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노예 남편 아내 - 2024 한국인 최초 퓰리처상 수상작
우일연 지음, 강동혁 옮김 / 드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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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홍보성 문구로 알게 된 책이란다. 아빠가 귀가 얇아서 그런 문구에 잘 휩쓸리잖니. ”2024 한국인 최초 퓰리처상 수상이라는 홍보 문구였단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해야 옳겠구나. 퓰리처 상은 뉴스 보도 관련된 상인 줄 알았는데, ()보도 부문도 있다고 하더구나. 그 비보도 부문을 한국계 미국인 우일연이라는 분이 2024년에 수상하셨다고 하는구나. 2024년은 한강 님이 노벨 문학상을 타고, 김주혜 님이 톨스토이 문학상을 타고, 우일연 님이 퓰리처상을 탔었구나. 2024년은 우리나라 문학계에 한 획을 그은 한 해라고 해도 될까? 물론 김주혜 님과 우일연 님은 교포시지만,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계시니까

예전에는 한국계 미국인의 작품들이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되는 것이 흔치 않아서 신기하게 생각하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많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소개되는 것 같구나. 물론 실망을 준 작품들도 있지만…. 아빠는 퓰리처상을 받은 작품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구나. 우일연님이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해서 그의 작품이 우리나라와 관련된 작품은 아니란다. 1848년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라고 하더구나. 소설 제목은 <주인 노예 남편 아내>로 네 단어로 나열하여 독특하구나. 소설 제목을 보면 노예 해방 관련된 이야기라 추측을 할 수 있겠구나.

 

1.

1848년 조지아 주 메이컨이라는 곳에 예속 피해자 윌리엄과 엘렌 크래프트 부부가 있었단다. 이 소설에서는 예속 피해자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원문에서는 enslaved를 번역한 것이래. 보통 노예는 slave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이 책에서는 enslaved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하는구나. 이유는 노예라는 신분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강제로 부여된 상태를 분명히 하려고 그런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래서 옮긴이는 ‘enslaved’예속 피해자, ‘enslaver’예속 가해자로 옮겼다고 하는구나. 엘렌은 노예 엄마와 백인 주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피부는 완벽하게 백인 주인 아빠를 닮아서 흰색을 가지고 태어났단다. 하지만 당시 노예의 피 한 방울만 섞여도 노예로 취급되었기 때문에 엘렌도 그냥 노예 피해자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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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힐리 가족은 서로를 남편과 아내로 불렀을지 몰라도 법은 그들에게 주인과 노예가 아닌 어떤 관계도 맺지 못하게 했다. 조지아주에서 개인에 의한 해방은 금지돼 있었다. 초기에는 조지아주 사람들도 자기 의지에 따라 노예를 해방할 수 있었다. 버지니아주의 조지 워싱턴이 (조건을 붙이긴 했어도) 노예를 해방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시대에 힐리에게는 메리 일라이자나 그들의 자녀를 해방할 힘이 없었다. 아이들의 아버지가 백인이라는 점, 그들의 모습도 백인 같다는 점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 시기에는 소위 한방울 법칙이라는, 흑인의 피가 한 방울이라도 들어가면 그 사람의 몸 전체가 유색인종으로 변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었다. 게다가 노예제도는 언제나 어머니의 혈통을 따랐다. 흑인이라는 혈통과 예속은 건드려서도 취소해서도 안 되는 영구적인 조건으로 간주되었다. 힐리 가족이, 그리고 이제는 엘렌도 바로 이런 가정에 반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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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은 흑인 노예였으며, 고급 가구 제작자 밑에서 일하는 유능한 기술자였어. 엘렌과 윌리엄은 조지아 주를 떠나 노예제가 폐지된 북부로 도망가기로 계획을 세웠어. 엘렌이 흰색 피부인 것을 이용하기로 했어. 엘렌이 남장을 하고 존슨이라는 가명을 쓰기로 했고, 윌리엄은 엘렌을 모시는 노예라고 하고 조지아 주를 탈출하기로 했단다. 엘렌이 피부가 희기는 하지만 체구가 작아서 남장하는 것이 눈에 띌 수 있는 위험도 있고, 윌리엄이 180cm가 넘는, 당시로는 큰 키라 눈에 잘 띄는 위험도 있지만, 그들에게는 그런 위험을 감수할 만큼 자유를 절실히 원했단다.

엘렌이 탈출하기 직전에는 자신의 주인이자 아빠인 사람이, 딸인 일라이자에게 소유권을 넘긴 상태였단다. 일라이자와 엘렌은 이복 자매였으나 신분 차이는 주인과 노예였던 거야. 그래도 다행히 이복자매 일라이자는 엘렌에게 잘 대해주었어. 하지만 자유는 주지 않았지.

조지아 주부터 북부 필라델피아까지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어. 조지아 주에서 기차표를 사는 것부터 그들에게는 위험한 순간이었어. 그리고 엘렌은 주인의 친구, 오래 전에 자신에게 청혼을 했던 남자 등 지인을 만나는 위기를 맞이했지만 다행히 그들은 엘렌을 알아보지 못했어. 기차 안에서는 귀머거리 행세를 하고 류머티즘으로 팔을 다친 척 했단다. 윌리엄도 기차 출발 전에 가구 제작사 주인이 와서 주변을 두리번거려서 걱정했으나 다행히 기차는 출발하였단다.

...

엘렌과 윌리엄은 기차를 타고 서배너로 가서, 합승 마차과 증기선을 타고 찰스턴으로 행했단다. 가는 내내 자신들의 신분이 들통날까 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단다. 엘렌이 류머티즘으로 팔을 다친 척 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도 했어. 사람들이 어디로 가냐고 물어 보면, 류머티즘을 고치러 의사 삼촌이 있는 필라델피아로 간다고 했고, 그러면 그들은 필라델피아에 가게 되면 노예가 도망갈 거라고 경고도 했어. 그런데 또 어떤 이들은 윌리엄에게 필라델피아에 가면 탈출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단다.

찰스턴에서 배를 갈아타고 워싱턴으로 갈 때 큰 고비가 찾아왔어. 찰스턴 세관원의 싸인 요청이 있었어. 글을 모르는 엘렌은 글을 쓸 줄 몰랐거든. 엘렌은 팔 아프다고 세관원에게 싸인을 대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어. 그런데 다행히 찰스턴으로 오는 배에서 알게 된 선장이 엘렌을 알아보고 서명을 대신해주었단다. 물론 존슨이라는 백인 신사라고 생각하고 말이야.

워싱턴에서 다시 기차 타고 볼티모어 역에 도착했을 때 다시 한번 고비가 찾아왔지. 볼티모어 역 관리인이 노예주인이라는 증서를 요구했어. 이번에도 기차의 차장이 그들을 알아보고 보증을 해주었단다. 그렇게 여러 번의 위기를 넘기고1600km의 긴 여정을 끝내고 드디어 필라델피아에 도착했단다. 하늘이 그들을 돕고 있는 것 같구나.

 

2.

그곳에서 반노예 협회의 스틸과 미플린 위스타 깁스라는 사람들이 그들을 도와주었어. 남자인줄 알았던 엘렌이 여자라는 사실에 놀랬지. 그리고 흑인 최초 지방판사인 퍼비스라는 사람도 그들도 도와주었어. 그들이 필라델피아에 도착을 했지만,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었단다. 도망간 노예 사냥꾼들이 잡으러 올 수도 있거든.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 중에 백인은 불안하고 의심을 살 수밖에 없었단다. 하지만 세상에는 피부색이 아닌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엘렌은 글도 배우기 시작했어. 그들은 노예 탈출한 후 폐지론 강연자 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윌리엄 웰스 브라운을 만났어. 브라운은 그들에게 강연해 줄 것을 요청했단다. 고민 끝에 엘렌과 윌리엄은 받아들였단다. 그리고 브라운과 함께 강연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들의 영화 같은 이야기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어. 그러면서 신문 보도도 되었고, 그들이 떠나온 조지아 주 메이컨에도 알려지게 되었단다.

해가 바뀌고 1849년 엘렌과 윌리엄은 보스턴, 매사추세츠 등 순회 강연을 하였고, 이는 노예 폐지 지지자들이 늘어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단다. 그들은 노예 폐지론자들과 함께 활동을 했는데, 그들 사이에서도 의견 차이로 갈등을 빚기도 했어. 그렇게 순회 강연을 하긴 했지만, 크래프트 부부는 정착하기를 원했어. 그래서 그들은 강연을 중단하고, 보스턴에 있는 흑인 공동체에 정착하기로 했단다.

이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 1849년 미국은 노예제의 찬반으로 정치권도 갈등이 깊어지고 있었어. 그래서 연방 분리 이야기도 했었고,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했단다. 웹스터라는 상원의원이 연방의 분리의 위기를 지켜냈지만, 남부에서 도망친 노예들을 잡을 수 있는 도망노예법의 발의되어 통과되었단다. 이것은 남부에서 북부로 도망 와서 자유인이 된 이들에게는 최악의 법이었단다. 그들은 이제 납치 위협 속에 살아야 했어. 그래서 또다시 그곳을 떠나 캐나다로 탈출하는 이들도 늘어났단다.

한편, 엘렌의 주인이었던 콜린스는 도망노예법에 따라 엘렌과 윌리엄을 잡기 위해서 휴즈와 나이트를 고용하여 보스턴으로 보냈어. 휴즈와 나이트는 엘렌과 윌리엄에 대한 영장을 받으러 법원에 갔지만 판사들은 그 일을 꺼려 서로 미뤘어. 휴즈와 나이트는 변호사들을 찾아가 도움을 받으려고 했어. 휴즈와 나이트가 엘렌과 윌리엄을 잡으러 왔다는 소문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시위를 하면서 그들을 방해하고 조종하고 위협했단다. 당시 엘렌과 윌리엄은 파커 목사의 집에 숨어 지내면서 예의주시하고 있었어.

결국 엘렌과 윌리엄은 보스턴을 떠나 캐나다로 갔단다. 캐나다에 미국에서 건너오는 자유인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찬반 논쟁이 있었대. 캐나다는 더욱이 미국과 붙어 있기 때문에 100% 안전한 곳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엘렌과 윌리엄은 대서양을 건너 영국 리버풀로 가기로 했단다. 1850 11 29일 캠브리아 호를 타고 엘렌과 윌리엄은 드디어 리버풀로 출발하여 13일만에 리버풀에 도착했단다. 미리 와 있던 윌리엄 웰스 브라운과 재회를 했어. 오랜 여행 때문인지 엘렌은 신체적으로 많이 지쳐서 좀 쉬고, 윌리엄은 브라운과 함께 폐지로 강연을 다시 하기로 했단다. 그렇게 노예론 폐지 강연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서 오컴에 정착하려고 노력했단다. 조지아 주에서 자유를 찾아 떠난 그들의 여정은 리버풀까지 와서 이뤄낸 것 같구나.

….

미국에서는 결국 노예제 찬반의 갈등이 심화되어 남북전쟁이 일어났단다. 너희들도 학교에서 배웠겠지만 남북전쟁에서 북부가 이기면서 미국 전체 지역에서 노예제는 폐지되었어. 전쟁이 끝난 후 엘렌의 어머니 마리아는 영국에 와서 17년만에 딸 엘렌과 재회했단다. 그 때의 기분을 어찌 상상할 수 있을까. 그리고 엘렌과 윌리엄 크래프트 부부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단다.

….

이 소설은 반전이나 박진감 넘치는 재미는 없었지만 두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면서 소설을 읽는다면 손에 땀을 쥐면서 읽을 수 있고, 그들이 결국은 자유를 찾았을 때 그들과 함께 쾌감을 느낄 수 있단다.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끝나고 공식적으로 노예제는 폐지되었지만, 그 이후에도 오랫동안 인종차별이 이어져 와 아직도 숙제로 남아 있단다. <주인 노예 남편 아내>의 지은이 우일연 님의 다른 작품들도 우리나라에 소개되면 또 한번 읽어보고 싶더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1848, 미국 조지아주의 예속 피해자인 윌리엄과 엘렌 크래프트 부부는 서로의 해방을 위해 서계 반대편으로 가는 8,000킬로미터의 여행길에 올랐다.

책의 끝 문장: 바로 그 공간이 우리가 들어갈 자리다.




엘렌은 기차가 메이컨을 떠나기를 기다리면서 이번 기차 여행 이후로는 믿을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알았다. 이곳에 돌아오면 아마 족쇄를 차게 될 것이다. 성공하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영영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늘이 기도를 들어준다면 윌리엄만은 볼 수 있겠지만, 살아남는다면, 엘렌은 어머니를 해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먼저 그녀와 윌리엄이 자유로워져야 했다. - P54

크래프트 부부의 특별한 탈출이 신문1면에 실렸을 때는 미국 정제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멕시코와의 전쟁이 끝나고, 미국은 기존 영토의3분의1에 해당하는 영토를 더 얻었다. 정착민들이 서쪽으로, 특히 캘리포니아로 몰려가고 있었다. 캘리포니아는 모든 신문에서 요란하게 광고되었다. 이런 광고의 헤드라인은 "골드러시!"라고 소리쳤다. 신문을 배달하는 소년들은 "새 배가 떠납니다!"라고 외쳤다. 이 모든 흥분의 한가운데에는 불안한 질문이 있었고, 크래프트 부부의 도망은 바로 그 질문을 강조했다. 이 땅에서 노예제도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 전체에서는? - P256

많은 사람이 엘렌을 백인으로 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은 겉보기에는 백인인 이 여성이 흑인 남성을 사랑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인종 간 결혼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금지되었던 주에서는 작은 문제가 아니었다. 엘렌은 청중에게 사회적 질서를 고정해 두는 그 모든 범주의 의미에 질문을 던지라고 요구했다. 그 범주가 북부든, 남부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주인이든, 노예든, 남편이든, 아내든 간에 말이다. 엘렌과 윌리엄은 힘을 합쳐 널리 퍼져 있던 인종차별주의적 주장을 뒤집었다. 흑인은 사회악이거나 최선의 경우에도 자선의 대상이며 구원이 필요하다는 주장, 흑인이 백인이 되고 싶어 한다는 주장을 말이다. - P307

그들은 너무도 긴 거리를 달려왔다. 남부에서 북부로1,600킬로미터, 뉴잉글랜드 전역을 다니며 다시1,600킬로미터,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거친 파도를 건너4,800킬로미터, 그들은 서로를 위해, 서로와 함께 달렸고 이제는 바로 이곳, 이 시간에 서로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곳은 두 사람이 함께, 충분히 강하게, 각자의 정체성을 따로 탐색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누구를, 또 무엇을 잃었든 그들은 아무도 깨뜨릴 수 없는 가정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 P482

주인과 노예로서 나란히 선 것도 아니고, 남편과 아내로서 팔짱을 끼지도 않은 채, 친구들 사이에 함께 선 지금의 크래프트 부부는 미국에서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들을 규정했던 역할을 완전히 벗어버리고 세계를 거닐었다. 그들이 순회강연에서 반복적으로 끌어다 쓴 역할, 충격과 눈물, 경이감을 끌어내기 위해 뒤섞어 짜맞춘 역할은 이 마지막 시위에 빠져 있었다. 수정궁은 미국에서든, 그 너머에서든 가능한 삶의 모습이자 하나의 가능성으로, 언젠가는 이루어질 희망으로 나타내는 투명한 국제적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윌리엄과 엘렌, 엘렌과 윌리엄은 모든 방해에서 해방되어 세계 시민으로서 걸었다. 그들은 더 이상 주인과 노예, 남편과 아내가 아니었다. - P560

"나는 노예 상태로 돌아가겠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자유보다 노예제도를 선호할 만큼 자유를 부정하는 건 신계서도 금하시는 일입니다. 사실 나는 노예제도로부터 탈출한 이래로 모든 면에서 내가 예상조차 못했을 만큼 나아졌습니다. 만약, 그 반대였다고 해도 이 문제에 관한 내 감정만큼은 똑같았을 것입니다. 나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훌륭한 인간의 노예가 되기보다 잉글랜드에서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 P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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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내 감정들에 이미 정해진 간단한 이름들이 있다는 것을 진작 배웠다면 많은 게 달라졌을까. 이 세상 모든 것에 이름이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도 이름이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나는 나만의 이름 짓기를 했기 때문에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걸까. 이 세상 모든 것에 이름이 있다는 걸 몰라서, 모든 것에 새로운 이름을 짓고 싶어하는 지금의 내가 된 걸까.

이미 만들어져 있는 말을 이리저리 조합해, 원래 있던 것과 새로 나타난 모든 것에 이름을 짓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51)

가부장제와 남아선호사상에 물든 대가족 집안에서 태어난 우리 엄마 김경형의 미친년 인생은 엄마 탓이 아니다. 엄마 탓은 아니지만 엄마가 미친년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 잔혹한 굴레 속에서 나 또한 미친년으로 자라났다. 그나마 나는 내 이야기를 세상에 꺼낼 수 있는 미친년이라 다행이다. 하지만 나뿐 아니라 엄마의 미친년 역사도 무척 소중하기에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

 

(80-81)

온 가족 구성원이 화가 많고 예민한 우리집에선 언제나 고성방가가 끊이질 않았다. 동시에 예술적 기질도 많아서 엄마 아빠는 시를 쓰고 노래를 하고, 동생은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하고, 언니는 춤을 추고, 노래를 했다. 그리고는 또 박 터지게 싸우다 한 번씩, 한 명씩 부엌에서 칼을 쥐고 나와 휘둘렀다. 어떻게 보면 스펙터클, 어떻게 보면 지옥 같은 광경이 자주 펼쳐졌다. 장례식상에서마저 댄스 공연을 하고, 공연이 끝나자마자 욕하고 소리지르며 싸운 것까지도 전부 괴롭고 웃긴 우리 가족의 풍경이었다. 귀신이 된 언니가 그 모습을 봤다면 다들 미쳤다며 껄껄 웃을 것 같았다.

 

(110)

언니는 가족이 싫다고 10대 때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내가, 부럽고 미웠을까. 엄마와 아빠, 할머니와 동생을 돌보느라 정신없던 언니에게 나는 수차례 그만두라고 말을 했다. 언니는 그때마다 너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가족이 필요하다며 울었다. 언니가 필요로 했던 가족은 아마 건강한 가족이었겠지만, 우리가 가진 가족은 너무 허약했고 결핍투성이였다. 언니는 그들에게 힘을 보태느라 자기 힘을 다 소진해버렸다. 나는 언니의 죽음이 자살이라기보다 힘이 다 빠져 죽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죽음은 뭐라고 부를까. 소진사(消盡死)? 가끔 그렇게 가진 힘을 다 소진하고 죽는 사람들의 소식을 듣는다. 평생 남을 위해 살던 사람들.

 

(112)

세상에는 완전한 이해도 완전한 사랑도 없다. 모두들 살아 있기 위해서 견디는 것만 같다. 하지만 저마다 느끼는 감정은 너무 다양하고 그중엔 고통을 기반으로 하는 감정들이 더 많다. 분노로 질투로 좌절감으로 절망감으로 삶에서 멀어지고픈 생각이 꼬리를 문다. 내 등뒤에 나에게 의지하는 생명이 있다. 모든 소중함에도 한계가 있다. 등뒤에 준이치가 앉아 있다는 것을 알면서 내가 여러 가지 죽음의 방법을 떠올리는 것처럼. 그래도 준이치를 두고 죽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못 할 것 같다. 살아서, 다음주에 준이치를 병원에 데려가야한다.

 

(149)

깊은 사랑과 냉철한 이성과 오래된 우울감이 함께 존재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언니에게 말하고 싶다. 사랑받지 못해서, 사랑을 모른다고 서로 말하던 우리 두 자매였는데, 언니가 떠난 뒤에 나는 강렬하게 원하는 것이 생겼음을. 그래서 무척 아프고 괴롭지만 굉장한 것을 배우고 있음을 언니에게 꼭 말하고 싶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으로 어쩐지 언니에게 전해질 거라고 느낀다.

 

(157-158)

30대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젊은 여성 역할을 수행하고 싶지 않았다. 마침 20대 여성만을 주로 소비하는 가부장제 속에서 30대 여성으로서 느끼는 자유도 조금씩 생기고 있던 참이었다. 하기 싫은 것부터 하나씩 줄여나갔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사는 것은 아니었다. 젊은 여성 역할 수행을 너무 오래 했던 탓일까. 이제 와서 내가 원하는 모양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정신을 사용한 창작과 그 창작을 포장하기 위한 용도로만 몸을 사용했다. 몸을 위한, 몸이 원하는 삶의 방식은 지금껏 생각해보질 못했다.

 

(189)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해서 땅에 발을 붙이고, 정신과 몸을 붙여내고야 만다. 반면에 나는 너무 오랫동안 머리만으로 산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몸을 놓고 살았다. 감정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끼는 방법이 대체 뭔지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겪는 공황은 머리의 파업일지도 모르겠다. 정신적으로 한계를 느끼니 몸 전체를 셧다운시켜서 몸도 머리도 멈추게 해버리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4-205)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정신과 몸은 사실 하나였다. 영혼, 정신, 마음이라고 불리는 그것들 모두가 결국 자체였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눈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찰나의 순간으로 결정되는 부재를 감당할 수 없어서 온몸으로 영혼의 실재를 기도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존재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닿으려고 노력하면서, 그들의 부재와 나의 외로움을 달래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그들의 몸과 함께 사라졌다. 나는 내 몸을 가지고 그들의 기억과 함께 살고 있다. 내가 살아 있고, 기억하는 동안 내 세계에 그들은 함께 있다. (다만 영혼이나 유령으로서가 아니가 기억으로서.)

 

(205-206)

나는 자신의 약함을 아는 인간을 좋아한다. 약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방법을 탐구하는 인간이 좋다. 살아나가는 두려움을 아는 인간이 좋다. 살아갈 방법을 무언가에 의탁하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 생각하려는 인간이 좋다. 자신의 방법을 전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이 좋다. 더 탁월한 방법으로 말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이 좋다. 겪기 않은 이야기로 끝없이 상상할 수 있는 인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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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4
제인 오스틴 지음, 원영선.전신화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이야기해주면서, 작년 2025 12 16일이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 되는 날이라고 했잖아. 그래서 그 즈음에 제인 오스틴 관련된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어. 아빠도 그런 책들 중에서 읽어보려고 두 권을 샀단다. 그런데 제인 오스틴에 관한 책들을 읽어보기 전에, 먼저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을 읽어보면 그 책들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 아빠가 읽은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오만과 편견> 한 권뿐이었거든.

그래서 예전에 사두고 책장에 재워두었던 제인 오스틴의 <설득>이라는 소설을 이번에 읽었단다. 이 책도 지난번에 이야기해준 <오만과 편견>과 마찬가지로 술술 잘 읽혔단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이 찾아 보는 것 같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야기 전개 방식이 <오만과 편견>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어. 책을 읽다 보면 <오만과 편견>에서 본 캐릭터들이 생각하곤 했어. 제인 오스틴이 살던 시절 소설을 쓰는 방식이 그런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

 

1.

그럼 바로 소설 <설득>을 이야기해보자. 서머싯셔 켈린치 홀에 월터 엘리엇 경이라는 홀아비가 있었단다. 1760년생으로 당시 나이는 54세였어. 외모를 잘 관리하여 54살 답지 않게 젊어 보였어. 하지만 허영심이 많았단다. 그에게는 딸이 셋 있었어. 첫째 딸 스물아홉 살 엘리자베스, 둘째 딸 스물일곱 살 앤, 셋째 딸 스물세 살 메리.

첫째 딸 엘리자베스가 열여섯 살 때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엘리자베스는 집안일을 도맡아 했단다. 엄마의 친구이자 대모인 레이디 러셀이 그들의 살림을 가끔씩 도와주고 이런 저런 조언도 해주었단다. 막내 메리는 찰스 머스 그로브와 결혼하여 아이들 두 명을 낳았어. 엘리자베스의 아버지는 엘리자베스를 사촌인 윌리엄 윌터 엘리엇과 결혼시키려고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단다. 월터 엘리엇 경은 집안의 경제 사정이 좋아지지 않아서 첫째 딸 엘리자베스에게 이야기하고 함께 고민을 했단다. 그들이 알고 지내는 변호사 셰퍼드 씨와 레이디 러셀에게도 조언을 구했고, 그들은 결국 켈린치 홀을 떠나 바스로 이사가기로 했단다.

켈린치 홀은 세를 주기로 했어. 식구들이 모두 착잡하겠구나. 세입자로는 셰퍼드가 크로프트라는 해군 제독을 소개해주었어. 크로프트 제독은 부인만 있고, 자녀는 없었어. 크로프트의 부인은 예전에 켈린치 홀 인근에 살았던 프레더릭 웬트워스의 누나였단다. 그런데 그 프레더릭 웬트워스와 둘째 딸 앤은 사연을 가지고 있었어. 8년 전 앤이 열아홉 살 때 프레더릭과 사랑에 빠진 적이 있었거든. 둘은 결혼까지 약속했지만, 당시 월터 경과 레이디 러셀이 반대를 했어. 프레더릭이라는 사람이 앤에게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 착했던 앤은 아버지와 대모의 말을 들었어. 그렇게 앤과 프레더릭은 헤어졌단다. 하지만 한 동안 앤은 무척 힘들어했어. 그리고 프레더릭은 그 이후 그곳을 떠나 해군에 들어가 복무했단다. 그는 일을 잘 해서 진급도 빠르게 하고, 돈도 많이 벌었고 지금은 대령이 되었단다. 그런 프레더릭의 누나가 켈린치 홀로 이사 온다고 하자 앤의 마음은 복잡해졌단다.

앤은 켈린치 홀을 떠날 구실이 없을까 고민했는데, 동생 메리가 병이 나서 보살펴 줄 사람이 필요하여 앤이 메리의 집에 갔단다. 메리는 약간 푼수라고 해야 할까? 진중하지 못하고 가벼운 성격의 소유자란다.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의 동생들이나 엄마처럼 말이야. 메리는 남편 찰스와 관계도 썩 좋아 보이지 않았어. 메리의 집은 어퍼크로스 커티지라는 이름이었고, 시댁은 근처에 있는 그레이트 하우스였단다. 메리에 집에 온 앤도 예의상 그레이트 하우스에 인사하러 다녀왔단다. 메리의 시어머니는 메리를 썩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어.

크로프트 제독 부부는 이사 오고 나서 주변 사람들을 초대하고 또 이웃들을 방문했단다. 그런 것이 당시 영국의 사교 활동 중에 하나인 것 같구나. 크로프트 제독 부부는 메리의 집도 방문했어. 앤도 어쩔 수 없이 크로프트 부인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 크로프트 부인은 앤과 프레더릭의 관계를 몰랐어. 앤과 프레더릭이 사귀던 시간이 워낙 짧았거든. 크로프트 부인이 말하길, 동생이 조만간 방문한다고 했어. 앤에게 있어 피하고 싶은 순간이 다가오고 있구나.

메리의 남편 찰스는 동생들이 많은데, 그 중에 두 여동생은 그레이트 하우스에 머물고 있고, 남동생 리처드는 2년 전에 해군 복무 중에 그만 죽고 말았대. 그런데 당시 리처드는 프레더릭과 같은 부대에서 복무를 했었다는구나.

프레더릭 웬트워스 대령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어. 앤은 그의 만남을 피하려고 애썼지만, 만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어. 프레더릭이 그레이트 하우스에 방문했을 때, 메리의 큰 아들 찰스가 낙상으로 큰 부상을 입는 사고가 났어. 앤은 자신이 찰스를 봐줄 테니 메리와 제부에게 그레이드 하우스에 다녀오라고 했단다. 앤은 그렇게 프레더릭과 만남을 피할 수 있었어. 하지만 언제까지 피할 수는 없었단다.

얼마 후 프레더릭이 메리의 남편 찰스와 사냥을 가기 위해 어퍼크로스 커티지에 찾아왔단다. 그때 프레더릭과 앤은 잠깐이지만 눈이 마주쳤어. 앤이 생각하기에 프레더릭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었고, 오히려 더 세련되어 보였어. 그에 반해 자신은 나이도 많이 들어 보인다고 생각했어. 더 이상 자신은 프레더릭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생각도 한 것 같아. 나중에 메리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프레더릭이 이야기하기를 앤이 너무 많이 변해서 못 알아볼 뻔했다고 했대. 그 이야기를 듣자 앤은 더 실망하게 되었어.

번듯한 해군 대령이 결혼을 안다고 미혼으로 지내고 있자, 주변 사람들은 프레더릭에게 결혼 이야기를 많이 물어본 모양이야. 프레더릭은 공개 구혼을 했어. 마음 잘 맞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결혼한다고 말이야. 누나인 크로프트 부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했단다. 그러자 메리의 남편인 찰스의 여동생들인 루이자와 엘리에타가 프레더릭에게 급관심을 가졌단다. 그러자 난감한 상황이 된 사람이 한 명 있었어. 루이자와 엘리에타의 사촌인 찰스 헤이터라는 사람이야. 프레더릭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헨리에타와 찰스 헤이터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내심 결혼도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프레더릭이 오고 나서는 찬밥 신세가 되었어.

 

2.

앤은 메리의 집에 머물면서 사교 모임에 참석을 했는데,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과 만남은 더 자주 함께 했어. , 메리와 찰스 부부, 헨리에타, 루이자, 프레더릭. 이렇게 여섯 명은 자주 모임을 갖게 되었어. 하지만 앤은 프레더릭과 일부러 거리를 두어 많은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어. 루이자가 프레더릭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했으니 거리 두기도 편했어.

그들은 라임이라는 지역에 놀라갔다가 프레더릭의 친구들인 하빌 부부와 벤윅 대령을 만났어. 벤윅 대령은 얼마 전에 약혼녀를 잃고 상심이 큰 상황이었어. 그런 사정을 알게 된 앤은 벤윅 대령을 위로해 주고 공감해 주었단다. 그런데 그들이 놀라간 라임에서 뜻하지 않은 사고나 생겼어. 루이자가 장난하다가 낙상하여 머리를 다치게 되었어. 다들 놀라서 당황하고 주저할 때, 프레더릭과 앤이 침착하게 대응하고 판단하여 응급 조치를 잘 했단다. 그러면서 앤과 프레더릭은 대화를 나누긴 했는데 주로 사무적인 대화 몇 마디뿐이었어.

앤은 메리의 집에서 두어 달 머물고 이제 새로운 집인 바스의 캠던 플레이스로 돌아왔단다. 아버지와 엘리자베스가 그곳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분위기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어. 알고 보니 그 이유는 사촌 윌리엄 월터 엘리엇이 방문해서 그렇구나. 아버지가 예전에 엘리자베스와 결혼을 시키려다가 어긋나버린 그 윌리엄이야. 당시 윌리엄은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아버지가 엄청 싫어했는데, 얼마 전에 아내를 잃고 이번에 와서 용서를 빌었다고 했어. 오히려 아버지는 이제 윌리엄을 좋게 생각하여 엘리자베스의 배필로 생각하고 있었어. 그리고 윌리엄은 아버지의 법적 상속인이기 때문에 윌리엄이 엘리자베스와 연결되어야 아버지의 재산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셨어. 그런데 앤이 라임에 친구들과 놀러 갔다가 그곳에서 마주친 사람이 있었는데 나중에서야 그 사람이 사촌 윌리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 그가 집에 와 있다고 하니 다소 놀랬어. 윌리엄도 외출에서 돌아와 앤을 보고 라임에서 마주쳤던 일을 기억하고 놀랬어.

….

어느날 라임에서 놀라온 소식이 전해져 왔어. 루이자가 벤윅 대령과 결혼했다는 거야. 두 사람의 성향이 너무 달라서 두 사람의 결혼 소식에 앤은 놀랬단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루이자가 낙상 사고로 다쳤을 때 라임에서 오랫동안 머물게 되었는데, 그때 벤윅 대령과 많은 시간 갖게 되면서 관계가 발전했다고 하더구나. 아무튼 앤에게는 놀라운 소식이었어.

프레더릭이 바스 지역에 방문하면서 앤과 또 마주치게 되었단다. 앤이 식구들과 연주회를 갔는데 그곳에 프레더릭도 왔던 거야. 앤이 사촌인 윌리엄과 함께 있었는데, 이를 본 프레더릭은 질투심이 일어났단다. 질투심, 사랑.. 이런 것은 내가 조절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프레더릭도 사실 8년이 지나도 여전히 앤을 마음에 두고 있던 거야. 윌리엄은 아버지의 뜻과 달리 엘리자베스가 아닌 앤에게 점점 접근하는 것 같았어. 앤이 생각하기에 윌리엄이 친절하고 교양 있어 보이지만, 앤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프레더릭이 꽉 자리잡고 있었단다.

바스는 앤이 예전에 다니던 학교가 있던 곳이기 때문에 동문들도 만날 수 있었단다. 그 중에 학교 선배였던 스미스 부인도 만났어. 스미스 부인은 안타깝게도 가난한 미망인이 되어 혼자 지내고 있어서 앤이 위로해주기도 했어. 그런데 얼마 후에 스미스 부인이 이야기하기를, 앤이 윌리엄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이야기했어. 앤은 강하게 부정했단다. 그가 청혼을 해 온다고 해도 거절할 거라고 이야기했어. 그러자 스미스 부인은 예전에 윌리엄을 알고 지냈다면서, 그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

윌리엄은 자신의 남편과 무척 친한 사이였다고 했어. 그러나 윌리엄의 속은 시커멓고,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이고 기회주의자라고 악담을 했어. 윌리엄이 결혼한 것도 돈을 보고 결혼한 것이라고 했어. 결혼한 다음에도 아내에게 무관심했다고 했어. 스미스 부인의 남편 스미스 씨는 생전에 윌리엄에게 재정적 도움도 많이 주었다고 했어. 윌리엄은 스미스 씨에게 계속 지출을 유도하고 그랬대. 그래서 스미스 씨는 결국 파산까지 하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결국 스미스 씨가 죽고 나서 스미스 부인은 어려운 생활을 하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윌리엄 때문인 거야. 스미스 부인은 윌리엄에게 도움을 청했으나, 아는 척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는구나. 윌리엄이 다시 바스 지역에 온 이유도 있다고 했어. 최근에 월터 엘리엇 경이 클레이 부인이라는 사람과 가깝게 지냈는데 둘이 결혼할까 걱정되어 온 것이라고 했어. 그들이 결혼하여 아들이라도 낳으면 윌리엄은 엘리엇 경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되니까 말이야. 바스에 와서 상황을 보면서 월터 엘리엇 경과 클레이 부인의 결혼을 방해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라고 했어. 최고의 빌런이구나.

얼마 후 프레더릭은 앤에게 장문의 편지를 썼어. 8년 전 마음은 아직 변함이 없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한 명뿐이라고그 편지를 받은 앤은 프레더릭의 마음을 확인하고 프레더릭의 마음을 받아주었단다. 그렇게 둘은 결혼을 하게 되었어. 8년이나 늦은 결혼이지만, 그만큼 더 성숙하고 더 많은 사회 경험을 하고 나서 하는 결혼이니 더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 8년 전 결혼하지 않고 8년이 지난 후의 결혼이 더 완벽한 결혼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

이번에 읽은 소설 <설득>은 제인 오스틴의 마지막 작품이자 유작이라고 하더구나. 제인 오스틴이 41살의 어린 나이로 죽고 나서, 가족들에 의해 출간되었다고 하는구나. 브론테 자매들도 그렇고, 제인 오스틴도 그렇고, 유능한 작가들의 요절이 참 안타깝구나. , 앞서 이야기했던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 기념 책들을 읽어볼까. 아니면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을 좀더 읽어 볼까, 살짝 고민이 되는구나. 250주년 기념으로 나온 책들인데 시간이 더 늦어지면 의미가 줄어들 것 같은 생각도 드니, 조만 간에 읽어봐야겠구나. 그리고 제인 오스틴의 다른 소설들도 천천히 하나씩 찾아 읽어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서머싯셔 켈린치 홀의 월터 엘리엇 경이 재미 삼아 읽는 책은 준남작 명부뿐이었다.

책의 끝 문장: 그러나 국가적인 중요성보다 가정적인 미덕으로 더 돋보이기도 하는 직업에 속한 탓에, 그녀는 마치 세금을 지불하듯 만약의 일을 걱정하며 살아야 했던 것이다.

 


앤은 지금 그가 심지 굳은 성품이 우월하고 행복해진다는 이론을 펼쳤던 자신이 옳았는가를 자문해보고 있을지, 그리고 다른 성격들과 마찬가지로 그 또한 나름의 균형과 한계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유연한 성품도 때로는 결단력 있는 성품만큼이나 행복에 필요한 것이라고 그 또한 느끼지 않을까 싶었다. - P157

"아니, 아니에요. 그건 남성의 본성이 아니지요. 지조 없이 사랑하는, 혹은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 것이 여자의 본성이 아니라 남자의 본성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 반대라고 믿어요. 우리의 신체적 구조와 정신적 구조엔 진정한 유사성이 있다고 믿으니까요. 남자의 신체가 더 강하듯이 감정도 더 강하니, 그만큼 고된 일도 견딜 수 있고 거친 풍파도 헤쳐나갈 수 있는 것이죠." - P308

"아!" 앤이 열렬한 목소리로 탄성이 내지르며 말했다. "당신이, 그리고 당신 같은 남자들이 느끼는 모든 것을 온당하게 대접할 수 있길 바랍니다. 다른 사람의 따뜻하고 신실한 감정을 하찮게 본다면 벌받을 일이겠지요. 제가 감히 진실한 애정과 절개는 오로지 여자들만의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경멸받아 마땅할 겁니다. 아니, 저는 남자들이 결혼해 살면서 온갖 위대하고 선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어요. 꼭 필요한 일을 위해 애쓰고, 가정에서 참을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답니다. 다만, 이런 표현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대상이 있는 한 그렇다는 얘기지요. 제 말은 당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살아 있고, 그 여자가 당신을 위해 사는 동안에 한해서라는 거예요. 제가 여자들을 위해 주장하는 특권이란-별로 시기할 만한 게 아니니 탐내실 필요는 없어요-더 이상 대상이 존재하지 않아도, 희망이 사라져버린 뒤에도, 여자는 남자보다 더 오래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 P311

"세상에!" 그가 소리쳤다. "그리하셨겠군요! 제가 이룬 모든 성공의 정점으로 그것을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소망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제 자존심, 지나친 자존심 때문에 다시 청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당신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눈을 질끈 감은 채 당신을 이해하려고도, 제대로 보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생각을 해보면, 모든 사람을 다 용서해도 저 자신만의 용서할 수 없게 된답니다. 육 년의 세월을 그렇게 떨어져 힘들게 보내지 않아도 되었겠지요. 그런 고통스러운 감정은 전에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어요. 제가 누렸던 축복은 모두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것이라는 만족감에 익숙해져 있었으니까요. 명예로운 노고와 정당한 보상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왔지요. 인생의 패배를 겪은 다른 위대한 인물들처럼." 그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저도 제 의지를 누르고 운명을 따르도록 해야겠습니다. 마땅히 받아야 할 몫 이상의 행복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하겠지요."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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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2 : 오스의 왕 킹덤 2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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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해리 홀레 시리즈로 유명한 요 네스뵈의 <킹덤>이라는 책을 아빠가 4년 전에 읽은 적이 있어. 당시 독서 편지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킹덤>은 해리 홀레 시리즈는 아니란다. 주인공들이 로위와 칼이라는 형제인데, 그들인 살인과 범죄를 저지른 범인들이야. 그런데 교묘히 빠져나가 결국은 잡히지 않고 소설이 끝이 났단다. 읽는 이들은 소설을 읽다 보면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하게 읽게 되는데, <킹덤>이라는 소설은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해서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주인공의 범죄들이 발각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떠오른단다. 분명 나쁜 사람들인데 그들을 응원하게 되어 아빠가 도덕적 문제가 있나 싶은 생각마저 드는 이상한 경험을 주는 소설이었어.

그 소설의 후속편이 나왔단다. 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궁금하더구나. 주문하고 읽는 데까지는 빠르게 진행되었지만, 너희들에게 독서 편지를 쓰는 데까지는 게으름이 발동하여 늦어졌구나. 그럼, 얼른 이야기를 시작해야겠구나.

<킹덤> 1권 이후 8년이 흐른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형 로위. 동생 칼. 어렸을 때부터 로위는 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한 칼을 보살펴주었고, 결국은 그런 아버지로부터 칼을 구해주기 위해서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위장하여 죽였단다. 같이 차를 타고 있던 어머니도 어쩔 수 없이 같이 돌아가셨고자세한 내용은 <킹덤> 1권 독서 편지를 참고하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들은 살인을 저지르고도, 그것도 무려 일곱 명이나 죽이고도 모두 자살이나 사고사로 위장하여 멀쩡하게 생활하고 있었단다. 그들의 범죄사실을 아는 것은 책 밖의 독자들뿐이란다. <킹덤> 세계관에는 해리 홀레와 같은 유능한 형사가 없었어. 로위와 칼은 여러 살인을 저지르고도 8년이나 아무 일 없이 잘 살고 있었어. 형 로위는 주유소를 경영하고 있었고 야심 많은 동생 칼은 <킹덤> 1권에서 꿈꾸었던 오스 지역을 관광단지로 조성하는 것이 성공하였단다.

로위와 칼은 범죄를 공모하며 서로 비밀을 간직하며 독특한 방식으로 우애를 다진 것 같지만 칼이 죽인 사람 중에 그의 아내 섀넌 때문에 로위는 칼에게 앙금이 남아 있었어. 로위는 칼 몰래 섀넌과 사랑을 나누고 있었고 섀넌이 죽기 전 로위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거든. 그런 섀넌을 죽였으니 로위가 칼에게 감정이 남아 있을 수밖에..

...

 

1.

하지만 겉으로는 우애 깊은 형제이자 동업자였어. 그들은 오스 관광지를 확장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었어. 로위는 놀이공원을 만들러 롤러코스터를 건설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었고, 칼은 호텔을 지으려고 했단다. 로위와 칼은 드러난 범죄 사실은 없지만 그들을 살인자라고 강하게 의심하고 있는 이가 있어. <킹덤> 1권에서도 그들을 의심하고 추적하는 보안관 쿠르트 올센이라는 사람이야. 오래 전에 그의 아버지도 로위와 칼에 의해 죽었단다. 하지만 쿠르트의 아버지는 호수에 빠져 자살한 것으로 사건이 종결되었어. 자신의 아버지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한 쿠르트는 로위와 칼을 의심하여 추적하였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단다.

로위는 오스 관광단지에 놀이공원과 롤러코스터 개발을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었어. 최근에 오스 지역으로 돌아온 고향 후배 나탈리가 그 일을 도와주었어. 로위가 살인자이긴 하지만 나탈리에게는 고마운 사람이란다. 나탈리가 십대소녀일 때 나탈리를 학대하고 성폭행하는 아버지가 있었는데 로위가 그것을 눈치채고 나탈리의 아버지를 찾아가 협박을 해서 더 이상 나탈리를 괴롭히지 못하게 한 일이 있었거든. 그래서 나탈리는 로위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어. 나탈리가 로위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면서 로위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트기도 하지만 나이차가 많이 나서 로위는 거리를 두려고 했어. 하지만 젊고 아름다운 여인의 대시를 계속 거절할 수는 없었지.

...

그런데 로위와 칼에게 위기가 찾아왔어. 그들 집 근처에 낭떠러지가 있는데 그곳에 추락한 교통사고로 사람들이 두어 번 죽어서 방지벽 공사를 하기로 했어. 사실은 그냥 추락한 것이 아니라 로위와 칼이 자동차를 일부러 고장 내거나 죽인 다음 차를 낭떠러지로 밀어서 사고사로 위장한 사고들이었어. 당시 시신은 수습했으나 추락한 두 대의 차는 여전히 낭떠러지 중간에 걸려 있었어. 이번에 방지벽을 공사하면서 그 자동차들을 끌어올리기로 했단다. 쿠르트는 그 자동차에서 로위와 칼의 범행의 증거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고, 로위는 그것 때문에 걱정했고, 칼은 별 생각 없었단다. 로위의 걱정은 현실이 되었어. 차 번호판 나사 부분에서 머리카락과 혈흔이 발견되어 추가 조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단다.

얼마 후 낭떨어지에서 건져 올린 차에서 나온 혈흔과 머리카락의 조사 결과가 나왔어. 그 혈흔과 머리카락은 쿠르트의 아버지 것이라고 했어. 쿠르트의 아버지 인근 호수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는데, 그 사람의 피와 머리카락이 뒤 번호판 나사에서 나온 것은 이상한 것이지. 이 조사 결과로 쿠르트는 곧바로 로위를 체포했어. 하지만 이것은 성급한 체포였어. 로위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으나 연관성을 전혀 확인할 수 없어서 금방 풀려났단다.

 

2.

로위는 놀이공원 건설을 위해 대출이 필요하지만 은행에서는 허가가 나지 않았다. 이에 로위는 은행장의 약점을 잡아서 대출을 받는데 성공했어. 이게 로위만의 문제 해결 방식이었지. 그런데 칼이 이 돈을 주식으로 바꿔 호텔 건설에 투자하자고 설득했어. 로위는 내키지 않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칼의 의견대로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칼의 의견대로 했단다. 이게 칼만의 문제 해결 방식이었어.

...

로위와 나탈리의 관계는 점점 깊어져서 둘은 폴란드 여행을 계획했단다. 그런데 당일 나탈리가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고 사라졌어. 나중에 전화가 왔는데 울먹이며 헤어지자고 했어. 로위는 직감했지. 나탈리의 아버지가 다시 옛날의 나쁜 버릇이 나왔다고. 로위는 나탈리의 아버지 안톤 모예를 찾아갔어. 안톤은 로위가 올 것을 예상했는지 소총으로 위협했단다. 둘 간의 다툼이 벌어졌고 로위는 다리에 총상을 입고 로위가 체인으로 안톤을 공격해서 안톤은 그만 죽고 말았단다. 로위는 절묘하게 또 사과사로 죽은 것처럼 꾸며 놓았단다.

이 일이 있고 로위는 칼을 만나러 갔는데 칼이 대뜸 미안하다고 하는 거야. 파티에서 술 먹고 취했는데 그 상태에서 나탈리와 잤다는 거야. 칼은 로위가 나탈리와 만나는 것을 알았지만 진지한 만남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나탈리와 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어. 아빠 같았으면 그 자리에서 주먹부터 날렸을 텐데 로위는 속으로만 삭히면서 칼과는 이제 영영 끝이라고 생각했어. 엄한 나탈리의 아버지만 죽었구나.

...

그런데, 쿠르트가 다시 로위를 찾아와 체포했어. 로위가 폴란드 여행을 하려는 것을 어찌 알고 용의자 규정을 어긴 것이라고 했어. 그러면서 자동차에서 발견된 자신의 아버지의 혈흔과 머리카락에 대해 취조했어. 로위는 이야기하길, 쿠르트의 아버지가 차를 밀어주다 넘어져서 트렁크 쪽에 부딪혀 피를 흘렸다고.. 그것이 뒤 찬 번호판에서 쿠르트의 아버지의 혈흔과 머리카락이 나온 이유일 거라고 했어. 그의 진술을 뒷받침해주는 사람은 당시부터 지금까지 함께 일하고 있는 주유소 직원이었어. 그 주유소 직원의 기억은 사실 로위에 의해 조작된 것이란다. 자신의 사장이 워낙 진짜처럼 이야기해서 자신도 그 일을 함께 겪었지만 까먹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이야. 워낙 오래 전 일이니까. 또 하나 경찰은 벼랑에서 끌어올린 로위의 아버지의 차의 핸들이 헐렁하다고 했는데 로위는 중고차로 처음 사왔을 때부터 그랬다고 했어. 정말 교묘하게 빠져나가는데 언제까지 그것이 가능하려나.

....

안톤의 시신이 발견되었어. 경찰이 조사한 결과, 정황상 승합차를 수리하다가 깔려 죽은 것으로 정리되었어. 그것도 로위가 그렇게 꾸며놓은 거였지. 하지만 쿠르트만은 이번 사건도 로위를 의심했어. 로위의 다리에서 빼낸 총알까지 가지고 와서 로위를 추궁했어. 그러면서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것을 자백하면 총알은 버리겠다고 회유했어. 쿠르트는 자신의 아버지가 자살했다는 불명예를 벗겨드리고 싶었던 거야. 하지만 로위는 자신이 그러지 않았다고 주장했어. 하기야 쿠르트의 아버지는 칼이 죽였으니 로위의 말이 거짓말은 아니지.

안톤의 장례식. 로위는 나탈리를 다시 만났어. 로위는 나탈리에게 그날 밤에 대해 이야기했어. 나탈리는 그날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심지어 자신이 누구랑 잤는지도 기억을 못한다고 했어. 호텔에 남아 있는 나탈리의 피를 검사해 보니 마약 성분이 검출 되었어. 이것은 칼이 의도적으로 한 짓이라고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 나탈리는 자신에게 마약을 먹였다는 이유로 칼을 고소했지만, 근거 부족으로 기각되었단다. 나탈리의 아버지 안톤의 죽음에 로위가 연관되어 있다고 의심하는 이가 한 명 더 있었으니, 나탈리였단다. 나탈리는 로위에게 아버지를 죽였다고 물어보았을 때, 로위는 아무 말 하지 않자, 나탈리는 로위에게 다시 헤어지자고 했단다.

이 일로 크게 상심한 로위는 수면제 다량 복용으로 자살 시도를 했단다. 안톤의 죽음을 조사했던 쿠르트는 안톤의 죽음과 로위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고, 사고사가 맞는 것 같다고 했어. 쿠르트의 조사 결과를 들은 나탈리는 로위에게 미안한 마음에 로위를 찾아갔다가 배에서 정신을 잃은 로위를 발견했어. 그 덕분에 로위의 자살은 실패하고 말았단다. 로위는 나탈리와 다시 사귀게 되었단다. 로위는 이제 칼에게 복수를 하려고 했어. 칼 몰래 호텔 지분을 51% 확보하여 자신이 이사장이 되려는 계획이었어. 칼도 형의 이런 계획을 알게 되었어.

이제 로위와 칼 형제의 싸움이 시작됐어. 칼은 쿠르트를 찾아와 그 동안의 범죄는 모두 로위가 저지른 것이라고 이야기했어. 쿠르트는 로위가 이번에는 빠져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로위를 또 체포하려고 왔어. 로위도 만만치 않았어. 로위가 문제 해결하는 방식. 로위는 쿠르트가 사기 쳐서 돈을 부정하게 취득한 사실을 알고 있었어. 그걸 이용하려고 했어. 이 점은 조금 이해가 가질 않더구나. 오직 로위와 칼의 범죄사실을 밝히기 위해 형사가 된 그가 사기로 부정 축적을 했다니 말이야.

아무튼 이 일이 드러나면 쿠르트는 자신의 직업과 명예 모두 무너질 위기에 빠졌어. 결국 쿠르트는 로위의 범행 사실을 눈감아주게 된단다. 쿠르트는 끝내 해리 홀레가 될 수 없었구나. 이렇게 되자 칼은 로위를 죽이고 자살로 위장하는 방법을 쓰기로 했어.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나탈리가 나타나서 칼에게 총격을 가해 칼이 죽고 말았단다. 이번에는 로위가 칼의 죽음을 자살로 위장하였단다. 칼이 죽고 로위는 오스 관광지구의 이사회의 이사장에 오르고, 나탈리와 결혼을 약속하면서 소설을 끝이 났단다.

….

로위와 칼의 위험한 동행이 끝나고, 로위는 이번에도 감옥에 가지 않고 소설이 끝이 났구나. 로위가 범죄를 저지른 것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모두 동생 칼과 연관되어 있었던 것 같구나. 그런 칼이 죽었으니 <킹덤>시리즈는 2권에서 끝난 것일까. 오랜 기간 살인까지 하면서 보살펴 주던 동생이 괴물로 변하고 그 괴물에게 죽음을 당할 뻔했던 형의 느낌은 어떨까. 그리고 그런 동생을 자신이 사랑하는 이가 죽이고현실에서 이런 일이 있다면 정말 기구한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 것 같구나.

요 네스뵈는 소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재미있고 짜임새가 있어지는 것 같더구나.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해리 홀레 시리즈> 중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을 찾아 읽어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사람은 누구나 약점을 갖고 있다.

책의 끝 문장: 그러자 모든 것이 조금 전과 똑 같은 모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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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뜻을 품은 자여, 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가 - 정약용편 세계철학전집 3
정약용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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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오랜만에 정약용에 관한 책을 이야기할게. 정약용은 여러 번 이야기한 것처럼, 아빠가 좋아하는 또는 존경하는 위인 중에 세 손가락에 꼽을 만한 위인이란다. 그의 저서들도 여럿 읽어보고, 정약용을 다룬 교양서와 소설들도 여럿 읽어보았어. 안타까운 것은 아빠의 저질 기억력으로 그 내용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 한다는 사실. 그래서 늘 새롭고 늘 감탄하면서 읽곤 한단다.

오늘 이야기할 책은 책 표지가 독특해서 눈이 간 책이란다. 알고 보니 세계적인 철학자들의 글들을 엮은 시리즈 중에 하나더구나. 세계철학전집 시리즈의 3권이 <정약용 편>이었어. 책의 지은이는 정약용으로 되어 있지만, 정약용의 글보다 엮은이 이근오 님의 생각이 더 많이 실려 있는 것 같구나. 정약용의 글들을 발췌하고 그 글들에 숨어 있는 뜻과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 도움이 되는 글들을 소개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아빠는 정약용 님의 글들만 실려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책을 펼쳤는데, 그렇지 않아 다소 아쉬웠단다. 마치 순금 반지인 줄 알았는데, 24K 반지란 걸 뒤늦게 알게 된 느낌? 그래도 이 책에 좋은 내용들이 많이 있어서 아빠가 여기저기 발췌를 많이 해 두었단다. 아빠가 그 전에도 정약용에 관한 책들을 그래도 꽤 읽어서인지 어디선가 본 내용들인 것 같았어. 아빠가 저질 기억력이긴 하지만, 그래도 읽다 보면 가라 앉아 있던 기억력이 떠오를 때도 있거든.

 

1.

이 책은 얇아서 금방 읽을 수 있지만, 정약용의 가르침은 가슴 속 깊이 스며드는 느낌이란다. 오늘은 아빠가 발췌한 내용 일부를 소개하는 것으로 독서편지를 대신 할게. 아래 문구들은 얼마 전 내란을 일으킨 무능한 이를 이야기하는 것 같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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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정약용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는 마땅히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이 있고, 물러나야 할 자리가 있다. 벼슬이 아무리 높아도 그릇에 맞지 않으면 오히려 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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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67)

정약용은 <다산시문집>에서 이렇게 말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신중해야 한다. 사람들은 자주 자신을 과소평가라고, 스스로를 업신여긴다. 그래서 말이 막 나가거나, 아무렇게나 사람을 칭찬하거나 헐뜯고, 생각 없이 억누르거나 부추기면서, 결국 그로 인해 사람의 명예와 이익이 크게 엇갈리게 되는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지위를 허락하면 그 책임은 나 혼자만 질 수 있지만, 오히려 자격 있는 사람을 배척하면 그 해악은 결국 다른 이들에게까지 번지게 된다. 더구나 은혜와 원한은 한마디 말에서 생기기도 하고, 재앙과 복도 때로는 단 한 글자의 문장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그러니 사리에 밝은 선비라면 이 점을 깊이 새기고 늘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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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만 하기 어려운 것.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 너희들에게도 아빠가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 정약용도 그런 이야기를 해 주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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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정약용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다산에서 연못을 파고 대를 쌓으며 밭농사에 마음을 다한 것은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디 내가 그 일을 좋아해서였다. 진정으로 좋아한다면 내 것’, ‘네 것의 구분은 없다.”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그 일을 남에게 미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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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가끔 말실수를 하고 나서 한참 후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경계하라는 말씀도 있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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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99)

정약용도 이렇게 말했다. “혀 때문에 죽고, 혀 때문에 살며, 혀끝에서 싸움이 일어나 소리도, 자취도 사라진다. 이 모든 것은 말이 절제되지 않음에서 비롯된 것이니, 아주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지워지지 않고 되풀이되어 온 잘못이다. 입은 재앙의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 말은 칼보다 날카롭다고도 한다. 칼은 상처를 내도 시간이 지나면 흉터로 아물 수 있지만, 말로 인한 상처는 보이지 않아 더 오래 간다. 그래서 말은 마음을 전하는 도구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있는 무기임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진심을 담았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내가 옳다는 확신만으로 말의 칼날을 휘두를 때가 많다. 그러나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날카롭게 내뱉는 순간 진실은 전달되지 않고, 상처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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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허물은 있을 수 있어. 하지만 그 허물을 숨기는 사람이 아닌 고칠 수 있어야 한다. 허물을 고치는 사람은 허물이 없는 사람과 같다는 말은 가슴에 깊이 새겨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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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그래서 정약용은 허물을 고치는 자는 허물이 없는 사람과 같다고 말한 것이다. 누구나 허물을 고칠 수는 있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실제로 행하는 용기를 가진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니 중요한 건 넘어졌는지가 아니라, 다시 일어났는가 이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고쳐나가는 태도, 그것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 그러니 두려워 말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담담히 고쳐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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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잡념을 대하는 자세를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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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정약용은 말했다. “잡념이 생기면 휘저어 보내라. 다시 떠오르면 또 휘저어 보내라. 그래도 떠나지 않으면 억지로 쫓지 말고, 그냥 두어라. 그것이 곧 다스림이다.”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잡념이 전혀 없는 상태가 아니라, 떠오르는 생각을 억누르지 않고 흘려 보내거나 그대로 둘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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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오늘 수업 끝^^

 

PS,

책의 첫 문장: 다산 정약용은 마흔의 나이에 큰 잘못 없이 종교 문제와 정치적 이유로 유배를 당했습니다.

책의 끝 문장: 그러니, 유독 잡념이 많다면 조금 힘 빼고 살길 바란다.

 




그래서 정약용은 이렇게 말했다. "좋은 품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갈고닦아야 하고, 의로운 기상은 언제나 얼굴에 드러난다." 그렇다. 손톱을 보면 그 사람의 청결함이 드러나고, 체형을 보면 그 사람의 생활 패턴이 드러나고, 성격은 얼굴에서 드러나게 되어 있다. 이처럼 작은 습관과 태도 속에서 사람의 깊이가 드러나는 법이다. - P21

정약용은 이렇게 말했다. "요즘 화가들이 그리는 용은 마치 귀신 그림 같아서, 머리는 무섭고 꼬리는 뱀처럼 묘사된다. 그런데도 용을 실제로 본 사람이 드물다 보니 사람들은 그럴 듯 하다고 믿어버린다. 그렇게 사람들은 진실을 보지 못하고, 허망한 이미지에 쉽게 현혹된다. 하지만 청나라 화가 정공이라는 사람은 그런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진짜 용의 모습을 그리고자 애썼다. 비늘 하나, 눈동자 하나까지도 생생하게 묘사한 그의 그림은 마치 금방이라도 하늘로 솟구칠 것처럼 느껴졌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보다 밀실에서 조용히 그려야 할 정도로 귀했다. 그림이란 작은 기예일 뿐이지만, 그 곳에 진실과 정신이 담겨 있다면 세상을 바르게 표현할 수 있지 않겠는가." - P24

정약용은 이렇게 말했다. "자연은 모든 것이 제때를 만나 기쁨을 누리는데, 나만은 어쩐지 앞이 막막하게 느껴진다. 나는 대체 무엇을 기다리며 이렇게 멈춰 있는가? 물질적 욕심이나 세상의 기준을 벗지 못한다면, 어찌 뜻을 크게 품고 분발할 수 있겠는가. 백 년 인생 안에서 뜻을 펼치지 못하고, 이 몸 하나도 내 뜻대로 할 수 없는데, 결국 자신을 잘 다스리는 것이 곧 세상을 다스리는 일이다. 그러니 함부로 남을 탓하기만 할 수 있겠는가." 정말 그렇다. 성장하는 사람은 탓하는 대신, 자신의 태도와 삶을 먼저 다스린다. - P35

정약용은 말했다. "큰 그릇이 되려면 반드시 용광로의 불에 들어가고, 망치질을 여러 번 견뎌야 하는 법이다." 쉽게 만들어진 그릇은 쉽게 깨지는 법이다. 반면에 불과 망치를 견뎌낸 그릇은 단단하고 오래 가게 되어 있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다. 처음에는 순조롭게 흘러가던 일이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부딪히고, 그 고비가 길어지면 마음은 쉽게 지치게 된다. 하지만 그 시련이 곧 나를 단련하게 시간일 수 있다. 단지 결과가 늦게 오는 것일 뿐, 결코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니다. - P47

삶의 깊이는 겪은 만큼 깊어지고, 앎의 밀도는 직접 부딪힌 만큼 단단해진다. 큰 뜻을 품었다면 남의 말로는 세상을 배우려 하지 말고, 자신만의 걸음으로 그 길을 걸어야 한다. 그러다 넘어질 수도 있고, 진흙탕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시간이 당신을 진짜로 만들어준다. 두려움은 해보지 않아서 생기고, 용기는 해본 사람에게만 생긴다. 삶은 결국, 맛본 자만이 제대로 누릴 수 있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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