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상, 저 책상으로 자리를 옮겨다니던 『오리엔탈리즘』은 어제 책장에 꽂혔다. 나는 읽고 싶은 책을 구입해서 구입한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을 존경한다. 도대체 나는, 구입한 책을 읽지 못 한다. 정해진 기한 내에 읽어야만 하는 도서관 책들의 뒤를 쫓아다니다 보면 내 책, 내가 구입한 책은 언제나 뒷전이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기대와 환희 속에 시작했던 그 훌륭한 책은 결국 책장에 꽂히고 말았다.

 

쉽게 구입이 어려운 두꺼운 책을 몇 권 사보자 고민하다가비평이론의 모든 것』을 구매했다. 필요할 때마다 찾아볼 수 있는 책이겠다 싶었다. 『사회주의 페미니즘』도 같이 구입하려다  마지막 클릭에서 탈락해 다음을 기약했는데, 페이퍼를 6개나 썼다는 걸 알게 됐다. 책 내용은 거의 없고 대출했다, 반납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 뿐이다. 오늘밤부터 내일까지는 에드워드 만나기로 해서 어제, 오늘은 『사회주의 페미니즘』을 읽는다. 조금 더 읽어본 후에 구입하려고 한다. 구입이 두렵다. 나는 구입하면 읽지 않는 사람이니까.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여성의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완전한 자유를 부제로 한다. 사회주의 페미니스트인 낸시 홈스트롬이 성, 섹슈얼리티, 가족, 임금노동, 경제학, 정치, 자연에 관한 전문가들의 글을 엮어 만든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페미니즘, 왼쪽 날개를 펴다』로 2012년 출간되었다가 2019년 새 제목, 새 표지로 다시 나왔다.   


 

제일 먼저 읽은 글은 『캐롤라이나의 사생아』의 도로시 앨리슨이 쓴 <계급의 문제>이다.

 

 

공개적인 혐오와 공격의 대상이 되고, 개인적인 관심사보다 더 고귀하고 중요한 대의를 위해 내 욕망이나 애인, 가족은 뒷전으로 밀어두어야 한다는 것도 예상했다. 동시에 여성이자 레즈비언으로서 나의 욕망, 나의 섹슈얼리티, 나의 욕구를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지독하게 노력했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 매순간 개인적인 정치혁명을 수행하고 있다고 믿었다. 보육시설 마루를 닦을 때든, 대학에 여성학 연속강좌를 개설하기 위한 새로운 예산을 짤 때든, 지역 페미니즘 잡지를 편집할 때든, 여성을 위한 서점을 열 때든, 언제든 간에. 나는 늘 지쳐 있었고, 의료보험 따위는 있을 리가 없었고, 돈 한 푼 못 받으면서 따분한 일을 했다. (95)

 

 

페미니즘이라는 질문과 해답을 앞에 두고 유능하고 헌신적인 혁명가로 살기 원했던 도로시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겨야 했던 건 그녀의 계급 때문이었다. 그녀는 남자들은 감옥에, 여자들은 출산의 감옥에 갇히는 걸 보고 자랐고, 지독한 가난을 당연시했다. 진보적이고 깨어있는 페미니즘 공동체 속에 살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계급에 대해, 자신의 독특한 성적 취향에 대해 말할 수 없었다. 나와 그들 중, 항상 그들이어서 경멸의 대상이 되는 데에 익숙했던 그녀가, 분노와 슬픔을 시와 소설로 풀어냈던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더 이상 스스로를 숨기지 않기로 했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기로 했다.

 


 

<생존의 이야기 : 계급, 인종, 가정폭력>은 포틀랜드 주립대학 명예교수인 재니스 하켄의 글이다. 그는 베스 리치의 주장을 인용해 젠더 폭력이 인종, 계급적으로 중립적이라는 가정 때문에 저소득층 여성과 유색인 여성이 지배적인 관점에서 삭제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주장한다.(211) 봉건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를 막론하고 가부장제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수단이었던 남성 폭력은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계급 억압 등의 기본 원형이다.(213) 최근의 페미니즘 담론에서는 남성 폭력과 관련해 남성의 권력 동기에 중점을 두는데, 저자는 데이비드 레빈슨의 주장을 인용해 여성들만으로 이루어진 노동 집단의 존재는 여성의 유대나 경제적 힘을 보여주는 지표로서 아내 구타를 제어하거나 예방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220) 여성의 진정한 자유를 위해 필요한 두 개의 요인 중 한 가지가 경제적인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록산 게이는 『나쁜 페미니스트』에서 여성혐오적인 내용의 가사에 몸을 흔드는 자신에 대해 말한다.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안다. 오리엔트에 대한 제국주의적 관점을 비판하고, 젠더, 계급, 인종이 복합적 동인이 되어 소수자의 삶에 작동하는 억압에 대해 생각하고, 여성의 진정한 해방을 위한 경제적 자유에 대해 고민하지만, 그럼에도 또 다시 이성애의 이상화에 끌린다. 역사, 사회, 문화, 매스미디어는 이렇게 또 나를 구속한다. 그 유혹에, 나는 너무 쉽게 넘어간다.  

 

 














오늘은 그런 생각도 들었다. 에드워드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불멸의 존재에 대한 호기심과 영원에 대한 기대, 그리고 사랑에 대한 사랑. 주체할 수 없는, 이 빌어먹을. 사랑에 대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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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책 한 권 더 읽는게 얼마나 부담이 될까 싶었는데 부담이 된다. 동네 도서관에서 하는 인문학 강좌를 신청한 건 리스트가 맘에 들어서였는데, 실제로는 불량 학생이 되어가고 있다. 첫번째 도선생님의가난한 사람들』은 첫 시간이라 패쓰했고, 두번째와 세번째 책은 나름 열심히 읽었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가 생각보다 괜찮았다. 우리 모두 순식간에 카타리나 블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지난 주에는 나쓰메 소세키의마음』이었는데, 예전에 읽었으니 괜찮겠지, 느긋한 마음에 준비 없이 수업에 들어갔더니 질문에 대한 적당한 답이 떠오르지 않아 토론 시간 내내 곤혹스러웠다.
















주말에는 에드워드와 손잡고 강강수월래를 한 번 했고, , 화요일에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8월의 도서섹슈얼리티의 매춘화』를 읽고 나니, 화요일 밤이다





나는 2시에 버스를 탔다. 날씨가 몹시 더웠다.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셀레스트네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당 사람들은 모두 나를 가엾게 여겨 매우 슬퍼해 주었고, 셀레스트는 나에게 말했다. “어머니란 단 한 분밖에 없는데.” 내가 나올 때는 모두들 문간까지 바래다주었다. 나는 좀 어리벙벙했다. 왜냐하면, 에마뉘엘의 집에 들러 검은 넥타이와 상장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에마뉘엘은 몇 달 전에 그의 아저씨를 잃었던 것이다. (10)



만약 이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고 이 문단만 보여주고, 이 글이 어떠냐 묻는다면 뭐라 답할까. 초등학교 4학년 일기 같다고 말하지 않을까. 버스를 탔다. 날씨가 몹시 더웠다. 점심을 먹었다. 그는 너무나 크고 거대한 사람인데, 문장이 이렇게 쉽게 읽히니 일단은 속도를 내 본다. 쭉쭉 따라 읽는다. 드디어 나온다. 여름에는 피해야할 대목. 체감기온 38도에는 피해야할 대목.



뜨거운 햇볕에 뺨이 타는 듯했고 땀방울들이 눈썹 위에 고이는 것을 나는 느꼈다. 그것은 엄마의 장례식을 치르던 그날과 똑같은 태양이었다. 특히 그날과 똑같이 머리가 아팠고, 이마의 모든 핏대가 한꺼번에 다 피부 밑에서 지끈거렸다. 그 햇볕의 뜨거움을 견디지 못하여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69)



이 책의 2부는 오롯이 재판 장면에 할애된다. 살인의 고의성에 대해서는 따져보지 않은 채, 엄마의 장례식에서 보였던 뫼르소의 행동에 대한 심문이 더 심도 있게 다루어진다는 점에서, 법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법치의 현재를 보여준다. 나를 사랑해서 결혼하는 거냐고 묻는 마리에게, 파리의 출장소로 옮기면 어떻겠냐고 묻는 사장에게, 이러나저러나 내게는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뫼르소. 그에게는 왜 이러나저러나 마찬가지일까. 128쪽 이후의 두 세쪽이 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그 순간부터 이미 마리의 추억은 나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을 것이었다. 죽었다면 마리는 더 이상 나에게 관심의 대상이 못 된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내가 죽은 뒤에 사람들이 나를 잊어버린다는 사실도 나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 일은 생각하기 괴로운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128)




용서를 구해야만 하는 피해자가 죽어버린 상황에서 피해자를 대신해 용서를 빌어야 할 신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는 뫼르소의 행동보다, 내게는 이런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 우리 모두 죽을 운명이라는 것. 우리가 죽게 될 때, 그리고 영원히 사라질 때, 이 모든 것, 추억은, 사랑은, 기억은 나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것. 불멸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 정해진 인간의 시간.


















공부란 무엇인가』는 공전의 히트작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교수의 신작이다. 이전 책에서는 <추석이란 무엇인가> 꼭지가 제일 유명했다. 이번책도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 공부란 무엇인가. 평이하게 그리고 편안하게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이다. 공부란 무엇인가.



자매품. 책읽기란 무엇인가. 단톡이란 무엇인가. 연예인이란 무엇인가. 대머리란 무엇인가. 요가란 무엇인가. 인어란 무엇인가. 키스란 무엇인가. 입술이란 무엇인가. 결혼이란 무엇인가. 연애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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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08-28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요 요즘 무슨 SF 왭소설 하나를 시작해서요....하아... 늦바람이 무섭네요.
왭소설이란 무엇인가, 밥상이란 무엇인가, 책읽기란 무엇인가, 자매품 목록은 끝이 없습니다.

단발머리 2020-08-28 09:06   좋아요 0 | URL
웹소설의 세계가 그렇게나 큰 우주라 하더라구요. 무서운 늦바람이 막판여름의 열기를 쫓아내주기를 바랍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자매품이 끝이 없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그러니까.....
청소란 무엇인가. 설거지란 무엇인가. 금요일이란 무엇인가. 선풍기란 무엇인가. 이런 쪽으로 생각이 흘러가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

2020-08-28 0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8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8 0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8 0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08-28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너무 멋져. 진짜 저의 최애친구... 사랑합니다.
막 공부해.. 아 너무 멋져 ㅠㅠ 사랑합니다.

단발머리 2020-08-28 10:1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란 누구인가. 최애친구란 무엇인가. 공부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

비연 2020-08-28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방인>의 제목이 <이인>으로 바뀌어 나온 문동의 책에... 약간의 거부감(?)이 들고 있는..ㅜㅜ
익숙한 것이 좋은 것인가. 익숙한 것이란 무엇인가. .. 무엇인가 무엇인가...
에드워드란 누구인가. 털이란 무엇인가. ㅎㅎ

수이 2020-08-28 13:41   좋아요 1 | URL
털이란 무엇인가 ㅋㅋㅋㅋ 뒤집어질뻔

단발머리 2020-08-28 13:44   좋아요 1 | URL
아무리 그래도 <이인>은 아닌 것 같아요. 익숙한 게 꼭 좋은 것은 아니지만 바꿀려면 또 나름 괜찮아야하지 않을까요?

괜찮음이란 무엇인가. 에드워드란 누구인가. 털이란 무엇인가. 진화란 무엇인가. 면도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mini74 2020-08-28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드워드와 강강수월래. 정말 재미있는 표현이에요. ㅎㅎ저도 에드워드 손 잡고 싶습니다 *^^*

단발머리 2020-08-29 09:4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mini74님!
저 사실은.... 오늘도 오후늦게 만나 강강수월래 하기로 했습니다 ㅎㅎㅎㅎㅎ
 



















나는 천재는 자신이 천재임을 안다고 생각한다.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80)


 

천재가 분명해보이는 에이드리언 리치는, 에밀리 디킨슨이 자신이 비범한 사람임을, 무의식에 뿌리 박힌 억압에 맞서 창작의 고통을 견딜 수 있을만한 천재임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103)

 

『한나 아렌트의 말』을 읽으면서 여성주의에 대한 한나 아렌트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 것도 비슷한 이유다. 한나 아렌트는 여성으로서의 자신이 아니라, 평범하지 않은 자신을 발견하는데 더 많은 시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같지 않다는 걸 비교적 늦게 발견했다고, 그는 말한다. 칸트를 14살에 읽는 자신을 평범하다고 생각했다는 의미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럴 거라고 예상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다른 과정을 겪는다. 태어날 때부터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거나(넌 아들 낳으려고 낳았어), 가족 구성원을 위한 노동을 당연시하는 문화(이따 오빠 저녁 차려줘라) 속에서 자란다. 감정노동을 비롯해 가정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책임을 직장에서도 강요받는 일이 허다하다. 사회, 문화적 언어로 여성을 구속하는 것보다 더 강력하게 여성을 억압하는 것은 성 본질주의, 여성을 성애화된 몸으로서 보편화하는 것이다.

 


여성에게 성적 정체성은 사회적으로 부여된 반면, 남성은 행위하는 존재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획득한다. 성애화된 사회는 불평등을 성별화한다. 성 본질주의는 불평등을 촉진하는 것을 넘어서 억압을 생산해 낸다. 가부장적 지배는 여성들을 서로간에 구분되지 않는 존재로 만들면서, 남성과는 구별되고 열등한 존재로 인식되도록 만든다. (41)

 

 

여성들은 서로간에 구분되지 않는 존재라는 문단에 눈이 간다. 서로간에 구분되지 않는 존재로서의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본질은여성이라는 점이다. 그가 대통령이든, 장관이든, 소녀이든, 기혼 여성이든, 노인이든 상관 없다. 그녀들을판단하는데 제일 중요한 요소가 성별, ‘여성이라는 점에서, 여성들은 한 덩어리나 마찬가지다. 가부장적 지배하에서 여성들은 서로간에 구분되지 않는다.

 

 


부록: 성 착취 반대 협약 제안서 (1994 1월 초안)

 

성폭력과 매춘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성 착취의 형태들이라는 것을 유의하며,

어떤 여성에 대한 성 착취가 모든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것이며, 활동의 자유를 빼앗고, 여성의 안전과 보안을 위협하여, 성적 테러의 조건을 조장하는 것임을 인식하면서, … (398)

 

 

이 땅, 이 나라, 이 세계에서 매일 낮과 밤에 이루어지는 매춘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성 착취를 지구상의 모든 여성에 대한 멸시와 비하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 산업화의 실례로 등장할 정도로 매춘이 산업화된 나라(군대를 위한 매춘 시장 : 한국, 166) 에 사는 여성으로서, 이 책을 읽을 때의 참담함은 슬픔과 분노를 넘어선다. 국가의 이름으로, 군대 매춘과 기생 및 관광 매춘이 여성들에게 강요될 때, 여성에게 조국은 없었다. 없다, 지금도. 이 모든 부조리함, 성의 산업화, 여성 매매, 잔혹한 포주 행위를 가능케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이다. 돈의 문제가 아니면 이런 비인간적인 행태를 설명할 수 없다. 돈만이, 손정우의 승승장구와 조주빈의 당당함과 15만 유료회원을 설명할 수 있다.

 


5여성 매매는 읽기 힘든 장이다.

 

여성 매매는 가장 오래되고 전통적인 매춘 알선 형태이다. (211)

 

방글라데시 농촌의 가난하고 젊은 여성, 정확히는 소녀들이 파키스탄으로 매매된다. 인도 소녀들보다 더 하얀 피부색을 가진 네팔 소녀들은 인도로 팔려간다. 버마, 중국, 베트남의 소녀들이 타이의 매춘업소로 팔려간다. 가난한 부모가 이들의 매매를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정부일을 찾는다. 가부장제가 지배적인 농촌의 가난한 여성들, 전에 한 번도 매춘부로 일한 적이 없는 여성들, 자신의 집(대부분 부모의 집) 밖에서 일한 경험이 없는 여성들, 10대와 20초반의 어린 여성들 상당수가 가정부가 아닌 매춘으로 알선된다(242). 매춘은 이렇게 속임으로 시작해 강간과 구타, 협박과 위협으로 유지되고, 모욕과 절망으로 피해자인 매춘 여성이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도록 이끈다. 시장에서 버려지는 순간까지 상품으로서만 존재한다.

 

 


매춘이, 매춘 여성의 선택 때문에 가능한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런 게 정말 가능하다고 믿을 수 있는지. 길지 않은 인생 살다 보면 가끔은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하는 경우도 생기지만, 돈을 받고 성 착취의 대상이 되는 일을 스스로하겠다고 나서는 여성이 존재할거라 믿고 있다는 그 말을, 난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사랑과 섹스가 항상 함께 가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의 표현으로서의 섹스를 생각할 때, 인간이자 동물로서 가장 내밀하고 충만한 경험 중의 하나일 게 분명한 섹스를, 돈을 내고 구매하겠다는 그 발상을,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그 실천을, 그토록 많은 남자들의 업소 출입을.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 섹스를 원하는 여성은 없다. 단연코, 이 세계에 한 명도 없다. 스스로 매춘을 선택한 여성은 없다. 결단코,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

 





여성이라는 조건은 곧 계급 조건이기 때문에, 성 권력은 여성의 종속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을 포함한 전지구적인 이슈로 다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매매춘 문제는 투쟁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 P27

매춘은 남성이 산 섹스이다. 강간은 남성이 강취하는 것이다. 매춘에서 남성이 산 섹스는 그들이 강간으로 강취한 섹스와 같은 것이다. 이 섹스는 탈신체화(disembodiment)된 것이며, 남성을 위해, 인간으로서 존재하지 않는 여성의 몸 위에서 일어난 것이다. 돈을 지불하고 섹스를 할 것인지, 혹은 강제로 아니면 동의를 받고 할 것인지는 남성이 결정한다. - P59

여러가지 지배 관계들 중에서 오직 여성의 종속만이 계급적 관계인 동시에 사적인 관계이며, 성 관계처럼 은밀한 상호 작용들이 동시에 권력의 관계가 된다. 계급으로서의 남성에 의한 계급으로서의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와 성차별주의는 개인적인 관계들을 통해 작용하는 계급 관계이다. 여성 계급의 종속에 대한 여성주의 권력 이론은 개인적 상호 작용, 가장 사적이고 은밀한 차원에서 작용하는 신체적, 정서적 관계들에서의 권력을 밝혀내야만 한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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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5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6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5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6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20-08-26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별표두개 밑줄, 그리고 괄호! 우린 왜 이다지도!!!!! 이 책은 왜 이다지도!!! 아니 어쩌면 나는 너무 맞는 말이고 당연한 건데 왜 그런 글을 만나기 어려웠나... ㅠㅠ ❤️

단발머리 2020-08-26 09:23   좋아요 1 | URL
여성의 역사 자체가 가려져서 그런것 같아요. 학교에서도, 미디어에서도 여성의 역사, 여성의 목소리에 대해 귀기울이지 않으니까요. 먼저 존재했고 먼저 고민했던 선배들이 참 고마운.... 그런 아침입니다. 쟝쟝님, 굿모닝! 💕

2020-08-26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6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6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6 2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 친구들이 모르게 해 주세요!

아무데도 갈 수 없잖아요.
꼼짝마 주말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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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08-22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아무것도 못 봤어

단발머리 2020-08-22 22:26   좋아요 0 | URL
근데 표정이......... 화난 것 같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0-08-22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이제 보았네_ 조용했던 까닭이 있었네 ㅋㅋㅋ

단발머리 2020-08-22 23:30   좋아요 0 | URL
쉿!! 쉬시싯!!! 😓

다락방 2020-08-23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저도 트왈라잇 시리즈 엄청 좋아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번역되면 읽을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8-23 14:42   좋아요 0 | URL
다른 이야기 아니고 에드워드의 속마음 토크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에드워드를 좋아하신다면 만족스러울듯 합니다. 오글거리는 거 싫어하시는 분이라면 비추합니다^^

다락방 2020-08-23 15:01   좋아요 0 | URL
저 트와일라잇 두 번 읽었고 영화는 세 번 본 사람입니다.....

단발머리 2020-08-23 15:44   좋아요 0 | URL
그것은 사랑이며 에드워드는 참 사랑입니다💜

유부만두 2020-08-23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에드워드가 사람이 되어서
그것도 대 재벌이 되어서
지하에 벙커도 마련하고 만능카도 만들고
악을 쳐부수는 배트맨으로 활약한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개봉박두.

단발머리 2020-08-24 11:27   좋아요 0 | URL
앗! 저는 1편의 다시읽기로 알고 있었는데 아닌가 보네요.@@

유부만두 2020-08-24 12:10   좋아요 0 | URL
배트맨 새 영화에 로버트 패틴슨 캐스팅 소식을 말씀드린거에요;;

단발머리 2020-08-24 17:50   좋아요 0 | URL
이 댓글 보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헤헤헤. 전 에드워드에게만 너무 빠져있었던 걸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매일, 매일 밤, 매시간, ‘내가 제대로 하는 걸까? 충분히 하는 걸까? 너무 지나친 것은 아닐까?하는 어머니로서의 죄책감이 안겨주는 완전한 무게와 부담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모성제도 아래서 모든 어머니는 어느 정도는 아이에게 잘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을 느낀다. (172)


 


“**!”

언니는 나를 작은아이 이름으로 불렀다. 어머니들이 며느리를 부르듯 그렇게 나를 불렀다. 언니에게는 중학생과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가 있었고,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늦둥이가 있었다. 늦둥이가 작은아이와 같은 나이였다. 나는 언니의 막내동생보다도 어렸다.

 

“**, 내가 보니까 그래. 나는 자식한테 내 힘을 다 쏟았거든, 전부 다. 근데 자식한테 힘을 100% 다 쏟으면 안 되는 거더라. 남겨 둬야 되더라구, 그게.”  

언니, 저는 자식한테 힘을 100% 다 쓴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언니가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네가, 네가 그것을 어떻게 알고 있니. 놀란 두 눈이 묻는다.

 

 


난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자식에게 내 힘의 100%를 쏟으면 안 된다는 걸, 난 어떻게 알아챘을까. 한국적 어머니상의 완벽한 현신인 우리 엄마의 딸로 살았으면서. 마흔이 넘는 나이에, 말하기에도 부끄러운 극진한 사랑을 받고 있으면서. 시어머니는 결혼한지 얼마 안 된 새며느리에게 말했다. “나에게 큰아들(남편), 하늘 같은 아들이다.” 시어머니가 말한 그대로였다. 큰아들은 하늘만큼 귀한 아들이었고, 하늘처럼 의지하는 아들이었다. 두 분에게는 자신들의 생존보다 자식의 안위가 훨씬 더 중요했다. 자신의 그 무엇보다 자식의 그 어떤 것이 훨씬 더 소중했다. 자식의 일이라면 무조건 더 가치 있고, 더 절대적인 무엇이었다. 그런 사랑을 받았던 내가, 그런 사랑을 지켜봤던 내가, 어떻게 그런 엄마가 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 사랑이 너무 극진해서는 아닐까. 나는, 우리 엄마가 내게 해 주신대로 내 딸에게 해줄 수 없다는 걸 아니까. 정확히는 하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사랑이 부족하다는 말 이외에 다른 어떤 말로도 그 간극을 설명할 수 없다면, 그렇다면 그걸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사랑이 부족한 사람이다. 나는 모성이 부족한 엄마이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무슨 일에든 내 힘의 100% 를 쏟는 사람은 아니니까. 더 사랑하지 않음을 말하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한 건 아니다. 하지만 궁금하기는 하다. 나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모성이 부족한 엄마라고 말하는데도 어떻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었을까.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그 죄책감을 떨쳐낼 수 있었을까.  

 

 



큰아이는 4개월간 모유수유를 했다. 3개월 출산휴가를 마치고 회사에 돌아가니 8월말이었다. 며칠 출근을 했더니 차가운 에어컨 바람에 젖이 말라버렸다. 작은아이는 내가 집에 같이 있으니까, 처음부터 완모를 하기로 했다. 이제 막 잠이 들려고 하는 중요한 순간, 젖이 조금 모자라 아이가 앙앙하고 소리 내어 울었다. 젖이 나오지 않는 빈 가슴에 아이를 품어 살살 달래고 있으면, 남편이 우유나 두유를 따뜻하게 데워 사발에 담아왔다. 내 몸은 깔대기가 아닌데. 철없는 부부들은 우유를 마시면 바로 젖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 걸까. 다행히 아이는 금방 잠들고 땀으로 범벅이 된 철없는 부부는 겨우 한숨을 내쉬곤 했다. 그 때는 힘들지 않았다. 아이가 있어서, 아이가 날 찾아서 오히려 괜찮았다.

 

괜찮지 않을 때는 오히려 요즘이다. 아이들이 엄마, 사고 싶은 거 사세요라며 용돈을 아껴 현금 봉투를 내밀 때. 구청에서 마련했다는 경단녀 취업 프로그램플랜카드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

 

 



내가 제일 예뻤을 때, 내가 제일 명랑했을 때, 내가 제일 건강했을 때,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아이들이 누군가를 필요로 할 때 가장 가까이 있었던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런 환경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난 운이 좋았다. 자유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한 사람의 개인이니까, 나는 내 결정이 옳았다고, 내 선택이 옳았다고 말한다. 과거를 부정하는 인간의 자아는 분열될 수 밖에 없으니까. 나는 과거의 나를, 나의 결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내 선택은 옳았다. 나는 원하는 걸 얻었고,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 자신을 100% 내주는 엄마가 되지는 않았다. 나는 사랑이 부족한 사람이고, 모성이 부족한 엄마라는 걸, 부끄럼없이 말한다. 나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나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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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엄마인 나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2-07-12 22:40 
    <장면 1>아롱이가 반바지를 찾는다. 엄마, 서랍에 반바지가 없어요. 응, 건조대 안에 있나 보다. 내가 가까운 데 있으니까 꺼내 주려 일어선다. 가져다주면서 말한다. 근데, 아롱아. 이거 봐봐, 앞으로 명심해. ‘더 이상 어머니는 없다’. 책을 들고 일어서면서 아롱이가 말한다. 엄마, 이거 그거네요. ‘애초에 어머니는 없었다’. <장면 2>친구가 그랬다. 여름에는 실론티를 쌓아놓고 마셔야 한다고. 그래서 나도 샀다. 마트에 갔을
 
 
바람돌이 2020-08-19 1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100%를 내주는 엄마가 자식에게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라서 100%를 주면 어느정도는 돌려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대표적으로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말요. 자식에게도 부모에게도 약간의 그 모자람이 숨구멍이라고 생각해요. 자식에게 100을 쏟지 않는 모성부족공감입니다.

단발머리 2020-08-21 08:47   좋아요 0 | URL
전 자식에게 100퍼센트의 힘을 쏟지 않는게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좋은 거라 생각합니다. 더 주고 싶은 마음, 서운한 마음은 부모의 몫이겠지요^^

2020-08-19 20: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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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1 08: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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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2 12: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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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2 17: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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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3 20: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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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4 17: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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