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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평점 :
표지와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라는 제목만 보고선 에세이겠거니 했었다. 그런데 사실은 최은영 작가님의 세 번째 소설집으로 표제작이기도 한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2020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작품 속에는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물론 보토의 단편보다 길이가 좀더 긴 중편도 포함되어 있다. 가장 먼저 나오는 작품은 표제작인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인데 상당히 현실적일 수도 있는 부분들이 작품에 그려져 인상적이다.
주인공 희원은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한 학생이지만 은행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학생이 된 경우로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에서 첫 날 곤란한 상황에 놓여 있을 때 담당 교수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기고 덕분에 그녀에 대해 관심을 가진 뒤 그녀가 이전에 쓴 작품을 찾아 읽게 되며 어떤 공감대가 생긴다고 생각했으나 희원이 대학원 진학과 관련한 대화 속에서 의도치 않게 그녀가 희원에게 상처가 될 만한 말을 하고 희원 역시 이에 그녀에게 어떻게 보면 감정적 대응을 하게 된 이후 시간이 흘러 당시 그녀가 교수였으나 시간 강사였던 것처럼 자신 역시 그 입장이 되어서야 그녀의 말을 이해하게도 되는데 어떤 면에서 볼때 희원에게 있어서 그녀는 어떤 동경 같은 존재가 아니였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몫」은 같은 여성이라고 해서 쉽사리 하나의 무리가 될 수만은 없는 복잡미묘한 여성의 관계성을 그리고 있고 「일 년」은 사원인 지수와 계약직 인턴인 다희가 1년의 시간을 풍력발전소 공사 현장을 오가며 나눈 공감을 그리다가 이윽고 의도치 않은 계기로 사이가 틀어진 이후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재회로 서로간의 오해를 푼다거나 하는게 아니라 두 사람이 공감을 나눴다고 생각했던 그 1여 년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뻔하지 않은 전개가 꽤나 인상적이였다.
「답신」은 주인공이 언니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 주인공 가족, 특히 언니와 자신의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어머니의 부재, 아버지의 방치 속 언니는 오롯이 부모가 되어 주었으나 시간이 흘러 점차 변해가는 모습 속에서 그리고 언니의 결혼 이후 언니가 자신을 지켜주었던 것처럼 자신은 언니를 지킬 수 없음에 괴로워하는 이야기 등이 잘 그려지며 과연 그런 때에 주인공은 어떤 행동을 취했는가가 안타깝게 그려진다.
「파종」은 엄마의 부재를 대신했던 오빠와의 이야기를 텃밭이라는 매개체로 잘 그려내며 「이모에게」는 주인공이 이모에 대해 생각하며 쓴 이야기로 어느 한 감정으로 단정지을 수 없는 감정이 잘 그려지며 마지막 작품인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은 흔히 애증의 관계라 불리는 모녀 사이를 그리고 있다. 엄마인 기남이 딸 우경을 만나러 홍콩에 가서 겪게 되는 이야기로 그들 사이에는 손자인 마이클이 있다. 단순히 감초 역할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마이클을 통해 서로 간의 이해를 그려내는 작품이라 상당히 인상적이다.
작품들은 다양한 인간 관계가 등장하고 그속에는 오해와 갈등, 그리고 후회와 이해가 존재한다. 지극히 인간적인 이야기들이라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매력이 있는 작품집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