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민폐 좀 끼치고 살겠습니다 - 남 눈치 따위 보지 않고 나답게 사는 용기
고코로야 진노스케 지음, 박재영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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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남에게 도움은 못 줄망정 민폐는 끼치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이 책의 제목이 더욱 눈에 들어왔다. <이제부터 민폐 좀 끼치고 살겠습니다>라니. 이래도 되나 싶었달까. ​ 


이 책의 아이디어는 이렇다. 인간은 생래적으로 남에게 민폐를 끼치며 살아가는 존재다. 어려서는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고, 자라서는 직장 동료들이나 친구 또는 지인들에게 민폐를 끼치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고 사느니, 차라리 민폐를 끼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참지 말고 당당하게 사는 것이 어떨까. '남에게 민폐를 끼치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타인이 민폐를 끼치면 너그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제대로 항의도 못한다. 그러느니 '사람이 살다 보면 남에게 민폐를 끼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자기 자신도 자유롭게 살고 남에게도 자유를 허용하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 


저자는 노력의 결과는 '곱셈의 법칙'을 따른다는 말을 덧붙인다. 곱셈의 법칙이란 '지금의 나에 대한 생각 X 노력=결과'이다. 지금의 나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인 사람(+)이 노력을 하면(x)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 반면 지금의 나에 대한 생각이 부정적인 사람(-)이 노력을 하면(x)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다. 일례로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 '나는 공부를 못해', '시험에 떨어지면 절대 안 돼' 같은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면 공부에 집중할 수 없게 되고 긴장된 상태로 시험에 임해 결과적으로 시험을 망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수험생이 '나는 공부를 잘할 수 있어', '이번 시험에 떨어지면 다음 시험을 보면 돼' 같은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공부에 집중하게 되고 편안한 상태로 시험에 임해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 


이 밖에도 내 발목을 붙잡는 마음속의 금기, 당신이 죽기 전에 후회할 23가지, 참고만 살면 안 되는 이유, 다른 사람의 행동에 휘둘리지 않는 법 등 이제까지의 삶의 자세를 돌아보고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되는 글이 실려 있다. 타인의 인정과 평가를 신경 쓰느라 정작 자기 자신의 욕망이나 열정에는 무심한 삶을 살았다면, 다투는 게 싫다는 이유로 솔직한 마음을 누르고 좋게 좋게 살아왔다면 더 늦기 전에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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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키
D. M. 풀리 지음, 하현길 옮김 / 노블마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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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망하면 은행 금고 안에 보관되어 있던 돈이나 귀중품은 어떻게 될까? 2014년 아마존 브레이크스루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부문 1위를 차지한 D. M. 풀리의 소설 <데드키>는 지금처럼 예금자보호법이나 은행 시스템이 완비되어 있지 않았던 시절에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한 은행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갑작스럽게 도산하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던 은행의 '대여금고'가 우연히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 


이야기는 1978년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에 비서로 고용된 십 대 소녀 베아트리스와 1998년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의 설계도를 작성하기 위해 파견된 건축공학 기술자 아이리스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건축사무소에 취업한 아이리스는 20년 전 파산한 후 폐쇄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의 설계도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귀신의 집처럼 으스스한 분위기의 건물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던 아이리스는 20년간 한 번도 열리지 않은 대여금고의 존재를 알게 된다. 아이리스는 우연히 '수전'이라는 여인의 책상에서 547번 대여금고의 열쇠를 찾고, 금고를 열어 과거의 진실을 파헤치고 싶은 욕망과 싸운다. ​ 


가까스로 수전의 연락처를 알아낸 아이리스는 수전으로부터 그 금고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말과 함께 베아트리스라는 이름을 듣는다. 베아트리스는 1978년 이모의 소개로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에 취업한 소녀로, 고아에 미성년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은행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이후 여러 서류와 물건에서 베아트리스의 흔적을 발견한 아이리스는 베아트리스가 547번 대여금고는 물론 은행의 파산과도 무관하지 않은 인물임을 직감하고 관련된 정보를 찾아 나선다. 아이리스가 과거의 사건에 호기심을 느끼며 파고들수록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며 말린다. "묘지에서 절대로 훔치지 마라. 귀신들의 잠을 깨울 수도 있으니까." 급기야 회사에서도 아이리스에게 과거를 들쑤시고 다니지 말고 설계도 작성에만 집중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는데, 그럴수록 아이리스는 이 일의 심각성을 깨닫고 547번 대여금고 열쇠가 숨기고 있는 진실 찾기에 골몰한다. ​ 


시대는 다르지만 사회 초년생인 두 젊은 여성이 직업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인간관계로 인한 갈등, 재정적 어려움 등을 미스터리의 한 요소로 활용한 점이 신선했다. 가까운 가족에게조차 의지할 수 없는 두 여성의 상황이 아무도 믿지 못하고 믿어서도 안 되는 미스터리 소설의 속성과 연결되며 자연스럽게 긴장과 흥분을 야기한다. 내로라하는 유명인들과 부유층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대여금고라는 설정과 파산 후 20년간 폐쇄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던 은행이라는 공간적 배경 또한 매력적이다. 파산 직전의 은행에서 고군분투하는 베아트리스의 모습과, 파산한 지 20년이 된 은행에서 홀로 과거의 진실을 파헤치는 아이리스의 모습은 반드시 영화로 보고 싶을 정도다. 영화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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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의 기술 - 단단하지만 홀가분하게 중년 이후를 준비한다
호사카 다카시 지음, 황혜숙 옮김 / 상상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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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정신과 의사 호사카 다카시가 인생 후반을 활력 있고 즐겁게 보내기 위해 발상을 전환하는 방식이나 생활 습관을 들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정신과 진료실에서 살아갈 목적을 잃고 우울증에 걸린 사람, 도박 혹은 알코올 중독자, 노후의 외로움으로 정신 질환을 앓는 환자 또는 그 예비군을 적지 않게 봤다. 이들을 가만히 살펴보니 재정적 조건이나 사회적 지위, 생활 환경보다도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나 노후에 대한 사고방식에 따라 노후의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지는 듯 보였다. 이 책은 총 6장에 걸쳐 나이 듦을 즐겁고 여유롭게 받아들이는 구체적인 기술을 소개한다. ​ 


제1장 '매일이 즐거워지는 마음가짐'에서는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돌아보라, 구체적으로 원하는 모습을 그려라, 별것 아닌 일도 재미있어하는 습관을 들이자 등의 조언을 제시한다. 저자는 스스로 '내가 점점 좋아지는 간단한 비결'을 깨닫고 실천하는 중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외모도 능력도 별로고, 어디 하나 크게 잘난 곳이 없어도 그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내가 봐도 이런 점은 썩 괜찮은 것 같아'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크게 칭찬하는 것이다. 빼어난 미인은 아니지만 뽀얀 피부에 자신이 있다면 "피부가 참 희고 곱네. 화장품 매장 직원도 인정하는걸."이라고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말하는 식이다. ​ 


제2장 '인생의 버팀목이 되는 취미와 공부'에서는 젊은 시절 좋아했던 취미를 떠올려보라, 노후에도 계속할 수 있는 취미를 시작하라, 퇴직 후에 활동할 모임을 만들라 등의 조언을 제시한다. 학위나 자격증 취득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놓고 공부를 시작해도 좋고,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가볍게 공부나 취미에 임해도 좋다. 정년퇴직 후에도 일을 계속할 거라면 퇴직과 함께 자신의 경력 인생을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현역 시절과 달리 퇴직 후에는 업무의 양과 질도 줄고 수입도 줄어든다. 현역 시절의 연봉이나 사회적 지위와 퇴직 이후의 처지를 비교할수록 힘든 것은 자기 자신이다. ​ 


이어지는 제3장 '부담 없이 산뜻한 인간관계'에서는 노후의 인간관계에 대해, 제4장 '마음을 흩뜨리지 않는 삶의 방식'에서는 노후의 재테크와 소비 방식에 대해, 제5장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건강 관리'에서는 노후에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제6장 '바로 지금부터 행복해지는 방법'에서는 삶을 정리하고 죽음에 대비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조언이나 충고가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며, 당장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실용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인생 전환기를 맞은 중장년층은 물론, 인생 전환기를 아직 먼 일처럼 여기는 청년들도 미리 한 번쯤 읽어두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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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스피드
김봉곤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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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남자의 사랑. 철모르던 시절부터 팬픽이니 BL이니 하는 것들을 적잖이 섭렵하고, 커서는 본격적인 퀴어 소설, 퀴어 만화, 퀴어 영화, 퀴어 드라마 등을 꾸준히 봐왔던 나로서는 전혀 새로운 소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읽은 두 권의 퀴어 소설집, 김봉곤의 <여름, 스피드>와 박상영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는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그것은 이 두 권의 소설집이 한국 문학계에서는 보기 힘든 퀴어 소설인 데다가, 두 작품 모두 퀴어 소설로는 드물게 많은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게 한남 문학과 결별하고 싶고 이성애 서사에 따분함을 느끼는 독자들의 취향이 반영되어 생긴 경향이라고 보는데 어떨까. 경향이라는 단어로 함축하기에는 두 작품이 그 자체로 좋기도 하지만. ​ 


<여름, 스피드>는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보다 세 달 먼저 퀴어 문학임을 표방하고 나온, 김봉곤의 첫 소설집이다. 이 책에는 '컬리지 포크', '여름, 스피드', '디스코 멜랑콜리아', '라스트 러브 송', '밝은 방', 'Auto' 등 여섯 편의 소설이 실려 있고, 여섯 편 모두 성소수자 남성의 사랑과 이별을 절절하게 그린다. 여섯 편 중에 나는 '컬리지 포크'가 압도적으로 좋았다. 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도 이 년 넘게 같이 살다가 그에게 새 애인이 생기자 쫓겨나듯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온 '나'는 일본 생활에 잘 적응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하루하루가 외롭고 지겹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소설 창작 수업을 맡고 있는 '에하라 교수'의 성적 취향을 알게 되고,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적극적으로 에하라 교수에게 다가간다. 두 사람은 그동안 입에 올렸던 작가들과 작품들이 서로를 향한 구애의 메시지였음을 인정하는 듯이 급속히 가까워진다. 


'컬리지 포크' 다음으로는 '여름, 스피드'와 'Auto'가 비슷하게 좋았다. '여름, 스피드'는 '나'가 오래전 대시했던 후배 '영우'로부터 페이스북 친구 신청 메시지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나'는 당황한 마음을 숨기고 짐짓 괜찮은 체하며 만나자는 요청을 받아들이는데, 이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우'는 친구로 남자고 했다가, 조금만 더 같이 있자고 했다가 하면서 '나'의 마음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Auto'는 강렬했던 사랑이 일방적으로 끝난 후 남겨진 사람의 심정을 일종의 오토 픽션의 형식으로 쓴 소설이다. 단번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지만, 앞의 다섯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읽으니 다섯 작품의 화자가 한 사람으로 수렴되고, 소설집 전체가 한 사람의 이야기로 다시 읽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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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의 밤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박솔뫼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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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주민등록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어떻게 모르는 사람으로 사라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은 매일 밤 잠자리에서, 물론 매일 밤은 아니지만 자주 반복되는 생각이었다. 

사라질 생각은 없지만, 큰 잘못을 아직 저지르지 않았지만 어떻게 한국에서 사라질 수 있을까 

어떻게 숨을 수 있을까 혹은 한국을 빠져나가 외국에서 다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출판사 아르테(Arte)에서 야심 차게 내놓은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의 첫 책. 올해로 등단 10년을 맞은 박솔뫼 작가의 여덟 번째 작품집이다. ​ 


부산으로 향하는 기차 안. 한솔은 일본에 살고 있는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에 가는 중이고, 나미는 이모가 알려준 이모 친구 집에 잠깐 살러 가는 길이다. 두 사람은 남으로 남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과거로 과거로 침잠한다. 몇 해 전 남성이 된 한솔은 수술 한 번이면 성별을 바꿀 수 있는 세상인데 왜 여전히 자신의 주민등록번호 뒷번호는 2로 시작하는지, 외국에 나갈 때마다 군 복무를 마치지 않은 사유를 설명해야 하는지 답답하다. 사이비 교단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나미는 학력도 없고, 직업 교육도 받지 않은 자신이 어떻게 이 나라에서 살아갈지 막막하기만 하다. ​ 


부산에 도착한 한솔과 나미는 일본으로 향하는 배를 바라보며 이곳에서 사라져 저곳에서 머무르는 삶을 상상한다. 어차피 여기서는 혼자 힘으로 살기 어렵고, 의지할 누군가가 있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원해서 택한 것이 아닌 과거가 그들의 현재와 미래를 끊임없이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일반 시민, 보편 시민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일등 시민이 되지 못하고 이등 시민조차 되기 힘들 것이다. 


과연 이 둘은 무사히 사라질 수 있을까. 사라져 다시 나타난 곳에서는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 소속되어 있으나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머물러 있으나 곧 떠나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으로서 한솔과 나미의 상황이 남 일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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