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강순희) 노무현 대통령 생각하면 유시민 작가 생각나고, 유시민 작가 생각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나요. 내가 구순 잔치에 노무현 대통령 초대하고 싶었어요. 돌아가셔서 못 하게 되었으니까, 문재인 대통령하고 유시민 작가 초대하려고 했어. 그랬는데 윤석열이 대통령 되는 바람에 구순 잔치를 안 했어요.


(88)

(강순희) 그 사람이 맨날 그랬어요. 사람은 살면서 선택을 잘해야 하는데 배우자를 잘 고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나를 잘 만났다고 생각했는지, 내 의견을 무시하지 않았어요. 무시했으면 내가 가만있지도 않았겠지만, 남편 떠난 다음에 지인이 해준 이야기인데, 한번은 얘기를 하다 말고 일어서더래요. 무슨 약속 있냐고 하니까 아내를 만나기로 했다면서 휙 가버렸대요. 그때는 어이없었다 하더라고. 그 사람하고 이웃에 산 적이 있어요. 갈현동 살 때였는데 바로 길 건너편으로 이사온 거예요. 그 집에 놀러 갔을 때 남편이 과일을 포크로 찍어서 나한테 줬어요. 그걸 보고 다른 집 여자들이 남편한테 자가지 긁었나 봐. 남편들이 안 되겠다고, 우리더러 빨리 이사 가라고 우스개를 했지.


(109)

(강순희) 갔더니 남편이 그동안 어디 숨어 있었는지 말하라는 거예요. 난 남편이 어디 있었는지도 몰랐지만 집에 있었다고 했지. 그래야 숨겨준 사람한테 피해가 안 가니까. 그 사람들 지켜줘야 하잖아요. 집 어디에 있었냐고 묻기에 침대 밑하고 다락에 있었다고 했어. 자기들이 거기는 안 뒤진 걸 내가 알았거든. 그랬더니 왜 집에 없다고 했냐는 거야. 아니, 그럼 남편 여기 있다고 잡아가라고 하냐, 당신 같으면 그러겠냐고 했어. 그러니까 뭐라고 못 하지. 지난번에 꽥꽥 소리 질렀던 놈도 그땐 안 그러더라고. 그리고 내가 정보부 갈 때 선글라스만 낀 게 아니라 양장을 쫙 빼입고 갔어요. 내가 집에만 있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외출할 때 입을 만한 옷도 제법 있었고, 또 키가 커서 아무거나 입어도 옷이 태가 났어요. 구제품 사서 고쳐 입으면 외국에서 비행기 타고 막 온 것 같다고 사람들이 그랬어. 내가 나중에 옥바라지할 때도 옷 잘 입고 선글라스 끼고 다녔지. 이것들이 사람 무시하니까. 무슨, 못살아서 이북에서 왔다느니, 빨갱이라느니 어쩌니 하면서 얕잡아 보니까,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당당하게 하려고 그렇게 한 거예요.


(134-136)

(유시민) 그 호소문을 보면 좋겠다 싶어서 찾아봤어요.

우리들은 살고 싶습니다. 평화롭게 살고 싶습니다. 저희들은 10년 전에도 없었고 현재도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조작된 인혁당에 묶여 사형선고를 받은 피고인들의 아내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인혁당을 조작하여 북괴에 이롭게 하는 것은 무슨 법, 무슨 조에 해당하는지 만천하에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 부디 저희들의 남편을 정치 제물로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 주십시오. 이름 없고, 힘없고, 보잘것없는 단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정치 제물로 삼는다면 그 제물 위에 피는 꽃은 무슨 꽃이 피더라도 향기 없는 꽃이요, 빛깔 없는 꽃이요, 생명력이 없는 꽃일 것입니다. 죽이고 난 다음에는 살릴 수가 없습니다. 이 절실한 호소를 모른 체 묵인함으로 저희들의 남편을 제물로 바치려 하는 자들과 같은 편에 서는 결과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중정에서는 저희 남편들을 사형을 시켜 마땅한 죄를 지었다고 합니다. 저희들은 아니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저 무시무시한, 온 권력을 다 가진 정보원들과 아무 힘없는 저희들과 누구의 말을 믿으시겠습니까? 물론 둘 다 믿을 수 없다고 하시는 것이 당연하고 옳은 자세일 줄 믿습니다. 그렇다면 다 못 믿겠으니 가만히 있자!’하는 것은 공정한 입장에 선 것이 아니라 정보원들과 같은 편에 서서 저희들이 남편을 죽이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또한 저희들이 원하는 공명정대한 재판을 죽이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또한 저희들이 원하는 공명정대한 재판을 하라고 하신다면 이는 저희들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야말로 다 못 믿겠으니 온 국민이 납득이 가는 공정한 재판을 하자 하는 가장 공정한 입장이며 국민의 권리며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시지 마십시오. 만약 포기하신다면 8인의 생명을 죽이는 데 도움을 준 결과가 될 것입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 살인자들의 편에 서게 되는 결과가 되리라 믿습니다. 저희들의 남편은 주교도 아니요, 변호사도 아니요, 시인도 아니요, 교수도 아니요, 목사도 아닙니다. 따라서 인혁당원도 결코 아닙니다. 이름 없고, 힘없고, 짓눌린, 선량한 대한민국의 한 국민입니다. 더 이상 저희는 사형이라는 몸서리쳐지는 말을 들을 기력이 없습니다. 피를 토하는 아픔과 절망을 의식하며 여러분 앞에 호소드리는 바입니다. 1974 12 5. 가족 일동.”


(160)

민복기(1913~2007)는 이완용의 사돈이자 자신도 일제 귀족 작위를 받았던 민병석의 아들로 경성에서 태어나 고등문관시험 사법과에 합격하고 경성제국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다음 경성지방법원 판사가 되었다. 미군정청 법률심의국장을 거쳐 이승만 박정희 정부의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지검장, 대통령 비서관, 법무부 차관,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으로 승승장구하다가 1968년부터 10년 넘게 대법원장 자리를 지켰다. 두 번째 임기에 인혁당재건위 사건 상고를 기각해 사형에서 징역 15년까지 모든 피고인의 형을 확정했던 그는 1978년 정년퇴임하면서 내 재임 시의 공과는 후세의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전두환의 국정자문회의 위원 위촉을 받아들였고 국정자문회의 위원직도 수행했던 민복기의 인생에 대한 평가는 이미 내려졌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부친과 나란히 올랐던 민복기의 이름은 대한민국이 존속하는 한 영원히 박정희가 자행한 사법살인의 하수인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당시 대법관은 민복기, 홍순엽, 이영섭, 주재황, 김영세, 민문기, 양병호, 이병호, 김윤행, 임항준, 한환진, 안병수, 이일규 등 13명이었으며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은 이일규 한 사람뿐이었다는 사실을 덧붙여둔다.


(170)

나 이젠 어디가서 당신을 만나겠나.

어디 가서 당신을 만나겠나.

아침에 뒤돌아 보며 헤어져

해지면 만나던 당신을

그리워 보고싶어 기다리다 반기던 나.

, 이젠 어디 가서 당신을 만나겠나.

지난 봄 무연이 끌려간 당신을

1년을 사무치는 그리움을 달래며

그래도 반갑게 만날 그 벅찬 행복을 꿈꾸며 기다려왔건만

, 이제 무슨 꿈을 꾸며 살아갈 것이며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을 당신을

, 어찌 그리워 참을 수 있겠는가.

내가 숨쉬고 움직이고 살아가는

모든 원동력은 오직 당신의 사랑이었는데

이제 당신이 없는 나에게 무슨 힘이 남아 있겠나.

! 여보! 놓지 않던 당신의 차디찬 여윈 손을

꼭 쥔채로 그 옆에 웃음 지으면 편히 눕고 싶소.

1975.4.18


(171)

저 구름 넘어 아득한 곳에 당신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 당신을 만나기 위해 남은 여생을

가시밭길을 걸어서 걸어서

단 한번 만이라도 만날 수만 있다면,

나 어떤 가시밭길이라도 멀다 하지 않고

외롭다 하지 않고 고달프다 하지 않고

힘껏 달리고 달려가련만

! 이처럼 간절한 바램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니

, 시작도 끝도 없이 밀려오는

이 서러움을 감당할 길이 없고나,

감당할 길이 없고나.


(199)

(강순희) 다시 볼 수 없다는 거, 딱 한 번이라도 보고 싶은데 어디 가도 볼 수가 없다는 거, 그게 참 기가 막히더라고. <전쟁과 평화> 영화에서도 남자 주인공이 죽자, 여자가 제일 먼저 한 말이, ‘당신 어디 있느냐는 거였어요. 나는 그 사람 만나려고 산소에 갔어요.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에 꼭 갔지. 택시 타고 다녔어. 누구 보기가 부끄럽더라고. 그래서 버스를 못 타는 거야. 밖에 나가지도 못하겠고, 누구를 만나지도 못하겠더라고요. 꼭 내가 잘못해서 남편이 죽은 것 같았어. 누가 그렇게 말해서가 아니라 나 혼자 그랬던 건데, 이거 이해하기 힘들 거예요.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다들 그랬대요.


(201)

(강순희) 택시 기사들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이웃 사람들도 다 좋았어요. 그때 우리집 골목은 양쪽으로 집이 쭉 있었으니까, 한 집에서 큰 소리가 나면 다 들렸는데도 내가 맨날 문 열어놓고 소리 질렀어. ‘박정희 살인마!’ ‘민복기 살인마!’ 하도 분해서 나도 잡아가라, 모르는 사람이 우리집 쪽을 쳐다보면 이웃집 아줌마들이 그냥 지나가라고 했지. 다들 우리 부부를 안타깝게 봤던 것 같아. 그 골목에서 우리 아들 친구네가 살았는데 그 엄마가 하는 말이, 우리 부부가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일부러 내다보곤 했었대. 가뭄이 심해서 동네에 물차가 온 적이 있어요. 물통을 갖다 놓고 물을 받는데 제대로 안 되는 거야. 열불이 나서 한마디 했지. ‘, 이 개새끼야! , 박정희 새끼 잡아 먹고 싶은데 오늘 어느 놈이든지 박정희 대신 잡아먹어야 되겠다!’ 물차 운전사가 막 뭐라고 했어. 그러니까 동네 사람들이 날 건드리지 말라고 말리고 그랬어요.


(203-204)

(강순희) 순전히 생떼였지, 생떼. 내가 그 사람들한테 다 이야기했어. 경찰들은 몰랐죠. 1차 때 어떻게 됐는지, 2차 때 재판을 어떻게 했는지, 어떻게 조작했는지, 어떻게 죽였는지, 재판정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조리 있게 좍 말하고, 이게 무슨 사람 사는 세상이냐고 하니까 다들 한마디도 말을 안 하는 거야. 반박할 수가 없으니까 못 하는 거지. 자기들도 사람이니까 억울하겠구나했겠지. 그리고 박정희 사진이 걸려 있기에 욕을 막 했어요. ‘저 새끼! 쥐새끼 같은 놈! 조막만한 놈의 새끼! 네까짓 게 뭔데 사람을 죽여!’ 그러면서 소리 질렀지. ‘내 목에도 새끼줄 걸어! 너네 각하 모독죄로 걸어!’ 그랬더니 다들 슬슬 피하더라고, ‘아주머니, 가서 주무십시다하면서 끌어내기에 박정희 살인마!’ ‘인혁당 조작이다!’ 외치면서 나왔어요. 그랬더니 사람들 다 자는 시간이니까 그러지 말래. 지금 자는 게 문제냐고, 죄 없는 사람을 여덟 명이나 죽였는데 잠 좀 못 자면 어떠냐고 계속 박정희 욕을 하니까 집에 데려다주더라고요. 난 박정희가 살아있을 때도 그러고 다녔어요. 겁나는 게 없었어. 겁이 안 났어. 떳떳하니까! 누굴 만나도 다 그렇게 진실을 말하고 다녔지.


(232-234)

(강순희) 도대체 어떤 놈이 내 남편 명예를 회복시켜 줄 수 있느냐, 네깟 것들이 무슨 명예회복을 해주느냐, 이게 나라냐, 나도 힘 있으면 이놈의 세상 확 뒤집어엎고 싶다, 힘이 없어서 못 하는 거다, 이 세상 뒤집어엎으려고 한 게 내 남편의 명예인데, 이 명예가 어때서? 명예 회복 같은 거 신청 안 한다, 돈 몇 푼 보상받는 거 안 한다. 내 생각은 그런 거였어. 명예회복 신청해서 보상받으면 더 분하고 더 억울할 것 같았어. 사람이 죽고 없는데 뭐가 필요하단 말이야? 이 세상이 사람 사는 세상 같지가 않은 거야. 그래서 신청을 안 했어요. 재심 무죄 판결 나고 나서 한명숙 총리가 우리를 공관에 초대했어요. 2007 2월쯤이었지, 아마? 한 총리가 왜 여태 명예회복이 안 되었냐고 걱정하기에, 내가 안 한 거라고 이유를 싹 설명하고 재판으로 해결했으니까 이제는 할 거라고 했어요. 그 후에 신청해서 했고.


(239)

(강순희) 그렇죠, 죄 없이 산 사람을 그렇게 죽였구나, 죽으러 갈 때 마음이 어땠을까, 그 사형 자리에 갈 때 어땠을까그런 생각을 했어요. 무죄 판결 나기까지 찾아오고 편들어준 정치인 많았는데, 다 잊어버렸어요. 민사재판도 이겼어요, 어떤 기자가 오글 목사랑 마태진 목사를 아냐고, 연락이 되냐고 묻더라고요. 그때 보상금이 나오니까 오글 목사한테 얼마라도 보내야겠다 싶었어요. 우리 정말 힘들 때 도와준 사람들, 잊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때 내가 파주 살았는데, 동우엄마 민환엄마랑 우리집에서 오글 목사한테 전화했어요. 그 돈은 한국에 있는 분들이 써야 된다면서, 자기들은 사는 거 괜찮다고 딱 잘라 거절했어요. 내가 준 쌍가락지 하나, 그 반지 갖고 있다고, 절대로 안 팔 거라고 했고, 선물이라도 보내고 싶더라고요. 셋이 의논해서 오글 목사랑 마태진 목사한테 이불을 좋은 걸로 사 보냈어요. 나중에 이불 너무 좋다고 고맙다고 전화 왔지. 하나 더 말하고 싶은 게, 피해자들 보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해자 혼쭐내는 것도 꼭 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용택은 국회의원까지 해먹었잖아요. 신직수도 변호사 했고요. 아우, 박정희 똘마니 노릇하던 것들이 말이야. 아니, 왜 피해자는 계속 당하고 가해자는 처벌 안 받아요? 우리 사회는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아! 어휴, 그놈의 자식들


(259)

(강순희) 중학교 다닐 때였는데 공책에 인생이란?’하고 써놓은 적이 있어요. 담임 선생님이 그거 보고 놀렸어. ‘, 순희, 벌써 인생을 생각하냐?’ 인생이 뭘까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자기한테 주어진, 자기 앞에 펼쳐진 운명을 열심히 살아가는 거, 그게 인생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과 현실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서 극복하며 사는 거, 그게 인생이다. 어려운 문제가 생겨도, 장애물이 닥쳐도, 원망 같은 거 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거다. 그런 게 쌓여 인생이 된다. 애들한테 늘 그렇게 얘기했어요. 나도 그렇게 살았고.


(262)

(강순희) 아무 여한이 없어요. 오늘 밤에 죽는다 해도 괜찮아. 남편 일로 좀 힘들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거 다 했으니까. 신랑도 잘 만났고, 사랑도 잘 했고, 남편 일로 싸울 때도 잘 싸웠어요. 자기한테 주어진 것을 극복하면서 사는 게 인생이잖아요. 나한테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서 내 힘껏 노력하고 살았어요. 최선을 다했어요. 남편 죽었을 때는 막 같이 죽고 싶었지. 그런 생각이 든 순간이 여러 번 있었어. 그렇지만 아이들 위해 살아야겠다 싶어서 고비를 넘겼어요.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


(263)

(강순희) 사는 동안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해요. 불행하지 않았어요. 행복하게 만났고, 행복하게 살았고, 행복하게 애들 키웠고, 일도 닥치는 대로 행복하게 했고, 남편 때문에 싸울 때도 있는 힘을 다했어요. 행복이란 게 사람마다 달라요. 남들 눈에는 행복해 보여도 그 사람 자신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래서 행복했다’ ‘불행했다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은 거예요. 주어진 운명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며 살았다는 걸로 나는 만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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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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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할 책은 북유튜버들이 적극 추천하여 알게 된 이기호 님의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이라는 책이란다. 이기호 님 작가의 책은 오래 전에 <사과는 잘해요>라는 책 한 권 읽은 적이 있고, 당시 그 책이 아빠에게는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그 이후에 크게 관심이 없던 작가였는데, 오늘 이야기할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은 여러 사람들이 추천하는 것을 보고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역시 어떤 작가를 평가할 때 한 권으로 평가하는 것은 편견을 갖게 하는 것이구나. 이번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은 책이 두꺼움에 불구하고 휙휙 넘어갔고, 왜 많은 사람들이 추천했는지 알겠더구나. 아빠 주변에 책 추천을 해 달라는 사람이 적긴 하지만 혹시 누군가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추천할 책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이 책을 추천할 것 같구나. 물론 너희들에게도 추천을 하고 싶지만, 너희들은 너무 바쁘니…  

책 제목 속의 이시봉은 읽다 보면 바로 사람이 아니고, 강아지의 이름이란 것을 알게 될 거야. 우리는 반려견이 없지만,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더욱 공감하면서 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은이 이기호 님이 키우는 반려견의 이름도 이시봉이라고 하는구나. 시봉이라고 부르면 쳐다보지 않고 꼭 이시봉이라고 불러야 하는

….

 

1.

이시봉은 네 살 비숑 프리제이다. 비숑 프리제는 개의 품종의 하나란다. 아빠가 강아지의 족보들을 잘 몰라서 비숑 프리제라는 품종도 처음 들어본 말인데 검색해보니 SNS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아주 사랑스럽고 귀여운 강아지더구나. 이시봉의 견주 이시습이 이 소설의 주인공으로 이제 만 20살이 되었지. 피자 가게를 운영하시던 아버지는 2년 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엄마는 외할머니께서 암투병을 하고 계셔서 간병하러 외가댁인 가평에 가 계시고 광주 집에는 시습과 착실하고 공부 잘하는 고3 동생 시현과, 네 살짜리 비숑 프리제 이시봉이 함께 지내고 있단다.

시습은 사람들이 없는 야밤이나 새벽에 이시봉과 산책을 하고, 시습은 산책을 하면서 술을 먹는 것이 취미 아닌 취미였어. 그 덕분에 살도 찌고 어쩌면 알코올 중독일 수도 있었지. 그 마을에 길고양이들을 잔인하게 죽이는 변태 같은 흉악범죄자가 있는데, 범인 스스로 자신을 형집행인이라 말했어.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직 잡지는 못했단다. 어느날 시습과 산책을 하고 내려오던 이시봉이 불이 나게 뛰어가서 뒤쫓아가 보니, 형집행인의 범행현장을 용감하게 급습한 거야. 이시봉이 형집행인을 향해 달려들자 형집행인은 고양이 목에 줄을 매단 채 도망갔단다. 이시봉은 고양이가 죽지 않도록 고양이 밑을 받치면서 달려갔어. 결국 형집행인은 고양이를 놔두고 도망을 가서 고양이를 살릴 수 있었어. 이 장면을 동네 누나 리다가 스마트폰으로 촬영하여 SNS에 올렸는데 조회수가 대박이 났단다.

그렇게 유명해지고 나서 얼마 후 서울에서 사람들이 찾아왔어. 앙시앙 하우스 소속의 브리더들이라고 소개를 하면서 이시봉이 프랑스의 후에스카르 계열의 비숑 프리제인 것 같다면서 DNA조사를 해보고 싶다는 거야. 이름도 외우기 어려운 후에스카르는 비숑의 명문 가문으로 이시봉이 비숑의 왕족일 수도 있다고 했어. 황당무계한 소리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간곡한 부탁에 이시봉의 DNA 조사를 하기로 했단다.

...

왕족이라는 것이 말도 안 되는 것이 이시봉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나주시 왕곡면에서 얻어온 것으로 아는데 프랑스 귀족 혈통이라니... 말도 안 돼. 아버지는 20년간 타이어 공장에서 일하시고 그만 두고 자신의 이름을 딴 이성현 피자 가게를 내셨어. 나름 지역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어. 그런데 이시봉을 쫓아가다가 무단횡단을 하시게 되었고 그때 차에 치어 돌아가신 거야. 그래서 엄마는 이시봉을 별로 안 좋아하신단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로구나.

....

얼마 후 앙시앙 하우스에서 연락이 왔는데, 이시봉의 DNA 검사 결과 후에스카르 계열의 비숑이 맞다는 거야.. 이런..

이 책에는 후에스카르 비숑 프리제의 역사(?)도 함께 실려 있는데 프랑스 혁명과 스페인 왕조 이야기 등 실제 있었던 일과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 후에스카르 비숑이 있는 줄 알고 검색을 해보기도 했단다. 물론 없었지 ㅎㅎ 고야의 유명한 그림 <알바 공작부인의 초상화>에 보면 강아지 한 마리 그려져 있는데 그 개가 바로 후에스카르 비숑이고 이시봉이 그 개의 후예라는 것이 그들의 이야기란다. 고야의 <알바 공작부인의 초상화>을 검색해 보면 실제로 강아지 한 마리가 있더구나. 그 그림을 보고 이런 설정을 생각하다니, 작가님이 대단하구나.

아무튼, 앙시앙 하우스 정채민 대표가 그들을 초대했어. 물론 이시봉과 함께였지. 시습은 이시봉은 서울 지점에 갔다가 앙시앙 하우스 본사가 있는 용인시 양지면 대대리로 갔단다. 동네 이름이 너무 자세하게 나와서 대대리라는 동네가 있나 검색해봤더니 실제 있는 동네더구나. 극사실주의 소설이구나. 설마 그 동네에 가면 앙시앙 하우스가 진짜 있는 건 아니겠지? 정채민 대표는 50대 초반의 미혼이었어. 이시봉을 만나 엄청 기뻐하면서 시습에게는 후에스카르 비숑 프리제의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해줬어. 나폴레옹 때부터 내려온 고귀한 가문의 멍멍이. 프랑스 정부에서 인정한 인증서도 있다고 했어. 그렇다면 정채민 대표는 어떻게 그런 고귀한 멍멍이 품종을 알게 되었을까.

 

2.

정채민은 1996년 프랑스에서 영화 유학을 하고 있었대. 당시 프랑스에서 유학하던 김상우, 박유정 커플을 알게 되었는데 그들은 비숑 프리제를 돌보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잠시 동안 카이와 루시라는 비숑 프리제 커플을 봐달라고 부탁했고, 정채민은 그들을 잠깐 봐주다가 정이 들었대. 그래서 정채민은 거금을 들여 카이와 루시를 분양 받았고 김상우, 박유정과 함께 지내면서 카이와 루시에게 푹 빠지게 되었대. 김상우가 카이와 루시를 데리고 먼저 귀국했대

그런데 한두달 지나고 김상우가 연락이 안되어 박유정을 찾아가 보니 박유정도 이미 몰래 귀국했다는구나. 정채민은 사기를 당한 것보다 카이와 루시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더 괴로워했어. 귀국 후 전국 방방곡곡 카이와 루시를 찾아 다녔지만 결국 못 찾았대. 그가 앙시앙 하우스를 차린 것도 카이와 루시를 찾기 위한 것이었어. 그리고 카이와 루시를 거의 포기했을 때 인스타에서 이시봉을 보게 된 것이라고 했단다. 시습은 이시봉의 출신지가 나주시 왕곡면이라고 이야기해주었어. 그들의 첫만남은 그렇게 끝났고 시습과 이시봉은 다시 광주로 내려왔단다. 얼마 후 그들은 시습에게 삼천만 원을 제시하며 이시봉을 분양해 달라고 했단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습은 고민이 되기도 했지만 이시봉과 헤어지는 것은 더 힘들었지.

...

시습은 엄마한테 이시봉을 데리고 온 정확한 곳을 아냐고 물어보니 모른다고 하면서 아버지와 이시봉이 처음 만난 날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어. 사진 배경에는 교회 사진이 하나 있었어. 시습은 로드뷰를 다 뒤지기 시작했단다.

...

잠시 후에스카르 브숑 프리제의 이야기를 더 해보자.. 앞서 이야기했던 알바 공작 부인은 스페인 왕비의 질투로 화재로 죽을 뻔했단다. 그 화재로 함께 있던 비숑 프리제들도 여럿 죽었단다. 스페인 왕비의 질투라고 해서 스페인 왕을 둔 질투는 아니야. 스페인 왕비는 정치인이자 군인인 마누엘 데 고도이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는데 그에 대한 질투심이었단다. 고도이가 살아 남은 비숑 프리제들을 데리고 가서 보살펴 주었어. 이후 나폴레옹이 스페인을 침공했단다. 참고로 알바 공작, 마누엘 데 고도이는 실존 인물이란다.

....

시습은 나주시 왕곡면의 로드뷰를 다 뒤져서 사진 속의 송죽리 교회를 찾았단다. 그곳에 갔더니 불법 개 농장이 있었어. 몰래 지켜 봤는데 개들을 학대하고 그랬어. 다시 집에 와서 이번에는 친구들, 그러니까 정용, 수아, 리라와 함께 다시 개 농장으로 향했단다. 그런데 그곳에서 앙시앙 하우스 사람들을 봤어. 그들은 다 깨고 부수고 무엇을 찾는 것 같았어. 결국 시습의 친구들은 앙시앙 하우스의 폭력만 멀리서 보고 돌아왔어.

...

시습은 이시봉의 단서를 찾으려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스마트폰을 확인했단다. 이시봉을 데려오던 시기인 별 것 없었는데 그보다 1년 전인 2019년은 이시봉이라는 사람과 많은 통화를 한 것을 알아냈어. 뭐야? 이시봉이 아버지 지인의 이름이었던 거야??? 시습은 그 이시봉이라는 사람한테 전화를 해봤더니 아버지가 전에 다니던 타이어 회사의 친한 후배였어. 노조를 함께 하다가 아버지는 퇴사를 하고 이시봉 아저씨는 계속 노조 활동을 하셨대. 회사가 다른 회사로 넘어가게 되자 시위를 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3년 동안 감옥에 있었다는구나. 그래서 아버지의 장례식도 참석하지 못하셨대. 이시봉은 이시봉 아저씨가 소개해주신 거래.

이시봉 아저씨가 감옥에 있을 때 23살 마약사범 김태형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대. 김태형은 이시봉 아저씨한테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서 담보로 개를 주겠다고 했어. 그래서 이시봉 아저씨는 시습의 아버지한테 연락을 해서 아버지가 이시봉을 데리고 오게 된 거야. 그렇다면 김태형과 김상우, 박은영과는 어떤 관계이고 이시봉은 어쩌다 나주시 왕곡면 개 농장에 있었을까.

....

정채민괴 앙시앙 하우스에서 일하는 브리더들이 찾아와 이시봉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단다. 시습은 마지못했지만 이시봉을 데려왔어. 그날밤 앙시앙 하우스의 전담 수의사가 연락해서는 돈을 올려준다고 했지만 시습은 단호히 거절했단다. 그러자 그는 은근한 협박까지 했어.

...

한편, 마약사범 김태형은 모범수로 출소 후 당진에서 배관공으로 일했어. 그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단둘이 살았고 아버지는 연락도 안 되었어. 몇 년 전 엄마가 위암으로 돌아가셨는데 김태형의 엄마의 이름은 바로 박은영. 그래 박은영과 김상우의 아들이었던 거야. 그런데 안타깝게도 박은영은 세상을 떠났구나. 김태형은 출소 후 자신이 맡긴 비숑을 만나보려고 이시봉 아저씨에게 연락을 했고 그렇게 김태형은 시습의 집에 찾아왔단다.

....

어느 날 양평에 계시는 시습의 엄마로부터 연락이 왔어. 외할머니가 위중하시다고 했어. 시습은 동생 시현과 함께 양평으로 갔단다. 이시봉은 동네 누나 리다에게 맡겼어. 다행히 외할머니는 며칠 지나 안정을 되찾아 시습과 시현은 다시 광주로 돌아왔단다. 그런데 시습이 자리를 비운 사이 리다가 앙시앙 하우스 사람들에게 설득 당해 오천만 원에 이시봉을 그들에 넘겼대. 그리고 리다는 뒤늦게 후회되어 시습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어.

시습은 수아, 정용, 그리고 김태형과 함께 앙시앙 하우스에 갔단다. 이시봉을 돌려달라고 하려고.. 하지만 입구에서부터 계속 거절당했어. 김태형은 앙시앙하우스 경비들에게 박유정의 아들이 정채민을 만나러 왔다고 전해달라고 했어. ... 김태형이 혹시 정채민의 아들?

...

 

3.

김태형은 엄마가 돌아가시고 엄마의 노트를 보게 되었어. 박유정이 남긴 내용은 정채민이 시습에게 해준 이야기와 좀 달랐어. 프랑스 유학 시절, 정채민을 만나기 전에 이미 그들 사이는 안 좋아진 상태였어. 늘 돈도 부족하고 갈등이 지속되었지. 정채민이 카이와 루시를 먼저 김상우와 박유정에게 봐달라고 부탁을 했대. 김상우는 그걸 거절했는데 그것은 돈을 더 받으려고 그랬던 거래. 그리고 이것저것 속여서 정채민의 돈을 뜯어내려는 심사였어. 결국 김상우와 박유정은 카이와 루시를 보살피는 일을 시작했는데, 대부분 박유정이 그 일을 도맡아 했어. 그리고 김상우의 야비한 본모습을 보면서 박유정은 크게 실망했단다.

한편으로는 정채민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대. 김상우와 박유정이 귀국을 준비하면서 잠깐 정채민의 집에서 함께 지냈다고 했어. 그리고 김상우는 카이와 루시가 먼저 귀국을 하고, 박유정은 혼자 정채민의 집에 있는 것이 어색해서 그곳에서 나오려고 했는데, 정채민은 가지 말라고 했단다. 그렇게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 것 같구나.

….

갑작스럽겠지만 소설의 흐름대로 이야기하다 보니 1808 3 17일 마드리드로 가야겠구나. 그날 마드리드에서는 민중 봉기가 일어났단다. 앞서 이야기했던 고도이를 죽이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어. 고도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는 생략하자.. 스페인 역사 시간이 아니니까고도이는 별궁에서 늙은 비숑 베로와 함께 숨어 있었어. 자신과 내통했던 프랑스 뮈라 장군이 도와주러 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어. 그런데 베로가 갑자기 멍멍 짖어서 그들의 위치가 발각되었단다. 베로는 민중에 의해 목이 베여 죽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고도이는 살 수 있었단다. 베로가 그런 짓을 한 것은 고도이를 살리기 위한 방법이라고 했어.

나폴레옹이 스페인을 점령하면서, 스페인의 왕은 물러나고 나폴레옹 조지프 보나파르트가 스페인 왕이 되었어. 고도이는 스페인에서 쫓겨나 프랑스에서 살게 되었어. 고도이는 살아남은 후에스카르 비숑 프리제를 보살피면서 말년을 보냈단다. 고도이가 죽은 다음에는 그의 딸이 와서 남아 있는 비숑 프리제들을 데리고 갔고 후세들이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하는구나.

….

한편 이시봉 일행은 김태형이 박유정의 아들이 찾아왔다는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앙시앙 하우스에 와서 정채민 대표를 만났단다. 이시봉도 함께 왔는데 이시봉은 놀라보게 새단장을 했고, 이름도 카이로 바꿨어. 시습이 불러도 아는 척도 안 했어. 정채민은 박유정의 아들 김태형을 보고는 격한 감정에 휩싸였어. 김태형은 정채민에게 자신의 엄마를 괴롭혔냐고 물었고, 정채민은 오히려 왜 자신의 비숑들을 빼돌렸다고 이야기를 했어. 카이와 루시의 후예들이 열다섯 마리다 되었는데 모두 개 농장에 맡겨서 모두 잔인하게 죽었다는 거야. 김태형과 정채민의 언쟁은 계속되었어.

김태형 왈, 후에스카르 비숑 같은 것은 없었다면서, 정채민이 만들어낸 거짓말이라고 했어. 정채민은 진짜라고 맞받아쳤단다. 김태영은 앙시앙 하우스의 미셸 브리더가 여러 번 자신을 찾아왔다고 했어. 그렇게 논쟁이 이어지자, 정채민은 그들은 모두 내쫓았단다. 그렇게 내쫓기다가 김태형을 선두로 다시 정채민을 만나러 갔어. 도대체 지난 세월 박유정, 김상우, 정채민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1997 9월 박유정은 귀국했단다. 김상우가 자리 잡은 파주시 조리읍이 아닌, 자신의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화곡동으로 했었어. 하지만 다시 마음을 바꾸어 김상우의 집으로 갔단다. 카이와 루시가 마음에 걸렸어. 그렇게 그곳에서 김상우와 카이와 루시와 함께 지냈어. 그리고 얼마 후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1998년 김태형을 낳고, 루시도 새끼 다섯 마리를 낳았어. 1999년 김상우와 이혼을 했는데, 김상우도 김태형이 자신의 아들이 아닌 것을 눈치챈 것 같았지만, 끝까지 진짜 아빠가 누구인지는 물어보지 않았어.

이혼하고 나서 재정적으로 어려웠던 박유정은 동생에게 돈을 빌려서 겨우 생활했단다. 이후 박유정은 김태형을 데리고 돈 벌 수 있는 곳을 따라 전국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지냈어. 물론 카이와 루시, 그리고 그들의 후손들과 함께 말이야. 그러다가 카이가 2012년에 죽고, 루시는 2015년에 죽었단다. 엄마 박유정이 죽고 김태형이 탈선하며 마약 사범으로 감옥에 들어가면서 카이와 루시의 아이들을 개 농장에 맡기게 된 거야.

…..

김태형과 시습 일행이 다시 정채민에게 갔을 때 정채민은 미셸 브리더를 때렸고, 미셸도 대들도 있었어. 미셸 브리더가 정채민한테 이야기를 하지 않고 박유정을 찾으러 다녔기 때문에 그들이 싸운 것이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미셸 브리더리는 사람은 바로 김상우였더구나. 그런데 정채민과 미셸 브리더가 싸우다가 정채민이 홧김에 이시봉을 집어 던지기까지 했단다. 시습은 달라가 다친 이시봉을 안아서 보살펴 주었고, 김태형과 다른 이들은 앙시앙 하우스의 브리더들과 한판 싸우게 되었어. 그러면서 스피커가 쓰러졌는데 그 안에서 수 많은 메모리얼 스톤이 쏟아졌단다. 그 메모리얼 스톤은 개뼛가루로 만든 것이었어. 정채민. 이 사람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 많은 메모리얼 스톤은 어디서 났는가.

시습의 일행은 이시봉을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어. 다리에 골절이 있었고 간 수치도 올라가서 수술을 받았고 다행히 금방 안정을 찾을 수 있었어. 며칠 후 앙시앙 하우스의 권성희 수의사로부터 전화가 왔어. 정채민 대표는 앙시앙 하우스에서 운영하는 호텔의 대표와 지분 문제로 다투고 도망가다가 교통사고로 크게 다쳤다는구나. 그리고 이시봉은 다시 시습이 키워도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단다. 그렇게 소설은 일단락되었단다.

아빠가 마지막 부분에 빨리 읽어서 그런지, 불명확한 부분도 좀 있는 것 같구나. 정채민이 동물학대범으로 이해했는데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아참, 소설 초반부에 나왔던 시습의 동네에서 길고양이들을 죽였던 형집행인의 정체도 뜻밖의 인물로 밝혀지게 된단다.

….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SNS상에서 비숑 프리제을 보게 되면 좀 달리 보일 것 같구나.  혹시 왕족의 후예일 수도? 소설에 푹 빠지면 이렇게 된단다ㅎㅎ 이번 소설로 통해 아빠가 생각했던 이기호 작가님의 이미지가 확 개선이 되었단다. 이기호 님의 다른 작품들도 한번 살펴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갑작스럽게 연락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책의 끝 문장: 나는 이시봉의 까만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니까 내 말의 포인트는 이거야. 인간은 자꾸 동물을 인간화시키려고 해. 그것도 자기와 친한 동물들만. 그러면서도 인간의 동물화는 참지 못하는 게 또 인간이야. 그러니까 개만도 못한 인간, 돼지 같은 인간, 이런 말에 심한 모욕을 느끼잖아. 나는 말이야. 그게 자본주의의 핵심이라고 생각해. 무언가를 두려워하게 만들고, 수치심과 모욕을 느끼게 하는 거. 내 말 이해했어?" - P189

박유정은 루시를 집 앞마당 양지바른 텃밭에 묻었다. 루시를 묻고 있는 동안 루시의 자손들이 우르르 몰려와 그녀 옆에 서서 구경했다. 어린 강아지들은 까불거리며 서로 쫓고 쫓으면서 담벼락 근처에서 뛰어놀았지만, 이젠 나이가 들어버린 자두와 가을이, 보름이는 가만히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녀는 루시를 다 묻은 후, 그 옆에 작은 동백나무 하나를 심었다. 그 나무가 루시의 묘비가 되어주었다. 누군가의 묘비를 세워주는 일. 박유정은 그것이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누군가가 사람이든 동물이든, 기억하는 것이 사람의 책이라고. 그녀는 계속 그 일을 내나갔다. - P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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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란 무엇인가 1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파리 리뷰 인터뷰 1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 다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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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작가란 무엇인가 1>이라는 책이란다. 작년에 아빠의 친구분께서 추천한 책이야. 이 책은 3권까지 나와 있고 아빠가 이번에 읽은 것은 첫 번째 책이란다. 뉴욕에서 출간되는 잡지 <파리 리뷰>라는 것이 있는데, 이 잡지에서 진행한 작가들의 인터뷰들 중 36명의 작가들의 인터뷰를 모은 책이란다. 각 권당 12명의 작가들의 인터뷰가 실려 있단다.

<파리 리뷰> 1953년에 출간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어. 많은 작가들 중에 36명을 고른 것이니, 소위 거장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모두 포함되어 있겠구나. 아빠가 읽은 <작가란 무엇인가 1>에 실린 12명의 작가들 역시 모두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라서, 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는 작가일 거야. 아빠도 이 책에 실린 대부분 작가들의 책을 적어도 한 권은 읽었고, 아빠가 읽어보지 않은 책의 작가들도 읽어보겠다고 구입한 책들이 책장에 꽂혀 있단다.

움베르토 에코, 오르한 파묵, 무라카미 하루키, 폴 오스터, 이언 매큐언, 필립 로스, 밀란 쿤데라, 레이먼드 카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E.M. 포스터. 이렇게 12명이 <작가란 무엇인가 1>에 실린 작가들인데,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거나 유력한 수상자로 거론되는 그런 작가들이구나.

이 책에는 각 작가들만의 글쓰기 방식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단다. 이름만 들어봤던 작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생각과 삶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단다. 훌륭한 작가들이라고 그런지 그들이 한 말들은 훌륭한 글이 되었단다. 그들의 한 인터뷰를 통해서 삶을 대하는 자세도 배우는 기회가 되고, 글쓰는 방법에 배우는 기회가 되었단다. 아빠가 오십 대에 들어서서 그런지, 오십 대에 들어섰을 때 인터뷰를 진행한 폴 오스터의 인터뷰가 많이 공감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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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178)

폴 오스터 : 잘 모르겠네요. 이제 저는 오십 대에 접어들었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많은 것이 변하더라고요. 신간이 훌쩍훌쩍 흘러가 버리기 시작하고, 살아온 삶이 남은 삶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몸이 조금씩 망가지기 시작하고, 전에 통증을 느끼지 않던 부위에 통증과 고통을 느끼게 되고, 사랑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죽기 시작했어요. 나이가 오십 쯤되면, 우리 모두는 귀신에 씌인 것처럼 살게 되지요. 귀신이 우리 안에 살면서, 산 사람들에게 하는 것만큼 죽은 사람들에게도 이야기를 하지요. 젊은 사람들은 이런 것을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스무 살 먹은 젊은이라고 해서 자신이 죽을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다른 사람의 죽음은 나이 든 사람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요. 자신에게 이런 상실이 계속해서 쌓이는 것을 직접 겪기 전까지는 그런 일들이 나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인생은 너무나 짧고 너무도 연약하고 너무도 알 수 없지요. 결국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정말로 사랑하는 걸까요? 정말로 몇 사람뿐이겠지요. 몇 명 되지 않을 거예요. 이 사람들이 대부분 죽고 나면 당신의 내적 세계의 지도는 변할 겁니다. 제 친구 조지 오펜은 늙는 것에 대해 제게 어린아이가 늙어간다는 것은 얼마나 기인한 일인가.”라고 말한 적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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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빠가 이 책에 실린 작가들의 책들을 좀 많이 <작가란 무엇인가 1>을 읽었다면 좀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것 같구나. 아무래도 작가들을 인터뷰하다 보니, 그들의 책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아빠가 읽지 않은 책들이 대부분이라서 그들이 나눈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거든. 아예 한 권도 읽지 않은 작가들은 그들의 책을 읽어보고 이 책을 펼 걸이런 생각도 했단다. 나중에 너희들도 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작가들의 책을 먼저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오늘은 이 책에 실린 작가들에 대한 아빠의 생각을 짧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독서 편지를 대신하련다.

움베르토 에코. 아빠가 그의 <장미의 이름><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젊었을 때 읽고 이 작가는 아빠가 읽기에는 너무 수준이 높다고 멀리한 작가란다. 몇 년 전에 <0>라는 소설을 읽고 나서 이건 좀 괜찮네, 라고 생각하고 예전에 읽다가 실패한 <푸코의 진자>를 읽으려고 사 두었단다. 언젠가는 꼭 읽고 말 테야. 시간만 있으면 <장미의 이름>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구나.

오르한 파묵. 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다음 읽어 본 <내 이름은 빨강>이라는 책이 아빠가 읽은 읽은 유일한 그의 책이란다. <작가란 무엇인가 1>에서 소개된 <>이라는 소설을 읽어보고 싶더구나.  

무라카미 하루키. 군대에 있을 때 그의 <노르웨이의 숲>을 읽고 솔직히 아빠의 취향은 아니라고 생각하여 멀리한 작가란다. 예전에 재미있게 들은 팟캐스트 <지대넓얕>에서 하루키의 소설들을 극찬해서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그의 초기작 3편을 구매했었단다. 그리고 한 편씩 읽어보겠다고 생각했는데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한 편만 읽고 중단된 상태로구나. 읽어야 할 책은 많고, 아빠가 책 읽는 속도가 느려서 어쩔 수 없구나.

폴 오스터.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어렸을 때는 책을 읽지 않고 이십 대 후반 책을 읽기 시작했거든. 폴 오스터는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할 때 즈음 알게 된 작가로, <달의 궁전>, <환생의 책>, <우연의 음악>을 읽었단다. 그 이후 한 동안 그의 책을 읽지 않았는데, 얼마 전 그의 서거 소식을 들었단다. 아빠가 폴 오스터의 책들을 읽을 때 그의 소설이 젊은 감각으로 쓴 글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의 서거 소식에 좀 놀랐었단다. 작년에 그의 마지막 작품 <바움가트너>가 출간되었는데, <작가란 무엇인가 1>를 읽고 나서 읽었는데, 이 책에 대한 이야기도 조만 간에 해줄게.

이언 매큐언. 이 분도 많은 작품들이 사랑을 받고 있지만, 아빠는 세 편만 읽었단다. <넛셀>, <바퀴벌레>, 그리고 최근에 읽은 <레슨>. 세 권 모두 독특하면서도 아빠의 취향에도 근접한 책들이라서 그의 다른 작품 두어 편이 읽지 않은 채 책장에서 기다리고 있단다.

필립 로스. 다른 작가에 비해 그의 책은 좀 많이 읽은 것 같구나. <에브리맨>, <휴먼 스테인>, <네메시스>, <미국을 노린 음모>, <샤일록 작전> 아빠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필립 로스의 작품와 이언 매큐언의 작품의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 필립 로스가 좀더 읽기 편한 것만 빼고 말이야. 이건 단지 아빠의 생각이란다.

밀란 쿤데라. 그의 책들은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한 권도 읽지 않은 줄 알았는데, 아빠의 독서기록을 보니 2001년에 밀란 쿤데라의 <향수>를 읽었더구나. 예전에 읽은 <나쁜 책>에서 알게 된 밀란 쿤데라의 <농담>은 꼭 읽어볼 예정이다.

레이먼드 카버. 그의 책은 읽은 것이 없구나. 그의 대표작 <대성당>을 읽으려고 구매를 해두었지만, 책장에서 먼지만 먹고 있구나. 언젠가는 읽겠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그가 노년에 찍은 사진 한 장을 보고 멋있게 나이 드셨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구나. 그래서 그의 책을 읽어보려고 <백년 동안의 고독>이라는 책을 사 두었으나, 어려울 것 같아서 아직 펼쳐보지 못하고 있단다. 그리고 아빠가 젊었을 때 재미있게 본 영화 <세렌디피티>에 나왔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라는 책도 꼭 읽고 말 테다. 리스트에 올려 놓은 책들은 많은데 이것을 모두 읽으려면 유튜브를 좀 줄어야 하는데

어니스트 헤밍웨이. 너무 유명한 사람이고 예전에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에서 이야기했으니 패스

윌리엄 포크너.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소설에 손꼽히는 <소리와 분노>를 읽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그의 다른 작품은 앞으로도 읽지 않을 것 같구나. 그는 아빠에게 그런 작가란다. <소리와 분노> 한 권으로 충분했던 작가.

E.M. 포스터.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에 포스터의 책들은 겉표지가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되어 있어서 눈길이 갔고 그래서 읽어보고 싶어서 <전망 좋은 방> <하워즈 엔드>를 구입했는데 아직 읽어보지 않았구나. 둘 중에 하나는 올해 꼭 읽어보도록 할게.

….

오늘은 이렇게 작가들에 대한 아빠의 생각을 짧게 이야기해봤다. 헤밍웨이가 이야기하는 작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인터뷰 속에 이 책의 주제가 담겨 있는 것 같았어. 그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오늘 독서편지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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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

어니스트 헤밍웨이 : 맞습니다. 만일 작가가 관찰하는 것을 멈춘다면 그는 끝장난 것이지요. 그러나 의식적으로 관찰할 필요는 없으며 관찰한 것을 어떻게 쓸 것인지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마도 처음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맞을 거예요. 그러나 나중에는 그가 관찰하는 것 모두가 그가 알고 있거나 본 것들로 이루어지는 거대한 자산이 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항상 빙산의 원칙에 근거하여 글을 쓰려고 애썼습니다. 빙산은 전체의 8분의 7이 물속에 잠겨 있지요.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안 쓰고 빼버린다 해도, 그것은 빙산의 보이지 않는 잠겨 있는 부분이 되어 빙산을 더 강하게 만들 것입니다. 작가가 무엇인가를 알지 못하여 안 쓰는 것이라면 이야기에는 구멍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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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움베르토 에코에게 처음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이탈리아의 아드리아 해 근처 우르비노에 있는 17세기 저택의 책상에 앉아 전화를 받았다.

책의 끝 문장: 이것이 지속될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폴 오스터 : 항상 손으로 글을 씁니다. 대개 만년필을 쓰지만 종종 연필도 씁니다. 고쳐 쓸 생각이 있을 때는 연필로 쓰지요. 타자기나 컴퓨터에 직접 글을 쓸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자판은 제가 글을 쓰는 것을 늘 방해합니다. 자판 위에 손가락을 얹으면 명징하게 생각할 수 없어요. 그런 점에서 펜은 훨씬 더 원시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겠지요. 말이 몸에서 흘러나오고, 그 말들을 종이에 새겨넣는 과정을 느끼는 것이지요. 늘 글쓰기는 촉각적인 면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육체적인 경험이라고 해야겠지요. - P153

이언 매튜언 : 저는 종종 모든 문장이 그 자체의 과정에 희미한 해설을 담고 있다고 느낍니다. 이 느낌이 항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당신이 이 느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기껏해야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자기 지시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하며, 언어가 한 사람의 정신으로부터 다른 사람의 정신으로 생각과 느낌을 전달할 때 언어의 감각적이고 정신에 감응하는 능력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 P228

필립 로스 : 일반 독자에게요? 소설은 독자들에게 읽을거리를 제공하지요. 기껏해야 작가는 독자들이 책을 읽는 방식을 바꿀 뿐입니다. 이것이 제가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것은 또한 충분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소설을 읽는 것은 깊고 독특한 기쁨이며, 성(性)과 마찬가지로 도덕적, 정치적 정당화를 요구하지 않고 흥미롭고 신비로운 인간 활동입니다. - P279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글쓰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조심스럽게 행해지는 일은 모두 다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글쓰기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란 저 자신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저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과도하게 요구하는 편입니다. 완벽할 때까지 글을 써야 하는 것 역시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종종 과대망상증에 걸려 있어서 자기들이 세계의 중심이며 또한 사회적 양심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가장 숭앙하는 것은 아주 잘 마무리한 글입니다. 여행을 할 때 조종사가 작가로서의 제 수준보다 나은 수준의 조종사라는 것을 알게 되면 무척 기쁩니다. - P375

레이몬드 카버 : 좋은 소설은 부분적으로는 한 세상의 소식을 다른 세상으로 전달해주는 것입니다. 그 목적 자체로 훌륭해요. 하지만 소설을 통해서 세상을 바꾸거나 어떤 사람의 정치적인 입장을 바꾸거나 혹은 정치체제 자체를 바꾸거나 고래나 레드우드 나무를 구하거나 하는 것은 못합니다. 당신이 이런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말이에요. 그리고 소설은 이런 어떤 것과도 관계가 없다고 생각해요. 소설은 뭔가를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소설은 단지 그것에서 얻는 강렬한 즐거움 때문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뭔가 지속적이고 오래하고 그 자체로 아름다운 어떤 것을 읽는 데서 오는 다른 종류의 즐거움이지요. 아무리 희미할지라도 계속해서 불타오르는 이런 불꽃을 쏘아 올리는 어떤 것이랍니다. -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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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이들이 통합이 아닌 네트워크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구조를 통째로 바꾸는 통합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유발하고, 한번 잘못된 길로 들어서면 되돌리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뼈아픈 경험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그들은 통합이 가져다줄 단기적 편의와 편익보다 지역 고유의 정체성과 자기결정권을 지키는 것이 외부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의 근간임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그리하여 오늘날 선진국들은 큰 정보 하나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존의 정부는 유지하되 여러 정부가 협력해서 공동으로 대응하는 방식을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25-26)

서울시장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민주주의를 더 발전시키는 일이다. 현재 우리가 오세훈 시장에게서 발견하는 수많은 문제점의 원인은 민주주의의 부족이거나 반민주주의다. 예를 들어 한강버스나 노들 예술섬, 세운4구역 재개발, 광화문 6.25 참전국 기념물 조성에 시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그 사업 과정에 민주주의가 없기 때문이다. 적절한 민주주의 절차를 밟아 추진했다면 오 시작이 다른 결정을 했거나, 시민들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것이 민주주의사회에서 최선의 결정이다.


(30)

종묘 일대의 개발을 둘러싼 논란은 한국사회의 가장 큰 구조적 모순이자 부정의라고 할 수 있는 서울중심주의의 일면이다. 1395년에 세워진 이 문화유산의 가치를 망칠 초고층 건물을 짓겠다는 지방자치단체가 서울 말고는 있을 수 없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서울 정도 규모의 경제가 아니라면 그런 필요성 자체가 제기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구상에서 전 국민의 절반이 (서울과) 수도권에서 살아가는 나라는 없다. 면적이 서울보다 넓은 군() 단위에 인구 3~4만 명이 사는 지방자치단체가 수두룩하지만, 서울 내의 25개 자치구 중에서 인구가 50만 명이 넘는 곳도 많다.


(65)

새해를 맞아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요즘이다. 산은 헐벗고, 나뭇가지의 잎새는 떨어져 앙상한 자태만 남은 지 오래다. 그래도 우리는 산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봄을 지나 여름이 오면 산은 온통 푸르름으로 가득 찰 것임을 알기에, 겨울 산의 황량함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유독 강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산과 다르게 혹독하기만 하다. 당장 눈으로 보기에 강에 물이 말라 없다면 그건 망가진 강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 강은 우리의 산처럼 계절에 따라 그 모양새를 달리한다. 여름철 장마 때 많은 비는 강물을 넘쳐나게 하지만, 겨울철에는 비가 없어 강물을 마르게 한다.


(87)

보통 네메시스를 복수의 신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이 단어의 원래 의미는 분배하다이다. 그리스 비극에서 네메시스란 과한 것을 덜어내어 다시 균형을 회복하려는 원리로, 각자에게 마땅한 자기 몫을 재분배하는 우주적 작용을 말한다. 무엇이든 과잉은 항상 네메시스의 처벌 대상이 된다. 이런 응징을 통해 지켜야 할 선이 사라져 무질서해진 시공간에 다시 질서와 균형이 회복된다. 고대 그리스는 이것을 정의라고 보았다. 정의가 살아있는 한, 과도한 행위는 응징되고, 정당한 자기 몫은 다시 올바르게 분배되어 질서와 균형이 맞춰진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비극의 효과인 카타르시스도 주인공이 고통을 겪거나 죽을 때가 아니라 선을 넘는 행위가 마침내 처벌받고, 과잉 몫의 재분배가 이루어져 균형이 회복될 때 일어난다. 관객들은 연민과 공포 속에서 과잉이 초래한 무질서가 회복되는 것을 보고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고 감정이 정화되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92)

옛사람들은 인생의 고난의 바다라고 했다. 키츠가 자기 이름을 썼던 물, 오이디푸스왕이 휩쓸려 가라앉아버린 그 물이다. 나는 인생을 산다는 것은 각자 자기 몫의 바다를 항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운명의 몫은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각자의 운명에 따라 실의 시작과 끝, 길이와 두께가 저마다 다른 것이 모이라이기 때문이다. 누구는 시작부터 자기 힘으로 배를 만들어야 하고, 누구는 부모가 알아서 좋은 배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누구든 배를 모는 기술을 배워서  출발하기도 하고, 누구는 아무 기술 없이 항해하다가 그때그때 깨닫기도 한다. 이불 밖은 위험하니 안전하게 평생 항구에 정박해 있으려는 배도 있고, 맨땅에 머리 박는 심정으로 미지의 바다로 떠나는 배도 있다.


(97)

성장의 사회적 생태적 한계를 직시하면, 지속적인 성장과 기술의 관계 연구보다 절박한 물음이 있다. “유한한 세계에서 언제까지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까?” “성장 자체는 좋은 것이어서 한계를 무릅쓰고라도 성장해야 하나?” 성장의 한계는 아니라고는 답하지만, 성정을 지상명령으로 삼는 자본주의는 성장에 목을 맨다.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 “많을수록 좋은가?” 자본주의는 이런 물음을 외면한다. 필요 충복이 아닌 욕망 충족에 충분함이란 없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다. 자본주의는 성장의 이름으로 우리 욕망을 제어하던 사회규범이나 관습을 해체했다. 우리 욕망은 기술이라는 신기루를 좇아 기술이라는 신기루를 좇아 확장일로에 있다.


(107)

미국은 페트로달러에 의해 고착된 국제 화폐시스템 덕분에 제국주의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군산복합체를 확장해나갈 수 있었다. 다른 나라들은 달러를 보유하는 방법으로 미국 채권을 계속 사들일 수밖에 없으므로, 미국은 적자재정이 지속되어도 파산하지 않고 군사민생에 모두 자금을 댈 수 있다. 특히 중동지역에서 페트로달러는 재활용되어 미국의 무기 수출과 군사원조의 자금원이 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수년간 미국의 무기 구입에 수천억 달러를 쓰면서, 석유 판매로 얻은 수익을 다시 미국(방위산업)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이런 식으로 친미 산유국들은 달러시스템에 충성을 바치고, 그 대가로 미국은 그들의 안보를 보장하는 공생관계가 확립돼 있다.


(115-11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석유에 대한 자신의 갈증을 감추지 않았다. 2026 1 3,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폭격하고 이 나라 대통령과 영부인을 납치하는 일을 벌이기에 앞서서 이미 트럼프는 2025 12 16, 베네수엘라 자원에 대한 미국의 소유권을 주장했다. “아메리카는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이 우리의 석유, , 그밖의 어떠한 자산도 가져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모두 즉시미국에 반환되어야 한다.” 그는 1기 집권 당시에도 자원에 대한 탐욕으로부터 (베네수엘라의) 정권교체에 대한 집착을 드러냈다. 2023 6월에 트럼프는 이렇게 힐난했다. “내가 대통령 집무실에 떠날 때 베네수엘라는 붕괴하기 직전이었다. (내가 재집권했다면) 우리는 (베네수엘라 정권을) 손에 넣었을 것이다. 우리는 (베네수엘라의) 모든 석유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베네수엘라는 지금껏 확인된 바로는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고, 아메리카대륙에서 금이 가장 많이 매장된 곳이다. 보크사이트(알루미늄), 다이아몬드, 철광석, 니켈, 석탄 등도 풍부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베네수엘라는 전 세계 보통사람들의) 희망의 근거지이다.


(148)

AI기업 팔란티어가 이를 상징하는 대표적 기업인데, 팔란티어의 핵심인 피터 틸은, AI기술을 기반으로 지난 세기 냉전 이후 잃어버린 미국의 패권을 회복하고 강력한 미국중심주의를 재건하겠다는 야욕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인물이다. 피터 틸은 극우적 성향으로 트럼프 정권이 탄생하는 데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일론 머스크와는 페이팔 마피아로 통하며(핀테크기업 페이팔의 공동창업자로 오랫동안 유대관계를 형성했다), JD 밴스 부통령, 데이비스 삭스 AI 담당관을 트럼프 정부에 파견하여 팔란디어와 정부의 강고한 카르텔을 형성하였다.


(237)

전 세계의 행복지수를 조사할 때 부탄은 늘 1위를 차지하곤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조사 대상 국가 중 꼴찌에 가까운 95위가 되었다. 어쩌다가 부탄이 이렇게 변했을까. 부탄이 갑자기 불행 국가가 된 이유는 전쟁도 천재지변/정치적 파탄도 아니라//스마트폰 때문이었다고 한다. 백무산은 바로 이 스마트폰이 국왕도 평범한 민가에서 평민과 결혼하여 살고 있는 나라/평등과 소박함이 행복의 비결이라던 나랄부탄을 미지의 욕망에 눈뜨게 만듦으로써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뜨려버렸기 때문이다. 다양한 근대문명의 공격으로부터 버텨오던 부탄도 스마트폰이라는 새로 출시된 선약과는 당해내지 못했다.


(244)

지구 역사 46억년 동안 우주와 지구의 역동에 따라 여러 생물체가 태어나고 사라졌으나 인류의 종말은 이와 다를 것이다. 지구에서 살다가는 모든 생명체 중 가장 오만한 종족이 인간 아닐까. 인간을 스스로의 탐욕으로 지구에서 멸종하는 최초의 생물체가 될 것이다. 인간은 신이라는 개념을 창조하더니 인공지능(AI)을 만들어냄으로써 그 신의 자리에까지 올라서려고 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앞에서 말한 새로 출시된 선악과스마트폰하고는 그 차원이 다르다. 마침내 인류세를 끝내고 기계세 AI류의 시대를 이끌어낼지도 모른다. 인간이 만들어낸 신이 인간을 멸절하는 쪽으로 자신의 권능을 발취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이제 우리가 본격적으로 영성을 말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왜 여기에 와 있는가. 우주에서 봤을 때 여기 이 땅, 이 먼지 같은 지구의 삶은 무엇인가. 우주라는 영성과의 교감을 말하지 않고서는 해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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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들린 아이 캐드펠 수사 시리즈 8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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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 8 <귀신 들린 아이>를 이야기할게.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이제 여덟 번째 이야기하는 것이니, 배경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해도 되겠지? 12세기 영국을 무대로 하고, 스티븐 왕과 모드 왕후 사이 내전 중이라는 것만 알고 이야기를 시작해보자꾸나. 이전 7권의 이야기는 1140년 봄에 있었던 일인데, 이번 8권의 이야기는 1140 9월 중순 시작한다.

슈류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이 위치한 슈루즈베리 두 지역의 영주들이 각각 아들들을 수도원에 견습 수사로 보내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어. 라둘푸스 수도원장은 두 명 중에 한 명만 받았단다. 한 명은 4살로 너무 어려서 자신이 판단하고 수도원에 들어올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서 받아주지 않았단다. 라둘푸스 수도원장은 이전 시리즈에서 알 수 있듯이 이성적인 사고를 지닌 합리적인 사람이야. 수도원에 들어오기로 결정된 아이는 19살로 자산의 의지도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어.

그는 레오릭 애스플리 영주의 아들 메리엣 애스플리였어. 주인공 캐드펠 수사가 보기에, 메리엣이 지나치게 고분고분한 태도가 마음에 좀 걸렸단다. 수도원에서 사과를 수확하는 날, 작은 사고가 있었어. 한 수사가 나무에서 떨어져 낫에 옆구리가 찔리는 사고였어. 피를 흘렸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어. 그런데 메라엣이 그 사고를 보고는 예상 밖에 심한 공포의 표정을 지었단다. 캐드펠이 메리엣을 따로 불러 별 일 아니었다면서 안심시키기까지 했단다.

그 날 밤. 수도원에서 갑작스런 비명소리로 다들 깨는 소동이 일어났단다. 메리엇이 잠든 채 귀신 들린 사람처럼 소리 지르고 몸도 앞뒤로 흔들면서 발작을 일으켰어. 캐드펠이 메리엇을 진정시키고 나서야 다시 잠이 들었어. 다음날 메리엇은 지난 밤에 있던 일을 기억하지 못했단다. 수도원에 들어오기 전에 무슨 나쁜 일을 겪은 것인지... 그 이후로도 몇 번 더 발작을 일으켰고 수사들은 메리엇을 귀신 들린 아이라고 불렀어.

 

1.

어느 날 윈체스터 성당의 참사회원 엘뤼아르가 찾아왔어. 주교의 심부름을 갔던 피터 클레멘스 수사가 사라져서 찾으러 왔다는 거야. 그런데 피터 클레멘스의 마지막 들른 곳이 다름 아닌 메리엇의 집이었다는구나. 피터 클레멘스의 실종과 메리엇이 수도원에 온 일이 왠지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구나. 행정관이자 캐드펠 수사의 친구 휴 베링어는 피터 클레멘스의 실종 수사를 맡게 되었단다. 휴 베링어는 피터가 탔던 말을 발견해서 수도원으로 데리고 왔어. 그런데 메리엇이 그 말을 보고 깜짝 놀랐단다. ... 점점 그와 피터의 실종이 연관성이 있다는 짙은 의심이 들기 시작했지.

 

한편, 수도원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제롬 수사와 견습 수사들은 메리엇이 부적을 가지고 다닌다면서 허락도 없이 그의 방을 뒤지고서는 금발리본타래를 찾아냈단다. 그러면서 제롬 수사는 그것을 곧바로 불 속에 넣어버렸고 메리엇은 화를 내며 제롬 수사에게 갑자기 달려들어 목을 졸랐단다. 캐드펠이 뒤늦게 그 장면을 보고 메리엇을 제롬 수사로부터 떼어 놓았단다. 부수도원장은 메리엇이 행한 폭력에 대한 처벌로 10일간 독방에서 지내라고 했어. 메리엇의 수도원 생활은 이래저래 평탄치는 않구나.

라둘푸스 수도원장의 지시로 캐드펠 수사는 메리엇에 관해 알아보기 위해 메리엇의 아버지를 만나러 갔어. 가는 길에 메리엇의 친구이자 이웃인 재닌을 만났어. 재닌은 친절하면서도 활기 넘치는 청년이었어. 메리엇과 메리엇의 형인 나이절, 재닌과 쌍둥이 여동생 로즈위타.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단짝 친구로 친하게 지냈단다. 그들의 아버지들은 그들이 어렸을 때부터 나이절과 로즈위타를 결혼시키기로 약속했고 커서 나이절과 로즈위타도 서로 좋아했단다. 그래서 둘은 조만간 결혼을 앞두고 있었어. 재닌이 이야기하기를, 메리엇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다고 했단다. 캐드펠은 메리엇이 갖고 있던 금발 타래의 주인이 로즈위타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 메리엇이 남몰래 로즈위타를 짝사랑했나 보구나.

캐드펠은 메리엇의 이버지를 만났는데 메리엇의 아버지와 메리엇의 사이가 안 좋은 것을 알 수 있었단다. 수도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이절과 로즈위타를 만났는데 나이절은 진심으로 동생을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았어. 그리고 오는 길에 또 다른 이웃 소녀 이소다를 만났는데 이소다는 메리엇을 짝사랑하고 있는 것 같았어. 메리엇의 이야기를 하면서 로즈위타에 대해서는 좀 안 좋게 이야기했단다. 로즈위타가 모든 남자에게 사근사근 이야기를 하고 금발리본타래도 로즈위타가 메리엇에게 준 것이라고 했어. 피터 클레멘스가 애스플리 집에서 하루 묵고 떠났는데 로즈위차는 피터에게도 친절하게 대했다고 했어. 그렇다면 피터의 실종이 치정에 의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인가? 그리고 피터가 떠난 다음날 매리엇이 수도원에 가겠다고 했다는구나. 타이밍 상 메리엇과 피터의 실종이 연관성이 있음이 확실해졌구나. 설마 메리엇이 피터를 죽이고 수도원으로 도망간 것인가?

...

 

2.

메리엇은 징벌방에서 10일을 채우고 나와서 세인트자일스 나환자 구호소에서 마크 수사와 함께 일하게 되었단다. 캐드펠은 지속적으로 메리엇과 이야기를 나눴어. 메리엇은 구호소 생활에 잘 적응했단다. 어느 날 마크 수사와 메리엇은 구호소 사람들과 함께 뗄감을 구하러 갔어. 그런데 그 장소가 매리엇이 잘 알고 있던 곳이야. 인근에는 숯 만드는 노인의 오두막집이 있는데 그 노인은 1년 전에 돌아가시고 지금은 빈집이라고 했어. 그곳에 뗄감이 있을 테니 함께 가지러 가자고 했단다. 그런데 그곳에서 마크 수사와 메리엇은 불탄 시신을 발견했어. 메리엇은 그 시신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듯 했어. 아마 피터의 시신이 아닐까 싶은데...

마크 수사는 오두막에서의 일을 캐드펠과 휴 베링어에게 이야기했어. 다음날 캐드펠과 휴 베링어는 메리엇과 함께 그 오두막에 가서 시신 조사를 했단다.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예상대로 피터의 시신인 것 같았어. 그라고 얼마 후 떠돌이 도적 헤럴드가 체포되었는데 휴 베링어는 그가 피터를 죽인 살인자라고 소문을 냈단다. 진범이 방심하도록 말이야. 메리엇은 진범이 잡혔다는 소문을 듣고 또 악몽을 꾸었어. 자가다 악몽을 꾸다가 다락에서 떨어져서 머리와 다리에 타박상까지 입었어. 결국 메리엇은 캐드펠 수사와 휴 베링어에게 와서 자백했어. 자신이 피터를 죽였고 그 장면을 본 아버지가 시신을 처리하셨고 자신을 수도원에 넣었다고 말이야. 너무 잘 짜여진 시나리오는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지. 캐드펠과 휴 베링어도 메리엇을 진범이라 생각하지 않고 계속 조사를 했어.

...

시간은 흘러 나이절과 로즈위타의 결혼식이 다가와 그들의 식구와 이웃들이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수도원에 왔단다. 캐드펠 수사는 메리엇과 메리엇의 아버지 레오릭의 만남을 그들 몰래 주선했단다. 그리도 캐드펠은 레오릭을 따라 만나 메리엇이 범인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단다. 레오릭은 매리엇이 시신을 옮기는 것을 보고서, 메리엇을 보내고 자신이 시신을 소각했다고 자백했단다. 메리엇은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다지만 살인 혐의까지 뒤집어쓰고 말이야.

한편, 전에도 만난 적이 있는 이소다가 캐드펠을 찾아와 메리엇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단다. 이소다는 메리엇을 짝사랑하고 있었지. 이소다도 무엇인가 알고 있는 것 같았어. 이소다는 로즈위타의 보석함에서 죽은 피터 클레멘스의 브로치를 발견하고 그 사실을 캐드펠에게 이야기했단다. 이소다는 캐드펠에게 부탁해서 메리엇이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어.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게 두건을 쓴 채 말이야. 이소다에게 무슨 좋은 계획이 있는 것 같아.

..

결혼식 날.. 신랑과 신부가 행진할 때 이소다는 신부 로즈위타가 모르게 로즈위타에게 피터의 브로치가 달린 망토를 걸쳐 주었어. 신부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으며 행진할 때 스스로 약간 자아도취에 빠져 있어서인지 슬쩍 망토를 걸치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어. 그 브로치는 피터를 찾으러 왔던 엘뤼아르의 눈에 띠었단다. 주교가 피터에게 직접 하사한 브로치... 엘뤼아르와 휴 베링어는 신부에게 브로치를 어디서 났냐고 물었어. 그러자 로즈위타는 이상한 낌새를 채고 메리엇이 주었다고 했어. 그러자 레오릭이 앞으로 나서서 거짓말이라고 했단다. 시간상 메리엇이 그걸 로즈위타에게 줄 시간이 없었다는 거야. 계속 추궁을 하자 그제서야 자신의 쌍둥이 오빠 재닌이 주었다고 했어. 다들 재닌을 찾았지만 이미 도망가고 없었어.

곧이어 전령들이 도착했어. 북쪽 지역에서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이었어. 이전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스티븐 왕 진영과 모드 왕후 진영 사이에 내전 중이고, 이런 혼란한 틈을 타서 영주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었단다. 전령이 놀라운 소식을 전하고 신부의 오빠 재닌이 사라지는 어수선한 상황에 신랑도 사라졌단다. 알고 보니 신랑 나이절과 재닌도 반란군의 일원이었던 거야. 나이절은 말을 타고 재닌을 따라잡았어. 재닌이 타고 왔던 말이 탈이 나서 그들은 나이절이 타고 온 말에 같이 타고 갔어. 말 한 마리에 사람 둘이 탔으니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어. 재닌은 나이절을 칼로 찌르고 혼자 도망갔단다.

그들을 추격하던 휴 베링어와 부하들은 나이절을 발견하고 수도원으로 데리고 왔고 캐드펠이 나이절을 치료했단다. 다행히 치명적인 상처가 아니라서 나이절은 회복하여 정신을 차렸단다. 그리고 그 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단다. 왕의 전령 피터 클레멘스가 자신의 마을에 왔다가 다음에 북쪽 지역으로 간다는 것을 알았어. 반란을 준비하고 있는 북쪽 지역으로 말이야. 전령이 그 쪽에 가게 되면 반란 도모가 발각될 것이라고 생각했어. 나이절은 전령인 피터보다 더 빨리 북쪽 지역으로 가서 전령이 오고 있다고 알리자고 했는데, 재닌은 더 극단적인 방법을 쓴 것이란다. 그 피터가 북쪽 지역으로 가지 못하게 죽인 거야...

나이절은 그 사실을 알게 되고, 숲길에 놓여 있는 시신을 보고는 옮기려고 했어. 그런데 그 장면을 메리엇이 본 거야. 형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메리엇은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자신이 처리하겠다고 했어. 그리고 메리엇이 시신을 처리하는 것을 아버지 레오릭이 본 것이란다. 나이절, 메리엇, 레오릭 모두 자신이 본 것만으로 추측을 한 것이란다. 가족들 간 대화 부족이 안타까운 장면이구나. 수도원에서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하자, 모든 오해가 풀렸단다. 아버지 레오릭도 메리엇과 화해를 하고, 레오릭은 자신의 죄에 대해서 고해성사를 했단다. 도망간 재닌을 잡는 장면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들을 추적하면 쉽게 잡히겠지.

….

여기까지가 캐드펠 수사 시리즈 8권의 이야기란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읽을 때면 중세 시대 영국을 여행하는 기분도 드는구나. 너무 오바인가?^^ 이제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읽기 전에 설레기까지 하는구나. 잘 짜여진 이야기가 재미를 더하고 중세 영국을 여행가는 기분도 들고

앞으로 좀더 자주 읽어서 올해 안에 21권 마지막까지 읽어보련다.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서기 1140 9월 중순, 슈롭셔의 두 영주, 즉 슈루즈베리 북쪽에 사는 영주와 남쪽에 사는 영주가 같은 날 수도원으로 심부름꾼을 보내왔다.

책의 끝 문장: 우물쭈물하다가는 마지막 기도에 늦겠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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