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의 주인공은 마리아 미첼. 1847년 10월 첫째날 밤, 새로운 혜성의 발견으로 덴마크 국왕 메달 수상. 여성 최초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 1965년 배서대학 최초의 천문학 교수. 



마리아 미첼의 천재성에 대한 작가의 추론. 보기 드물 정도로 사랑이 넘치는 가정, 보기 드물게 박식한 어머니, 보기 드물게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딸의 교육에 열성적인 아버지. 



마리아 에지워스(선구적인 영국계 아일랜드 작가, 오귀스트 콩트가 편찬한 실증주의자 달력에 이름을 올린 몇 안 되는 여자 중 한 명)의 이름을 따서 딸의 이름을 지은 것은 순전히 독학으로 이루어낸 리디아 미첼Lydia Mitchell의 깊은 학문 수준을 생각할 때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다. 리디아는 낸터킷섬에 있는 읽을 수 있는 책을 모조리 독파한 유일한 인물이었다. 섬에 있는 두 공립도서관의 장서는 물론이고 도서관이라는 사치를 누릴 만큼 부유한 가문의 개인 장서에 이르기까지 섬에서 리디아가 손을 대지 않은 책이 없었다. 리다아는 심지어 도서관이 보유한 장서를 모조리 읽어치우기 위해 도서관 두 곳 모두에서 사서로 근무하기도 했다. (59쪽) 



도서관 책을 다 읽으려고 사서로 근무하셨다 한다. 매우 놀라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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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02-15 0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 사고 버텨야 하는데에......ㅠ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21-02-15 00:23   좋아요 0 | URL
전 샀어요....

수이 2021-02-15 06:17   좋아요 0 | URL
전 버텨볼 때까지는 버텨보기로........

blanca 2021-02-15 09:08   좋아요 1 | URL
ㅋㅋ 전 결국 샀어요. 대신 2월달 책 구입은 이것으로 끝이라고 선언.ㅋ 잘 되어야 할 텐데...

단발머리 2021-02-15 10:23   좋아요 0 | URL
난티나무님 / 성공하시지 못 할 것 같은 저의 불안한 예감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 / 지혜로운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수연님 / 그러지 말아요
블랑카님 / 블랑카님, 저도 그런 심정으로 구매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2-16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분 어서 오세요, 큰 책 읽으면서 멋진 여성들을 만나는 경험으로!

단발머리 2021-02-16 08:20   좋아요 0 | URL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단발머리 뛰어가는 소리)

- 2021-02-16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저기서 간증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체 출판계의 앓는 소리는 무엇이란 말인가 ㅋㅋㅋ

단발머리 2021-02-17 10:18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이에요. 여기 위에 댓글 다신 분들 39,600원짜리 거의 구매하신 듯 한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호박전은 너무 평범해서 맘에 안 들고 동그랑땡이 좋기는 한데, 한 번도 안 해 봐서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결정한 게 꼬치전. 소고기 산적이나 생선 살 같이 넣으면 좋겠지만 그것도 손이 많이 가서 패쓰. 재료 준비해놓고 보니 흡사 김밥 모드다. 작년 추석에는 나름 도전적인 요리법을 차용했더니 창의적인 모양이 탄생해 올해는 유투브에서 알려준 그대로 부침가루 한 쪽에만 묻히고 탈탈 털어 얌전히 계란물 입혔다. 나름 애썼다고 생각했는데 겨우 중간 크기 접시에 두 번 담아낼 정도다. 나는 왜 이렇게 손이 작으냐. 큰며느리 손 크다는 이야기 도대체 누가 지어낸 말이냐. 시댁에서 뚜껑을 열어본 동서(중학교 때부터 친구)가 작은 목소리로 형님, 사 왔어?” 물어보길래 이번에는 망치지 않았구나 싶었다.

 


장을 보고 와서 잠깐, 꼬치전 부치기 전에 잠깐. 후다닥 전 부치고 나서 마저 읽었다. 중간쯤에 잠깐 흐름을 놓쳐 아, 이럴 수가, 하고 스스로 조금 실망했는데, 책 뒤쪽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설에서 이런 구절을 읽었다. 큰 위로가 되었다.

 


나도 이 책은 몇 번이나 되풀이해 읽고 이렇게 번역까지 했지만, 그런데도 썩 순순히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 몇 군데 있다. 누가 줄거리를 요약해보라고 하면 꽤나 골머리를 앓는다. 아무리 봐도 나중에 억지로 갖다붙였지 싶은 헐렁한 설명도 있다. 물론 그것이 챈들러 소설이 본디 지닌 맛이라고 해버리면 그걸로 끝이지만, 아무튼 성가시다. (해설, 무라카미 하루키, 287)

 



잘 생겼고 키 크고 머리 회전이 빠르고 비 오는 와중에도 잘 달리고 미인의 유혹에도 의연한 사람을 알게 되어서 무척이나 즐거웠다. 새로운 남자를 만났고, 이제 그와의 시간이 펼쳐질 거라 생각하니, 약간은 두렵고 한편으로는 설렌다. 꼬치전은 추석에나 부칠 테니까 시간적 여유도 생겼으니 차근히 만나보겠다.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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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2-13 2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 이책 레이먼드 챈들로 아닌가요? 필립말로가 제목에 있는데 필립 말로 얘기가 없어서요. ㅎㅎ

단발머리 2021-02-15 10:24   좋아요 0 | URL
아하하... 작가는 레이먼드 챈들러이고요. 잘생기고 키크고 빗속에 달리기 잘하는 사람이 필립 말로입니다^^

난티나무 2021-02-14 0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 때부터 친구인 동서! 저는 형님과 동기간입니다.^^;;;;;;;

단발머리 2021-02-15 10:24   좋아요 1 | URL
어머낫!!!! 그러시군요. 난티나무님과 저는 할말이 엄청나게 많을 것 같지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치다 타츠루의 『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은 보라색 표지와 적당한 크기가 딱 내 스타일이라 바로 읽기 시작했는데, 머리말에서부터 목에 가시가 걸린 듯했다.

 


작년 즈음부터(책 출간을 기준으로) 한일간의 외교 관계가 왜 이렇게 악화되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고 적었다. 그리고는 어떤 사안에 대해 지나치게 단순한 해법을 찾으려는 태도에 대해 비판했다. 난 단순한 사람이라 명확하게 말하는 걸 좋아하지만, 사안을 단순하게 보고 판단하려는 태도 자체는 주의해야 한다고 믿기에, 잠시 생각해 보았다. 내가 일본인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괴뢰 정부가 아닌 민주 정부)와 절차에 따라 위안부 합의를 얻어냈고, 한국 정부의 안일함과 일본 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문구까지 합의문에 넣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뀐 한국 정부는 이전 정부의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위안부제도는 일본의 국가 범죄였음을 인정하는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가 없었고, 피해자 당사자인 위안부 여성들의 요구에 반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내가 일본인이라면. 그래, 의아할 수도 있겠다. 정부 간의 합의를 이렇게 뒤집어 버리다니. 일본인의 입장에서라면 이해될 수 있는 측면이 있겠(다고 생각하려 하)지만, 그래도 알만한 분이 이렇게 판단한다는 데에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책을 덮어 버렸다. 그래도 전작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가 너무 좋았기에어떤 글이 살아남는가』는 펼쳐보았고, 그리고 다 읽었다.


 

퇴임을 앞둔 시기의 강의를 책으로 묶은 것이어서 쉽게 읽을 수 있지만 다루는 내용 자체가 쉽지는 않다. 말과 글, 전자책과 종이책,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 하루키 문학이 세계성을 확보한 이유 등이 흥미로웠고, 7강 계층적인 사회와 언어 부분도 재미있었다. 인덱스 했던 문단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문단은 여기.

 


지금 우리 주위에 오고가는 언어의 대다수는 전해지는 언어가 아닙니다. ‘평가를 받으려는 언어도 아닙니다. 단지 나를 존경하라고 명령하는 언어입니다. 정말입니다. 세상에는 일정한 비율로 머리좋은 사람이 존재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내용은 다양하더라도 메타 메시지는 하나뿐입니다. 바로 난 머리가 좋으니까 날 존경하도록 해라는 것입니다. 메시지 차원에서는 충분히 의미가 있고 또 퍽 훌륭한 내용을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메타 메시지는 슬플 만큼 단순합니다. ‘내게 존경을 표하라’. 그것뿐입니다.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306)


 

인간의 모든 활동이 그렇지 않나 싶다. 인간의 삶이란 인정 투쟁을 위한 긴 여정이지 않은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메타 메시지는 오직 하나. 난 머리가 좋으니까 날 존경하라. 예전에 읽었던 문유석 판사의 글도 기억난다.

 


자학 취미가 있지 않고서야 숨기고 싶은 자기 위선과 추악한 치부 위주로 글을 쓸 사람은 없다. 어차피 글쓰기도 진화심리학적으로는 인스타에 셀카 올리기, 수컷 공작새의 꼬리 펼치기와 다를 바 없을 거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자기 장점을 어필하여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자원을 얻기 위한 투쟁이다. 인정욕구와 결부되지 않은 표현 욕구란 없다. 다른 점이라면 그걸 어느 정도로 노골적으로 하느냐, 세련되게 감추며 하느냐가 있겠지만, 더 중요하게는 자기가 지금 잘난 척하는 자신을 포장하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알고는 있느냐, 그것조차 모를 정도로 바보냐 정도일 것이다. (『쾌락독서』)

 


 

글쓰기가 주는 즐거움, 자기표현과 자기 해방의 즐거움을 넘어서서 그것이 전하고자 하는 단 하나의 메시지는. 읽기만 하지 않고 쓰고자 하는 심리의 맨 밑바닥에는. 길게 쓰려고 하고 재미있게 쓰려고 하고, 자꾸 고쳐 쓰는 성실한 습관의 이면에는.

 

메타 메시지가 있다. 나는 잘났고 그러니 나를 존경하라.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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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올리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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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가 아는 그 무엇을 말하고 있고, 나는 그녀가 뭘 말하는지를 알겠다. 대단한 소설이다.

벳시가 그리웠다. 오늘밤만 그런 건 아니었다. 올리브가 침대에서 코를 골며 누워 있는 동안 그가 앞쪽 포치에 나가 앉은 채 반쯤 취해 울던 밤이 -몇 밤— 있었다. 올리브 대신 벳시와 함께 있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밤에 올리브는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 그는 그게 (전적으로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P268

하지만 그런 밤에는 올리브가 스스로에게 빠져 있는 모습이 그를 지치게 했다. 그런데 그건 그가 듣는 대신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은 아니었는가? 그랬다. 잭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그런 면에서 자신이 올리브와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오늘밤 이런 슬픔 속에서도 올리브와 결혼한 것은 여러모로 멋진 일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이 여자와 노년을 함께 보낸다는 것, 너무도 올리브다운 이 여자와. - P269

"음, 헬렌은 부자야.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거하고 무슨 상관이 있지?"
마거릿이 밥을 쳐다보았다. "그게 사람을 자기중심적으로 만드니까, 밥. 나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묻지 않았어."
"수줍어서 그래, 마거릿. 불안해서."
마거릿이 말했다. "수줍어하는 게 아니야. 부자라서 그런 거지.
나는 처음부터 헬렌을 참을 수가 없었어. 아주 멋지게 매만진 머리에, 금귀걸이를 하고, 오, 밥. 그리고 헬렌이 그 바보 같은 밀짚모자를 꺼냈을 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어."
"밀짚모자? 마거릿, 그건 무슨 소리야?"
"내가 헬렌을 참을 수 없었고 헬렌도 그걸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 거야, 밥. 기분이 끔찍이 안 좋아." - P306

앤드리아는 ‘고백적인 시인‘이었지만, 올리브는 사람에게는 고백할 필요가 없는 것들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시에 ‘성난 버자이너‘라는 표현이 있었던 것이 이제 기억났다.) - P320

올리브가 말했다. "내가 그걸 잘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살다보면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잖아. 그건 좋은 의미도, 나쁜 의미도 아니야. 하지만 어쨌든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돼. 그러다 어느 순간 알게 되는 거지" - 올리브는 아까 커피를 가져온 여자가 있는 쪽을 향해 어깨를 으쓱했다—"자기가 더이상 아무 존재가 아니라는 걸. 엉덩이가 큰 종업원에게 투명인간이 되는 거지. 그런데 그게 자유를줘." 그녀는 앤드리아의 얼굴을 계속 살폈는데, 뭔가와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P325

날이 어두워지자마자 그녀는 작은 일인용 침대에 몸을 누이고텔레비전을 보았다. 뉴스는 놀라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리고그것이 그녀에게 도움이 되었다. 나라 전체가 지독한 혼란에 빠져 있었고, 올리브는 그것에 흥미를 느꼈다. 이따금 이 나라에서파시즘이 대두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내 어차피 나는 곧 죽을 텐데 무슨 상관이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430

이따금 그녀는 크리스토퍼를 생각하고 그의 아이들 전부를 생각하면서 그들의 미래를 걱정했지만, 그 문제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결국 모든 게 엉망이 될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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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1-02-08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아끼고 있는데... 아흑. 얼렁 읽어야겠다!

단발머리 2021-02-08 21:59   좋아요 2 | URL
전 스트라우트에게 빠져버렸답니다. 샤라라랑😘😍🥰

다락방 2021-02-09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마니아 1위 누구일까요? 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

단발머리 2021-02-09 08:53   좋아요 0 | URL
1위는 누군지 알겠고요 으르렁! 2위도 아는 사람이네요 으르렁! 😡😡😡

수이 2021-02-09 14:35   좋아요 0 | URL
제가 지금 스트라우트를 빌리러 도서관으로 향하고 있다는 정보를 전달해드립니다 오바

단발머리 2021-02-09 14:36   좋아요 0 | URL
뭐뭐 빌렸는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오바

수이 2021-02-09 14:43   좋아요 0 | URL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중이라 아직 뭐뭐 빌릴지 못 정한 1인이옵니다 오바

수이 2021-02-09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위를 빼앗길 것만 같은 위기감에 얼른 1위로 향해야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2-09 13:34   좋아요 0 | URL
제가 단단히 1위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움화화화핫

단발머리 2021-02-09 13:42   좋아요 0 | URL
이 분들...부지런한 분들이라 전 3위에 만족해야할 듯 합니다. 언강생심 3위가 어디냐?!? 하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 이야기가 너무 많으니까 일단 책 정리부터.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다시, 올리브』을 이제 막 읽었고, 몇 년 전에 『에이미와 이저벨』을 읽었다. 『My name is Lucy Barton』은 여기저기 들고 다니고 커피랑 사진 찍고 좋은 시간 함께했지만, 끝까지 읽지 못했고, 『Olive, Again』은 일단 준비해둔 상태다. 그녀의 책은 다 읽을 예정이다.

 

책 뒷면의 소개들이 괜찮다. 쇠락한 육식과 해진 마음에 깃드는 사랑. 아직은 내가 젊다고 생각한다. 머리 중앙에 흰 머리가 수북하고, 종잡을 수 없이 배가 나오고, 근래 눈 밑 주름이 자꾸 거슬리지만, 아직은 젊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아픈 데가 없고 무거운 물건을 불끈불끈 잘도 들고, 그리고 빠르다. 빨리 움직일 수 있다. 첫 번째 남편 헨리와 두 번째 남편 잭을 떠나보낸 후, 올리브는 혼자 쓰러져 죽을 뻔한 위기에서 간신히 살아난다. 메이플트리 아파트에 들어가 (올리브가 보기엔) 중늙은이들과 생활하다가 자신보다 훨씬 더 젊은 사람의 죽음과 마주한다. 죽음이 아주 가까이에 왔음을 알게 된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올리브도 죽음을 잊고 살았다. 그리고 불현듯 깨닫는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지금 내게도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메이플트리에서 올리브가 새 친구를 사귀는 과정이 너무 좋았다. 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고 학교에 다녔다. 지금 사는 곳도 자란 곳에서 가까운 곳이어서 초중고는 물론 대학교 친구들까지 만나고 싶은 친구들을 언제든 만날 수 있다. 경기도권에 사는 친구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1시간 이내에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살고 있다. 그런 친구들, 언제든 만나고 싶으면 만날 수 있던 친구들을 더는 만날 수 없다는 건 어떤 걸까. 친구들이 세상을 떠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상상할 수가 없다. 올리브처럼 내게도, 죽음은 멀리 있으니까. 저기 저 너머에 그 존재를 알고는 있지만 서로 터놓고 말하는 사이는 아닌, 그 정도 사이니까.

 


결혼에 대한 부분도 많은 생각을 불러왔다. 올리브가 잭과 결혼한다고 했을 때, 나는 온전히 그녀의 아들 크리스토퍼가 되어 올리브에게 물었다. 이해가 안 돼요, 엄마. 결혼을 왜 해요? 이 말이 어떻게 들리게 될지 모르겠다. 나는 결혼하기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또 결혼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이미 결혼했기 때문에, 해 보았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그렇다. 이미 결혼해 봤다면 그리고 그와 행복하고 즐거운 결혼생활을 누려왔다면, 왜 다른 결혼이 필요할까. 왜 다른 사랑이 필요할까. 일평생 사랑이 단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결혼은 한 번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잭과 올리브가 처음 몇 달 동안 밤마다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잠들고, 함께 8년을 지내고, 피오르를 보기 위해 오슬로행 비행기를 타고 오가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 올리브가 결혼한 건 정말 잘한 일이구나, 생각하게 됐다.    

 

 

부모님은 자주 싸우셨다. 부부간에 싸우는 일이란 대개 사소한 일이지만 또 그런 사소한 일에는 삶에 대한 태도가 담겨 있으니까. 아무튼, 부모님은 내내 싸우셨다. 지금은 나이가 나이인 만큼 예전처럼 활달하게 싸우시지는 못하고,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바꿀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분위기다. 요즘에도 종종 싸우시는데, 싸운 다음 날 엄마는 통화 중에 아빠에 대해 험담을 하신다. 생김새와 성격, 인생관이 아빠와 96% 일치하는 사람으로서 찔리는 구석이 많기는 하지만, 아무튼 엄마가 욕하는 사람은 아빠이니 그런가보다,의 심정으로 마음 편히 엄마 편이 된다.

 

시집가서 봤더니 시부모님이 싸우셨다. 우리가 가서 싸우시는 건지, 우리가 갈 때만 싸우시는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두 분도 자주 싸우셨다. 보통은 퉁명스럽고 신경질적인 말이 오가는 정도인데, 아무튼 가까이에서 관찰한 두 가정의 부부들이 성실하게 싸우시는 모습을 확인한 후로, 나는 부부란 자고로 죽는 날까지 싸우는 존재들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혹은 싸우기 위해 결혼했거나.

 


첫째를 낳고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는 시어머니께서 낮에 아이를 돌봐 주셨는데, 아이가 제일 먼저 말한 단어가 아빠였다. 전 세계에서 엄마는 공통어에 가깝다. 엄마(한국), 마마/(영어), 마마(독일어), 마마(중국어), 마마(러시아어). 근데 이 아이는 엄마가 아닌 아빠를 말했다. 나는 아직도 엄마보다 아빠를 먼저 말한 아이를 한 명도 보지 못했다. 한 명 그런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가 바로 우리 집 아이다. (시어머니의 반복 학습 때문일 거라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아무튼 아빠가 인생 첫 단어였던 첫째는 제 아빠를 좋아했다.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오면 아빠하고 놀고 싶어 해서 내게로 오는 일이 없었다. 참 좋았다. 둘째를 낳았는데, 이 애는 아빠를 더 좋아했다. 말 그대로 아빠에게 딱 붙어 있어서 별명이 아빠 껌딱지였다. 시간이 흘러 총각 소리를 듣는 요즘에도, 두 자리가 나란히 있어도 둘째는 꼭 아빠 위에 앉으려 한다. 둘째도 내게 안 와서, 참 좋았다.

 

둘째가 하도 제 아빠를 좋아하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자주 놀렸다. 너는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아빠, 내가 네 아빠랑 결혼해서 ***(남편)이 네 아빠가 된 거야. 아무 대답도 못 하던 둘째가 제법 머리가 굵어졌는지, 지난번에는 이렇게 응수를 하는 거다. 엄마, 근데 엄마가 아빠랑 결혼 안 했으면 나는 없지. 그래 맞아. 순순히 인정했다. 그래 맞아, 그렇지. 그러니까 나한테 감사해야 해. 내가 네 아빠랑 결혼했으니까 네가 태어난 거야. 그래서 네 아빠가 ***(남편)이 된 거고. 동의해서인지, 어이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둘째는 답이 없다.  

 


『다시, 올리브』를 읽는 중에 알라딘 이웃님의 리뷰를 읽었는데 촉촉하고 말랑말랑하니 너무 좋았다. 인생에 인연이 하나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지금 내 옆의 이 사람이 그런 소중한 인연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혼이 구시대의 유물인 것은 확실하지만, 무조건 나를 지지해주는 한 사람을 얻는다는 건, 또 그 나름대로 근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딸기는 이미 맛있는데. 알라딘 이웃님은 딸기를 생크림에 찍어 먹는다고 했다. 마트 생크림이냐, 제과점 생크림이냐 물었더니 친절하게 PB 생크림이라 알려준다.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그가 좋아하는 딸기와 생크림을 샀다. 딸기 먹는데 생크림이 왜 필요해? 라고 물을 것이 분명하지만, 내 마음의 달콤함과 부드러움을 표현하고 싶어서. 그래서 딸기랑 생크림을 샀다. 딸기를 생크림에 푹 찍어 먹으려고. 딸기를 생크림에 찍을 때는 푹 찍어야 한다. 그래야한다고 한다. 딸기를 생크림에 푹. 푹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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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8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8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8 1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8 1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8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1-02-08 19: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죠 너무너무!! 너무 좋죠!!
근데 단발머리님 왜케 책 많이 읽어요? 부럽게... 🥺

단발머리 2021-02-08 19:59   좋아요 1 | URL
왜케 많이는 아니에요. 오늘 긴긴 하루해가 가는 동안 전 겨우 이 글 한 쪽 쓴걸요🥺

붕붕툐툐 2021-02-08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리브를 읽은 사람으로서 페이퍼만 읽어도 어떤 느낌일지 감이 오네요~ 잭이랑 또 결혼을 하는구나.. 흐음~ㅎㅎ
단발머리님 행복함이 여기까지 전해져요~ 너무 좋당~😻

단발머리 2021-02-08 21:33   좋아요 1 | URL
원치 않게 제가 스포일러를 했나 걱정되네요ㅠㅠ 전 이 책 너무 좋았어요. 이제 올리브 키터지로 가려고요. 역주행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2-08 21:36   좋아요 0 | URL
오~ 노노노! 이 책은 내용 알아도 전혀 문제될 거 없을 듯 해요. 또 저는 아마도 안 읽을 거 같기도 하구용~ 왜 좋다는진 알거 같은데 제 스퇄은 아니었어욤^^

단발머리 2021-02-08 21:37   좋아요 1 | URL
아아아아아아아~~~ 그래요?!? 전 올리브 읽다 포기한 사람이었는데 이 책은 넘 좋았어요. 러브 삼종 나갑니다! 러브러브러브!!!

붕붕툐툐 2021-02-08 21:54   좋아요 0 | URL
앗! 올리브 읽다 포기하셨는데 이 책은 좋으셨다구요? 갑자기 또 귀 팔랑팔랑~👂👂

단발머리 2021-02-08 21:58   좋아요 1 | URL
네네네! 전 올리브 앞부분 읽고 집중이 안 되어서 포기했던 1인입니다. 이 책은 좋더라구요, 저는요.^^

다락방 2021-02-08 22:03   좋아요 1 | URL
단발님 역주행이었어요?!?!?!?!?!?!

단발머리 2021-02-08 22:16   좋아요 0 | URL
네네네! 전 올리브 키터리지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한 1인이었습니다. 안타까운 과거라고 할까요? 🙄

psyche 2021-02-09 0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빠‘를 먼저 말한 아이 저희 집에도 있습니다. ㅎㅎㅎ 어릴 때부터 아빠 딸이더니 지금도 아빠 딸이에요. 내게 안 와서, 참 좋았다는 단발머리님 말씀이 어찌나 공감이 가던지 한참 웃었네요.

단발머리 2021-02-15 10:26   좋아요 0 | URL
아니아니아니!! 아빠를 먼저 말하는 그런 친구가 있단 말입니꽈!!!
저의 솔직함에 프시케님 한 번 웃으셨다니 그저 기쁠 따름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21-02-09 1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빠˝ 먼저 말한 아이 우리집에 있어요. 우리 큰 아이요. 아이 낳자마자 제가 육아휴직 받아서 제가 주로 돌봤거든요.

둘째가 꼭 아빠 위에 앉으려고 한다는 부분도 우리 둘째랑 같네요. 몇 년 전에 제가 인스타에 그 얘길 올려거든요. 꼭 내 무릎 위에만 앉는다고. 이제 그럴 날이 얼마남지 않았을테니, 조금 불편해도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지 이런 식으로요. 최근에 작은 아이가 인스타 계정을 개설하고 제가 몇 년간 올린 모든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면서 그 글을 일었나봐요. 지난 주말에 제 무릎에 앉으면서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아빠, 내가 왜 맨날 아빠 무릎에 앉는줄 알아? 아빠한테 이렇게 기대앉을 수 있어서 편하거든.˝ 이러면서 저한테 몸을 기대더라구요.

단발머리 2021-02-15 11:32   좋아요 0 | URL
저는 ‘아빠‘ 먼저 말하는 아이 저희집 아이 한 명인줄 알았는데, 벌써 프시케님댁이랑 감은빛님댁까지 그런 아이가 세 명이네요. 댓글 읽다보니 아이가 정말 감은빛님을 좋아하네요. 그런 게 막 느껴져요.
무릎에만 앉는 날이 사실 길지 않다는 이야기는, 저도 남편에게 자주 하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