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특별하고 독특해서 과거에 존재한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절대 존재하지 않을 유일한 배열로서의 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11)’ 그리고 마찬가지로 유일한 조건으로서의 너같은 표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위인들의 개인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아는 보부아르의 처녀 시절, 내가 아는 체슬러의 반항적 10대 시기, 내가 아는 아렌트가 하이데거와의 관계를 두고 고민했던 시간에 대해 듣는 것은, 내게 그런 일이다.

 


도나 J. 해러웨이의 <종과 종이 만날 때>에서 아마도, 거의 확실히 가장 쉬울 것이라 예상되는 챕터 <6 : 유능한 신체와 반려종>를 읽었다. 해러웨이는 아버지 프랭크 해러웨이의 삶을 비교적 자세히 서술한다.

 

 



















원서 읽기 친구들과 같이 읽는 <Me before You>는 이제 두 주 정도의 분량이 남았다. 미리 읽어두자, 하는 마음에 이번 주 분량을 어제 읽었는데 마음이 아팠다. , 이렇게 아름답고 감동적이며 마음을 울리는 책을 원서 읽기 책으로 선정했는지 도대체 모르겠다. 안타까움과 슬픔, 그리고 약간의 원망이 차오르는데, 그런데도 주인공 윌을 미워할 수 없어서 더욱 속상했다. 교통사고로 하체가 마비되고, 얼굴과 목, 그리고 손가락 몇 개만을 움직일 수 있게 된 윌은 스위스에서의 안락사를 선택한다. 윌의 부모는 새 간병인 루이자에게 마지막 희망을 건다.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고, 자기 집, 자신이 살았던 동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루이자에게 윌은 새로운 가능성, 삶의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어 준다. 루이자는 윌을 통해 새로운 꿈을 꾸게 되고, 그 길에 윌과 함께하기를 원하지만, 윌은 자신의 결정을 바꾸지 않는다. 루이자는 자신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스위스행을 고집하는 윌을 원망하지만, 결국에는 그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하고 그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한다. 소설 끝부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윌을 이해하게 됐다. 그가 자신을, 자신의 삶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리고 그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알게 됐다. “I can make you happy.“라고 루이자가 말할 때, 그녀의 그 모든 말들은 100% 진심일 테지만, 그녀의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는 루이자조차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윌은 그걸 알고 있었다.

 


윌은 자신을 사랑했고, 자신의 몸을 사랑했다. 운동을 좋아했고, 수영을 좋아했고, 그리고 섹스를 좋아했다. 휠체어에 갇힌 삶,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이런 삶을 계속 살아야 하는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런 자신을,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해러웨이의 아버지는 생후 16개월 때 넘어져서 엉덩이를 다치고 그때쯤 앓게 된 결핵으로 8살에서 11살 때까지 가슴에서 무릎까지 단단하게 깁스로 고정된 상태로 침대 위에서 생활했다. (208) 휠체어와 목발이 그의 다리가 되어 주었다. 그는 휠체어에 탄 채로 농구 경기에 나갔고, 탁구 경기에 나가 3회 연속 우승을 했다. 목발을 짚고 스포츠 현장에 나가 경기를 기록했다. 스포츠 기자가 되었고, 그 일로 돈을 벌었다. 해러웨이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갈수록 그의 호기심과 열정, 그의 생명력이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했다. 고통과 고난, 절망과 좌절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형태로 작동하는 건 아니지만, 이처럼 명확한 불행속에서 이렇게 담대하게 삶에 직면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나는 이 문장이 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해서 아버지는 1930년대의 콜로라도주 탁구 선수권 대회에서 3회 연속 우승을 했다. 상대가 되받아치기 불가능한 서브 - 그 서브들은 몇 년 후에 규칙 위반이 되었다 - 를 구사했고, 운 좋게 타이밍도 겹쳐서다. 한 번이라도 탁구를 본 적이 있다면 자신의 다리로 테이블 주위를 움직이는 것이 이 스포츠에서 필수임을 알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확히 아버지가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손과 눈의 동조, 균형, 근성, 상체의 강인함, 마음과 신체의 창의성, 그리고 욕망 때문이었고, 또한 자신의 신체와 관계를 맺음에 있어서 단 1분이라도 그것을 거부하거나 부동의 상태(, 신체 바깥에서 사는 것)를 실행 가능한 선택지로 상정한 적이 없이 살았기 때문이다. (213)

 


그런 삶을 예상치 못했던 윌과 그런 인생이 삶의 기준점이었던 프랭크 해러웨이. 인생은 예상치 못했던 일들로 가득 차 있기에 다른 삶, 다른 가능성에 대해 윌이 받아들여 주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외부자의 희망일 뿐이다. 프랭크 해러웨이가 윌보다 더 강인해서가 아니라, 윌에게는 그런 삶의 조건으로 자신의 삶을 상상할 수 없었다는 것이 더 주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윌이 강원래처럼 살아남기를 바라지만, 그리고 루이자는 그의 김송이 되어줄 거라 믿지만, 이것 역시 쓸데없는 생각일 수도 있겠다. 윌은 윌이고, 루이자는 루이자인 것을.

 

 

 


 

모두 다 그렇겠지만 나 역시 조용하고 우울한 한 주를 보냈다. 내가 돌아간 일상에는 나 혼자여서 얼마든지 조용할 수 있었는데, 생각 없이 켠 라디오에서 생존자 인터뷰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주르륵 눈물이 흐르고. 미안하고 암담한 마음 너머에는 무력감이 자리했다. 세월호 사건 때도 그렇고 이번 사건도, 나는 마흔을 넘긴 모든 사람에게 이 일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는 젊은이들을 지켜주지 못했고, 아이들은 그렇게 죽어갔다. 서울 한 복판, 이태원에서.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말을, 오래오래 생각했다. 슬픔의 전시라는 말에 대해서도. 이 일로 인해 온 국민이 느끼는 슬픔과 아픔, 그리고 애통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인가. 그렇게 볼 수 있는가, 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잘 모르겠다. 나의, 잘 모르겠다, 는 그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의 애도는 무엇인가, 어떤 방식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고통을 이겨내고 슬픔을 잠재우고 그리고 떠나간 이를 애도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데. ‘잊지 않겠습니다의 세월호에 대한 마음이 24시간 365일 세월호을 생각하겠다는 다짐은 아닌데. 10.29 참사에 대한 애도가 한정되어야 하는지,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입에 밥을 넣은 채로 애도할 수 없단 말인가. 장례식장에서도 그렇게 한다. 조문을 하고 상주에게 안타까운 심정을 전하고, 그리고 밥을 먹는다. 입에 밥을 넣은 채로도 울 수 있고, 밥을 먹으면서도 애도할 수 있다. 애도의 방식이, 애도의 표현이 어떠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것 자체가 피해자다움의 요구일 수 있다는걸. 모른다는 말인가.

 


나는, 밥을 먹고 책을 읽었다. 빨래를 널고 물을 마시고 책을 읽었다. 인터뷰를 들으며 한 번 울고, 진공청소기를 돌렸다. 설거지를 하면서 한 번 울고, 그리고 수건을 개어 욕실 서랍장에 넣었다. 생각만해도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르는 친구들과 톡을 하면서, 힘을 내, 우리 힘을 내자, 말하고, 빨래를 하고 다시 책을 읽었다. 아침에 나가 주검이 되어 돌아온 아들, 딸을 마주한 희생자 가족들의 원한, 하늘 끝까지 사무칠 그 억울함. 친구를 잃은, 친구는 죽고 나만 살았다, 고 말하며 우는 젊은이들의 눈물.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겠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닌 소방대원과 경찰들의 죄책감. 그날, 그 시간, 그 장소에 간 것이 잘못이 아니고, 친구는 죽고 살아남은 것이 잘못이 아니고, 최선을 다했지만 살리지 못한 것이 그들의 잘못이 아님을. 밝혀줄 사람이 누군가. 누가 이 일을 해야 하나. 우리 어른들은 무얼 해야 하나,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로 이미 세상을 떠난 젊은이들을 살려낼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억울함을, 유가족의 원한을 그리고 온 국민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것이 애도의 시작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잊지 않고, 모른체 하지 않고, 이 비극적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는 일이 거기에 포함된다고 믿는다. 

 

 




10. 29 참사 희생자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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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8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0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2-11-08 17: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단발님 글 읽으니 또 마음이 아프네요 ㅠㅠ 애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자‘라는 사람들이 정작 그 말로써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입니다. 애도하면서 밥도 먹고, 생활을 이어가고, 그러면서 또 애도하고 생각하고, 힘내서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겠지요.
미 비포 유를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페이퍼네요. (해러웨이 읽겠다는 말은 안함.. 심지어 해러웨이는 집에 있음..ㅋㅋ)

단발머리 2022-11-10 18:01   좋아요 2 | URL
어떻게 애도해야 하는지, 저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자주 생각합니다. 슬픈 마음을 뒤로 하고요.

미 비포 유는 정말 베셀의 반전이라고 할까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그러면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추천합니다!!

건수하 2022-11-08 2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님이 이런 글 써주실 줄 알고 기다렸어요. 감사해요.

단발머리 2022-11-10 18:01   좋아요 1 | URL
수하님, 댓글 감사해요.....

- 2022-11-09 20: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현재진행형인 사건에 어떤 말을 가져다 붙이는 것 마저 쉬운 타자화같단 생각이 들어서 가슴아프다는 표현을 짤막하게 일기에 써둔 것 말고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중예요. 이성은 차갑고 감정은 뜨겁다고 오래오래 그게 우리의 도식였잖아요. 연결을 끊을 수 없는 이 세계를 사는 동안 참사는 계속될 것이고, 정치 역시 이어질 것이며, 고통은 목도될 것인데, 감정은 차갑게 이성은 뜨겁게라고 혼자 열심히 생각했어요. 한나 아렌트가 자꾸 생각나고…

그리고, 이 글에서 ‘그런 인생이 삶의 기준점’이었다는 말에 대해서도 전 더 생각해보고 싶어요. 그 기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서 내가 놓아야하는 것은, 무엇일까하고… 질문들은 또 제게서 부딪히는 데요. 너무 한꺼번에 다 답을 내겠다고 스스로를 볶아대진 않으려고요. 애도합니다. 애도 중입니다. 그런 방식으로.

이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단발머리 2022-11-10 18:04   좋아요 2 | URL
감정은 차갑게 이성은 뜨겁게 나도 기억할게요. 말이 안 되는 상황이 억울한데 누구한테든 물어볼 수가 없네요.
어떻게든... 답을 찾아야겠죠. 암담하긴 하네요.
오래 고민하고 올린 글이라서..... 저도 답을 모르겠고요. 댓글 고마워요, 쟝님.
 


 

















사랑에는 원래 질곡이 많은 것이 자연스러우니, 이 책의 주인공들도 오해하고 화해하고 미워하고 용서하는 사건, 사고가 많다.

 


첫 번째는 남주(콜린)가 여주(올리비아)에게 무시하는 말을 해서 올리비아가 화가 났고, 콜린이 찾아와 진지하게 사과했다. 두 번째는 올리비아가 콜린을 오해한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연성이 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올리비아가 콜린을 오해하고 콜린 역시 화가 난 상태였다. 얼마 후에 진실을 알게 된 올리비아가 사과하면서 화해를 청하고 콜린은 올리비아를 용서한다. 그리고 세 번째. 이 오해/실수/잘못은 전적으로 콜린의 것이면서 또한 작가의 것이기도 한데, 이런 설정 자체가 이 소설의 틀이 되기 때문이다. 콜린은 미안하다고 말하며 올리비아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올리비아는 설명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올리비아가 아니라, 내가 콜린이라면 어떨까. 말해야 할 타이밍을 놓치고 오랜 시간 올리비아를 속인 건 잘못이고, 그것 때문에 올리비아가 (가볍기는 했지만 진지했던) 두 사람의 관계를 끝내겠다고 하면, 그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콜린은 올리비아를 진심으로 대했고, 올리비아를 너무 좋아하게 되었고, 그녀 역시 자신에 대해 그런 마음이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화가 난 올리비아는 그의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전화를 차단하고, 집(같은 아파트, 다른 층)에 찾아오지도 못하게 한다. 용기를 내서 보낸 커다란 꽃바구니를 아파트 로비 테이블 위에 놓고 갔다.  

 


이제 콜린에게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만약 여기에서 더 많은 문자를 보내고, 더 많은 전화를 하고, 그녀의 아파트와 직장을 찾아간다면, 그건 스토킹 범죄다. 올리비아는 명시적으로 자신은 더 이상 이 관계에 관심이 없다고, 너랑 끝내겠다고 말했다. 설명하고 싶은 건 콜린의 마음이다. 되돌리고 싶은 것도 콜린의 마음이다. 올리비아는 그의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만약 나의 진지한 이 마음을 그녀가 제대로듣기만 한다면, 그녀의 마음이 돌아설 거라는 건, 그만의 착각이다. 듣지 않기로 한 것이, 올리비아의 선택이다. 그 선택 때문에 두 사람이 어긋나고, 이별하고, 다시는 못 본다 해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해 때문이건 잘못된 판단 때문이었건, 후에 사실을 알게 된 올리비아가 혹은 그를 용서하게 된 올리비아가 땅을 치고 후회를 하든 말든 어쩔 수 없다. 지금 상황에서 콜린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똑같은 상황이 아니기는 하다. <오만과 편견>에서 다아시는 매사에 오만하기는 했지만, 위컴과의 사건에 관해서는 잘못이 없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위컴의 말만 믿고 다아시를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에게 편지를 쓴다. , 사랑과 정성의 러브레터. 역시 편지는 손편지가 최고지요.



 
















이 편지를 받고 제가 지난밤 당신을 그토록 불쾌하게 했던 감정을 다시 토로하거나 또다시 청혼을 할까 봐 놀라지는 마십시오, 엘리자베스 양. 제가 편지를 쓰는 의도는 우리 두 사람의 행복을 위해 빨리 잊으면 잊을수록 좋은 희망에 대해 길게 논함으로써 당신께 고통을 주거나, 저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려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런 편지를 써서 당신이 읽어주시도록 부탁드리는 것이 제 성격상 불가피한 것이 아니었더라면 제가 이 편지를 쓰고 당신이 그것을 읽으셔야 하는 수고는 덜어질 수도 있었겠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멋대로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을 용서해 주셔야 하겠습니다. 당신이 이 편지를 기꺼이 읽어줄 기분이 아니시라는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공정함의 문제라고 감히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277)

 


다아시는 편지를 썼다. 콜린은, 콜린은 어떻게 했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 콜린은 이사를 간다. 살던 집을 정리하고 다른 도시로 떠나기로 한다. 올리비아가 없는 곳, 올리비아를 볼 수 없는 곳으로 간다. 혹 그렇게 하면 그녀가 자신을 붙잡을 거라는 생각은 추호도 할 수 없는 상황. 이렇게 계속 살 수 없으니, 살려고 간다. 나도 살아야겠다, 는 심정으로 이사를 간다.

 



 





이 문단이 이 소설에서 제일 좋았다. '나는 너를 사랑해' 라는 말 뒤에, ‘나는 너 없이는 살 수가 없어가 아니라, ‘죽을 거 같아서, 난 여기서 벗어나야겠어라고 말하는 게 좋았다. 죽을 것 같은 심정이고, 정말 죽을 것 같지만, 그 사람이 끝내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고, 나는 결국 그 사람을 얻지 못할 것이 확실해진 그 상황에서.

 


너 없는 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너 없이는 살 수 없어. 그래, 나 죽고 너 죽자, 가 아니라. 나도 이렇게는 못 살겠어. 나도, 나도 살아야겠어. 그런 마음이 좋았다. 돌려받지 못한 마음, 이미 내게서 떠나버린 내 마음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나는 살아야겠다고, 이렇게 바보처럼 망가진 채로 살 수는 없다고, 여기서, 이 상황에서 도망가겠다고 말하는 게, 좋았다. 애원보다는 이사를 권한다. 혹시 모를 일, 올리비아처럼 그녀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

 

 



주말이니까 느긋하게는 아니고. 밥 먹기 전에 커피를 내렸다. 내가 좋아하는 어떤 사람은 밥 먹기 전에 달달한 탄수화물 일체를 먹지 못한다. , 도넛, 쿠키 등등. 나는 그런 순서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고, 저 도넛 다른 사람이 먹기 전에 내가 먹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이게 마지막 도넛이다. 맛있는 거는, 제발 내가 먹어야 한다.

 


올해는 유독 로맨스를 많이 읽었다. 영어책이니까, 라는 변명을 하기에는 너무 그쪽으로 치우쳐졌다. 이제 제발 그만.

 


사랑 그만. 로맨스 그만. 뜨거운 밤 그만. 이제 제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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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2-10-29 1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뜨거워서 선풍기 트셨나봐요?

단발머리 2022-10-29 11:0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더워요 ㅋㅋㅋㅋㅋㅋㅋ 이상기온 생각보다 오래 가네요, 올해는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2-10-29 1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 잔은 제가 품절이라 못 산 미친여자 맥주컵이네요! 아아도 넉넉히 들아가고 손잡이도 커서 좋고.. 부럽네요. 도넛도 너무 맛나보이고요~

단발머리 2022-10-29 12:24   좋아요 1 | URL
아이고 ㅋㅋㅋㅋㅋ저는 커피잔으로 애용하는 맥주컵입니다. 제가 아침에 커피를 좀 진하게 타서 글씨가 잘 안 보이죠? ㅋㅋㅋㅋㅋ 알아봐주시는 안목, 반갑습니다^^
멋진 컵은 다음에 좋은 책과 함께 또 다른 기회가 있으실 거에요. 저도 다른 건 아닌데 컵은 항상 욕심나서 그 맘 압니다^^

프레이야 2022-10-29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니 단발머리 님 선풍기에 맥주잔 아아 얼음까지 동동 ㅎㅎ 열기는 좀 가라앉았나요. 그나저나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유혹 참고 있는데 오만과편견 초판본 디자인도 못 참게 하네요.

단발머리 2022-10-29 13:59   좋아요 1 | URL
저도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중에서 오만과편견이랑 이방인은 정말 사고 싶기는 한데요. 집에 오만과편견이 총 3권이네요. 자중해야겠지요 ㅎㅎㅎㅎㅎ
열기는 그만 가라앉아야합니다. 그래야만 합니다. 헉헉.

- 2022-11-01 1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님 로맨스 쟁이 놀리려다 태그....보고.. ㅋㅋㅋㅋㅋ 뜨밤을 누가 말려요.. 계속 하세요.. 뜨겁게..... 춥잖아요? (쿨럭...)
저도 요새 감정이 좀 남아서... 로맨스 끊기 전까지 인생 드라마였던 동백이나 다시 볼까 싶어요... 비록 내겐 강하늘이 없지만 ㅜㅜ 강하늘의 응원은 좀 필요하니까요... 흑 ㅜㅜㅜㅜㅜㅜㅜㅜ 근데 강하늘은 요새 작품 이상한 것만 찍더라? (그러고 보니 잊고 잇었다. 내가 강하늘을 좋아했던 것을...)

단발머리 2022-11-10 18:05   좋아요 0 | URL
나 로맨스 끊게 도와줄 수 없는지 그게 좀 궁금합니다. 가능하시면 협조 좀 합시다.
강하늘은 요즘에 뭐하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상속자들> 이후에는 강하늘 못 봐서요, 미안합니다.

독서괭 2022-11-04 17: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원 대신 이사라는 제목에 이런 심오함이..!! 매우 공감합니다.
근데 도넛은반드시내꺼 뭐예요 ㅋㅋㅋ 사랑그만 ㅋㅋㅋ 왜 아무도 나 안말려요 ㅋㅋㅋ 왜 말려야 하나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2-11-10 18:06   좋아요 1 | URL
애원이 곧 협박되고 그러더라구요. 한 번, 아님 두 번 진지하게 물어보고 안 되면 이사 권합니다.
도넛은 제꺼인데, 왜냐하면 딱 한 개 남아서요. 제가 먹어야 돼요, 맛있는 거는요^^
 


















1. An American Bride in Kabul

 


밀린 책 읽기에 여념이 없는 요즘이다. 2챕터 남았던 책을 마저 읽었다.

 


카불의 미국인 신부, 필리스 체슬러는 제2세대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페미니스트 중의 한 명이다. 미국으로 유학 온 아프칸 남성과 결혼해 카불에서 5개월 정도 체류하면서 죽음의 위기 가운데 간신히 카불을 탈출했고, 시간이 지난 후에 그때의 경험을 책으로 펴냈다. 지적이고, 여유로우며, 개방적이었던 남편이 카불에 도착하자마자 다른 사람으로 변해 버린 일에 대해 체슬러는 이렇게 쓴다. 그는 나를 진지한 지적, 미적 포부를 가진 미국 대학교육을 받은 학생으로서가 아니라, 단지 아프칸 아내로 대했을 뿐이다.

 

 




명예 살인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며, 아프칸이 아닌 미국 혹은 캐나다에 살면서도 과거의 관습 때문에 아버지 혹은 남자형제들에게 살해당하는 여성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이론가이자 혁명가로서의 그녀를 보여준다. 페미니즘은 서구 사상의 산물이라던가, 명예 살인을 문화 상대주의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당당히 맞서 싸운다.

 






지독한 과거, 죽을 것만 같은 고통으로 점철된 과거를 직면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각각 다를 것이다. 체슬러는 그 과거에 당당히 맞섰다.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였고, 그 나라가 자신을 억압하고 감금하고 굶주리게 했음에도 자신을 그 나라 역사의 일부라고 여겼다. 그곳에서의 삶을 잊지 않았고, 자신은 이미 탈출에 성공해 꿈꾸던 대로 공부하고 연구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곳의 억압받은 여성들을 잊지 않고, 그들을 위해, 그들과 함께 싸웠다.

 


이론가이자 혁명가. 페미니즘의 산증인. 예언가. 실천하는 지성. 진정한 영웅, 마이 히어로. 필리스 체슬러.

 




 














2.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글이 사람을 얼마만큼 보여줄 수 있나. 어느 정도 그 사람의 진면목을 노출시키고 그 사람의 부족함을 전시하는가. 전영애 교수님의 글은 따뜻하다. 따뜻해서 지금이라도 찾아가면 금방 차를 한 잔 내어 주실 것 같고(이건 예의가 아니라서, 해서는 안 될 일이기는 하다), 이 책에서와 같은 좋은 이야기를 한없이 들려주실 것 같다.

 


공부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을 끌었다. 치열하게 공부하며 살아냈던 시간이 눈앞에 그려졌는데, 아이를 낳은 지 2달 만에 유학길에 오르는 몸과 마음을 상상하면 더욱 그랬다. 저자가 그 모든 인고의 시간을 거쳐 대학에 임용되고 그리고 정년퇴임을 하고 여백서원을 지었던 일들이 모두 꿈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돌아보면 그 캄캄하고 절박했던 세월이 내 인생의 초석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막막하게 쭈그리고 앉아 읽고 손가락이 굳도록 적었던 것들이, 혼자 힘으로 무얼 읽고 읽어내는 일, 지금껏 제 자양분입니다. 그 캄캄한 10년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저는 없을 것도 같습니다. 그 시절 제가 의지했던 건 미안하기만 한 제 아이들로부터 받은 힘이었고(아이들은 고맙게도 잘 커주었습니다), 대학원 시절에 받은 소중한 장학금에 대한 기억이었습니다. 무언가 보답이 될 만한 사람이 되고 싶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89)



 

특히, ‘캄캄한 10이라는 문구가 오래오래 뇌리에 남았다.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인정받는, 혹은 평가받는 그 모든 시간 바로 앞에. 나 혼자 책을 펴고 읽고 번역하고 쓰고 공부하는 그 인고의 시간이, 그 캄캄한 10년이 얼마나 길었을까, 외로웠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하루를 살았다고 말했다. 10년을 그렇게 살았던 것이 아니라, 오늘 할 일, 오늘 바로 해야 할 일, 그것만을 생각하며 살았다고 했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암담함 속의 공부에 대해 생각한다. 하루, 오늘 하루, 오늘 하루치의 공부에 대해 생각해 본다. 


독서괭님과 서곡님의 페이퍼 덕분에 놓치지 않고 마저 읽을 수 있었다.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3. Mr. Wrong Number

 


일전에 친구들과 원서 읽기를 하던 중에 친구 한 명이 내게 연애 사건 발생(?)과 관련해서만 봤을 때, 일단의 가능성자체를 ‘차단'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친구는 내 글과  내 댓글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던 것인데, 그 때는 그게 맞는가, 내가 정말 그런가, 생각했더랜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며 친구의 생각이 옳음을 확인했다.

 


제목이 9할인 로맨스 소설이니, 이 책은 Wrong Number을 가지고 여주에게 문자를 보낸 Mr.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겠다.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한 번 실수로 문자를 보내고, 재미있고 위트 넘치는 대화를 나눌 수는 있겠으나, 그다음날 혹은 며칠 후에 또 다시 그런 문자가 온다면? 바로 차단이다. 더 읽어볼 필요도 없다. 그 사람이 남자이든, 여자이든, 남자인 척하는 여자이든, 여자인 척하는 남자이든 관심이 없다. 모르는 사람과 문자를 주고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걸로 이야기는 끝이다. 하지만, Mr. Wrong Number는 계속해서 문자를 보내고, 여주는 계속해서 답장을 한다. 스스럼 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멍청한 질문과 멍청한 대답을 주고 받으며 킥킥거린다. Mr. Wrong Number 29, 여주가 25이라서 가능한 걸까?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가끔, 우리는 우리를 모르는 사람 앞에서 더 솔직해진다. 말하고 싶어하고, 그리고 말한다.

 



 

 

만약 Mr. Wrong Number와 여주(Mr. Wrong Number는 그녀를 Miss Misdial이라 부른다)와의 이야기가 전부였다면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남주는 따로 있다, 물론. 어렸을 때부터 보아온 여주 오빠 절친인데, 두 사람은 참을 수 없는 끌림 때문에 키스를 하고, 그건 실수였다고 합의했지만, 또 다시 길고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그것마저 실수라고 주장하는 여주에게 남주는 fun fling, 썸을 타는 정도의 가벼운 연애를 제안한다.

 


 


 

두 사람이 데이트하는 장면이 좋았다. 손잡기가 섹스보다 좋다거나 혹은 섹스가 손잡기보다 강렬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미 긴 시간 서로를 알아 왔고, 또 아무리 봐도 이해되지 않는 엉뚱한 생활습관, 약점, 일말의 비밀까지도 알고 있는 두 사람이, 게다가 이미 섹스까지 한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알콩달콩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일이 즐거웠다.

 

 

위의 인용문 보면 확인 가능하지만 보통 혹은 보통보다 쉬운 수준이다. 다만, 남녀 주인공들이 서로를 놀리면서 주고 받는 농담들은 너무 재치 만점이라 이해하지 못 하고 패쓰하는 경우도 많았다. 두 사람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Love you Forever.

 

 
















4. , 윌리엄

 


<오, 윌리엄> 출간을 축하드리며, 집에 있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책을 꺼내 보았다. 나는 이 중에 한 권을 읽었고, 한 권을 반정도 읽다 말았고, 두 권은 읽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제일 먼저 읽은 스트라우트 책은 <에이미와 이저벨>이어서, 내게 스트라우트는 좀 쎄고 강한 인상이다. 다른 책들도 읽게 될 날을 고대한다. 더 미루면 안 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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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0-28 1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영애 선생님의 따뜻함은 이미 여러 분께서 올려주시는 인용문과 내용을 통해서 느껴졌습니다.
스트라우트 원서들 표지가 다 이쁘네요. 배경과 문자체의 조화가 근사합니다. 특히 <Olive, Again> 저 짙은 청록(!)색 참 마음에 드네요. 흩날리는 단풍잎도 근사하고ㅎㅎㅎ

꾸준히 원서읽기하시는 모습 멋지십니다. 저는 두달동안 이제 한 권 다 읽어가네요ㅠㅠ

단발머리 2022-10-28 14:14   좋아요 0 | URL
전영애 선생님 책은, 저도 알라딘 이웃님들 페이퍼 보고 읽게됐는데 읽는내내 참 따뜻하고 좋았습니다.
스트라우트의 책은 모두 다 예쁜데요. 저는 루시 바턴 저 시리즈가 예쁘더라구요. 가지고 있는데 의의를 두지 말고 읽어야할텐데요, 저도 제가 걱정입니다.

꾸준히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진도는 느립니다. 거리의화가님은 다른 책들을 많이 읽으시니까요. 두 달에 한 권도 대단합니다.
저도 카불의 신부 두 달 걸렸다죠 ㅠㅠ

다락방 2022-10-28 1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 롱 넘버 내용 알 것 같아요. 따로 있는 남주가 바로 그 남주.. 이겠군요. 그러니까 이건 그 뭣이냐,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같은 바로 그것? 오호호호. 저도 다운 받아놓았으니 읽어볼래요. 지금은 미 비포 유를 읽어야 하지만 말입니다.

전영애 선생님 글은 하도 여러분이 좋다 하시니 저도 이젠 정말 읽어야할 때가 온것인가 싶습니다. 오..

단발머리 2022-10-28 14:16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맞아요, 맞아요!! 역시나! 제가 모르게 하려고 샤샤샥 해 보았으나 아무 소용이 없군요. 그 남주가 그 남주고, 그 사람이 이 사람입니다. 즐겁고 유쾌한 시간 보내시기 바래요.

전영애 선생님 책은 저도 한 권 더 있는데 읽어야지 싶습니다. 잔잔하면서도 강인하고... 참 좋아요^^

독서괭 2022-11-04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감사를 다 받다니, 영광입니다^^ 제가 늦게 왔네요.
카불의 신부 완독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쉽지 않은 원서 완독이라니, 대단하세요.
태그에 씩스팩 보고 웃고 갑니다 ㅋㅋㅋ

단발머리 2022-11-10 18:07   좋아요 1 | URL
완독 축하 감사드려요. 저도 너무 흐믓합니다. 체슬러라니, 이게 웬 떡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씩스팩은... 글쎄, 그게 뭘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주의 시작과 나의 끝
나의 타오르는 질문 목록들






 















오후 3 51.  『An American Bride in Kabul』 읽기를 마치고 그냥 덮으면 잊어버릴까, A4 한 장 안 되는 분량으로 감상을 썼다. 이제 좀 놀아볼까. 한 시간 전에 너무 졸려서 잠 물리친다고 서가를 거닐다가 가져온 책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을 펼쳤다. 책을 뽑기 전, 책 등만 보았을 때는, 이 책이 지구 이외의 행성에 사는 외계 존재에 대한 책일거라 추측했다. 그게 이 책을 뽑아 든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목차를 살펴보니, 지구상의 신기한(?) 생명체들에 대한 이야기다. 넓적다리불가사리, 돌고래, 일본원숭이, 장수거북, 문어, 긴수염올빼미. , 이 쪽은 아닌 것 같은데, 하며 책을 덮으려고 하는데 챕터 8이 눈에 들어온다. 8 Human 인간. , 인간이라면 또 읽어봐야지요, 인간.

 


이렇게 인간, 159쪽을 펼쳐 두고 잠깐 알라딘 서재에 들어갔다. (알라딘서재 수시로 들어가는 사람) 쟝쟝님 방에서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에 대한 글을 읽게 되었다. 다락방님 방에서 제목을 보았던 기억은 나는데,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제일 주요한 내용은 책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 정가 48,000, 판매가 43,200원에 빛나는 어마어마한 가격. 636. 책의 목차를 잠깐 살펴보고, 댓글을 달고, 다시 내 책으로 돌아와 읽기 시작한다.   

 



첫 문장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 문학적이야. 여성은 거미와 월계수로, 남성은 사슴과 아네모네로 변하는 <변신 이야기>보다 더 기이한 변신이 우리 몸 가운데 일어났는데, 그 신체 부위가 바로 발이라는 주장이다. 뛰어난 손재주를 가능케 하는 손의 발달은 포유동물 계통에서 아주 일찍 출현했지만, 발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우리의 뒷손, 즉 발은 나뭇가지를 우아하게 잡을 수도 없고 발을 구르는 것 외에는 아무 쓸모가 없는데, 이러한 발의 진화를 통해 우리 인간은 두 발로 오래 걸을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과 다른 동물과의 여러 차이점 중에서 두 발로 걷는다는 지점에 주목한다.  

 


 

또 달리기가 우리를 가장 인간답고 건강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라는 주장도 있다. 달리기를 할 때, 인간은 풍크치온스루스트(funktionslust), 즉 본래 하도록 되어 있는 것을 하는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다. 동물은 본래 자신의 생존에 중요한 것을 하는 데 능숙하며, 그것을 하면서 즐거움을 얻는 경향이 있다. 인간에게는 달리기가 그렇다(혹은 그러했다). 달리고 동물을 뒤쫓는 행위가 이후 과학을 가능하게 한 정신적 과정들 중 상당 부분이 진화할 수 있도록 자극했다는 주장도 있다. 어떤 말이 맞든 간에, 인류 역사의 99퍼센트를 넘는 기간 동안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었다. (168)

 



운동, 우울증 치료, 글쓰기의 관점에서 걷기/산책의 효과에 대한 글을 많이도 보았다. 걷기를 즐겨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하루에 3,000보 채우는 일이 미션인 사람으로서, 나는 그 어떤 글에도 설득되지 않았으나. 이 글은 단연코 가장 훌륭한 걷기 예찬글이며, 고로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걷기그리고 달리기는 그 어떤 활동보다 인간을 인간답게만들었다고 한다. 움직이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란다.

 


 

그다음, 우리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또 하나의 특징은 음악이다. 음악과 춤이 언어와 기원을 공유한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인간이 동물이 내는 소리보다 더 복잡하고 정교한 소리를 낼 수 있었던 건, 직립 보행과 달리기를 위해 척수가 머리뼈 뒤쪽이 아닌 바로 밑에 연결되는 진화가 아주 서서히 이루어졌고, 척추와 입 사이에 후두를 위한 공간이 좁아지고, 후두가 목에서 좀 더 아래쪽에 놓이며, 결과적으로는 성도의 길이가 늘어나고 성도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소리가 더 다양해진(172) 결과라고 한다.

 

 


의식은 진화적 적응성이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여겨져 왔다. (대체로 의식이라는 경이로운 경험을 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계속 사랑하고 거기에 투자하고 싶어지도록 강하게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말이 옳든 그르든 간에 (이에 대해 격렬한 반박이 있어왔다), 음악이 의식을 강화하고 삶에 몰두하도록 기여하는 혁신적인 발명품임에는 틀림없다. 리듬, 강약, 화음, 음색을 다양하게 실험해 보는 것은 의식 자체의 본질과 경계를 탐구하고 확장하는 한 방법이다. (174)

 


바로 이 부분이다. 나는 당연히 이 부분에서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를 떠올린다. 40억 년 전 지구, 생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불덩어리 행성에서 생명이 탄생했다. 자가 유지보수와 에너지 획득, 번식을 위한 기초적인 움직임만 가능한 박테리아가 출현(알라딘 책소개)했다. 그리고 진화의 긴 시간을 거쳐 이 행성의 지배자가 된 인간은 바흐로 상징되는 위대한 정신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 어떻게? 마음의 진화를 통해. 저자 대니얼 C. 데닛은 진화론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철학자라는 평이 있는데, 나의 방점은 사상가, 철학자에 있다.

 


우주의 기원에서부터 시작해 인간 의식의 진화를 초끈이론우주론전문가로서 과학자의 시선으로 풀어낸 브라이언 그린의 『엔드 오브 타임』과 비교해서 읽어도 좋을 성싶다. 그래서, 결론은 43,200원의 이 책을. ?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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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0-25 22: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앍!!! 너무 좋와!!! 이 글 읽고 너무 좋아서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어요!!! 걷기와 달리기 예찬에 대한 이토록 지적인 동의라니!! ㅋㅋㅋ 물론 저는 당분간 달릴 수 없는 몸이지만 .... 확실해요. 달리지 않는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달리기의 매력이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알 수 없는 책읽기의 매력이 있는 것 처럼요. ㅋㅋㅋㅋㅋ
바흐... 들어볼게요 ... 999... 그리구............................. 음악이요....
마약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마약을 내밀 수는 없고, 마약과 가장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게... 익숙한 좋아하는 즐겨듣는 음악을 듣는 거. 기왕이면 사람들과 함께 몸을 흔들며 듣는 것..... 이라는 내용의 책을 얼마전에 읽었던 터라. 박테리아에서 환각과 음악에 꽂혔다는 단발머리님과 나는 영혼 어딘가가 통하는 것이다. 진화 - 몸 - 마음 - 음악 - 중독 - 마약? 응? ....
음악. 그 아름다운 것은 무엇인건대,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가. 그리고 달리면서 음악 듣는 거 진짜 좋아해요. 저. (중독...)

단발머리 2025-02-08 08:16   좋아요 1 | URL
걷기와 달리기에 대해 지적으로 동의합니다. 머리로는 동의하고요. 지금까지는 나를 설득시킨 사람이 없어서 내가 그랬다는 걸, 밝혀서 뭐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달리기의 매력을 이미 아는 쟝쟝님이 부러울 뿐입니다. 저희 동네도 반바지에 머리띠 하고 달리시는 분들 많기는 한데 항상 위험해 보여서요. 좀 넓은 곳에서 맘껏 달리고 싶네요.

우리 모두 음악을 사랑하잖아요. 음악에 그런 효과도 있군요. 마약과 가장 비슷한 효과라니... 하긴 가장 직관적이기는 하죠. 다른 기술 필요없이 바로 이해가 가능하니까요.
바흐 BWV999는 음악 잘 모르는 내가 좋아하고, 그리고 0.5배속으로 칠 수 있는 곡이에요. 이 짧은 곡에서도 7, 8, 9, 10번 마디에서 왼손 옥타브 아래로 내려갈 때, 내 몸의 나사 한 3개는 풀어지는 게, 난 느껴져요. 나한테 뭐 부탁할 일 있으면 이 노래 틀어놓고 7-10 마디 연주될 때 말해봐요. 누구든, 무슨 부탁이든 다 들어주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10-26 13:26   좋아요 1 | URL
참 음악인….. 바흐 애청자가 여기 또 있었다… 🤣

수이 2022-10-27 09:31   좋아요 1 | URL
지금 정확히 7-10마디 연주되고 있습니다. 노래 불러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10-26 1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 표지가 예쁘네요. 달리기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다니! 저도 계속 열심히 달려봐야겠습니다. <가벼운 마음>을 읽고 있는데, 여기에도 계속 바흐가 나오네요. 바흐 BWV999 뭔지 몰라서 찾아 들어봤어요. 아니 근데, 단발님 피아노 연주도 가능하신 분??
˝난 바흐 BWV999의 7, 8, 9, 10번 마디에서 왼손 옥타브 아래로 내려갈 때, 몸의 나사가 한 3개 풀어지는 게 느껴져.˝
라니 완전 멋지다...

수이 2022-10-27 09:30   좋아요 1 | URL
˝난 바흐 BWV999의 7, 8, 9, 10번 마디에서 왼손 옥타브 아래로 내려갈 때, 몸의 나사가 한 3개 풀어지는 게 느껴져˝라고 말하는 저 분이 제 친구라는 사실이 가슴 벅차오르는 오늘 아침입니다. 어떻게 저런 표현을 할 수 있죠?

˝난 바흐 BWV999의 7, 8, 9, 10번 마디에서 왼손 옥타브 아래로 내려갈 때, 몸의 나사가 한 3개 풀어지는 게 느껴져˝라는 문장에 제 몸의 나사는 한 30개 풀려나가는 거 같습니다, 독서괭님도 같은 마음? ㅋㅋㅋㅋ

독서괭 2022-10-27 11:42   좋아요 1 | URL
나사 다시 끼웠었는데 vita님 댓글 읽고 다시 다 빠졌습니다. 떼구루루루

단발머리 2022-10-28 14:22   좋아요 0 | URL
바흐는 여기저기 막 나오는 사람이 맞는가봐요. 전 피아노학원 다닐 때 바하인벤션만 쳐서요. 바하 잘 모르고 찾아 듣지도 않는데, 제가 좋아하는 이 곡은 좀 쉬워요. 제가 감수성 예민하고 그런 사람은 아닌데요..... 베이스음에 약합니다.
낮은 음자리표의 아래 도 밑으로 내려가면 막 가슴이 두근두근 콩닥콩닥 그런다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 나사 6개 .......주워놨어요. 제꺼 3개랑 독서괭님꺼 3개요. 담에 비타님 만나면 기념품으로 드릴게요 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10-26 2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저 위의 세 권의 책은 모두 뭐랄까? 저의 로망이랄까? 저런 책을 막 잘 읽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데 맘만 그렇다고요. 대부분 시도는 하는데 앞부분 읽다가 항상 드는 생각, 내가 이 나이에 이렇게 어려운걸 굳이 공부해가며 읽어야 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라는 그런 질문을 막 하고 있는거예요. 아니 이런 질문 안하고 싶은데 그냥 막 떠올라요. 그리고는 살포시 이거 읽을 시간이면 난 적어도 3-4권의 읽고 싶은 책을 더 읽을 수 있어라는 대답을 하며 책을 휙 던집니다. ㅠ.ㅠ
요즘 일일 15,000보 ~ 20,000보 걷는 사람으로서 잣죽도 잘 쑤고 저렇게 어려운 책도 막 읽는 단발머리님을 내가 이기는 분야도 있구나 하고 혼자서 막 신나 신나 하고 갑니다. ^^;;

단발머리 2022-10-28 14:48   좋아요 1 | URL
저도 저 위의 세 권 중에 한 권만 읽은 사람이라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만 ㅋㅋㅋㅋㅋ 저도 저런 책을 막 잘 읽는 사람이 되고 싶기는 합니다. 다만 저는 이해하지 못해도 그냥 쭉쭉 읽어나가는 스타일이라서 체에 물 빠지듯 책에 쓰여진 정보가 술술 빠져나가지만 결국 다 읽었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끼고는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8000보 정도가 한계인거 같아요. 만보를 넘으면 몸 여기저기 쑤시고 아주 난리입니다. 일일 15,000보에서 20,000보가 가능하시다니 절로 존경의 마음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래오래 신나셔도 되겠습니다^^
 






 












언제 신청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아무튼 도서관에서 희망도서찾아가라 문자가 와서 도서관에 다녀왔다. 도나 J. 해러웨이.

 



목차를 쓱 훑어보고 알라딘에 들어왔는데 출판사 책 소개에 이런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그대, 죽여도 되는 존재로 만들지 말지어다외모 이야기해서 좀 그렇기는 한데 이건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니까. 나는 얼룩소보다는 누렁소가 예쁘다는 쪽인데, 왼쪽 끝에 누렁소 정말 예쁘지 않은가. 삼십 년 전인가, 둘째 이모 댁에서 보았던 더 밝은 노란색의 황소를 떠올려야 하는데. 실제로 떠오른 생각은 , 마트에서 소고기 국거리사 왔는데…” 였다. 육식인간 1인이라 우리 집은 고기 소비가 정말 적은 편이에요, 라고 어디에 대고든 소리치고 싶지만, 만두, 순대, 치킨버거 좋아하는 나를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

 




79쪽에 나는 미셸 푸코를 읽었고…”. 이런 문장이 나온다. 저도 푸코 읽었거든요. 두 권이나. 하지만 제가 읽은 것과 해러웨이님이 읽으신 것은 다르지요. 암요, 달라요, 달라. “푸코의 종 중심주의에 속아서…” 푸코에게 속아? ? 이런 문장이 나오네요. 우아, 흥미진진. 이 문단 전체를, 푸코 블랙 유머와의 소통에 큰 희열을 느끼며 나만 재밌어?”를 연발하는 소중한 똑똑이 친구에게 바친다.



 






이 사진은 해러웨이 아버지 프랭크 해러웨이와 그의 동생 잭이 야구를 하는 모습이다.



 



해러웨이의 아버지는 생후 16개월 때 넘어져서 엉덩이를 다쳤는데 결핵이 그때 시작되었다. 결핵은 한 차례 좋아졌지만 재발했고, 결핵이 무릎에서 대퇴골과 골반에 걸쳐 자리를 잡아 8살에서 11살 때까지 가슴에서 무릎까지 단단하게 깁스로 고정된 상태로 침대 위에서 생활했다. (208) 아무도 그의 아버지가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는 살아났고, 휠체어를 탈 수 있게 되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스포츠 기자가 되었고, 결혼했다. 해러웨이와 그의 형제자매의 아버지가 되었다. 당연히 『Me before You』가 떠오르고, 나는 잠시 윌을 생각한다.

 




세상에 다시 없는 창조적이고 기발한 이 훌륭한 사상가의 아버지. 그의 삶을 이어가게 했던, 포기하지 않게 했던 그 정신이 나는 궁금하다. 해러웨이를 이 세상에 내어놓은, 해러웨이의 반쪽을 이 세상에 선사한 그 불굴의 정신이, 나는 궁금하다. 그걸 밝히기 위해서는, 이 책을 사야만 한다. 이 책을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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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10-22 15: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리하여 또 알라딘에는 해러웨이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두근두근

단발머리 2022-10-22 16:58   좋아요 1 | URL
봄바람이면 살랑살랑인데 요즘은 겨울 재촉하는 바람이라 매섭더라구요. 해러웨이 바람, 휘이이이이잉!!

다락방 2022-10-22 15: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겠습니다!!

단발머리 2022-10-22 16:57   좋아요 1 | URL
현명한 생각이십니다. 464쪽이고 22,500원입니다^^

건수하 2022-10-22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밝히기 위해서는 꼭 사야만 하나요…. 😳

단발머리 2022-10-22 16:59   좋아요 1 | URL
사지 않아도 되겠습니다만, 저는 만져보고 슬쩍 살펴보니 사야겠다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오래오래 두고 읽을 수 있을 책이고요.
무엇보다 줄을 쳐야하기 때문입니다 (수하님 줄 치는 거 좋아하는 거를 알고 있는 사람) 일단 저처럼 희망도서 신청 한 번 해보셔도^^

건수하 2022-10-22 17:07   좋아요 0 | URL
역시 절 파악하고 계신 단발머리님 ㅎㅎ
어제 아렌트 그래픽 노블 읽고 이제 막 담았는데 오늘 해러웨이.. 살 거 같지만 그냥 한 번 해본 말입니다 ㅎㅎ 북플은 넓고 살 책은 많고!

- 2022-10-22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해러웨이도 푸코를 읽었고… 나는 못읽겠고…. 이런 ㅋㅋㅋㅋ 해러웨이는 조금씩 풀리는 썰들만 슬쩍슬쩍 봐도 진짜 신박해 죽겠어요. 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10-23 17:25   좋아요 1 | URL
해러웨이 완전 다르게 보이더라구요. 저 부분 읽는데요. 나는 아버지의 언어를 승계했다. 뭐, 이런 대목이 나와요. 신체는 갇혀 (있다고 우리들이 생각하는 상황)이지만 그 자유로운 아버지가 참... 대단하시더이다. 물론 어머니도 그러하시고요.
신박한 세계로 바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니데이 2022-10-22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장의 소 사진과 마트에서 파는 포장된 쇠고기를 연상하지 않을 수 있어 다행이예요.
그래서 어느 날 저녁에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단발머리님, 잘 읽었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단발머리 2022-10-23 17:26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 말이에요. 저는 고민하는 한 명의 육식인간으로서 ㅋㅋㅋㅋㅋㅋㅋ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주말 되시길요^^

독서괭 2022-10-23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고기는 거의 안 먹기 때문에 양떼목장에서는 순수하게 볼 수 있었는데 소는.. 크흑 ㅠㅠ 저도 육식인간입니다 ㅠㅠ 단발님은 홀로 육식이신가요. 좀 외로우시겠군요. 저희 집은 육식이 많아서;; 늘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먹는다.. 😓

단발머리 2022-10-23 17:30   좋아요 1 | URL
육식인간과 잡식인간에 대한 저의 정의에 따르면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고기 그 자체가 목적인 그러니까 스테이크, 삼겹살, 훈제오리 등을 즐겨 먹는, 좋아하는 사람을 육식인간으로 보고요. 저희집 육식인간은 아롱이 1명. 가끔 고기를 먹고, 고기를 넣은 미역국, 감자탕, 오징어볶음 등을 먹는 잡식인간이 2명. 그리고 비건에 가까운 채식인간이 1명 있어요.
성장기에는.... 전 고기 먹는 거 봐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성장기 지나면 우유랑 고기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라떼 마시는 나는 어째요 ㅠㅠㅠ

거리의화가 2022-10-23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식을 포기할 수 없어 늘 먹으면서도ㅠㅠ
해러웨이 가족사 보니 더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단발머리 2022-10-23 17:32   좋아요 0 | URL
육식 포기에 대해서는 정말 기나긴 이야기가 있고요. 전, 완전 끊는게 어려우면 좀 줄여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위에 누렁소, 갈색소(?)는 너무 예뻐서요 ㅠㅠ
해러웨이 가족사가 그의 사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이 책을 슬쩍 살펴보면서 들었습니다. 기대만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