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는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성공회대 하종강 교수님의 강의를 듣다가 내 생각이 나서 연락하는 거라고 했다. 어머나, 하종강 강의를 들으면서 생각나는 친구라니. 너무 근사한 거 아닌가. 좋은 강의 듣는구나, 답했다. 친구는 다른 강의에서 헨리 조지가 나오면 또 내가 생각난다고 했다. 어머나, 진보와 빈곤. 헨리 조지를 들을 때 생각나는 친구라니,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이 친구는 나를 많이, 계속 좋아하는 친구다. 15년 전인가.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친구 집에 갔다. (그 지역은 조문을 집에서 받는 분위기) 일행이 나까지 넷이었는데, 서울에서 큰딸 친구들이 왔다는 이야기에 어머님이 우리를 맞으시는데, 내 두 손을 꼭 잡으시며 네가 **이니?” 하고 물으시는 거다. 어머님의 따뜻한 손과 반짝이는 눈빛을 보고 단번에 알았다. 친구가 나에 대해 어머님에게 어떻게 말했는지를. 기대와 기대와 또 기대감에 가득 찬 사랑의 눈빛.

 


내 친구는 비상한 기억력의 소유자인데, 이를테면, 4학년 때 구내식당에서 1학년 때 들었던 수업 내용에 관해 물으면, 수업 내용과 예시는 물론이요, 그 앞뒤로 선생님의 시답잖은 농담까지 기억하는 친구다. 기억의 쌍두마차 중 한 명이다. 진보와 빈곤이라니, 안 봐도 비디오다. 대학교 4학년 때 『진보와 빈곤』을 읽은 거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얼마나 아는 척에, 깝치고 다녔을까. 비상한 기억의 소유자이자 착한 내 친구는 헨리 조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때의 나를 긍정적으로기억해내고, 내게 말하는 거다. “그걸 지금에야 알아듣고 삽니다. ㅋㅋㅋㅋ, 비상하고 착한 친구여.


 

기억의 쌍두마차 중 다른 친구는 고등학교 친구다. 얼마 전에 카톡을 하다가(카톡 많이 하는 사람), 큰아이를 낳고 얼마 안 되어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왔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친구가 딸기를 사 왔다고 했는데, 친구는 딸기는 기억이 안 나고 아이 내복을 사 갔다는 말을 했다. 그렇다면 친구 말이 맞다. 왜냐하면, 이 친구는 기억의 쌍두 마차 중 하나니까. 이 친구의 기억은 무조건 옳다. 그래서 얼른, ‘그래, 딸기랑 아기 옷을 사 왔지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친구가 네가 복숭아를 너무 예쁘게 깎아서 깜짝 놀란 기억이 있어그러는 거다. 복숭아라. 나는 과일을 잘 못 깎지만, 복숭아는 그중에서도 워스트다. 사과, , 참외, 수박, 멜론과는 결이 다르다. 특히 말랑이는 최고의 난이도다. 이번 추석에도 동서가 복숭아를 이쁘게 깎고 있길래 복숭아이렇게 깎는 거지?”하고 물었더니, 동서는 응응.”하고 간단히 대답했다. 그런데, 친구가 그러는 거다. 네가 복숭아를 너무 예쁘게 잘 깎아서. 20년 전의 내가? 진짜? 그래서, 그 친구는 기억의 쌍두마차 중 한 명인데도, 나는 용감하게 말했다. “설마?”

 














최근에 읽었던생명이란 무엇인가』는 를 이렇게 정의한다.  

 




란 내 기억의 총합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도 두 가지 측면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아는 나와 남들이 기억하는 나. 친구들의 기억 속에 나는진보와 빈곤』을 읽고 복숭아를 예쁘게 깎는 사람이지만, 실제의 나는 지난번 이사 때진보와 빈곤』을 버렸고 (후회막급), 아직도 복숭아를(다른 과일도) 볼품없는 모양으로 내놓는 사람이다. 어떤 게 진짜 나일까. 어떤 모습이 진짜 내 모습에 가까울까.  

 

기억을 다운받아 그것이 물질적인 형체를 갖지 않은 채 데이터 형식으로 우주를 유영한다면, 혹은 디지털 공간에서 영원히살아간다면, 그걸 나의 현존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육체 속에 갇혀 있어야만,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 존재여야만 라고 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가 나일까. 어디서부터 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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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1-06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 친구와 어떤 이야기를 하다 같은 상황에 기억이 서로 다르게 앉아 있다는 사실에 서로 깜짝 놀라곤 하죠. 내가 기억의 총화라고 한다면 그 기억은 나의 기억이 아니라 타자의 기억일 가능성이 더 큰 거 같아요. 망각도 기억의 한 방식이죠. 어떤 일은 감쪽같이 망각하곤 없는 일이 되어 있는데 타인의 기억 속엔 살아 있으니 지울 수 없지요. 자신의 기억에 없다고 해서 없는 일이 아닐텐데 말이죠. 더구나 변조된 기억은 어떡하나요. 단발머리 님 페이퍼대로 진짜로 나는 무수하더라구요. 세상 사람 수만큼이나. 어떤 나는 맘에 들기도 하고 어떤 나는 한 대 때리고 싶고요 ㅎㅎ

단발머리 2021-11-06 17:55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말씀 너무 공감되고 동의합니다. 더 정확한건 타자의 기억 같아요. 전 이불킥을 자주 하는 사람이기는 한데, 타인의 기억 속에 나는 그렇게 큰 자리를 차지하지는 않더라구요. 생각보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한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훨씬 더 자유롭게 느껴지기도 하구요.
타인의 기억 속의 나와 진짜 나를 비슷하게 맞춰가는게 좋은 것 같아요. 전, 타인의 기억 속의 저를 쪼금 더 좋아하기는 하지만요.
 
제2의 성 을유사상고전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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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 음악, 독서도 하나같이 똑같은 역할을 한다. 일하지 않는 여자가 그런 것에 전념하는 것은 세계에 대한 자기 세력을 넓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다. 미래를 열지 않는 행동은 내재의 공허 속으로 다시 떨어진다. 한가한 여자는 책을 읽기 시작하다가 집어던지고, 피아노를 열었다가 다시 닫는다. 자수를 다시 집어 들고는 하품을 하고, 결국에는 전화 수화기를 든다. 그녀는 확실히 사교 생활에서 가장 쉽게 도움을 구한다. 외출하고 방문하고 손님 접대에 - 댈러웨이 부인처럼 - 엄청난 중요성을 부여한다. 그녀는 모든 결혼식과 장례식에 참석한다. 더 이상 자기 생활이 없으므로 타인의 존재에 기대어 살아간다. 교태 부리는 여자에서 수다스러운 여자가 된다. 그녀는 관찰하고 논평한다. (813)

 


이 부분을 읽고 친애하는 알라딘 이웃은 이렇게 적었다. “아마츄어로서의 읽고 쓰기를 하는 여성들에 대해서 언니가 일갈할 때 심장에 수류탄 넣어주시는 줄 알았다. 아주 그냥 제대로 갈기갈기 찢어졌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집어 던질뻔도.” 보부아르를 인생의 등불이라 칭하는 착한 성정의 이웃님이 전해오는 이 놀랍고도 불쾌하며 정당한 감정. 나도 비슷하게 느꼈다. 여성의 취미 생활에 대한 저평가. 가정에 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의 이해 부족. 엘리트주의. 아마추어에 대한 냉소. 하지만 보부아르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왜 그렇게 말했는지에 대해선 이해한다. “대학에 가라. 학위를 따라. 직업을 가져라고 말했던 베티 프리단의 주장도 겹쳐 보인다. 봉사 활동마저 사교 활동의 연장으로서 이해되는 환경에서 직업’,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가질 것을 강조한 이유를 이해한다. 다만, 그녀들이 돈 벌러 나갔을 때 그 집 아이들을 돌보았던 흑인 여성들, 3세계 여성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저임금 등의 불합리한 처우에 대해서는 또 다른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여성의 요구는 팽크허스트Pankhurst 일가가 런던에 여성사회정치연맹 Woman Social and Political Union'을 창설한 1903년경에 특이한 국면을 맞았다. 이 연맹은 노동당에 가담하고, 과감하게 전투적인 활동을 펼쳤다. 여자들이 순수하게 여자의 자격으로 확실하게 노력하는 시도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것이 영국과 미국의 '여성 참정권을 주장하던 여성들’ 의 모험에 특별한 흥미를 더해 주었다. 그녀들은 15년 동안 여러 면에서 간디의 태도를 연상시키는 압박 정치를 주도했다. 폭력을 거부하면서 다소 교묘하게 그 대용품을 고안해 냈다. 그녀들은 자유당 집회 동안 "여성에게 투표권을"이라는 글이 쓰인 깃발을 휘두르면서 앨버트 홀에 침입했다. 애스퀴스Herbert Henry Asquith(1852~1928)의 사무실에 밀고 들어가거나, 하이드파크나 트래펄가 광장에서 집회를 열거나, 현수막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거나 강연회를 개최했다. 시위 도중에는 소송 사태를 유발하기 위해 경찰을 모욕하거나 돌을 던지며 공격했다. 교도소에서는 단식 투쟁을 벌였다. 기금을 모으고 그녀들 주위로 수백만 명의 여자와 남자를 결집시켰다. (202)

 


참정권 투쟁의 역사는 전투적이다. 좋은 말로. 좋게좋게 말했을 때는, 아무도 여성의 말을 들어주지않았다. ‘과격한투쟁이 이어질 때야 비로소 상대방은 묻기 시작한다. ”?”, “왜 그러는 건데?”

 

답은 정치에 있다. 얼마 전에 의붓딸을 12년 동안 343회 성폭행하고 낙태까지 종용했던 의붓아버지에 대한 판결이 났다. 25. 고작 25년이라니. 9살의 나이부터 현재까지 지옥을 살았을 그 아이의 삶은 무엇인지, 그 삶에 대한 일말의 고려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021 11 2), 아이가 사정을 털어놓았던 사회복지사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집에 보내지 않자 면사무소를 찾아가 갖은 욕설과 폭언을 하고 현관문, 유리창을 부수고, 사회복지사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도의 욕설을 담은 문자메시지, 음성메시지를 보냈다. 폭력적인 피의자에 대해 아이가 현재도 느끼고 있을 공포심에 대해 사법부는 뭐라 말하는가. 25년이라니.

 

더 강력한 처벌이 어떻게 해야 이루어질 수 있는지 생각해본다. 판사들은 소극적이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 한계 내에서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형량을 내린다. 그렇다면 법을 바꿔야 한다. 입법은 국회의 영역이지만, 푸른 꿈을 안고 국회에 입성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너무 작다고 말한다. 성범죄에 대한 더 강력한 처벌을 규정하는 법을 발의하면, 같은 당의 의원 중 공동 발의할 의원을 모아야 한다. 그다음에는 그 당의 의원들을 설득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상대 당의 일부 의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다. 결국은 정당이다. 여론 환기와 법 개정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국민적 관심 속에 법 제정을 추진할 곳은 정당뿐이다. 판결에 분통이 터진다고 마냥 기다릴 일이 아니다.

 



여자가 자신을 위해 자신에 의해 살게 될 때, 그때 여자는 완전히 한 인간이 될 것이다. (379)

 


자신을 객체로 보는 나 자신의 시선에서 벗어나 주체로 살아가야 한다고 다짐한다. 페미니즘 책을 계속 읽어오고 있지만, 이번에 이 책을 다시 읽는 시간은 좀 달라서 마음이 복잡했다. 친구들과 댓글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로운 걸 많이 배웠다.

 

대학교 4학년 때 친해진 친구 세 명은 학교를 졸업하면서 바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나와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인 건 분명한데, 친구들은 세 명 모두 장학생. 공부할 마음도 공부할 실력도 안 되는 나인지라 그때는 고민하지도 않았는데,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나니 그때의 결정이 아쉽고 후회가 되기도 했다.

 

더 공부하지 않은 혹은 공부하려고 하지 않았던 과거의 나로 돌아갈 수는 없다. 혼자여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이게 맞는 걸까 고민되는 시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친구들의 댓글을 읽으면서 얻은 가르침은 대학원에서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함께 텍스트를 읽고 그 너머와 이면에 관해 이야기하고, 말하지 않은 혹은 말할 수 없는 행간을 이해하는 당신. 지혜로운 당신 그리고 또 멋진 당신이 여기에 있다.

 



내게 가르침을 주는 당신이 바로 내 스승이다.

내 친구 당신이, 내 스승이다.

나의 소중한 친구이며, 또한 나의 큰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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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11-05 11: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태그에 눈물이 핑 도네요. 혹시 나인가, 라고 생각하는 바로 당신이라니.

저도 과거의 제가 왜 공부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수시로, 자주 생각해요. 그 때 공부 열심히 했다면 내가 완전히 다른 미래를 펼쳐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에 대한 생각도 하고요. 지금 이런 후회와 마음가짐이라면 최종학력이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고 단발님께 박사 친구 되어줄 수도 있었을텐데... 하아-

그렇지만 저 역시 단발님이 쓰신 이 글처럼 좋은 친구들을 스승으로 두고 있습니다. 같이 책 읽으면서 그리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알게 되고 또 깨닫게 되는 것들이 많아요. 어쩌면 제 인생에는 학창시절 공부 대신 좋은 벗들이 주어진건지도 모르겠어요. 주기적으로 대학원을 갈까말까 고민하다가 가지 않는 지금의 제가 되었지만, 우리 서로에게 벗이 되어주고 스승이 되어줍시다, 단발머리님.

늘 드리는 말씀이지만, 단발머리님은 지금 최고로 멋져요. 그걸 잊지 말아요!

단발머리 2021-11-05 13:18   좋아요 3 | URL
더 공부했다고 뭐가 달라질건가 (제 주위의 숱한 고학력 여성들) 하는 생각과 더 공부했다면 달랐을거야, 하는 생각이 항상 막상막하입니다. 다락방님이 저의 박사 친구여도 너무 좋았겠지만(하이! 닥터 리!) 작가 친구여서 괜찮습니다.
박사 보다 작가 아니겠습니까!!!

고미숙 선생님이 서로에게 친구이며 스승인 사람들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셨잖아요 (책에서). 생각보다 로맨스의 기간은 짧고 또 아.... 짧죠. 지금 함께 공부하고 이야기나누고 힘을 주고 파이팅을 외치는 친구들이, 새로운 가르침을 주고,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해주는 친구들이 제게 스승입니다.

혹시 나인가,라고 생각하는 당신이 바로 제 친구이고, 바로 저의 스승입니다.

- 2021-11-07 18:41   좋아요 1 | URL
저는 지금하는 공부가 제일 재밌고, 과거의 공부안한 저를 후회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페미니즘 공부가 재밌는 이유는 바로 과거의 제가 해댄 수없는 헛발질들 때문입니다. 공부가 재밌어진 이유가 과거에 공부를 안했다는 반성이기에 ㅋㅋㅋㅋ 만약에 공부를 했다면 정작 지금은 공부 안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ㅋㅋㅋ)
반칠십에 생긴 공부에 대한 욕심은 스승이며 친구인 그대들 덕분입니다. 사.....사라...사탕합니다...!

그레이스 2021-11-05 1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멈칫했는데, 시대적 사유때문인걸로 이해하고 넘어갔어요^^
아마 지금이었으면 다른 말을 했을지도...
성취, 사회적 성공을 통해 주체로서의 삶을 인식했던 시대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보부아르 역시 어떤 부분에서는 동일성을 벗어나지 못했겠죠.
그것의 시대를 사는 지식인의 한계인듯요

스승에 관한 문장 동감입니다

단발머리 2021-11-05 12:42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성취와 사회적 성공에 대해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죠.
또 이후에 그런 측면만을 강조했을 때 여성에게 주어진 이중, 삼중의 노동이 있었음도 분명하구요.
한계를 넘어서고 또 현재에 맞게 고쳐나가야 한다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친구들과 알라딘 이웃님들이, 저의 스승입니다^^

2021-11-05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05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05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21-11-05 12: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자신에 의해, 라는 말에 적극 동의 동감합니다 단발머리 님

단발머리 2021-11-05 12:50   좋아요 3 | URL
네 맞아요. 자신에 의해, 자신의 힘으로, 노력으로. 저도 적극 동의합니다!

유부만두 2021-11-05 13: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보부아르 읽으면서 (네 읽고는 있습니다) 영화 ‘서프레제트‘를 챙겨 봤는데요, 배우들 좋은 연기와 이야기가 너무 매끄럽고 우아하게 슬퍼서 그 과격함이 순화된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 시절 내가 그 곳에 있었더라면? 하는 질문에는 마음이 많이 복잡해지고요. 보부아르의 책은 (전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절 ‘공부‘하게 만드는 책이에요. 쫌만 기다려주세요. 거리의 은행알이 다 터지기 전에 제가 완독을 해보겠습니다.

단발머리 2021-11-07 23:04   좋아요 0 | URL
보부아르 읽으면서 서프레제트 보기, 너무 좋은 계획이네요. 그 시절 그 곳에 있었다면, 용감하지 않았을 거 같아서.... 전 아직 그 영화를 못 보았는데, 그래도 봐야겠지요.
이것저것 챙겨서 보시면서, 보부아르 평전도 읽으시면서 부지런히 읽고 계시네요. 은행알이 천천히 다 터지기를요^^

책읽는나무 2021-11-05 14: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인용문...딱 저 인용문!!!!
저도 인용할 뻔했던 딱 저 인용문!!!
몇 달전부터 그림과 피아노 둘 중 하나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고 강렬한 의지가 불타 올라 미술 학원이랑 피아노 학원 앞을 기웃거리고 있었거든요.차마 시작하고픈 용기는 안나.....미루고 있었죠.
헌데....저 인용문에 순간 얼굴이 확 붉어지면서...책 덮었죠!!!
그림이나 자수등의 작품들을 그저 수공예품이라고 일갈하는데....하~~
아마츄어 여성작가들을 폄하 할때도 하~~
보부아르님도 선입견이나 고집이 상당하시겠다!! 생각 했습니다.
그래서 결정을 했죠.
그럼 수채화 대신 아크릴화로~
피아노 대신 바이올린으로~
음악 대신 체육???
독서 대신....대신....????
독서는 대신할 게 없네요??
그럼 다시 독서로 돌아오면 되겠죠ㅋㅋㅋ
마지막 문구는 눈물 흘릴 뻔 했어요.
단발머리님의 스승이 될 수 없어 아쉽다고 운 건 절대 아니에요.ㅋㅋㅋ
오늘도 많이 배워 갑니다.
가르침은 단발머리님이 주셨어요^^

단발머리 2021-11-07 23:08   좋아요 1 | URL
일단 저로서는.... 피아노 배우기랑 그림 배우기 모두 추천드리고 싶어요. 저는 취미가 직업만큼 중요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열망까지 있으시다면 더 미루실 필요가 없습니다!!!
저 인용문 그대로 한 적도 있어서 말이에요, 저는요. 그래서 싫었습니다만.... 하....
설렁설렁이 아니라 프로의식을 갖을 것에 대한 충고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아무것도 독서를 대신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제일 쉽고 간단하고 상대적으로 돈도 덜 드는 최고의 놀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책나무님 저의 스승이에요. 책읽기도 그렇고, 아이들 키우는 것도 그렇고, 김치(특히 총각무) 담그시는 것도 그렇고요.
제가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해요, 책나무님!!!

붕붕툐툐 2021-11-05 22: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너무 멋지셔요~ 북플에서 이렇게 멋진 분들의 대화를 읽을 수 있다는게 넘 행복하네용~😍

단발머리 2021-11-07 23:09   좋아요 1 | URL
멋지다고 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제게 주신 멋짐 모두 모아 툐툐님께 반사!!!

라로 2021-11-06 13: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보부아르 시작했어요. 넘 뭘 몰라서 이렇게 뒤늦은 시작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일찍 시작하신 단발머리님과 같은 분들이 제 스승입니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이렇게 좋은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단발머리 2021-11-07 23:11   좋아요 1 | URL
보부아르 읽기 시작하셨군요. 라로님 바쁘신대도 독서에 진심인 모습 항상 보기 좋아요.
스승이라니 가당치 않습니다. 부족한 글인데도 읽어주셔서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마찬가지로 우울증도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이들은 그것에 저항하거나 이겨 내는 힘이 있는 반면 어떤 이들은 꼼짝없이 휘둘린다. 유약하고 순종적인 사람을 무너뜨리는 우울증을 고집과 자존심으로 이겨 내는 사람도 있다. (31쪽) 




나는 이 문단을 만나려고, 읽으려고 이 책을 읽었던 게 아닌가 싶다. 어떤 사람은 우울증에 더 취약하다는 것. 우울증의 극복은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 관심 있는 두 세 챕터만 읽어보고 마무리할 것 같다. 완독은 언감생심. 





그레이엄 그린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따금 나는 글을 쓰거나작곡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인간의 고유한 광기와 멜랑콜리, 돌연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궁금해진다. - P10

삶은 슬픔을 내포한다. 우리는 결국 죽게 될 것이고, 각자 자율적인 육체의 고독 속에 갇혀 있으며, 시간은 흘러가고, 지나간 날들은 다시 똑같이 되풀이되지 않는다. 고통은 무력한 세상의 첫 경험이며 평생 우리를 떠나지 않는다. 우리는 안락한 자궁에서 떨어져나오는 것에 대해 분노하며 그 분노가 사그라지기가 무섭게 세상의고뇌가 그 자리를 메운다. 내세에서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약속을 믿는 사람들이라도 현세에서 고통받는 걸 피할 수 없다. 예수 자신도 비탄에 젖은 자였다. 우리는 완화제들이 계속 증가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느끼지 않을지 결정하는 것도 더 쉬워졌다. 그런 회피 수단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불가피한 불쾌함도 점점 줄고 있다. 그러나 약학계의 열띤 주장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은 우리가 자신에 대해 의식하는 존재인 이상 완전히 없앨 수 없다. 기껏해야 억제할 수 있으며, 현재 행해지는 우울증치료의 목적은 억제에 머물러 있다. - P18

그것은 오로지 은유와 우화로만 설명될 수 있다. 성안토니오는 사막에서 허름한 옷을 입고 찾아온 천사들과 화려하게 치장한 악마들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었냐는 물음에 그들이 떠난후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대답했다. 천사가 왔다가 떠나면 그의 존재로 인해 힘이 솟고 악마가 왔다 떠나면 공포에 사로잡혔다는 것이다. 슬픔은 우리에게 강하고 분명한 생각들과 자신의 깊이에 대한 이해를 남기는 허름한 옷차림의 천사다. 그리고 우울증은 우리를 겁에 질리도록 만드는 악마다. - P19

나는 앞에서 우울증은 탄생이며 죽음이라고 했다. 탄생하는것은 덩굴 식물이다. 죽음은 곧 자신의 붕괴, 가지들의 부러짐이다.
처음 사라지는 건 행복이다. 그 무엇에서도 기쁨을 얻지 못하게 된다. 그것은 중증 우울증의 주요 증상이다. 그리고 곧 다른 감정들이행복의 뒤를 따라 망각에 이른다. 우리가 일찍이 알고 있던 슬픔, 우리를 여기까지 인도해 온 듯한 슬픔, 유머 감각, 사랑에 대한 신념과사랑하는 능력. 그렇게 모든 것들이 걸러져 나가면 스스로에게도멍청이로 보인다. 원래 머리숱이 적었다면 더 적어지고 원래 피부가 나빴다면 더 나빠진다. 자신에게조차 역겨운 냄새를 풍기게 된다. 다른 사람을 믿거나 감동하거나 슬퍼하는 능력도 잃는다. 결국빈껍데기만 남는 것이다. - P24

생물학적 취약성을 지닌 사람들에게 최선의 방어책은 외적인 굴욕들을 흡수하고 최소화하는 ‘행복한 결혼 생활이다. 조지 브라운은 이렇게 인정한다. "사회심리적 변화가 생물학적 변화를 만든다. 다만 취약성은 반드시 먼저 외적인 사건에 의해 자극을 받아야 한다." - P100

… 우울증이라는 병은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1년 이내 재발률이 80퍼센트에 이르며 약물치료를 하면 회복률이 80퍼센트입니다." 국립정신건강연구소의 로버트 포스트도 같은 의견이다. "사람들은 평생 약에 의존하는 것의 부작용에 대해 걱정하지만 그 부작용은 미미하다고 볼 수 있어요. 우울증을 방치하면 치명적인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지요.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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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3 09: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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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성 을유사상고전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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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세어보니 이번에 이 책을 읽기 전에 2의 성이라는 태그를 달아 썼던 글이 30개가 넘는다올해의 책여성주의의 고전이런 페이퍼에 책링크만 붙여도 개수로 세지기는 하지만여기저기 다른 책을 읽다가도 금방 소환되는 책이기는 하다.

 

이번 2회독 말미에는 예전과는 좀 다르게 읽힌다고 느꼈다. 뭐랄까. 분노나 슬픔, 혹은 당혹스러움보다는 짜증의 감정이 주를 이뤘다. 예를 들면, 여성주의 책을 읽으면서 100번도 더 들었을 여성의 예속이 좀 더 날카롭게 들렸고, 이런 문장들.

 



여자는 기생충처럼 남자가 먹여 살린다. (677)



결혼은 여자를 사마귀 암컷으로, ‘거머리, ‘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결혼의 형태를 바꾸고 여성의 조건을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677)

 


한 페이지에 여성과 관련된 단어가 기생충, 사마귀 암컷, 거머리, 일 때, 그런 사실 판단이 이번에는 적잖이 부담스러웠다. 페미니즘을 대하는 혹은 바라보는 내 위치에 관해 자주 생각한다. ‘남녀평등’, ‘여성주의’, ‘페미니즘에 대한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남자이건 여자이건 적어도 한가한 소리로 들리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잖이 내 이야기는 뜬구름 잡는 한가한 소리로 들릴 수 있다는 걸 안다. 나는 결혼이라는 제도 속으로 들어왔고, 어찌 되었든 현재 사회적 계약 관계에 의한 노동을 하지 않는 전업주부니까. 나의 상황이 그러하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고 자주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의 위치가 기생충과 거머리라는 걸 확인하는 건 즐겁지 않다. 후회에 바탕을 두어 오늘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과거를 통째로 지울 수 없는데 어떻게 오늘을 다시 만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에이드리언 리치가 말하는 아이 없는 여성에 대한 감사’,  아이 없는 여성들의 연구와 학문 덕분에, 우리가 여성으로서 정신적인 영양실조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215), 보부아르의 『처녀 시절』을 보란 듯이 들고 다녔던 일본의 작가 사노 요코가 아이를 낳은 후에는 보부아르를 무시할 수 있었다는 말, ‘그래, 그래 너 잘났다. 자식이 없으니 그렇게 말할 수 있지. 나는 사는 게 힘들어. 일상이 힘들면 생활이 철학이 돼.’라는 그 말에도 동의할 수 있다. (『문제가 있습니다』, 164)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에이드리언 리치가 아니라 사노 요코의 말을 되뇌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단순하고 명랑하며 매사에 긍정적인 내가 혹 아픈 건 아닌지, 최근에 스트레스받은 일이 있었는지 따져 보기도 했다.

 


페미니즘 읽기와 공부로도 연대할 수 있다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지만, 나의 예속이 결혼과 경제활동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이상, 기생충과 거머리의 반복을 확인한 이상, 더는 이대로는 있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이혼하고 싶지 않고 이혼할 생각도 없기 때문에 결혼이라는 굴레 혹은 울타리에서 벗어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돈벌이를 해야 한다는, 그것이 진정한 여성 해방의 첫걸음이라는 깨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통이 오래갔다. 환희에 차기에는 부담스러운, 나 자신의 책임을 일깨운 독서 시간이었다. 후련하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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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0 18: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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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0 19: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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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0 19: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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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0 19: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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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10-31 11: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분량으로도 내용적으로 힘든 제2의 성을 완독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단발머리님.

우리 지난번에도 여러 차례 이야기 나눈 바 있지요. 저는 한 여성이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다른 여성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그렇게 굳이 내가 어떤 사람이다 말하지 않아도 여성주의적 실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발머리님이 지금 계신 자리에서 지금처럼 가족들과 살아가고 또 개인적으로 독서도 하면서 이렇게 글을 써주시는 것만으로도 단발머리님은 최선을 다해 삶에 몰두하고 계신다고 저는 생각해요. 한 여성이 자신의 자리에서 잘 살아가는 것, 그게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며 또 기본적인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늘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단발머리 님!!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단발머리 2021-10-31 20:53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번에 읽을 때는 저번과 달라서 여러 생각이 많이 떠오르더라구요. ‘한 여성이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다른 여성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여성주의적 실천이 될 수 있다‘는 다락방님 말씀이 위로로 다가오네요. 독서와 글쓰기가, 게다가 우리 알라딘 같은 변방에서의 쓰기가, 세상에 대한 혹은 대항하는 특별한 의미를 만들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는 해요. 이번에는 더 개인적으로 느껴져서 복잡한 맘에 보부아르를 원망하고 말았네요.

다락방님이 계셔서,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모임이 있어서 너무 좋아요. 그리고 항상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1-10-31 1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까 좋아요! 누르고 밥 먹고 이제 댓글 달러 왔네요..주말이라 더 바쁘네요ㅋㅋㅋ
단발머리님의 그 느낌적 느낌!!
저도 공감되는~~^^
헌데 다락방님의 댓글을 읽으니 아...그렇구나!!!또 공감되는!!!
이러다 공감만도 백 번 하고 가겠어요.

저도 읽으면서 비수처럼 날아와 꽂히는 문장들이 많아서 살짝 야단 맞는 듯한 기분도 들더라구요???
자존감 현저히 떨어져 한숨도 절로 나오고...좀 혹독한 책임에는 분명했던 것 같아요.
기혼여성들의 결혼생활편은 읽고 나서 감정이 너덜너덜~~ㅜㅜ
그래도 며칠 고민해 봤지만...어쨌든 우리는 계속 발전해 가며 살아가야 한다는 거죠!!
우리는 계속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며 키워야 하고,가정이 잘 굴러가도록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 엄마이자 아내인 여성들인 거죠!!
사노 요코의 책도 읽어 보면 아주 진보적인 여성임에 틀림 없어요.어떤 면에선 사노 요코가 아주 합리적인 삶을 산 것 같아 보이기도 하구요..여러 똑똑한 여성들의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그래서 좀 더 똑똑한? 결론을 내려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영위해 나갑시다.
우리 그러니까.....결론은....
오래 오래 살아요.(참 희한한 결론이로다???)
주말 평안하게 잘 보내시구요~
사랑많은 단발머리님으로 빨리 뵙고 싶네요ㅋㅋ

단발머리 2021-10-31 23:39   좋아요 1 | URL
저도 특히 ‘기혼여성들의 결혼생활’이 좀 힘들었어요. 저의 고민은 오래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번의 <제2의 성> 읽기는 좀 다르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현실을 인식하면서도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다만 오히려 이런때 용기가 안 나고 더 움츠려들고 그러네요. 따뜻한 말씀, 그리고 격려의 말씀 감사해요.
오래오래 살아서 알라딘 폭풍 수다 이어가요, 책나무님!!

- 2021-10-31 15: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학교 때 좋아했던 가수 루시드폴의 앨범 책 이름이 <모든 삶은 작고 크다> 였어요. 내 삶, 내 가족의 삶 뿐만 아니라 모든 다른 타인의 삶들이 작고 큰 상처로 이루어져 있어며, 내가 모르는 보이지 않는 노동과 노력이 고단함이 있다는 것을 한 살 한 살 먹어가며 계속 알아가요.(중략) 비타님 한테도 그런 댓글 달았었어요. 한계 속에서도 엄연히 자유가 있다고. 각자의 고유한 삶과 상처 속에서 할 수 있는 작은 결단들이 결국은 큰 전환으로 가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엄마가 매년 연말 마다 올해가 또 간다며 시집가라는 말만 안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ㅋㅋㅋ)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내 삶을 미워하기를 그만두고, 지금과 앞으로의 내 삶을 좋아하기로 마음 먹는 것이 페미니즘 공부라고. 별로 안 미워했고 이미 좋기만한 삶이었더라도, 더 좋아하기를 마음 먹을 수는 있다고도 생각해요.
당신 삶이 잘못되었다가 아니라 당신 삶의 분열과 불만족을 야기하는 전제를 바로 보라는 보부아르의 주문이 이번에 단발님께는 조금 다른 삶의 선택을 해야겠다는 계기를 마련했다면, 단발님의 공부가 어떤 질적 전환을 이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그 방향으로 간다면 단발님은 조금 더 많이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단발머리 2021-10-31 21:14   좋아요 2 | URL
페미니즘에 대해 쪼금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쟝쟝님의 정의는 정말 최고에요. 내 삶을 미워하기를 그만두고, 지금과 앞으로의 내 삶을 좋아하기로 마음 먹는 것.
저의 고민은, 내 삶을 좋아하고 미워하지 않았던 제가,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자꾸 내 삶을 미워하게 된다는데 있어요. 자기부정을 하지 않은 채로 지금의 나 자신을 인정하는 것, 아이들과 보냈던 내 젊음과 열정과 시간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는 것,이 저의 목표에요. 자꾸 결심하고 또 결심하지만 가끔 그런 생각이 휘몰아치기도 하구요. 그래서 이번에 <제2의 성> 읽기가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페미니즘을 모른 척 하는, 혹은 모른 척 하고 싶어하는 기혼여성들의 마음을 조금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구요. 쟝쟝님의 댓글을 읽으면서 눈물이 쪼금 나서, 순간적으로 촉촉한 눈망울의 이모티콘으로 변신하기도 했습니다. 🥺🥺🥺
다정한 말 고마워요, 쟝쟝님!!

- 2021-11-01 08:41   좋아요 4 | URL
예전에 다리다님 페이퍼에서 페미니즘 공부이후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나를 미워하는 것을 깨달았다라는 제목 보고 아… 그것이로구나 한적 있었는 데…💕
기혼도 아닌데 혼인 앞두고 페미니즘 진짜 공부하기 벅찼었던 기억도 나고…
저도 굉장히 후회스러운 몇가지 이슈들이 있는데요, 다시 돌아가서 사백 오십팔번 생각해도 아마 나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결국은 그때의 저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지점에 가닿고, 그때의 그 충실함(?)이 한편으로는 그대로 이어져 지금의 제가 있다고 싶고. 지금에 와서는 보이는 헛발질들을 앞으로는 조금 줄이자, 제발 휩쓸리지말자, 나를 먼저 지키자! 이래요.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아마. 모르면 몰랐지 알고는 안 살아지는 지점들이 있을테니까요. 기어코 모르고저 하는 사람… 그런 노력을 하는 타입이 아니잖아요, 우리! (우치다 타츠루 센세 생각나요.) 그러니 또 얼매나 열심히 살아왔겄습니까? 우리 참 고생했다 🫂
말은 이렇게 해놓고, 저는 요즘 엄청난 불안과 싸우고 있습니다…😔 한발짝 한발짝… 취해있지 않으려고, 나를 망치지 않으려고, 두눈 부릅떠요! 그리고 오늘은 월요일입니다! 열심히 일하고 또 쉬면서 열심히 읽고 그렇게 살아보겠습니다 🥰

수이 2021-11-01 10:07   좋아요 2 | URL
최고야 요즘. 엄지 척 오른손_ 엄지 척 왼손.

단발머리 2021-11-01 21:43   좋아요 1 | URL
내가 사랑하는 것들과 완전히 이별하지 않으면서 나를 미워하는 것을 끌어안으면서 살아보려고 해요. 구비구비 우리가 살아냈던 시간들, 결정들, 과거들이 비슷한 듯 다른 듯 닮아 있는 것 같고요. 저는 지금도 헛발질에 후회하며 어제도 그제도 하루 100회씩 이불킥을 날리며... 그러고 있어요. 20년 뒤로 돌아가면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를 것인가. 다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쟝쟝님 말이 맞아요. 그 순간의 결정들이 모여서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고요. 다만....
쟝쟝님은 얼매나 열심히 살았왔을까요? 나는 그게 막 느껴지고 또 가슴 깊이 저며옵니다. 그대는 여기서 더 열심히 하지는 말고요. 짬짬히 쉬어주시고 또 알라딘에 글도 많이 써주시고, 저는 지금보다는 쪼금만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렇게 다짐합니다.
오늘도 하루가 이렇게 다 갔네요. 수고많았어요. 굿나잇, 쟝쟝님!! 😘

단발머리 2021-11-01 21:43   좋아요 1 | URL
양손 엄지 척! 엄지척척!! 👍🏼👍🏼
 





















보고 또 봐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운데 조금 웃기기도 해서 한 번 웃고나니 자꾸 웃게 된다. 촉수 사유라니…

‘페미니즘 이론의 최신’이라는 『해러웨이 선언문』을 3분의 1 밖에 못 읽은 이유를 오늘에서야 발견한다.


나는 이론가들과 스토리텔러들이 제공하는 사유하기에 필요한 재능을 탐구하기에, 이 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공-산共-産, sympoiesis — 함께 만들기 making-with – 이다. 과학과 인류학, 스토리텔링 분야의 나의 동료들 이자벨 스탕제르 Isabelle Stengers, 브뤼노라투르Bruno Latour, 솜 반 두렌Thom van Dooren, 애나 칭Anna Tsing, 메릴린 스트래선Marilyn Strathern, 한나 아렌트Hannah Arendi, 어슐러 K. 르 귄Ursula K, Le Guin 등은 촉수적 사고를 함에 있어서 나의 반려들이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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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10-25 10: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뭔가 고통스러워 읽다만 책이예요.(해러웨이 선언문) 아웅.. 다른 분 번역이 나왔으면! (ㅠㅇㅠ)해러웨이 때문인가..

단발머리 2021-10-25 14:07   좋아요 2 | URL
요기 위에 제가 다른 책 하나 더 올렸는데요. 맨 오른쪽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가 이 책 번역하신 분 저서더라구요.
해러웨이 전문가신가봐요. 그냥 읽어야겠다, 싶은데 어렵지요.... (시무록)

다락방 2021-10-25 11: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촉수 사유 자체는 뭔 말인지 알긴 하겠는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 저 문장은 뭔말인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해러웨이 선언문 사두었는데 계속 사둔 상태로만 있겠네요? 깔깔 🤣🤣

단발머리 2021-10-25 13:18   좋아요 3 | URL
촉수 사유와 문어발 사유가 비슷한걸까요? 전 진짜 너무 웃긴데 알지도 못하면서 웃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요.
저 해러웨이 선언문 다시 도전할꺼에요. 나아아아아아아아~~~ 중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1-10-25 13:37   좋아요 4 | URL
초...옥수 사...아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사둔 상태로만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우리 같이 읽을까요? ㅋㅋㅋㅋ 다리다님... 내년 10월 도서로 선정해주십셔 ㅋㅋㅋ

다락방 2021-10-25 15:09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촉수 사유는 문어발 사유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문어발 보다는 좀 더 뻗어나가는 느낌이 강한 느낌적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님, 공쟝쟝님. 해러웨이 선언문 같이읽기 도서 선정할까요? 지금 계획상으로는 가장 빨리 잡아야 내년 5월이에요. 4월 도서까지 이미 다 정해두었음. 나란 여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10-25 15:10   좋아요 1 | URL
저는 찬성이지만 그 전에 제가 먼저 읽으면 어쩌죠? 🤭🤭🤭

- 2021-10-26 10:05   좋아요 0 | URL
단발님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니 그 때까지 잡아두셔도 충분히 읽기 어려워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해러웨이잖아여 ㅋㅋㅋ

다락방 2021-10-26 12:10   좋아요 0 | URL
단발님, 그 전에 읽으실건가요? 해러웨이 선언문 4월... 너무 늦어요? (간절) ㅎㅎ

단발머리 2021-10-26 12:50   좋아요 0 | URL
절대로 늦지 않을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4월까지 리스트가 다 나와 있다고 하던대요, 우리 팀장님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1-10-25 13: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트러블과 함께하기 읽고 계시는 건가요? 저는 저 멀리서 표지만 바라보아도 저릿저릿거려서 차마 읽을 생각 못했는데 ㅋㅋㅋ 해러웨이 선언문 읽다가 집어던진 아줌마 여기 손!

단발머리 2021-10-25 13:18   좋아요 4 | URL
14쪽까지 읽었다지요. 저 쓸쓸히 <제2의 성>에게로 갔다고 합니다. <제2의 성> 재밌어요. 안 그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1-10-25 13:38   좋아요 4 | URL
쓸쓸히 제2의 성으로 돌아가는 단발님 왤케 귀엽고도... 웃긴가....

단발머리 2021-10-25 14:04   좋아요 2 | URL
귀엽고 웃긴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나.... 저, 엄청 쓸쓸하다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청 쓸쓸해서 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뒷모습이 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10-25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개그맨 선배들이 후배들 아이디어 뺏어다가 쓴다는 게 생각나는 단어였어요~ 빨대 꽂는다고도 하던데~ㅎㅎ 저도 촉수 사유의 달인이 되고 싶네용!!ㅎㅎ

단발머리 2021-10-26 12:52   좋아요 1 | URL
촉수,라고 하면 왠지 곤충이 생각나서 전 별로이기는 한데… 해러웨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