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 지음, 한기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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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월든'은 무척이나 유명한 책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인지 우리나라에서 유독 유명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월든의 저자가 1862년에 사망했으니 무려 200년이 지나 아직도 이 책이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는 것은 굳이 확인을 하지 않아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유명하다는 뜻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전부 이 책의 제목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라는 저자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의미는 분명히 아니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월든'은 유명해 진 것일까? 어떤 점이 이 책이 나온 이후에 이 책을 읽은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였기에 사람들은 이 책을 200년이 된 지금도 꾸준히 읽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사람들의 번역으로 된 다양한 출판사에서 출판하고 있는 것일까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목적이라고 하면 본 말이 전도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만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에 대한 해답은 책 초반부터 나오기도 하고 '월든'을 소개하는 사람들의 소개글을 읽기만 해도 알 수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갈수록 어딘지 모르게 쫓기는 삶을 살고 있다. 내가 살아가는 이 삶이 올바른 삶인지 다른 삶은 없는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 하기도 하고, 왜 이렇게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어렵고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 정신없이 출근하고 회사에서 내 뜻과는 상관없이 일을 하고 피곤한 상태로 퇴근을 해서 겨우 겨우 하루를 마감하는 반복되는 삶에서 무엇인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산업자본주의 사회로 접어 들며 더욱 대두된 문제다.

 

그에 비해 이 책의 저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그런 삶과는 전혀 상관없는 동 떨어진 삶을 선택해서 살았다. 단순하게 살았다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월든'에서 생활하며 느끼고 겪고 생각했던 점을 책으로 펴 내기까지 하여 자신의 사상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어떻게 보면 하나의 종교를 사람들에게 전파한 것이나 다를 바 없을 정도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면 된다는 관점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고 하여도 똑같은 조건에 똑같은 상황으로 먹고 살아도 누군가는 주체적으로 자신이 결정을 내려 그러한 삶을 선택해 살고 있고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은 상황으로 살고 있다면 삶을 바라보는 자세는 엄청나게 다를 수 밖에 없다. 책에서 나온 저자의 삶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삶이지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삶이 아니다. 저자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명히 당시에도 많았을 것이다. 그 차이가 크다고 본다.

 

자신이 선택한 삶이였고 어느 정도의 학식까지 갖춘 인물이 도시 생활의 - 당시의 도시 생활이라고 하니 그다지 감이 오지 않는다만 - 번잡함을 벗어버리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월든'이라는 호수에서 농사를 지며 자급자족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였지만 한편으로는 분명히 언제든지 자신이 이 삶을 청산하고 다른 삶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머리에 품고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런 삶을 운명이나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살지만 저자에게는 여러 삶 중에 하나로 선택해서 살았던 것이다.

 

실제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평생을 '월든'에서 정착해서 살지 않았다. 그의 인생에 있어서 특정 기간에만 '월든'에서 살았고 그 살았던 기간도 전체 삶에서 보자면 아주 작은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가 속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하면 아마도 내가 지탄을 받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실제로 저자는 '월든'에서 살다 책 말미에 사정으로 월든에서 나왔다고 표현을 한다. 여러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고 생각되기에 괜히 한 번 언급한다.

 

솔직히, 이 책이 유명하다는 이유로 읽기는 했지만 어떤 내용일 것이라고 예측은 가능했는데 실제로도 그 예측을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책은 그런 이유로만 읽는 것은 아니기에 끝까지 읽었다만 마지막 50페이지는 상당히 고민을 했다. 끝까지 읽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책을 읽기는 했지만 엄청나게 지루했다. 저자가 '월든'에 살면서 경험하는 것을 비롯한 소소한 일상과 생각과 삶을 자세에 대해 정말로 자세하게 썼다. 어찌보면 별 것 아닌것 같은 사소한 일에도 상당히 사실적이고 세부적으로 묘사하면서 썼는데 읽어도 읽어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끝까지 읽었다는 점이 대견하다는 심정일 정도다. 

 

이 책은 많은 유명한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고 있는 책인데 그 유명한 사람이나 이 책에 소개된 그 유명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어느정도 무엇인가를 성취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과 같은 현실에서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이렇게 자급자족으로 살라고 하면 도저히 못한다.

 

여전히 물욕으로 가득차 있는 나에게 물욕을 버리고 자급자족으로 살라고 하면 옳은 말일 수 있어도 나 자신은 선택하고 싶지 않은 삶이다. 자급자족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지도 않고 말이다. 귀촌이나 귀농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귀촌이나 귀농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좀 더 나이를 한 20년 넘게 먹으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도 충분히 적당히 안분지족까지는 아니고 무소유까지는 아니라도 될 수 있는 한 내 삶에서 과하지 않을 정도로 산다고 보는데 - 이건 보는 사람에게 따라 워낙 차이가 크다만 - 그것마저 버리고 '월든'이라는 곳에서 살라고 하면 난 절대로 반대한다.

 

유명한 사람들이 이 책처럼 버릴 것을 버리고 '월든'과 같은 곳에서 - 속세를 벗어나?? -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들은 정작 그러한 삶을 선택하지 않고 여전히 좋은 옷과 좋은 대접을 받으면서 살고 있다. 이 책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진정으로 자신이 직접 농사를 지으면 얼마가 소요되는지까지 하나씩 다 계산하고 자신이 '월든'에서 사는 삶에서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드는지까지 전부 계산하고 더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살았던 사람이기에 그런 점을 존경해야 하지만 이러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그런 이야기 하는 사람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싶다. 그렇다면, 직접 하면서 동참을 호소하던가 말이다.

 

이 책의 글에 대해서도 칭친과 화려한 미사여구로 칭소하지만 읽는데 좀 지루했다. 어쩌면, 초록은 동색이라고 저자만큼은 아니라도 나도 느릿하게 살고 있는 편이라 그다지 크게 와 닿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조금은 건방진 생각도 든다. 열심히 치열하게 하루 하루를 사는 사람에게는 어느날 '월든'을 읽고 크게 깨닫는 것이 있고 '내가 그동안 잊고 있었다'라는 독백을 하면서 다시 자신의 삶에 대해 돌아볼 수 있을지 몰라도 나에게는 내 삶을 돌아보기는 해도 책에 나온 관점에서 돌아보지는 않아 그런지 크게 와 닿지 않았다.

 

내가 읽은 출판사의 번역으로 된 '월든'에서는 열여덟개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처음 이야기와 마지막 이야기만 읽으면 충분하다고 본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알 수 있고 유명하다는 사람들이 외치는 이야기가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가슴으로 느끼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도 첫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고 점점 갈수록 지루하고 읽는 것이 고단했는데 마지막 이야기에서 다시 흥미롭고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는데 한 편으로는 마지막 이야기는 그 앞 전까지 한 이야기와는 다소 상관없는 이야기로 보이기도 했다. 자신이 '월든'에서 살아오고 겪고 느끼고 생활했던 것을 열심히 세밀하게 이야기했는데 뜬금없이 철학적인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한다는 투로 이야기해서 말이다.

 

감히, 내가 세계에서도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영감을 불러 일으킨 책에 대해 이렇게 미주알 고주알 떠드는 것을 넘어 삐딱한 시선으로 쓰게 되어 부담이 되지만 누군가는 이런 생각도 한다는 것을 알리는 것도 일방적인 소통에 비해서는 진정으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원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스스로의 정당성을 괜히 부여하면서 끝을 맺는다.

 

참,, 그렇다고 책이 결코 읽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책은 분명히 읽을 가치가 있다. 특히, 현재 정말로 열심히 방향과 목표를 잃고 앞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 정도는 쉬어가며 심호흡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줄 것이다. 내가 삐딱하게 바라봤어도 책은 내용은 좋고 200년이 되도록 사람들에게 선택된 이유가 분명히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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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자적 100년 - 백 년을 사는 다섯 가지 즐거운 마음가짐
자오무허 구술, 팡야후이 지음, 김영화 옮김 / 물병자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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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자적의 저자는 현재 나이가 100살이 넘었다. 장수하면 일본이라는 점때문에 얼핏 보고서는 저자가 일본 사람이라고 오독을 했다. 저자의 이름을 눈여겨 보지 않고 대략적인 내용만 보다보니 그랬다. 책을 읽어보니 책의 저자인 자오무허는 대만사람으로써 100세가 넘은 시점에 책을 펴 내고 98세에 석사학위를 따낸 인물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히 그 존재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대만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다 알아 볼 정도의 유명인사는 아니여도 어느 정도 알만한 사람은 아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나이가 들어 대학을 간다는 이야기는 종종 우리나라에서도 듣기는 했는데 90세가 넘어 대학원에 진학을 했다는 것은 대단한다고 아니 할 수 없다.

 

그정도의 연세면 기력이 쇠하여서 움직이고 활동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석사학위를 딴 것도 모자라 100세가 넘은 지금 시점에도 활발하게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있고 이처럼 책까지 - 비록 구술이기는 해도 - 펴 냈다고 하니 젊은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존경을 받을 만한 인물이라 할 수있다.

 

책에서 아쉬운 점은 100세라는 나이가 포인트라 이왕이면 80세 이후의 본격적인 활동이 좀 더 많이 책에서 다뤄지고 언급이 되었다면 좀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전체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하나씩 언급을 하고 있는 책이라 어떻게 보면 자서전에 가까운 책이라 할 수 있다.

 

입지전이 인물은 아닐지라도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처럼 꽤 대단한 과거를 지녀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릴 적 일본의 침략과 국민당과 공산당의 치열한 다툼의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향을 떠나 떠 돌면서 결국에는 대만으로 정착하기까지의 여정은 비록 당시에는 누구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다고 해도 상당히 대단하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대만에 정착해서 여러 일을 하면서 점차 안정이 되었어도 자신이 세운 원칙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 왔다. 특히, 잘못된 일이 있으면 본인의 위험이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당당히 맞서는 내용은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데 - 나 같으면 - 개선하려고 끝까지 온 몸을 다해 노력한 걸 읽으면서 헛투루 인생을 산 분은 아니라고 보였다.

 

남들은 이제 노인이라고 하면서 소일거리를 하고 새로운 일을 하려고 노력도 하지 않는 나이에 오히려 본격적으로 남들과는 달리 해외 여행을 배낭여행으로 다니고 - 70세가 넘어 - 새롭게 무엇인가를 배우는 자세에서 평생 공부를 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물론, 책을 읽다보면 좀 잘난체 한다는 느낌이 드는 장면들이 꽤 있는데 그런 부분은 잠시 참고 읽으면 된다. 어떤 시선으로 바로보느냐에 따라 상대방의 이야기가 나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그 정도는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더구나, 연세가 많은 분이 과거를 회상할 때는 당연히 미화되는 측면이 좀 더 많은 것이라 본다. 원래, 추억은 늘 아름다운 것이니 말이다.

 

실제, 사진으로 봐도 100세가 된 어르신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젊어보인다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니 그 연세가 되도록 정정하게 자신의 일을 끊임없이 지금도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일정 나이가 넘으면 스스로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이 있다. 그건,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아 왔느냐가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형태로 나온다는 의미다.

 

실제로도 젊은 시절에는 미모와 몸매등의 젊음으로 많은 부분이 제대로 들어나지 않을 지라도 나이가 들면 한 개인의 성격과 인생과 역사가 몸에서 풍겨나오고 얼굴을 통해 유추할 수 있게 된다. 밝게 살아 오셨고 밝게 살려고 노력하신 분들은 굳이 '나 지금까지 밝게 살아왔고 지금도 밝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라고 사람들에게 외치지 않아도 그 얼굴에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고 어르신이 되었을 때 주변사람들에게 존경과 환희를 받는 인물이 된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 커다란 성공을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내가 성공했다고 아무리 외치고 돈이 많다고 해도 주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고 환대를 받지 못한다면 굳이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그런 사람을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책 제목인 '유유자적'하게만 살아온 분은 아니지만 - 꽤 꼬장 꼬장한 부분도 많다 - 전체적으로 자신의 인생에 있어 안분지족하면서 고민이나 걱정을 오래 하지 않는 삶의 태도를 견지하였기에 지금까지도 건겅하게 늘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살아 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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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 뚜벅이변호사 조우성이 전하는 뜨겁고 가슴 저린 인생 드라마
조우성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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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한계가 있어 책을 통해 다양한 간접경험을 할 수 있다. 인문학에 대해 공부하는 이유는 우리는 사람이고 사람에 대해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 본다. 역사를 통해 사람들이 한 행동에 대해 알고자 하는 것이고 철학을 비롯한 소설을 통해 인간의 고민과 존재이유와 고민을 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책이나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고도 그만큼의 수준(??)에 오를 수 있는 직업군중에 죽음을 목격하고 주변 사람들을 봐야 하는 의사와 온갖 인간군상에 대해 봐야만 하는 법분야의 사람들이 있다고 본다. 이들은 굳이 책을 통한 간접경험을 하지 않더라도 늘 만나고 부딪치는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인간에 대해 배우게 되고 알게 되고 만나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의식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인간에 대한 성찰을 할 수 밖에 없다.

 

법무법인을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태평양 법무법인의 파트너라고 하니 관련 분야에서는 유명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태평양이라는 이름이 친숙해서 일 수도 있지만 분명히 태평양 법무법인은 내가 이름을 기억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러한, 이유로 아주 아주 약간의  선입견을 갖고 책을 볼 수도 있었는데 책의 내용은 인간들로 가득차고 넘친다. 

 

법이라고 하는 차갑고 냉정하고 이성적인 인간이 아니라 따뜻한 피를 간직하고 인지상정을 갖고 부드러운 눈길로 타인을 바라보는 한 명의 변호사와 다수의 주변 인물들이 보이는 책이 바로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이다. 변호사 생활을 벌써 20년 넘게 했으니 얼마나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사정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을 것인가는 경력만으로도 느껴진다.

 

법이라는 것은 나랑은 완전히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살았고 실질적으로도 문제가 있은 적이 있지만 그때마다 법이 꼭 필요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새롭게 시작한 일이 법을 알아야만 했고 법원에도 가야만 하는 일이라 저절로 법에 대해 공부정도는 아니라도 알정도는 - 내가 알아야 하는 분야에서 - 대략적으로 어설프게 봤는데 돌이켜보면 법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의도와 상관없이 아주 잘 한 행동중에 하나라고 판단한다.

 

그 이유는 비록, 내가 법을 꼭 써 먹어야 하고 법을 통해 일을 해결하려고 한 것은 단연코 아니지만 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게 컸다. 모르던 세상을 알게 되어 이로 인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달라졌다는 표현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꼭 써 먹지는 않아도 사전에 미리 미리 대비하고 예측할 수 있는 정보를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저, 민법정도를 대략적으로 봤는데도 그랬다.

 

책의 저자인 조우성씨는 오래도록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온갖 더러운 일들과 욕심이 팽배한 사람들을 봤을 것이지만 책에서는 대체적으로 사람들만 나온다. 이상하게 인간이라는 표현보다 사람이라는 표현이 좀 더 정감있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책 제목처럼 만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 줄 사람을 원했고 조우성씨가 바로 그 사람이였다.

 

민사사건부터 형사사건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펼치는 이야기를 변호사는 직업이라는 이유로 담담하고 이성적으로 풀어 낼 수 있지만 정 반대로 정감있고 사랑채에서 안주상을 놓고 지난 추억을 아름답게 회상하면서 이야기하듯이 전달해 준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꼭 법적인 지식이 없어도 읽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게 말이다.

 

단순하게 한 개인이 겪은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경험하지 못한 특별하고도 특수한 경험을 재미나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책에 소개된 이야기들 하나 하나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오래 시간동안 자신에게 인상깊었던 것만 발췌해서 추려냈을테니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사람들의 이야기만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몇 몇 에피소드는 내용 자체뿐만 아니라 평소에 궁금하던 내용이 법적으로 어떤 식으로 해결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내용증명까지 나와 있어 더 재미있게 읽었다. 가끔 뉴스에 나오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법적으로 알려주고 있어 얼마든지 응용도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몇 몇 에피소드는 뉴스에서 봤던 그 사건이라 더욱 흥미롭고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사건인지에 대해서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책에 나온 이야기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읽을만한 내용들이다.

 

좋은 변호사의 조건은 잘 듣는 것이라고 한다. 이건, 꼭 변호사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직업이나 위치나 나이나 성별을 갖고 있어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사람은 자신만의 세계에 갖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책을 읽는 이유도 타인의 생각을 잘 듣기 위해서이다. 이번에는 조우성이라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잘 들었고 재미있었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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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드리는 100자의 행복
이케다 다이사쿠 지음, 화광신문사 옮김 / 연합뉴스 동북아센터(잡지)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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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남자라고 한다. 그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자라고 한다. 결국에는 여성들이 이 세계의 지배자가 되어 버리는데 그렇게 되어도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남자가 지배하는 것보다는 더욱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무서운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더 철저하고 확실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는 보다 인간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성에게 드리는 100자의 행복은 좋은 경구들로 가득차 있는 책이다. 하루에 하나씩 읽는 것이 차라리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책을 집어 들고서는 그 자리에서 단숨에 읽었다는 표현을 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을 들지 않고 읽었지만 그 내용마저 단숨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경중에 있는 여러 내용중에 시편에 해당한다고 할 수 도 있고 각 종교에서 나오는 좋은 문구나 훌륭한 선인들이 남긴 경구를 모아 놓은 것과 같은 책이다. 상당히 짧은 시간에 읽었지만 사실 하나씩 하나씩 음미하면서 천천히 읽어야 한다. 국수는 후루룩하고 먹을 수 있지만 설렁탕은 그럴 수 없다. 천천히 숟가락으로 떠 후~ 불어 식혀가며 먹어야 하는 것과 같이 읽어야 할 책으로 보인다.


이 책 처음에 거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거울은 여성을 대표하는 물건이라 할 수 있다. 남성들도 거울을 보면서 여러 일들을 하기는 하지만 여성들에 비하면 거울이 없어도 될 정도로 할 수 있는데 여성들이 거울 앞에 섰을 때 본연의 나와 만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기도 하겠지만 자신을 꾸미기 위한 도구로도 활용한다.


거울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아무런 꾸밈이 없는 나를 보여주기도 하고 온갖 치장을 하고 있는 나를 보여주기도 한다. 어떤 모습을 하고 있어도 거울에 비친 인물은 나라는 것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 보이는 면이 어떨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거울을 바라보는 내 상태에 따라 거울을 바라보는 내 모습은 달리보인다.

마찬가지로 이 책의 내용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그냥 좋은 내용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의 상태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여성에게 드린다는 가제가 있는 것처럼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좀 더 와 닿을 수 있는 내용이다. 꼭 여성으로 편헙한 시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천천히 하루에 하나씩 한 페이지만 읽고 그 날 하루종일 생각하며 음미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한다. 우걱 우걱 꾸겨 입속에 집어 넣는 것보다는 입에 들어갈 만큼 넣은 후에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을 때 더 맛있고 영양도 골고루 온 몸에 퍼지는 것과 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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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날 - 마음이 따스해지는 31가지 생일 이야기
소고 유카리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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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기쁜 날이나 소중한 날을 떠올리라고 한다면 다들 각자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아주 잠시동안 행복한 침묵에 빠지게 될 것이다. 당장 떠오르지 않는다고 행복한 순간이 없다고 할 수 없고 너무 많아 즉시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사소한 것에도 감동을 하고 감사하는 삶을 산다고 해도 매사에 행복을 느끼면서 산다는 것은 우리가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처럼 자주 자주 망각하게 된다.

 

우리에게 기쁜 날이나 소중한 날을 떠 올리라고 했는데 딱히 당장 생각나는 것이 없다면 우리가 태어난 생일을 기억하는 것은 어떨까? 자신이 태어난 게 저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누군가에게 탄생은 축복이자 행복이다.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어 버린다. 아무리 못난 사람도 누군가의 자녀이다. 부모는 자신을 무조건적인 사랑을 한다.

 

그런 이유로 우리가 태어난 생일은 그 어떤 날보다 소중하고 기쁜 날이다. 우리가 태어난 것은 부모님의 은혜지만 정작 생일 주인공은 나이다. 내가 태어나 우리 부모님들은 행복했고 기쁜 날이였고 지금도 나날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많은 사람들 역시 내가 태어났기 때문에 그들이 나로 하여금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고로, 생일은 그 어떤 날보다 소중하고 축하해야 할 날이다.

 

생일을 축하하는 문화가 점점 정착되고 있다. 나 어릴 때 생일 축하는 그저 식구들끼리 축하한다는 이야기가 전부였지 생일 케익을 먹는다거나 친구들을 모아 생일 파티 한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한마디로 개념 자체가 없었다. 지금은 생일에는 부모가 축하해 주고 친구들이 축하해 주고 동료들이 축하해준다. 어쩌면, 회사를 다니는 좋은 점 중에 하나가 싫어도 회사 동료들이 생일 축하를 해 준다는 거다. 인사과나 직속 상관을 통해 알려지고 그 날을 축하한다.

 

생일을 축하하고 케익을 자른다는 사실에 어딘지 계면쩍은 것이 사실이라 될 수 있는 한 생일을 조용히 넘어가려고 하지만 식구들의 생일에는 축하를 한다. 우리집 같은 경우에 생일을 맞이하면 부모님부터 손자,손녀까지 모여 - 한 달에 한번 몰아서 -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게다가 아직도 생일에는 부모님이 나에게 몇 만원의 용돈을 주신다. 절대로 거절하지 않고 고맙다고 받는다. 부모님 스스로 용돈을 줄 수 있는 능력자라는 의미를 내가 거절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에.

 

딱히 내 생일에 대한 대단한 기억은 없다. 맞다. 문듯 기억하는게 20대 초반에 친구녀석이 자기 애인이랑 - 나랑 셋이 같이 친했다 - 나를 불러내서 커피숍에서 생일선물을 해 준 기억과 친한 친구중에 나랑 생일 차이가 이틀이라 서로 문물교환이라면서 교환했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생일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기쁜 날이다.

 

하지만, 생일이라는 것이 소중하지만 꼭 기쁜 날은 아니다. 누군가가 기억나는 생일이지만 아련한 추억이나 슬픈 감정을 자아낼 때도 있다. 미처 이야기 못한 감정을 생일에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용서를 구하고 용서가 가능한 유일한 날이 생일이 될 수 있다. 기쁜 날 슬픈 행동을 할 수는 없다. 이처럼 생일에는 뭔가 모르는 정서가 서로간에 흐르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 밴드의 보컬로 공연 말미에 생일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소개했는데 그 중에 31가지를 추려 발표한 작품이다. 책 표지에서 풍기는 따뜻하고 정감있는 느낌처럼 누구나 갖고 있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따뜻한 차를 음미하며 소근 소근 담소하며 '그랬구나'하고 맞장구를 치며 읽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떤 글은 '그래? 괜찮아? 이제는 괜찮을꺼야!'하면서 등을 두들겨 주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미처 전하지 못한 감정에 안타까움이 더해져 어딘지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감정이 일어났다.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그 사랑이 느껴져 더욱 안타까움을 동반한 사랑이 느껴지는 듯 했다.

 

책의 내용도 좋았지만 책 내용과 어울리는 그림과 이미지들이 읽으며 내용에 동화되고 저절로 머리속에 상상이 되며 그림이 그려져 슬며시 미소를 짓게 만들기도 하고 '좋은 추억을 간직하게 되었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다시는 못 느낄 사랑이지만 남은 사람은 그 사랑을 평생 간직하며 살아가겠구나라는 애잔함을 느끼게 된다.

 

슬픈 일이 생기고 짜증나는 일이 생기고 화를 내고 싶을 때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우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속시원히 풀어버리고 싶지만 그래도 무엇인가 먹먹하게 막혀있을 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날'을 읽으면 아마도 읽는 동안 알 수 없는 체증이 의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조금씩 사라지고 있게 되지 않을까 한다.

 

나 혼자라고 생각되고 세상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날'은 결코 나 혼자가 아니라고 알려주고 세상이 내 맘대로 안 되는 것 같아도 여러 사람들의 도움과 사랑으로 전부는 아니라도 나라는 사람이 소중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진실을 알려줄 것이라 보인다.

 

우리들은 소중한 날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공평하게 어떤 사람에게도 1년에 한 번은 어김없이 소중한 날이 온다. 스스로 소중하다고 느끼지 못해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날이 되는 거다. 지금까지 생일을 조금은 시큰둥하게 보냈는데 책을 읽으니 올 해부터는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좀 더 적극적으로 축하하고 축하 받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나는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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