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었던 중학교 1학년 때, 『제인 에어』는 로맨스 소설이었다. 20살의 나이 차, 고용주와 고용인, 사랑과 이별, 그리고 극적인 재회. 뭐든지 자기 멋대로였던 로체스터가 가는 거요, 제인? 나를 이 절망에 내버려 두고?”하고 말했을 때, 나는 그것을 제인의 승리로 여겼다.

 


『제인 에어』를 다시 읽게 되었을 때는, 제인 에어의 이 들렸다. 점을 봐주는 집시 여인으로 변장해 사람들의 속내를 알아보려 했던 로체스터에게 휘둘리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 제인이다. 제인의 고용주이며 그녀의 관심사가 분명한 자신에 대한 말을 흘리며 제인의 반응을 살피는 로체스터. 위장한 집시여인에게 제인이 말한다.

 


“But, mother, I did not come to hear Mr. Rochester’s fortune: I came to hear my own; and you have told me nothing of it.’ (176p)

 


여성은 일인칭 를 사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여성화자는 특정한 (상대적이며, 관련되어 있고, 관점이 있는) 것이며, ‘를 소환한다는 것은 보편적인 인간으로서, 보편적 인간을 위해 말할 능력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젠더 트러블』, 304)가 실현된 장소제인이다. 제인을 통해 비로소 진정한 화자이자 주체로서의 가 가능했다. 로체스터에게 다락방에 숨겨둔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제인은 그와의 이별을 결심한다. 너와 나 둘이서만, 세상과 떨어져 우리 둘만 행복하게 살자는 로체스터의 제안에 제인은 혼란스러워한다. 양심과 이성은 미친 듯이 외쳐대며 그와의 결혼을 종용한다. ‘절망에 따르는 무모함을 생각하고 그를 구원하고 사랑하라. 세상에 너를 걱정할 사람이 누가 있느냐? 너의 행동으로 해를 입을 사람이 누가 있느냐?’ 하지만 대답은 아니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대목 중의 하나다.

 


내가 나를 걱정한다. 쓸쓸하고 고독하고 아무도 의지할 사람이 없으면 없을수록 나는 나 자신을 존경한다. (160)

 



낸시 암스트롱은 제인 에어가 경제적 자율권을 얻어 세인트 존과의 결혼에서 벗어나면서 모든 사회적 의무에 우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성적 욕망을 추구할 힘을 얻었다고 말한다. (99) 또한 유산 상속으로 인한 경제적 자유, 즉 제인의 상승을 통해 그녀가 로체스터 마음의 여주인이 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99)

 


소설의 발생과 발전에 대한 역사를 읽어가는 동안, 제인의 다른 일면을 발견할 수 있을거라 기대한다. 생각보다는 쉽지 않지만 스테들러 노리스 코끼리 색연필의 도움으로 조금씩 읽어가고 있다. 조금 더 읽어보겠다.

 

 



 






여성작가들이 표준 영문학 개괄서의 일부로 혹은 여성작가 선집의 형태로 『노튼 선집』(Norton Anthology)에 이미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때, 또 오늘날 시류에 편승하는 남성 페미니스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때, 이제 상황을 재검토할때가 되었다. 왜 문학제도가 정전과 그 정전이 요구하는 해석 절차를비판하면서 출발했던 (페미니즘) 비평에 그토록 편안함을 느끼는지 생각해 볼 때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내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문학비평이 여성들을 그리는 여성작가들의 글쓰기에만 관심을 보이면서 성에대한 지배적 형이상학을 충분히 흔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 P55

엘리자베스가 여성적 이상을 위반하는 자질을 통해 다아시의 마음을 얻었다 해도 그와 결혼하기로 동의하는 순간 그녀는 새침함을 버린다. 이제 그녀의 정신의 활력은 예리함을 잃는다. 이때부터 엘리자베스는 소설의 결말에 제시된 대로 세상에 부드러운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엘리자베스의 성격 안에서 일어나는 단절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상 이 소설이 성적 교환의 비유에 기대고 있음을 입증한다. 『오만과 편견』은 이런 성적 교환의 비유가 들어오면서정치적 갈등을 심리적 언어로 바꾸는 방식을 통해 다아시와 엘리자베스 사이에 권위를 재분배한다. 이들의 결합은 신비롭게도 모든 사회적차이를 젠더 차이로 바꾸고 젠더 차이를 심성의 자질로 바꾼다. - P106

품행지침서는 풍속소설보다 수십 년 앞서 등장했다. 비록 오늘날 작가들은 가정에서 젊은 여성들을 교육하기 위한 교과 과정을 기획하지도 않고 여성다운 예의범절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이야기도 쓰지 않지만, 품행지침서는 여전히 강건하게 살아 있다. 여성들에게 어떻게 남성을 사로잡아 잘 건사할 것인지를 알려 주는 온갖 서적과 조언 칼럼들, 그리고 아름다운 가정의 이미지를 상상하는 수많은 잡지들 외에도, 대다수 여성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수강해야 하는 가정 경제 교과 과정도 있다. - P127

만일 이 주장에 일말의 진실이 있다면, 근대적 개인은 다른 무엇보다도 먼저 여성이었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합당할 것이다. - P136

따라서 18세기의 여성용 품행지침서들은 특히 강력한 두 개의 전통과 경쟁을 벌였다. 하나는 귀족적 신체의 전시에 관한 규칙과 연관되어 있고, 다른 하나는 시골에서 행해지는 환대의 관행과 연관되어있다. 이러한 상징적 관행들은 귀족적 권력에 —— 태생과 칭호만을 기반으로 하는 권력 —— 권위를 부여했는데, 그 권력이 행사되는 곳은 영주의 시골 저택이었다. 여성용 품행지침서가 이런 전통에 저항하면서귀족적 삶의 사치스러운 전시를 근대 신사의 사적인 검소한 관행으로대체할 때 영국적 삶의 이상을 바꾸었다고 가정하는 것은 합당하다 의심할 나위 없이 바로 이것이 이런 글쓰기의 일차적인 정치적 목적이었으며, 이런 글쓰기가 갑자기 그렇게 많은 작가와 독자들을 사로잡은 주요 이유였다. - P147

그러나 영국적인 시골 생활 자체를 새롭게 재현하는 작업은 또 다른 수사적 전략에 의존했다. 그 전략은 뒤로 물러나 있지만 늘 경계를 늦추지 않는 가정여성을 찬양하기 위해서 귀족계급의장식적 신체를 비난하는 것이었다. 혈연의 형이상학에 도전할 때, 이런 재현은 궁극적으로 젠더에 기초해 있는 자아, 즉 여성의 심리라는소재로 채우기 위해 여성의 물질적 신체를 비우는 작업이었다. - P147

여자 가정교사는 이 점을 분명히 보여 주는 사례이다. 여자 가정교사는 업무가 가정의 의무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존경받을 만한 부류의 여성에 속했으며, 가정교사라는 직업은 자활해야 하는 신사계급의 여성에게 개방되어 있는 몇 안 되는 직업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여자 가정교사는 대개 가정의 행복을 위협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 P161

만일 소설이 여성과 아동, 하인들의 수중에 들어가야 한다면, 소설은 문해력을 규제해야 했다. 소설에 가해지는 맹렬한 비난은 의심할바 없이 소설을 읽으라는 최고의 유인책이었다. 왜냐하면 이런 비난은언제나 마음대로 내버려 두면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모두 소설을 선택할 것이라는 점을 가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소설 읽기가 수용할 만한 관행이 되었을 때, 유익한 소설을 유해한 소설로부터 구별했던 근거를 관찰할 수 있다. 이것은, 소설을 읽으면서 여성의 심성이해를 입지 않을 수 있는 조건이란 무엇인지 묻는 것과 같다. - P219

확실히 소설은 제자리에 있도록 요구받았다. 소설이 더 진지한 독서를 대신해서는 안 되었다. 어느 필자의 말처럼, "어떤 과자도 결코 든든한 고깃덩어리를 대신할 만한 적절한 대용품이 되지는 못한다. 그러나 과자는독과는 아주 다르며, 여러 가지 점에서 고기보다 더 강력하다. 이와 같이 "지금까지 씌어진 최고의 소설은 소녀들의 유일한 공부거리로, 아니심지어 주요 공부거리로도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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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8-17 1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너무 좋네요 단발머리 님. 저는 오만년전에 제인 에어 읽고 단발머리님과는 완전히 다른 이유로 좋았었는데, 오늘 이 페이퍼 읽으니 이제 제인 에어를 다시 읽어봐야 할 때구나 싶어요. 소설의 정치사 역시 안보고 있었는데 이제 봐야겠네요. 제가 자꾸 다른 책을 봐요.. 하아- 시험기간에 딴짓하는 학생의 마음 같은 것이랄까요.
그런데 소설의 정치사에 제인 에어라니, 와, 너무 보고싶어졌어요. 이런 페이퍼는 진짜 베리 땡큐입니다! >.<

단발머리 2021-08-17 11:09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제인 에어 좋아하는 포인트 꼭 들어보고 싶네요 ㅎㅎㅎ 이 책이 참 좋으면서도 숙제가 많은 것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명하면서 여러 책이 나오니까요. 그 책도 다 읽어야할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 저는 쭉쭉 읽고 있지만요. 오만과 편견, 폭풍의 언덕, 제인 에어가 기본이고요(그 중에 제인 에어 이야기가 젤 짧아요.) 지금 읽는 부분에서 <파멜라>라는 소설이 나오는데 이 소설이 다수의 빡침 포인트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 정도 너머에 재미있는 부분 있다는 걸 알려드려요. 글 읽고 반겨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완전 땡큐에요, 다락방님!!!

다락방 2021-08-17 11:17   좋아요 1 | URL
아, 저는 제인 에어에서 로체스터가 당당한 게 좋았었거든요. 나중에 눈도 멀고 팔도 못쓰게 됐잖아요. 그런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저는 되게 인상깊었어요. 제 경우엔 제가 알츠하이머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했을 때 만약 그렇다면 애인에게 헤어지자고 하자, 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거라 그 부분이 인상깊었는데 지금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어요. 그 때의 저는 어리고 지금과는 또 다른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파멜라>는 제가 진작에 전자책으로 사두었는데요, 이게 우리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했던 책이었나..아무튼 어딘가에서 언급된 책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도대체 뭔데, 왜, 이러면서 급하게 사두었는데 아직 읽지 않았네요? 제가 왜 전자책으로 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자책으로 사두었습니다. 아오, 저 너무 읽고 싶어지네요, 소설의 정치사.. 이래서 같이읽기가 좋아요. 흥미 잃었다가 다시 뿜뿜해지네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8-17 11:50   좋아요 1 | URL
저는 로체스터의 그런 강한 확신. 나에게는 당신이, 당신에게는 내가 필요해. 이런 확신이 좋았거든요. 그래서 자신의 처지가 곤란함에도 제인에게 당당한 면이 전 뭐랄까. 당연하게 여겨졌다고 할까요. 재회 후에, 제인이 세인트 존 이야기하면서 로체스터가 질투하는 장면 있잖아요. 저는 그 장면도 좋았어요. 뭐야, 널 좋아했던 남자가 그렇게 잘생기고 똑똑한 남자였다고? 잠깐만, 그래도 잠깐만 뭐 좀 더 물어볼께. 이런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멜라> 전 이번에 처음 듣는 작품인데, 미리 준비했단 말이에요? 다락방님? 당신의 준비성에 10점 만점에 12점을 드리겠어요.
정말 대단합니다. 흥미 뿜뿜이시라니 기뻐요. 이제 곧 페이퍼의 시대 다가오겠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1-08-17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17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17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17 11: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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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7 11: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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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7 11: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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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7 11: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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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7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1-08-17 1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인 에어>를 읽다 말았는지
어쨌는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마 시도는 했던 것 같은데 말이죠.

저는 펭귄으로다가.

단발머리 2021-08-17 11:32   좋아요 1 | URL
저는 손가락으로 꼽는 책 중의 하나여서요. 이 책 읽으면서 자주 만나니 무척 반가웠습니다.
레삭매냐님 읽으시면 어떤 감상이 나올지 기대됩니다^^

그레이스 2021-08-17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문학제도가 정전과 그 정전이 요구하는 해석 절차를 비판하면서 출발했던 (페미니즘) 비평에 그토록 편안함을 느끼는지 생각해 볼 때가 된 것이다. ...문학비평이 여성들을 그리는 여성작가들의 글쓰기에만 관심을 보이면서 성에대한 지배적 형이상학을 충분히 흔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 공감요!
제인에어 영화를 3개 버전으로 봐서 도통 텍스트가 눈에 안들어와요.
게다가 어렸을때 소년소녀 문학전집으로도 읽었다는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왜 거기에 포함되었을까 하는 작품들이 있어요^^

이런 해석 완전 공감합니다

단발머리 2021-08-17 11:45   좋아요 3 | URL
저는 소설 속에서만이라도 ‘창조주‘의 위치, 일인칭의 ‘나‘가 될 수 있었던 여성에 대해 더 많이 감동하는 편이었는데, 그레이스님이 말씀하신 그 부분은 이 책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되었어요.
저는 중학교 1학년 때 첨 읽고 (아마 축약본인데 나름 두꺼운 한 권이었어요) 사랑에 빠졌지요. 저는 영화는 미아 와시코브스카 주연의 영화만 봤는데, 작품의 느낌을 잘 살린 것 같았어요. 제인 에어, 제가 좋아합니다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1-08-17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인 에어~~~^^
저도 어린시절 어린이 세계문학 전집 중 한 권으로 읽었었는데...그땐 뭐가 뭔지 모르고 여러 권의 주홍글씨,테스,폭풍의 언덕,오만과 편견등등 마구 읽어서 내용들이 막 뒤섞여 있네요.어린시절이라 꽤나 충격적으로 읽었던 기억이...ㅋㅋㅋ
이제 각잡고 다시 읽어볼테다!! 싶어, 제인 에어 민음사껄로 중고 서점 갔을때 사다 놓은 게 몇 년째!!!!
단발머리님 글 읽고 있으면 늘 마음이 조급해 집니다.다~~~~~읽어야만 하는 조급함!!!ㅋㅋ
언젠가는 님이 추천하신 책들,
꼭 읽고 말테야요!!^^

단발머리 2021-08-18 13:26   좋아요 3 | URL
주홍글씨, 테스, 폭풍의 언덕, 오만과 편견등을 어린시절에 이미 읽으셨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참, 제가 어느 책에서, 아마 장강명의 책에서 읽은 듯한데, 고전 이야기 하면서요. 이제 테스는 고전의 반열에서 빠진 듯 하다. 그런 문장을 보았습니다. 전, 테스를 읽지 않은 사람인데 그 이야기 들으니 문득 테스가 궁금해지더라구요. ㅎㅎㅎㅎㅎㅎㅎ

<제인 에어>는 제게 좀 특별한 책이라서요. 시간 나면 꺼내읽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주는 책입니다. 책나무님도 제인 에어와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라고요. 조급한 마음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앞으로도 우리가 읽을 책들은 엄청 많다고 합니다!! 하하하!!

공쟝쟝 2021-08-20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뒤부터 읽어오고 있어요… 엠마… 제인…에어….?
ㅠㅠㅠㅠㅠㅠㅠㅠ
다들 읽은 분위긴데… 제게 있는 첫번째 제인은 문재인!!! (롸…?)

단발머리 2021-08-20 17:42   좋아요 1 | URL
오늘 들은 이야기 중에 두번째로 웃긴 말이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오늘의 베스트는 ‘가지 두 개 따서 옷으로 슥슥 닦아 입에 하나 물고 돌아오는 센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8-20 18:02   좋아요 0 | URL
세개 따서 두개 양손 한개 입에 (팩트 정정 요청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 🤭🤭🤭

단발머리 2021-08-20 18:07   좋아요 0 | URL
🥰🥰🥰 하트 세 개, 가지도 세 개!
 




 














1.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

 


오래 기억에 남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이 그렇다.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는데, 가끔 내용도 그림도 다시 보고 싶다. 사야 할 책이다. 핸드폰으로도 찍어두고, 기사 내용을 캡처한 그림은 바로 이것, 내가 젤 좋아하는 그림이다.


 

 



2008년 이래로 나는 이상적인 서가를 1000점 넘게 그렸다. 책등은 1만 5000권쯤 그렸는데, 여러번 반복해 그린 책들이 제법 있다. 내가 가장 자주 그린 책들이다. 위에서부터 자주 그린 순서로 나열했다. 이 책들은 진짜 고전이다.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 



맹목적인 신뢰와 무한한 거리감이 공존하는 고전이라는 세계에서 여기 예쁜 책탑의 친구들은 도전하고 싶은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To kill a Mockingbird』, 『the catcher in the eye』, 『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은 집에 있는 책이랑 똑같은 표지다. 언젠가 한 번쯤은 도전해 보리라.  

 



 











2. Anne of Green Gables / 빨간 머리 앤

 


『Anne of Green Gables』를 읽었다. 10여 년 전에 유행하던 로렌 차일드 삽화 시리즈다. 금방 읽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마릴라와 매슈가 필요로 했던 아이는 농장 일을 도와줄 남자아이였는데, 기차역에 도착한 아이는 여자아이다. 자신의 집을 갖게 되었다며 한껏 들떠 있던 앤은 그들이 원했던 건 남자아이였다는 사실에 크게 절망한다. 하룻밤을 지내고, 이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도 알아보고, 아이도 돌려보낼 겸, 마릴라와 앤은 스펜서 씨 집을 방문한다.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는 스펜서 부인은, 그래도 걱정할 것 없다며 여자아이를 원하는 다른 집이 있었다고 말한다. 때마침 여자아이를 원한다는 블루엣 부인이 도착해 물건 고르듯 앤을 살펴보고. 자신 앞에 놓여진 서글픈 운명에 벌벌 떨고 있는 앤. 일을 해치우듯 매일 싸우는 고만고만한 아이들 여럿에, 일을 많이 시키기로 소문난 블루엣 씨 집에서 살아갈 앤의 미래가 안타까워, 마릴라는 앤을 다시 집으로 데리고 온다. 말 많은 이 애를 잘 키워봐야지, 속으로 결심하면서.


그린 게이블즈에 살게 되었다는 마릴라의 말에 크게 기뻐하던 앤은 마릴라를 마릴라 숙모님이라 불러도 되는지 묻는다. 하아, 마릴라가 그건 안 된단다예상치 못한 상황에 갑자기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게 되어 걱정과 두려운 마음이 앞서는 마릴라. 앤의 안타까운 사정에 마음이 움직이고, 그래서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지만, 상상력이 풍부하고 밝은 에너지로 가득 찬 이 아이를 키워보기로 결심했지만. ‘숙모님’, ‘이모’, ‘고모라고 부르는 건 안 된단다. 아니니까. 난 네 이모가, 고모가, 숙모가 아니니까. 그건 안 돼.


자신의 마음, 자신의 시간, 자신의 에너지, 자신의 인생에 아주 큰 부분을 내어 주기로 결심한 마릴라가 숙모’, ‘이모는 안 된다고 말하는 장면이 흥미로웠다. 많이 양보할 수 있지만. 이만큼은 안 돼요, 이건 안 돼요, 하는 순간을. 나는 좋아하는가 보다.


 


 















3. 나는 고백한다 2   

 

<나는 고백한다>에 대해서는 잠자냥님과 폴스타프님의 리뷰를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된다는 걸 다시 한번 밝혀둔다. 참고로 나는 1권 읽고 1, 2권 읽고 2독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읽으면 소설의 맛을 최대한 살릴 수 있어서 좋고, 읽은 후에 리뷰 읽으며 이야기를 맞추어 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166쪽에서 167쪽까지를 이 책의 명장면으로 꼽고 싶다. 상갓집에서도 웃을 때가 있다. 어떤 웃음은 깊은 아픔을 넘어서게 한다. 우리 인생에서 제일 비극적이고 절절한 순간에조차 우리는 웃을 수 있고, 심지어 웃기까지 한다.

 

 

















4. 과학하고 앉아있네 3, 과학하고 앉아있네 4, 파인만이 들려주는 불확정성 원리 이야기



사회와 역사 좋아하는 중딩에게 권하는 책. 이 시리즈 중에 나는 2 『과학하고 앉아있네 2 : 이명현의 외계인과 UFO』을 읽었고, 이번에 김상욱 교수님의 3권과 4권을 읽는다. 주고받는 책 추천 속에 싹트는 우정. 사회와 역사 좋아하는 중딩이 내게 권하는 책은파인만이 들려주는 불확정성 원리 이야기』. 딱 봐도 어려워 보이는데 초등학생용이라고 한다.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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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8-14 13: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림 너무 예뻐서 캡쳐했어요~
허락해주세요~

단발머리 2021-08-14 13:29   좋아요 3 | URL
허락합니다~~~ ㅎㅎㅎ 저도 캡처는 인터넷 신문에서 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한겨레 같기는 한데 말이지요^^
그레이스님, 여기 한 번 가보세요. 다른 사진들도 있는데 좋아하실 것 같아요.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908704.html

그레이스 2021-08-14 13:2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단발머리 2021-08-14 13:49   좋아요 1 | URL
*^^

그레이스 2021-08-14 14:12   좋아요 2 | URL
지금 그 사이트 들어가서 보다가 신간정보 봤는데 고 황현산교수님의 시 강의를 엮은 <전위와 고전>이 담달에 출간된다는 예고가 있네요~
덕분에 좋은 정보 퍼갑니다.^^~♡

단발머리 2021-08-14 15:24   좋아요 2 | URL
아... 황현산 교수님 신간이 나오는군요. 좋은 정보 얻으셨다니 저도 좋네요^^

2021-08-14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14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21-08-14 14: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기 저기 제인 에어 있네요. 전 저 책 욕심 없었는데 갑자기 급욕심이!!! 빨간 머리 앤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3,4는 넘 어려운데요 😎 다음을 기약하겠습니다 오바

단발머리 2021-08-14 15:14   좋아요 3 | URL
제인 에어도 있지만 요즘 비타님 최애 작가인 제인 오스틴도 보이네요. 3번은 3권이 세트지만 완전 강추이고, 4번은 대화록 풀어쓴 거라서 쉽습니다 오바

물감 2021-08-14 14: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금손이시네요. 알리디너들은 글만 잘 쓰는게 아니었군요😶

단발머리 2021-08-14 15:23   좋아요 4 | URL
혹 사진 보고 금손이라 생각하신다면.........저 위의 사진은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 속 그림입니다^^

물감 2021-08-14 15:52   좋아요 3 | URL
앗.. 직접 그리신 줄 알았어요^^;

단발머리 2021-08-14 15:53   좋아요 3 | URL
그랬으면 참 좋았을걸 말입니다^^

독서괭 2021-08-14 15: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읽어보고 싶어요!

단발머리 2021-08-14 15:28   좋아요 3 | URL
1번 책 말씀하시는 거죠? ㅎㅎㅎ 이 책의 저자가 미국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라서 아무래도 그 쪽 책이 많기는 한데, 우리가 제목만(?ㅋㅋㅋㅋㅋㅋㅋ) 알고 있는 책들도 꽤 되더라구요. 책소개 구경을 권합니다^^

독서괭 2021-08-14 15:43   좋아요 2 | URL
네 1번이요~^^

책읽는나무 2021-08-14 16: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황홀한 그림이에요.
저도 순간 단발머리님이 그리셨다는 줄~ㅋㅋㅋ
비타님 서재에서 제인 오스틴 책 읽어야 하나?고민하다가...앗!! 여기도~~~~ㅜㅜ
나는 고백한다도 읽고 싶고,빨강머리 앤도 읽어야 하고...무엇보다도 유부만두님 서재에서 보고 1번 책 읽어야지~해놓구선 그동안 까먹고 있었는데...이번엔 단발머리님께서 흔들어 주시는군요^^
아....책 안읽을땐 아무 고민이 없었는데 요즘엔 읽을 책이 넘넘 많아져 너무 고민이 많아졌네요~~아 힘들어라ㅋㅋㅋ

단발머리 2021-08-15 17:27   좋아요 0 | URL
여러분들이 오해하셔서 제가 자세히 봤더니 책 속 인용 문장에 책이름이랑 쪽수를 안 넣었네요. ˝내가 자주 그린 그림이다.˝ 서재에서는 다른색으로 쓰여져서 괜찮은데, 북플로 보시는 분들은 제가 그린줄 아시겠더라구요 ㅠㅠ 쪽수는 확인을 못해서 책이름만 일단 넣었습니다.

1번책 구경만 해도 너무 좋아요. 일단 도서관에서 살펴보시고 구입하셔도 좋구요.
읽을 책 많아서 고민 많으시겠어요~~~~ 행복한 고민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ini74 2021-08-14 16: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로렌차일드의 앤은 좀 무서운데요 ㅎㅎㅎ 책탑그림도 예쁘고 *^^*

단발머리 2021-08-15 17:07   좋아요 1 | URL
로렌차일드 앤이 한쪽만 바라보고 있네요 ㅎㅎㅎ 깊은 생각에 빠져있는가봐요.

레삭매냐 2021-08-14 18: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림 재주가 있었다면
책등 그려 보고 싶다는 생각이
확~ 들었습니다.

단발머리 2021-08-15 17:07   좋아요 0 | URL
재주가 없어도 도전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ㅎㅎㅎ
레삭매냐님은 워낙 세계문학을 다종다양하게 읽으시니 레삭매냐님의 책등 그림 너무 근사할 것 같은데요.
기대하고 있을까요? ^^

붕붕툐툐 2021-08-14 23: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앙~ 저도 1번 책 담아갑니다~ 사서 읽어야 한다고 하실 정도니 안 봐도 좋은 책인듯 합니당!!^^

단발머리 2021-08-15 17:05   좋아요 0 | URL
미리보기 추천 드려요. 완전 이뻐서 반하실 겁니다!!

바람돌이 2021-08-15 0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단발머리님 글 보고 책 검색하다가 홀딱 빠지겠는데요. 책이 이렇게 예쁘면 어쩌자는걸까요? ^^
네 사라는거겠죠. 아 이번달은 책 안사고 넘어갈거라고 결심결심했는데, 집 탁자에 저 책탑높이를 일단 낮추려고 말이요.
갈등 갈등 중입니다.

단발머리 2021-08-15 17:16   좋아요 1 | URL
그냥 간단하게 저 책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 첫 문장 옮겨봅니다. 즐감하세요^^

˝이 책의 목표는 당신의 ‘책더미‘를 세 배로 늘리는 것이다.˝


초딩 2021-08-21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 북플뉴스레터 선정 축하드려요~~

단발머리 2021-09-01 08:21   좋아요 0 | URL
초딩님!! 감사해요!! ㅎㅎㅎ
 





 














1. 명랑한 은둔자 / 유령 퇴장 

 


고독은 차분하고 고요하지만, 고립은 무섭다. 고독은 우리가 만족스럽게 쬐는 것이지만, 고립은 우리가 하릴없이 빠져 있는 것이다. (19)

 


도서관에서 빌린 『명랑한 은둔자』를 3쪽 읽고 바로 책을 주문했다. 내 책으로 읽어야겠다 싶어서, 줄을 치고 싶어서. 늦은 밤에 주문했는데 오고 있다고 한다. 서두르지 마시고 천천히 오세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않는 혹은 피하고 싶은 필립 로스의 작품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유령 퇴장』이고, 제일 좋아하는 문단은 바로 여기다. 설명할 수 없는 바로 그 이유로 이 문단을 읽고 또 읽는다. 내가 원하는 삶인가 생각하면서 읽는다. 읽고 또 읽고, 책을 펴게 되면 일부러 찾아 한 번씩 더 읽는다.  

 


나는 만찬회 같은 데도 참석하지 않고 영화 구경도 가지 않고 텔레비전도 보지 않는다. 휴대전화나 VCRDVD플레이어나 컴퓨터도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계속 타자기의 시대를 살고 있고, 월드와이드웹이 뭔지도 모른다. 선거 같은 것도 더는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대개 밤늦게까지 글을 쓰며 보낸다. 독서도 하는데, 주로 학생 때 처음 접했던 책들을 읽는다. (『유령 퇴장』, 13)

 


나는 대학을 집에서 다녔고, 직장도 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 곳이어서 굳이 독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에서야 집이 편해서 떠날 생각을 안 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결혼 직전에 집을 잠깐 나온 적이 있는데, 어린 사촌 동생들과 서울 생활을 시작하는 이모가 무섭다고 하셔서 이모 댁에서 일 년 정도 같이 살았다. 이모가 차려 주시는 아침밥을 먹고 출근해서, 저녁에 돌아오면 엄마를 만날 수 있어서 멀리 떠난 느낌이 없었다. 결혼하니 두 식구였고, 곧 세 식구, 연이어 네 식구가 되었다. 혼자인 적이 없었고, 혼자일 수 없었다. 그런 내가, 고독보다 고립에 가까운 삶을 사는 필립 로스의 주인공에게서 찾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나는 혼자인 삶에 대해 모른다. 집을 나가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있고,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할 때도 있지만, 그건 혼자 살 수 있다는 것과는 다르다. 다르다는 것을 안다. 나는 혼자 살 수 없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캐럴라인 냅의 고독에 대한 예찬을 읽어나갈 때, 내가 원하던 것이 바로 그것임을 알았다. 한편으로는 고독의 쌍둥이인 고립이 얼마나 고독과 닮았는지 확인한다. 책을 더 읽다 보면 알게 되겠지.

 




 















2. 나는 고백한다 / 언어의 탄생


 

알라딘 서재는 놀라운 곳이어서, 알라딘 이웃 1이 이 책 아마 당신이 좋아할 거야, 라고 말하면, 그 책을 소개받은 알라딘 이웃 2가 어머, 딱 내가 좋아하는 책이에요, 어떻게 알았어요? 이런 간증이 흘러넘친다. 알라딘 추천 마법사보다 100배 정교한 지인 추천 시스템이 작동하는 곳. 믿고 읽는 알라딘. 믿고 따라 읽는 알라딘 고수의 추천작. 『나는 고백한다』의 경우 폴스타프님과 잠자냥님의 협동 작전으로 읽게 되었다. 뭐라고 더할 말이 없어서, 대단하다는 말만 남긴다. 시점의 변화와 장소의 변경과 서술과 대화의 움직임이 이 책처럼 유려한 책을 본 적이 없다. 가히 신세계다. 역시나 알라딘 고수들의 픽이라면 더 물을 필요도 없다는 걸 확인했다. 1권을 읽은 후에 아껴두었던 잠자냥님과 폴스타프님의 리뷰를 읽었다. 이렇게 깊은 사유와 폭넓은 이해가 가능하구나. 『젠더 트러블』을 읽었을 때의 비슷한 경험(feat. 공쟝쟝님)이 떠오른다. ‘아는 만큼 보인다의 진실.

 


한편 당시 나는 이미 독일어와 영어로 된 복잡한 글들을 읽을 수 있었던 모양이다. 다들 내 능력이 놀랍다고 말했다. 저런,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일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확실히 나는 언어를 쉽게 배우는 편이었다. 프랑스어는 식은 죽 먹기였고, 이탈리아어는 비록 억양이 틀리기는 해도 읽을 수 있고 제2의 모국어와 다름없이 구사했다. 카탈루냐어와 카스티야어는 물론 『갈리아 전기』 수준의 라틴어도 막힘이 없었다. 러시아어나 아람어를 시작하고 싶었지만, 어머니가 내 방에 들어와 꿈도 꾸지 말라고 말했다. 이미 아는 언어만으로도 충분해. 인생에서 다른 것들도 해야지 언제까지 앵무새처럼 언어만 배울 거니. (225)


 

외국어 공부를 강제했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다언어 능력자인 화자에게 이제 외국어 공부를 그만하라는 어머니의 꾸중. 마침 옆에는 외국어 달인인 알라딘 이웃 3이 예전에 읽었던 빌 브라이슨의 책이 있어서 살짝 펼쳐만 본다. 영어에 대한 미움을 지울 시간인가.

 















3. 젠더 트러블 / 소설의 정치사

 

읽고 싶은 책소설의 정치사』를 읽으면 읽고 있는 책젠더 트러블』을 마칠 수 없을 것 같아, 8월의 도서 시작이 자꾸 밀리고 있다. 8월도 벌써 한 주가 다 지나갔다고 한다.

 
















4.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책 한 권 읽은 사람이라는 농담이 회자되는 요즘, 윤짜장의 1 1망언이 지속되는 요즘, 지젝의 책을 딱 한 권 읽은 나는, 지젝의 신간을 읽어보고 싶어 미리보기를 펼친다. 이 책도 저번 책팬데믹 패닉』처럼 쉬운 책이구나 싶은 마음에, 지젝의 책을 2권 읽는 사람이 되어보려고 하는데, 대출 중이다. 기다리라.  

 

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어떤 식으로든 결국에는 적응하게 될 것이다. 어제 아침에는 확진자가 머물던 자리에서 마스크를 쓴 채로 20여 분 동안 머물던 사람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뉴스를 보았다. , 마스크를 쓴 채로.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가 점점 희미해져 간다.

 


저번 주일에는 교회 오빠들의 영상통화가 있었다. 한 달 동안 한국에서 머물다가 다음 주에 아프리카 N국으로 돌아가는 선교사님이자 교회 오빠도 함께했다. M오빠가 그 나라는 입국 후에 자가격리가 있냐고 물었다. 선교사님은 검사비가 우리나라 돈으로 5만 원인데 일반 사람들에게는 터무니없이 비싼 금액(중간 간부급 공무원 한 달 월급의 50%)이라 검사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자가격리라는 개념도 없고 관리하고 감시하는 사람들도 없어서 실제 그 나라의 상황이 어떤지는 알 수 없는데, 하루에 확진자가 1-2명 나오는 정도라고 했다. 비행기가 경유하는 E국의 공항에서는 공항 직원들이 마스크라도 쓰고 일을 하는데 그곳은 그것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확진자가 다녀간 커피숍이 폐쇄되고, 역학조사에 따라 확진자, 확진자의 밀접접촉자, 밀접접촉자의 접촉자 등으로 겹겹이 관리하고, 선별 검사와 자가 격리, 관찰과 집중 치료가 이루어지는 우리나라와는 엄청난 차이다. 조심해서 들어가라, 조심해서. 걱정과 염려가 메아리처럼 울린다.

 

멀리 떨어진 아프리카 어느 나라의 심각한 코로나 상황은 집 앞 커피숍의 확진자 동선처럼 위험한 일일 것이나 당장 내게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먼 곳의 위협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으니 알 수 없다. 하지만 멀기만 할까.





작년인가 우리나라에서도 채소 재배 농장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임금 노동을 하고 있는 타국의 노동자들. 그들의 안전이 우리의 안전과 생각보다 훨씬 더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  




 













안전에 대한 강박, 안전함에 대한 집착이 더 강고해지면 무슨 일이 생길까. 마거릿 애트우드의 디스토피아 3부작이 떠오른다. 높이 쌓아 올린 장벽, 우리만 사는 안전한 세상, 믿을 수 있는 사람만 오고 갈 수 있는 폐쇄적인 사회. 마거릿 애트우드 작품 속의 장벽이 실재하기도 한다. 미국만 그러겠는가. 유럽도, 중국도, 우리나라도. 우리만의 안전을 추구하고 있지 않은가.



 

 




암울할 것이 분명한 우리의 미래. 라캉식 독법으로 헤겔을 읽는 일에 특화된 철학자가 작물 수확에 대해 고민하면서 얻게 된 해답은 미래에 대한 새로운 상을 제시해 줄 수 있을까. 읽어보고 판단하자. 일단, 지금은 고독의 시간. 캐럴라인 냅에게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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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8-07 11: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일1망언ㅎㅎㅎ그 사람땜 뉴스 요즘 안보게 되더라구요. <나는 고백한다>를 저도 읽어야하는데 ~
대단한 분들이 참 많은 알라딘~♡

단발머리 2021-08-07 12:59   좋아요 2 | URL
그 사람땜에 뉴스가 얼마나 흥미진진한대요. 일본 원전 폭발은 없었다는 말, 뒤에 자료화면이 원전 폭발해서 뚜껑 열리는 장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고백한다> 저도 추천드립니다.
대단한 분 참 많은 알라딘~
미미님도 대단하신 분(엄지척)👍🏼

미미 2021-08-07 11:36   좋아요 3 | URL
헉 뉴스좀 봐야겠네요! 맙소사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8-07 12:59   좋아요 2 | URL
신기한 이야기들 많아서 책만큼 재밌어요. 대구민란, 주 120시간, 저출산의 원인, 부정식품, 후쿠시마.
아직까지는 이렇게 5종 세트에요^^

독서괭 2021-08-07 12: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헛 <나는 고백한다> 찬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군요. 책장에서 얘네 세권이 저를 자꾸 노려봅니다…

그레이스 2021-08-07 12:50   좋아요 2 | URL
저두요

단발머리 2021-08-07 13:01   좋아요 3 | URL
그 친구들 더 이상 노려보게 하지 마시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여러번 놀라고 여러번 박수 쳤습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다락방 2021-08-07 12: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명랑한 은둔자 사놨어요. 와 저는 없는 책이 없는데 나는 고백한다.. 가 없네요? 이것도 곧… 다언어 능력자라니 진짜 꿈의 능력자네요. 인용해주신 문장 보니 엄청 궁금해져요!!

단발머리 2021-08-07 13:23   좋아요 1 | URL
저는 다락방님 명랑한 은둔자 가지고 있는 거 알고 있고, 나는 고백한다 없는 거 알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친구들도 곧 책탑에서 만날거라 의심치 않습니다. 이야기 자체도 흥미로운데 기법이라고 할까요. 그것도 아주 멋지구요. 외국어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뭐랄까요. 외국어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이런 분위기에요.
우리가 또 똑똑한 사람들 좋아하고, 막 그러잖아요. 좋아하실거라 믿어요^^

붕붕툐툐 2021-08-07 12: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혼자 사는 삶 알려드리고 싶다...
아, 애가 셋인 동네 친구분이 너무 힘들 땐 우리집 와서 쉬고 싶으시다고...ㅋㅋㅋㅋㅋ
나는 고백한다 저도 시작해야 하는뎅~ 필립 로스도 아직 못 만나본 작가라 만나고 싶고용~
단발머리님 페이퍼 넘 좋네용~🙆

단발머리 2021-08-07 13:24   좋아요 3 | URL
툐툐님 혼자 사는 삶, 저도 좀 알려주세요. 저는 사실.... 혼자 사는 삶을 살아갈 자신은 없지만 그런 삶을 좀 부러워하는 건 사실이고요. 이것도 좀 복잡한게..... 정말 부러우면 그렇게 살면 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하기에는 또 겁이 나구요. 그렇습니다.
자유는 부럽지만 책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는... 그런 마음이요. (놀부 심보)
지금은 캐롤라인 이야기 읽으면서 어느 정도 힐링 & 보상하고 있어요.
필립 로스는 제가..... 좋아했던 작가이고. 아직도 쪼금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알아주세요^^

잠자냥 2021-08-07 14: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나는 고백한다>의 마력에 빠지신 단발머리 님 환영합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1-08-07 14:34   좋아요 5 | URL
추천에 엄청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잠자냥님!!!

Falstaff 2021-08-07 18:12   좋아요 2 | URL
아 글쎄 좋은 책만 내면 영업은 알아서 해준다니까요.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8-08 08:43   좋아요 1 | URL
나는 고백한다 이어읽기 프로젝트 참여중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원과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mini74 2021-08-07 14: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두 분의 추천으로 읽게되었고 감동이었지요 ㅎㅎㅎ 저도 도서관에서 예술과 풍경 빌렸다가 접었어요. 어머 이건 사야돼 뭐 이런 ㅎㅎㅎ

단발머리 2021-08-08 08:42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하하! 두 분 추천으로 나는 고백한다 읽으신 분 엄청 많으시네요. 이거 뭐, <나는 고백한다> 이어읽기 릴레이라도 할 껄 그랬나봐요!!

Falstaff 2021-08-07 18: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유령 퇴장>을 상당히 불만스럽게 읽었습니다.
이런 작품은 쓰지 말고 그냥 죽는 게 좋았지 않나 싶었거든요. 자신을 위한 변명, 아마 독후감에 이런 책은 돈 받고 팔지 말고 독자한테 다만 2달러라도 주고 읽어달라는 게 옳지 않느냐고 썼을 겁니다.
필립 로스 한테 한 때 열광했었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혹시 이 양반이, 물론 글은 엄청, 뛰어나게 잘 쓰지만, 성과보다 조금 과대포장된 거 아닌가, 이런 배후에 미국 문화계 안의 유대인 마피아가 힘을 쓴 거 아니냐, 근거 없이 의심하고 있는 중입니다.

단발머리 2021-08-08 08:32   좋아요 2 | URL
전에도 폴스타프님이 <유령 퇴장> 쓰이지 말아야할 작품이라고 하신 것 기억나요.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저도 한때 필립 로스 팬이었고 실망한 순간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전 필립 로스와 안녕을 고하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거 같아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지만 내게 기쁨을 줬던 그런 순간/순간들이 있잖아요. 찬찬히 이별하는 중입니다 ㅠㅠ
그리고 과대포장된 면이 있는 것 같다는 지적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의미있는 작품들을 썼고 독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았지만 밀어주는 세력의 존재를 ... 저도 조금 의심합니다. 언론의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포함해서요.

바람돌이 2021-08-08 0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는 고백한다에 낚여서 읽은 1인 여기 추가합니다. ^^
캐롤라인 냅의 책들은 저도 여기저기서 많은 분들이 추천하셔서 저도 읽어야지 하면서 자꾸 밀리고 있네요. 단발머리님에게 뽐뿌받아 빨리 읽도록 하겠습니다. ^^

단발머리 2021-08-08 08:26   좋아요 1 | URL
아! 바람돌이님도 나는 고백한다 이미 읽으셨군요. 두 분에게 낚여서 많이도 읽으셨어요. 저도 내내 눈으로만 구경하다가 이제야 읽는데 신세계 펼쳐져서 무척 기쁩니다. 캐럴라인 냅 책도 좋아요ㅠㅠ 좋아서 눈물이 나요ㅠㅠ 시간이 부족할 뿐입니다.

공쟝쟝 2021-08-08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서로 책을 권하며 빠져드는 개미지옥! 그런데 다들 보면 한가지씩 제분야(?)가 있으시더라고요. 그런 분야 갖고 싶어서 요새 비트코인에...(대환장) 저는 정말 문학을 못읽어서 요새 노력중인데요, 소설의 정치사 조금 읽고 브론테자매라도 읽고 책을 읽자 이러면서 미뤄두고만 있어요. 단발님의 캐럴라인냅 읽기 기다리고 있을게요. 참고로 심채경 애껴 읽는 중인데 이 더위에 막 몸 떨어요. (좋아서)

단발머리 2021-08-09 07:41   좋아요 0 | URL
비트코인 쪽은 쟝쟝님 드릴테니까 맘 편히 가지세요. 이론과 실제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시고 뜻한 바를 이루시고 그래서 약조하셨던 흰 봉투 프로젝트 진행해 주시고, 우리 오래오래 같이 행복하자구요!

캐럴라인 냅 너무 좋아요. 우정에 대한 이야기도 좋구요. 심채경도 좋아요. 알고보니 우리, 좋은 작가 많이 알고 있네요 ㅎㅎㅎ

초딩 2021-08-15 2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금주 북플 서재 레터 선정 축하드려요~

단발머리 2021-08-16 11:45   좋아요 1 | URL
초딩님 포스트 방금 보고 왔어요 ㅎㅎㅎ 축하해 주셔서 감사해요.
초딩님께도 한아름 축하를 전합니다^^

독서괭 2021-09-10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2관왕 축하드려요^^

단발머리 2021-09-11 09:07   좋아요 0 | URL
독서괭님! 지금으로서 저는, 잭 리처 마니아 순위가 엄청 중요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님 축하에 마음이 흐믓하네요. 축하 감사드려요. 오늘 좋은 하루 되세요!!!

독서괭 2021-09-11 09:57   좋아요 0 | URL
ㅋㅋ 단발머리님 잭리처 3위 계속 유지되고 있네요. 이 고착상태를 깨뜨리고 싶지만 저는 어려워보이고 2,3위님이 엎치락뒤치락 하실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발머리 2021-09-11 09:59   좋아요 0 | URL
2위와 한참 차이나는 3위이긴 한대요. 그래도 제가 함 엎치락뒤치락해보겠습니다. 독서괭님도 어서 오소서! *^^*

그레이스 2021-09-10 1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단발머리 2021-09-11 09:06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오늘 아침은 그레이스님이 좋아하는 가을 날씨네요. 청명하고 깨끗하고 행복한 하루 되시길요.
축하 말씀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09-10 18: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단발머리 2021-09-11 09:05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매달 축하해 주셔서 감사해요! 오늘 좋은 날 되세요!

초딩 2021-09-11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페이퍼 당선 축하드립니다~
단발머리님 행복한 날 되세요~
 




 













1. The Viscount who Loved Me

 


브리저튼 시리즈 두 번째다. 어제 다 읽었는데, 요즘 계속 100자 평을 썼더니, 어제 메모장에 나도 모르게 100자평 작성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됐다. 놀라운 습관의 힘.

 

난봉꾼 안소니가 느끼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쾌락에 대한 집착은 필멸의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의미 없는 노고. 쓸데없이 쾌락을 옹호하게 되는 결론.”  

 


넷플릭스 드라마 시즌 1에서의 안소니는 책임감은 강하지만 난봉꾼이 분명하기에(예고편만 본 사람), 천하의 난봉꾼이 사랑꾼이 되어가는 과정 자체는 매우 로맨틱하다(로맨틱 소설). 젊은 나이에 사고로 갑자기 죽었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아버지와 영영 이별하게 만든 죽음의 강렬함을 마음에 간직한 안소니가 쾌락에 탐닉하는 것은 오히려 동물성을 지닌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싶다. 죽을 수밖에 없기에, 죽어야 하기에. 현재를, 지금을, 즐거움을, 쾌락을 좇는 게 아닌가.

 

















『한나 아렌트의 3번의 탈출』의 희대의 섹스 신. 하이데거와 아렌트 두 사람이 실제로 그런 상황에서(섹스 상황) 그런 대화(마르틴, 죽음이 진실인가요? 그냥 진실이 아니라 유일한 진실이지. 인간을 만드는 건 죽음이야. 그리고 죽음이 의미를 만들지)를 나누었을 리 만무하지만, 결국 인간이 죽는다는 사실의 엄중함과 그 사실에 대한 처절한 인식이, 사랑 혹 사랑이 아닐지도 모를 두 사람의 정사를 가능하게 하지 않았나 싶다.

 


















2.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책의 주인공 노라는 다른 선택으로 이루어진 다른 우주를 경험하다가 마음에 드는 우주에 도착한다. 철학 교수인 그녀가 깔끔하게 잘 정돈된 방에서 책장을 둘러본다. 버트런드 러셀, 헨리 데이비드 소로, 플라톤, 한나 아렌트, 줄리아 크리스테바 그리고 주디스 버틀러. , 여기에서 만나는 우리의 버틀러.

 


지금젠더 트러블』 282쪽을 읽고 있는데, 솔직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근데 그냥 읽는다. 푸코가 나오고, 『성의 역사』가 나오고, 크리스테바가 나온다(버틀러랑 둘이 세트인가). 그냥 읽는다. 그게 무슨 의미냐 물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읽는다고 해서 전부 이해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혹 제대로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이해한 것을 모두 다 기억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는 읽고, 어느 정도 이해하고, 대부분 잊어버린다. (제발, 저만 그런 거라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얼만큼 이해하느냐에 상관없이, 버틀러를 읽는다. 그리고, 여기 이 책. 멋진 삶의 한 표준으로 제시된 그 장면에서 노라가 훑고 있는 책 중에, 버틀러가 있다. 근사하다. 우리가 아는 혹은 모르는 수많은 작가 중 한 명인 버틀러.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더라도, 제일 아끼는 색연필(코끼리 색연필, 색상 넘버 03, 블루)을 들고 줄을 치며 읽는 이 책의 저자, 버틀러. 둘이 만났다. 이 책의 버틀러와 내 책의 버틀러.

 

 
















3. 세상을 바꾸는 하나의 목소리

 


변화를 만들어가는 평범하고 용감한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생각보다는 글밥이 많다(동화책 말할 때 쓰는 전문용어; 글씨가 많다). 노동절 메이데이의 역사를 서술한 장에서는 나도 모르게 도리도리 윤의 ‘120시간이 떠오른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힘들게 투쟁해서 얻은 52시간인가. 다른 세계, 다른 우주에 사는 사람이라면 알 수 없을 일이다

 

서프러제트의 여성 참정권 운동은 기발하고 발랄한데, 특히 당시로써는 최첨단의 통신 수단이었던 우편 제도에 대한 투쟁이 신선하다. 우체통에 잼이나 잉크, 식초를 던지거나, 때로는 불을 질렀다는 건데, 요즘으로 치면 펜치 들고 다니면서 전선을 끊거나 와이파이 공유기를 부셨다는 거로 이해하면 될까. 얼마나 많은 여성이,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힘들게 투쟁에서 얻은 선거권인가. 포기하면 안 되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권리.







글쓰기는 그 자체로 강력한 저항이 될 수 있어요. 읽기도 마찬가지고요!’읽기만으로 연대할 수 있다고 믿어요!’의 정희진 쌤 문장을 기억나게 해서 사진 한 장!

 







 















4. 나는 고백한다

 

원래 여름 휴가를 꼭 가는 편이 아니기는 한데, 작년에는 코로나로, 올해는 이런저런 상황으로 휴가는 꿈도 못 꾸고 있다. 지난주에 <프랑스어 책읽기> 모임이 한 주 쉬는 기간이라서, 그럼 나는 이번주 휴가야! 말만 그렇게 했다. 금요일에 퇴근한 사람이 자기도 휴가 써야겠다며 월, 화에 출근을 안 하겠다는 거다. 그래서, 이번 주도 휴가가 될 모양이다. 휴가 기간에는 시원한 곳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며 잭 리처 읽어줘야 하는데, 잭 리처 신간 『10호실』을 아직 준비하지 못했다. 대신 이 책을 읽어보려 한다

 


기대가 뭐,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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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8-02 00: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휴가를 책과 함께.... ㅎㅎ 저는 요즘 좋아요. 하루종일 밥하는 시간이랑 잠깐 잠깐 올림픽 보는거 빼면 다 책읽기... 이게 휴가야 ! 너무 더워서 어디 나갈 엄두가 안나요. ㅎㅎ 나는 고백한다는 아마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거예요. ^^

단발머리 2021-08-02 09:19   좋아요 2 | URL
최고의 휴가라 할 수 있겠네요. ㅎㅎㅎ 마침 오늘 아침에는 여자 배구 경기가 있다는 기쁜 소식 알려드립니다.
나는 고백한다,는 기대가 매우 큽니다.

유부만두 2021-08-02 14: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소설의 정치사도 푸코 깔고(?) 시작하던데요. ^^ 유비쿼터스 푸코.

그나저나 전 100자평은 고사하고 서재들어오기가 힘든 나날입니다. 컴이 있는 방이 너무 덥고 애들이 차고 앉아서 게임 삼매경이라서요. 노안으로 침침해서 핸드폰으론 ‘좋아요‘ 밖에 못눌러요.

그래도 항시, 늘, 당신 곁에 있습니다. 저도. 푸코 같이요.

단발머리 2021-08-02 09:22   좋아요 2 | URL
앗!!! 벌써 시작하셨군요. 유부만두님이 제일 먼저 시작하신듯해요. 전, 아직 트러블 중입니다. 근데 거기에도 푸코 나온다 하니... 참 반갑고도 어렵네요.

더위가 만만치 않네요. 그래도 비와서 그런지 오늘은 좀 시원한 거 같아요 ㅠㅠㅠ 물 활짝 열어놨더니 매미들이... 우아... 매미들이 아주 신났습니다.

제 곁에 항상 같이 곁에 주세요~~~ 푸코 사절 / 유부만두님 환영

공쟝쟝 2021-08-03 18:28   좋아요 0 | URL
유비쿼터스 푸코..... (빵터지기)
어디에나 함께 있는 푸코 ...

다락방 2021-08-04 08:04   좋아요 0 | URL
유비쿼터스 푸코.. 라고요?

잠자냥 2021-08-02 0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드디어 <나는 고백한다> 시작하시나요?! ㅎㅎㅎ 단발머리 님의 감상을 기대하겠습니다!

단발머리 2021-08-02 10:02   좋아요 2 | URL
제가 좀 늦으감이 있어요. 진작부터 읽고 싶었단 말이지요. ㅎㅎㅎ 제가 얼른 읽고 고백 한 번 해보겠습니다.

수이 2021-08-02 1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탁월한 백자평. 아무래도 백자평의 달인이 되신듯 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하나의 목소리 읽고 싶어요. :)

단발머리 2021-08-02 13:08   좋아요 2 | URL
백자평의 달인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을 바꾸는 하나의 목소리> 글자 많고 내용 알차요.
역사 만화로 생각하고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 2021-08-02 1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나 아렌트 읽었는데요
하이데거라면 그럴만 하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정치적 선택을 한거에도 철학적이유가 있었으니...! ㅎㅎ
존재가 되기 위한...!

단발머리 2021-08-02 13:10   좋아요 2 | URL
맞아요, 그레이스님.
하이데거 사상에 대해 잘 모르기는 하지만, 개인 하이데거는 참 별로였던 것 같아요. 정치적 선택에도 그런 이유를 붙일만한 그럴 만한 사람이죠.

mini74 2021-08-02 1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끼리 색연필 !! 저도 최애색연필입니다 ㅎㅎ 저는 노란색 *^^*책과 함께 하는 휴가 즐겁게 보내세요 ~~

단발머리 2021-08-02 16:52   좋아요 2 | URL
코끼리 노란색이요!! 저도 그거 하나 찜해야겠어요 ㅋㅋㅋㅋㅋ 즐거운 휴가 보낼께요,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1-08-02 16: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휴가기간 <나는 고백한다> 읽으신 뒤 리뷰 쓰실 것이 기대됩니다. 전 사두기만 했네요... 잭리처!! 문득 단발머리님의 리차일드 마니아 순위가 궁금해지는데요, 혹시 단발머리님이 1위? 아니면 3위? 저는 최근 4위로 올라섰다는 소식 전해드립니다 ㅋㅋ

단발머리 2021-08-02 16:51   좋아요 3 | URL
네네~ <나는 고백한다>의 고백 많이들 기다리고 계셔서 저도 기대됩니다 ㅋㅋㅋㅋㅋ 저 리차일드 마니아 순위 3입니다. 독서괭님 4위 입성 축하드리며 저도 곧 잭 리처 만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8-04 08:05   좋아요 1 | URL
아아 저는 여러분들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얼른 잭 리처 만나야겠네요. 기다려라, 잭 리처!!

책읽는나무 2021-08-03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 단발머리님^^
더운데 정말정말 더운데....그래도 열심히 성실하신 단발머리님이셔요~
요즘 100자평 달인이 되셨군요?ㅋㅋ
100자평 정말 쉽지 않던데...단발머리님은 또 그동안의 내공 도움닫기로 훌떡 가볍게 안착하셨군요.
앞으로 더욱 기대됩니다^^
이곳에서 바람돌이님 유부만두님등등 닉넴만 보여도 뭉클하고 반갑네요^^
친정같은 곳이어요ㅋㅋ
더운데 건강 조심하시구요^^

단발머리 2021-08-03 22:33   좋아요 1 | URL
책읽는나무님!! 안녕하세요! 너무너무너무 반가워요!!!
전 100자평의 달인은 아니구요. 100자평 대회가 있어 덕분에 평소에는 안 읽던 책을 골고루 읽게 되었습니다. 내공이랄 것도 없어서 그냥 글자수만 맞추는 정도지만, 하다보니 좋은 책을 만나게 되어서요.
바람돌이님, 유부만두님, 반가운 닉넴이 이렇게 많은데 왜 이리 안 오셨나요? 친정에 이렇게 가끔 오시면 아니 됩니다!! ㅎㅎㅎ
어디 가지 마시고 자주 오시어요. 책나무님도 더운데 건강 조심하시고요. 또 뵈어요!!! (굳은 다짐을 위한 반복기법)
 


 

중학교에 들어가니 필독 도서가 있었다. 『안네 프랑크』, <감자>, <배따라기>, <메밀꽃 필 무렵> 등등. 요즘 아이들 필독 도서는 그렇지 않은데, 그때는 전체적으로 좀 올드한 느낌이 강했다. 정해진 책들이어서 반드시 읽어야 했고,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하니 읽기 싫은 경우가 많았는데, 가끔 좋은 책들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었다. 100자평 대회를 위해 읽기 시작했지만, 읽다 보니 좋은 책들을 만난 이번 경우와 비슷하다고 하겠다. 동화책과 만화책을 위주로 읽어가고 있고, 도서관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

 




 










1. 끼인 날  

 

왕년에는 그림책깨나 읽던 사람인데, 알고 보니 아이들 때문에 읽는 거였다. 정말 오랜만에 읽은 동화책인데, 그림도 글도 재미있고 알차다. 주인공 는 여기저기 끼어있는 동물들 을 구출해 주는데, 이 장면에서는 사람들을 구출해주었다. 특히 좋았다.  

 

 


















2.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이 책은 리뷰도 쓰고 페이퍼도 쓰고 100자평도 썼다. 좋은 책이어서 읽을 때도, 읽고 나서도 좋았다. 심채경을 주의해 보게 될 것 같다.

 











3. 우리는 안녕

 

박준 시인의 시에 김한나 씨가 그림을 그렸다. 처음 안녕과 마지막 안녕으로 만든 이야기가 슬프면서도 예쁘다.  

 

















4. 욕구들

 

보부아르의 책과 함께 제일 좋았던 책이다. 오랜 시간을 들여서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이런저런 상념이 떠올라 잠깐씩 멈춰야 했다. 할 이야기가 10가지 혹은 20가지 떠오른다. 캐럴라인 냅의 책은 처음인데, 다른 책도 다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 곧 수영대회가 열릴 거야!


 



100자평에도 썼지만, 즐거운 수영대회와 대회에 참석하는 윌리(정자)의 설정은 발랄하지만, 신나게 모험을 떠나는 윌리(정자)에 비해 조이(난자)는 얼마나 수동적인지. 남자는 씨, 여자는 밭이라는 오래된 관념 속에, 생명의 탄생에 있어 남성의 역할이 핵심적임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난자가 정자보다 훨씬 더 크고, 수정 후 성장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양분을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던 남자 과학자들이 얼마나 놀랐을지, 안 봐도 훤하다. 그래서 조이(난자)의 눈을 일부러 안 그린 게 아닌가 의심된다. 난자가 더 크고, 영양분을 간직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 모든 일의 주체는 남성, 정자, 윌리임을 확인시키기 위해. 아니면 아니라고 말해 보시던지.





 













6. 아주 편안한 죽음

 


어머니는 딸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사람이 딸이다. 예전에는 더 심했다. 딸과 며느리. 이 세상에서 제일 쉬운 사람들. 세속적인 관점에서 성공한 딸, 작가의 명성에 둘러싸인 딸을 어려워하는 어머니에 대한 묘사가 기억에 남는다. 사회 속에서 여성이 권위를 얻어가는 방식과 영향력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했다. 죽음과의 대면. 어머니의 반응과 보부아르의 반응 등, 그 외에도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지만, 그건 또 다음 기회에.

 















7. 이세린 가이드

 

김정연의 발견 역시 기쁘고 즐겁다. 이세린이 가정과 이웃, 직장 등에서 겪어내는 일들은 평범하고 흔한 일들이지만, 사실 이런 이야기들을 글로 읽을 때는 새삼 놀라게 된다. 불평등은 우리 일상에 너무 가까이 자리하고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바로 이것. 엄마 동네 친구분은 은근히 이세린을 며느릿감으로 찜해 두고 있는데, 젓가락을 짧게 잡으면 가까운 곳으로 시집간다는 말을 전하면서, 이세린 정도로 짧게 잡으면 자신의 집 정도로 시집오지 않겠느냐며 하하 웃는다. 여간 신경이 쓰이는 이세린. 젓가락을 아주 멀리멀리멀리멀리 잡아 멀어지고 싶어하다가 급기야는.

 



 


















8. 내가 되는 꿈 

 

최진영을 읽던 날에는 큰아이가 화이자 접종을 하는 날이었다. 아이와 아이 친구를 차에 태우고 접종을 하기 위해 도착한 곳은 아이가 어렸을 때 수영 강습을 받던 곳. 큰아이는 수영을 일찍 시작했다. 웬만큼 잘하게 되어서 이제 그만할까 생각하던 찰나에 작은 아이가 시작하게 되어서 큰아이로서는 원치 않게 긴 시간 수영을 했다. 일주일에 세 번씩, 7년 이상을 다녔던 곳이다.

 

6년 만에 다시 그곳에 가니 오랜 기억이 떠올랐다. 잠깐 커피를 마시러 밖으로 나왔는데, 내가 알고 있던 근처의 커피숍 4개가 문을 닫았고, 조금 떨어진 곳에 새로운 커피숍이 들어선 게 눈에 띄었다. 커피를 주문하고, 친구들에게 최진영의 이 책에, ㄸ이야기가 나오니 읽어보시라이야기하고, 책장을 펼쳐 세 장을 넘기니, 아이가 벌써 접종을 마쳤다고 카톡을 보냈다.

 

안 그려려고 하는데, 자꾸만 옛날이 떠오른다. 아이들이 더 어렸을 때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그때의 나는 얼마나 파랗게 젊었던지. 미니 사이즈의 아이들이 얼마나 귀여웠던지. 과거는 주로 미화되니까, 그때의 갈등, 그 시간의 고민은 기억나지 않는다. 추억을 간직한 장소 주위를 걸으며, 그러지 말자고, 그러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동네슈퍼가 있는 작은 골목길과 호떡 아저씨의 리어카 자리와 위험해 보였는데도 두 칸씩 건너뛰었던 계단과 툭하면 만차였던 지하주차장과 딱딱한 수영장 의자가 추억인 것처럼. 뜨거운 그 날, 새로운 추억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화이자와 최진영과 ㄸ과 아라바와 그리고 화끈하게 내리쬐던 햇볕이 새로운 추억이 되었다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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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30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30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1-07-30 09: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욕구들이 그렇게 좋아요? 저는 캐럴라인 냅 드링킹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몇 장 안읽고 바로 방출했고 최근에 뭐더라 한 권 또 사놨는데 안읽고 있어요. 욕구들 좋다 하시니.. 욕구들 도 살까요?

이렇게 책에 대한 간략한 감상 적어주시니 너무 좋네요. 이런 글도 종종 써주세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21-07-30 09:53   좋아요 4 | URL
전 좋았어요. 욕구들... 이 리커버되면서 제목도 바뀐 책이더라구요. 그니까 예전에 나온 책인데 근래 흐름에 제목도 바꾸고 그런 것 같아요. 전 시작하자마자 이 사람이랑 뭔가 통한다 싶었구요. 뒤쪽에 프로이트 나올 때, 저랑 생각이 다른 부분도 있긴 했지만, 여러가지로 생각거리를 던져주더라구요. 제 안의 여러가지 하고 싶은 말들이 막 샘솟는 걸 느꼈구요. 영어를 잘하는 분이라면 원서로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최근에 다락방님이 샀던 책은 <명랑한 은둔자>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욕구들....은 제가 구입한 책입니다, 여기까지^^

백자평 때문에 다양하게 읽어서 좋은데 아직도 읽을 거 남았어요. 어쩔... (먼 산)

잠자냥 2021-07-30 10:42   좋아요 4 | URL
<욕구들> 때문에 저도 냅 책 다른 것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단발머리 2021-07-30 14:48   좋아요 3 | URL
은둔자 vs 드링킹 vs 개. 엄청난 경합이죠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8-02 07:33   좋아요 0 | URL
저도 드링킹은 몇 쪽 못 읽고 포기했어요. 그런데 욕구들은 꽤 잘 읽히더라고요.
다만, 기대한 것 보다 착한? 느낌이었어요.

단발머리 2021-08-02 13:13   좋아요 0 | URL
전 <명랑한 은둔자> 읽고나서 <드링킹> 읽고 싶기는 해요. 근데 <드링킹> 끝까지 못 읽으신 분을 벌써 두 분이나 뵈어서 어쩔까 싶습니다. 일단 도전해 보려고요^^

공쟝쟝 2021-08-03 18:31   좋아요 1 | URL
제가 드링킹으로 개척했다구요!!! <드링킹> 왜요 너무 좋은 데? ㅜㅜ 그러나 전 <명랑한 은둔자>가 쪼매 더 좋았고요!! 아무튼 캐럴라인 냅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욕구들>을 아껴놓는다. 크크. 가끔은 이렇게 나중에 읽으려고 미리 미리 사두는 책 보는 것만으로도 좋을 때가 있더라고요!!

붕붕툐툐 2021-07-30 2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겹치는 책이 하나도 없지만 곧 겹칠 예정입니당! 헤헷^^

단발머리 2021-07-31 08:02   좋아요 2 | URL
겹쳐서 읽으신 후에 그 책이 뭔지 알려주세요~~~ 헤헷!!

blanca 2021-07-31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구들> 읽어야겠습니다. 심채경 책 저도 너무 기대 이상이었어요. 저도 자꾸 아이들 어릴 때 생각하는데 그게 그때의 내 모습을 더 그리워하는 거더라고요. 나날이 의욕과 에너지가 조금씩 허물어지니 너무 아쉽고 슬퍼요. 이 더위가 가면 또 늙으니까 싫어요. 아, 큰 아이가 백신 맞았군요! 저도 기다리는 중이랍니다. 자꾸 가게들이 폐업하는 것도 너무 마음이 안 좋아요. 아, 이 코로나는 대체 언제 끝나는 걸까요. 잘 읽고 갑니다.

단발머리 2021-08-02 09:11   좋아요 0 | URL
전 최근에는 심채경과 캐롤라인 냅이 제일 신나는 발견이었어요. 블랑카님이 읽으시면 <욕구들>에서 훨씬 더 깊은 이야기를 만나실 수 있을 거 같아요.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는 거 같아요. 아이들이 크는 속도로 제가 늙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죠?
아이들은 얼른 자라고 전 천천히 늙었으면 했는데, 아이들이 자라고 나니 예전이 아쉽고 그렇습니다.
코로나는 안 끝날 것 같아요. 변이가 줄을 잇는다고 해서요 ㅠㅠ 일단은 백신 맞고 조심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블랑카님도 백신 잘 맞으시고요. 이틀은 몸살처럼 아프다 하니 조심하시어요~~~

유부만두 2021-08-02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세린 가이드‘ 주말에 읽었어요. 이 책의 정체? 장르가 뭘까요? 독자에게 고민도 시키고 위로도 주고 멀티네요. 기대 이상이에요. 요즘 단발머리님 글 많이 올라와서 고맙습니다. 저는 이번 방학이 너무 힘들어요. 몸도 마음도. ㅜ ㅜ

단발머리 2021-08-02 07:47   좋아요 0 | URL
저, 저번주에 계속 읽기만했더니 무척 심심한 한 주여서, 이번주에 글 많이 올릴 예정입니다. (예상, 예측)
이세린 가이드 땜에 저도 김정연님 다른 책 찾아보려고요. 멀티책 맞는 거 같아요. 저도 좋았어요.
근데 컬러였음 좋겠다고 혼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날이 더우니 더 힘드시죠. 에궁. 힘내세요, 유부만두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