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는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대해 말할 때 자주 언급되는 건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이다. 아렌트는 그의 책에서, 아이히만이 잔인하고 악독하거나 혹은 어리석은 인간이 아니라, ‘사유의 진정한 불능성’(37) 때문에 그토록 끔찍한 업무를 수행했다고 평가하면서, ‘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과 다르게 아이히만은 순진하고 평범한 모습이었다는 점을 밝혀낸다. 역자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번역이 진부성이나 일상성보다 더 나은 지점을 설명하는데, 나 역시 악의 평범성이라는 번역이 가장 나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이히만은 예루살렘 법정 정의의 집에서 기소당한 내용은 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행동과 협력은 국가적 공식 행위이므로 다른 나라가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말한다(74). 그는 자신이 유대인이나 비유대인을 결코 죽인 적이 없으며(74), 자신의 업무는 유대인 학살이 아닌 유대인 이주, 소개(156)였음을 주장한다.

 


아이히만이 본디오 빌라도의 감정을 느꼈다고 회상한 반제회의는 특히 중요하다. 회의의 서기로 참석했던 아이히만은 공무를 담당하는 관청 공무원들이 해결책(유대인 학살)’에 대한 주도권을 갖기 위해 서로 경쟁적으로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183)고 증언한다. 또한 유대 자치기구인 장로회가 각 열차가 수송할 수 있는 인원수에 맞춰 다음에 수송될 유대인 명단을 만들어 주었음을 확인한다. 일부 숨거나 탈출하려는 사람들은 유대인 특별 경찰에 의해 검거되었다(185)고 한다.

 

유대인 지도층의 나치 협력. 이 부분이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지점이다. 유대인이었던 아렌트는, 원치 않았지만 시온주의자들의 활동에 협력했던 아렌트는, 수용소에 갇히고 간신히 탈출했던 아렌트는, 결국에는 고향과 고국이라 믿었던 곳을 도망쳤던 아렌트는 어떻게 이런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을까. 아렌트는 유대인이면서 어떻게 피해자인 그들의 과실에 대해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비판할 수 있었을까. 그것이 불러올 파장에 대해 충분히 예견했음에도 어떻게 자기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었을까.   

 

 

아렌트는 아이히만 재판을 취재하면서 여러 자료를 심층적으로 조사한다. 검사가 주장했어야 했던 내용과 아이히만이 자신의 변호를 위해 신청했어야 했던 증인들에 대해 말하면서, 아이히만의 범죄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했는지, 아이히만의 심경 변화가 어떠했는지, 성공에 대한 아이히만의 집착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분석한다. 이후에는 아이히만이 실제로 최종 해결책(유대인 학살)에 반대하는 사람을 한 명도, 단 한 명도 볼 수 없었다는 주장을 언급하며, 그것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해 준다. 유대인 장로회, 유대인 경찰의 나치 협력.

 

예루살렘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유대인, 아이히만 재판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살아남은 이들이다. 먼저는 유대인 관리와 경찰, 유대인 위원회에 속한 유대인들이 살아남았는데, 아렌트는 그들이 동족의 재산을 압수해 자신들의 추방과 학살 비용을 충당했다(188)고 주장했다. 그들이 동족의 재산을 빼앗고 그들을 죽음으로 밀어 넣었고 결국 수많은 유대인이 무력하게 죽어갔다고 이해한 것이다. 그들 대부분은 이미 사망했고, 이제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런데 지금, 아렌트가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유대인 지도층들이 동족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들이 나치와 협력했다.  

 


그러나 모든 진실은 현지 및 국제적 수준에서 유대인 공동체 조직들과 유대인 정당, 그리고 복지 조직들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어디에서 살든지 간에 유대인에게는 인정받는 지도자들이 있었고, 거의 예외 없이 이들의 리더십은 이러저러한 이유에서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나치스와 협력했다. 모든 진실은 만일 유대인이 정말로 조직이 되어 있지 않았고 또 지도자가 없었더라면 혼란과 수많은 불행들이 있었겠지만 희생자들 전체가 400, 500, 600만에 달할 리가 거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196-7)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에서 프리모 레비는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에 대해 말했지만, 실제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 엄청난 비극의 희생자들이기에 자신들이 처했던 상황에 대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은 후에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아트 슈피겔만은 자신의 책 『쥐』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어떻게 수용소에서 살아남았는지 그려냈다. 그의 아버지는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자신의 목숨을 보전하고, 어마어마한 노력과 설명이 불가능한 신비로운 행운에 힘입어 여자 수용소에 갇혀 있던 아내도 도와줄 수 있었다. 착하고 순종적이고 양보했던 이들은 죽임을 당했다. 그들은 천천히 자기 죽음을 향해 걸어갔다. 거짓말을 하고 요령을 피우고 엄청나게 운이 좋았던 극히 일부 사람들만이 지옥과 같은 그곳에서 살아남았다. 그들은 명백한 피해자이다. 그들은 반유대주의의 희생양으로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국가 시스템에 의해 종족 전체의 전멸을 목표로 진행된 대량 학살의 문턱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자들이다.

 

아이히만을 예루살렘 법정에 세웠던 유대인들로서는 가해자인 독일인과 피해자인 유대인을 극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유대인들은 유럽에 팽배했던 반유대주의에 대해 유럽 전체가 부끄러움을 느끼기를 원했다. 그런데 오히려 아렌트는 피해자인 유대 사회의 오류를 지적하고, 완벽하고 오점 없는 모습의 피해자상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다. 피해자인 너희에게도, 죽임을 당한 너희에게도 책임이 있다. 유대 사회가 폭발한 건, 사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책을 반 정도 읽었고, 『한나 아렌트의 말』은 이전에 읽었다. 그래픽 노블이지만 훌륭한 아렌트 안내서인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을 읽었다. 나는 아직, 한나 아렌트가 말하고자 했던 것을 잘 알지 못한다. 아렌트의 책을 좀 더 읽어 나간다면, 이 페이퍼의 일정 부분이 혹은 상당 부분이 나의 잘못된 이해에 근거해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만큼 읽고 느낀 점이라고 한다면, 한나 아렌트는 자신을 여성과 남성 사이에 두었던 것처럼, 자신을 유대인과 독일인의 범주 너머에 두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의 저자의 페미니즘 모먼트는 경제 활동을 하시던 어머니가 집에 돌아와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족들의 저녁을 준비하는 모습을 볼 때였다. 남자라고 페미니스트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반대로 여성이라고 해서 자연스레페미니스트가 되는 건 아니다. 우리가 받아들이는 사고의 대부분은 기존의 관념과 문화와 실제를 받아들이면서만들어지고, 내 생각이라고 여겨지는 생각의 많은 부분은 사실 기득권의 이해를 강화하는 쪽으로 구성된다. 지구상의 모든 나라는, 대부분의 나라는 가부장제를 근간으로 한다. 자연스럽다고 여겨지는 대부분의 일이 가부장제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억지라고 생각되는 일들의 상당 부분이 페미니즘과 연관될 수밖에 없다, 고 나는 생각한다.

 


한나 아렌트는 자신을 유대인의 카테고리 바깥에 둔 것처럼 여겨진다. 유대인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철학자로서, 지식인으로서 당시의 역사적 상황에 대해 한 발자국 떨어져서, 그 너머에서 판단했기에 유대인에게 가혹한 진실을 폭로하며, 반유대주의자들 주장의 근거가 될만한 이런 글()을 작성했을 거로 추측한다(물론 그녀는 그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페미니스트들은 나를 사랑하고 나를 혐오한다고 했던 그녀의 말이 일면 이해되는 지점이다. 비판적 사유를 추구했던 정치 이론가, 사유하는 것에 대해 늘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사유한다는 말은 항상 비판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이고,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것은 늘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거예요. 실제로 모든 사유는 엄격한 법칙, 일반적인 확신 등으로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건 기반을 약화시켜요. 사유하다가 일어나는 모든 일은, 거기에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건 비판적으로 검토할 대상이 돼요. (『한나 아렌트의 말』, 179)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여성이라는 범주 혹은 유대인이라는 위치를 넘어서서 사유하고 발언할 때조차, 그녀가 여성이며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은 그녀를 규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그로 인한 사회적 제약을 인지하느냐 인지하지 못 하느냐에 상관없이 말이다. 사회과학의 그 지긋지긋하고 지루하며 고전적인 변명인 객관성중립성의 굴레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하나도 없다. 심지어, 한나 아렌트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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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나 아렌트 :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2-10-04 22:06 
    저명한 혹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의 자서전을 쓰는 사람에게는 빠지기 쉬운 두 개의 함정이 있다. 한 가지는 이상화(우상화)이고 또 한 가지는 뒷담화. (신기하게도 모두 ‘화’로 끝난다.) 이상화는 과거에 대한 미화, 망자에 대한 연민으로 치우쳐질 우려가 있다. 쉬운 길이다. 뒷담화 역시 마찬가지. 비판이란 행위 자체는 가치 중립적일 수 있지만, 뾰족한 비판으로 자신의 지성을 증명하고자 하는 멍청한 시도는, 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지독한 유혹이
 
 
청아 2021-02-07 1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북플 넘 글 잘쓰시는 분들 많아요! 오늘 두번째 소름..이 책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요. 잘 읽었습니다.👍

단발머리 2021-02-07 17:40   좋아요 3 | URL
중립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요. ‘극중주의‘처럼 말이에요. 북플의 무림고수님들에게는 항상 감탄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라딘을 좋아하지요.
이 책 다시 읽게 되시면 미미님 감상도 남겨주시어요^^

다락방 2021-02-07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나 아렌트 정말 몇 권 안읽었지만 왜이렇게 좋을까요? 내내 미루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단발님의 페이퍼로 만나니 너무 좋아요. 저는 링크하신 저 세 권 셋트 살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단발머리 2021-02-07 18:58   좋아요 1 | URL
일단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아이히만 맨 첫번째 링크된 걸로 읽고 있거든요. 번역 문제는 그거나 두번째 3권짜리 세트나 말이 좀 많기는 하지만... 제가 평을 슬쩍 보았더니, 3권짜리 반양장 가격이 예술이다 뭐, 그런 평이 있더라구요. 나란히 꽂아두면 아주 아름답기도 하구요. 제 생각을 두서없이 말씀드렸지만 다락방님의 갈길을 소신있게 갈 수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구매!!!

비연 2021-02-07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페이퍼를.. 지름신 강림의 페이퍼라고.. 허허허허.
마지막 문단 좋아요. ˝사회과학의 그 지긋지긋하고 지루하며 고전적인 변명인 ‘객관성’과 ‘중립성’의 굴레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하나도 없다. 심지어, 한나 아렌트마저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다락방 2021-02-08 10:39   좋아요 1 | URL
비연님은 여기서 뭘 지르실건가요? 알려주세요.....

비연 2021-02-08 10:40   좋아요 0 | URL
<정치사상 세트>.. 나머지는 원서 빼곤 다 있다는... 아아. 요즘 왜이리 전집이나 세트가 유행인거죠???? ㅜ

단발머리 2021-02-08 11:10   좋아요 0 | URL
전 비연님 이 책 다 갖고 계시리라 예상했었음요 ㅋㅋㅋㅋㅋㅋ역시나 👍🏼👍🏼👍🏼

다락방 2021-02-08 12:17   좋아요 0 | URL
스스로에게 설 선물.. 하실건가요? 저는 어쩐지 명분이 필요해서 설 선물로 정치사상 세트 해줄까.. 싶습니다.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2-09 17:07   좋아요 0 | URL
전 일단 비연님께도 스스로 설선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저도 사실... 저의 설 선물 리스트를 짜고 있거든요 ㅋㅋㅋㅋ 일테면 <다시, 올리브>는 도서관 책으로 읽었지만 소장해야 하고요. <한나 아렌트와 유대인 문제>는 도서관 4곳을 뒤졌는데 없더라고요. 그것도 준비해야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척 바쁘네요

비연 2021-02-08 13:15   좋아요 0 | URL
설 선물.. 스스로에게 하긴 할텐데.. 뭘 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골랐다 싶으면 이렇게 복병 페이퍼가 등장하는 거죠...;;;;

mini74 2021-02-07 2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생각나네요. 주기율표만 읽었는데 가라앉은 자도 읽어보고 싶어요 한나아렌트의 그래픽 노블도 읽어보고 싶고,ㅎㅎ 설선물 꼭 주고받아야 한다면 스팸말고 도서상품권 주고 받음 좋겠어요 ㅎㅎ

단발머리 2021-02-08 11:32   좋아요 1 | URL
전 <주기율표>를 아직 못 읽어서요. 그 책도 항상 저의 ‘읽고 싶어요‘에요.
mini74님 스팸 세트보다 도서상품권 설선물 제안은 정말 좋네요. ㅎㅎㅎㅎ

비연 2021-02-08 13:16   좋아요 1 | URL
<주기율표> 재미있습니다. 프리모 레비의 책들은 자꾸 읽게 되더라는.

단발머리 2021-02-08 18:41   좋아요 1 | URL
아.... 주기율표 인기 급상승하나요? 비연님이 재미있다 하시니 바로 휘둥그레 @@

2021-02-09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9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 주일에는 밥을 먹고 서둘러 도서관에 다녀왔다. 코로나 비상인지라 언제 또 상황이 나빠질 줄 몰라, 전날에도 도서관에 들러 책을 잔뜩 담아 왔다. 하여 집에는 요즘 유행하는레이먼드 챈들러가 3권 있고, ‘최고의 화제작’ 『니클의 소년들』이 있고, ‘잠자냥님 & 쟝쟝님 선정 2020년 최고의 책에 빛나는 『티끌 같은 나』가 있고, ‘사랑해요 보부아르레 망다랭』이 있는데, 나는 또 알라딘 이웃님의 안내에 따라진리의 발견』을 공수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한다.

 















『진리의 발견』이 너무 크고 두꺼워서 한번 놀라고,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을 보게 됐고, 그래픽 노블이니 한 번 더 읽어야지 하는 마음에 대출했고, ‘한나 아렌트하면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아닌가, 그 책도 같이 대출해 왔다.

 



1년 뒤 마다가스카르 계획이 '무가치'하다고 선언되었을 때 모든 사람은 심리적으로, 아니 오히려 논리적으로 다음 단계를 준비하게 되었다. '옮겨 놓을' 수 있는 어떠한 지역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유일한 '해결책'은 전멸뿐이었다. (140쪽) 




그래서 지금 읽는 책은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세상에! 겁나게 재미있다고 한다.


 
















지지난 주 개관한 도서관 전경. 세상은 넓고 책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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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1-02-04 14: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이 근사하네요, 이런 도서관 근처에 살고 싶습니다.

단발머리 2021-02-04 16:52   좋아요 2 | URL
네, 새로 지은 건물이라 그럴까요 ㅎㅎ 근사한 모습이에요.

유부만두 2021-02-04 14: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도서관 근처에 사시는군요! 멋진분께 어울리는 멋진 도서관! (부러워서 발동동)

단발머리 2021-02-04 16:53   좋아요 2 | URL
코로나 때문에 여러번 연기되었다가 지지난주에 간신히 문 열었네요. 생각보다 책은 많지 않다고 합니다 (시무룩)

청아 2021-02-04 15: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위에 네 권 다 저도 찜해놓은 책이라 반갑네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저는 초반 읽다가 반납했는데ㅠ 단발머리님 어떠실지 기대됩니다.😊😳

단발머리 2021-02-04 16:54   좋아요 2 | URL
미미님이랑 저랑 같이읽기 하고 있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까지는 잘 진행되고 있어요. 좀 느리기는 하지만요🤭

청아 2021-02-04 16:59   좋아요 2 | URL
최근에 찜만 해두었어요ㅋㅋ 저 속독이 안되는데 읽고픈 책들만 많아 큰일입니다.🙄

단발머리 2021-02-04 17:26   좋아요 2 | URL
저도 속독이 안 되는 1인이고 게다가 느림보랍니다. 천천히 가려고요. 근데 왜 숨이 차죠? 헉헉.

2021-02-04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4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4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4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1-02-04 17: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도서관이 엄청 멋있네요 죠기 달마시안이 부러움^..^

단발머리 2021-02-04 17:10   좋아요 3 | URL
새 건물 새 책장이라 그런가봐요. 달마시안은 어린이실 친구입니다^^

다락방 2021-02-04 18: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도서관 대박이네요.

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너무 읽고 싶은데 번역 별로라는 평들을 보고 망설였거든요. 가뜩이나 어려울텐데 번역이 별로라면 나는 어떡하지? 이런 마음이 되어서.. 근데 재미있다 하시니 저 살까요? 🙄

붕붕툐툐 2021-02-04 19:19   좋아요 1 | URL
아... 락방님의 다짐을 아는 저는 말려야 할지, 응원을 해야할지...ㅎㅎㅎㅎ

다락방 2021-02-04 21:34   좋아요 1 | URL
저 이미 몇 권의 책들이 오고 있답니다? 🤭

붕붕툐툐 2021-02-04 22:09   좋아요 0 | URL
아... 그럼 그냥 응원하는 걸로~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2-05 08:17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 전 번역이 별로라는 예전편으로 읽고 있는데 그냥 죽죽 넘겨가면서 읽고 있어요. 막힐 때는 넘어가면서요. 그래도 최근에 2017년에 나온 반양장은 좀 나을까 싶은데 그건 잘 모르겠네요. 다락방님이 제게 진지하게 묻고 있다는게 느껴져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전, 네!! 라고 답할 것 같네요.

붕붕툐툐님 / 붕붕님의 응원은 아주 적절하고 필요했다고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화이팅!!!

blanca 2021-02-04 18: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이 도서관이 충격적으로 좋네요! 이러면 저는 책 좀 덜 살 수 있을듯...

단발머리 2021-02-05 08:19   좋아요 2 | URL
아..... 이 사진이 개관 첫날이라 좀 블링블링하게 나온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도서관 마니아이고 근처 도서관은 안 다녀본 데가 없지만 그 중에서도 좀 예쁘게 만들어진것 같아요. 아쉬운 점은 외적인 면에 치중하다 보니 남는 자리가 별로 없어 보여서요. 4-5년 안에 금방 책이 다 찰것 같더라구요. 전, 아주 널찍하고 텅 빈 도서관을 추구했다고나 할까요?
저도 당분간은 책을 좀 덜 사는 걸로 하려고요^^

붕붕툐툐 2021-02-04 19: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넘 예뽀요~ 저도 단발머리님과 잘 어울리는 공간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단발머리님이 좋은 책을 더 많이 만나고 그래서 더 행복한 공간이 되어주길🙏

단발머리 2021-02-05 08:21   좋아요 2 | URL
붕붕툐툐님, 좋은 말씀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제가 이사온 지 1년 다 되어가거든요. 코로나 때문에 개관이 좀 늦어지기는 했지만 아무튼 저의 이사 시기에 맞춰 만들어졌다고 (저 혼자) 생각했더래요. 제 꺼라 생각하고 아끼고 사랑하겠습니다^^

페넬로페 2021-02-04 20: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너무 좋아요~~
가고 싶네요^^

단발머리 2021-02-05 08:23   좋아요 4 | URL
네, 새 도서관 새 책들이라 첫 날 가보고 너무 좋더라구요. 코로나 괜찮아져서 자리에 앉을 수 있게 되면 한 번 놀러오세요. (제 꺼는 아니지만 제꺼처럼^^)

페넬로페 2021-02-05 08:54   좋아요 1 | URL
네, 꼭 갈께요^^

붕붕툐툐 2021-02-05 23:11   좋아요 1 | URL
저도, 저도요!! 우리 북플 친구님들 동네 도서관, 서점 기행해도 잼나겠어요!!^^

psyche 2021-02-05 11: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안에 못 들어가고 예약한 책만 픽업할 수 있게 된지 1년이 다 되어가는 곳에 살고 있는 저는 그저 부러울 뿐입니다. ㅜㅜ

단발머리 2021-02-05 16:59   좋아요 1 | URL
미국도 얼른 상황이 좋아져야 할텐데요 ㅠㅠ 한국은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는데요. 아주 심할 때는 예약한 책만 대출할 수 있었어요. 그마저 경쟁이 치열해서 1분만에 마감되고 그랬거든요. 다행히 지금은 문을 열어 두어서 앉아서 읽지는 못 하지만 서서는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레삭매냐 2021-02-05 13: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런 도서관이라면 정말 가서
살림 차릴 판이네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오래
전에 읽고, 작년엔가 백 모 씨
프로그램 때문에 다시 읽다 말았네요...

<티끌 같은 나>는 저도 만나 보고
싶으네요.

단발머리 2021-02-05 17:01   좋아요 1 | URL
현재로서는 살림을 차려도 괜찮을 정도이기는 합니다. 첫 날 갔더니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특히 아이들 데리고 나온 어머님들이 많았습니다.

<티끌 같은 나>는 레삭매냐님이 저보다 먼저 읽으실 거 같아요. 왠지 그런 느낌이 듭니다^^

얄라알라 2021-02-05 16: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가서 살림차린다..이건 알라디너 사이에서 통하는 ^^

단발머리 2021-02-05 17:02   좋아요 2 | URL
알라디너 사이에서 통하는 고급 유머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서관은 사랑입니다^^

붕붕툐툐 2021-02-05 23:13   좋아요 2 | URL
도서관에서 살림차린다~ 고급 유머 장착하고 갑니다~ ㅋㅋㅋ
 
진주 - 장혜령 소설
장혜령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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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는 자전적 이야기이다. 민주화 운동을 했던 아버지, 그의 부재와 그가 없는 생활에 대한 기록이다. 출소한 후에도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어머니가 짊어져야 했던 삶의 고단함, 외로움 그리고 가난에 대한 이야기다.

 

다장르, 다매체, 혼합 언어 텍스트라는 김혜순 시인의 추천사처럼 이 책은 민주화 운동의 여러 기록을 그녀의 문장과 함께 나란히 품고 있다. 실제 책이 되어가던 중, 원고를 받아본 소설가 한강은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이 책은 에세이보다 소설로 이름 붙이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에세이를 초과하는 것들이 들어 있어서요. 그래서 전화했어요. (293)

 

 

읽는 내내 힘들었다. 대통령을 마음껏 욕해도 되는 이 시대, ‘민주화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오기까지의 피와 땀과 눈물과 희생을 다 잊어버린 이 세대에, 그의 아버지가 겪었을 고초와 고통을 엿보는 일이 힘들었다. 나 하나 고생하는 것은 괜찮지만, 나의 신념 때문에 가족들이 고생하는 것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이 슬펐고, 무능한 남편을 원망하는 아내의 마음이 뭔지 알 것 같았고, 남보다 더 서먹한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 촘촘히 쌓여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읽는 일이 쉽지 않을 때는 노트를 꺼내 한 장을 넘기고 빈 종이 맨 위에 이렇게 쓰곤 했다. 말하기를 통해 그녀의 고통은 극복될 수 있는가. 그녀의 고통을 지우는 방법은 토해내는 것인가.

 

간혹 글쓰기 책에서 글쓰기의 효용혹은 글쓰기의 효과에 대해 언급할 때가 있다. 해방으로써의 글쓰기, 자유롭게 하는 글쓰기, 자신의 힘과 목소리를 찾아오는 과정으로서의 글쓰기. 나는 글쓰기가 가진 힘에 대해서는 긍정하지만, 고백의 괴로움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기억을 재구성하고, 편집하고, 가공하고, 과거를 현실로 복원하는 과정의 고통이, 가슴에 품은 외로움 혹은 서러움보다 더 큰 것이라 혼자 가늠하고는 했다.

 

한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예단하는 것 자체가 몰지각한 일일 수 있겠지만, 나는 프리모 레비가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를 쓰지 않았다면 자살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더 나은 사람들이 죽고, 더 못 한 사람들이 살아남았다는 생존자로서의 죄책감과 과거를 복기하는 데서 오는 고통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생각했다.

 

 

고통을 기억한다는 건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슬픔을 어루만진다는 건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고통을 이기는 방법은 고백인가. 고통을 이기는 방법은 극복인가. 나는 노트에 그 문장들을 적었다. 고통을 이기는 방법은 고백인가. 고통을 이기는 방법은 극복인가. 답은 <작가의 말>에 있었다.

 


나의 이야기는 나의 삶이기도 했으므로, 나는 나의 삶을 외면하면서, 가슴속 응어리 같은 것이 까닭 없이 왈칵 쏟아지려 하는 때에도 슬픔을 냉소하면서, 멀어져가는 나의 존재를 묵묵히 일별하며 허깨비처럼 지냈다.


  시간이 지나면 잊힐 거라고, 괜찮아질 거라고, 삶은 그런 거라고 자신을 타이르려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내 안의 누군가가 그러한 삶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곳으로 가자. 그곳으로. 그 사람은 내게 진주로 가자고 했다. 나는 왜 그곳으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진주행 비행기표를 끊고 숙소를 결제하고 낯선 도시로 향했다. (279, 작가의 말)

 

 


나의 한글 공부와 관련이 있는 이 세상 유일한 사람인 엄마는 내게 한글을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했다. 엄마처럼 나도, 내가 누구에게서 어떻게 한글을 배웠는지 모른다. 어떤 힘,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나를 도와서, 나는 한글을 읽게 되었고 알게 되었고 쓰게 되었다. 장혜령의 소설을 읽으면서 나를 도왔던 그 미지의 힘을 생각했다. 그녀의 아픔과 고통과 외로움이, 그녀의 말과 목소리와 외침이 들려왔다. 내가 아는 말, 내가 이해하는 언어로 들려왔다.

 


나에 대해 쓴다고 해서 나의 이야기가 되지는 않는다.

나의 이야기는 당신을 향해 쓰이고, 당신에게 가닿음으로써 비로소 나의 이야기가 된다. 이제 그것을 알 것 같다. (294)

 


그녀의 이야기가 나를 위해 쓰였고 나에게로 와서 비로소 그녀의 이야기가 되었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 말해줘서, 멈추지 않아 줘서 그리고 이 소설을 써줘서 고맙다. 그녀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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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2-03 18: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멈추지 않고 계속 읽으시는 당신, 고맙고 (좀 얄밉습니다)

단발머리 2021-02-03 19:44   좋아요 1 | URL
고맙고, 감사합니다. 아주아주 많이요😘

2021-02-03 1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3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3 2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3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1-02-03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은 꼭 읽어줘야 하는데, 읽기가 쉽지 않다는 게 함정이에요..ㅠㅠ kbs라디오 문학관에서 정지아님의 <검은방>을 듣는 데도 몇 번을 끄고 싶었다는..ㅠㅠ

단발머리 2021-02-03 20:17   좋아요 2 | URL
전 진짜 읽기 힘든 작가가 한강이거든요. 근데 이 책 작가가 한강에게서 수업들었더라구요. 정지아님의 <검은방>은 처음 들어요.
붕붕툐툐님 못 들으시면 저도 못 들을 듯 해요 ㅠㅠ

붕붕툐툐 2021-02-03 20:24   좋아요 1 | URL
오~ 분위기가 한강 작가님이랑 비슷한가요? 그냥 내가 이리 편히 사는게 누군가 피흘린 희생 덕분인데, 난 평소에 암 생각없이 살았다는 부채감과 미안함 같은 거죠.. 근데 그 마저도 외면하고 싶어하니, 사람이 참..ㅠㅠ

단발머리 2021-02-04 16:58   좋아요 1 | URL
진지한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전 한강님 작품은 <채식주의자> 밖에 안 읽어봐서요. 저의 짐작일 뿐이지만요^^

2021-02-03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4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22598 2021-02-04 0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고향이 전라도인데, 중학교 때 그 당시 광주에서 학교다니셨던 선생님들이 본인이 겪었던 이야기를 계속계속 이야기 하셨어요....끊임없이.....이 작가와 비슷한 이유때문에 그렇게 하셨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단발머리 2021-02-04 17:06   좋아요 1 | URL
han님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광주가 가졌던 아픔과 고통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광주분들이 감당할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저희는 영화나 소설을 통해서만 엿볼수 있었는데 말이지요ㅠㅠ 그 선생님께서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이었다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ㅠㅠ

얄라알라 2021-02-04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han님 이야기하시니, 저도 중학교 때, 윤리(도덕이었나?) 선생님께서 수업은 조금 하시고, 베트남 참전 이야기, 차마 묘사하기 어려운 죽음의 과정 이야기를 자꾸자꾸 하셔서, 그 분 얼굴 체구, 음성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 있어요. 너무 큰 고통은 발화해도 뽑아내려해도, 안 지워지시는 거겠죠? 어른이 되고 나니, 조금 이해되지만 그 땐 괴기스러웠어요

단발머리 2021-02-04 17:15   좋아요 1 | URL
아.. 그 선생님도 트라우마가 있으셨던 걸까요? 사실 학생들은 그냥 듣는 입장일 수 밖에 없는데 ㅠㅠ 듣기만 하는 입장에서는 힘들수도 있었겠어요.

얄라알라 2021-02-04 17: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로 그랬어요. 슬래시 영화(?)라 하나요.....그런 묘사를 어린아이들에게 왜 하셨을까요?......

단발머리 2021-02-04 17:24   좋아요 1 | URL
어머나, 그건 좀 무섭네요 ㅠㅠ 어린아이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일 텐데요.
 
죽음은 두렵지 않다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전화윤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죽음에 관한 책. 간호대생 특강과 뇌과학 전문가들에 대한 취재 등을 인터뷰 형식으로 엮은 책이라 쉽게 읽힌다. 방광암과 심장 수술을 겪을 때의 일마저도 책으로 풀어내면서 일본 최고 전 방위적 지식의 소유자가 개인적인 문제조차 '독서'를 통해 어떻게 해결하고 이겨내는지 살짝 엿볼 수 있다. 자살, 안락사, 뇌사, 임사체험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다. 죽음, 이라는 피할 수 없는 주제에 정면으로 맞선 것은 좋았지만, 결론은 좀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제일 인상 깊었던 문단은 여기. 외국어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바친다. 





수업 방해와 학내 봉쇄의 연속에 반쯤은 휴교 상태였고 수업도 시험도 없던, 도쿄대학 개교 이래 가장 변칙적인 시대, 과격파 학생들이 야스다(安田) 강당에 운집해 기동대와 격렬한 공방전이 벌어진 시대였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평생 그렇게까지 공부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매일 공부를 하며(매일 그리스어로 플라톤을 읽고, 라틴어로 토마스 아퀴나스를 읽고, 독어로 비트겐슈타인을 읽고, 불어로 사르트르를 읽고, 아랍어로 코란을 읽고, 페르시아어로 루미를 읽고, 한문으로 장자 전집의 주석을 읽었다.) 매일 밤을 새워 그날 수업의 예습을 하는 일상을 반복했다. (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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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2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4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21-02-02 15: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다시 독어, 스페인어 시작할까요? 응?;;;;;;

단발머리 2021-02-04 17:18   좋아요 0 | URL
시작한다,에 1표!!!
독어에 1표! 스페인어에 1표!

감은빛 2021-02-02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걸 과연 인간이 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하네요.
한두개라면 그러려니 할 수 있을텐데.
세상은 넓으니 저런 천재가 있다면, 저 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있는 거겠죠.

단발머리 2021-02-04 17:19   좋아요 0 | URL
인간에게는 불가능하지만 다카시에게는 가능한 걸까요? @@ 영어문화권에서는 그래도 좀 쉬울텐데 일본인이라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psyche 2021-02-03 0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거 가능한 일인가요??

단발머리 2021-02-04 17:18   좋아요 0 | URL
가능한가봐요 ㅋㅋㅋㅋㅋㅋ 다른 건 몰라도 그리스어랑 라틴어는 정말 허걱입니다! 허걱!!!

2021-02-04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4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4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5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을 이렇게 세 권 빌렸다.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을 대충 훑어보고 느낀 건데, 나는 아직 인생을 뒤돌아볼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내 삶에 대해 어느 정도 솔직해야 할지, 어디까지 말할 수 있고, 어디까지 말할 수 없는지 아직은 모르겠다. 철모르는 사람이라 그런 거라 생각한다. 미뤄둬야 할 책이다. 『, 생과 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는 주위에 암 판정을 받은 사람이 부쩍 늘어서 빌린 책이다. 친구의 오빠와 언니, 가까운 선배까지. 줌 모임 중에 진지하게 암 보험을 권유하던 친구의 말이 오래도록 귀에 울린다. 하지만 역시나 목차를 본 후에는 읽기를 주저하고 있다. 알고 싶은 마음만큼 알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 알고 싶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사람은 참 묘한 존재라서 이해하기 싫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알고 싶지 않은 건, 끝내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죽음을 통해 사람은 이전과는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다. 자신의 몸을 조절할 수 없으며, 움직일 수 없고, 빠른 속도로 부패한다. 육체는 이렇게 티끌이 되어 결국에는 흙으로,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죽음을 육체와 영혼의 분리라고 여긴다. 사후세계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런 세계에서 새로운 출발을 상상한다. 나는 그런 세계, 그런 우주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죽음을 정면으로 다룬슬픈 불멸주의자』의 결론은 이렇다.

 


죽음과 타협하라.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은 무섭기는 하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용기, 연민, 그리고 미래 세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불어넣음으로써 삶을 숭고하게 만든다. 의미와 가치, 사회적 관계, 영성, 개인적 성취, 자연과 동일시, 순간적인 초월 경험을 자기 나름대로 잘 조합함으로써 영원히 지속될 의미를 찾으라. 이런 방도를 제공하는 문화적 세계관을 장려하고 불확실성 및 자기와 다른 신념을 품은 사람에게 관용을 베풀라. (345)

 


죽음과 타협하라. 그대로 받아들이라. 이런 주장은 모순적이다. 내가 죽었는데, 내가 이미 이 세상에서 사라졌는데, 그게 무슨 소용인가. 죽음은 선택할 수 없는 문제인데,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것인가. 영원히 지속될 의미가 내게 무슨 소용인가. 간디를, 보부아르를, 마거릿 애트우드를 기억하고 또 기억할 테지만, 이 세대가 지나고 나면, 인류가 멸망하면 그것이 또 무슨 소용인가. 내가 사라졌는데 그게 무슨 소용인가. 『이방인』에서 카뮈가 말한 그대로, 이러나저러나 내게는 마찬가지일 뿐이다.

















그 순간부터 이미 마리의 추억은 나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을 것이었다. 죽었다면, 마리는 더 이상 나에게 관심의 대상이 못 된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내가 죽은 뒤에 사람들이 나를 잊어버린다는 사실도 나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 일은 생각하기 괴로운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128)

 

저 멀리 사라져가는 그 애의 뒷모습, 눈치 없이 똑똑 떨어지는 눈물, 놓치고 싶지 않았던 따뜻한 손,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들, 약속과 다짐, 아껴주는 마음, 또 다른 나로서의 딸,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남자, 엄마 그리고 또 엄마.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나는 사라진다. 나는 사라져 버린다.

 


유기체는 알고리즘일 뿐이며, 진화의 단계 속에서 영혼의 등장을 확인할 수 없다는 유발 하라리의 말을 들어보자. 사피엔스의 종말을 예상해 보자.


 












우리가 아는 한, 순수한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삶은 절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인류는 목적이나 의도 같은 것 없이 진행되는 눈먼 진화과정의 산물이다. 우리의 행동은 뭔가 신성한 우주적 계획의 일부가 아니다. … 그러므로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부여하는 가치는 그것이 무엇이든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552)

 


이것이 죽음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는가. 아무런 목적,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인간의 삶. 그런 삶이 옳은가 혹은 그런 삶이 행복한가라는 질문과 상관없이 정말 그런 것인지 묻고 싶다. 우리의 인생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가. 우리의 사랑은 아무것도 아닌가.

 


암과 심장병, 두 차례의 대수술을 이겨낸 일본 지성계의 대표, 일흔다섯의 다치바나 다카시는죽음은 두렵지 않다』에서 무엇이라 말하는가. ‘임사체험은 뇌의 착각일 뿐이라는 주장과 언젠가는 죽는다(121)는 사실에 대한 언급과 뇌는 화학적 기계장치일 뿐(138)이라는 과학적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렇다면 더 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은가. 오랜 독서와 전 세계 전문가들과 만남과 취재, 뇌과학에 대한 연구를 종합한 결론은 무엇인가. 이제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하는 그 말의 근거는 무엇인가.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모르는영역은 새롭게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모름은 내가 죽음에 관한 철학을 공부하며 고민하던 젊은 시절의 그것과 사실 큰 차이가 없는 듯합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끊임없이 이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게 인간이라는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67)

 

결론은 모르겠습니다이다. 그는 젊은 시절에는 죽음이 두려웠지만, 이제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이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수수께끼이며, 인간에게 주어진 평생의 과제라 말한다. 이것이 그의 결론이다. 모르겠습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서 빌 브라이슨은 엄청난 수의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우리는, 죽은 후에 원소의 재활용을 통해 다른 존재로 만들어질 것(148)이라 말한다. 역시나, 원자의 결합으로서 존재했던 현재의 는 아무런 중요성을 갖지 못한다.

 

김상욱과 유지원의뉴턴의 아틀리에』는 같은 이야기를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말한다.

 


우리는 별에서 온 원자들이 우리 몸으로 모였다가 다시 흩어진다는 과학의 진실을 안다. 인간은 필멸이라도 인간을 구성하는 원자는 불멸임을 안다. 이 사실은 위안을 준다. 그러나 필멸의 생명이란, 원자들을 기계적으로 단순하게 조립한 장난감에 불과한 것이 아님도 안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주 속 유구한 생명의 흐름은 지속될 것을 알고도 개체의 소멸을 애도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134)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우리의 감각과 감정, 기억과 경험, 그리고 의식은 육체와 함께 소멸해 버리는 것인가. 현대과학의 결론처럼, 뇌는 작은 살덩어리일 뿐이며, 물질로서의 뇌가 의식을 만들어낸다는 것, 우리가 자아라고 인식하는 라는 개체 속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와 경험이란, 한낱 뇌 내부의 신경세포와 화학물질 간의 상호작용의 결과일 뿐이라면, 답은 한 가지뿐이다. 죽음이란 육체가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기능을 멈추고, 우리 몸의 일부였던 뇌가 더 이상 활동하지 않고 정지하는 것이다. 뇌의 속임으로 운용되던 자아라는 관념이 생명 정지와 함께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왜 사랑하는가. 왜 미워하는가. 왜 오늘을 살고 또 내일을 살아가는가. ‘죽음에 대한 책을 읽어갈수록 오히려 의문은 더 커져만 간다. 목적에 대한 나의 집착이, 의미에 대한 나의 갈구가 망상에 불과하다면, ‘라는 존재는 왜 살아있는가. 이렇게 거대하고 완전하며 아름다운 우주 속에 나는 그저 스쳐 가는 보이지 않는 티끌 같은 존재일 뿐인데. 나는, 왜 지금 살아있는 것인가. 이것은 신의 존재를, 하나님의 섭리를 믿는 나의 의견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이건 종교라는 문화의 한가지 형식에 대한 호불호만으로 결정하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 우리는 죽지 않고 살아있는가. 왜 그는 죽고 나는 살아있는가. 왜 그녀는 이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나만 남아있는가. 죽어야만 하는 운명의 나는, 왜 태어났는가. 그리고 죽을 것을 알면서,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지금 나는 왜, 살아있는가.


 

그게 답이냐고 묻는 것이다. 그게 정말 우리 삶에 대한 진실한 해답이 될 수 있느냐 묻는 것이다. 천국이 진짜라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정말 그렇게 믿느냐 묻는 것이다. 뇌는 1,400그램의 살덩어리에 불과하고, 우리는 이렇게 한 세상을 살다가 어쩔 수 없이떠나가는 존재에 불과하니, 현재를 즐기고, 욕심을 버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이라는 말이, 답이냐 묻는 것이다.

 

그것이, 죽음에 대한 답이냐고 묻는 것이다. 답이 될 수 있는가, 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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