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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재원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1월
평점 :
근 10여 년 전 쯤 『편의점 인간』을 재미있게 읽었었다. 참 묘한 책이다 싶었던 것이 작품 속 주인공이 마치 작가의 분신 같은 인물로 실제 작가가 해당 작품으로 일본 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제15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을 당시 시상식 당일 아침까지도 편의점에서 일을 하다가 왔다고 수상 소감으로 발표했던 것이다.
어릴 때부터 남달랐던 주인공의 삶, 그래서 보통의 사회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던 그녀의 삶이 참 묘하다 싶어서 책을 읽으면서도 혹시 이 모습 역시 작가의 한 모습일까 싶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런 무라타 사야카가 이번에 『신앙』이라는 작품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전작이 후루쿠라 게이코 한 명의 삶을 담았다면 이번에는 6편의 단편과 2편의 에세이를 담고 있는데 작품들이 더욱 특이해졌고 그 이상으로 흥미로워졌다.
「신앙」은 가성비를 최고로 여기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모든 것에서 가성비를 따지니 오히려 주변에 사람이 남지 않고 혈육인 여동생마저 그런 언니인 자신에게 그런 행위를 신앙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주인공이 사이비 종교 사업을 하고자 하는 동창에게 자신을 세뇌해달라고 말하며 달라지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던 작품이다.
「생존」은 지구 온난화로 계절이 사라지고 점차 땅이 물에 잠기고 결국 사람에게 등급이 매겨지는데 이는 생존율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A등급이 되려고 하거나 아니면 생존율이 낮아 도태될 경우를 대비해 아예 야인이 되어 과거 원시인처럼 살아가길 대비하는 부류가 소개되는데 이는 재난 상황에서 누군가는 살아남지만 결국 그것이 모두가 될수 없는, 경쟁에서 뒤쳐진 이는 결국 도태될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싶어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토맥윤기(土脈潤起)」는 「생존」을 위해 야인이 되어버린 이를 언니로 둔 주인공의 이야기로 어떻게 보면 생존의 한 방법으로서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등장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들의 혹성에 돌아가는 일」은 상상 속 우주인을 마음 속에 품고 사는, 그것이 누군가에겐 혹독한 현실을 살아가게 하는 하나의 피난처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그 종류는 다를지언정 상상의 우주인과 그들의 혹성이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세계가 존재해야 내가 살아갈 수 있기에 절대적으로 남에게 말할 수 없는, 나이에 상관없이 존재할 수 있는 그런 존재와 공간 말이다.
「컬처쇼크」는 마치 흑백처럼 세상이 ‘균일’과 ‘컬처쇼크’ 밖에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균일’에서 살아가던 주인공이 아빠와 함께 ‘컬처쇼크’로 와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처음에는 균일의 주인공에게 컬처쇼크 그 자체였던 컬처쇼크의모든 것이 어쩌면 그 반대로 컬처쇼크의 이들에게도 균일은 충격 그 자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기분 좋음이라는 죄」는 에세이로 역시나 작가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던 인상적인 작품이며 「쓰지 않은 소설」은 클론 가전을 소재로 한 이야기로 미래시대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이런 시대 속 진정한 인간성이란 무엇일까 싶고 마지막 「마지막 전시회」는 가장 디스토피아적 상황 속에 희망을 꿈꾸는 상황이 참 묘하기도 하다 싶은, 그래서 어쩌면 무라타 사야카는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그려내고자 했지만 진심으론 그속에서도 존재할 희망을 말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그가 생각하는 진짜 디스토피아의 세계는 이런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싶은 마음에 『신앙』을 통해 전작보다 더 거대해진 작가의 세계에 또 한번 감탄하게 된 순간이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