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미즈, 라고 치고 나이를 알아보려고 했다. 우리 엄마와 비슷한 세대가 아닐까 했는데, 조금 윗세대이시다.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2023년에 돌아가셨다는 걸 알게됐다. 아직 살아 계실 때,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한 번 더 읽을 것을, 다른 책도 찾아볼 것을... 이런 생각을 혼자서 해 본다.

1931년 출생. 2023년 92세의 일기로 타계하신 마리아 미즈의 삶과 그의 시대를 읽는다.

내 아이가 천재인가, 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다고는 하는데, 나는 그건 아니고. 그래도 한글 정도는 스스로 깨우쳐 주지 않을까 했는데(엄마는 내게 한글 안 가르쳐 주었다고 하셨다. 제게 한글 가르쳐주신 분을 찾습니다!) 첫째는 약간의 도움으로 비교적 빨리 한글을 깨우쳤다. 둘째에게도 기대가 없지 않았는데, 서너달 뒤에 유치원 가야하는데도 한글을 몰라, 어쩔 수 없이 <기적의 한글 학습>을 구매했다. 1권의 반 정도 나갔을까. 아... 생각보다 쉽지 않은 한글 학습의 길.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한글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나의 무능을 탓하며. 그런 생각을 했더란다. 아, 셋째는 안 되겠다. 한글 때문에 안 되겠어. 한글책을 펴지 않는 엄마를 보며 시간 많고 의욕 충만한 큰애가 물었다. 엄마, 안 할 거야? 이거 안 할거야? 하긴 해야하는데. 그럼, 내가 해? 그래, 네가 해. 니가 가르쳐 줘.


여섯을 낳고 또 여섯을 낳는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우리는 우리였다, 라고 말하는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겨울에는 고대의 토지공유법을 실천하는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먹는 것, 입는 것, 쓰는 것을 모두 직접 만드는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들어간다, 쏘옥!





우리는 언제나 우리였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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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4-12-11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일어네요 🐥

단발머리 2024-12-11 15:03   좋아요 1 | URL
네, 그러나!! 저 책은 한글이라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4-12-11 15:04   좋아요 0 | URL
프랑스어 하기 시러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4-12-11 15:15   좋아요 0 | URL
네~~~~~ 아무렴요 ㅋㅋㅋㅋㅋㅋ

수이 2024-12-11 19:19   좋아요 0 | URL
독일어로 바꿀까요? 🤔

공쟝쟝 2024-12-11 1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 아이가 천재인가............. 를 물어야할 나이에 출산의 과업을 수행하지 못해서
바로 내가 천재인가.......... 는 무슨 증상일까요? ㅋㅋㅋ

수이 2024-12-11 19:19   좋아요 2 | URL
르장드르 읽는데 애 지금 가져도 안 늦는데 쟝님 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더구만유 제가

단발머리 2024-12-13 15:23   좋아요 2 | URL
만약 두 가지 질문 중에 택한다면, 저는 ‘내가 천재인가‘가 ‘내 아이가 천재인가‘ 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건설적인 질문이라 생각합니다. 내 아이가 천재여도 문제고, 천재가 아니어도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천재이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 증상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음껏 누리세요!

지금은 늦습니다, 참고 바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4-12-14 10:42   좋아요 1 | URL
내 아이도 천재고 나도 천재면 어떤 라이프인가_그것도 궁금해집니다. 따숩게 입고 출동!

다락방 2024-12-12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기 시작하면서 우선 책날개의 작가 소개를 읽었는데요, 거기에서 마리아 미즈가 사망했다는 걸 알았어요. 아... 사망... 했구나. 이제 마리아 미즈의 새 책은 없겠지요? 있는 책을 열심히 읽어야겠습니다.
초반 읽고 있는데 마리아 미즈가 마리아 미즈가 되기 위해서는 이 환경이 필요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릴 적부터 자연과 함께 하는 환경, 뭗든 해결할 수 있을거라 믿는 엄마.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단발머리 2024-12-13 15:26   좋아요 0 | URL
아, 그러게요. 제가 작가 소개를 안 읽고 검색을 먼저 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너무 안타깝고 또 아쉽더라구요.
그래도 장수하셔서 그게 쬐금 위안......
전 일단 [자급의 삶은 가능한가]를 찜해 두었습니다. 계획은 이 책 읽고 이어 읽기입니다.

우리 찬찬히, 같이 읽어보자구요! 뽜야!!
 



문제는 혼자 출발했다는건데 경유지를 동작으로 잡은 게 패착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 환승이 안 되는데, 그럼 어째야 하냐고, 나는 국회의사당으로 가야 한다고. 걸어가면 본인 걸음으로 40분, 보통 걸음으로 1시간 정도 거리라는 경찰관님 말을 믿고 밖으로 나와 패딩 행렬을 따라 걷기 시작했는데. 바람은 불어오고 지나가는 버스는 사람이 꽉 차서 당연히 무정차. 택시를... 택시를 타도 되나요?

가다보니 사람들이 쭉 늘어서서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 그 옆에 많이 보던 초록색 자전거. 아, 저거 서울시 유망사업 따릉이구나. 싸이클 타던 나이지만 그건 20년전 이야기고. 어디서 반납할지 모르는데 끌고 갈 수도 없는 일. 사람들은 따릉이 타고 가기로. 나는 그냥 가기로.










그렇게 걸어가는데 떡 하니 왼쪽에 웬 강이… 이것이 진정 서울의 자랑, 한강이란 말입니까. 제가 왜, 여기 지금 여기에 와 있는거죠? 저는 국회의사당으로 가고 있다고요. 저는 그냥 탄핵 집회에 가고 싶어요. 맞나요? 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거에요? ... 그렇게 계속되는 걷기와 뛰기(초등 계주 대표). 부러워하던 한강변 조깅을 원치 않게 실행하게 되는 그런 순간. 제일 큰 걱정은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 제가 제대로 가고 있나요? 이 길이 맞나요? 그리고 갑자기, 느닷없이 나타나는 검은색 패딩 행렬. 맞구나. 내가 제대로 찾았어. 그러니까, 나는 동작에서 출발해서 흑석, 노들, 노량진을 거쳐 드디어 샛강역에 도착하고. 저기 멀리 보이는 저 동그란 반원이 국회의사당. 맞구나, 제대로 찾았어.



쉽사리 통과되리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란수괴를 이리도 옹호할줄은 몰랐던 일이라서 그 날 밤에는 언짢고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 앞으로 어떡해?' 질문이 머리 속을 빙빙 돌았는데, 아침이 되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부결되었다고 해서, 포기할 민족이 아니다. 이 백의 민족은, 철의 민족은 그럴 사람들이 아니다. '상록수' 부르는 뭉쿨한 결기 없이도 이길 수 있다. 결국은 이기게 될 것이다. 그럴 것이라면, 나는 내 일상을, 내 하루를 잘 살아나야겠다,라는 다짐을, 작심3일의 명수인 내가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의 그 생각. 그래, 나쁜 놈이 득세하는 세상. 더 나빠질 수 있겠지. 그래도 나는 열심히, 내가 해야 할 일을 성실히 해내야겠구나. 오늘을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

바꾼다고 꺼내놓은 작은아이 침대 매트를 세탁기에 넣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반찬통을 꺼내고, 깎두기와 총각무를 작은 통에 옮겨 담고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큰 통을 치웠다. 박스채 쌓여있는 재활용을 개봉해 물건들을 제자리에 넣고, 지난밤 만든 제육볶음이 조금 짠 것 같아 양파를 새로 하나 더 썰었다.




책장에서 꺼내 스타벅스 테이블 위에 놓아두었던 이달의 여성주의책을 김치냉장고 위로 가져다 놓고, 그대로 쌓아두었던 <이달의 구매도서>를 책탑으로 만들고 그 옆에 친구들의 책선물을 세워두고 사진을 찍었다. 다 읽은 책의 인덱스를 정리하고, 뭐에 대해 쓰려고 했는지 간단하게 메모해 두었다.

내 일상을 찾고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내면서 그러면서 이 싸움의 끝을 보리라, 꼭 보고야 말리라, 다시 또 결심했다. 맨몸으로 장갑차를 막고, 아이돌 응원봉을 흔들며 탄핵을 외치고, 지하철역에서부터 ‘윤석열을 / 탄핵하라!’ 목소리 높이는 사람들의 나라에 살고 있는 나여서 행복하다. 거리에서, 나의 플레이리스트 1번은 여전히 '상록수'지만, 로제의 <아파트>도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나의 구호는...

Hold on, hold on!

I'm on my way

Yeah yeah yeah yeah yeah

I'm on my way~~

끝내~~ 이 기 리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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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12-11 09: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나 동작에서부터 걸어가셨다고요..
열정의 단발머리님. 저는 9호선 피해서 5호선으로 갔었답니다. 지금은 그 사람 많던 9호선 타고 국회의사당 옆을 지나갈 예정..

이번 주말에는 여의도가 기쁨으로 가득 차기를…

단발머리 2024-12-11 10:36   좋아요 2 | URL
그러니깐요. 왜 저는 환승역을 동작으로 잡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의나루에서부터 걸어갔으면 됐을텐데요. 덕분에 한강변을 걷는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다음에 한 번 더 걷고 싶더라고요.

이번 주말에는 여의도가 기쁨으로 가득차기를 바랍니다. 그럴 수 있을거라 믿고요!!
아.... 우리의 이 간절한 바람.... 꼭 이루어지기를!!

다락방 2024-12-11 1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번에 베트남에 갈 때 나라 상황이 상황인지라 사두고 오래 안읽었던 책, 한홍구의 [4.19] 혁명을 들고 갔거든요.
그 때도 권력을 쥔 사람들이 그걸 놓기 싫어서 온갖 나쁜짓을 했고, 그러면 안되는거라고 시민들이 대부분 어린 학생들이 길로 뛰쳐나왔더라고요.
주기적으로 나쁜 놈들이 힘을 쥐고 멍청한 판단을 하지만, 그런데 그 때마다 이렇게 그걸 막으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나쁜놈들 때문에 분노했다가, 한마음이 되어 행진하고 노래 부르는 사람들 때문에 또 고맙고 감사하고 벅차고 그래요.
제가 이번엔 못나갔지만, 시위라는게 그렇더라고요. 그 현장에 있으면 간절한 마음으로 함께 외치면서, 그런데 이 사람들과 한마음이라니, 가능해질 것 같은 그런 희망 같은거가 생기더라고요.

나쁜 권력자가 일상을 망친 것 같아 너무 화가 났어요. 화가 났는데, 그렇다고 내 일상이 망쳐지면 그건 그의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열심히 일상을 살아나갑시다, 단발머리 님.

그런데, 파운데이션.. .사신거에요?????

단발머리 2024-12-11 10:39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4.19 때도 그랬지요. 5.18도, 6월 항쟁도 그렇구요. 나쁜 놈들은 꾸준히 나쁜 짓을 하는데, 그게 자신들의 권력을 위한거고요. 그걸 어떻게 막아서야 하는지. 희망이라면, 이제 시위 현장이 더 이상 ‘피의 거리‘가 아니라서 너무나도 감사하고 안심이 되요. 물론 그게 가능한 것도 화요일 밤에 국회로 달려간 분들 덕분이겠죠.
오늘의 평안과 일상을 그 분들에게 빚지고 있다고.... 전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 소중한 우리의 일상을 지켜가고 싶어요.
단단하게(다락방님 모토), 명랑하게(내 모토) 지켜나갈거예요!

파운데이션은.... 올 겨울에 시간이 나는 어떤 사람을 위해 구입했습니다. 큰 맘 먹고요. 제가 그 사람은 아니지만, 읽는 사람은 아마도 제가 될 것 같은 예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 책이라 엄청 마음이 동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12-11 12:13   좋아요 1 | URL
파운데이션 저도 그게 젤 눈에 띄었는데...
파운데이션은 다른 분을 위한 책이었군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12-11 12:39   좋아요 0 | URL
그 다른 분은 지금 많이 바쁘신 거 같아요. 시간은 많은데... 왜... 쩜쩜...
제가 읽을 겁니다. 확실합니다!!

blueyonder 2024-12-11 10: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 주 토요일에 동작에서 엄청난 인파 속에서 전철 갈아타려던 1인이었습니다. 결국 타긴 했지만 여의도역 무정차라서 걸어서 한강을 건넜습니다. ^^
파운데이션, 저도 꼭 읽어보고 싶은 시리즈입니다. 여러가지로 응원 드립니다~!!

단발머리 2024-12-11 11:31   좋아요 2 | URL
그렇다면, blueyonder님과 우연히 스쳐 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나치진 못했겠네요. 저보다 일찍 가셨군요.
여러 가지 응원 속속들이 감사드립니다.
우리 모두 응원합니다. 우리 꼭, 우리의 일상을 찾아오자고요!!

햇살과함께 2024-12-11 1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녁 일정이 있어서 일찍 갔다 일찍 나와서 다행히 지하철 무정차 풀릴 때 나왔는데,
(무정차면 한강변으로 뛸 생각으로^^)
역시 여의도는 섬이라 강바람이...춥더라고요...
저녁까지 계신 분들은 많이 추우셨을 듯해요...

단발머리 2024-12-11 12:41   좋아요 0 | URL
저도 보통은 일찍 갔다가 일찍 나오는데 그날은 일정이 꼬여서 늦게 출발했더니 이런 놀라운 일들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여의도쪽 강바람이 예사롭지 않더라구요. 늦게까지 계셨던 분들 많이 추우셨을 거에요. 저도 끝까지 자리에 있지는 못했어요.
이번주 토요일에 끝나야할텐데요. 그러리라 믿고 있습니다만... 만약 아니면, Hold on! 들어갑니다!

감은빛 2024-12-11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산책이었겠네요. 추운 날씨에 고생하셨습니다. 초등 계주 대표였다고 말씀하시기엔 세월이...... 아, 아닙니다. 여전히 달리기를 좋아하고 잘 하신다는 말씀이시죠? ㅎㅎㅎㅎ

단발머리 2024-12-11 14:55   좋아요 0 | URL
저는 산책이 아니라 행진이었다고 고백하고 싶지만 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방황의 길이었구요.
잘 도착해서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초등 계주 대표였다고 굳이 밝히는 건 제가 지금도 잘 뛸 수 있다는 ㅋㅋㅋㅋㅋㅋㅋ 뛰지 않는 삶이지만 뛰기만 하면 잘 뛸 것이라는ㅋㅋㅋㅋㅋㅋ죄송합니다. 벌써 수십년전 이야기네요.

2024-12-11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4-12-11 14:58   좋아요 0 | URL
❤️🧡💛💚🩵💙💜🩷🩶🤎🖤

수이 2024-12-11 15:0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

단발머리 2024-12-11 15:07   좋아요 0 | URL
💗

공쟝쟝 2024-12-11 17: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래 따라 불렀어요. 암온마웨-끝내이기리라.ㅋㅋㅋㅋ 이게 모예욬ㅋㅋㅋ
단발님의 도강 작전 ㅋㅋㅋㅋ
저는 시위한정 발달한 촉(?)으로 가장 효율적인 동선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사람들을 헤치고 ㅋㅋㅋ 국회 거의 앞까지 갔다가 눌리지 않고 빠져나오기까지 했습니다만 ㅋㅋㅋ ......응원봉... 응원봉은 챙기지 못하였나이다..... 하, 그 날은 누군가의 팬이고 싶었다... 정말로 진심으로... .......

단발머리 2024-12-13 15:28   좋아요 1 | URL
저의 도강은 참으로 옳았고 ㅋㅋㅋㅋㅋㅋㅋ 불안했으나 재미있었고.
무서웠으나 즐거웠습니다.
시위한정 발달한 촉ㅋㅋㅋㅋ매우 부럽구요. 우리는 왜 응원봉 하나도 없어요? 왜요, 왜?
저도 보라색 갖고 싶단 말이에요!!!!

나와같다면 2024-12-11 2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Hold on, hold on!
I‘m on my way
Yeah yeah yeah yeah yeah
I‘m on my way~~
끝내~~ 이 기리라!!!

아.. 뭔가 웃기면서도 뭉클합니다

우리는 끝내 이길겁니다!

단발머리 2024-12-13 15:29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우리 반드시, 끝내 이길것입니다.
이기고 또 이기고.
이기고 결국 이길 것입니다!!
 



시즌이 시즌인지라 어느 반이든 메리 크리스마스다. 앞과 뒤에 크리스마스 트리. 보통 가정집에 설치하는 것보다 더 큰 트리가 설치된 반이 있는가 하면, 검정 도화지에 눈사람을 꾸미고. 여기 저기 산타 할아버지. 창밖을 보면 흰 눈이 내렸고.

종이접기 수업을 자주하는 1반에서는 지지난 시간에는 초록색, 빨간색 색종이로 작은 크리스마스 리스를 만들었고, 지난 시간에는 금색, 은색 색종이로 눈꽃송이를 만들었다. 교실 뒤쪽 검은색 바탕에 크리스마스 리스와 금색 은색 눈꽃송이가 예쁘게 장식될 모양이다. 삼각형 모양으로 세 번 접어서 가위질 세 번 하고 나면 만들어지는 간단한 과정이지만, 야무진 아이들 사이사이로 '선생님~!'을 부르는 아이들이 있어서 한 시간 내내 나는 참 바빴고, 더웠다. 그 날 아침, 비상 계엄이 해제된 아침에, 눈꽃송이의 '자르는 선'을 그려주는 사이 사이, 내 마음은 얼마나 고요했던가. 색종이의 끝부분을 뾰족하게 맞추고, 접은 선을 꼭꼭 눌러주고. 그리고 '끝까지'가 아니라 접어둔 선까지만 가위질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 시간들은. '선생님, 망했어요.'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아, 이 끝까지 잘랐네. 괜찮아, 다시 해보자. 이 색종이로 다시 해보자.'고 말할 때의 나는 오로지 종이접기에만 집중했다. 간밤의 일들을 말할 필요가 없는 시간들.

나는, 무엇보다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 나에 대해 생각한다. 상황의 변화나 조건의 변동이 아니라, 그냥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한다. 상황의 변화와 조건의 변동에 대한 나의 생각. 나의 반응, 나의 감정, 나의 분노, 나의 억울함, 나의... 그리고 또 생각한다. 나는 과한가. 나의 정치몰입은 과한가. 나는 과한가.

민주당의 폭거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비상 계엄을 선포했다는 대통령과 그 대통령의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여당을 보면서, 나는 내 기도의 방향을 바꿨다. 하나님, 하나님의 공의가 드러나게 해 주세요, 에서 하나님, 이 나라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세요, 라고. 북한군 관련 작전인줄 알고 출동했던 특전사 군인들이 헬기에서 내려보니 국회이고, 뉴스 듣고 뛰쳐나온 시민들을 마주해서 당황해 뒤로 밀려나는 장면들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 이 순간에. 나는 기도를 한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우리가 그 파국의 소용돌이에 말려들지 않기를.


행복한 일상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아침 라디오에서 강아지와 산책나왔던 애청자가 신해철의 <그런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를 신청하고 그 노래를 같이 듣는 그런 일상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이 세상 살아가는 이 짧은 순간에도

우린 얼마나 서로를 아쉬워하는지

뒤돌아 바라보면 우린 아주 먼길을 걸어 왔네

조금은 야위어진 그대의 얼굴모습

빗길 속을 걸어가며 가슴 아팠네

얼마나 아파해야

우리 작은 소원 이뤄질까.

얼마나 아파해야 우리 작은 소원 이뤄질까.

얼마나 아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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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12-06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망하지 않았어요, 다시, 다시해보자, 다시 또 다시. 멈춘 곳에서 다시 시작하자.

단발머리 2024-12-08 07:5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망하지 않았어요.
‘망~~‘을 못하게 하던 나였는데.... 다시 시작해봅시다. 처음이라 생각하고 지금부터 다시...

독서괭 2024-12-06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종이접는 아이들, 이 혼란한 시국에 더욱 소중한 존재들이네요. 쏟아지는 속보 속에 너무 피곤합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4-12-08 07:56   좋아요 1 | URL
소중한 아이들은 마냥 행복하다고 합니다. 체육관 수업에 점심 시간에 특히 행복해하고요.
저랑 비슷하네요. 저는 국어시간이랑 점심 시간에 행복해요. 쏟아지는 속보에 피곤한 와중에도 우리 잘 챙겨먹으면서 힘 내자고요!
독서괭님! 저 원래 비타민 안 먹는데 요즘에 비타민이랑 농축액(?) 같이 들어있는거 하나씩 챙겨 먹어요. 독서괭님도 겨울 잘 보내셔야 하니 밥이랑 비타민(영양제, 홍삼 기타등등) 잘 챙겨드세요~~~

독서괭 2024-12-08 08:35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단발님😍😍😍

단발머리 2024-12-08 08:43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독서괭님!😘😘😘

그레이스 2024-12-09 2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군인인 아들에게 전화하는 아버지의 울음섞인 당부의 말때문에 저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픈 시간들입니다.

단발머리 2024-12-10 10:48   좋아요 1 | URL
저도 그 영상 듣고 울었습니다 ㅠㅠㅠㅠㅠㅠ 자기 자식만 걱정하는 게 아니라, 부대원들이랑 시민들까지 생각하는 그 마음을 알것 같아서요.
언제쯤 끝날까요 ㅠㅠㅠ
 



복도를 지나치며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말소리가 유독 반가운 아침. 지난밤의 공포와 걱정과 염려는 나만의 것이었던가. 밤새 울리는 카톡 방에서 아무 말 없던 한 친구는 아침에 멋드러진 강 사진을 올리며 '훌훌 털고 달려보자'고 하여 이제 막 고요해진 내 마음에 불을 지피고... 지금이 달릴 때니? 이게 털어낼 문제니? 급작스레 차오르는 분노.

이재명이 담을 넘고, 보좌관들이 힘으로 밀어 다른 국회의원들을 국회 안으로 밀어넣지 않았더라면. 151명이 모이지 않았더라면. 진급에 눈 돌아간 군 장성들이 명령에 착실하게 복무했더라면. 오늘 아침의 재잘거림은, 달리기는 모두 다 불가능한 일.

실탄을 겨누는 계엄군을 화면으로 보는 마음.이 두려워. 오늘 학교에 안 가는 대학생에게 너 집에만 있어. 혹시 몰라, 너희 학교에도 탱크 올 수 있어. 이런 말을 하는, 하고 있는 우리.

나의 걱정이 경제적 손실로는 이어지지 않아 나로서는 다행이지만, 돈 많았던 분들 잘 보시라. 당신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다. 전쟁 선포 아니고 비상 계엄이라 그나마 나은가 이런 쓸데 없는 생각으로 시작하는 아침.

조선일보야. 국민을 바보로 알아서 윤석열이는 '계엄령을 발동'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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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12-04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저는 수면부족입니다.

건수하 2024-12-04 10:38   좋아요 2 | URL
저도요... 오늘 새벽처럼 피말리는 날은 처음이었습니다.

단발머리 2024-12-04 11:49   좋아요 1 | URL
저는 수면 부족인데요. 약간 뭐랄까. 아직도 제정신이 아니어서 피곤하지가 않고.
커피 4잔 먹은 상태거든요.
여러분~~ 우리 점심 많이 먹기로 해요!!

잠자냥 2024-12-04 12:39   좋아요 1 | URL
저는 사실 어제 10시부터 자서.. 수면 부족은 아니고... ㅋㅋㅋㅋ 아침에도 6시부터 책 읽다가....
7시 반에야 핸드폰 열고 놀람.......ㅋㅋㅋㅋ 그때부터 흥분한 마음으로 기사 찾아 읽다가 분노로 출근 못할 뻔.

단발머리 2024-12-04 13:40   좋아요 0 | URL
늦게 아셨어요, 잠자냥님.... 그 시간부터 분노면 오늘치 분노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
전 아직도 살이 떨려요 ㅠㅠㅠㅠ 억울하고 열받아서 ㅠㅠ

감은빛 2024-12-04 09: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편의 코메디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그간 저렇게 멍청한 인간이 대통령이라니, 라고 생각하며 참 답답했었는데, 이번에는 대통령이 멍청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석열은 제가 예상한 것보다는 더 일찍 자멸하네요. 그런데 저는 그 다음에 올 혼란이 더 걱정스럽습니다. 빨간당과 별 다를바 없는 파란당이 더욱 목소리가 커질 것이 안타깝네요.

단발머리 2024-12-04 15:22   좋아요 0 | URL
전 아직도 실감을 못해서 코메디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저렇게 멍청하다는 거 알긴 알았는데, 아... 이정도 일줄이야. 그 다음의 혼란도 국민들 믿고 가는 수밖에 없겠죠. 3.1 운동의 민족 아닙니까, 우리가...
빨간당과 별 다를바 없는 파란당의 목소리는 당연히 더 커질 거 같아요. 그렇다고 빨간당을 그냥 둬서는 안 될 거 같아요, 제 생각에는요.

공쟝쟝 2024-12-04 0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지하게 진심으로 분노했어요. 국회 해지하는 거 보고 잠들긴 했는 데... 재빨리 대처 안했으면, 걔중에 누구 하나 과열되서 사고라도 나고 다치기라도 했으면 어쩔 거였으며.... 자기가 가지고 있는게 뭔지 한번 휘둘러 보고 싶었나? 다들 술먹고 저지른거라든데, 그렇다고 한다면 더 웃음이 안나와요. 자기 자신을 모르는 권력은 정말 끔찍한 재앙입니다.

단발머리 2024-12-04 11:52   좋아요 1 | URL
뉴스에서는 실탄 장전 되어 있었다고 하던데, 젊은 혈기에 밀고 밀리다가 사고 나지 않으란 법 없으니까요. 계엄령 5번 아시죠? 전공의 복귀입니다. 안 복귀하면? 계엄군이 잡아감.....
웃음 날 일이 아닌데..... 아................

공쟝쟝 2024-12-05 09:01   좋아요 1 | URL
저는 윤통 덕에 정신분석이 쫙쫙 흡수됩니다. 원래 책읽으면서 주로 제 분석하지 타자분석 안하는 데.... 왤케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며. 먹던 음식 뺏겨서 떼쓰는 애새끼가 그거 안 놓을라고 하는 시위가 군대 동원이어서는 안되는 거겠죠. 우리는 몸만 큰 한남검사에게 대체 뭘 준 걸까요. 왜 당하기 전에는 못 알아볼까요.
군인들에 대해서는 여러 감정이 들어요. 모든 성인남성이 총을 쏠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스무살 애들이 뭘아냐 뭔죄냐...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젊은 혈기가. 그 젊은 혈기가요. 그래도 된다는 모종의 권위와 만났을 때.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한강보유국! 소년이 온다를 청소년 아이들과 모두 함께 읽어보십시다.... ㅋㅋㅋㅋ (계몽주의 뭥뮈)

잠자냥 2024-12-04 10: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사건을 술 처먹고 저지른 거다 등등의 소리로 코미디처럼 소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살인 충동이 느껴지는 아침이네요. 하루 빨리 저 인간을 내란죄로 처벌해야 합니다.
다음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저 인간 및 이번 내란에 동조한 인간들은 모두 감옥으로.

건수하 2024-12-04 10:39   좋아요 2 | URL
술은 처먹었더라도 그 전에 착실하게 준비한거죠. 국군의 날 탱크 동원할 때부터 수상하긴 했습니다..
본보기를 보여줘야 합니다.

공쟝쟝 2024-12-04 10:41   좋아요 1 | URL
ㅈㅏ냥 분노 섹쉬해😍

단발머리 2024-12-04 11:56   좋아요 1 | URL
얼마나 진지하던지. 술 처먹고 저지른 건 아닌거 같은데 제정신이 아니었던 건 맞는 거 같아요.
내란죄로 처벌해야 하는데... 일단 국힘에서 18명이 이번 계엄령 해제 표결 같이 했다고 하니깐 표 모아서 ㅠㅠㅠㅠ 아이고. 언제 표 모으고, 언제 헌법재판소 보내고, 언제 감옥 보내나 ㅠㅠㅠ

근데 준비를 하긴 했는데, 중간 간부들이 안 움직인 거 같기는 해요, 그죠? 내란죄라는 걸 군인들도 알았나 싶기도 하구요. 본보기 보여줘야해요. 반드시! 일단 직무정지부터 시켜야 하는데 말이죠!

페넬로페 2024-12-04 1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에 남편이 저러다 계엄령 내릴 수 있다 그러길래,
제가 말도 안돼,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무리 그래도 설마 그럴리가, 했거든요.
근데 설마가 사람 잡네요 ㅠㅠ
헛웃음만 나옵니다.

그레이스 2024-12-04 11:28   좋아요 1 | URL
8월부터 계엄관련 이야기 있었죠. 군부 충암고 라인 이야기가 정말 사실이었던듯요. ㅠㅠ
갑자기 비현실 느낌이 들어서 손에 잡히는게 없어요

단발머리 2024-12-04 12:00   좋아요 2 | URL
국방장관이 건의해서 진행했다는 건데... 아, 정말 2024년 맞나 싶어요. 전 어제밤에 너무 무섭더라구요.
몸이 막 덜덜 떨려서 어떻게 할 수가 없고. 일어섰다 앉았다.... 국회 화면 봐도 150명은 안 되어 보여서요. 빨리 진행하자고 의원들은 소리 지르고, 창문 깨고 군인들은 들어간다 하고 ㅠㅠㅠㅠㅠㅠㅠ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사는 걸까요?

다락방 2024-12-04 1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인간이 도망간건가 했는데 자고 있었나봐요. 자기 혼자 내지르고 국민들은 불안에 떨게하고 울게하면서 자기는 잘 잔것 같아 너무 화딱지가 나고요. 오전 일정 취소한다는 소식에 진짜 이 새끼가 뭐하는 거야 미치겠어요. 빨리 좀 저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될것 같아요. 점점 더 미쳐가는 것 같아서요. ㅠㅠ

그레이스 2024-12-04 12:32   좋아요 1 | URL
국민은 수면부족에 분노조절장애를 겪게 하고는...
어쩼든 새로운 국면이긴 합니다.

단발머리 2024-12-04 13:42   좋아요 1 | URL
빨리 저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방법이 뭔지 생각 좀 더 해봐야겠어요. 스스로는 안 내려올거 같고요.
그건 맞는 거 같아요. 확실히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거 같아요. 이러다 북한이랑 싸울라 ㅠㅠㅠ
얼른 처단해야 하는데...

새로운 국면 맞는거죠? 아, 빨리 어떤 식으로든 해결되어야 하는데...

독서괭 2024-12-04 12: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피곤하고 승질나는 아침이예요. 하다하다 이런 식으로 세계에 이름을 떨치냐? 아오 진짜…

단발머리 2024-12-04 13:43   좋아요 2 | URL
외신에 쭉 깔렸대요. 미국이 제일 당황한거 같기는 해요.
우리가 제일 열받았지만요. 그래도 이게 얼마나 천만다행인가 전 그런 생각하면 아직도 떨려요.
국회의원들이 좀 굼뜨게 하고, 군인들이 조그만 더 빠르게 행동했더라면 ㅠㅠㅠ 아, 상상하기도 싫으네요.
 
생명의 여자들에게 : 엉망인 여성해방론
다나카 미쓰 지음, 조승미 옮김 / 두번째테제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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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투 투쟁이 한참이었던 때에 신좌파 운동에 함께했던 일본의 여성들은 운동권 내부에서조차 성별 구분에 따라 남성들은 대의에, 여성들은 그 위대한(?) 대의를 위한 뒷바리지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것을 강요받았다. 이 책에서도 여러 번, 비슷한 내용이 반복된다.

여자들은 투쟁하는 남자들 뒤에서 투쟁 전단지를 등사기로 긁고 등사판을 밀고, 혁명가인 척하는 남자의 활동 자금을 벌고, 또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돌본다. 이렇게 투쟁에서도 생활에서도 책임이 중하고 부담이 무거운 일상을 담당한다. (이에 대해 조금 감사를 받았다 한들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이런 것에 아무런 의문 없이 여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혁명론이나 전략, 전술을 짤 때 빙산의 보이지 않는 부분은 배제하는 게 신좌익 남자들이다. 그러면서 "나는 결혼을 한다면 운동은 하지 않는 여자랑 할 거야."라고 말하는 남자가 과연 우리 동지인가? 이런 의문을 제기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흘려 버리고서는 공식 회의석상에서는 "국제 프롤레타리아주의니 뭐니 베트남 민중연대"니 뭐니 하며 뚫린 입이라고 술술 잘도 말하는 남자를 고발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혁명파 내부에 있는 남녀 차별을 고발해야 한다. (268쪽)

이런 현상은 일본에만 혹은 우리나라에만, 혹은 일본과 우리나라의 운동권에서만 나타났던 건 아니고, 노예 해방 운동을 함께하던 백인 남성들이 백인 여성들을 회의장 입구에서 출입을 가로막았다거나 소련 혁명 성공 이후에 많은 여성들이 권력에 핵심에서 축출되었던 사례들은 이런 현상이 가부장제의 전 세계적 실천임을 확인해준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심상정 의원이 떠오르는데...

가까이에서 보거나 직접 들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남성 중심의 운동권 문화에 반발해 서울대학교 총여학생회를 만들고 초대 회장을 맡았었더라는, 가히 전설에 가까운 이야기. 막막한 현실에 포기하지 않고 그 현실 너머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만들어갔던 여성. 그런 여성, 그런 여성들이 있기는 하다. 저자도 바로 그런 여성들 중의 한 명이다.

같이 읽고 있는 파스텔 핑크의 『미국 공산주의라는 로맨스』에는 '공산주의'에 마음을 빼앗겼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고닉은 미국 전역을 돌며 과거 공산주의자로 살았던 수십 명을 인터뷰하며, 공산주의가 남긴 실패와 아이러니에 대해 말한다. 책 소개에는 이 기록이 "조직의 토대와 존재 이유를 고민하는 오늘날의 여러 급진적 사회운동과도 맞닿아 있다"고 쓰여 있다. 공산주의의 '환영'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끼게 되는건, 90년대말 한국 대학생 기독 부흥 운동의 언저리에 있었던 경험 때문이다. 현실에 발 디딘 채로 이제 막 발견한 새로운 세계를 향한 질주, 노력, 헌신. 나는 그에 대해 1, 그래, 1 정도는 아는 사람이라서, 그 때의 감정, 결심, 그리고 함께 했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날 때, 아쉬움과 아련함이 동시에 일어난다.

'깨닫게 되었을 때',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기독교가 그렇고, 공산주의가 그러하다. 한없이 낭만적 미래를 상상하는 것도, 자신의 변화를 주위에 알리며 그들을 '포섭'하려 하는 것도 기독교와 공산주의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공산주의의 이상은 평등에 기초한다. 따라서, '정해진' 운명에 순응해야 한다는 이전의 관념과 문화의 반대편에 존재한다. 인권 개념과 연관지어 실천적으로 적용된다면, 인간이 탐욕과 욕망으로 가득찬 존재임를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더라면, 공산주의야말로 완벽한 인간 사회의 지향점이 되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공산주의의 미래는 핑크빛이 맞다. 그래서 그 이상향 실험은 이미 실패하였고.

그랬던 여성들, 혁명의 동지이며 일원이었던 여성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라는 외침에 떨치고 일어섰던 여성들은, 자신은 혁명의 일원이 아님을, 남성과 같은 위치에 있지 않음을 발견한다. 그녀들의 노동은 '자연적'이라고 여겨지며 그러한 노동의 지속한 수행이 여전히 여성에게'만' 강제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충격에 빠진다.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 '여자'임을 발견하는 순간. 그 부조리함에 대한 논증과 현실에 대한 비판, 그리고 거침 없는 반성이 반복해 이루어진다.

거친 면이 적잖이 보이고, 논리의 전개에서 아쉬운 면이 없지 않으나,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당당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맡겨진 문제에 대면하는 그녀의 용기에 응원을 보내며 간신히 읽기를 마쳤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책을 다 읽지는 않더라도, 저자에 대한 짧은 글이라도 읽고 싶다면, 역사적인 문건이라 불리는 <변소로부터의 해방>이라도 읽기를 권하고 싶다. 저자에게 박수를, 그리고 이 책을 마저 읽은 우리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재산 보전과 상속을 목적으로 한 경제 체제는 여자의 성적 욕구를 남자와 가정에 매어 놓음으로써 순혈주의를 유지하려고 한다. 여자한테만 적용하는 일부일처제가 그것이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마음과 몸의 영위 과정에 반하는 일부일처제는 여자와 아이가 남자에게 의존하게끔 하는 경제 구조를 바탕에 깔고 있다. 또 체제에 위기가 오더라도, 사람들의 마음의 핵심에 성을 더럽고 천하고 부끄러운 것으로 경멸하는 의식 구조가 자리 잡도록 해서 지금까지 위기를 극복해 왔다. 일부일처제는 본질적으로 여자의 경제적 자립과 성적 욕구를 틀어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성을 업신여기는 의식 구조는 여성에 대한 억압을 더 강하게 한다. (345쪽)

계급사회란 ‘누구하고도 제대로 만날 수 없게 하는 체제‘를 말한다. 아픔을 아프다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실제로 아프지 않은 사람이 아니고, 언제까지나 자신이 빛 쪽에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이다. 아픔을 아프다고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주문에 걸린 사람이다. - P191

여성해방이란 여자들이 힘을 모아 여자가 살기 힘든 현실을 깨부수는 것이며, 동시에 서로 갈등하고 미워해 온 여자와 여자의 관계성 속에 에로스를 되살리면서 주체성을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자에게 에로스는 나의 자궁, 즉 나의 자연과 내가 서로 소통하는 가운데 나온다. 소통은 ‘여자인 것‘에서 오는 아픔과 대화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 P214

몇 차례나 되풀이하지만, 우리에게는 항상 두 가지 본심이 있다. 체제의 가치관에 어떻게든 잘 보이고 싶은 나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나 이런 두 사람이 항상 공존한다. 속마음과는 달리 우리는 체제의 가치관을 뿌리칠 것이냐, 받아들일 것이냐를 놓고 고민하다가 겉으로는 체제의 가치관을 뿌리치는 척하고, 살아 있는 자신의 내면은 체제의 가치관에 계속 종속하게끔 내버려둔다. 이런 금욕주의는 어김없이 내 안에서 고름으로 변한다. - P277

우리는 여성의 해방 문제를 성의 해방 문제로 제기한다. 성을 부정하는의식 구조에서 자신을 해방할 것을 제기한다. 스스로 내부에 있는 발기부전(=성을 부정하는 의식 구조가 규정하는 정신적인 다양한 무기력함)을 해체하기 위해, 남자와 권력에 대한 투쟁을 결의하자. 그 결의를 호소한다.

여자에서 여자로, ‘변소‘에서 ‘변소‘로!
단결이 여자를 강하게 한다.
같이할까요? - P358

여자들은 투쟁하는 남자들 뒤에서 투쟁 전단지를 등사기로 긁고 등사판을 밀고, 혁명가인 척하는 남자의 활동 자금을 벌고, 또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돌본다. 이렇게 투쟁에서도 생활에서도 책임이 중하고 부담이 무거운 일상을 담당한다. (이에 대해 조금 감사를 받았다 한들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이런 것에 아무런 의문 없이 여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혁명론이나 전략, 전술을 짤 때 빙산의 보이지 않는 부분은 배제하는 게 신좌익 남자들이다. 그러면서 "나는 결혼을한다면 운동은 하지 않는 여자랑 할 거야."라고 말하는 남자가 과연 우리동지인가? 이런 의문을 제기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흘려 버리고서는 공식 회의석상에서는 "국제 프롤레타리아주의니 뭐니 "베트남 민중연대"니 뭐니 하며 뚫린 입이라고 술술 잘도 말하는 남자를 고발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혁명파 내부에 있는 남녀 차별을 고발해야 한다. - P370

여자에게 결혼이란, 또 결혼식이란, 아내로 엄마로 암컷의 생을 살아 내기 위한 결의를 세상에 알리는 창구이다. 생각건대 공인된 포르노인 결혼은 거리에서 남녀 간 성행위 퍼포먼스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더욱 우스운 것은 거리를 지나며 그 퍼포먼스를 본 사람들이 누구도 성행위를 보지 않았다고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와 비슷하게 입모아 거짓말을 하는 꼴이다. 이렇게 결혼 포르노가 상연되어 왔다. 그러니까 모두가 결혼이 포르노인 것을 알고 있는데도, 포르노라고 외친다면 이 세상의 중심 뼈대에 금이 갈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에, 이 공인된 포르노 ‘결혼‘이 계속 상영될 수 있다는 소리이다. 이런 속임수를 숨기려고 ‘예술이냐 외설이냐‘ 왈가왈부한다. 마치 결혼 이상으로 외설적인 것이 있는 것처럼 여기게 하고서 체제를 정비한다. - P63

그러나 고통은, 어둠은, 그것을 고통으로, 어둠으로 느끼는 개인에게는 항상 절대적인 것이다. 물론 이것이 아픔에 한 번 매달리게 되면그것에서 떠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어둠은 이 사회의 지배적 가치관에서 자신이 벗어나고 말았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그래서 어둠을 어둠으로 제대로 느끼고 따지며 묻는 중에 이 사회의 가치관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인지 깨달을 수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자신을 새로운 가치로 창조할 수 있을 터이다. 스스로 오직 어둠을 향해 달리는 가운데, 진정한 주체성이 확립된다. 이것은 관념론이 아니고, 분명 변증법적인 발전이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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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2-02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느라 고생하셨고 완독하심을 축하드립니다. 글을 적어주셔서도 감사드리고요.
공산주의 로맨스..는 저도 살까말까 계속 고민중인 책입니다. 제가 고닉을 좋게 읽은 경험이 없어놔서리... 그런데 공산주의 로맨스.. 너무 읽고 싶은 제목이고 말이지요. 흠흠.

단발머리 2024-12-02 16:07   좋아요 0 | URL
이렇게 또 한 권을 완독 리스트에 올리게 되네요. 엄청 뿌듯합니다.
미국 공산주의라는 로맨스...는 딱 고닉 같은 책이어서요. 인터뷰 모음집, 정확히는 인터뷰 후기 같은 건데 저는 고닉 좋아해서 잘 읽어가고는 있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책이 예뻐서. 파스텔 핑크!

독서괭 2024-12-03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님의 서재 달인을 축하드립니다. 너무 당연하지만..
저도 걱정했지만 되었더라고요 ㅋㅋㅋ 단발님이 얘기해주신 거죠? 감사합니다!! ㅋㅋㅋ

단발머리 2024-12-03 18:50   좋아요 1 | URL
사실 제가 아침에 메일 넣었어요. 함께한 정이 있지 않냐… 한 달 공백 정도는 봐줘라~~ 내년에 잠사모 활동도 열심히 하시라 권할테니 이번에는 좀 ㅋㅋㅋㅋㅋㅋ🤣 축하드립니다, 독서괭님!

공쟝쟝 2024-12-04 0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밤 사이 안녕하셨습니까?.... 계엄 땜에 혹시나 서재의 글을 근거로 잡혀가진 않으셨을란가 걱정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함께 윤씨를 정털려한 시간이 얼만데... 단발머리님을 잡아갈 거면 나도 잡아가라!!

단발머리 2024-12-04 08:26   좋아요 1 | URL
나를 고발하라! 도 아니고 나를 잡아가라! ㅋㅋㅋㅋ웃을 수 있어서 슬프고 감사합니다.
이 모든 것이 촌극이 아니라 실제였는데 말이지요 ㅠㅠㅠ

공쟝쟝 2024-12-04 09:01   좋아요 0 | URL
아 잠 설쳐서 넘나 곤피허구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