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한의 버튼
홍단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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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이 복수를 원하여 나를 불렀도다. 이 버튼의 타깃은 바로 네가 미워하는 사람이다. 그가 누구든지 3천만 원어치의 불행을 가져다주리라.”(12쪽)

 

<모범택시>라는 드라마가 상당한 인기였다. 일종의 복수 대행 서비스였는데 사람들이 얼마나 억울하면 이런 사적 보복 서비스에 통쾌함마저 느낄까 싶었는데 실제로 천인공노할 잔혹 범죄를 저지른 죄인들이 인권이 있다는 이유로, 또 온간 감형 사유와 말도 안되는 반성문을 썼다는, 뉘우친다는 등의 이유로 어처구니없는 처벌을 받을 때마다 이런 서비스가 있다면 진짜 성공하겠다 싶은 생각을 했었다. 

 

그렇기에 3천만 원어치의 불행을 내가 미원하는 사람에게 복수하듯 가져다준다는 이 작품이 궁금했던것 같다. 

 

 

흔히 사람들은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들에게 천벌을 받을거라고, 받으라고 말하지만 정말 그럴까 싶기도 하고 언젠가는 그 업보 때문에라도 벌을 받을거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이 책은 좀더 구체적으로 아라한이라는 독특한 차림새와 외양을 가진 남자가 나타나 연꽃무늬 금동 버튼을 건내면서 3천만 원어치의 불행을 건낸다는 이야기를 한다니 진짜 증오에 휩싸인 사람들에게 이런 사람이 나타난다면 누구라도 고민을 해보지 않을까.

 

3천만원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억울함과 증오가 그 돈을 웃돈다면 충분히 버튼을 누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분명 처음은 아라한의 모습에 뭐 이런 미.친. 인간이 다 있나, 나랑 농담하자는 건가, 혹시 사기꾼인가 싶어질 수도 있겠지만 증오가 이성적 판단보다 앞선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사람들은 연꽃무늬 금동 버튼을 누르게 될 것이다. 마치 귀신한테 홀린 사람처럼 말이다.

 

분명 처음은 아라한의 모습에 뭐 이런 미.친. 인간이 다 있나, 나랑 농담하자는 건가, 혹시 사기꾼인가 싶어질 수도 있겠지만 증오가 이성적 판단보다 앞선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사람들은 연꽃무늬 금동 버튼을 누르게 될 것이다. 마치 귀신한테 홀린 사람처럼 말이다.

 

딱 3천만 원어치 불행이라는 표현도 참 묘하다. 이걸 어떻게 정확하게 계산할지도 궁금한데 생각해보면 나에겐 증오의 대상이 누군가에겐 은인일 수도 있고 나는 남에게 증오를 살만큼 그렇게 막살지 않았다 싶을수도 있지만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을수도 있고 상대가 느끼는 정도는 충분히 개인차가 있으니 그 사람에겐 3천만원 정도라면 충분히 그 버튼을 누를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복수는 복수를 불러올 뿐이라는 그 구태의연한 이야기가 말로만 들리지 않는 것도 이 작품을 통해서 느끼게 된 부분이다. 특히나 사람의 인연이라는게 어디서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좋든 싫든, 나쁜 관계든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누른 버튼의 3천만 원어치의 복수가 돌고 돌아 결국 나에게 올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참 기발한 아이디어의 흥미로운 작품이라 왠지 드라마로 만들어도 상당히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내내 들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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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필드 안전가옥 쇼-트 25
박문영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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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로맨스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던 작품, 『컬러 필드』이다. 원래는 지난 2021년 <비유>라는 문학 웹진에 소개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처럼 한권의 소설 정도의 분량이 아니였다고 한다. 컬러 뱅글이라는 장치는 진짜 먼 미래에는 가능할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작품이기도 한데 장르의 다양성이나 상상력 면에서도 충분히 새롭게 느껴졌던 작품이다.

 

사회가 급변하면서 가족이나 사랑에 대한 가치관도 많이 달라진 요즘이다. 전통이 고리타분한 것처럼 여겨지는 문화적 기류가 한편으로는 안타깝게도 느껴지지만 이런 변화가 비단 어느 한 분야에서만 일어나는게 아니니 이런 이야기도 등장할 수 있구나 싶은 생각도 해보게 된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칭 서비스가 비단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컬러 필드라는 도시의 사람들은 컬러 필드라는 서비스를 통해서 컬러 뱅글을 통해서 자신과 잘 어울릴것 같은, 아니 좀더 잘 맞는 상대를 알 수 있는데 그 컬러 뱅글이 성적 페르몬을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뭔가 우리가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의 의미가 새롭게 재정의 되는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좀더 본능에 충실한 사랑의 짝을 찾는 방식이 진짜 도래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데  그나마 이 컬러 뱅글이 나은 점은 단순히 좀더 그 사람의 취향을 넘어선 개인적인 성향이나 삶의 태도까지 반영한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작품은 여기에 가짜 뱅글의 등장과 그 사용자의 사망 사건까지 더해지면서 SF 로맨스에 스릴러가 가미되면서 만약 진짜 이런 세계가 등장한다면 정말 그 컬러 뱅글을 믿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점도 생긴다. 작품처럼 가짜 뱅글을 사용하는 사람이 없으리란 보장도 없거니와 어느 정도의 조작도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방식이 이색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렇게 오롯이 알고 시작하는게과연 좋기만 할까 싶은 생각도 들게 하는 장르만큼이나 평범하지 않아 보이는 그런 작품이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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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고 바라옵건대 안전가옥 FIC-PICK 7
김보영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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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지는 작품이자 뭔가 기복 신앙의 느낌마저 들게 하는 작품이 바로 『원하고 바라옵건대』이다. 안전가옥에서는 몇 가지 라인으로 문학작품들이 소개되는데 이 책은 그중에서도 안전가옥 옴니버스 픽션 시리즈 FIC-PICK의 7번째 작품이다.

 

마치 오래 된 벽화를 떠올리게 하는 표지가 제목과도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데 용을 살펴보면 역시나 상상 속의 동물로 불리는 신령스러운 짐승인 신수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총 다섯 편이 수록되어 있다. 다섯 편의 작품은 각각 ‘백호’, ‘용’, ‘맥’, ‘진묘수’, ‘곤’이라는 신수가 소재로 사용되고 다섯 명의 작가분들이 각각의 이야기를 펼쳐보인다.

 

고전 이야기에나 나옴직한 신수지만 때로는 현대적 장소에서도 등장하고 또 지나치게 신수에만 무게중심이 치우치지 않는다는 점도 작품의 묘미라고 할 수 있겠다. 보통 이런 동물과 인간의 대치를 보면 인간의 한없이 부족하고 약한 존재, 그래서 신수에게 뭔가를 빌고 그들의 영험한 힘을 빌려 바라는 바를 이루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김보영 작가의 「산군의 계절」는 산군 밀우와 동천왕의 어머니인 후녀의 이야기로 마치 고대 어느 나라의 건국 신화 같기도 한 요소들의 등장은 전래 동화 같기도 하고 후녀를 키우고 지켜내고자 하는 밀우의 이야기, 둘의 교감도 묘한 여운을 남긴다. 이수현 작가의 「용아화생기(龍芽化生記)」는 용이 등장하는 이야기로 마치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듯 원래는 다른 동물이였다가 용이 되는 일종의 수련 과정 같은 상황에 놓인 용아와 가뭄때문에 용소로 왔다가 용아를 만난 규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위래 작가의 「맥의 배를 가르면」는 현대의 놀이공원을 배경으로 도시괴담의 일종으로 맥이라고 부는 한 동물을 둘러싼 기묘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김주영 작가의 「죽은 자의 영토」는 저승사자의 운명을 짊어지고 태어난 무명이 그 운명을 거스른채 살아가다 경험하는 이야기를, 마지막인 이산화 작가의 「달팽이의 뿔」은 곤이라는 물고기와 이 곤이 붕이 되어 하늘로 날아가는 것을 막는 침어꾼의 등장하는 이야기로 뭔가 가장 신기한 소재였고 신비로운 느낌도 들었던 작품이라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였던것 같다.

 

소재 자체가 신수라 상당히 독특한 분위기와 기묘하고도 신비로운 이야기, 판타지한 요소들이 가득해서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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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손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2
단요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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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요 작가님의『케이크 손』「현대문학 핀 장르」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상당히 기묘한 내용을 담아내고 있는데 이제 16살의 중학교 3학년인 현수영이라는 학생과 기묘한 능력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인데 아직은 보살핌이 필요해 보이는 수영이지만 현실 속 수영은 그렇지 못하다. 

 

축복받지 못했던 태어남 때문인지 그 이후로도 줄곧 수영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인다. 엄마는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수영을 낳지만 정작 수영을 낳으라고 엄마의 남자친구는 수영이 태어난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어디론가 떠나버린다. 

 

그러니 제대로된 보살핌도 애정도 받지 못한 수영인데 그런 안혜리는 언뜻 보면 친구인듯 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철저히 주종관계 내지는 복종 관계 같아 보여 미묘하다. 그나마 환영받지 못하고 관심받지 못하던 수영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인물이라 완전히 배척하기도 힘든 관계로 보인다. 

 

 

그런 수영이 어느 날 자신도 살기 위해서 작은 생물체를 만져서 케이크로 만드는 케이크 손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왜 하필 케이크일까? 보통 케이크는 달콤함과 예쁜 모습으로 기분을 좋게 해주는데 케이크 손이 작은 생명체를 케이크로 만든다는 설정이 참 묘하게 느껴진다.

 

수영에게 있어서 바로 이 케이크 손과의 만남은 기존의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기회가 되는데 남자에게 있어서 생명체를 케이크로 바꾸는 것은 능력이자 저주이다. 주기적으로 이 능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자신이 아프기 때문이다. 그러니 살기 위해서, 신체적 고통을 막기 위해서 남자는 케이크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니 아무리 외관이 멀쩡하다고 해도 주변에 누군가와 둘 수가 없다. 철저히 고립해야 하는 운명인 셈이다. 

 

세상에 태어난 이후 환영받지 못한 존재, 그로 인해 쓸모가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없었던 수영에게 있어서 혜리는 소위 쓸모있는 존재로 각인시켜주기에 일반적인 기준에서 둘 사이에 접근할 순 없을것 같다. 그런 수영에게 케이크 손이 나타났고 다시 한번 관계의 새로운 정의, 새로운 선택의 기회가 수영에게 찾아온 것이다.

 

복잡 미묘한 관계를 어느 하나로 단정지을 수 없기에 더욱 세 사람의 이야기와 그 중심에 있는 수영의 심리에 주목하게 되고 또 혜리와 케이크 손이 수영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기묘하면서도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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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괴담 안전가옥 FIC-PICK 8
범유진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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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사회인들, 특히나 직장인들의 경우에는 직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사회 생활의 어려움이라는게 일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견디기 힘든 부분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일 것이다. 그렇기에 『오피스 괴담』이라는 제목이 왠지 괴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실제로 뉴스를 보거나 각종 블라인드를 보면 온갖 인간들이 존재해서 도대체 저런 사람은 어떻게 하면 저럴까 싶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총 다섯 명의 작가들이 직장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누구라도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낸 이 작품은 실제 직장 생활을 하는 분들에겐 너무나 생동감있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첫 번째로 소개되는 「오버타임 크리스마스」는 힘들게 구직 활동을 한 끝에 한 패션 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 유수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얼마 전 신입인가 인턴인가 하는 사원이 커피 내기에 걸려서 첫 월급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거금을 썼다는, 그래서 직장을 그만둬야 하나 토로를 했던 일이 뉴스까지 나왔는데 이 작품을 보면 현실이나 소설이나 사람을 괴롭히는 방법도 참 가지가지구나 싶기도 하면서 야근이 금지된 이유가 사무실에서 뭔가가 나와서라는 그 기묘한 사수의 말에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을지, 더군다나 크리스마스 이브에 벌어진 일이라니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명주고택」은 마치 예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살아생전 안동 종가에 방문했던 행사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덴마크 여왕으로 경북의 명주고택 방문 행사를 둘러싸고 행사를 맡을 행사 업체를 심사가 명주 고택에서 행해지는데 과연 이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행복을 드립니다」는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는 윤미의 이야기로 싱글맘으로 계약 연장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때에 우연히 야간 근무를 대신했던 날 소각장 앞에서 아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지만 아이들이 사라지면서 마치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린 가운데 자신이 그 아이들의 존재를 증명하고 하지만 이상하게 자신의 딸이 아프게 되는 기묘한 일을 그리고 있다.

 

「오피스 파파」는 집안에서는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때문에 괴롭고 직장에서는 사수 같은 직속 상사 때문에 괴로운 민정의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광고 업체에서 일하는 민정의 회사에 의뢰가 들어 온 상품이 참 기묘하다못해 약간 섬뜩해지는 이야기였으며 마지막 「컨베이어 리바이어던」은 한 쇼핑몰의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게 된 대학생 소민가 마주한 윤주라는 이상한 인물을 둘러싼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때로는 사람이 귀신보다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요즘은 속을 알 수 없고 언제 돌변할지, 어느 정도까지 상종못할 수준이 될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있기도 한데 이 작품은 다양한 직업군 속 어떻게 보면 너무나 현실적인 인물들의 이야기가 괴담과 현실 그 사이를 오가는 것 같아 수작(秀作)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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