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단지 숨을 쉬고 심장의 고동을 울리는 것만으로도 다른 누군가에게, 그리고 지구 전체의 대기와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44)

 

 

어제 기사를 읽다가 일반인 인터뷰를 보았다. “공적인 장에서 애도를 하는 글을 올리고 고인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를 반복해 적는 것은 피해자를 향한 폭력이라는 글이었다. 아직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고, 어쩌면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으니 모르는 일이다. 처벌받지 않았다고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무책임했다는 말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겠지.

 

하지만, 묻고 싶다. 내 슬픔이 피해자를 향한 폭력인가. 알라딘은, 알라딘 서재는, 이 공간은 공적인 공간인가. 아니면 나 혼자 일기 같은 걸 끄적이는 나만의 공간, 사적인 공간인가. 나는 여기에, 슬프다는 말조차 할 수 없다는 말인가.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인가.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고인을 물어뜯기 전 숨고르기를 하는 언론의 작태를 바라보면서, 그의 공적과 희생과 평생을 부인하기 위해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는 언론의 야만적 얼굴 바로 앞에서, 나는 슬퍼할 수도 없단 말인가.

 


고마웠던 사람의 죽음을, 의지했던 사람의 죽음을, 그의 심장 고동이 멈추고, 우리의 세계와 우주 속에서 영원히 사라졌음을, 슬퍼할 수도 없단 말인가. 슬퍼해서도 안 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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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0-07-11 10: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간이 다른 인간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는 것마저 비난하는 것은 정의라는 이름이 폭력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각자의 신념과 가치관이 존중되어야 하는 만큼, 각자의 감정 역시 같은 이유로 존중받아야 할 것입니다...

단발머리 2020-07-12 16:43   좋아요 1 | URL
조용한 하루, 딱 하루가 이렇게 어려운건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불어닥칠 일들이 걱정스럽기도 하구요.
 




 













『레베카』를 읽었다. 레베카는 실제로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작품 전체를 주도하는 인물이다. 아름답고 똑똑하며 자신만만한 맨덜리 저택의 안주인.

 


『나의 사촌 레이첼』을 3월에 읽었다. 도서관책으로 읽었는데, 단숨에 다 읽고 바로 책을 구입했다. 처음부터 다시 읽는다. 한 문장, 한 문장씩 아끼면서 천천히 읽는다. 『레베카』를 시작하면서도 최고의 자리는 『나의 사촌 레이첼』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그렇게 차분히 소설을 따라 읽었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알 수 없는 것. 레이첼과는 또 다른 매력의 레베카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최고의 작품을 꼭 하나만 골라야 하나.

 


















나는 그런 것 같다. 중학교 1학년 때 친구의 소개로 『제인 에어』를 알게 된 그 날부터 내게 최고는 제인 에어였고, 제인 에어였으며, 영원히 제인 에어여야 했다. 샬롯 브론테의 『빌레뜨』를 읽으면서 제인 에어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원하던 바는 아니었지만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 샬롯 브론테가 샬롯 브론테와 싸우고 있었다. 끝내 승부는 나지 않았다. 『빌레뜨』는 『제인 에어』만큼 좋았고, 『레베카』는 『나의 사촌 레이첼』에 못지 않았다.  

 


강력한 아우라를 풍기는 레베카를 아직 만나기 전, 작품이 끝날 때까지 이름조차 밝혀지지 않는 주인공 가 등장한다. 이 세상 어디 하나 기댈 곳 없이 가난하고 파랗게 젊은 여성. 하녀는 아니지만 하녀의 일을 해야 하는 여성. 고단하고 지루한 삶을 살아가던 그녀에게 왕자님이 나타난다. 재투성이 그녀와 드라이브를 즐기고 함께 식사를 한다. 그녀로서는 어쩔 수 없는, 그래서 더욱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이별을 목전에 두고 그는 그녀에게 청혼한다. 그녀는 가난으로부터, 떠돌이 생활로부터, 가족 하나 없는 불쌍한 처지로부터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맥심과 결혼한다.

 

그와 함께 돌아간 맨덜리에는 저택의 안주인이었던 레베카, 드윈터 부인의 흔적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 새색시 는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에 더욱 더 위축된다. ‘와 맥심의 결혼 축하 파티를 준비하는 장면에서 이런 면이 특히 도드라진다. 근처의 마을 사람들 대부분을 초대하는 성대한 파티를 준비하면서 맨덜리 저택 사람들은 저마다의 일로 모두 바쁘게 움직인다. 가구를 재배치하고, 홀을 들꽃으로 장식하고, 음식을 장만하고 악단을 접대한다. 드윈터 부인, 마님인 는 무슨 일을 해야할까.

 


는 할 일이 없다. 댄버스 부인이 예전 파티의 세세한 것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어 파티 준비를 총괄하고, 하인들은 각각 자기의 일을 하고 있는데, ‘는 할 일이 없다. 그저 예쁘게 꾸미고 앉아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는 것이 에게 주어진 일이다. 고된 육체 노동의 무게를 무시하려는 뜻은 전혀 없지만, 할 일이 없는 의 처지 역시 서글퍼 보인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하인들의 마님, 저쪽으로 조금만 비켜주세요를 들으며 미안해요를 연발하는 힘없는 마님. 친하지 않은 사람들을 초대해야만 하는 파티에서 무슨 옷을 입을까, 무슨 가발을 쓸까, 어떤 화장을 할까,에만 신경 쓰는 삶이다 보니 그녀는 더욱 맥심에게 매달릴 수 밖에 없다. 어느 현자가 말했던가. 우리 인생에서 연애는 5프로 정도라고. 5프로에 목매는 가 안타깝고, 맥심의 기분을 살피는 가 안쓰럽다. 흥미롭고 인상 깊은 장면들은 아직 레베카를 읽지 않은 '부러운' 사람들을 위해 남겨 둔다. 읽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시라.

 


부푼 기대를 안고 시작했던 『레베카』를 한 번 더 읽고 싶다. 『나의 사촌 레이첼』처럼 『레베카』도, 영원한 나의 읽고 싶어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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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20-07-08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의 사촌 레이첼보다 레베카가 훨씬 좋아요.

단발머리 2020-07-08 19:22   좋아요 1 | URL
비밀입니다만...... 저는 5.5 : 4.5의 비율로 나의 사촌 레이첼이 더 좋아요.

비연 2020-07-08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사촌 레이첼도... 보관함에 푱... 정말 이러시깁니까..ㅜㅜㅜㅜ

단발머리 2020-07-08 20:11   좋아요 0 | URL
저도 아까 <팬더믹패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더하기 <사라진 후작>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20-07-08 2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읽으셨군요. 저는 올해 대프니 듀 모리에를 안 게 참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메이카 여인숙>은 또 어떨까 기대중이랍니다. 자서전도 남겼다는데 그것도 읽고 싶어요. 그냥 이 사람은 소설을 만드는 게 아니라 어떤 이야기가 이 사람한테 떨어진 느낌이에요. 등장인물들이 다 살아 있어요.

아, 나 <빌레뜨> 읽어야 하는 걸까요? 이 와중에 침이..죄송해요. 저거 빙수인가요? 저 간헐적 단식중이란 말이에요. ㅋㅋ

단발머리 2020-07-08 22:15   좋아요 1 | URL
저도 대프니 듀 모리에가 올해의 발견이에요. <자메이카 여인숙>도 읽고 싶은데 좀 기다렸다가 블랑카님 읽으신 후에 부러움을 받으면서 읽고 싶습니다. 블랑카님 읽으신 현대문학 단편집도 남아있구요.

아... <빌레뜨>는 전 아주 좋았어요. 샬롯 브론테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구요. 샬롯 브론테의 작품이 얼마 안 되기도 하지만, 아무튼 추천하고 싶은 소설입니다. 저거는... 과일빙수입니다. 전 팥빙수 더 좋아하는데 일행이 꼭 과일빙수여야 한대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7-08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레베카> 쪽이 훨씬 좋았습니다! ㅎㅎ 아마 단발머리 님은 로맨스가 있는 쪽을 조금 더 좋아하시나봐요. ㅎㅎ

단발머리 2020-07-08 22:19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인형> 페이퍼 읽고 나서 저도 그 책 샀거든요. 아직 다 읽지는 못했는데, 장편을 좋아해서 <나의 사촌 레이첼>을 읽게 되고, <레베카>를 이어 읽게 되었네요. 잠자냥님의 의견은 옳습니다. 저는 로맨스가 있는 쪽을 더 좋아해요.
하나만 고르라면......아, 하나만 고르라면,의 이 압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나의 사촌 레이첼>입니다. 아이 러브 레이첼, 아이 러브 필립!!!

Breeze 2020-07-09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베카>나 <나의 사촌 레이첼>이나 대프니 듀 모리에의 작품은 정말 재미있죠.
그 뒤로도 몇 권을 더 읽었는데, 아주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샬럿 브론테의 <빌레뜨> 읽고 싶더라고요. ^^

단발머리 2020-07-09 17:32   좋아요 1 | URL
사실 <레베카>의 작가가 누군지도 몰랐거든요. 대프니 듀 모리에를 알게 되어 너무 행복합니다.
전 <빌레뜨>가 아주 좋았거든요. 추천하고 싶은 소설입니다.

유부만두 2020-07-10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좋아요, 전 제인 에어가 최고인데요.... 레베카....

단발머리 2020-07-12 16:43   좋아요 0 | URL
저도 제인 에어가 최고에요. 레베카도 좋지만요.
 









 










지난밤 다시 맨덜리로 가는 꿈을 꾸었다. 저택으로 이어지는 길 입구의 철문 앞에 섰지만 굳게 닫힌 탓에 들어갈 수 없었다. 철문에는 쇠사슬이 가로걸리고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5)

 



대중의 인기로 먹고 사는 연예인이 안티팬이 그렇게나 많았는데도 성공했다는 것은 사실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세 가지 요인이 있을 텐데, 첫째는 실력이고, 둘째는 실력. 세번째는 실력? 뮤지컬을 즐겨보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예매 한 번 해보면 알게 되는 거지만, 뮤지컬은 무슨 공연(극제목)을 보는가 보다는 누구(주연배우)의 공연을 보느냐가 더 중요하다. 페이가 어떤 식으로 지급되는지는 모르지만(잘하는 사람 많이 주겠지요), 공연 좌석이 매진되지 않고 많이 남는 경우 다음 시즌에서 주인공이 사라지기도 한다. 더블 캐스팅된 배우가 공연 시간을 늘리기도 하고, 새로운 얼굴이 등판하는 경우도 있다. 영화보다 배우에 대한 선호가 더 강하게 작용하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뮤지컬 배우도, 성악 전공자도 아닌 걸그룹 출신의 아이돌이 성공하기란 보통의 노력으로 될 일이 아니다. 옥주현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 테고, 싫으면 싫은 이유가 100가지나 되겠지만, 나 같으면 한결같이 옥주현 팬이다. 노래를 잘 하고, 노래할 때 표정도 자연스럽고, 입 모양도 예쁘다. 발음이 정확하고, 호흡도 좋고, 성량은 뭐 말할 것도 없다. 팔도 길고 키도 크고 힘도 세다.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한다. 뭐, 1등이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독하다는 말을 들으며 결국 그 자리에까지 갔다. 실력으로만 승부해서. 

 






옥주현의 레베카는 여러 버전이 있는데, 나는 이 버전을 좋아한다. 다른 영상들에 비해 나름 순한댄버스 부인 버전이다. 옥주현의 레베카를 두어 번 듣고 시작한다. 어제 블랑카님 서재에 댓글을 남겼는데, 블랑카님이 내가레베카』를 아직 읽지 않은 걸 아시고는 내가 부럽다고 하셨다. 호호호. 내가 그런 사람이다. 『레베카』 아직 안 읽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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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0-07-04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부러워요. 흠뻑 빠지실 겁니다. 장담합니다. ^^

단발머리 2020-07-04 21:34   좋아요 0 | URL
움하하하하하하하! 오늘밤이죠. 전 아무도 안 부럽습니다.
저 지금 블랑카님 방에서 <감염도시> 리뷰 읽고 있었거든요. 레베카 만나고 나면 <감염도시>로 갑니다.
제가 요즘 바빠요!!!

유부만두 2020-07-04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다음주에 만날겁니다. 안 읽고 이렇게 자랑할 수 있어서 좋네요. ㅎㅎ

단발머리 2020-07-04 21:49   좋아요 1 | URL
그러면 오늘은 유부만두님이 저 부러워하시고요 ㅋㅋㅋㅋㅋㅋㅋ 담주에 제가 유부만두님 많이 부러워하겠습니다!

페넬로페 2020-07-05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댄버스부인은 단연 옥주현이죠!
레베카를 아직 읽지 않았으면 왜 부러울까요?
알지 못하는 이유로 책도 읽어보고 싶어요^^

단발머리 2020-07-06 10:09   좋아요 1 | URL
저도 언젠가 한 번쯤 옥주현의 레베카를 라이브로 들을날이 있었으면 하네요. 블랑카님 말씀은 레베카를 읽는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는 의미인거 같아요. 이미 읽어버린 사람에게는 지난 과거의 일이죠. 전 아직 반이 남았는데... 아이구... 아까워요, 가는 페이지들이요ㅠㅠ

비연 2020-07-05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곧 만나야겠네요, 레베카 ~
저도 아직 레베카 안 읽은 사람 ^^;;

단발머리 2020-07-06 10:10   좋아요 0 | URL
레베카~~~ 할 때 고음이 그냥 쫘악!
일단 축하를 드립니다. 저는 이미 반을 읽은 사람으로서ㅠㅠ 비연님 부럽습니다.

psyche 2020-07-05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고백하는 타임인가요? 저도 레베카 안 읽은 사람입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0-07-06 10:12   좋아요 0 | URL
지금의 이 고백은 사랑고백처럼 마냥 행복한 고백입니다. 정말 재미있고 흥미진진해요. 선물 같은 책이라... 저도 블랑카님 그 말을.. 프시케님, 부럽습니다^^

수이 2020-07-05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고백 타임이라면 역시 저 또한 레베카 안 읽은 사람 손 번쩍!

단발머리 2020-07-06 14:06   좋아요 0 | URL
아주 축하드리구요. 언제든 레베카를 시작하자마자 저의 부러움을 이만~~~~~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원래 약속했던 6월 28일까지는 읽지 못했는데, 3권을 몰아쳐 읽어서 이번주에 완독했다.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누가 뭐래도 대심문관의 독백 부분(1권)과 조시마 장로의 장례식 장면(2권). 3권 말미가 서둘러 끝낸 느낌이라 조금 아쉽다. 



챌린지 기간 내내 문자와 메일로 연락(?)해주던 문학동네의 완독 기념 선물이 도착했다. 작은 선물이라고 그렇게 홍보하더니, 동봉한 선물 중에 제일 작은 그것이 제일 마음에 든다. 금요일밤이다. 왠지 모르게 들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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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07-03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대체 그대는 언제 이렇게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건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지....의 두 명의 여인들이 있는데 정말 그대들은 막상막하요. 감탄스러워.

단발머리 2020-07-04 12:10   좋아요 0 | URL
아.... 그것은 아닙니다. 간만에 많이 부끄럽네요 ㅠㅠ

비연 2020-07-04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단발머리 2020-07-04 12:10   좋아요 0 | URL
데헷!

유부만두 2020-07-04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 만큼이나 라마가 눈길을 사로 잡고요.

단발머리 2020-07-04 12:11   좋아요 1 | URL
판매하던 직원은 알파카라고 하더라구요. 저희집 막내에요, 알숙이^^

레삭매냐 2020-07-04 0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케줄보다 훨씬 더
일찍 챌린지를 끝냈더니만 좀
허탈하더라구요.

그래서 <죄와 벌>도 덤으로
읽었답니다. 역시 고전은 재독
이라는.

단발머리 2020-07-04 15:12   좋아요 0 | URL
네, 레삭매냐님은 진짜 일찍 완독하셔서 부러웠습니다. 저는 간신히 완독했구요.
5주차 메일에 완독을 결심하면 선물 보내준다 하더라구요. 저도 결심했더니, 진짜 완독하게 됐네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같이 한다는 느낌이 좋았고... 역시나 고전이죠^^

우보 2020-07-04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는 다르지만 저도 이 도서 세트 고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먼지만 쌓여 가는데 어느 순간 읽을 시간이 찾아 오리라 기대합니다.

단발머리 2020-07-04 12:13   좋아요 0 | URL
네, 저도 한참을 미루다 이번에야 문학동네 챌린지 같이 하게 되면서 읽었습니다.
우보님께서도 곧 도선생님과 즐거운 만남의 시간 갖게 되시길요!
 





 












랜들 먼로의 책은 이렇게 3권을 대출해 보았다. 위험한 과학책은 미국에서 2014년에 출간되었는데, 다독가 빌 게이츠의 이 사진으로 더 유명해진 듯하다. 우리나라 책도 이 책과 비슷한 표지에 노란색이었는데, 최근에 리커버 된 듯 하다.






 












큰애도 남편도 나도 거시기(?)하다 보니, 아롱이도 또래 남자아이들보다 인문, 사회, 역사 관련 책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좀 신경을 써서 과학책을 골라주려고 하는데, 사실 이 책은 아롱이가 아니라, 내가 보려고 대출한 책이다. 코로나 방학으로 공부는 하지 않고 시간은 무한대인 아롱이가 아무 생각 없이 내 책상 위의 이 책을 집어 들더니, “엄마, 이 거 내(가 읽을) 책이야?”하고 묻기에, 사실은 아니었지만 나는 , 맞아.” 대답했다. 내내 큭큭거리며 책장을 넘기는 아롱이. 그래, 재미있는 책 읽으면 시간이 잘 가, 그렇지? 여느 때와 똑같이 이런 중요한 말씀들은 자막으로만 처리한다.

 


나는 『더 위험한 과학책』을 읽었다. 기상천외한 질문에 대한 과학적 답변이 이 책이 추구하는 바인데, 번뜩이는 질문에 꼼꼼한 계산이 더해져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이 책에서 거의 유일한 인문학적질문이 있다. <누군가와 부딪힐 확률과 친구를 만날 확률>에 대한 챕터인데, 그냥 걸어가다가 누군가를 만날 확률은 도시마다, 장소마다 이렇게나 다르고, 만난 사람이 친구일 확률은 훨씬 더 낮다고 한다(당연한 말씀).


 



친구는 어디에서 만나나? 모든 나이대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친구의 20퍼센트를 가족, 친구의 친구, 종교 기관 혹은 공공환경을 통해 만난다고 한다. 나이에 따라 사람들이 친구를 만나는 곳을 조사해보니 처음에는 학교가 우세하다가 나중에는 직장이 된다고 한다. 그런 다음 은퇴할 나이가 다가오면 이웃과 자원봉사 기관에서 친구를 만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257) 일단 누군가를 만났다면 아는 사이에서 어떻게 친구 사이로 변하게 될까? 그림을 보시라. 이 기계를 보일러처럼 집에 하나씩 들이면 되겠다.

 


 


이마누엘 칸트의 말을 인용해 저자는 말한다. “인간을 이런 방식으로 대우하도록 행위하라. (…) 절대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언제나 동시에 목적이 되도록.”(258) 이를 저자의 말로 풀어보자면, ‘우정은 사람의 기분을 배려하는 것이고, 친구의 기분을 항상 알 수는 없으니, ‘그냥 직접 물어보세요가 그의 답변이다.  

 


나 같으면, 어디에서 어떤 이름으로 만났는가도 중요한 것 같다. 어떤 관계로 만남을 시작했는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아무래도 좋아지기 어려운 관계이고, 두렵고 무서운 시작을 함께 했던 동지들, 모든 세계의 1학년, 입사동기, 산후조리원 동기 역시 끈끈한 우정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결국은 그냥이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냥, 좋은 사람이 있다. 그냥, 옆에 가면 좋고, 재미있고, 이야기를 듣는 게 행복하고, 부끄럼 없이 나를 보여줄 수 있고. 만나면 즐겁고, 헤어지면 보고싶고. 그런 사람과 친구를 해야한다. 우주의 섭리나 원칙, 작동 기준 같은 것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 결론은 이렇다. 그냥, 좋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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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7-03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과학관련 책 읽고 이렇게 페이퍼 써주실 때마다 진짜 세상 근사해요. 최고 멋져요. 그래서 단발머리님의 과학페이퍼 볼 때마다 저도 과학책 읽을거야, 하고 부지런히 과학관련 책을 보관함에 쓸어담고 장바구니로 옮겨도 보지만, 이상하게도 실제로 결제할 때는 자꾸 뒤로 밀려요..하아. 학교때도 과학을 못하고 커서도 과학을 못하고 늙어서도 과학을 못하고.. ㅠㅠ

제가 과학을 제일 잘했던 때는 중학교 1학년,2학년 때였는데, 왜냐하면 과학선생님을 좋아했기 때문이에요. 두 분 다 비혼의 여선생님들이었는데 너무 잘보이고 싶어서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데 겁나게 달달 외웠어요. 그래서 1학년때 점수 낮았던 과학을 뽝 올려놨어요. 어휴... 2학년 때는 제일 처음 쪽지시험에서 너무 많이 틀렸는데, 선생님이 너무 좋아서 틀린개수대로 손바닥 맞는데 너무 쪽팔린거에요 ㅠㅠ 그래서 또 미친듯이 공부했어요. 그 다음부터 손바닥 맞을 일이 없었죠... 그 뒤로 과학 선생님을 좋아한 적이 없고 심지어 싫어하는 선생님도 나오고 제 과학은 끝났습니다....


어릴적에는 학교에서 시작해 친구가 되죠. 동네에서 만나도 친구가 되고요. 그건 내가 결정했다기 보다는 ‘주어지는‘ 관계인것 같아요. 회사의 경우에는 사실 저는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과 딱히 친구로 연결되진 않았고요.
지금은 제가 선택해서 친구가 되는 것 같아요. 특히나 알라딘에서 만난 친구들은 철저하게 제가 선택했죠! 저는 알라딘 내에서 만든 친구들에 대해서 가장 후회가 없고 또 가장 잘했다고 칭찬하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에도 알라딘에서 만난 친구들 덕에 매일 웃고 지냅니다. 휴가 계획도 짜면서요.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여러분 사랑해요! ♡

단발머리 2020-07-03 11:15   좋아요 0 | URL
저도 학교 다닐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일편단심 과학은 잘 모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의 이 여유... 제가 위에도 썼지만 그러다 보니 과학 관련 책을 식구 중에 읽는 사람이 없거든요. 빌려오는 사람도 없고 읽는 사람도 없고, 물론 사는 사람도 없고요. 아롱이한테는 좀 많이 권하게 되는데 가끔 정말 재미있는 책들이 있더라구요. 제가 과학책을 읽을 수 있는 이유는 부담없이 대하기 때문인거 같아요. 이거를 기억해야겠다, 새로운 거를 알아보겠다,는 마음이 전혀 없으니까(어차피 다 잊어버리니까요) 진짜 편히 그 순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만을 즐기거든요. 순간을 삽니다. ㅎㅎㅎ 게다가 이 책은 그림이 유쾌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선생님이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우리나라 학교라는 게 국영수 위주기는 하지만 선생님들이 애정을 갖고 수업을 하시면 다락방님의 경우처럼 선생님이 좋아서 공부할 수 있잖아요. 반대의 경우도 있지요. 선생님 때문에 수학을 포기한다거나, 선생님 때문에 영어와 이별한다거나.... ㅠㅠ

이 책 읽으면서 알라딘 친구, 알라딘 이웃들은 어떤 친구일까 저도 생각해봤어요. 아무래도 취미가 비슷한 친구일거라는 생각은 드는데, 글을 좋아해서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건지, 그 사람을 좋아하니 글도 좋아하는 건지는 모르겠네요. 글이 곧 사람인가? 그런 생각도 들고요. 아무튼 다락방님 사랑고백에 알라딘 친구 여러분들이 지금 흐뭇하니 웃고 있겠군요. 하하하.

비연 2020-07-03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봐야겠네요. 과학 책 좋아하는데, 요즘엔 뜸했건만, 단발머리님의 이 페이퍼가 다시금 절 불지르는..
정말.. 오늘 책 사야 하나요? =3 =3 =3 =3 =3 =3

다락방 2020-07-03 16:58   좋아요 0 | URL
7월이니 새로운 마음으로 한 번 질러야 하지 않아요, 비연님? =3=3=3=3=3

단발머리 2020-07-03 17:39   좋아요 0 | URL
적절하고 적합한 이유네요. 7월이니 이제 새로웁게 책구매를 시작해도 된다는 의견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07-03 17:47   좋아요 0 | URL
저 댓글 달자마자.. 샀답니다..(먼산)

단발머리 2020-07-03 20:40   좋아요 0 | URL
잘하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생각엔 과학지식 & 상식이 풍부하신 분들에게 더 재미있게 읽힐것 같아요. 바로 비연님이죠~~~ from 20여년 전 문과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