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나는 괴물을 잘 알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친족 성폭력, 부모의 방임, 심각한 폭행과 추행, 강간까지 온갖 종류의 폭력으로 고통받았다. 10대가 되어 제프리 엡스타인과 길레인 맥스웰을 만나기 전부터 나는 다른 소아성애자들에게 성착취를 당했고, 두 사람은 내 고통을 배가시켰다. 그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 그들은 부유하고 권력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나를 빌려주었다. 나는 반복적으로 이용당하고 모욕당했으며, 목이 졸리거나 구타를 당해 피투성이가 되기도 했다. 나는 그들의 성노예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열아홉 번째 생일을 막 넘긴 무렵,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사람을 만났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2002년에 탈출했다.


(123-124)

소원을 빈다고 다 이루어진다면, 거지도 말을 탈 수 있겠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만으로는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고, 그를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나는 그 생각이 좋다.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밀고 나갈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애핑거에게 감금되어 있던 시절의 나는 아무런 힘도 없었다. 나를 구하려고 했다가는 붙잡혀 체벌을 당하거나 그보다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는 믿게 되었다. 오칼라에서만큼은, 내 소원이 정말로 그 말들처럼 사는 것이었음을, 창밖에 있던 말들은 내가 갖지 못했던 자유, 내가 간절히 원하는 자유 그 자체를 상징했다. 느긋하게 풀을 씹으면서도 위험의 기척을 놓치지 않으려 귀를 세우고 있던 말들을 바라보는 시간 속에서, 언젠가는 내 삶이 나아질지도 모른다고 감히 상상할 수 있었다.


(138-139)

알레시는 지시대로 차를 세웠고 차에서 내린 맥스웰이 내 뒤를 따라왔다. 그때는 몰랐지만 또다시 포식자가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다만 이번 포식자는 이전에 만났던 누구와도 달랐다. 아버지와 포리스트, 론 에핑거, 혹은 에핑거가 떠넘긴 남자와도 달랐다. 맥스웰은 최상위 포식자였다. 겉으로는 아름답고 침착하며 자신감이 넘쳐 보였지만, 속은 그만큼 탐욕스럽고 욕심도 많았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맥스웰의 매혹스러운 외면을 꿰뚫어 보았다고 말하고 싶다. 말처럼 본능적으로, 내게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 존재인지 알아챘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맥스웰에 대한 첫인상은 마러라고에서 만났던 다른 부유한 손님들을 처음 맞이할 때와 다르지 않았다. 나도 나중에 그녀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57-158)

세간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며 갈기갈기 파헤쳐진 내 삶의 한 대목이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지나온 세월을 되풀이해 말하는 일은 하나도 유쾌하지 않다. 내가 저지른 과오와 내게 가해진 폭력을 곱씹는 과정은 고통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벌어진 일들을 순서대로 낱낱이 기록하다 보면, 끔찍한 세부 사항들에 매몰되어 자칫 본질을 놓칠까 봐 두렵기도 하다. 분명 나는 성적으로 학대당했다. 내 육체는 나를 철저히 망가뜨리는 방식으로 이용당했다. 하지만 엡스타인과 맥스웰이 내게 가한 가장 잔인한 폭력은 육체가 아닌 정신을 향했다. 처음부터 두 사람은 나를 교묘히 조종하여 나 자신을 갉아먹는 행위에 가담시켰고, 끝내 현실 감각을 마비시켜 최소한의 방어 기제조차 작동하지 못하게 가로막았다. 애초에 나는 자신을 파멸로 몰아넣는 일에 공범이 되도록 철저히 길들여졌다. 두 사람이 내게 남긴 수많은 상처 중에서도, 강요된 공모야말로 가장 파괴적인 흉터였다.


(224)

마음속에는 또 다른 복잡한 감정들이 엉켜 있었다. 일곱 살 때와 마찬가지로, 열일곱 살이 된 나도 윗사람들한테 칭찬받고 싶어 했고 실제로 칭찬도 자주 들었다. 다른 남자들을 상대하러 나갔다가 돌아오면 돈만 건네받는 게 아니었다. 당시 내게 돈보다 간절했던 말도 함께 들었다. 엡스타인은 우리는 네가 자랑스럽다고 말했고, 수치심과 창피함이 한꺼번에 밀려오는데도 나는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만족이라고 여겼다. 이처럼 서로 어긋나는 감정이 한곳에 엉켜 새긴 매듭을 풀어내는 데는 수년이 걸렸다.


(254)

가혹 행위가 이어지던 와중에 엡스타인은 내게 브로드웨이 연극 <오페라의 유령> 관람권을 건넸다. 공연 관람은 생전 처음이었기에 화려한 무대 장치에 압도당하기도 했지만, 극중 유령의 모습에서 엡스타인이 겹쳐 보여 큰 충격을 받았다. 뛰어난 학자이나 마술사, 건축가, 발명가이면서 작곡가이기도 했던 유령은 일그러진 얼굴을 가지고 태어난 인물이었다. 유령이 납치한 소녀에게 억지로 웨딩드레스를 입히던 장면은 지금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소녀는 유령의 흉측한 겉모습이 아니라 유령의 내면에 도사린 본성이 두렵다고 털어놓았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노래 싱크 오브 미(Think of ms)’를 들을 때면, 나를 사실상 납치해 가둔 비틀린 괴물 엡스타인이 떠오른다


(384-385)

네덜란드는 당초 계획했던 목적지가 아니라고, <세서미 스트리트>의 작가 킹슬리는 다운증후군 아들을 낳은 뒤 집필한 에세이에서 아이를 낳는 것을 그렇게 비유한다.

“’나는 이탈리아에 가야 해요라고 당신은 항변합니다. 평생 이탈리아에 가기만을 꿈꿨으니까요. 하지만 계획은 바뀌었고, 이제 네덜란드는 당신이 머물러야 할 터전이 됩니다. 그렇게 당신은 수긍합니다. 중요한 점은 누군가 당신을 끔찍하거나 혐오스럽고 지저분한 곳으로 끌고 간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저 다른 장소일 뿐이에요. 네덜란드는 이탈리아보다 삶의 호흡이 느리고 화려함도 덜하지만, 풍차와 튤립, 그리고 렘브란트라는 대가가 존재합니다. 물론 주변 사람들은 이탈리아를 드나들 것이고, 그곳에서 얼마나 멋진 시간을 보냈는지 자랑을 늘어놓을 것입니다. 그러면 당신은 남은 평생 이렇게 말하게 됩니다. ‘맞아요, 원래 거기로 가려고 했어요. 내가 계획했던 건 바로 그 여행이었죠.’ 그 고통은 절대로,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토록 간절하게 품어온 꿈을 잃었다는 건 아주, 아주 중대한 상실이기 때문이요.

하지만 만일 이탈리아에 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한탄하며 남은 인생을 보낸다면, 네덜란드가 가진 아주 특별하고도 사랑스러운 것들을 결코 마음껏 누리지 못할 것입니다.”


(400)

평범한 여자 한 명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하지만 요세프버그 부녀와 이야기했던 것처럼, 남편과도 어떤 방식으로든 세상 앞에 나서는 일을 진지하게 상의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누군가의 딸들이 어떤 일을 견뎌야만 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딸을 키우는 부모로서 우리가 그 비극 앞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 멘토였던 루스 메노어가 말 한 마리로 비영리 단체 빈세례모 센터를 일구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도 나 같은 이들을 위해 그런 터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이 잠든 뒤, 로비와 나는 잠들 때까지 서로의 두려움과 희망을 속삭이듯 주고받았다. 나를 짓밟은 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일에 이제는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확신이 뚜렷해졌다.


(403)

삶은 언제나처럼 흘러갔다. 이따금 뉴스나 텔레비전에서 낯익은 이름이나 얼굴을 마주칠 때가 있었다. 엡스타인과 맥스웰이 성적인 행위를 하라고 강요했던 수많은 유명 남성이 그곳에 불쑥 나타났다. 나를 직접 학대하지는 않았으나 분명히 만났던 저명인사의 사진을 신문에서 볼 때도 그에 못지않게 혼란스러웠다. 가령 빌 클린턴이 조지 W. 부시와 함께 지진 피해를 입은 아이티의 복구 작업을 지원하러 갔다는 뉴스가 나오면, 아득히 전생 같은 과거에 미국의 국군통수권자였던 이 남자를 만났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기지 않아 아찔해졌다.


(443-444)

그날 늦은 밤에 에드워즈와 나는 다시 포트로더데일로 날아갔고 나는 로비와 아이들 곁으로 돌아왔다. 성공적인 여정이었지만, 나는 뼈마디가 저릴 정도로 지쳐 있었다. 그 후 며칠 동안 로비는 내가 꼭 퇴행한 사람 같다고 말했다. 엡스타인과 맥스웰의 세계에 잠시 발을 들인 것만으로도, 마치 그들의 노예였을 때 가졌던 사고방식으로 되돌아간 듯 보였다는 것이다. 타이터스빌의 집으로 돌아온 뒤 나는 잠만 잤다. 로비의 말에 따르면 나는 자기나 아이들과 대화조차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고 한다. 나는 사과했지만, 사실 당시의 나는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조차 자각조차 못했다. 강해지고 투사가 되고 싶었지만, 내 안의 일부는 그 과정에 들어가는 엄청난 노력에 완전히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을 받은 상태였으니까. 실제로 나는 이전의 매복 공격에서 체 회복되기도 전에 다시 전쟁터로 끌려나간 병사처럼, 심각한 정신적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454)

서른한 살이 된 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싸우며 살아왔다. 분명 큰 진전이 있었지만, 가끔은 그동안의 치유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려는 것 같았다. 그럴 때면 나는 휘몰아치는 허리케인 속의 집이 된 기분이었다. 폭풍해일이 너무 깊게 밀려들면,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외벽이 떨어져 나가 떠내려가는 그런 집 전체가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데 도움이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피해는 남는 법이고, 수리가 끝나기 전까지 집은 난장판일 수밖에 없다. 콜로라도로 향하는 길 위에서 한동안 내 상태가 딱 그랬다. 불행으로 점철된 난장판.


(469)

나는 정말 먼 길을 돌아 여기까지 왔다. 불과 13년 전만 해도, 나는 엡스타인과 맥스웰의 마수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도 모른 채 낯선 타국으로 끌려다니던 처지였다. 하지만 이제 나는 스스로 자유를 쟁취했을 뿐만 아니라 어느 때보다 단단한 의지를 다지게 되었다. 그저 세상에서 사라지기만을 바랐던 겁 많은 소녀는, 아제 가해자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신념의 상징으로 대중 앞에 선 강인한 여성이 되었다. 비방 세력이 부모의 자질을 운운하며 내 아이들까지 공격의 과녁으로 삼았을 때, 내 안의 분노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맹렬함으로 타올랐다.


(536)

그러던 중 트위터에서 누군가 미국 연방수사국이 초부유층과 권력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당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라는 추측성 글을 올렸고, 나는 이에 응답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만약 내가 갑작스럽게 죽는다면, 누구도 사고사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나는 어떤 경우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의사가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힙니다.”


(542-543)

실제로 엡스타인은 자해를 시도한 적이 있었음에도 자살 감시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한때는 수감실 동료가 있었지만, 사망 당일 밤에는 혼자 수감실을 쓰고 있었다. 엡스타인의 수감실에서 불과 15피트( 5미터) 떨어진 책상에 앉아 있던 간수 두 명은 밤 10 30분부터 아침 6 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순찰하며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간수들은 잠을 자거나 인터넷 서핑을 했고, 나중에 순찰을 마친 것처럼 기록지를 조작했다. 엡스타인의 자해 행위나, 음모론자들의 주장대로라면 엡스타인을 살해한 누군가의 움직임을 포착했을 보안 카메라는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다행히 작동 중이었던 다른 카메라들을 확인해보니 엡스타인이 사망한 밤에 해당 구역으로 들어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로써 자객이 몰래 침입했을 가능성은 배제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엡스타인의 동생이 고용한 법의학 전문의의 공식 부검 보고서로 상황은 반전됐다. 그는 엡스타인의 목 부위에서 발견된 골절과 연골 파손 흔적이 타살을 가리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587)

얼마 지나지 않아 멜린다 프렌치 게이츠는 CBS 게일 킹과의 인터뷰에서, 27년간 함께한 남편 빌 게이츠와 이혼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엡스타인과 남편의 관계였다고 밝혔다. 멜린다는 킹에게 빌이 제프리 엡스타인과 만나는 것이 싫었고, 그 점을 분명히 말했습니다라고 전하며, 본인 또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직접 보고 싶어서엡스타인을 딱 한 번만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가 느낀 소감은 이러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부터 후회했습니다. 그는 혐오스러운 자였어요. 악의 화신 그 자체였죠. 피해 여성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621-622)

내가 사라지는 게 모두를 위하는 선택이야.’ 머릿속 목소리가 속삭였다. ‘로비와 아이들의 삶에 스트레스와 걱정거리만 안겨줄 뿐이잖아. 제프리와 길레인이 나에게 준 고통인데 왜 가족들까지 괴로워해야 해? 난 가족을 실망시켰어. 우리가족에겐 더 나은 엄마와 아내가 필요해. 내가 없어야 그들이 더 행복해질 거야.”


(635)

가슴 아픈 고백이지만, 그 많은 일을 겪고도 세상이 변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훨씬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하다. 여전히 사람들은 엡스타인 사건을 그저 운 나쁘게 불거진 유례없는 일로 치부하려 든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그가 사냥한 피해자의 수가 워낙 막대해 독보적인 괴물처럼 보일 뿐, 그는 결코 유일한 존재가 아니다. 여성을 소모품처럼 여기고 함부로 다루는 그 오만한 시각은, 법망을 피할 수 있다고 믿는 권력자들 사이에서 너무나 흔하게 발견되는 현실이다. 그들 중 다수는 지금도 아무런 제약 없이 일상을 영위하며, 견고한 권력의 울타리 안에서 평온을 누리고 있다.


(641-642)

세상은 언제나 우리에게 착한 소녀가 되라고 강요한다. 내가 이 책을 쓰며 결코 하고 싶지 않았던 일은, 그 강요의 무게를 누군가에게, 특히 나와 같은 생존자들에게 덧씌우는 것이었다. 대가를 치르더라도 옳은 일을 택하는 이들을 경외하기에 그간 용기에 대해 수없이 이야기해왔지만, 이제는 분명히 말하고 싶다. 가해자를 지목하는 용기만큼이나 소중한 것은 바로 자신을 보호하는 일이다. 독자들은 내가 이 책에서 일부 가해자들의 실명을 언급하면서도, 나를 유린했던 남성들 모두를 밝히지는 않았다는 점을 눈치챘을 것이다. 여전히 이름을 모르는 이들도 있지만, 이름을 입 밖에 내는 것 자체가 두려운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엡스타인과 맥스웰 곁을 떠나기 직전 나를 무참히 짓밟았던 남자, 내가 진술서에서 전직 총리라 명명했던 그가 바로 그런 존재다. 나는 그의 이름을 알고, 그 또한 자신이 내게 저지른 만행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비록 세상 앞에서는 뻔뻔하게 모든 사실을 부인했을지라도 말이다. 나는 그가 두렵다. 이 책에 그의 이름을 올리는 순간, 그가 어떤 방식으로든 나를 해치려 들 거란 공포가 나를 짓누른다.


(645)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앤드루 왕자의 합의금이 지급됨에 따라, 나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 나의 재단 소어를 전문적인 조직으로 키워나가기 위한 길고 신중한 과정을 시작했다. ‘소어의 목표는 가해자 처벌, 피해자 보호, 그리고 범죄 예방에 집중하는 단체들을 지원함으로써 인신매매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다 나아가 대중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인신매매의 징후를 더 쉽게 포착할 수 있도록 돕고, 피해자들의 회복을 뒷받침하는 기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왕실에서 나온 그 돈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는 데 쓰일 날을 간절히 고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극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요즘 전세계적으로 핫한 작가 중에 한 명인 아일랜드 출신 클레어 키건의 신작 <남극>을 이야기할게. 신작이라고 했지만, 내막을 들여다 보면 데뷔작이라고 하는구나. <남극> 1999년에 쓴 소설이라고 했어. 그리고 이 책은 단편 모음집으로 <남극>을 비롯하여 15편의 단편이 실려 있단다. 아빠는 클레어 키건은 대표작 <맡겨진 소녀> 한 편만 읽었단다. 그 책을 읽고 난 아빠의 느낌은 갸우뚱이었단다. 아빠는 그 소설을 통해 클레어 키건이 극찬을 받는 작가라는 이유를 찾지 못했거든. 아빠의 취향에 맞지 않는 작가인가 보다 했어. 그래서 그 이후 클레어 키건의 다른 작품들이 손에 가지는 않았어.

그런데 이번에 읽은 <남극>은 겉표지부터 자극적이었어. 무슨 동물인지 모르겠지만 파란색 눈을 가진 동물이 아빠를 바라보고 있었거든. 그래서 무슨 책인가 소개를 봤더니 클레어 키건의 책이더구나. 이번 책도 많은 사람들의 추천이 이어졌지. 아빠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책을 펼쳤단다. 아빠가 단편보다는 장편을 선호하지만, 클레이 키건의 <남극> <맡겨진 소녀>보다 좋았단다. <맡겨진 소녀>를 읽을 때는 잔뜩 기대를 하고 읽었고, <남극>은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읽어서 그럴 수도 있고아무튼,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왜 클레어 키건을 좋아하는지 좀 이해가 갔단다.

 

1.

이 책에는 <남극>을 비롯하여 15편의 소설이 담겨 있어. 아빠가 메모를 한 소설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게.

<남극>

남극을 배경으로 한 소설인줄 알았으나 전혀 아니더구나. 어떤 기혼녀의 위험한 생각으로 소설은 시작한단다. 결혼한 여자가 다른 남자와 자면 기분이 어떨지 갑자기 궁금해져서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단다. 가족들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간다고 1박 여행을 한다고 했어. 낯선 곳에 가서 낯선 카페에 들어가 낯선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목표대로 그의 집에서 사랑을 나누었단다.

그녀의 목표를 이루었으니 다음날 일찍 집에 오려고 했는데 기차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그의 유혹에 넘어가 다시 한번 사랑을 나누었는데, 이번에는 어제와 달리 그녀의 손목이 채워진 채 사랑을 나누었어. 그리고 그가 건네준 커피 한잔을 먹고 잠들었다가 깨어났는데 그녀의 손목은 여전히 수갑으로 침대와 묶여 있었어. 그리고 입에는 재갈까지 물렸어. 풀려달라고 했지만, 그는 그녀를 그대로 두고 일하러 나갔단다. 주인공의 위험한 호기심은 자신을 위험한 상태에 빠지게 만들었어.

소설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어. 역시 단편은 예상 밖의 끝도 특징 중에 하나이지마치 지은이가 어떻게 끝내야 할지 고민하다가 끝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 그런데 왜 제목이 <남극>일까. 소설 속에서 나오는 남극 관련된 것은 여자가 남자의 집에 가서 사랑을 나누고 나서 본 텔레비전의 다큐멘터리가 전부인데남극을 호기심으로만 갈 수 없는 것처럼 호기심만으로 낯선 남자랑 사랑으로 나누지 말라는 의미?

….

<키 큰 풀숲의 사랑>

오래 전 강풍으로 코딜리아의 과수원의 사과들이 다 떨어진 적이 있어. 주인공은 여자야.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의사가 사과를 옮기는 것을 도와주었고, 그들은 서로 사랑하게 되었단다. 그런데 문제는 의사가 유부남이라는 것의사의 아내가 의사의 불륜을 알게 되고 의사는 코딜리아에게 관계를 끝내자고 했어. 그러면서 세기의 마지막 날 마지막으로 만나자고 했어. 의사는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그 약속을 메모장에 적어 두었어. 아니, 아무리 기억력이 좋지 않아도 그렇지.. 그런 걸 까먹는단 말이지. 과수원 주인만 불쌍한 것 같구나. 아무든 그 메모장은 의사의 아내에게 발각이 되고, 약속 장소에 의사의 아내가 와서 코딜리아에게 이야기를 했어. 다 알고 있다면서그리고 뒤늦게 의사가 도착하고 약속 장소에는 코딜리아, 의사, 의사의 아내가 함께 앉아 있었고, 누군가 나가길 기다리는 것으로 소설이 끝났다. 역시나 어찌 끝낼까 고민하던 끝이 난 것 같은 결말.

<물이 가장 깊은 곳>

서양에는 오페어라는 직업이 있단다. 오페어는 언어와 풍습을 익히기 위해 가정집에서 아이를 돌보거나 집안 일을 거들며 수식을 제공받는 여자 유학생을 말해. 이 소설 속 오페어는 젊은 부부와 그의 아이와 함께 지냈어. 오페어의 고향은 아주 먼 곳의 바닷가 마을 리프라는 곳이라고 했어. 그 집의 남자 아이는 오페어를 잘 따랐어. 그런데 오페어 젊은 부부 사이에 이상한 긴장감이 돌았어. 아무래도 젊은 오페어가 젊은 부부의 집에서 같이 지내니 묘한 상황이 일어날 확률이 높지 않을까. 그들은 함께 여행도 갔는데, 아이의 아빠가 오페어에게 심한 잔소리를 하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변태같이 오페어에게 갑작스레 키스를 했단다. 이건 엄연한 성추행이 아닌가 싶다. 그 이후 무슨 일이 벌어질 듯 벌어질 듯 하다가 소설이 끝나버렸단다. 이젠 대충 소설이 어떤 식으로 끝날 지 감이 오는 듯하다.

….

<진저 로저스 설교>

아빠는 잘 모르지만 진저 로저스는 예전에 유명한 영화배우라고 하는구나. ‘ 13살로 집에서는 막내란다. 일곱 살 많은 오빠 유진은 를 어린애 취급했어. 그것에 기분이 상했는지 13살 소녀치고는 과감한 행동을 했단다. 아빠가 새로 고용한 벌목꾼 슬래퍼 짐에게 유혹을 했던 거야. 그러다가 소설이 갑자기 끝났는데, 지은이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아빠는 잘 이해를 못했고, 제목도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더구나.

….

<폭풍>

엘렌의 부모님은 낙농장을 가지고 계셨어. 엘렌의 아빠는 엄마를 때리는 가정폭력범인데 15년이나 이어졌어. 그렇게 학대를 받던 엄마는 외할머니까지 돌아가시자 정신병이 생겨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어. 그 다음에 소설이 어떻게 전개되었더라아빠가 읽은 지 오래 가까이 되었더니 뒷이야기가 잘 생각이 나질 않는구나. 게으른 아빠를 탓해야지.

<노래하는 계산원>

테스코에서 일하는 언니 코라와 는 단둘이 살고 있었어. 언니는 우체부와 사랑에 빠졌어. 언니는 나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그 사이에 우체부와 사랑을 나누곤 했어. 어느날 그들의 이웃 중에 한 명이 사람들을 연쇄적으로 살인한 후 시신을 자신의 땅 속에 묻었던 것이 발각된 사건이 일어났어. 그 이웃은 집 나간 아버지와 친하게 지내던 사람으로 아버지와 우리집 공사도 같이 했던 사람이라서 언니는 섬뜩하게 생각했지만, ‘는 그저 그렇게 생각했어. 뭐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런 사람이 우연히 우리 옆집에 살 수 있는 거지하지만 그들 또한 희생되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 언니의 반응이 옳은 것 같구나.

….

<화상>

로빈은 아이가 셋 딸린 남자와 결혼을 했단다. 그들에 그 남편은 남편이 전에 살던 시골집을 이사를 가자고 했어. 남편의 전아내는 폭력적이라서 아이들도 많이 때려서 남편의 아이들은 작은 실수에도 깜짝깜짝 놀랐어. 로빈은 그런 아이들을 불쌍히 여기고 잘 대해주었어. 함께 집고 새로 꾸몄어. 어느날 이사 간 시골집에 바퀴벌레가 떼로 나왔단다. 아이들은 깜짝 놀라 아일랜드 식탁 위로 올라갔다가 바퀴벌레를 하나둘 죽이더니 서로 경쟁하듯 죽이기 시작했고, 로빈도 동참해서 같이 바퀴벌레를 죽였어.집에 돌아온 남편도 그 전쟁에 동참을 하고 다들 땀이 나도록 바퀴벌레를 죽이면서 그들은 새로운 가족을 확고히 했단다. 단편 소설이 성공하려면 특이한 소재를 발굴하라.

<남자한테는 이상한 이름>

는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인데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만난 남자와 만나 여섯 밤 동안 사랑을 나누었는데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고 말았어. ,  ‘는 원나잇 스탠드가 얼마나 위험한지 <남극>을 읽지 않은 모양이구나. ‘는 뱃속의 아이가 딸이라 생각하고 이름을 대프니라고 하면 어떠냐고 남자에게 묻자 남자한테는 이상한 이름이라고 답변했어. 갑자기 남자가 맘에 안 든다는 생각이 확 들면서 헤어지기로 결심하면서 소설이 끝났어. 단편 소설의 정의를 다시 쓰는 듯하구나. 끝이 없는 소설로

….

<어디 한번 타봐>

로슬린은 남편과 10년 동안 함께 생활했는데, 남편은 항상 비밀에 쌓여 있는 사람처럼 느꼈어. 그리고 남편의 속이 텅 비어 있는 것만 확인했어. 남편과 지낸 10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어. 그래서 로슬린은 남편 아닌 다른 남자를 만나려고 했어. 신문광고에서 여자를 만나고 싶다는 광고를 보고…(별난 걸 광고에 다 내는구나) 제재소에서 일하는 거스라는 사람과 미팅을 했어. 점심을 함께 먹고 놀이공원에 가서 데이트도 했어. 거스가 놀이공원에서 이런저런 놀이기구를 타자고 하지만 로슬린은 계속 거절했어. 그러다가 몬스터 미끄럼틀을 타게 되었는데, 거스와 짧은 데이트를 하면서 로슬린은 자신이 10년만에 살아있는 기분을 느꼈단다. 로슬린이 만약 거스와 10년을 살아도 그런 기분이 계속 될까? 잘 모르겠구나.

….

<남자와 여자>

아버지는 고물상이었는데 인공 고관절 수술을 하고 나서는 집안 일을 거의 하지 않고 엄마가 다 했어. 그렇다고 몸을 아예 못 움직이는 것은 아냐. 파티에서 다른 여자와 춤도 잘 췄어. 오빠 셰이머스는 고등학생인데 집에서는 거의 일을 하지 않았어. 엄마와 아빠는 오래 전부터 각방을 쓰고 있었는데, ‘는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어. 연말 파티에서 아버지는 엄마한테는 신경 쓰지 않고 또 다른 여자들이랑 춤을 추고 그랬어. 당연히 둘 사이는 더 안 좋아졌지. 결국 엄마는 혼자 차를 몰고 숲으로 가버렸어. 그럴만두 하지.. 그럴만두

….

<자매>

베티와 루이자는 자매지간이야. 루이자는 스탠리와 결혼하여 아들과 딸이 하나씩 있었어. 베티는 엄마가 일찍 돌아가신 이후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아버지를 모시며 살다가 결혼도 못하고 어느덧 쉰이 되었어. 그렇게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지만 아버지는 루이자만 예뻐하다가 돌아가셨어. 베티는 이제서야 자유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동생이 가족들을 이끌고 그곳에 왔단다. 아버지의 유언장에는 아버지의 집에 루이자의 식구들을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적혀 있었어. 루이자의 아이들은 시끄럽고 예의 없고 제 마음대로 행동했어. 남편 스탠리는 일 때문에 오지 않았다고 하지만 헤어진 것 같았어. 돌아갈 생각이 없는 동생 식구들 때문에 베티는 다시 자유를 잃어버렸어. 베티는 루이자에게 머리를 빗어준다면서 루이자의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버렸단다. 화가 난 루이자는 다음날 떠나버렸어. 말로 잘 설득해보니, 베티와 루이자는 자매지만 사이가 무척 안 좋았나 보구나. 서로 의지하며 살 수도 있을 텐데, 말이야. 하기야 평생 처음 찾아온 자유를 방해한 죄는 크지

….

<겨울 향기>

변호사 핸슨의 아내 릴리는 세 번째 아이를 임신했어. 핸슨은 두 아이와 보모를 데리고 친구 그리어의 집에 갔어. 그리어에게는 얼마 전 가슴 아픈 경험을 했어. 그리어의 아내가 한 흑인에게 강간을 당했단다. 그 상처로 그리어의 아내는 침대에서만 지내고, 몸무게도 엄청 빠졌어. 그 흑인을 잡아와 재판 전까지 헛간에 가두고 있었던 것 같애. 핸슨이 그리어의 집에 와 있을 때 그 흑인이 탈출을 하게 되었고, 핸슨과 함께 왔던 보모는 흑인을 가두었던 그리어와 핸슨을 보고 야만인이라고 하면서 흑인 방향으로 함께 도망을 갔단다. 가끔 단편 소설은 짧다 보니 숨어 있는 내막을 생략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 보모가 그리어를 야만인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왜 그 흑인을 쫓아갔을까.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제이이는 뱃사공이었어. 술집에서 알게 된 부치라는 사람이 제이이를 찾아와 낚시를 하겠다고 했어. 둘은 강에 배를 타고 가서 낚시를 시작했어. 부치는 술을 먹고 자신의 이야기를 했어. 자신이 아내를 죽였다는 끔찍한 이야기. 제이이는 깜짝 놀란 것보다 살인자와 한 배에 단둘이 타고 있다는 사실이 더 무서웠어. 부치는 이야기를 계속 했어. 부치가 자신의 집에 왔을 때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있는 것을 보고 죽였다는 거야. 부치와 제이이는 한동안 배에 있었는데, 제이이는 떨면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어.. 돌아가자는 말도 못 떠내고부치의 옷에 피가 묻어 있었는데, 부치는 자신의 옷을 제이이에게 주고 부치는 제이이의 옷을 입고 떠났단다. 피를 묻은 옷을 갖고 있던 이유로 제이이는 경찰에게 조사를 받았어. 제이이는 있었던 대로 경찰에게 진술을 하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제이이가 꾸며낸 이야기이고, 제이이가 진짜 범인이라면제이이가 부치의 아내뿐만 아니라 부치까지 죽인 것이라면뒷이야기가 궁금해 죽겠구나.

….

<불타는 야자수>

이젠 제목은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련다. 엄마와 소년은 할머니 집에 왔어. 엄마는 이제 그만 집에 가자고 했는데, 소년은 집에 가기 싫어서 숙제하고 집에 가자고 했어. 집에 가면 엄마와 아빠가 싸우기 때문에 집에 가기 싫어했어. 소년이 숙제를 하고 더 이상 시간 끌 이유가 없어서 집에 가게 되었는데 오는 길에 빙판길에서 미끄러진 차에 치여 엄마가 죽었어. 일찍 집에 왔다면 엄마는 죽지 않았을지도 몰라. 소년은 큰 충격에 빠졌어. 할머니는 집에 도배를 새로 하고는 그 집을 불태워버렸단다. 할머니가 왜 이런 행동을 하셨을까? 아빠가 무엇인가 놓친 것이 있나?

<여권 수프>

드디어 마지막 작품이구나. 프랭크의 딸 엘리자베스 코스는 자신의 밭에서 아홉 살 때 실종되었단다. 우유곽에 실종자 사진을 추가하여 찾아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찾지 못했어. 프랭크와 아내에게는 악몽이 끊이질 않았어. 아내는 더 힘들어했어. 프랭크는 아내와 헤어질까 생각도 했어. 그들끼리 있으면 엘리자베스 생각밖에 나질 않으니까어느날 집에 와보니 아내가 잘 차려 입고 음식도 준비했어. 아내가 이제 모든 걸 잊고 새로운 출발을 마음 먹은 줄 알고 프랭크도 기대를 했단다. 하지만 아내가 한 요리를 모두 충격을 받았어. 딸의 여권을 잘라서 스프를 만들었거든. 프랭크가 화가 나서 그릇을 던지기까지 했어. 그러자 아내는 프랭크를 때리면서, 프랭크 때문에 딸이 사라졌다고 마구 책망했단다. 프랭크도 그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아내에게 용서를 빌었어. 아내는 프랭크의 용서를 받아주지 않고 프랭크에게 계속 분노했어. 프랭크는 그렇게 분노하는 아내를 보니 오히려 기분이 나아졌단다. 그것이 딸을 잃은 부모의 마음 아니겠니

….

이렇게 이 책에 실린 단편소설들을 조금씩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읽을 때는 책도 술술 읽히고 재미있었단다. 그런데 대부분의 소설이 다음을 궁금하게 하는 상태에서 끝이 났단다. 읽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겠구나. 문득 읽는 이들은 이 책을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 소설의 뒷이야기를 자신이 써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출판사나 인터넷 서점에서는 그런 이벤트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고 말이야. 그런 이벤트를 생기면 아빠도 한번 도전을 해볼까?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여자는 집을 떠날 때마다 다른 남자와 자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다.

책의 끝 문장: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너는 다른 남자들이 즐기는 것을 보면 늘 좋아했고, 너도 조금 즐겼다. 나 역시 지금 내가 아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 재미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예전에 나는 앎에는 지나침이 없다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에는 아무리 배워도 성에 차지 않았다. 나는 침대 옆 장에 책을 잔뜩 쌓아놓고 밤늦도록 읽어치웠고, 책을 팔아서 다음 책을 사는 데 보탰다. 시간이 지나면 배움이 줄어들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지나치게 많이 안다. 나 자신에 대해 반박할 수 없는 이야기를 엿들은 사람이 된 기분이다. 그러므로 천천히 해야 한다. 마음의 준비가 될 때까지 혼자서만 알고 있어야 한다. 너무 가득 담긴 잔을 들고 있어서 쏟을까 봐 못 움직이는 느낌이다. - P1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 멘토 최태성의 한국사 : 전근대편 - 소통하는 한국사 역사 멘토 최태성의 한국사
최태성 지음 / 들녘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학창 시절 국사를 잘 못했는데, 크고 나서 역사책 읽는 재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 이후 역사에 관련된 책들을 가끔씩 읽곤 했단다. 그런데 최근에 한동안 역사 관련 책을 읽지 않은 것 같아서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 중에 하나 꺼내 들었단다. 요즘에는 텔레비전 등 매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최태성 님이 쓰신 <역사 멘토 최태성의 한국사 : 전근대 편>이라는 책이란다.

이 시리즈는 전근대 편과 근현대 편 두 권으로 되어 있는데 오늘 읽은 것은 전근대 편이란다. 아빠가 우리나라 통사 관련된 역사책들을 여럿 읽어서 <역사 멘토 최태성의 한국사 : 전근대 편>가 그리 낯설지는 않았단다. 아빠가 책을 읽고 머릿속에 잘 기억하지 못해서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는 없지만, 다시 읽다 보면 역사적 사건과 역사적 인물들이 떠오르게 되더구나. 그러니 반복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반복을 해도 기억이 오래가지 않으니 안타깝기도 하구나.

<역사 멘토 최태성의 한국사 : 전근대 편>은 우리나라의 구석기 시대부터 시작해서 나라를 세운 고조선, 삼국시대, 통일신라와 발해, 고려 시대, 조선 시대 후기까지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이 오랜 역사를 이야기하다 보니 각 시대의 중요한 사건과 경제 문화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어. 교과서 읽는 기분도 좀 들었단다. 아빠의 학창 시절 때 국사 교과서보다는 재미있게 말이야.

 

1.

이미 우리나라 역사의 대해서 너희들도 배웠고, 아빠가 예전에 읽은 역사책을 읽고 쓴 독서편지의 내용들과 많이 겹쳐서 오늘은 간단히 아빠가 이 책에서 새로 알게 된 사실 몇 가지만 이야기하는 것으로 독서 편지를 대신하련다.

아빠가 예전에 늘 이상하게 생각한 것국가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청동기 시대에 시작되었다고 했는데, 한반도의 청동기 시대는 기원전 2000년에서 1500년 사이에 시작되었다고 하고, 고조선은 그보다 앞선 기원전 2333년에 세웠다고 하니 앞뒤가 맞지 않거든..이게 늘 이상하게 생각했어. 그런 이유를 설명해 주었단다. 기록에 의해 고조선이 기원전 2333년은 확실한데, 고고학적 발견에서 우리나라 청동기는 2000년에서 1500년이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것도 예전에는 기원전 1000년이었대. 고고학적 연구가 더 진행되면 우리나라 청동기는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하는구나. 역사는 사실을 기반으로 두다 보니 그런 차이가 있었구나.

==================

(34)

단군왕검은 청동기 문화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고조선을 건국합니다. 고조선의 건국 시기는 조선시대 역사서인 <동국통감>에 기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기원전 2333년으로 잡고 있는데요. 앞서 한반도의 청동기 문화가 기원전 2000년에서 1500년 사이에 시작되었다고 했습니다. 고조선이 청동기 문화를 바탕으로 건국되었다고 했으니 이러면 시기가 맞지 않지요. 이유를 볼게요. 예전에는 한반도에서 기원전 1000년경 청동기 문화가 시작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고고학적 성과에 의해 그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어요. 현재는 기원전 2000년까지 올라갔는데, 고고학적 성과에 의해 어쩌면 이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어요. 현재는 기원전 2000년까지 올라갔는데, 고고학적 성과에 의해 어떠면 이 시기가 더욱 앞당겨질지도 모릅니다. 기록과 고고학적 성과가 맞닿게 되는 시점도 곧 올 거라 생각됩니다.

==================

삼국 시대의 각국의 전성기 시대를 보면 모두 한강 유역을 차지했잖니. 신라의 전성기의 왕은 진흥왕인 것은 너무 유명하잖니. 그런데 진흥왕이 한강 유역을 차지한 것은 그의 배신도 한몫 했다는구나. 전략이라면 전략이지만 배신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열 받겠구나.

==================

(72)

도읍을 사비로 옮겼지만, 백제의 본거지는 어디까지나 한강 유역이에요. 백제가 명실상부하게 강국의 위치에 오르려면 자신의 근거지임과 동시에 한반도의 중심인 한강 유역을 확보해야 합니다. 성왕은 백제의 근거지인 한강을 되찾기 위해 신라의 진흥왕과 손을 잡아요. 아직까지는 혼자 힘으로 고구려를 상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 동맹을 통해 백제는 한강 하류를 되찾지만 진흥왕의 배신으로 한강을 도로 빼앗기게 됩니다. 이에 격분한 성왕이 진흥왕과 일전을 벌였다가 관산성 전투에서 전사하면서 백제는 다시 한 번 위기에 빠집니다.

==================

….

조선 시대는 당파싸움으로 망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있단다. 아빠도 조선의 당파싸움은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곤 했어. 하지만 당파싸움을 할 수 있던 것은 조선이 선진 정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하더구나. 최태성 님의 의견을 들어보니 맞는 말인 것 같구나.

==================

(244-245)

일제는 자신들의 국권 탈취를 정당화하기 위해 식민사관을 내세웁니다. 특히 조선시대 붕당정치를 두고 이른바 당파성론을 만들어냈는데요. 한국인은 정치적으로 서로 싸우기를 좋아하는 민족성을 가져 망국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 그들의 논점이에요. 하지만 이 붕당정치는 일본인은 해보지 못한 선진정치였습니다. 같은 시기의 일본은 꿈도 꾸지 못할 정당정치가 조선 중대에 이뤄지고 있었던 겁니다. 붕당정치는 일종의 정치 투쟁인데요. 주로 상소문을 통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냈습니다. 한 세력이 독재하지 못하도록 소수파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인데요. 이는 분명 정치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측면도 있습니다. 붕당정치는 공존이 바탕이 되는 정치 시스템이었어요. 이랬던 붕당정치가 왜곡으로 치달은 것은 일당전제화가 되면서부터입니다. 특히 조선 후기에 환국정쟁으로 변질되면서 폐해가 불거지는데요. 일제의 식민사학자들이 초점을 맞춘 것은 바로 이 시기의 모습입니다. 이걸 전체로 확대 해석하여 마치 붕당정치 자체가 모순인 것처럼 한국인의 국민성까지 들먹였던 거예요.

==================

조선 시대 전기에서 중기까지 사상의 기반이 되었던 성리학과 조선 후기 부각된 양명학과 실학의 차이점을 예시로 들어주었는데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어 발췌해 보았단다.

==================

(376)

학문에서는 양명학과 실학이 나옵니다. 관념을 앞세우는 성리학과 달리 양명학은 실천을 중시해요. 예컨대 사과를 하나 가져와서 이 사과의 맛을 평가하시오리고 했다고 칩시다. 그러면 성리학은 이 사과의 는 무엇일까. ‘는 무엇일까, 이 사과가 맛있다고 하면 그것은 일까, ‘일까 하고 자꾸만 관념적으로 해석하려 들어요. 반면에 양명학은 사과를 덥석 깨뭅니다. 먹어봐야 맛이 있는지 없는지 평가할 수 있다는 거죠. 실학은 고증학의 영향을 받아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중시합니다. 이는 사실에 토대를 두어 진리를 탐구하자는 학문으로 일상생활과 밀접한 내용들을 연구합니다.

==================

….

이 정도까지만 할게.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역사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분들에게 저는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책의 끝 문장: 근대는 또 어떠한 시대정신을 우리에게 요구할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 보다 : 겨울 2025 소설 보다
박민경.서장원.하가람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문학지성사에서 계절마다 출간하는 <소설 보다 : 겨울 2025>를 이야기해줄게. 아빠가 <소설 보다> 시리즈는 이번에 두 번째란다. 전에 겉표지가 예뻐서 책 소개를 보다가 싼 책값에 장바구니에 넣어 처음 읽었었는데, 이번 <소설 보다 : 겨울 2025>도 비슷한 경로로 읽게 되었단다. 먹음직스러운  귤 그림으로 아빠를 쏘셨고, 장바구니에 넣기 좋은 책가격으로 주문 버튼까지 눌렀단다. 지난 늦겨울에 읽었는데 이제서야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는구나.

이번에도 3편의 소설과 작가들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단다. 이번 호의 소설들의 작가는 박민경, 서장원, 하가람의 작품들이 실렸는데, 미안하게도 아빠는 그들의 이름을 모두 처음 들어보았단다. 우리나라 젊은 작가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어서 반갑구나. 이 책에 실린 박민경, 서장원, 하가람 작가님들도 앞으로 더 많은 작품들로 만났으면 좋겠구나. 그런 이 책에 실린 세 편의 소설들을 짧게 이야기해줄게.

 

1.

첫 번째 작품은 박민경 님의 <별개의 문제> 성향이 정반대인 와 병주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두 사람을 모두 아는 친구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어. ‘는 소심한 현실주의자였고, 병주는 자신감 넘치는 낙관주의자였거든. 병주는 사업가인 아버지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넉넉한 생활을 했어. 하지만 최근에는 아버지의 사업이 잘 안되어 보통의 생활을 해야 했지.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몸에 배인 씀씀이가 여전했단다. ‘는 디자인 프리랜서였는데 최근에는 AI와 경쟁을 해야 해서 돈벌이가 쉽지 않았어.

그 와중에 병주는 회사를 그만 두고 사업을 하겠다고 했어. 특별한 사업을 하나 했더니 그것도 아니고 쪽박 찰 확률이 너무 높은 피자 가게를 한다는 거야. 그래도 병주는 나름 열심히 준비를 해서 시작은 생각보다 괜찮았어. ‘도 전공을 살려서 피자박스에 그림을 정성껏 그려 넣었어. 좋은 리뷰가 올라오면서 소문이 났고 가게 매상은 점점 올라갔어.

그러던 어느 날 별 한 개를 단 리뷰가 올라왔어. 그 리뷰 때문에 전체 평점이 훅 떨어지고 말았지. 병주는 이것에 너무 신경을 쓰고 민감하게 반응했단다. 그러면서 피자 만들기와 위생 등 작은 것까지 더 신경을 썼단다. 하지만 동일인물이 주기적으로 별 한 개 평점을 주었어. 병주는 직접 만나서 그의 불만을 들어보겠다면서 직접 배달을 하겠다면서 그를 찾아갔어. 그리고 얼마 후 전화가 왔는데, 맛있게 먹었으면서도 그 사람이 장난으로 별 한 개를 주었다는 거야. 그러면서 병주는 잔뜩 화가 나 있고 다급한 목소리였어. 병주가 무슨 안 좋은 일을 벌인 것 같은 목소리였어. 당황하면서 걱정되어 도 가게 문을 닫고 그 집으로 향하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이 소설은 마치 장편 소설을 위한 프리퀄 같은 느낌이 들었단다. 그렇게 끝날 수는 없어장편으로 재탄생한 작품을 기다려본다. 역시 누군가를 평가하고 누군가로부터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로구나. 이 소설의 평점을 어떻게 주어야 할지 신중해야겠구나.

 

2.

두 번째 작품은 서장원 님의 <뱀이 있는 곳>이란 작품이란다. 아빠가 정말 싫어하는 동물 뱀이 등장하는 소설인가 하고 긴장을 하면서 읽기 시작했단다. 정인과 하진은 사촌이면서 동갑내기 친구란다. 정인은 서울에 살고, 하진은 사천에 살고 있어서 어렸을 때는 만나기 쉽지 않았는데, 재수를 할 때 둘이 함께 양평에 있는 재수학원에서 함께 공부하면서 친해졌어. 정인은 학창시절에 초고도비만이라서 친구가 거의 없어서 하진이 유일한 친구나 마찬가지였어.

하진은 두 달 전 회사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고소를 했으나 오히려 그 무고조로 맞고소를 당했어. 그 상사라는 놈은 대형 로펌에 의뢰하여 증거들을 조작해서 결국 무죄를 받아냈어. 그런 일을 겪고 나서 하진은 회사를 그만 두고 부모님이 계신 사천으로 내려와서 펜션 일을 도와주고 있었단다. 하진의 어머니는 집안에 우환이 있고 안 좋은 일들이 생겨서 점을 봤는데 집에 있는 뱀들 때문이라고 했어. 집에 있는 뱀?

생각해 보니 하진의 할아버지가 생전에 만들어 놓은 뱀술들이 있었어. 하진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그것을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있었거든. 그런데 그 뱀술의 수가 만만치 많았어. 하진은 정인에서 그 뱀들을 처치하는데 도와달라고 해서 정인은 사천에 내려왔단다. 그들이 헤아려 보니 뱀이 무려 16마리였어. 그들도 혼자 하라고 하면 역겹고 무서워서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거야. 아빠도 상상만 해도 징그럽구나. 그들은 뱀들을 대야에 싣고 근처 호숫가에 갔어. 땅에 묻으려고 파는 사이 어떤 야생동물이 와서 뱀 한 마리를 물고 도망가 버렸단다.

…  그 야생동물은 술에 찌든 뱀을 먹고 어찌 되었으려나. 정인과 하진은 나머지 열다섯 마리를 땅에 묻고 집으로 돌아왔단다. 수고했으니 그날 저녁은 소고기를 먹기로비록 살아 있는 뱀은 아니었지만, 술병에 담긴 뱀들을 생각하니 아찔하더구나. 더 이상 뱀을 생각하기 싫어서 이 책에 대한 소감이 여기서 빠르게 종결.

 

3.

마지막 작품은 하가람 님의 <5월의 창가의 호랑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소설이란다. 2002년 울산이 소설의 배경이란다.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엄마와 함께 사는데 낮에는 엄마가 공장에서 일하셔서 11살 호수는 혼자 집에 있는 경우가 많았어. 그런데 윗집에 호랑이라는 이름의 고양이와 집사 준을 알게 되어 자주 놀러 갔단다. 준은 서울의 극단에서 연극을 하던 사람인데 그만 두고 울산에 내려와 마트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이었어.

준은 연극을 그만 두었지만, 연극대본과 희곡만 파는 서점을 차리는 꿈을 갖고 있었어. 어느날 서울에서 함께 연극을 하던 소라라는 사람이 찾아왔어. 분위기를 봤을 때 준과 소라는 사귀거나 사귀었던 사이 같았어. 소라가 준을 설득한 것인지, 준과 소라는 집에 머물면서 연극 연습을 같이 하곤 했단다. 연극 연습뿐만 아니라 그 만큼 싸우기도 자주 싸웠지.

준이 외출하고 소라가 혼자 집에 있었는데, 소라가 열어 놓은 창문으로 호랑이가 뛰어 올라가더니 점프해서 가출했단다. 그 이후로 돌아오지 않았어. 그 일로 준과 소라는 대판 싸우고 소라는 서울로 돌아갔단다. 준은 전단지를 붙이며 호랑이를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어. 사실 호수는 호랑이가 사라졌으면 하고 바랬어. 그래야 준이 호랑이를 찾는다고 울산을 안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그래서 실제로 호랑이가 사라졌을 때, 속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졌단다.

준은 결국 호랑이를 찾지 못했어. 준은 호수를 데리고 대관람차를 태워 주고, 얼마 후 결국 서울로 떠나고 말았단다. 준이 울산에서 생활하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늘 연극무대에 있는 것 같았어. 결국 마음이 쫓는 곳으로 돌아간 것이지준이 서울로 돌아간 후 호수는 며칠 동안 크게 앓았단다. 그렇게 소설이 끝이 났지..

그런데 울산에 대관람차가 있었나? 아빠는 울산에 한번 결혼식 참석차 간 것 밖에 없어서 울산에 대해 잘 몰라서 검색을 해봤더니, 소설에서처럼 약간은 뜬금없이 백화점 옥상에 대관람차가 있더구나. 사진을 보는 순간 바로 든 생각은 건물 옥상에 거대한 대관람차가 튼튼하게 잘 지탱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2001년에 개장되어 오랫동안 운영되고 있었더구나. 이 소설은 약간은 어두운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었지만, 술술 잘 읽혀서 좋았단다.

이번 <소설 보다 : 2025 겨울호>에 실린 세 작품 모두 재미 있어 좋았단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세 작가들의 이름을 잘 기억하고 있다가 다른 작품들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그리고 <소설 보다> 시리즈도 좀더 관심을 가져봐야겠구나. 그러면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내가 병주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 친구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책의 끝 문장: 부디 좋은 마무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6)

(강순희) 노무현 대통령 생각하면 유시민 작가 생각나고, 유시민 작가 생각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나요. 내가 구순 잔치에 노무현 대통령 초대하고 싶었어요. 돌아가셔서 못 하게 되었으니까, 문재인 대통령하고 유시민 작가 초대하려고 했어. 그랬는데 윤석열이 대통령 되는 바람에 구순 잔치를 안 했어요.


(88)

(강순희) 그 사람이 맨날 그랬어요. 사람은 살면서 선택을 잘해야 하는데 배우자를 잘 고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나를 잘 만났다고 생각했는지, 내 의견을 무시하지 않았어요. 무시했으면 내가 가만있지도 않았겠지만, 남편 떠난 다음에 지인이 해준 이야기인데, 한번은 얘기를 하다 말고 일어서더래요. 무슨 약속 있냐고 하니까 아내를 만나기로 했다면서 휙 가버렸대요. 그때는 어이없었다 하더라고. 그 사람하고 이웃에 산 적이 있어요. 갈현동 살 때였는데 바로 길 건너편으로 이사온 거예요. 그 집에 놀러 갔을 때 남편이 과일을 포크로 찍어서 나한테 줬어요. 그걸 보고 다른 집 여자들이 남편한테 자가지 긁었나 봐. 남편들이 안 되겠다고, 우리더러 빨리 이사 가라고 우스개를 했지.


(109)

(강순희) 갔더니 남편이 그동안 어디 숨어 있었는지 말하라는 거예요. 난 남편이 어디 있었는지도 몰랐지만 집에 있었다고 했지. 그래야 숨겨준 사람한테 피해가 안 가니까. 그 사람들 지켜줘야 하잖아요. 집 어디에 있었냐고 묻기에 침대 밑하고 다락에 있었다고 했어. 자기들이 거기는 안 뒤진 걸 내가 알았거든. 그랬더니 왜 집에 없다고 했냐는 거야. 아니, 그럼 남편 여기 있다고 잡아가라고 하냐, 당신 같으면 그러겠냐고 했어. 그러니까 뭐라고 못 하지. 지난번에 꽥꽥 소리 질렀던 놈도 그땐 안 그러더라고. 그리고 내가 정보부 갈 때 선글라스만 낀 게 아니라 양장을 쫙 빼입고 갔어요. 내가 집에만 있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외출할 때 입을 만한 옷도 제법 있었고, 또 키가 커서 아무거나 입어도 옷이 태가 났어요. 구제품 사서 고쳐 입으면 외국에서 비행기 타고 막 온 것 같다고 사람들이 그랬어. 내가 나중에 옥바라지할 때도 옷 잘 입고 선글라스 끼고 다녔지. 이것들이 사람 무시하니까. 무슨, 못살아서 이북에서 왔다느니, 빨갱이라느니 어쩌니 하면서 얕잡아 보니까,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당당하게 하려고 그렇게 한 거예요.


(134-136)

(유시민) 그 호소문을 보면 좋겠다 싶어서 찾아봤어요.

우리들은 살고 싶습니다. 평화롭게 살고 싶습니다. 저희들은 10년 전에도 없었고 현재도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조작된 인혁당에 묶여 사형선고를 받은 피고인들의 아내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인혁당을 조작하여 북괴에 이롭게 하는 것은 무슨 법, 무슨 조에 해당하는지 만천하에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 부디 저희들의 남편을 정치 제물로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 주십시오. 이름 없고, 힘없고, 보잘것없는 단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정치 제물로 삼는다면 그 제물 위에 피는 꽃은 무슨 꽃이 피더라도 향기 없는 꽃이요, 빛깔 없는 꽃이요, 생명력이 없는 꽃일 것입니다. 죽이고 난 다음에는 살릴 수가 없습니다. 이 절실한 호소를 모른 체 묵인함으로 저희들의 남편을 제물로 바치려 하는 자들과 같은 편에 서는 결과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중정에서는 저희 남편들을 사형을 시켜 마땅한 죄를 지었다고 합니다. 저희들은 아니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저 무시무시한, 온 권력을 다 가진 정보원들과 아무 힘없는 저희들과 누구의 말을 믿으시겠습니까? 물론 둘 다 믿을 수 없다고 하시는 것이 당연하고 옳은 자세일 줄 믿습니다. 그렇다면 다 못 믿겠으니 가만히 있자!’하는 것은 공정한 입장에 선 것이 아니라 정보원들과 같은 편에 서서 저희들이 남편을 죽이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또한 저희들이 원하는 공명정대한 재판을 죽이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또한 저희들이 원하는 공명정대한 재판을 하라고 하신다면 이는 저희들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야말로 다 못 믿겠으니 온 국민이 납득이 가는 공정한 재판을 하자 하는 가장 공정한 입장이며 국민의 권리며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시지 마십시오. 만약 포기하신다면 8인의 생명을 죽이는 데 도움을 준 결과가 될 것입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 살인자들의 편에 서게 되는 결과가 되리라 믿습니다. 저희들의 남편은 주교도 아니요, 변호사도 아니요, 시인도 아니요, 교수도 아니요, 목사도 아닙니다. 따라서 인혁당원도 결코 아닙니다. 이름 없고, 힘없고, 짓눌린, 선량한 대한민국의 한 국민입니다. 더 이상 저희는 사형이라는 몸서리쳐지는 말을 들을 기력이 없습니다. 피를 토하는 아픔과 절망을 의식하며 여러분 앞에 호소드리는 바입니다. 1974 12 5. 가족 일동.”


(160)

민복기(1913~2007)는 이완용의 사돈이자 자신도 일제 귀족 작위를 받았던 민병석의 아들로 경성에서 태어나 고등문관시험 사법과에 합격하고 경성제국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다음 경성지방법원 판사가 되었다. 미군정청 법률심의국장을 거쳐 이승만 박정희 정부의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지검장, 대통령 비서관, 법무부 차관,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으로 승승장구하다가 1968년부터 10년 넘게 대법원장 자리를 지켰다. 두 번째 임기에 인혁당재건위 사건 상고를 기각해 사형에서 징역 15년까지 모든 피고인의 형을 확정했던 그는 1978년 정년퇴임하면서 내 재임 시의 공과는 후세의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전두환의 국정자문회의 위원 위촉을 받아들였고 국정자문회의 위원직도 수행했던 민복기의 인생에 대한 평가는 이미 내려졌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부친과 나란히 올랐던 민복기의 이름은 대한민국이 존속하는 한 영원히 박정희가 자행한 사법살인의 하수인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당시 대법관은 민복기, 홍순엽, 이영섭, 주재황, 김영세, 민문기, 양병호, 이병호, 김윤행, 임항준, 한환진, 안병수, 이일규 등 13명이었으며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은 이일규 한 사람뿐이었다는 사실을 덧붙여둔다.


(170)

나 이젠 어디가서 당신을 만나겠나.

어디 가서 당신을 만나겠나.

아침에 뒤돌아 보며 헤어져

해지면 만나던 당신을

그리워 보고싶어 기다리다 반기던 나.

, 이젠 어디 가서 당신을 만나겠나.

지난 봄 무연이 끌려간 당신을

1년을 사무치는 그리움을 달래며

그래도 반갑게 만날 그 벅찬 행복을 꿈꾸며 기다려왔건만

, 이제 무슨 꿈을 꾸며 살아갈 것이며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을 당신을

, 어찌 그리워 참을 수 있겠는가.

내가 숨쉬고 움직이고 살아가는

모든 원동력은 오직 당신의 사랑이었는데

이제 당신이 없는 나에게 무슨 힘이 남아 있겠나.

! 여보! 놓지 않던 당신의 차디찬 여윈 손을

꼭 쥔채로 그 옆에 웃음 지으면 편히 눕고 싶소.

1975.4.18


(171)

저 구름 넘어 아득한 곳에 당신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 당신을 만나기 위해 남은 여생을

가시밭길을 걸어서 걸어서

단 한번 만이라도 만날 수만 있다면,

나 어떤 가시밭길이라도 멀다 하지 않고

외롭다 하지 않고 고달프다 하지 않고

힘껏 달리고 달려가련만

! 이처럼 간절한 바램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니

, 시작도 끝도 없이 밀려오는

이 서러움을 감당할 길이 없고나,

감당할 길이 없고나.


(199)

(강순희) 다시 볼 수 없다는 거, 딱 한 번이라도 보고 싶은데 어디 가도 볼 수가 없다는 거, 그게 참 기가 막히더라고. <전쟁과 평화> 영화에서도 남자 주인공이 죽자, 여자가 제일 먼저 한 말이, ‘당신 어디 있느냐는 거였어요. 나는 그 사람 만나려고 산소에 갔어요.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에 꼭 갔지. 택시 타고 다녔어. 누구 보기가 부끄럽더라고. 그래서 버스를 못 타는 거야. 밖에 나가지도 못하겠고, 누구를 만나지도 못하겠더라고요. 꼭 내가 잘못해서 남편이 죽은 것 같았어. 누가 그렇게 말해서가 아니라 나 혼자 그랬던 건데, 이거 이해하기 힘들 거예요.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다들 그랬대요.


(201)

(강순희) 택시 기사들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이웃 사람들도 다 좋았어요. 그때 우리집 골목은 양쪽으로 집이 쭉 있었으니까, 한 집에서 큰 소리가 나면 다 들렸는데도 내가 맨날 문 열어놓고 소리 질렀어. ‘박정희 살인마!’ ‘민복기 살인마!’ 하도 분해서 나도 잡아가라, 모르는 사람이 우리집 쪽을 쳐다보면 이웃집 아줌마들이 그냥 지나가라고 했지. 다들 우리 부부를 안타깝게 봤던 것 같아. 그 골목에서 우리 아들 친구네가 살았는데 그 엄마가 하는 말이, 우리 부부가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일부러 내다보곤 했었대. 가뭄이 심해서 동네에 물차가 온 적이 있어요. 물통을 갖다 놓고 물을 받는데 제대로 안 되는 거야. 열불이 나서 한마디 했지. ‘, 이 개새끼야! , 박정희 새끼 잡아 먹고 싶은데 오늘 어느 놈이든지 박정희 대신 잡아먹어야 되겠다!’ 물차 운전사가 막 뭐라고 했어. 그러니까 동네 사람들이 날 건드리지 말라고 말리고 그랬어요.


(203-204)

(강순희) 순전히 생떼였지, 생떼. 내가 그 사람들한테 다 이야기했어. 경찰들은 몰랐죠. 1차 때 어떻게 됐는지, 2차 때 재판을 어떻게 했는지, 어떻게 조작했는지, 어떻게 죽였는지, 재판정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조리 있게 좍 말하고, 이게 무슨 사람 사는 세상이냐고 하니까 다들 한마디도 말을 안 하는 거야. 반박할 수가 없으니까 못 하는 거지. 자기들도 사람이니까 억울하겠구나했겠지. 그리고 박정희 사진이 걸려 있기에 욕을 막 했어요. ‘저 새끼! 쥐새끼 같은 놈! 조막만한 놈의 새끼! 네까짓 게 뭔데 사람을 죽여!’ 그러면서 소리 질렀지. ‘내 목에도 새끼줄 걸어! 너네 각하 모독죄로 걸어!’ 그랬더니 다들 슬슬 피하더라고, ‘아주머니, 가서 주무십시다하면서 끌어내기에 박정희 살인마!’ ‘인혁당 조작이다!’ 외치면서 나왔어요. 그랬더니 사람들 다 자는 시간이니까 그러지 말래. 지금 자는 게 문제냐고, 죄 없는 사람을 여덟 명이나 죽였는데 잠 좀 못 자면 어떠냐고 계속 박정희 욕을 하니까 집에 데려다주더라고요. 난 박정희가 살아있을 때도 그러고 다녔어요. 겁나는 게 없었어. 겁이 안 났어. 떳떳하니까! 누굴 만나도 다 그렇게 진실을 말하고 다녔지.


(232-234)

(강순희) 도대체 어떤 놈이 내 남편 명예를 회복시켜 줄 수 있느냐, 네깟 것들이 무슨 명예회복을 해주느냐, 이게 나라냐, 나도 힘 있으면 이놈의 세상 확 뒤집어엎고 싶다, 힘이 없어서 못 하는 거다, 이 세상 뒤집어엎으려고 한 게 내 남편의 명예인데, 이 명예가 어때서? 명예 회복 같은 거 신청 안 한다, 돈 몇 푼 보상받는 거 안 한다. 내 생각은 그런 거였어. 명예회복 신청해서 보상받으면 더 분하고 더 억울할 것 같았어. 사람이 죽고 없는데 뭐가 필요하단 말이야? 이 세상이 사람 사는 세상 같지가 않은 거야. 그래서 신청을 안 했어요. 재심 무죄 판결 나고 나서 한명숙 총리가 우리를 공관에 초대했어요. 2007 2월쯤이었지, 아마? 한 총리가 왜 여태 명예회복이 안 되었냐고 걱정하기에, 내가 안 한 거라고 이유를 싹 설명하고 재판으로 해결했으니까 이제는 할 거라고 했어요. 그 후에 신청해서 했고.


(239)

(강순희) 그렇죠, 죄 없이 산 사람을 그렇게 죽였구나, 죽으러 갈 때 마음이 어땠을까, 그 사형 자리에 갈 때 어땠을까그런 생각을 했어요. 무죄 판결 나기까지 찾아오고 편들어준 정치인 많았는데, 다 잊어버렸어요. 민사재판도 이겼어요, 어떤 기자가 오글 목사랑 마태진 목사를 아냐고, 연락이 되냐고 묻더라고요. 그때 보상금이 나오니까 오글 목사한테 얼마라도 보내야겠다 싶었어요. 우리 정말 힘들 때 도와준 사람들, 잊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때 내가 파주 살았는데, 동우엄마 민환엄마랑 우리집에서 오글 목사한테 전화했어요. 그 돈은 한국에 있는 분들이 써야 된다면서, 자기들은 사는 거 괜찮다고 딱 잘라 거절했어요. 내가 준 쌍가락지 하나, 그 반지 갖고 있다고, 절대로 안 팔 거라고 했고, 선물이라도 보내고 싶더라고요. 셋이 의논해서 오글 목사랑 마태진 목사한테 이불을 좋은 걸로 사 보냈어요. 나중에 이불 너무 좋다고 고맙다고 전화 왔지. 하나 더 말하고 싶은 게, 피해자들 보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해자 혼쭐내는 것도 꼭 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용택은 국회의원까지 해먹었잖아요. 신직수도 변호사 했고요. 아우, 박정희 똘마니 노릇하던 것들이 말이야. 아니, 왜 피해자는 계속 당하고 가해자는 처벌 안 받아요? 우리 사회는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아! 어휴, 그놈의 자식들


(259)

(강순희) 중학교 다닐 때였는데 공책에 인생이란?’하고 써놓은 적이 있어요. 담임 선생님이 그거 보고 놀렸어. ‘, 순희, 벌써 인생을 생각하냐?’ 인생이 뭘까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자기한테 주어진, 자기 앞에 펼쳐진 운명을 열심히 살아가는 거, 그게 인생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과 현실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서 극복하며 사는 거, 그게 인생이다. 어려운 문제가 생겨도, 장애물이 닥쳐도, 원망 같은 거 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거다. 그런 게 쌓여 인생이 된다. 애들한테 늘 그렇게 얘기했어요. 나도 그렇게 살았고.


(262)

(강순희) 아무 여한이 없어요. 오늘 밤에 죽는다 해도 괜찮아. 남편 일로 좀 힘들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거 다 했으니까. 신랑도 잘 만났고, 사랑도 잘 했고, 남편 일로 싸울 때도 잘 싸웠어요. 자기한테 주어진 것을 극복하면서 사는 게 인생이잖아요. 나한테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서 내 힘껏 노력하고 살았어요. 최선을 다했어요. 남편 죽었을 때는 막 같이 죽고 싶었지. 그런 생각이 든 순간이 여러 번 있었어. 그렇지만 아이들 위해 살아야겠다 싶어서 고비를 넘겼어요.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


(263)

(강순희) 사는 동안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해요. 불행하지 않았어요. 행복하게 만났고, 행복하게 살았고, 행복하게 애들 키웠고, 일도 닥치는 대로 행복하게 했고, 남편 때문에 싸울 때도 있는 힘을 다했어요. 행복이란 게 사람마다 달라요. 남들 눈에는 행복해 보여도 그 사람 자신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래서 행복했다’ ‘불행했다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은 거예요. 주어진 운명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며 살았다는 걸로 나는 만족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