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므랑 이영민
배상국 지음 / 도모북스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호므랑 이영민/배상국/도모북스]조선인의 희망이 된 홈런 왕 이영민!

 

미국 야구선수 베이브 루스는 알아도 조선 야구천재 이영민은 몰랐다.

고교 야구선수에게 주는 '이영민 타격상'이 있는 것도 처음 알았다. 조선의 천재타자였다는 이영민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너무 늦게 알게 되어 미안함 마저 들었다.

 

이영민은 야구를 통해 조선인의 자존심을 세워주었고 아이들에겐 꿈과 희망의 상징이 된 시대의 영웅이었는데, 왜 이제야 알게 된 걸까. 이제라도 소설로 그려준 저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영화나 드라마로도 나왔으면 좋겠다. 이영민은 시대가 원하는 선수, 시대가 찾는 영웅이니까.

 

 

100여 년 전 1904년은 한국 야구가 시작한 시기라고 한다. 지금은 프로야구 700만 관중시대다. 잠재적인 팬까지 합하면 천 만 명은 넘지 않을까.

미국에서 류현진 선수와 추신수 선수가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고, 일본에서는 이대호 선수 등이 활약하는 세상이다. 한국의 리틀 야구가 미국을 꺾고 세계를 제패하는 오늘이다. 한국 야구의 발전을 있게 한 바탕에는 한국 야구의 태동기에 초석을 다진 박현명 투수, 함용화, 백기주, 야구 천재 이영민 등이 있었다고 한다. 늦게나마 우리가 새겨야 할 이름이 아닐까. 베이브 루스처럼, 루 게릭처럼 말이다.

 

책에서는 저자의 외할아버지 이용훈 선생이 해방이전의 한국 야구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시구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야구를 했던 소년 시절 이영민을 영웅으로 삼았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일본의 지배 밑에서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것은 스포츠 밖에 없었다고 한다. 모든 것이 통제되고 억압된 세상에서 비탄과 울분에 찬 국민들의 스트레스 해소제는 스포츠였을 것이다. 그의 존재는 일제 압박에 지친 국민들의 한줄기 위안이고 희망이었으리라.

 

이영민은 축구팀, 농구팀, 야구팀, 육상 팀에서도 그를 찾았을 정도로 그는 독보적인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백기주가 단거리로 일본을 눌렀다면 이영민은 단거리로 일본을 눌렀다.

이영민은 야구에서도 탁월한 감각을 지녔고 1928년 경성의학 전문대가 주최한 야구대회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야구장 담장을 넘기는 홈런(호므랑)을 날렸다. 일본 스포츠 구락부의 선수들을 뛰어넘는 실력을 갖춘 선수였다.

 

나라를 잃고 빈곤 속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조선인들에게 내 야구를 통해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그렇게 하려 합니다. 솔직히 프로야구 선수라는 제안을 거절하는 것은 무척 힘든 링입니다. 하지만 저는 조선에 남아 조선 사람들을 위해 야구를 하겠습니다. 그것이 저의 운명이라 생각합니다.(본문 중에서)

 

일본에서 이영민을 본 베이브 루스는 자신의 우상과 너무나 닮은 타자를 일본에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하며 이영민을 추켜세웠다. 세계적인 선수들도 알아주던 그였지만 그는 일본인들의 유혹을 물리치고 조선인으로 살았고 조선 야구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일조했다고 한다.

주권을 잃었던 일제 강점기, 암울하고 처절했던 일상을 벗어나 꿈과 희망,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만주나 연해주 등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열사들의 활약,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 곳곳에서 독립운동을 돕는 백성들, 일본인의 이름으로 출전했지만 마라톤으로 일본을 누른 손기정 선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무수한 스포츠 영웅들이 있었겠지.

 

총과 칼을 들지 않고도 일본을 눌렀던 천재타자 이영민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 시절 동대문 운동장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책에서는 초창기 야구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조선 야구 쟁패전, 경성 실업 야구 연맹전, 경성 운동장 야구장(동대문 야구장)의 역사, 박현명 투수, 함용화, 백기주, 야구 천재 이영민 등과 조우할 수 있다.

 

'이영민 타격상'의 주인공, 한국 야구의 선구자, 조선인의 기상을 높인 조선의 베이브 루스를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하게 읽은 책이다. 그의 활약을 보고 있으면 그 시절 백성들의 울분이 통쾌하게 해소됨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로 나오면 좋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모 2014-09-10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도모북스 입니다. 좋은 서평에 감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봄덕 2014-09-10 18:25   좋아요 0 | URL
우와~~ 제가 오히려 감사드립니다.
정말 처음 알았거든요. 천재 타자 이영민 선수가 있음을 알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제이엠 2015-10-19 16:0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도모북스는인쇄제작비용을이제는결제를해주세요10개월 이지나도록책만팔아먹고제작비안주면 이게무슨

펠리니즘 2015-07-29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므랑이영민 작가 배상국입니다 부족한 글에 달아준 봄덕님의 서평 감사해요^^ 다음 더 좋은 글로 보답할께요 기회가 되서 함께 야구 이야기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영화라~~~그런 날이 오길 바래봅니다
 
학교 출입 금지
코르네이 추콥스키 지음, 김서연 옮김 / 호메로스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교출입금지/코르네이 추콥스키/호메로스]러시아 아동문학의 아버지, 자전적 성장소설

 

러시아의 작가, 비평가, 평론가, 번역가, 언어학자, 아동문학가로 평생을 글과 함께 살다간 코르네이 추콥스키의 자전적 성장소설을 만났다.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흑해 연안의 항구 도시 오데사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낮은 신분과 가난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김나지움에서 제적을 당했다. 이후 독학으로 공부를 해서 문필 활동과 신문사 특파원 등을 지냈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언어에 강했던 개구쟁이였다. 사내아이라면 응당 있을 법한 심한 장난과 사건사고들이었다. 하지만 가난하고 낮은 신분으로 인해 누명을 쓰고 김나지움에서 쫓겨나게 되는데......

어느 날, 학교 후견인 니콜라이 백작이 학교를 방문해서 러시아 받아쓰기 시험을 참관하게 된다.

언어에 강했던 저자에게 친구들은 부정행위를 요청하게 된다. 저자는 받아쓰기에 자신이 없는 아이들에게 줄을 연결해서 신호를 보내기로 약속한다. 줄을 한 번 잡아당기면 쉼표, 두 번은 느낌표, 세 번은 물음표, 네 번은 쌍점으로 철썩 같이 신호를 정한 것이다. 모두들 무사히 받아쓰기 시험을 마쳤다. 하지만 결과는 비극적인 참패였다. 친구들은 한 낱말을 잘라 쉼표를 찍거나 엉뚱한 문장부호를 넣어서 영점 처리된 것이다.

 

더 불행한 사건은 멜레티 학교 신부학교의 말투를 흉내 내면서 일어나게 된다.

신부는 설교 중 상냥한 목소리를 말하다가 불현듯 화를 내기도 하고 같은 말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신부님이 수업 중에 "그래-그래-그래!"를 몇 번이나 반복하는지를 세다가 야단을 맞게 된 것이다. 단순한 호기심이었지만 불경죄에, 괘씸죄까지 걸렸던 것이다.

 

우리는 신부의 설교를 안 듣고 멍하니 있었던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래-그래-그래'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멜레티 신부의 말에 온 신경을 집중해 열심히 귀를 기울였건만, 우리의 머릿속에는 그래-그래-그래'외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분문 중에서)

 

지루한 수업에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정도였지만 벌을 받게 된 것이다. 배가 고파 러시아식 고기만두인 피로시키를 입에 넣었다가 또 야단을 맞게 된다. 정교도는 수요일과 금요일,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일에는 절대로 고기를 먹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난은 계속된다.

 

친구 쥬자가 자신의 성적표를 고쳐서 부모님께 보여주고는 땅에 묻고 잃어버렸다고 한 것이다. 교장의 개가 그 땅을 파헤쳐 교장에게 갖다 준 것이다. 그로 인해 성적표 조작을 부추킨 주범으로 몰렸고, 받아쓰기 시간의 신호까지 들통 나 2주 정학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그 다음 날 일찌감치 학교에 등교해 버린다. 학교 다니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엄마를 위해서도 학교에서 쫓겨났다는 말은 차마 못한 것이다.

 

불안하긴 하지만 불평할 것까진 없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또 일주일 전과 다름없이 나는 이렇게 내 자리에 앉아 있다. 아무도 나를 쫓아내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게 다 잘될 것이다. 내주위에는 5년 동안 함께 공부해 온 친구들이 있다. (본문 중에서)

학교에서 쫓겨난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져 있다. 엄마에게 언제쯤 사실대로 말할까를 조마조마 한 마음으로 읽게 된다.

 

나중에 일부 선생님을 통해 듣게 되는 이야기가 참담할 정도다. 교장은 하녀 자식 예닐곱 명을 학교에서 쫓아내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 대가로 돈을 챙겼다는 것이다. 마침 약점을 잡힌 아이들 중에서 가난한 저자가 딱 걸려든 것이다.

 

결국 저자는 일을 하면서 혼자서 공부를 하게 된다. 영어공부와 문학, 물리학, 라틴어문법 등...... 잠시 거리의 패거리들과 어울리기도 했지만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비록 남의 집 빨래를 하며 품을 팔았지만 기품을 지키는 어머니, 배고픈 도둑에게 자비를 베푸는 어머니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1890년대의 제정 러시아의 계급사회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다. 가난 때문에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학교에서 쫓겨난 아이의 성장사다. 학교부적응자가 아니라 학교가 내친 아이의 이야기다. 비열한 세상에서 자수성가한 작가의 이야기다.

 

러시아 작가의 성장 이야기는 처음 접한다. 평탄치 않은 성장 이야기다. 역경을 딛고, 사회의 편견을 이겨낸 눈물겨운 이야기다. 슬프지만 유머러스한 글맛에 푹~ 빠져 읽게 된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서노 - 고구려와 백제를 건국한 창업 여제 한민족의 위대한 여성 재발견 1
최정주 지음 / 세시 / 200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서노/최정주/세시]고구려와 백제 건국의 어머니, 소서노~

 

고구려와 백제 건국이야기에 늘 따라 나오는 이름이 있다. 여장부 소서노다.

자세한 이야기는 잘 모르지만 그녀가 주몽의 아내로 고구려 건국을 도우고, 그녀의 아들 비류의 십제국 건국을 도왔고 둘째 아들 온조의 백제국 건국에도 도움이 된 여걸이라는 정도는 익히 알고 있었다. 오늘 3개국의 건설과 함께 한 소서노 이야기를 읽으면서 참으로 대단한 개국 여걸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역사에도 이토록 나라 건설에 힘을 실었던 여장부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역사 속에서 단편적으로 접했던 건 주몽, 온조의 개국 이야기가 신나는 영웅호걸담 같다.

소설에서는 비류의 십제국 이야기, 낙랑과 대방 등의 한사군 이야기, 동예와 옥저, 마한과 가락국, 서라벌 등의 이야기를 덤으로 들려준다. 게다가 고대 사회의 청춘들의 러브스토리, 짝사랑과 배신, 시기와 질투를 보여주고 있어서 짜릿한 로맨스 소설을 읽는 듯하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접하는 영웅담 이상의 영웅과 책사, 지략과 계략이 차고 넘친다. 더구나 활 잘 쏘는 남자라는 주몽의 탄생설화는 신기한 신화랄까.

(해)주몽은 천제의 아들 해모수와 하백의 딸 유화 사이에서 태어난 알이었다. 금와왕이 다스리는 북부여에서 주몽은 활 잘 쏘는 사내였다. 하지만 이복형제들인 금와왕의 아들들에게 노골적인 미움과 견제를 받게 되고 목숨까지 위협을 받으면서 마리, 오리, 협보와 함께 도망을 나오게 된다.

주몽이 모둔곡에 있던 말갈을 쫓아버리고 그 터에 자리를 잡게 되자 인재들이 찾아온다. 빠른 걸음과 벼랑에 오르는 재주가 남다르다는 묵거, 힘쓰는 일에 장사인 무골, 병서를 많이 읽은 책사인 재사가 찾아와 합세하게 된다. 영웅에게 몰려드는 인재는 지혜와 용기, 의리와 책임까지 있기에 온조의 백제국 건설에도 기여하게 되는데.

 

한편 계루부 족장이었던 연타발의 딸 소서노는 일찍이 부여 왕 해부루의 손자이자 금와왕의 이복동생 우태와 결혼을 한다. 나약했던 남편 우태는 26살의 나이에 아들 비류를 남겨 두고 죽어버린다. 혼자가 된 소서노는 아버지를 찾아 계루부로 오게 된다. 일찍이 주몽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그녀였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하고 사랑에는 기다림이 필요한 법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소서노와 주몽이 연결된 사건이 발생한다.

소서노가 라이벌부족인 연노부 족장의 집 창고에 갇히게 된 것이다. 그 소식을 들은 주몽이 그녀를 구해주게 된다.

졸본부여의 토착세력인 연타발은 야망이 큰 주몽을 맞아 딸 소서노와 결혼을 시키며 6부족을 합해 주몽이 다스려 줄 것을 요청하게 된다. 그리고 (고)주몽은 나라 이름을 고구려라 짓고 나라를 넓히기 시작한다.

(한국인에게 더 특별한 세계여행지에 나오는 사진입니다.)

 

천제의 아들 주몽이 나라를 세웠다는 소문이 퍼지자 사람들이 몰려온다. 힘세고 현명한 지도자를 갈망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진가 보다.

소서노와 주몽은 군사들을 훈련시키고 무기를 만들어서 말갈을 물리치고 이웃나라를 복속시켜 간다.

소서노는 주몽 사이에서 온조를 낳지만 주몽은 북부여에 두고 온 예씨 부인과 아들 유리를 잊지 못하고 늘 그리워한다.

 

주몽이 북부여를 떠날 때 임신 중인 예씨 부인에게 사내를 낳으면 일곱 모난 돌 위, 소나무 밑에 감추어 둔 유물을 찾아오라고 했는데. 고구려 건국 후 19년 째 되던 해에 유리가 주몽을 찾아오게 된다.

유리를 태자로 세우고 싶은 주몽, 비류나 온조를 태자로 싶은 소서노와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지략대결을 펼치는 듯하다. 물론 유리가 태자가 된다.

 

자신의 소생인 비류와 온조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되자 소서노는 오랜 준비 끝에  황하이남 하남으로 내려가 나라를 세우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곳은 거대한 상단을 꾸렸던 아버지가 생전에 터를 사 둔 곳이었다.

 

책에서는 오랜 시간에 걸쳐 비류와 온조를 데리고 남하하는 소서노 이야기, 황화의 하남에 십제를 건국하는 비류 이야기, 온조가 하남 위례성에서 백제국을 건국하는 이야기, 바다를 건너와 미추홀에 정착하는 비류 이야기 등이 파란만장하게 펼쳐진다.

 

교과서에서 익혔던 황조가의 등장이 새롭다.

첫 사랑인 치희가 우족장의 딸 화희의 투기로 궁을 떠나자 유리 태자가 그 슬픔을 노래한 것이다. 젊은 대장부의 슬픈 러브송이다. 살기 위해 치희를 보내야 했던 유리 태자의 애달픈 마음이 녹아 있는 시다.

 

펄펄 나는 저 꾀꼬리는

암수 쌍쌍 즐거운데

외롭구나, 이 내 몸은

뉘와 함께 돌아갈꼬.

건국 이야기를 담은 영웅들의 이야기지만 로맨스가 많아서 읽는 재미가 있다.

주몽과 소서노의 만남, 주몽과 예씨 부인의 묵직한 사랑, 유리와 치희의 사랑, 온조와 추금실래의 적대적 집안의 사랑 등 로맨스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에는 없지만 백제건국 후 온조는 동명왕 사당을 지었다고 한다.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이 아닌 부여의 시조를 모시기 위함이었다. 백제의 건국에 부여의 정통성이 있음을 내외에 알린 것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설 수 있는 자료들이다.

참고로 부여의 시조와 고구려의 시조는 모두 동명왕이라고 전한다고 한다.

 

진취적이었고 지혜로웠던 소서노.

고구려와 백제 건국에 실질적이고 결정적인 역할을 한 소서노.

소서노에겐 남다른 창업의 유전자, 뜨거운 건국의 피가 흐르는 걸까. 어릴 적부터 말을 타고 활쏘기를 즐겼던 기질이 진취적인 습관을 만든 걸까.

 

대단한 여제의 거침없는 호연지기를 볼 수 있는 소설이다. 드라마나 영화로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다. 건국의 역사는 언제나 드라마틱하지만 소서노의 건국 스토리는 더욱 흥미진진하니까.

 

 

*파란토끼13호님, 세시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
얀 필립 젠드커 지음, 이은정 옮김 / 박하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얀 필립 젠드커/박하]슬프면서도 아름답고 기품 있는 소설~

 

오랜만에 읽었다. 순수하고 따뜻한 사랑이야기를.

멀고 먼 길을 돌아 죽음으로 완성할 수밖에 없었던 슬프고 아련한 사랑이어서 절절하게 읽었다. 고결해서 더욱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숙명처럼 끈끈하게 이어진다. 그래서 더욱 먹먹했던 소설이다. 독일 작가의 시선으로 점성술과 운명 사주팔자를 녹여낸 게 낯설었다. 하지만 한 편의 동양화 같은 러브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아름다움과 기품이 흐르는 소설이었다.

미얀마의 낯선 도시에 있는 한 초라한 카페에 앉은 아가씨 줄리아 윈,

그녀는 미국인 어머니와 미얀마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미얀마에서 뉴욕으로 건너와 월가의 유능한 변호사로 자수성가한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보스턴에서 약속이 있다고 한 후 아버지는 사라져버렸고, 방콕에서의 마지막 자취마저 사라져 버렸다.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멀리 미얀마까지 왔지만 아버지의 소식은 깜깜 무소식이었고 오리무중이었다.

 

줄리아가 미얀마에 온 이유는 아버지의 유품상자에서 발견한 한 통의 편지 때문이었다.

50년 전 아버지가 미얀마의 한 여인에게 보낸 사랑 편지를 발견하곤 그 여인을 찾아 미얀마로 온 것이었다. 아버지가 사랑한 여인은 어머니일까, 아니면 미얀마의 여인일까.

 

어느 날 미얀마의  낯선 카페에 있던 줄리아에게 우 바라는 늙은이가 다가와 그녀의 이름 생년월일, 태어난 시간까지 알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남자는 줄리아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 영혼이 연결된 운명적인 고고한 사랑의 전설. 사랑의 힘이 마법을 펼치는 놀라운 두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말이다.

 

내가 말하는 사랑은 장님이 앞을 볼 수 있게 하는 사랑, 두려움보다 강한 사랑, 삶에 의미를 불어넣어주는 사랑, 시간이 흐르면 쇠락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게 하고, 우리를 반성하게 하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사랑을 뜻해요. 이기심과 죽음을 뛰어넘는 인간 정신의 승리를 말하는 겁니다. (책에서)

 

틴 윈은 부모에게 슬픔을 가져다주는 팔자를 타고난 사내 아이였다. 그래서 일까. 아버지도 일찍 죽고 엄마도 떠나가자 수치에게서 키워진다. 틴 윈은 자라면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시력을 잃게 된다. 그리고 우 메이라는 스님이 있는 시내 수도원에서 길러진다. 틴 윈은 노스님에게서 인내와 두려움을 극복하는 용기를 배우기도 하고 공부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걷지 못하는 소녀 미밍을 만나게 되면서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된다.

 

미밍의 심장소리를 듣자 마음이 진정되었다. 세상에 그보다 더 아름다운 소리는 상상할 수 없으리라. 그녀의 심장은 다른 사람들의 심장과 달랐다. 더 자주 저 음악처럼 고동쳤다. 심장이 뛰는 게 아니라 노래를 불렀다.(책에서)

 

미밍의 심장소리에 위안과 자신감을 찾게 된 틴 윈은 미밍의 다리가 되어 주면서 우정과 사랑을 키워간다. 남들보다 청력이 뛰어난 틴 윈은 소리로 모든 것을 구분했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였다.

 

틴 윈은 부자 고모부의 배려로 눈 수술을 받게 되고 볼 수 있게 되면서 미밍과 헤어지게 된다. 잠시 미밍과 헤어져 있으면 될 줄 알았다. 며칠, 아니면 몇 달, 길어봤자 몇 년이라고 생각했으리라.

 

점성술사가 고모부에게 큰 고난을 겪고 있는 일가친척을 한 명 도와주면 재앙을 면할 수 있다는 조언을 했기 때문에 고모부가 틴 윈을 도와준 것이었다. 틴 윈을 데려오면서 고모부의 사업은 날로 팽창해졌기에 잇속이 밝은 고모부는 틴 윈을 키우고자 한다. 그리고 양곤에서 고등학교를 마치자 뉴욕으로 유학을 가게 된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변호사가 된 것이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던 틴 윈은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미밍 곁으로 갈 수 있었다.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다 한 후에 말이다. 하지만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 법인데......

 

순수하고 숭고한 사랑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동시에 두 연인의 비극적 운명에 슬퍼지기도 한다. 독자들에 의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전설을 쓴 소설이다.

운명 같은 사랑,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기에 더욱 끌려서 읽지 않을까. 슬프면서도 아름답고 기품 있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너편 섬
이경자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건너편 섬/이경자/지음과모음]사랑과 배신, 소외감과 외로움, 원초적 감정을 담은 이야기들....

 

상처가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굴곡진 격동의 시대를 관통해 살았다면 그 삶에는 더 많이 긁히고 더 찢겨서 더 깊은 상처가 흉터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역사는 인간의 삶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처음에 나오는 <콩쥐 마리아>에서는 미국 이민 백년사의 밑거름이 된 양공주의 이야기가 비밀스럽게 펼쳐진다. 미국 노인정에서 인생 끝자락을 보내는 노인들의 다양한 과거사를 그리고 있다. 과거의 삶이 다르니 현재의 부류도 갈리는 현실이 지극히 합당한 걸까. 노인정에는 여러 부류가 있다. 같은 장소에 있지만 소통이 되지 않는 부류들이다. 노인정의 한 부류는 소문을 여기저기 물어다 나른다고 해서 아나운서다. 좋게 말하면 소식통일 수도 있고 나쁘게 말하면 이간질일 수도 있다. 다른 부류는 한국에서 정치 쪽으로 한 가닥 했던 거드름 피우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또 다른 부류는 내세울 것 전혀 없고 오히려 감춰야 할 어두운 과거가 많은 이들이다.

 

노인정에서 만난 일흔 살 마리아와 여든 살 할머니는 보잘 것 없는 서로에게 끌리며 친분을 쌓게 된다.

하지만 거짓말쟁인 할머니는 좀체 자신의 속내를 잘 터놓지 않는다. 내세울 것 없는 자신의 처지를 두러대느라 그때그때 한 거짓말이 서로 앞뒤가 맞지 않으면서 '구라'로 불리고 있을 정도다. 마리아 역시 말이 별로 없다.

 

가난한 집 맏딸로 태어나 자신은 못 배웠지만 오빠들과 동생들을 가르치면 자신의 팔자도 고쳐진다고 철썩 같이 믿었던 마리아. 그래서 그녀는 학교 대신 공장을 다니며 열심히 식구들을 도왔다. 월급을 타면 식구들에게 모두 갖다 바치는 착하디착한 콩쥐였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 노처녀가 되었고, 당시 늙은 노처녀에게 들어온 결혼은 재취자리였다. 하지만 결혼했더니 후취가 아니라 첩이었다. 몇 개월 만에 시집을 뛰쳐나와 아이를 낳았고, 양반 가문 망신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고향에서 쫓겨났다.

그 뒤 미군 앤드류를 따라 하와이로 왔지만 , 앤드류의 탈영, 먹고 살기 위해 한 양공주 생활, 그리고 식구들의 미국자립을 돕는 일로 바빴던 콩쥐 마리아였다.

 

그녀를 통해 백열아홉 명이나 미국으로 이민을 올 수 있었다.

그녀를 통해 미국에 이민 온 가족들과 가족의 사돈들은 빌딩을 사고 자식을 유명대학에 보내고 의사, 변호사, 회계사 며느리를 봤다. 오빠와 동생들, 사돈집까지 마리아를 통해 미국 시민이 된 사람은 백 명이 훨씬 넘었다. 하지만 모두 그녀를 부끄러워했고 필요할 때만 이용할 뿐이었다.

누구에게도 털어 놓을 수 없는 과거사를 용기를 내서 친구 할머니에게 털어 놓으며 후련해 하는 모습에 가슴 뭉클해진다.

한인 미국 이민 백년사의 초석의 초점은 우리가 '양색시'라고 경멸해 부르기를 서슴지 않는 여성들의 '자기희생'을 토양으로 했다니. 가려진 우리 역사의 비밀스런 단면을 훔쳐본 느낌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우리의 민낯, 이용만 하고 보답은 없는 욕망으로 가득한 가족들의 이기심들이 섬뜩할 정도로 적나라하다. 한 여인의 희생을 디딤돌 삼은 사랑과 배신, 외로움과 소외감을 그린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을 보게 된다. 역사적 흐름, 사회적 현실에 휩쓸려 부유하는 착하고 헌신적이었던 누이들의 슬픈 과거사를 담은 소설이다.

현실은 언제나 소설 같고 소설은 언제나 현실 같아서 더욱 애틋하게 읽은 이야기다.

 

이 책은 8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소설집이다.

콩쥐 마리아, 미움 뒤에 숨다, 언니를 놓치다, 박제된 슬픔, 세상의 모든 순영 아빠, 고독의 해자, 이별은 나의 것, 건너편 섬 등…….

 

저자는 소설<절반의 실패>로 기억되는 이경자다. 197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확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절반의 실패>, <배반의 성>, 살아남기>, <곱추네 사랑>, <배반의 성>, <혼자 눈뜨는 아침>, <사랑과 상처>, <정은 늙지도 않아>, <천 개의 아침>, <계화>, <순이>, <세번째 집> 등이 있다. 저자는 40여년의 작가 생활 동안 올해의 여성상, 한무숙문학상, 고정희상, 제비꽃서민문학상, 민중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 한국불교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