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데이 메이데이
도인종 지음 / 디어센서티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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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데이 메이데이/도인종/디어센서티브]섬세하고 예민한 사람들의 구조 신호

 

여리고 섬세한 사람들은 일반 사람들보다 더 크게 느끼고, 더 크게 상처 받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몇 있을까.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들은 일반인들 속에서 상처를 잘 받는다고 한다. 무심코 던진 말이나 행동이 여린 사람들의 가슴에 깊은 생채기를 내기도 하기에 우울증으로 발전해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는데......여린 성격도 타고난 성격임을, 일반적으로는 소소한 상처가 여린 이들에겐 핵폭탄 급의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처음 알았다. 우리 사회에 배려와 공감이 더 많이 필요함을 생각하게 된다.

    

제목에 나오는 메이데이 메이데이(mayday mayday)는 국제 조난 신호다. 조종사가 지상직원에게 긴급 상황에서 조난 신호를 보낼 때 사용한다. 날 좀 도와줘, 구해줘, 살려줘 등의 의미다.

 

대학원 아동학과에서 만난 혜아와 민준.

혜아의 집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던 민준이 발견한 것은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혜아는 사라져 버린다. 무엇이 그녀를 괴롭게 했을까.

 

민준은 섬세하고 여리고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다. 그는 공학도에서 아동학을 전공하게 되면서 여린 사람들에 대한 연구, 외국 서적 번역, 여린 아동들에 대한 상담 등을 통해 여린 사람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 간다.

그러다 민준은 혜아의 조카 온새미의 과외선생이 되어 홈티를 하게 된다. 민준이 혜아나 온새미와 나누는 대화에는 여리고 섬세한 사람들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방법이 잘 나타나 있다.

온새미를 처음 만났을 때의 첫 장면이 인상적이다.

부유한 집안의 딸인 온새미는 국제고등학교를 다니다 적응을 못하고 불안해 하다가 결국 자퇴하게 된다. 미국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부적응으로 자퇴하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고 이후 우울증이 점차 심해진 청소년이다.

 

-많이 힘든 시간을 겪었었구나.

그동안 알아주는 사람 없이 얼마나 외롭고 슬펐었니?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니깐 고맙네요. 그런 말을 해준 사람이 없었는데, 제 심정을 알아주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온새미가 민준의 그런 한 마디에 편안함을 느끼며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이다.

 

세상에는 섬세한 기질을 타고나는 사람이 있다. 섬세한 기질을 가지고 있기에 다른 사람이 느끼는 것보다 더 크게 느끼게 된다. 반면에, 무감각하게 태어난 사람은 자신이 한 말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지조차 모르고 살아간다.

민준의 말처럼, 누가 맞고 누가 그런가의 문제가 아니지만 그래도 힘든 쪽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한 번은 부딪쳐서 자신의 생각을 알려야 하지 않을까.

소설 속에서는 부모의 완벽주의에 상처를 바는 아이들, 결핍과 집착의 사회에 따뜻함과 다정함이 필요하다고 아우성치는 아이들, 편안함과 감싸줌에 목마른 아이들의 이야기도 있다.

 

세상이 여리고 섬세한 이들에게 더 자상하기를, 좀 더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소설이다.

왕 노릇하는 부모 밑에서 크는 여리고 섬세한 아이들의 상처, 무뚝뚝하거나 히스테리의 부모 밑에서 자라는 예민한 아이들이 받는 상처를 감싸주는 메이데이에 대한 책이다.

사라진 혜아와 그녀를 찾으려는 민준의 이야기, 혜아의 조카 온새미와의 홈티를 통한 여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설을 관통하며 흐른다.

 

섬세한 사람에게 있어 만지는 것은 구타이고, 소리는 소음이 되고,

불행은 절망이고, 기쁨은 황홀이고, 친구는 애인이고,

애인은 신이며, 실패는 죽음이 된다. -일레인 아론

 

이 책은 섬세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을 쓰고 있는 도인종 작가가 쓴 소설이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았기에 먹먹해지는 이야기들이다. 섬세한 이들이 상처 잘 받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달라는 소설이다. 이들의 마음의 소리를 알아달라는 의미의 소설이다. 섬세한 사람의 심리, 두려움, 상처를 깊게 알 수 있다. 보통의 사람들, 성격이 강한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 여린 사람들이 받는 상처에 무심했던 것을 깨치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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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정
조정우 지음 / 청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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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정/조정우/청어]양인에서 천출이 되고, 궁인이 되어 왕후의 자리까지 오른 장옥정의 이야기~

 

조선 숙종의 여인이었던 장옥정, 천인에서 궁인이 되고 숙원, 희빈을 거쳐 중전의 자리인 조선의 국모 자리에 오른 장희빈, 짧은 왕위를 누린 경종의 어머니이기도 했던 장옥정, 그녀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조선 여인이 있을까.

 

조정우 작가의 소설 <기황후>, <이순신 불멸의 신화>를 흥미진진하게 읽었기에 더욱 기대했던 소설 <장옥정>이다. 더구나 역사소설을 좋아하기에 설레며 읽었던 작품이다. 우리의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돕는 역사소설이니까.

 

이 소설은 시대소설로 장옥정이 궁인이 되기 전후가 주로 담겨 있다. 한 사람의 일대기가 아닌 궁궐에서의 20년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기에 시대소설이라고 한다. 시대소설, 처음 알았다.

한 사람의 일생에 있어서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렸을 때의 경험일 것이다. 장옥정 역시 그렇지 않았을까.

 

장옥정의 아버지 장경은 학문과 재능을 겸비한 조선 제일의 역관이었다. 하지만 옥정이 12살 되던 해에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그 이후엔 종백부 장현의 슬하에서 자랐다. 옥정은 장안 최고의 거부이자 역관인 숙부 장현의 집에서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나이가 들면서 딸이 첩실이 되는 것을 싫어하는 어머니의 뜻을 따라 정실 자리를 찾게 된다.

그래서 옥정은 인조의 서자 숭선군의 장자인 동평군의 첩실을 마다하기도 하고, 한때 어머니가 주인으로 모셨던 조사석 대감의 아들 조태구의 첩실 제의마저 거절하게 된다.

하지만 당파싸움의 불똥이 옥정에게도 불어 닥치게 된다. 그녀의 숙부인 장현이 역모의 죄를 뒤집어쓰고 붙잡히게 되면서 천인으로 몰락한 것이다.

 

양인에서 천출로 추락한 신분을 회복하기 위해, 집안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 위해 그녀는 궁녀가 되기로 결심한다. 궁인이 되어 장현의 억울함을 임금에게 아뢰면 가문을 구할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옥정은 동평왕을 통해 대왕대비의 전에서 궁인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천하의 미모를 가졌다면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것은 당연지사다. 옥정은 입궁한지 한 달이 채 못 되어 숙종의 눈에 들게 되고 승은을 입게 된다.

하지만 대왕대비와 대비의 다툼이 치열했기에 옥정은 대왕대비의 궁인으로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비의 노여움을 샀다. 더구나 남인 편인 동평군과 조사석의 뒷배로 대왕대비전의 궁인이 된 사실을 숙종의 생모인 대비가 알았기 때문에, 승은을 입은 몸이지만 궐 밖으로 쫓겨나게 된다.

 

한편, 비어있는 중전의 자리는 송시열의 제자 민유중의 여식인 인현에게 돌아간다. 인현은 미모와 학식, 현숙함이 뛰어나 중전에 간택되지만 숙종의 옥정에 대한 사랑을 넘어서진 못한다.

인현왕후의 배려로 다시 입궁한 옥정은 왕자 윤(경종)을 낳게 되면서 희빈(1)에 오르게 되고, 숙종은 서인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원자를 세자에 책봉하게 된다. 세자책봉이 불가하다며 상소한 송시열의 유배와 사약, 수많은 서인들의 몰살, 남인들의 정계 복귀 (기사환국) 등의 어지러운 정세가 계속된다. 그 틈에서 장희빈은 숙종의 변덕스러움을 이용해 인현왕후를 몰아내고 중전에 오르게 된다.

옥정이 궁인이 되고 숙종의 승은을 입고, 궁에서 쫓겨나고 다시 입궁하는 모든 과정들이 평탄치는 않았지만 옥정의 지나친 욕심과 시기와 질투는 결국 숙종의 총애마저 잃게 하는데…….

 

 

소설에서는 서인이 득세하던 시절의 기사환국과 갑술환국에 따른 당파싸움의 혼란, 대왕대비와 대비의 고부간의 갈등, 숙종의 승은을 입은 옥정의 존재와 인현의 어짊, 인현의 하녀 복순(훗날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의 입궁, 왕위 계승을 둘러싼 왕족들의 견제, 실질적인 서인의 영수인 송시열, 김만중의 상소 등의 궁을 둘러싼 암투와 자리다툼에 대한 역사들이 생생하게 전해 있다.

 

미나리는 사철, 장다리는 한철이라던 당시의 민중요처럼 사약으로 사라져버린 장옥정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한 여인의 등장과 몰락에는 그녀의 투기와 악한 성정이 타고난 성품으로만 보이지 않는데...... 서인과 남인의 당파싸움의 회오리가 드세 보이던 시절이기에 궁중 여인의 투기와 시기, 질투심으로만 보이지 않는데......

 

장옥정이 잠깐의 화려한 삶을 살다가 결국 사약으로 최후를 맞았다는 이야기는 TV드라마로 몇 번 접했던 내용이다. 역사이야기는 드라마보다 소설이 더 끌린다. 치열한 삶, 스릴 있는 삶에 대한 묘사, 주변 상황에 대한 역사적 설명이 자세하기에 읽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역사소설을 주로 쓰는 작가이기에 더욱 읽는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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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6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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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문예출판사]피난민의 불안과 절망을 그린 망명문학의 걸작~!

 

레마르크의 <개선문>은 여고시절 읽은 책이다.

이제 다시 읽으니 새로운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전쟁을 경험하진 않았지만 전쟁으로 인한 상처들을 간접 경험했기 때문일까. 전쟁의 피비린내도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전쟁 이후에 겪는 트라우마도 일생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함을 책을 통해서 많이 접했기 때문일까.  

  

 

 

주인공 라비크는 독일 나치스의 강제수용소의 고문을 피해 파리에 불법 입국한 의사다. 그는 한때 독일 큰 병원의 외과 과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경찰의 눈을 피해 고용된 의사일 뿐이다. 파리에서 매춘부 검진이나 마취된 환자의 수술 등을 하면서  고용된  이름 없는 외과의사일 뿐이다.

어느 날 그는 밤길에서 만난 조앙 마두라는 여가수를 도와주게 된다. 그녀는 자신을 도와준 라비크를 사랑하지만 다른 남자를 만나기도 한다. 라비크 역시 조앙 마두에게 끌리지만 진심을 알 수 없는 행동에 그녀의 마음을 믿지 못한다.

 

라비크는 그를 사모하던 미국 국적의 아름다운 케이트 헤그시트룀를 수술하게 되면서 그녀가 암에 걸렸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불현듯 그녀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라비크는 여인들의 사랑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 이유는 독일 수용소에서의 악몽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를 살아가게 한 힘도 오로지 게슈타포 하케에 대한 복수심이었다.

 

라비크는 독일 수용소에서 하케에게 모진 고문을 당해야 했다. 더구나 자신의 애인 시빌 마저 하케의 학대로 죽어야 했기에 복수의 날만을 기다린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어느 날 파리 거리에서 게슈타포 하케를 보게 된다. 하케를 본 이후로 라비크는 그를 추격하게 된다. 그리고 벼루고 있었던  복수를 하게 되는데......

    

<개선문>은 레마르크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책에서는 나치스 독일에 쫓겨 유럽 각지에서 파리로 도망쳐 온 피난민들의 불안한 일상을 담고 있다. 몽마르트 언덕의 저렴한 호텔인 앵테르나시오날, 그 호텔의 식당인 비밀 지하교회 같은 카타콤, 개선문 일대의 술집 등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쟁의 전운이 감도는 먹구름 낀 유럽인들에게 전쟁에서 승리한 황제를 위해 세운 건축물인 개선문은 상징적인 대비를 이룬다. 개선문은 자신들을 어둠에서 구해 줄 영웅을 기다리는 심리상태의 반영일 것이다. 하지만 짙은 어둠이 깔려 개선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마지막 문장이 더욱 불길한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

소설 속 1차 대전 직전의 파리 시내의 풍경은 불안과 절망이 가득하다. 여권이나 비자도 없는 유럽 피난민들이 절망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사랑이 즐겁지도 않고 위로도 되지 않는 시대임을 보여준다. 암울과 불안의 시대, 경찰의 불심검문, 쫓기는 피란민의 삶, 칼바도스와 코냑, 담배로도 무서움을 떨치지 못하는 시대임을 말하고 있다.  깊은 사랑도 금물, 깊은 우정도 금지인 시대, 모든 것이  쓸모 없는 시대, 그저 하루의 삶이 전부인 시대임을 보여주고 있다. 전쟁의 광기가 극에 달하던 시절의 희망이 없는 피난민의 삶을 제대로 조명하고 있다고 할까

 

저자인 레마르크는 프랑스혁명 때 독일로 망명한 집안의 후손으로 태어나, 김나지움에 다니던 16세에 소년병으로 1차 세계대전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의 독일 서부전선 참전 경험을 담은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전쟁터에서 겪는 공포와 부도덕한 행위를 함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개선문>은 이전 작품들과 연결된 속편이라고 한다.

 

*문예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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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이야기꾼들
전건우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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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이야기들/전건우/네오픽션]전건우의 오싹하고 섬뜩한 공포문학~

 

찌는 여름밤, 잠 못 이루는 밤이면 문득 전설의 고향 같은 괴기소설이 그립다. 오싹하고 섬뜩한 이야기에 열대야의 열기는 금세 서늘한 냉기로 변하고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 요즘 TV드라마로 인기를 끄는 <야경꾼들>과 제목이 비슷하다. 소설의 분위기가 오싹한 점도 비슷하다.

  

 

 

 

 

 

프롤로그에 나오는 정우의 이야기는 으스스한 분위기라기보다는 슬프고 답답한 분위기다.

정우네 가족은 오랜만에 계곡으로 피서를 갔다. 한밤중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고, 계곡에는 개구리소리마저 그치더니 물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계곡에서 캠핑을 하던 사람들은 대피소로 향했다.

물소리가 무섭게 들렸기에 소년은 무섭다며 피하자고 했고, 아빠는 사내답지 않게 무서워하느냐고 했다. 계속 퍼붓는 비에 아빠마저 항복하며 일단 몸이라도 피하자고 계곡을 건너 대피소로 향했다. 소년을 대피소에 내려두고 엄마와 아빠는 장비를 챙기러 다시 계곡을 건넜다. 비싼 장비였고 빌린 장비였기에 계곡물에 떠내려 보낼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계곡을 건넌 후 부모님의 소식은 없었다. 무심한 폭우로 인해 60명의 사람들이 수장됐고 32명이 실종됐다는 이야기에서 정우의 부모님 역시 수장됐음을 짐작하게 한다

 

본능적으로 무서워하는 소년과 폭우를 두려워하지 않는 어른의 대비가 너무나 선명하다. 안전불감증이 가져오는 무섭고 섬뜩한 이야기다. 하나의 큰 사고에는 작은 사고 29개가, 더 작은 사건 300개가 있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생각하는 프롤로그다.

 

밤의 이야기꾼들은 일 년에 한 번, 폐가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는 작은 모임이다. 정우는 월간 풍문의 기자가 되어 대호 선배와 함께 목련흉가를 찾는다. 귀신이 나와도 여럿 나올 흉가에서 귀신 이야기 취재를 나온 것이다.

 

폐가에서는 아무도 이름을 대지 않고 의자에 형광색 테이프만 붙여진 채 모든 불은 꺼져 있다. 형광색 테이프가 사라지는 걸로 누군가가 앉았다는 것을 알 정도로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카메라 셔터를 순간적으로 눌러도 플래시가 터져도 아무도 없고 빈 화면만 찍힌다.

6명이 모인 밤의 이야기꾼들모임은 노인의 사회로 시작된다. 자신이 겪은 이야기, 괴기스런 이야기들을 어둠 속에서 들려준다.

 

어둠 속에서 남자와 여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외할아버지, 아버지 실종되는 K의 처가이야기를 담은 과부들, 고치고 또 고치며 성형중둑에 빠진 도플갱어, 따뜻한 내 집에 대한 욕심이 많은 한 남자의 광기를 그린 홈, 스위트홈, 미친 세상에서 웃을 수밖에 없는 웃는 여자, 눈귀신의 저주를 담은 눈의 여왕, 그날 밤의 폭우 등이 있다.

 

마지막 폭우 이야기에서는 오싹한 반전이 있다. 어둠 속에서 적요를 깨고 죽은 자가 내 어깨에 손을 얻는다면,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고 심장이 쪼그라진다.

월간 풍문의 미스터리 같은 편집장, 이상한 모임, 귀신 이야기들......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매듭지어지지 않는 실타래처럼 이야기가 자꾸만 뇌리를 맴돈다. 믿거나 말거나, 그러거나 말거나 기이하게 끝나는 소설이다.

   

단편 소설을 모은 소설집 같은 장편소설이다. 각각의 내용이 독립적이면서도 연결되어 있다.

 

저자는 전건우다. <한국공포문학단편선>, <한국추리스릴러단편선> 등을 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네이버와 다음, 교보문고 등에 작품을 발표해 왔다고 한다. 현재는 <소용돌이>를 연재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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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수학가게 입니다 - 십대를 위한 수학소설 탐 청소년 문학 13
무카이 쇼고 지음, 고향옥 옮김, 전국수학교사모임 추천 / 탐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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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수학가게입니다/무카이 쇼고/탐]인생고민을 수학으로 풀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학을 싫어하는 분위기에서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면 분명 외계인 취급을 당할 것이다. 어릴 적에는 수학을 잘하고 좋아했더라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과목이 수학이기 때문이다. 수학으로 고민을 풀어 줄 수 있을까. 수학이 인생의 전부였던 피타고라스처럼 살 수 있을까.

저는 진노우치 소라라고 합니다. 특기는 수학입니다. 저의 꿈은 수학으로 세상을 구하는 것입니다. (본문에서)

 

헐~ 수학으로 세상을 구하겠다니.

중학교 2학년이면 조금씩 수학을 어려워하는 단계다.

아마노 하루카는 수학을 정말 싫어한다. 수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알레르기가 생기고 현기증이 나고 몸에 오한이 날 정도다. 그런데 수학으로 세상을 구하겠다는 허망한 포부를 당차게 밝히는 전학생이 왔다. 게다가 짝꿍이다. 하루카에게 이런 인간 별종은 생전 처음이다.

 

어쨌든 웃기는 학생의 등장이다. 하루카에게 수학으로 세상을 구한다는 말, 수학이 좋다는 말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그러니 피부 깊숙히 일으키는 거부반응은 당연지사다.

수수께끼 같은 전학생의 등장에 전교생이 울렁거린다. 전학생을 견학하는 단체까지 생기게 된다. 학생들은 '쟤, 뭐야'에서 시작해 '상황을 지켜보자'로 갔다가 이젠 '불쌍해'라는 표정들이다.

 

어느 날 짝꿍 소라는 수학가게 깃발을 책상에 두른다. 하루카는 무엇을 하는 가게인지 물으려다가 말려들게 된다.

 

-근데, 수학가게가 무슨 가게야?

-잘 물어 봤어. '수학가게는 수학의 힘으로 모두의 고민을 해결하는 상담소 같은 거야.

 

상담실이 있지만 학교 상담 교사가 다루지 못하는 문제도 있고, 학교 상담만으론 충분치 않기에 수학가게를 열어 상담을 하게 되었다는 소라. 소라는 수학이 사칙계산 이외에도 세상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소수에 대한 소라의 설명을 보자.

예를 들면 약수가 2개뿐인 소수(素數)의 경우다.

약수가 1과 자기 자신 뿐인 소수(素數)는 모든 정수의 기본 바탕이 되는 수다. 모든 수는 소수의 곱셈으로 나타낼 수 있는데, 훌륭한 소수는 암호로 쓰인다. 숫자의 난이도에 따라 컴퓨터 보안에도 이용된다. 무한의 소수이기에 암호도 무한으로 만들 수 있다.

소라의 장점은 수학 용어를 쉽게 풀이한다는 점이다.

 

-네가 나한테 고민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해 봐. 그럼 고민은 해결되지 않아. 기댓값은 제로인 거지.

 

기댓값, 기대치, 포기하면 기댓값은 제로 등 수학가게에서는 일상용어가 수학개념으로 둔갑한다.

매사를 수학용어와 관련짓는 소라는 하루카의 용돈에 대한 고민도 들어준다. 용돈, 사용품목, 수입과 지출계산 등을 계산해서 용돈을 모아 소프트볼 글러브를 살 수 있게 돕는다. 하루카는 글러브를 사려면 햄버거 종류를 바꾸거나 소비 패턴을 바꾸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다리꼴 모양의 운동장을 이등분하는 문제에 대해 소라는 어떻게 해결할까.

아이들이 운동장을 나눠 쓰는 문제에 대해서 싸우고 있을 때 소라가 나타난다. 가게에 손님이 안와서 직접 출장 나왔다는 소라는 운동장을 정확히 이등분하겠다는데…….

 

소라는 운동장의 축소판 사이즈로 이등분에 대해 설명하고 운동장 축소판을 가지고 와서 비율과 닮음, 사다리꼴의 가중평균공식, 근의 공식으로 설명하면서 운동장 이등분에 성공한다.

 

아버지가 수학과 교수이기에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수학을 접했던 소라는 어려운 용어, 정치나 경제학 용어까지 수학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가우스 함수. 야구부 훈련 스케줄 짜기, 죄수의 딜레마, 게임 이론까지 연결 짓는다.

리만 가설, 오일러의 곱셈 공식인 다이어트 상담, 제타함수까지 중학생 수준을 넘는 이야기도 나온다.

 

마지막 쪽지로 받은 연애 상담은 신선하면서도 반전이다.

연애를 한다는 것은....

 

두려운 마음<함께 있고 싶은 마음

지금의 행복 < 사귀게 된 경우 행복

지금의 행복 < 사귀게 됐을 때의 행복 - 거절당할 위험

 

지금의 행복에 대한 기댓값보다 연애를 할 때의 행복감이 더 클 경우에 결단을 내린다는 수학적인 연애부등식 풀이가 절묘하다. 기댓값과 확률로 발전해서 행복도를 측정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의 학교 현장에서도 시도할 만 한 내용들이다. 

수학으로 세상을 구하는 지는 잘 모르지만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준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수학이야기를 중학생의 시선으로 재미있게 그린 수학소설이다.

이런 소설 처음이다. 기대 이상이다.

 

* 탐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 한우리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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