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7
나가오카 히로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교장/나가오카 히로키/비채]서바이벌 게임 같은 경찰소설~

 

 

교장 敎場.

제목처럼 교육의 장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그린 미스터리 소설이다. 엄격한 교육시스템을 가진 일본 시골 경찰학교가 배경이다. 규율과 통제, 감시와 과제물, 훈련 과정들, 어느 것 하나 호락호락하지 않다. 혹독하고 깐깐하다. 엄격하고 기이하다. 한 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다. 마음을 놓는 순간 퇴학감이니까.

    

 

 

 

 

 

눈 속에서 자신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 경사였다는 이유로 경찰학교에 들어 온 미야사카. 생명의 은인의 아들인 히라타. 두 사람의 기이한 관계는 사실 이해불가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많은 학교일까. 히라타의 자살소동을 눈치 챈 가자미 교관. 독수리의 눈을 가진 가자미 교관의 촉이 섬뜩할 정도다.

 

교장에서는 배운 것을 연습시키는 것이 철두철미하다. 불심검문을 배웠다면 예비실습은 언제나 이뤄진다. 수업 중에도 엄격한 테스트를 하지만 복도에서도 운동장에서도 교관에 걸리면 제대로 불심검문을 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요주의 인물이 된다.

 

경찰학교에서는 다양한 구성원들만큼이나 사건 사고의 연속이다. 뺑소니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약혼자를 대신해 경찰학교에 들어온 구스모토,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막다른 골목에 몰린 동료를 외면하는 동료들,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동료에 상처를 입히는 학생, 현실과 타협하기 위해 은밀한 거래도 이뤄지고…….

 

   

책을 읽다 보면 높은 담장 안의 경찰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 이 정도일까 싶을 정도다. 살기를 띤 범인들과의 전쟁을 치르는 경찰이 되기 위해서 이토록 처절할 정도로 혹독하게 훈련해야 하는 걸까.

교육의 장에서는 보통의 스승과 제자 관계를 기대하지 마라. 낙오 시키려는 자와 떨어지지 않으려 버둥거리는 자가 있는 교실은 그대로 살벌한 전쟁터니까.

 

감시와 통제, 검문과 연습은 수시로 이뤄진다. 규율보다 교관의 말 한마디가 상위의 법이다. 교관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는 바로 탈락이다. 그런 극한의 상황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들이다. 사회에서 필요한 경찰을 길러내는 경찰학교이지만 이리도 지독한 학교가 있다니. 훈련 도중에 미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불심검문, 고문, 개미구멍, 조달, 이물, 배수 등으로 이루어진 이야기 속에서 불필요한 학생을 걸러내려는 매의 눈을 만나게 된다. 교관의 말 한 마디가 규율이 되고 의무 사항이 된다. 이런 극한의 서바이벌 게임을 좋아하는가, 그럼 추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헤어살롱 그 남자애 새움청소년문학 2
정지혜 지음 / 새움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헤어살롱 그 남자애/정지혜/새움]뱀파이어가 되고 싶은 잘 생긴 소년의 이야기~

 

정신없이 살다보면 홀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몰입해서 책을 읽다 보면 홀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헤어살롱 그 남자애>가 딱 그런 경우다. 귀신에 홀린 기분, 뱀파이어에 홀린 기분이랄까. 처음엔 유쾌한 글발에 끌렸고 다음엔 뒷얘기가 궁금해 홀렸던 이야기다. 뱀파이어가 되고 싶은 그 남자애, 어딘가에서 잘 생긴 인간의 모습을 한 채 밥으로 주린 배를 채우고 있지 않을까.

    

 

 

 

 

 

이야기의 시작은 그 남자애가 허름한 동네 헤어살롱에서 커트를 하면서 일어나게 된다. 그 남자애(장필승)는 비현실적인 출중한 외모에다 뛰어난 집중력으로 고3인 현재까지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운동도 잘하고 예의도 바르지만 친구가 없다는 게 유일한 흠이다. 그의 외모는 늘 눈에 띄기에 허름한 헤어스타일이나 옷차림 정도는 타인에 대한 약간의 배려인 셈이다. 너무 완벽하면 친구들에게 미안해지니까.

 

허름한 동네 헤어살롱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콧소리를 내는 미용사는 필승의 얼굴을 보며 남자애의 가족들을 알고 싶다고 한다. 하긴 빨간 스포츠카를 모는 멋쟁이 엄마, 배우 얼굴 빰 치는 아빠, 패션너블에 최고의 지성미를 겸비한 누나. 얼굴이 패션의 완성이라며 허름한 패션을 즐기는 필승, 이들 가족은 모두 비현실적 비주얼을 자랑한다.

 

어느 날, 선글라스를 낀 헤어살롱아줌마가 할 말이 있다고 남자애의 집을 찾아온다.

 

- 저는, 뱀파이어예요.

-뱀파이어 되고 싶은 생각 없어요? 난 이 가족이 마음에 들었는데.

 

뱀파이어 아줌마는 그 남자애 가족들 앞에서 밥을 먹는 뱀파이어 이야기, 뱀파이어의 미래를 위해 아름다운 유전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는 뱀파이어 이야기를 주절거리다가 간다.

 

더 이상 늙지 않는다는 말에 혹해 주름살 없는 인생을 살고 싶은 엄마는 뱀파이어가 되고 싶다는데...... 뭐 엄마의 미모가 누나의 미모에서 꿀리는 건 나이와 주름이라나 뭐라나.

 

어쨌든 헤어살롱에서 이들 가족이 뱀파이어 거행식을 하려던 찰나에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헤어살롱 아줌마를 붙잡아 가면서 사건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뱀파이어 거행식 날 그 헤어살롱에서 병에 든 빨간 피(?)를 마신 이후로 남자애는 뱀파이어가 되고 싶은 소망이 생겨나고, 누나가 즐겨마시던 커피점 파란 코끼리형의 사라짐, 형처럼 누나는 파란 코끼리를 찾아 아프리카로 떠나고, 갑자기 뱀파이어 수장이라는 아빠와 백색증으로 왕따로 시달렸다는 파란 코끼리형의 고모의 관계가 밝혀지고, 남자애를 미행하던 전봇대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왕따와 친구의 소중함, 외로운 사람들의 공존에 대한 이야기가 오싹한 뱀파이어 전설과 함께 상쾌하게 그려진다.

인간과 섞여 살아가는 뱀파이어 이야기가 이리도 유쾌할 줄이야. 한여름밤의 꿈 같이 귀신에 홀린 분위기에 취해 읽은 책이다. 뱀파이어가 되고 싶었던 그 남자애, 어딘가에서 잘 생긴 인간의 모습을 한 채 수능준비를 하고 있지 않을까. ㅎㅎㅎ

 

 

*새움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한우리북카페 서평단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김별아/해냄] 조선 최대 섹스 스캔들 어우동~

 

예나 지금이나 섹스 스캔들은 최고의 화제인가 보다. 남성중심의 유교 국가였던 조선에서 최대의 섹스 스캔들의 장본인은 어우동이라고 한다. 그녀는 기녀가 아니라 양반의 자식이자 왕실의 며느리였다. 그녀는 세종대왕의 형님인 효령대군의 손주 며느리였기에 세종대왕에게도 손주 며느리였던 셈이다.

 

그런 그녀가 섹스 스캔들을 일으켰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더구나 그녀의 섹스 상대는 양반에서 노비에 이르기까지 신분고하를 가리지 않았다. 더구나 종친과도 근친상간을 저질렀다고 한다. 성리학이 뿌리를 내리던 시절에 어찌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용감한 건가, 무모한 건가, 아니면 욕망의 분출을 도저히 억제할 수 없었던 건가.

    

 

어우동 스캔들은 15세기 성종 때에 일어난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충격적인 섹스스캔들이다. 이미 영화나 드라마로도 나왔다지만 이번에 처음 접한다. 김별아 작가의 매력적인 문체로 어우동을 만났다.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

 

어우동의 가정 분위기와 결혼 생활은 어땠을까.

어우동은 승문원 지사인 박윤창의 딸로 태어나 종친인 태강수 이동의 아내가 된다. 하지만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와 방탕한 오빠 밑에서 자란 그녀는 바람기 많은 남편에게 마저 어이없는 오해로 소박을 맞게 된다.

 

병신 아비와 화냥년 어미, 부모에 대한 혐오 가득한 오빠, 기녀랑 놀아나며 아내를 버리는 남편 등 어느 것 하나 온전한 가정의 모습이 아니다. 그녀는 온화하고 따뜻한 가정의 기운을 느낀 적이 없어서일까. 소박을 맞은 그녀는 길가의 집을 구해 독립하면서 자유로운 생각을 하게 된다. 이후 그녀는 여종의 도움을 받아 현비라는 이름으로 여러 남자를 만나게 된다.

 

- 더 이상 불행하지 않을 거야. 남들이 쳐놓은 어둠의 그물에 갇혀 있지 않을 테니까. 누더기 먹옷 같은 기억 따윈 벗어 버려.

- 너는 이제까지의 어우동이 아니야.

- 지금 이 순간부터 네 이름은 현비(玄非). (49)

 

그리고 그녀는 사헌부 아전 오종년으로부터 시작해 양반과 노비, 길 가던 소년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욕망에 끌리는 대로 정을 통하게 된다. 심지어는 팔촌 시아주버니인 수산수 이기, 육촌 시아주버니인 방산수 이난과도 근친상간을 저지르게 된다.

 

그녀는 사랑을 확인하는 징표로 문신을 요구하기도 한다. 양반이 극소수의 세상에서 여러 조관들과 유생들과의 섹스스캔들은 순식간에 부풀려져 한양에 퍼지게 된다. 발 없는 말이 빨리 가듯, 그녀에 대한 추문은 한양을 뜨겁게 달구게 된다. 그리고 성종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고…….

 

결국 사헌부의 상소문, 연루자의 증가로 인해 대사헌이 직접 나서 사건을 조사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반가의 아녀자, 종친의 며느리인 그녀가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음란행위를 했음을 밝히게 된다. 성종은 유배를 권하는 신하들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어우동을 교형( 목을 매다는 형벌)에 처하게 된다. 성리학적 질서를 잡고 해이해진 사회기강을 바로 잡으려고 그 본보기로 극형에 처햇다고 한다.

   

어린 시절 부모의 불화, 남편의 방탕한 기질이 없었다면 그녀의 음탕행위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모든 범죄에 핑계가 없으랴마는 그녀의 불우했던 가정이 자꾸만 떠올라 그녀에 대한 측은지심을 갖게 한다.

 

작가는 부정적이고 음탕한 이미지를 가진 어우동의 방탕을 이유 있는 방탕으로 그렸다. 그녀의 일탈적인 행동의 원인이 비정상적인 가정에서 비롯됨을 알리고 있다. 그녀 역시 불우한 가정의 희생자임을, 그런 행동으로 나올 수밖에 없음에 초점을 두고 그려냈다. 그리고 조금은 성적 자유주의자인 페미니즘의 시각으로도 그렸다.

 

어우동 스캔들을 읽으면서 그녀의 내적 아픔이 느껴지기도 하고, 이유 있는 방탕으로도 여겨지지만 그래도 지나치지 않나 싶다. 아직까지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어우동 스캔들은 한국사에서 최대스캔들이 아닐까.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신분의 벽을 넘을 수 있다니, 그 시절 한양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들려오는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탐정 셜록 홈즈 9 어린이 세계 추리 명작 시리즈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스튜디오 해닮 그림 / 국일아이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명탐정 셜록 홈즈 9/아서 코난 도일/국일아이]추리소설의 고전, ‘명탐정 셜록 홈즈

 

추리소설의 고전인 셜록 홈즈 시리즈를 만난 건 아마도 초등학교 때였을 것이다. 아직도 잊히지 않을 정도로 흥미진진했다는 기억이 있다. 한때는 명탐정 셜록 홈즈 시리즈가 실존 인물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쓴 저자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나이가 들어서도 셜록 홈즈를 영화로, 동화로 접하고 있다. 130년 전의 이야기이기에 현 시점과 분명 괴리감도 있지만 홈즈가 여전히 매력적인 이유는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척척 해결해낸다는 점이 아닐까.

    

 

명탐정 셜록 홈즈 시리즈의 작가는 셜록 홈즈가 아니라 아서 코난 도일이다. 1859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태어난 아서 코난 도일은 어린 시절 읽은 에드가 앨런 포의 뒤팽 탐정 캐릭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의학을 전공하면서도 고전문학, 가보리오, 에드가 앨런 포의 작품을 즐겨 읽었다고 한다. 그는 <주홍색 습작>를 시작으로 평생에 걸쳐 명탐정 셜록 홈즈 시리즈를 썼다. 홈즈의 모델은 에든버러 대학 의학부의 스승이던 벨 박사라고 한다.

 

첫 번째 나온 이야기는 해군 조약문이다.

 

런던 제일의 사립 탐정인 셜록 홈즈는 천재적인 두뇌와 펜싱, 복싱, 유도 등으로 단련된 체력을 지난 불굴의 탐정이다. 더구나 판단력과 추리력, 관찰력, 행동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매력적인 탐정이다.

홈즈의 친구인 의학박사 왓슨은 항상 홈즈를 도와주는 조력자다. 홈즈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의사 친구다.

 

퍼시 펠프스는 외무부에서 근무하는 왓슨의 학창 시절 친구다. 그는 중요한 외교 문서를 잃어버렸다고 홈즈와 왓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게 된다. 며칠 아팠다는 친구의 편지 글씨체는 여자체로 밝혀진다. 누가 쓴 편지일까. 외교 문서를 훔쳐 간 범인은 누구일까. 범인이 그런 범죄로 인해 얻게 되는 이익은 무엇일까.

 

펠프스의 집에는 펠프스의 이탈리아인 약혼녀 애니 해리슨과 그녀의 오빠이자 펠프스 저택의 집사인 조셉 해리슨이 있다.

펠프스가 털어놓는 사건의 전말은 이런 것이다.

10주 전, 펠프스의 외삼촌이자 외무부 장관인 홀더스트 경이 영국과 이탈리아가 체결한 비밀조약의 사본을 만드는 임무를 펠프스에게 맡겼다. 하지만 조약 체결의 비밀이 새나가면서 프랑스와 러시아 대사관에서 정보를 얻고자 혈안이 된다.

 

한편, 외교 문서의 사본을 만드는 일은 국가의 기밀이기에 펠프스는 모두 퇴근한 이후에 자신의 사무실에서 필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조약의 원본을 베끼는 도중에 잠시 방을 나갔고 그 사이에 원본을 도둑맞게 된다.

 

범인은 누구일까. 같은 방을 쓰고 있는 찰스 고로일까. 군인 출신인 수위일까. 잠시 커피 심부름을 맡은 수위의 아내일까, 프랑스 대사일까 아니면 러시아 대사일까. 그도 아니면 펠프스의 외삼촌인 홀더스트 경일까.

이 사건으로 누가 가장 이익을 주게 될까. 비 오는 날 밤 마차를 이용한 사람은.

 

홈즈는 특유의 관찰력을 발휘하고 민첩한 행동력, 예리한 추리력으로 범인을 잡게 되는데......

 

   

 

요즘 추리소설의 긴박함은 없지만, 소소한 단서에서 추리력을 발휘하고 동물적인 감각을 발휘하는 홈즈의 문제 해결 능력은 대단해 보인다. 요즘 탐정소설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은 없지만 명탐정의 촉을 발휘하여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모습이 아인슈타인 같다. 머릿속으로 실험을 하는 아인슈타인과 머릿속으로 신속하게 추리를 해내는 셜록 홈즈가 비슷해 보이는데......

 

국일아이 출판사의 어린이 세계 추리 명작 시리즈는 아서 코난 도일의 추리 소설 중에서 어린이에게 맞는 작품을 선별해서 어린이가 읽기 쉽도록 재구성했다고 한다.

 

이 책은 어린이 세계 추리 명작 시리즈로 나온 명탐정 셜록 홈즈 아홉 번째 이야기다. 해군 조약문, 노우드의 건축업자, 빈집의 모험, 글로리아 스콧 호 등 네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먼데이 모닝스
산제이 굽타 지음, 최필원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먼데이 모닝스] 신경외과의 비밀 모임에서 일어나는 진실은~

 

 

몸이 아파 병원을 가게 되면 어려운 공부와 긴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얻어지는 의사라는 직업이 늘 존경스럽다. 그들의 손 끝에서 생사가 갈리기도 하고 그들의 진단으로 생명을 연장하기도 하기에 의사들의 손은 신의 손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더구나 뇌 과학의 발달로 뇌와 관련된 신경외과는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뼈로 단단히 둘러싸인 뇌지만 잠깐의 충격으로 뇌가 손상된다면 몸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해지니까. 뇌출혈과 뇌경색이야말로 환자의 삶은 물론 한 가족의 삶을 불우하게 만들어 버리니까.

 

먼데이 모닝스. 의사들의 병원생활을 다룬 소설은 처음이다. 미국 헬스 메디 TV 케이블 최초 방영이 확정된 소설이라고 한다.

 

첼시 제너럴 병원 신경외과에서는 비밀 모임이 있다. 311.6이라는 호출신호인 먼데이 모닝스가 뜨면 호출을 받은 사람만 참석할 수 있는 의사들의 비밀 미팅이다. 최고 수준의 의사들만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미팅이다.

 

월요일 오전 6311호에서 열리는 먼데이 모닝스(M&M)’에서는 의사들의 실수를 터놓고 토론하고 점검받는다. 작은 실수까지도 가혹하고 매정하게 비판한다. 비난과 공방이 난무하는 자리이기에 의사들의 자아비판 같고 고해성사 같다.

 

이러한 야만적인 제단에 바쳐진 무수한 제물들로 인해 첼시의 의사들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좀 더 나은 의사가 되었다는 자부심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수, 합병증, 죽음을 논의하다 보면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되기에 유능한 의사들마저도 불편해하는 자리다. 편이 갈리고 품위를 잃은 비판까지 이어지기에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자리다. 경쟁자의 입장에서 비판할 수 있다면 모를까, 모두가 꺼리는 자리다.

 

아마도 모두들 그 순간만큼은 미팅 방을 탈출해 병원을 벗어나고 싶을 것이다. 어쩌면 지구를 벗어나 낯선 외계 행성에 불시착해도 좋다는 공상까지 할 것이다.

 

어느 날 월요일 아침 열리는 병원의 가장 비밀스러운 미팅에 천재의사이자 병원의 스타 의사인 타이 윌슨도 호출을 받게 된다.

축구를 하다 머리를 부딪친 소년이 응급실에 왔을 때 타이가 처치했고, 추가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수술 중에 소년의 좌측 측두엽에 악성으로 보이는 커다란 종양이 발견되면서 종양제거 수술을 하지만 피가 응고되지 않아 소년은 식물환자가 된다. 타이는 혈우병 유전에 대한 사전 조사를 게을리 한 것이다.

 

먼데이 모닝스에는 사실 예외 없이 모든 의사들이 호출되어 1인 재판 형식의 비판을 받는다. 그 미팅이 더 나은 최고의 의사가 되기 위한 목적이지만 청문회 같은 미팅 분위기는 모두를 주눅 들게 한다.

낮은 징계에 항의하며 언성을 높이는 동료 의사들 앞에서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사기가 점점 움츠려 들기도 한다. 먼데이 모닝스는 타이, 티나, 시드니, , 데이비드, 벅 등 모두가 한 번쯤은 올랐던 가혹한 재판대다.

 

 

책에서는 한국인 의사 성 박이 나온다. 한국 최고 의대를 나온 그는 다분히 열성적이고 경쟁적으로 의사의 직무에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그도 최악의 뇌종양인 다형성 교모세포종에 걸려 수술을 받게 된다. 유능한 의사인 티나 역시 사고를 당해 수술대에 오른다.

 

개인적으로 가장 반전을 주는 인물은 조지다. 몸무게 160kg, 188cm 인 거구의 의사인 조지의 죽음은 의사조차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의 냉혹함을 보여준다. 그는 때로는 충동적인 진단을 내리기도 하지만 신기하게도 처치가 훌륭함을 평가받는다. 환상적이고 마술적인 그의 진료로 인해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 최고의 트라우마 치프, 괴짜 의사라는 별칭까지 얻은 의사다. 하지만 아들의 실수로 생을 마감하는 그의 죽음 앞에서는 그저 황망할 뿐이다.

 

어디에선가 이런 비밀 미팅이 이뤄지지 않을까. 어쨌든 피드백은 있어야 하고 다음 실수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런 모임은 필요하니까. 최고의 의사, 실수 없는 의사가 되기 위한 선의의 목적대로 지속할 수 있는 모임이라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저지른 실수를 통해 최고의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이기에 의도가 변질되지 않는다면 꼭 필요한 모임일 것이다.

 

이 책은 타인의 생사를 쥐락펴락하지만 자신의 목숨은 어찌할 수 없는 의사로서의 비애, 라이벌 의식, 의사들 간의 사랑, 의사들의 내밀한 모습, 병원의 속내를 그린 잘 짜인 의학소설이다. 병원의 감춰진 한 부분을 들춰낸 이야기다.

 

책을 읽노라면 수술실에서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냉혹한 현실, 한 순간의 집중력을 방해해서도 안 되는 냉정한 현실, 개인적인 감정이나 아픔은 꽁꽁 묻어두고 수술에 몰입해야하는 비정함도 느낄 수 있다.

 

의학 소설이기에 건강 상식들도 만날 수 있다.

11세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1200년까지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읽었다는 대목도 있다. 진짜일까. 활기찬 하루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겠지.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증에, 도파민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으면 파킨슨병에, 비타민 B12가 부족하면 치매에, 페인트 조각에서 나온 납 성분이 뇌의 피와 섞이면 아이들의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뇌세포 하나가 걷잡을 수 없이 크게 자라면 시력이나 기억 상실,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의학 상식도 만날 수 있다.

 

의사의 실수나 오진으로 환자가 사망하기도 하는 세상, 신뢰가 불신으로 바뀔 때의 고소고발과 상처로 남는 세상의 이야기다.

 

의사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 병원 다큐를 본 느낌이다. 병원 24시를 보는 것 같다. 의사란 존재가 환자를 살리기도 하고, 죽일 수도 있고, 자신이 환자로 수술대에 오를 수도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