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한 인생
은희경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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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지식인소설- 그동안의 은희경과는 조금 다르고, 나는 그 다른 지점이 마음에 들었는데. 읽는 내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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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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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나는 너무 좋았다. 김애란의 최고작이고 생각한다. 세 편은 너무 좋았고 세 편은 별로였고 두 편은 보통. 자세한 건 리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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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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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작품을 여럿 읽어봤지만 첫 단편집 <달려라 아비>는 신선함 그 자체였다.

문단에 혜성같이 등장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선머스마 같은 이미지의 여자애였다.

그즈음 아는 선배는 김애란과 술자리를 가졌다며 자랑해댔다. 치사하게-

 

<침이 고인다>, <두근두근 내인생>은 그에 비해 별 느낌을 못 받았다.

그리고 오랜만의 단편집 <비행운>을 읽었다.

적나라한 인생을 경쾌하게 그리는 데 성공한 이 작품집과 나는 사랑에 빠졌다.

조금 눈물났고 조금 웃겼고 조금 공감했고 조금 재미났다. 한마디로 죽여줬다.

 

 

한국소설은 문장 읽는 맛이 아무래도 더 나서 좋은데 작가층이 참 얇다.

읽고 싶어도 읽은 책이 없어서- 물론 내 편협된 취향 탓도 있지만- 못 읽는다.

그래서 이렇게 읽을 만한, 그리고 마음에 드는 소설이 나오면 참 반갑다.

나의 경우 읽다보면 비슷한 정서를 가졌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작가가 몇 명 있는데

권여선, 김이설, 오현종, 강지영에다가

천운영, 은희경, 심윤경, 그리고 김애란을 넣어야겠다.

적고보니 모조리 여성작가, 확실히 편향된 취향이네.

 

 

여기 실린 단편은 전부 8편이다.

 

너의 여름은 어떠니 - 머리를 하나로 묶고 다녔던 대학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책. 그때의 난 아웃사이더였고 발견을 기다렸던 여자애였다. 이 단편의 결말은 기가 막히다. 순정으로 시작해 개그로 마무리지을 줄 아는 작가의 솜씨. 문득 나의 대학시절을 기억하는 이를 만나고 싶어진다.
벌레들 -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단편소설로서 너무 전형적이다.
물속 골리앗 - 요것도 나한테는 큰 감흥이 없었다. 얼른 끝나기를 기다리며 책장을 넘긴 단편.
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 - 용대가 명화를 만났다. 명화는 조선족이고 용대는 택시기사 아저씨. 스토리는 말할 수 없고, 이런 인생 참 지랄맞다 싶어 눈물이 났다.
하루의 축 - 인천공항 청소용역업체 직원 기옥씨의 이야기.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세 편 중 하나. 우리는 청소부를 그냥 없는 걸로 치며 지나친다. 우리에게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들에게도 그들의 인생이, 구질구질한 인생이 있다. 작가는 희화화에 능력이 탁월하다.
큐티클 - 네일숍에 가본 적이 있는가. 나도 한두 번 가봤는데 갈 만한 데가 아니더라. 요것도 재미있게 읽었다.
호텔 니약 따 - 두 절친의 여행기. 맞아맞아 손뼉을 속으로 치며 읽었다. 나에게도 이런 친구들이 있었지. 소설로서의 완성도보다는 개인적으로 그냥 호감이 가는 단편.
서른 - 이 책에서 최악의 세 편 중 하나. 말하려는 소재에는 공감이 가나 전달방식이 재미가 덜하다.

 

 

 

이 책의 표지 그림은 마음에 참 안 든다.

일본 엽기 소설 같은 느낌-이어서 책의 분위기 전달에 실패한 것 같아.

 

 

다음은 책 속에서 발췌-

 

내가 거기 없다는 걸 통해, 내가 거기 있단 사실을 알리고 싶은 마음. 나는 모임에서 이탈한 주제에 집에도 기어들어 가지 않고 인문대 주위를 서성이고 있었다. 숨은 그림 찾아내듯 누군가 나를 발견하고, 내 이마에 크고 시원한 동그라미를 그려주길 바랐다. -너의 여름은 어떠니, 13p

 

20년 넘은 보일러는 따로 독립된 공간이 아닌 부엌 한쪽에 설치미술처럼 걸려 있었다. 그게 거기 있음 안 되는데, 그게 거기 있음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동정하고 나무라는 식으로, 난해하게. -하루의 축, 173p

 

"왜,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이란 소설 보면 주인공이 국화빵을 처음 먹고 놀라는 장면이 나오잖아."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 그래요?"

"그래. 그런 게 있어. 아무튼 그때 걔가 엿이나 꿀과 다른 팥앙금 맛을 뭐라 표현하냐면, 그건 서울의 감미, 대처의 추파였다, 뭐 이런 말을 해."

"......"

"근데 난 요새 우리 세대 도시의 감미는 이 커피가 아닐까 싶어. 에스프레소나 아이스모카 같은 거. 카라멜마키아토나 아이스그린티 블렌디드 같은 거 말이야."

선배는 광고 회사 직원답게 감각적으로 말했다. -큐티클, 239p

 

다빈은 두 사람과 더불어 국문과 삼총사라 불리는 친구 중 하나였다. (중략) 자신의 꼭짓점이 두 사람보다는 좀 먼 곳에 놓여 있어, 세 사람의 관계가 어여쁜 정삼각형을 이루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다빈이 울적해하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호텔 니약 따, 2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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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숲에 갔다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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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 작가는 예전에 단편집 <아오이가든>을 읽고

좀 너무 기획성 짙은 것 같아서 실망했었는데.

 

이 책 표지가 너무 끌리는 거다.

 

 

 

그래서 읽기 시작했는데 흡입력이 대단했다.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시골 숲에 고립된 남자와, 실종된 형을 추적하는 남자

그리고 수상쩍은 분위기의 마을. 스티븐 킹의 마을처럼- 뭔가 한통속이 되어 돌아가는.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장르소설 성격을 띄고 있는 건

최근 트렌드인 것 같다.

 

결말에서 약간 대충 얼렁뚱땅 넘어간다는 의심은 들었어도.

그 마을에 찌그러져 사는 인생 군상들이 흥미로웠고

음모론 가미된 탄탄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이 책으로 편혜영 작가가 좀 궁금해졌다.

편애하는 작가 강지영과 비슷한 분위기인데, 다른 맛이 있다.

좀더 찾아 읽어봐야지.

 

 

-책속에서

 

숲에부엉이가산다

박인수는 그것을 소리 내어 읽어보았다. 숲에 부엉이가 산다니, 난감한 문장이었다. 부엉이가 숲이 아닌 다른 곳에 산다고 했으면 남다르게 읽혔겠지만, 숲에 부엉이가 사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그 당연한 문장을 여러 번 되풀이해 읽어나가는 동안 박인수는 참을 수 없이 외로워졌다. 자신이 검은 나무숲에 숨죽여 앉은 부엉이같이 느껴졌다. 바람이 불면 무거운 날개를 쳐올려야 하는 부엉이가 된 것 같았다. 사방을 감시하며 머리통을 돌려 눈을 굴리는 부엉이 같았다. 가까운 곳에는 없는, 먼 곳에 있어 간혹 눈에 띄는 먹이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부엉이 같았다.

-183p

맞고 있는 이경인은 울지 않는데, 어느 순간 가장 먼저 주먹을 날린 최창기가 도리어 울음을 터뜨리며 소리쳤다.

"이거 알아? 우리가 동물보다 식물을 더 많이 때려눕혔다는 거? 동물보다야 나무가 낫지. 동물은 너무 시끄럽거든. 정말이지 말이 너무 많으니까. 하지만 조금 맞다 보면 다 똑같아져. 말이 줄어들어. 나중에는 모양도 나무와 똑같아지지. 점점 딱딱해지거든."

-2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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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한 인생
은희경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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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출장을 갔다. 짧은 출장길, 오는 길만은 낭만적인 기차여행을 하고 싶었고

KTX 티켓을 끊고 남은 한시간반을 대전역 앞 서점과 우연히 발견한 빵집 성심당에 썼다.

 

그리하여 우연히 내품에 들어온 책

은희경의 <태연한 인생>

 

 

창비 책인데 문지 느낌 나면서도 더 심플한 디자인이 좋다.

표지의 종이재질도 인간적이랄까, 맨질맨질한 게 손에 쏙 들어온다.

 

열차의 출발과 함께 소설의 첫 장을 넘기는 기분이란, 째진다.

내가 좋아하는 책읽기 장소가 몇 개 있는데

조용한 카페, 밤의 침대, 사람 없는 들판, 그리고 기차 안-

 

처음은 류의 어머니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류의 아버지가 류의 어머니를 보고 첫눈에 반하는 장면.

사랑에서 가장 극적인 모멘트 아닐까 하는데. 첫눈에 반하기도 쉽지 않으니.

여주인공 류의 이야기는 좀 심심하다. 정적이랄까. 류 자신보다는 그의 부모에 대한 스토리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해서 그런 것일 수도.

 

그리고 요셉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는 50세 정도의 대학교수로, 등단했지만 지금은 잊혀진 소설가다.

그는 아내와 헤어져 13층 오피스텔에 살며 주변의 카페와 식당을 홀로 전전한다.

그의 이야기는 대부분 독백(그의 관점에서의 여러가지 잡설)으로 구성되는데 이 인간, 좀 흥미롭다.

왠지 어디선가 한번쯤 만난 적 있는 대학원 선배를 연상시키는 요셉-은 류와 한때 사랑한 적이 있는 사이다.

술자리 장면들은 홍상수 영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은희경의 소설은 <새의 선물>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고 <타인에게 말걸기> 이런 책을 좋아했다.

최근 소설들은 기억에 남는 게 없었다.

나는 그녀를 서사가 풍부한 작가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번 소설은 스토리를 따라가기보다는, 인물을 따라간다.

인물의 머릿속에서 흘러나오는 생각들을 따라간다.

조금 다른 접근의 소설이었고, 그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아마도 요셉이라는 인물에 많은 부분 흥미를 느껴서기도 하다.

 

<은교>도 소설가들이 주인공이어서 흥미로웠는데 이 소설도 마찬가지 효과가 있었다.

사회적으로 낮은 대접을 받는 지식인(소설가)의 인생이 흥미로웠다.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익숙하다. 나는 지금 그 인생과 거리가 비록 멀지만.

'태연한 인생'이라는 제목도 참으로 마음에 든다.

그리하여 책을 덮을 즈음 너무 아쉬웠다. 이 소설이, 그 인생 구경이 끝났다는 사실이.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남의 인생 구경.

 

 

-책 속에서

 

"카페가 정말 많네요. 선생님 단골은 어디예요?"

"그런 거 없어. 난 잘해주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아. 무조건 어느 한 장소로 가는 것도 싫고 어쩐지 가줘야 할 것 같은 기분도 싫어. 선택의 여지가 많은 걸 자유롭다고 하지. 대신 선택할 만한 게 모조리 싸구려라야 해. 그래야 자유롭게 아무거나 선택할 수 있거든. 서른개도 넘는 카페가 동등하게 싸구려라는 게 이 거리의 매력이지."

-36p

 

이채가 정연에게 이제 알았느냐는 듯 의기양양한 눈빛을 던진 뒤 요셉에게 말했다.

"작가들은 특이한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유머감각도 뛰어나고. 책을 많이 읽으면 그렇게 돼요?"

"아니, 게으름이 필요하지. 술 마시고 놀아야 해. 그런 게 다 예열을 하는 과정이거든. 아무것도 않가고 허비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뒤에 집중력이 생겨난다고 보면 돼.

"그렇구나"

-119p

 

그런 것이 바로 새로운 여자를 만나는 즐거움이었다. 새로운 여자란 마치 티백 속의 마른 찻잎에 뜨거운 물을 붓는 것처럼, 말라버린 채 얇은 종이 속에 갖혀 있던 자신의 존재를 되살아나게 했다. 그리하여 손끝까지 따뜻한 기운이 돌고 향기가 온몸을 채우는 것이다. 상대에게 가까어지고자 하는 의지는 상대와 같아지려는 동기를 유발하는데 그것을 추동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발생했다. 그처럼 낯섦이 자신에게로 옮아오는 변화과정의 이물감이야말로 요셉이 원하는 살아 있는 자의 실감이었다. 남녀관계에서 요셉은 그 시작의 느낌을 가장 좋아했다. 그것은 짧기 때문에 더 강렬했디.

-1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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