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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흑학 - 승자의 역사를 만드는 뻔뻔함과 음흉함의 미학 ㅣ Wisdom Classic 3
신동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7월
평점 :
이 책의 마케팅은 다음과 같다. 서양에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있다면 동양에는 이종성의 '후흑학'이 있다. 이런 식으로 마케팅을 한지는 않았지만 대략 이러하다. '승자의 역사를 만드는 뻔뻔함과 음흉함의 미학'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것만 봐도 이 책의 내용이 어떨할지는 저절로 유추가 될 것이다. 실제로도 이 책을 나에게 추천한 사람도 그런 식의 책이라며 읽어보라고 했다.
이미, 군주론이 어떤 내용인지는 익숙하도록 알고 있지만 실제로 아직까지 군주론을 읽어 본 적은 없다. 의외로 두껍지도 않지만 너무 유명해서 차일 피일 미루게 되는 책이 되어 버렸다. '후흑학'의 책도 들은지가 어느덧 만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상당히 뜸을 들여 읽게 되었는데 역시나, 너무 뜸을 들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반까지는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지만 100페이지 정도를 넘어가서부터는 그다지 흥미롭게 읽지는 못했다. 편견인지는 몰라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내용이 이어지면서 연관된 내용이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주장을 펼치기 위해서 특정 에피소드를 보여준 후 그에 따라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인데 책을 읽다보니 그런 방식의 책이였다.
꼭, 후흑학 책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대체적으로 동양고전에 대해 알려주는 책들이 대부분 그렇다. 한자성어를 보여 준 후 그에 맞는 내용을 언급하고 저자의 주장을 펼치는 식의 책이 꽤 인기가 많은데 이상하게도 난 그런 식의 책은 별로다. 어딘지 모르게 강요한다는 느낌이 들어 그런지 모르겠다. 고전을 보여주려면 설명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좋다. 읽은 사람들이 알아서 해석하고 자기 편의대로 곡해하는 단점이 있어도 말이다.
어떤 내용을 이야기하다가 그에 맞는 에피소드를 끌어오는 것은 좋은데 그 반대는 싫어하는 것을 보면 내가 이상한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유중에 하나는 어딘지 억지로 갖다 부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다. 후흑학의 내용은 저자의 내용이 아니라 이종성이라는 사람이 쓴 글을 근거로 다시 저자가 새롭게 편집하고 각색한 책이다. 하지만, 읽어볼 때 이종성의 후흑학이라는 글을 완전히 저자가 알아서 자신의 생각으로 고쳐 썼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작, 이종성의 후흑학에 나오는 내용은 확실하고도 분명하게 들어나지 않고 저자인 신동준의 주장이 확고하게 나온다. 그렇다면, 해석이라는 단어를 넣는 방법으로 했으면 좋았을텐데 난 전적으로 후흑학의 글 내용을 읽고 싶어 집었는데 후흑학의 내용이 나오는 것은 분명한데 원하는 것이 아니였다는 점에서 뒤로 갈수록 읽는데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다.
후흑학은 좋게 표현하면 '네 말이 맞다' '네 말도 맞다'이다. 내가 주로 추구하는 방향이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이 세상에 절대적인 진리라는 것은 극히 드물기때문에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히 그 말이 맞다. 내 입장에서는 내 말이 무조건 맞을지 몰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황을 재 구성하면 완전히 다른 논점과 시선이 생긴다. 그렇기에 둘 다 맞는 말이다. 이런 표현을 기회주의적으로 몰아부칠 수도 있지만 세상을 슬기롭게 헤쳐가는 처세술이 될 수도 있다.
일명, 박쥐라고 불릴 수 있는 인물말이다. 사람들은 명확하게 내 편이나 상대편으로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군집 문화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그런데, 이쪽도 저쪽도 아닌 행동을 하면 어느 쪽에도 가담할 수 없는 믿을 수 없는 인물이 되어 버린다. 철저하게 자신의 처세를 현명하게 하는 사람들은 살아 남을 수 있어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선 이쪽이나 저쪽을 선택한 후 확증편향과 닻 내림효과, 의식 고취등을 통해 무조건 우리편이 맞고 상대방은 틀리다는 의식에 사로잡힌다.
후흑학은 어떤 식이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아남아야 하는 것을 말한다. 내 상황에 맞는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다. 비굴해도 상관없고 당당해도 상관없고 욕을 먹어도 상관없다. 오로지 살아남아 이익을 얻으면 된다. 대의명분만을 쫓아 패가망신을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것이 낫다는 것이다. 이런 점은 개인에게는 힘들지 몰라도 한 국가에게는 필요한 부분인 것은 사실이다.
책에서 언급되는 핵심은 와신상담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현재 어떤 모멸을 받더라도 참고 이겨내서 결국에는 내가 최종 승리를 하는 것이다. 까짓것 지금의 모든 고통은 최종 승리를 위해 얼마든지 참고 인내하는 것이다. 이건, 보통의 사람들은 사실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음흉하다는 사람들은 피하려고 하고 마음을 읽을 수 없는 사람들을 두려워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내 편인지도 상대편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나를 보여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분명한 것은 좀 더 힘이 있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모습이 개인에게는 본받을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아도 국가에게는 아주 현명한 외교가 될 수 있다. 특히, 약소국일수록 이런 자세는 비록, 국민에게 욕을 좀 먹고 안쓰럽게 보여도 한 나라가 살아남기 위한 최선이자 최고의 노력이 된다.
'후흑학'에서는 초한지, 삼국지, 춘추전국시대등에 나오는 인물들을 갖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런데, 어떤 책을 읽어도 동양에 대한 에피소드를 말할 때는 - 중국으로 보다 한정하자면 - 저 시대를 논하지 않고는 어떤 에피소드도 나오지 않는 것은 그만큼 태평성대에는 이야기꺼리가 후대 사람들이 볼 때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로 느껴진다. 당대에 살던 사람들은 참으로 힘든 시절과 세월을 겪게 되었을텐데 말이다.
조조는 가장 후흑학에 능한 인물로 나오는데 유비도 뒤 떨어지지 않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다만, 유비는 워낙 이미지 메이킹을 잘 한 덕분에 후흑을 펼쳐도 사람들이 인의를 중시한 행동으르 여기지만 실제로는 치밀한 계산과 상황판단에 따른 행동이였다는 것이다. 결코, 인의를 중시한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행동의 결과를 보기 좋게 이미지 메이킹한 덕분에 유비가 조조에 비해 인의로 보여지는 것이라고 하는데 읽어보니 맞는 말이다.
인의와 충효를 중시한 인물을 대대로 칭송하지만 그들을 다른 관점에서 후흑을 실천한 모습으로 보여주는 관점은 아주 좋았다. 똑같은 사례라도 어떤 관점에서 그 인물을 평가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이야기라서 말이다. 어떻게 보면 중국 고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걸 굳이 후흑이라는 관점으로 이야기해서 그렇지 이미 우리는 알고 있는 내용이다.
특히, 꽤 많은 분량을 현재의 국가로 치환해서 이야기해 준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대국굴기는 후흑이라는 관점에선 잘못된 것이고 도광양회가 바로 후흑이라는 관점에서 올바르게 나아갈 방향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확실하게 후흑을 펼치는 대통령이 없었다는 아쉬움도 토로한다.
후흑은 두꺼운 얼굴을 뜻하는 '면후面厚'와 시커먼 속마음을 뜻하는 '심흑心黑'을 줄인 말이다. 이 두가지를 갖고 있다면 무슨 일이든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둘 다를 완벽하게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둘 중에 하나를 좀 더 잘 한 사람은 있어도 둘 다를 완벽하게 한 사람은 책에서는 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나마, 조조나 사마의와 월왕 구천정도이다.
기대를 워낙 갖고 봐서 생각보다는 별로였지만 후흑이라는 관점에서 개념과 알고 있던 것과 달리 책을 읽어 보다 상세하게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다. 또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중국 고전의 내용을 약간 관점을 달리해서 알려주는 것도 꽤 신선했고 충분히 동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난 후흑은 힘들지 않을까 한다. 대신, 후흑하려는 인간들은 잘 파악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완벽하게 둘 다를 해 내는 인물은 거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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