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아베를 쏘다
김정현 지음 / 열림원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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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아베를 쏘다/김정현/열림원]아베의 잘못 15가지를 응징하러 안중근 다시 살아나다!

 

 

 

사리사욕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며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나라를 이끌 인물이 없을까. 배상열의 <명량>, 조정우의 <이순신 불멸의 신화> 등을 읽으면서 이순신 같은 지도자의 환생을 꿈꿨다. 오늘 안중근 의사에 대한 역사소설을 읽으면서 더욱 위대한 지도자의 재탄생을 그리게 된다. 이런 지도자, 지금은 왜 없을까.

 

안중근 아베를 쏘다. 제목에서부터 시원한 한 방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폭력을 싫어하고 조폭영화를 꺼리는 내가 말이다.

 

 

소설은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총으로 응징했던 안중근 의사가 오늘 다시 재탄생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아베를 향해 총을 쏘며 그의 잘못에 대해 응징한다는 내용이다. 안중근은 법정에서 이토 히로부미가 저지른 잘못 15가지를 조목조목 성토한 것처럼 아베 신조가 저지른 잘못 15가지를 논리정연하게 진술한다. 그런 안중근의 모습에 속이 후련해 질 정도다.

 

이야기는 일본 내각 수상 아베(안배)가 베이징에서 하얼빈으로 초고속 특별열차 허시에를 타고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베가 하얼빈으로 가는 이유는 하얼빈에서 주변국 정상들이 만나 국제평화를 논하기 위해서다. 대한민국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의 분쟁 유발, 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과 관련된 분쟁,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일본 헌법 해석 변경에 대한 내각의 결정과 관련 국가들의 반발, 과거 역사 문제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베는 특별열차에서 흰색 한복에 흰색 두루마기를 입은 카이젤 수염의 사내인 안중근을 만나면서 과거사문제로 논쟁을 하게 된다. 안중근은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반성이 없다고 응징하고. 아베는 자신이 한 짓이 아니라서 모른다고 발뺌하며 역사논쟁을 벌이게 된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요, 증거도 명확하지 않은 일이오.

-후세의 사람이 과거 선조들의 잘못을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연좌제적 발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책임을 영원히 안고 갈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이런 뻔뻔한! 너희의 죄가 남의 물건을 훔친 정도이더냐. 술에 취해 주먹질로 약간의 상해를 입힌 정도더냐. 그 죄로 말하자면 계획하고 준비하여 도적질, 강도질, 강간 질에 멀쩡한 남의 나라를 통째로 먹으려 들고, 공연히 전쟁을 일으켜 수백만의 무고한 생명을 죽인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사형에 처할 중죄가 아니더냐! 그러니 그 죄의 씻음은 피해를 입은 상대국이 그만 빌어도 괜찮다고 허락할 때까지는 영원한 반성과 사과, 보상과 배상이라는 형벌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본문에서)

 

 

열차에서 벌이는 아베와 안중근의 대화가 마치 시사 토론을 보는 듯하다. 맞장토론을 보는 듯 치열하게 전개된다.

난징대학살, 베이징에서의 시비 자작극으로 중일전쟁의 계기를 마련한 일, 하얼빈의 731기념관, 가스라 태프트밀약 등 일본인들이 한 일에 대한 토론을 벌인다.

 

아베는 안중근의 돌직구에 회피성 발언만 일삼는다. 양심의 가책도 없고 사죄의 의사는 더욱 없고, 진심어린 반성은 더더욱 없는 아베는 결국 하얼빈 역에서 안중근의 총을 맞게 된다.

 

박해받는 민족과 조국을 위한, 동양의 평화를 위한 전쟁임을 고하였다. 결코 사적인 복수심이 아닌 자유와 평화를 위한 출전이니 용서와 가호를 베풀어주실 것을 기원했다.(본문에서)

 

 

법정에서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 죽인 이유에 대해 15가지 죄목을 조목조목 대듯 아베의 잘못 15가지도 논리적으로 따진다.

대한민국 독도에 대해 억지 영유권을 주장하는 죄, 침략 역사를 왜곡한 거짓 교과서로 그들의 후손을 교육하는 죄, 나라 간의 약속을 이익에 따라 뒤집고 묵살하기를 밥 먹듯이 하는 죄, 성노예 사건에 대한 부인과 거짓으로 일관하는 죄, '고노담화'를 흠집 내고 부인하려 한 죄 등......

 

 

재판장에 쑨원, 배석판사에 루쉰과 캉유웨이, 검찰관 장제스, 변호인 저우언라이 등 역사적 인물들이 자리한 재판정의 모습은 역사적 심판 같다. 깨알 웃음, 소소한 웃음을 준다.

 

 

책에서는 안중근이 총을 쏘게 되는 과정들이 소개되고 있다. 1906년 교육에 힘쓰고자 평안도 진남포에 삼흥학교를 세우고, 돈의학교를 인수했고, 0907년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했다. 그해 조국을 떠나 북간도로 가서 민족계몽에 힘썼고, 최재형의 집에 머물면서 의병을 모집해 의병활동을 시작했다. 세계평화를 위해 이토 히로부미에게 저격할 수밖에 없었던 심정들이 자세하게 소개되고 있다.

당시의 신문기록, 공판기록, 안중근이 뤼순감옥에서 쓴 <안중근 자서전>, <동양평화론>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게 나와 있다. 그대로 역사교과서다.

 

 

독립운동에 힘을 보태고 안중근을 도운 이들인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최재형, 김성택, 이강, 이범윤, 안병찬 등도 모두 기억해야 할 위인으로 소개되어 있다. 좋은 시절을 만났으면 더 많은 일들을 했을 지도 모르는 아까운 인재들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게 된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가 안중근의 총에 맞아 죽은 것처럼 오늘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아베가 안중근의 총을 맞고 쓰러진다는 설정이 신선하고 후련하기도 하지만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죄의식도 없고 사죄는커녕 오히려 전범들을 숭배하고 있는 아베에게 저자의 말처럼 이 소설은 경고가 아니라 반성의 기회를 주기 위한 이야기니까.

 

안중근의 환생, 안중근의 속 시원한 논리, 속을 후련하게 하는 정곡을 찌르는 돌직구에 막힌 속이 뻥~ 뚫리는 듯하다. 어딘가에 안중근 의사가 재탄생해 있지 않을까. 잠시 그런 생각에 빠지게 하는 책이다. 단편적으로 알았던 안중근 의사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역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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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죽음의 바다 1 - 이순신 최후의 날
배상열 지음 / 황금책방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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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죽음의 바다/배상열/황금책방]세계 해전 사상 유례가 없다는 명량해전, 이순신 장군이 그립다!

 

조선 선조시절. 왜군은 20일 만에 부산을 거쳐 한양까지 쳐들어 왔다. 걸어서도 힘든 길을 3갈래로 나눠 파죽지세로 올라왔던 것이다. 왜가 쳐들어 올 리가 없다던 왕과 권력층들은 나라와 백성을 버리고 도망을 가버렸다. 심지어 그 와중에도 당파싸움을 일삼았고, 나라를 버리고 명나라에 들어갈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니 나라 전체가 풍전등화, 백척간두의 상태였다. 백성들에겐 도망을 가느냐. 목숨을 걸고 싸우냐의 선택지만 남았다. 물러난다고 목숨을 부지하리란 보장도 없지만 그렇다고 싸우기에는 너무나 겁에 질려 있었다.

이 시절, 서애 류성룡과 성웅 이순신 장군이 없었다면 조선은 어땠을까. 조선은 온전할 수 있었을까.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위대한 지도자 한 명이 절실한 요즈음 그래서 이순신 이야기에 더욱 빨려들게 된다.

 

명량 죽음의 바다. 영화로 먼저 접했다. 배우들의 열연을 보러 간 게 아니다. 성웅 이순신 장군을 보러 간 것이다. 위태로운 나라를 지키고자 처절했던 마음을 다스리고 수적으로 열악한 함선을 거느리고 승리를 거두는 명장 이순신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다. 53세의 이순신 역할에 나이가 좀 드신 최민식 장군이란 것만 빼면 영화의 전투신이나 피란민 상황은 기록대로 잘 표현한 영화였다. 특히 전투신은 대단했다.

세계 해전 사상 유례가 없다는 명량해전.

12척과 정비 중이던 1척을 보태 13척으로 적 130척을 물리쳤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론 적의 함대가 500여척이었다고 한다. 조선함선 1대 당 저 함선 10척 이상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그 당시 이순신의 불리함은 함선 수의 열세와 더불어 패잔병 의식으로 기가 꺾인 수군의 정신 상태였다. 두려움에 휩싸인 수군의 나약한 모습이 문제였다. 죽음의 공포로 떨고 있던 군사들이 어찌 싸움을 한단 말인가. 실제로 죽음이 두려워 도망간 자도 있었다니 조선 수군의 분위기는 짐작할 만하다.

반면 왜군은 육지에서의 승리로 싸움에 대한 의욕이 가득 찼던 시기였다.

하지만 패배한 원균과 달리 이순신은 각지에 정찰병을 보내 일본 수군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늘 적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었기에 적의 야습이나 염탐도 놓치지 않았다.

당시 조선 수군은 이순신 장군마저 무너지면 해상장악권까지 일본에 빼앗겨 서해안을 빼앗기는 상황이었다.

왜군도 10여 척의 초라한 조선 수군의 동태를 정확히 파악했고 이순신을 물리치면 한강으로 올라갈 계획에 벅차 있었다.

그렇게 절대 불리한 조선 수군의 상황을 알고 왜군은 여러 편대를 겹쳐서 명량으로 쳐들어 왔다. 이순신에게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의 결전이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은 군사들에게 명한다.

필사즉생 필생즉사.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

이 말은 죽음을 앞에 둔 비장한 독려였고 죽기를 각오한 마지막 전투라는 의미였다. 이순신 장군은 13척의 함선 뒤에 피란 어선 100여 척으로 위장을 해야 할 정도로 초라한 군대였다.

하지만 모든 게 불리한 것은 아니었다. 명량해협은 폭이 좁아 왜군이 한꺼번에 공격할 수 없다는 장점이 있었다. 물살이 빠르고 물의 방향이 바뀔 때 공격과 수세의 흐름을 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처음엔 이순신 장군이 탄 한 척의 배만 싸우고 있을 정도로 모두 군사들은 죽음 앞에 겁을 먹고 있었다. 이순신은 초요기를 올리고, 군사들을 독려하며 일선에서 앞장 서 싸워야 했다.

다행히 바다에 떠다니는 적장 구루시마 미치후사의 시체를 건져 적장의 머리를 돛대에 걸었다. 이를 본 왜군은 당황하기 시작했고 조선 수군은 더욱 용기를 내서 싸웠다. 결과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대로 승리였다. 당시 더 이상 피란갈 곳이 없었던 많은 피란민들이 구경했다고 한다.

명량대첩은 겁먹은 부하들을 격려하기 위해 앞장선 이순신의 솔선수범이 돋보이는 전투였다. 수적으론 열세지만 그의 살신성인의 정신이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으리라. 또한 지리적 이점을 전술에 이용한 통찰은 그의 승리에 대한 갈망이 컸음을 말해준다.

23전 23승의 대승에 이순신의 살신성인의 정신, 공포 심리를 싸움정신으로 무장시킨 리더십이 바탕에 깔려 있음을 보게 된다.

영화 <명량>을 보고, 소설 <명량>을 읽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요즘이다. 아무리 보고, 여러 번 읽어도 지겹지 않다. 이런 지도자가 태어난 나라에 살기에,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이런 책을 써 준 작가, 영화를 만들어준 감독에게 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위기의 한국이기에 현명한 지도자 한 사람이 아쉽다. 살신성인의 자세로 싸우는 이순신 장군 같은 지도자, 이젠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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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도사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2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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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도사/올리퍼 푀치/문예출판사]사형집행인의 딸 두 번 째 이야기!

 

<사형집행인의 딸>을 보진 못했다. <검은 수도사>는 <사형집행인의 딸>의 두 번 째 이야기다. 하지만 1편을 읽지 않아도 읽는 데는 무방한 신나는 이야기 구조다.

 

배경은 1660년, 알프스 산자락에 위치한 바바리아 주의 추운 겨울날이다. 미천하나 지혜롭고 용감한 사형집행인 야콥 퀴슬, 그의 총명하고 예쁜 딸 막달레나, 그녀를 사랑하는 마을 의사 지몬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모험담이다.

어느 추운 겨울 날 밤, 성 로렌츠 성당의 코프마이어 신부는 성당 안에서 소중한 무언가를 발견하고선 여동생 베네딕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신부는 누군가가 독을 발라둔 빵을 먹은 뒤 성당 안의 기묘한 묘석 위에 쓰러져 죽은 채 발견된다.

 

여동생 베네딕타는 오빠를 찾아 성당에 왔다가 오빠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게 된다.

닥터 지몬도 코프마이어 신부의 죽음으로 성당에 불려오게 된다. 의문의 죽음을 밝히려고 그는 사형집행인까지 부르게 된다. 사형집행인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니까. 당연한 거겠지.

 

늘 죽음의 현장에 있었던 사형집행인은 특유의 후각으로 독의 성분이 쥐 오줌임을 밝혀낸다. 죽는 순간까지 무언가를 알리려고 했던 사제. 그가 손가락으로 남긴 무언의 암시는 무슨 의미일까.

성모마리아처럼 생긴 여자의 비석에는 자기 머리에 스스로 후광을 한 여자가 새겨져 있다. 석판 안에는 갑옷 조각이 있고, 석판에는 템플 기사단의 좌우명이 새겨져 있다. 독살. 템플 기사단, 검은 수도사, 강도단의 관계는 무엇일까,

 

지몬이 야콥 슈레포글 의원의 서재에서 알아낸 템플 기사단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프랑스 국왕 필립 4세가 템플기사단의 재산에 욕심을 갖고 그들에게 남색과 우상 숭배의 죄를 씌웠다고 한다. 그리고 증인을 돈으로 사고 기사단원들을 고문하며 그들의 자백을 받아냈다고 한다. 결국 마지막 템플 기사단장은 파리에서 화형을 당했고 기사단은 소리 소문 없이 흩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이들의 막대한 재산은 전 유럽에 걸쳐 있었기에 템플기사단의 재산은 미스터리를 남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형집행인과 지몬은 과거 성 로렌츠 성당도 템플기사단 소속이었다는 사실이 밝혀내게 된다. 발코니 벽엔 온통 빨간 십자가문양이 새겨져 있고, 그런 십자가문양을 지우려 했던 신부가 살해당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마을에는 검은 옷을 입은 의문의 사람들이 등장하게 되고 이들은 신부 살인 사건이 조용히 덮이길 바라고 있다. 템플기사단의 보물을 노리는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지몬은 사제의 여동생 베네딕타와 함께 신부의 죽음을 밝히는 과정에서 그녀의 용기와 열정에 묘한 끌림을 갖게 된다. 이를 눈치 챈 사형집행인의 딸인 막달레나는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들게 된다,

이야기 속에서는 십자군 전쟁의 어두운 이면, 템플기사단의 역사와 엄청난 재산, 중세 거대한 재산을 가진 템플기사단의 부를 욕심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흐른다. 사형집행인 딸과 의사라는 신분을 초월한 사랑, 비천한 계급이었지만 누구보다도 용기 있고 지혜로운 사형집행인의 활약, 검은 수도사의 음모가 박진감 있고 긴박하게 흐른다. 중세 기독교 역사를 아는 것은 선물이요, 중세 독일의 바바리아 주를 보는 모습은 덤이다. 역사와 로맨스, 미스터리와 모험담이 잘 어우러진 소설이다.

다음 편인 <거지 왕>, <오염된 순례>도 기대가 되는 연작시리즈다.

 

저자는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독일 바바리아 주의 실제 사형집행인 집안인 퀴슬가의 후손인 올리퍼 푀치다. 독일 바바리아 주의 공영TV와 라디오에서 일했으며 지금은 역사 추리소설 작가다. 중세 시대에 살았던 조상들의 이야기를 모아 소설로 펴내다니, 대단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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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구슬
김휘 지음 / 작가정신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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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구슬/김휘/작가정신]인간의 어두운 면을 그린, 어쩜 불편한 소설!

 

이 소설은 당신의 마음을 한껏 불편하게 할 것이다! -띠지에서

 

인간을 숙조 삼아 자라는 수만 개의 욕망이 하얗게 웃고 있는 세상을 본다.

나는 그 서늘하고 슬픈 웃음들을 기록한다.

바로 그것이 내가 쓰는 소설이고, 주문을 외듯 조용한 희열인 행복을 지켜내는 방식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나의 프라모델>을 통해 등단한 작가 김휘. 철학과 불어불문학을 공부한 젊고 역량 있는 신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더구나 한국소설의 신 영토를 개척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눈보라구슬>은 다양한 폭력의 메커니즘을 통해 인간의 윤리와 죄의식에 관한 문제를 집요하게 묻고 있는 그의 첫 소설집이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 세계의 지축을 뒤흔드는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흡인력 강한 이야기를 담은 일곱 편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속표지에서

처음에 나오는 목격자

주인공은 공포 소설가이자 대필 작가, 위조신분증 전문가 박종일이다. 위조 신분증 만들기는 주문 이메일을 받고 첨부된 사진 파일을 열어 특수 복사기로 복제하는 것이다. 어느 날, 종일은 이상한 주문을 받게 된다. 사진속의 얼굴이 바로 자신인 주문 메일을 받은 것이다. 닮아도 너무 닮은 얼굴이다. 얼굴, 키, 왜소한 체격까지 닮은 사람의 주문을 받고 자신의 얼굴이 박힌 위조신분증을 완성한 것이다. 더구나 남자는 자신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의문의 남자는 일란성쌍둥이일까, 아니면 자신의 착각일까. 그도 아니면 무엇일까.

 

게다가 몇 주 전 발생한 미용실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조사받았다. 몽타주가 자신과 똑같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안경점을 하는 영식과 맥주를 마신 알리바이가 있었기에 살인사건 용의선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편, 앞집 영식의 새로운 애인 소연은 종일이 예전에 짝사랑하던 여자 재희를 닮았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진짜 재희일까. 며칠 후 종일의 머리를 잘라준 소연이 죽임을 당했다.

놈이 소연을 죽이는 걸 거울로 봤는데, 눈앞에서 똑똑히 봤는데……. 똑 같이 생긴 놈이 종일 일까, 아니면 다른 남자일까. 짧은 단편이지만 미스터리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아르고스의 눈.

반짝이는 눈으로 누군가 보고 있다면 섬뜩할 것이다. 특히 남들은 보지 못하고 내 눈에만 뛰는 눈이라면 말이다.

 

남자는 인터넷포상금동호회에서 만난 형을 따라 정부의 신고포상금제도를 합법적으로 이용해 밥벌이하는 남자다. 선거범죄, 쓰레기 불법투기, 신문고시 위반, 핸드폰 불법복제 등 모두 경찰의 눈을 대신하고 시민의 안전을 위한 일이기에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 공익을 위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일을 할수록 남자는 자신을 나를 향한 수많은 눈을 보게 된다. 그런 눈들이 자신에게만 보인다는 게 공포와 두려움이다.

 

심지어 꽃집의 여자를 짝사랑하게 되면서 망원경으로 들여다보기도 했다. 그녀가 다른 남자들을 만나고 죽는 순간까지도 훔쳐봤던 그였다.

 

이런 증상의 시작은 같이 일하던 형이 공작 박제를 맡기면서 시작된 증상이었다. 깃털에 있는 수많은 둥근 무늬들은 나를 노려보는 눈이다.

 

전신에 백 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는 '모든 것을 보는 자'라는 뜻의 파노프테스의 별명을 얻은 거대한 괴물이다. 아르고스가 헤르메스에게 죽임을 당하자, 헤라는 아르고스의 눈을 자기 성조인 공작의 깃털에 장식했다. 그 아르고스의 눈이 언제나 주인공을 주시하고 있다. 몰래카메라의 눈처럼 말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눈이 있다. 양심의 눈, 경계의 눈, 관찰의 눈들이 말이다. 7편의 이야기가 모두 무서운 이야기다. 다른 사람의 삶에 관여하는 눈보라 속의 눈동자 이야기다.

 

인간의 어두운 단면, 악의 본능을 그려낸 이야기가 편하지는 않다. 폭력이 나무하는 세상이어서 이런 소설이 많이 나오는 걸까. 잘 짜인 이야기지만 불편한 소설이다. 영화 <해무>를 보고 난 후라 더욱 오싹하고 무서운 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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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집 이야기 땅콩집 이야기
강성률 지음 / 작가와비평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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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집 이야기/강성률/작가와비평]현직 대학교수의 성장소설!

 

현직 대학교수의 자전적 성장소설이 흔치 않기에 궁금했다. 한편에서는 자서전일까 싶었다. 자서전이기 보다는 소설형식으로 된 성장소설이다. 1950년대에 태어나 60년대, 70년대를 산 한 청소년의 방황기다. 지금 50대, 60대인 베이비부머들이 겪어야 했던 역동의 세월, 그 시대적 아픔, 그 시절 젊은이들의 초상을 그렸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전남 영광 백수 바닷가 전주 이씨 집성촌에서 태어난 이태민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고향에서 농민운동, 정치활동, 사회활동을 아버지와 중학교 졸업의 학력을 가진 어머니 사이에서 6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책에서는 교육열이 높은 부모님 아래서 가난하지만 속이 깊고  밝은 개구쟁이로 자라는 사춘기 소년의 과정이 그려져 있다. 지극히 평범한 소년의 이야기가 그 시대를 대표하지 않을가 싶을 정도로 잘 묘사되어 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6.25 전쟁이 끝났지만 아직은 전쟁의 상처가 남아있던 시절이라 삶은 곤궁했고 생활은 비루했다. 더구나 낮에는 국군이, 밤에는 인민군이 교대로 마을을 점령하던 때였다.

태민의 어린 시절은 배고픈 설움, 남의 집 단칸방살이, 치료받지 못해 죽은 아기, 가난의 고통들이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함께 한다. 남자 아이들의 성정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개구쟁이 짓, 성적인 호기심도 추억처럼 엮여 있다.

 

소설의 내용은 태민이가 중학교 입시에 실패해 삼류중학교를 가고, 고등학교 시험에도 낙방해 이류 고등학교를 가는 과정, 예비고사와 본고사를 치르는 시절까지 나온다. 그러니 그 시절 청소년의 자화상인 셈이다.

 

땅콩집이 작은 집을 말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땅콩 집은 헐값에 사들인 모래땅에 땅콩을 재배하면서 넓은 들 한복판에 지어진 독립가옥이라고 한다. 땅콩설이 하던 땅콩 밭에 있는 집이라니.

 

책을 읽노라면 어른들에게서 옛날이야기, 조기가 굴비가 된 유래, 태어날 때의 이야기를 듣는 모습은 그 시절의 풍경화 같다. 가난하지만 따뜻한 가족, 부모와 자식의 혈육의 정이 끈끈하게 묻어난다. 더구나 진한 전라도 사투리라서 어렵지만 구수한 맛을 더한다. 그 시절을 살아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시대의 풍속화 한 장면이다. 옛날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검정 찝차와 하이야 택시, 미숫가루, 회초리를 든 가정교육, 이웃과 옹기종기 모여 살던 모습, 마을 아이들과 놀던 이야기, 모두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추억의 이야기들이다.

 

중학교 시험 낙방, 삼류 중학교에 입학, 이류 고등학교 입학, 예비고사, 본고사 이야기가 먼 나라 이야기 같다. 하지만 그 시절을 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소중한 소설이다. 미래는 상상할 수 있지만 과거는 살았던 자의 몫이니까. 어렵게 살았지만 인간미는 훨씬 진했던 시절, 배는 고팠지만 인정이 살아있던 추억의 이야기들, 기록 유산 같은 소설이다.

 

저자는 강성률, 광주교육대학교 윤리학과 교수다. 대통령상,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 풍향학술상 등을 수상했고, 여러 편의 철학 서적을 낸 철학 박사다. 전남문학신인상, 국제문예 문학신인상, 미주한국 기독문학신인상을 수상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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