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 - 자아의 8가지 그림자
아닐 아난타스와미 지음, 변지영 옮김 / 더퀘스트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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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정확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어느 하나의 성질이 죽을 때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드물고 심지어는 평생토록 자신이 누군인가에 대한 물음에 답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바로 이 '나'라는 가장 쉬워 보이는 대상이지만 동시에 가장 어려운 존재에 대해서 뇌과학을 통해서 풀어낸다는 점이 흥미로울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사실 뇌의 비밀은 아직까지도 전부 해결되지 않은 미지의 세계나 다름없을텐데 이 책에서는 이 뇌과학을 아주 독특한 증세 8가지를(즉, 어쩌면 8가지 종류의 특별한 자아) 실제 예로 들어서 설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겠다.

 

가끔 영화를 보면 너무나 생소한 증세를 지닌 환자들의 이야기가 소개되고 또 때로는 국내의 모 연예인들이 보여지는 이미지와는 달리 의외의 증세로 힘들어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실제 사례 속의 존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앞서 이야기 한대로 진정한 '자아','나'라는 존재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사실 당사자에게는 너무나 힘든 상황일테니 단지 흥미롭다고만 표현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긴 하지만 코타르증후군, 자폐스펙트럼장애, 조현병, 이인증, 알츠하이머, 황홀경 발작, 유체이탈 등에 이르기까지 생소한 증세가 대부분이지만 그중에는 대중에게도 익숙하게 여겨지는 증세도 있는 만큼 실제 증세를 겪고 있는 환자들과의 심도있는 인터뷰를 통해서 쓰여진 이 책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할 수 있을것 같다.

 

이 책의 저자인 아닐 아난타스와미는 《뉴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의 전 부편집장이자 현 고문으로서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잘 아는  《내셔널지오그래픽뉴스National Geographic News》, 《디스커버Discover》, 《매터Matter》 등에 기고를 하고 있는 과학 저널리스트로 과연 나와 나의 존재 사이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만드는데 비록 우리가 자신의 신체를 지니고 있다고는 해도 만약 자아가 명확하지 못하다면 과연 나는 존재하는 것인가하는 문제도 생각하게 만들어서 생소한 증세의 용어만큼이나 내용이 쉽지는 않겠지만 전문성과 함께 가독성은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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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다이어리 - 행복을 느끼는 일상의 속도 낯선 곳에서 살아보기
이미화 지음 / 알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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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사대주의는 아니나 가끔 외국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여유롭다는 것이 부럽다. 물론 사회적인 환경이 국민들로 하여금 그런 삶을 살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주는 부분도  크겠지만 여유로움 속에서도 진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때론 놀라움을 동반하기도 한다.

 

최근 북유럽이 인기다. 인테리어나 라이프 스타일은 물론 교육 스타일, 이제는 그들의 삶 전반에 걸친 분위기를 대변하는 말이 국내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휘게라든가 욜로, 티타임을 의미하는 피카 등이 국내에서도 점차 관심을 모으는 것은 지나치게 빠름을 강조하고 진정한 휴식이 없는 삶을 살아 온 우리나라 사람들이 웰빙과는 또다른, 어쩌면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로움을 누리고자 하는 의미에서 일텐데 『베를린 다이어리』을 보고 있으면 그런 분위기가 물씬 풍겨서 참 좋다.

 

책 속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사진이 포함되어 있는데 전반적으로 그 느낌이 따뜻하고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어찌됐든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 바삐 움직이는 사람도 있을테고 급한 일도 있겠지만 사진 전반에 흐르는 왠지 모르게 따스하고 편안한 분위기는 낯선이도 어느덧 동화될것 같기만 하다.

 

 

예전에 어딘가에서 본 스트레스 지수에 따르면 이사는 의외로 높은 스트레스 지수를 보인다. 하물며 퇴사에 이사도 아닌 외국으로의 머물기 위한 떠남이라니 분명 쉽지 않았을 선택이지만 저자는 전세계의 무수한 나라와 도시 중에서도 베를린으로 가서 베를리너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이 책 속에 담아낸다.

 

'더 늦기 전에'라는 말은 달콤한 유혹처럼, 또 위험한 도발처럼 일상에서 몇번이고 우리를 흔들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을텐데 저자는 그렇게 떠난 유럽 여행의 마지막 여행지이자 도시인 베를린에서 일상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고 살아보겠다는 결심을 하고 또 그렇게 하게 된다.

 

여행자와 거주자의 중간쯤에서 바라 본 베를린, 그런 상황에서 놓인 베를리너의 이야기. 분명 흥미롭다. 마치 블로그에 그날그날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낸것 같은 진솔함이 묻어나는 이야기는 곳곳의 풍경 사진과 함께 잘 어울어져 읽는내내 간접적으로나마 베를린을 느끼게 해준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속의 글자가 조금만 더 컸더라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이나 디자인 등에 있어서도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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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는 파리 여행으로 부재 중 - 젊은 언니의 유쾌발랄 프랑스 정복기
김원희 지음, 명난희 그림 / 봄빛서원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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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꽃보다 할배>라는 여행 프로그램이 상당한 인기를 모은 바 있다. 평균 나이 70 넘는 할아버지들이 단체 관광도 아닌 배낭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이 독특했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청춘이라 불리는 젊은이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인상적이였던 것 같다.

 

최근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떠난다. 직업도 제각각이며 연령층도 다양하다. 때로는 혼자서 떠나기도 하고 때로는 가족이나 친구끼리 떠나기도 하는데 이들의 여행기를 인터넷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우리는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심 부러워지는 것은 단순히 시간적, 경제적 이유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낯선 세계로 두려움을 안고서도 떠났고 그속에서 온갖 버라이어티한 일들을 경험해도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그 과정이 당장의 삶에 큰 변화를 주는 것은 아닐지라도 여행 당사자에겐 분명 큰 의미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50대에 유럽여행 계까지 들어서 단체 관광여행을 다녀 온 뒤 시간에 쫓겨, 가이드의 안내대로 이리저리 끌려다니다시피 한 여행에 대한 아쉬움을 만회하고자 인생 육십의 나이에 자유여행을 계획하고 이를 당당히 실행에 옮긴 할매의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롭다.

 

 

그렇게 부산 할매는 친구와 함께 우여곡절 끝에 파리로 입성한다. 비행기 안에서부터 웃음을 자아내게 했던 두 분의 여행기는 여행내내 젊은이들과는 또다른 관점에서 여행의 묘미를 들려준다. 프랑스 파리에서의 첫날 밤을 시작으로 파리 곳곳을 여행하며 소위 관광 대국 프랑스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도시로 불리는 파리의 유명 관광지 이곳저곳에 얽힌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건축물, 그 장소가 간직한 문화·예술적인 이야기, 간간이 나오는 할매의 Travel Tip도 만날 수 있다. 파리는 물론 리옹, 최근 각광받고 있는 여행지인 프랑스 남부와 알자스 지역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프랑스 여행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파리 테러 이후 다시 찾은 프랑스에 대한 이야기는 숙연한 분위기마저 자아내지만 피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담아낸 것은 그 의미에서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너무나 유명한 여행지인 프랑스의 여러 지역을 조금은 색다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었고 그 여행기가 솔직담백한것도 의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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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기다리다 - 황경택의 자연관찰 드로잉, 두 번째 이야기
황경택 글.그림 / 도서출판 가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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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도 몇 개의 화분이 있고 그중에는 꽃을 피우는 종류도 몇은 된다. 그래도 식물에 대해서는 어린 아들녀석보다 무지하다 싶을 정도로 크게 관심이 있지는 않다. 그저 물주고 겨울에는 얼지 않도록 돌봐주고 꽃이 피면 예쁘구나 싶어 감상하는 정도다.

 

그렇다고해서 길가에서 만나게 되는 꽃들을 보고도 못본척 지나칠 정도의 무감각한 사람은 아닌데 요즘에는 거리 곳곳에서 개나리와 벚꽃, 목련이 만발하다보니 절로 걸음을 멈춰가면 휴대하고 있는 전화기로 사진을 찍어두기도 한다.

 

그림을 잘 그리지도 못하는 사람이니 어쩌면 화질 좋게 출시되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보관하는 일이 더 편할지도 모를 1인이지만 잘 못한다고 해서 무관심하진 않기에 마치 오랜 시간을 투자해 빨리 감기해서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순식간에 마주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는것 같은 『꽃을 기다리다』는 분명 흥미로움을 넘어 멋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실 이 책은 '황경택의 자연관찰 드로잉'를 통해서 기획된 두 권의 책 중에서 지난 2015년에 먼저 출간된 『오늘은 빨간 열매를 주웠습니다』에 이은 책으로 식물에 문외한이 사람들이라도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는 이 책을 포함해 두 권 전체에 담겨진 식물들은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란다. 책으로 본 식물을 바로 내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일 것이다.

 

열매를 먼저 소개한 것은 따라 그리기가 그쪽이 훨씬 쉽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하는데 이번에 꽃을 선보이며 식물이 꽃을 피우는 이유는 한 해의 성장을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씨앗을 남기기 위해서라고 한다.

 

1년 내내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면 관찰한 기록을 책으로 내려다 부족한것 같아 다시 1년을 더한 시간의 기록이 이 책에 담겨져 있는데 추가된 시간동안 또 보지 못한 것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꼈고 그 즐거움을 많은 독자들과 공유하고 있는 이 책은 세밀화로 표현된 식물도감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마치 꽃이 피는 전과정을 그려내는것 같은 책은 꽃의 시작점이자 어쩌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뿐 꽃은 자신을 피우기 위해 부단히도 애쓰는 과정이라는 겨울눈에서부터 보여주는 것은 참 의미있는 일인것 같다. 이후 새순이 돋고 봄이 오고 또 짙은 신록을 거쳐 완연한 꽃의 계절을 맞고 정렬적으로 피어나는 꽃들에 이어 가을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듯이 눈으로 담고 손으로 세밀하게 그려낸 그림에는 아주 작은 부분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은 정성이 엿보이며 저자의 간략한 설명도 함께 적혀 있어서 모르고 봐도 문제 없는 책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간략함을 넘어서는 코멘트도 적혀 있기 때문에 꽃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그 아름다움이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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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으로 인도하는 질문여행 - 내 삶에 대한 물음표. 인도에 가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전명윤 지음, 대한항공 기획 / 홍익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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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넓은 땅만큼이나 많은 인구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를 간직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각 지역이 하나의 특구처럼 느껴질 정도로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것 같은데 최근에는 인도에서 여성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발생해 사실 여행에 대한 두려움은 큰 지역이지만 여전히 인도는 여행자들의 사로잡는 무엇인가의 매력이 존재하는 곳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인도의 매력을 느껴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생각으로 인도하는 질문여행』이다. 이 책의 저자인 환타 전명윤은 스물네 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인도 여행을 한 이후로 시간만 나면 인도를 다녔다고 한다. 이런 그를 향해 사람들은 '인도환타'라 불렀을 정도라고 하는데 운명의 짝 역시도 인도에서 만나 결혼을 했다니 인도는 저자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것 같다.

 

인도 가이드북도 출간했고 여행 작가로서 관련 강의도 하고 팟캐스트에도 출연하는 등의 삶을 살아온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각기 다른 개성과 매력을 뽐내는 인도 여행기를 선보인다. 미사여구로 가득 채워진 인도 여행기가 아니라 인도 여행의 고수다운 담백하지만 감성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여행기와 가이드북의 중간 어디쯤에 속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도 여행은 수도인 델리로 시작되는데 많은 여행자들이 몸서리를 치며 델리 피하기를 고수하는 가운ㄷ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시작으로서 델리의 매력을 솔직하게 들려준다.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호객 행위를 빙자한 사기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는 델리의 모습으로 인해 인도의 첫인상이 좋지 않아 인도 여행 내내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또한 인도이기에 가능한 모습이라는 생각으로 다가선다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달의 광장이라는 이름을 가진, 굳이 표현하자면 즐거운 지옥이라 이름 붙인 찬드니 촉, 마치 인도의 흥망성쇠의 축소판 같은 쿠와트 알 이슬람 모스크와 꾸뜹 미나르에 얽힌 이야기도 읽을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에 묻히고 싶다는 황후의 한 마디에서 시작된 타지마할, 홀리라는 즐거운 축제 이면에 감춰진 아픈 역사를 만날 수 있는 마투라, 인도의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물가로 배낭여행객들마저 빨리 빠져나오게 만드는 그러나 누군가에겐 여전히 보다 나은 생활을 꿈꾸며 시골에서 향하게 하는 꿈의 도시 뭄바이, 위생적인 면에서 보자면 절대 들어갈 수 없을것 같지만 인도인들에겐 신화 그 자체로서 성스러움을 대명사인 갠지스 강이 자리한 바라나시 등이 소개된다.

 

개인적으로 눈길을 끄는 지역은 파란 도시 조두뿌르, 왕가의 생존과 직결되었던 핑크빛이 여전히 구시가지에 남아있는 자이뿌르, 하나의 거대한 돌산을 조각해낸 카일라사 사원을 볼 수 있는 아우랑가바드, 인도의 여느 지역들과는 달리 비교적 종교적 갈등이 적고 카스트 의식도 옅으며 안정된 사회 구조를 지닌 께랄라이다.

 

인도 역시도 사람이 사는 곳이기에 우리네 사는 모습과 비슷한 부분도 없진 않지만 인도이기에 가능하고, 인도이기에 보고 느낄 수 있는 문화가 있기에 지금도 전세계에서 수많은 여행자들을 불러들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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