 우울증의 세계』를 읽었다. 우울, 고통, 호소. 이렇게 세 단어가 지난해 하반기 나의 최대 관심사였다. 호소는 토로로 바꿀 수도 있겠다.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에서 특히 좋았던 건 이 부분이다.




고통은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도 아프게 한다. 어차피 나눌 수 없는 고통이다. 지금 나의 이 글도 고통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경우에나 읽힐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포함해 아픔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공감과 위로 대신 이렇게 말한다. "타인에게 이해를 구하지 마세요.", "안 아픈 사람을 배려하세요 (아픈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안 아픈 사람은 피해 의식에 시달리기 쉽다).", "주문(呪文)으로 '감사합니다'를 반복하세요.” 몸속의 고통을 밖으로 꺼내는 일 - 소리내기 - 은 고통을 줄여준다.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89)




대부분의 충고는 고통당하는 사람의 곁사람에게 향한다. 더 많이 들어줘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줘라. 더 많이 사랑해줘라. 저자는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처지에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고통당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혀둔다. 타인에게 이해를 구하지 마세요. 안 아픈 사람을 배려하세요. 감사합니다, 를 반복하세요. 선생님은 고통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경우에나 자신의 글이 읽힐 거라 쓰셨는데, 정말 그랬다. 이 글을 읽으면서 눈이 번쩍띄었다.

 

 

길지 않은 인생살이, 이 세상 가장 큰 기쁨을 주는 존재는 바로 인간이다. 나는 그랬다. 요즘에는 의리 없고 배신하고 몰인정한 인간보다 고양이, 강아지, 물고기, 화초, 토마토 모종이 선사하는 기쁨이 훨씬 더 크다는 이웃들의 간증을 자주 듣기는 한다. 가장 큰 기쁨을 주는 존재인 인간은 가장 큰 슬픔을 안겨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살고 싶은 희망을 통째로 빼앗아 가기도 하고,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실망감, 함께한 시간에 대한 환멸, 저주를 퍼붓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도 모두 다 인간이다.

















책을 펼쳐 목차를 보는데 다시 한번 눈이 띄였다. <2 : 통증의 위치>. ‘친구의 우울과 고통과 토로를 들어주는 일이 왜 이렇게 힘든가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거리 때문이었다. 코로나 이전에도, 아니 훨씬 이전부터, 나는 사람들과의 거리 두기실천하는 편이었다. 나는 사람에 대한 기대가 적다. 적은 편이다. 기대가 적으니 호의에 마음껏 기뻐할 수 있다. 서운하다는 건 기대했다는 뜻이다. 기대하지 않으니 서운할 일도 별로 없다. 나는 그랬다. 하지만 외로워’, ‘외로움이 밀려와’, ‘힘들어를 반복하는 친구 앞에서, 친구 옆에서, 나는 거리 두기에 실패했다. 다른 친구를 만났을 때, 자리에 앉자마자 물었다. 내 친구가 자꾸 외롭다고 그래요. 지혜로운 친구가 답했다. 인생, 원래 외로운 거예요. 사람이 많은 자리라 참기는 했지만, 그 순간 그 지혜로운 친구를 꼭 안아보고 싶었다. 인생의 비밀을 아는 그대여. 그대는 어찌 이 놀라운 인생의 비밀을 이토록 편안하게 받아들이는가.





이럴 때는 자기 말을 못 알아듣거나 그냥 아는 정도의 사람에게 전화를 해야 한다. 무심한 사람, 무심한 관계가 낫다. 어차피 인생에 해결은 없으므로, 그저 들어주며, 나를 판단하지 않고, 내 걱정을 하지 않을 사람. 내 이야기를 듣고 아무 말도 안 할 사람. 내 말을 잊어버릴 사람.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137)

 


내 말을 잊어버릴 사람에게 말하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나를 걱정하지 않을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다시는 만나지 않을 사람에게 비밀을 말하는 장면을 그려본다. 고통 앞에서도 의연하게 혼자인 삶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혼자이지만 외롭지 않은 삶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있는 나를, 웃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고 생각하고, 혼자보다는 같이 사는 편이, 함께 살아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고통을 없애는 과정이 다른 사람의 고통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내가 그 고통에 질식되지 않으면서도 고통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할 수 있을까. 잘하지 못할 것이 분명한 나를, 나는 아는데. 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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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19 17: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ㅠㅠㅠㅠ 저도 실은 얼마전에 다시 그문장을 읽고 싶어서 3권을 폈어요.

타인에게 이해를 구하지 마세요 ..
… 고통당하는 사람이 가져야할 태도…
안아픈 사람을 배려하세요…..

외롭죠. 외로워요… 근데 외로움은 상태잖아요? 지나가죠.. 또 괜찮아져요.. 외로울땐 또 외롭구나… 아플때는 아프구나… 나는 그런 것들로 이제 만들어지게 되었구나…..

고통 속에 있을 때 저는 누군가가 들어주거나 알아주기를 원하지도 않았어요. 그러니 들어주거나 알아주지 않으셔도 되고 거리를 두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분명한 건 고통역시 상태이므로 끝나니까요. 그것은 반드시 끝나고 이후의 삶은 또 시작되고, 살아가기 시작하면서는 또 다른 고통들이 만들어지겠지만, 우리는 이제 고통의 존재를 알고,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아직 남아 있으니까. 그런 것 마저 잘할 필요는 사실 없으니까요. …

고통이 우울이 외로움이 그런게 ‘있다’는 걸 아는 것. 그것 말고는.

단발머리 2022-08-19 17:45   좋아요 6 | URL
저는, ‘우울, 고통, 호소‘가 제게 준 고통에 대해서는 하나도 쓰지 않았어요. 쓰지 못 했어요. 왜냐하면 ..... 그걸 쓰고 나면, 너무나 이기적인 내가 드러나니까요ㅠㅠㅠ 나 그런 사람이에요, 쟝쟝님 ㅠㅠㅠ

근데, 뭐랄까요.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의 엄기호님은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고통받는 자의 고통을 함께 할 수 없다. 옆에 있는 것도 힘들다. 고통받는 자의 ‘곁의 곁‘에 있어주자. 이렇게요. 이게 거리두기 와도 관련 있는거 같아요. 한국은 인구밀도가 높고 경쟁이 심하고 심각한 ‘오지랖‘ 사회여서 예전 같으면 ‘거리두기‘가 참 이해 불가했는데, 이제는 우리 다 알게 되었잖아요, 억지로.

고통은 나눌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쟝쟝님 말대로 상태니까 그것도 끝나는 때가 있다는 걸 아는 게 필요한 거 같아요.
옆에 있어주는, 한 사람이 되어줘야 한다는 강박이, 나한테는 있었어요. 친구는 나한테 말하고 나는 종이에 쓰고. 흐미......

건수하 2022-08-19 17: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는 사람에 대한 기대가 적다. 적은 편이다.

아, 정말 단발님과 제가 공통점이 있는 것 같네요.

단발머리 2022-08-19 17:59   좋아요 3 | URL
이제… 조나단만 좋아하시면 되겠습니다.
감사해요, 수하님^^

수이 2022-08-19 19:38   좋아요 3 | URL
공통점 하나 더 있어요, 수하님도 단발님도 미인이십니다.

건수하 2022-08-19 20:08   좋아요 3 | URL
앗 뭐라 달아야할지 난감…
비타님께 그런 말을 듣다니요.

그나저나 제 사진이 어딘가 남아있나봅니다. 다 없앤 줄 알았는데…?

건수하 2022-08-19 20:07   좋아요 3 | URL
/단발님 브리저튼 시즌1만 봤는데 2봐야 될까요? ㅎㅎ 요즘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네요 :)

수이 2022-08-19 20:09   좋아요 4 | URL
제가 수하님을 직접 만났는지 아니면 온라인상으로 알고 지냈는지 모르겠는데 🤔 익숙하더라구요. 단발님에게 조나단은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인물인지라 브리저튼 2 보시면 좋을듯 합니다. 지나가는 1인 :)

건수하 2022-08-19 20:22   좋아요 3 | URL
직접 만날 기회가 없었어요. 아마 미투데이에서 처음 비타님을 알게 되었던 것 같네요. 언젠가 직접 뵐 기회가 있기를요 ^^

단발머리 2022-08-20 20:12   좋아요 1 | URL
수하님 / 많이 바쁘셔서 제가 강권하고 싶지는 않지만 브리저튼 시즌 1의 잔소리 대마왕 큰오빠 안소니(조나단 역)가 시즌 2에서는 대결 상대가 되는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겨 무척 큰 고생을 하게 됩니다. 전작보다 야한 장면이 적어서 흥행에는 큰 재미를 못 보았습니다만(엥?) 이른바 텐션이라는 면에서는 훨씬 고급스럽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 언제 한 번 만나서, 조나단 이야기 좀 해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타님 / 수하님과 저를 이뻐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그 마음 변치 마시고 오래오래 사랑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플리즈!!

건수하 2022-08-23 12:30   좋아요 0 | URL
네 <어글리 러브>도 읽어야 하는데..
일단 브리저튼2... 틈틈이 보겠습니다 :)
전 19금보다는 본격 사귀기 전 꽁냥꽁냥하는게 더 좋더라고요 ㅎㅎ

청아 2022-08-19 19: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부분 읽으면서 택시 기사님께 고민 털어놨다는 에피소드가 떠올랐어요. 출처는 기억이 안나는데 와닿더라구요. 고통을 토로하고 싶은데 아는 사람이면 내 치부를 들키는 셈이고 기타등등 그외 많은 불안요소로 삼키잖아요. 기사님은 어떤친구보다, 심리상담사보다 어쩜 얘기하기에 가장 훌륭한 상대라는둥 그런 이야기였어요.
대신 차비를 좀 두둑히 드려야하겠다고..기사님은 또 무슨죄냐고 생각했죠ㅋ

단발머리 2022-08-20 20:15   좋아요 1 | URL
택시 기사님 의견도 너무 좋네요. 제가 좋아하는 <Love Hypothesis>에서도 고통보다 고민을 택시기사님에게 털어놓는 장면이 있어요. 기사님이 용기내서 가라고 하셔서, 여주인공이 힘을 내게 되는 장면이요.
어느 경우에는, 정말 택시 기사님이 좋은 상담사가 되어주시겠지만 전 안전운전에 대한 염려가 있네요. 듣는 것도 에너지 소비가 많잖아요 ㅎㅎ

mini74 2022-08-20 10: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죽음에 대한 부분이 좋더라고요. 죽음을 두려워하는 건 본성이 아니라 사회적 세뇌때문이라는 문장. 에고가 공포를 가져온다.는 문장이 좋았어요.

단발머리 2022-08-20 20:16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저도 그 문장 좋았어요. 죽음을 그렇게 대면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요. 사회적 학습에 결과라는 걸 부정할 수도 없고요. 꼼꼼히 읽으시는 미니님! 제가 항상 존경합니다!!

바람돌이 2022-08-20 18: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인간에 대한 기대가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내가 기대해도 되는 이가 누구인가를 가리는 눈이 좀 더 생기고 선별한다고 할까요? 그래서 예전처럼 인간관계가 막막 넓어지지는 않지만 적은 수의 소중한 사람들은 여전히 생기고, 원래 알던 소중한 사람들은 더 소중해집니다.
저는 늘 말의 힘을 믿는 사람이라서요 이번에 제가 아프면서도 두 번 정도 굉장히 우울했던 적이 있어요. 그 때는 감정이 좀 격해져서 같이 있는 가족에게 히스테릭해졌죠. 그 순간이 지나고 그냥 얘기했어요. 예상하지 못했던 나의 상태가 우울을 불러오는 것 같고 그래서 그냥 감정을 쏟아내버리는데 그 때 잠시만 참아달라고요. 그러면 금방 돌아오겠다고요. 나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주고 서로가 도와줄 지점을 찾아가는 것, 말이 아니면 무엇으로 할까요? 지금이 너무 힘든 친구도 주변에 있어요. 제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그냥 들어주는 거 외에는 없지만 그 들어주는 것의 힘을 저는 또한 믿어요. 생각보다 쎄더라구요. 이건 제 경험이구요. ^^

단발머리 2022-08-20 20:20   좋아요 2 | URL
적은 수의 소중한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게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감정을 쏟아버린 뒤에 그걸 어떤 식으로든 풀어가는 자세도 오늘 새롭게 배웠고요. 바람돌이님 말씀대로 말해야 하는 거 같아요. 말하고 기다려주고 또 들어주고..... 알려주신 귀한 지혜 오래오래 기억할게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해요, 바람돌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