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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 사는 집
카린 랑베르 지음, 류재화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파리 외곽에 위치한 전원주택풍의 아름다운 카사 셀레스티나. 이곳은 아주 특이하게도 다섯 명의
각기 다른 나라, 각기 다른 사연과 나이를 가진 여성들만이 사는 곳이다. 수리공마저도 여성만 들어올 수 있는 이곳의 유일한 수컷은 장-피에르라는
고양이 한 마리 뿐이다.
'행복한 집'이라고 이곳에 사는 여자들이 이름지은 카사 셀레스티나의 5층에는 입주자들 모두가
여왕이라 부르는 전직 발레리나가 산다. 일흔을 넘긴 나이의 그녀는 오로지 여자들만 입주할 수 있는 특이한 조건을 내걸고 터무니없이 싼 임대료로
네 명의 여자들을 입주시켰다.
가장 최근 이곳에 입주한 인물은 줄리엣. 줄리엣은 먼저 카사 셀레스티나에 살다가 자신이 키우던
새의 죽음을 겪고 인도로 떠난 카를라의 소개로 이곳에 입주하게 되었다. 영화 학교에서 사무 조교와 졸업반일 때 만난 두 사람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줄리엣의 부모로 인해 그녀가 울고 있을 때 말을 걸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고 카를라가 인도로 가기 전 집을 구하던 줄리엣에게 소개를
해줬던 것이다.
유대인으로 아들을 원했던 아버지는 딸인 줄리엣을 본체만체했고 오로지 아버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어머니는 두 사람 사이에 줄리엣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고 말하며 어렸을 때부터 종종 그녀를 클럽에 맡기고 둘이서만 바캉스를 떠나기도
했을 정도이다. 이때의 경험은 그녀에게 음식(초콜릿)에 집착하게 만든다.
단순히 사는 것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대문안으로는 여자만 들어올 수 있는 이곳에서도 줄리엣은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진정한 사랑을 찾으려 애쓴다. 줄리엣이 여왕벌이라 부르는 에투알 수석 무용수였던 뤼세트는 한 때 뛰어난 실력으로 많은
남성들의 구애를 받지만 결국 사랑이 시들것을 걱정해 이들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중 유일하게 그녀를 먼저 떠났던 남자가 남겨준 이 집
5층에서 점점 나이들어가며 그때의 영광을 떠올리며 살아가고 있는 여인이다.
나머지 입주자 중 시몬이라는 여성은 자신의 고향에서 파리에 온 여성으로 이곳저곳을 여행하다가
만난 스페인출신의 목동과의 사이에서 디에고라는 아들을 낳지만 그의 배신, 이후 배우러 간 댄스교실의 강사와의 사랑에서 얻은 상처로 더이상
사랑을, 남자를 만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이곳 카사 셀레스티나에 오게 되었다.
로잘리는 사업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너무나 잘 맞고 사랑했던 남편 프랑수아가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로잘리의 말에 결국 그녀를 떠나버린 뒤 그 상처로 이곳에 오게 되었는데 이후로도 프랑수아는 계속 로잘리에게 엽서를 보내고 있다.
마지막 주세피나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출생으로 가족의 의미가 남다른, 집안에서 여자의 주장이나
인권은 없고 오롯이 아버지와 남자 형제들에 의해서 자신의 인생이 결정되었던 인물로 역시나 결혼도 그렇게 하지만 후에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쳐서
제대로 걸을수 없게 되자 가족들은 그녀가 아이를 잘 보살피지 못할 것이라며 아이를 강제로 그녀에게서 데려가고 그렇게 그녀는 상처를 입고 이곳으로
오게 된다.
저마다 남자로부터 상처를 받아 더이상, 다시는 남자를 만나지 않겠다는 여왕의 말에 동의하고
주변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살아가지만 줄리엣의 등장으로 이들은 남자와 사랑에 대해 그들이 결코 무관심하지도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뤼세트가 이들 다섯 여성들에게 남긴 편지를 보면 어쩌면 누구보다 진정한 사랑을 얻어 행복을
누리고자 했던 인물은 바로 뤼세트가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들이 사랑에 상처받아 사랑을 등지기 보다는 이를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이라 여기며 그들의 진짜 사랑과 행복을 찾아내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