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400. 목격자들 1 (김탁환)
152/400. 목격자들 2 (김탁환)

 
알아내야 할 것들이나 찾아내야 할 것들이 밝혀지지 않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이 일 년이 지났다. 창비 팟캐스트에서 작가 김탁환은 자신이 작가로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렸노라고 말했다. 단순한 사고로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세월호 사건을 비극으로 승화시키도록 노력했노라 했다. 이러한 그의 의지와 노력은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소설 '목격자들'은 조운선 침몰의 비극이라기 보다는 김진과 이명방의 추리탐정극이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 소선을 탔던 열여섯 명의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고 사연을 읊는 장면은 독자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정조도 유족들을 보살피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이 눈물 나는 '기억하겠습니다' 부분까지 이르기까지 '목격자들'은 다른 형식의 이야기를 다룬다. 조운선 침몰이 조정의 부정부패에서 계획된 사건임을 밝히고 차근차근 세월호와 연결시킨다. 나라가, 배가 전부 썩었습니다, 라고 이명방의 목소리로 작가는 부르짖는다. 조운선의 과적을 가능케한 불법증축을 시행한 목수가 행방불명된지 며칠 만에 백골이 되어 발견되고, 그가 추종하는 정감록파는 불온한 믿음을 설파한다. 그들이 밀양부사와 결탁되어 비리를 저지르며 공생했다는 부분은 노골적으로 그 흰머리 회장님을 떠올리게 한다. 더해서 백탑파 연작 소설이라 북학파의 예술론을 (뭐든 다 잘해요 김진을 위시로) 펼치며 사도세자의 후궁도 등장시키고 김진과 이명방의 더블 연애를 혜성과 함께 배치했다. 을미년을 거론하는 것도 김탁환 작가의 치밀한 계산이리라. 김탁환 작가는 절대 마르지 않는 이야기의 옹달샘.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다 담아내려다보니 1권 초반에 억울한 어미의 신문고와 2권 말미의 정조의 약속 사이에는 억울한 희생자들의 이야기 (기억의 마당) 대신 악당의 수괴를 찾아 처벌하는 활극이 대부분이다. 피, 피, 칼부림 몽둥이, 피, 피. 정신 없이 독자를 몰아치는 작가의 박식함과 성실함, 그리고 열정을 느끼고도 남는다. 다만 그의 필력이 열정의 크기만한 섬세함을 지니지 않은 것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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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1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11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11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11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11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149/400.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마르셀 에메)

150/400. 생존 시간 카드 (마르셀 에메)

 

또 하나의 서늘한 작가, 마르셀 에메의 단편집을 읽고 있다. 이야기는 현실을 살짝 비트는 동화 같기도 하지만 등장인물들에대한 배려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나 생존 시간 카드를 발급받는 작가를 위한 희망이나 사랑은 주어지지 않았고, 그들이 그것을 거머쥐기엔 힘이 모자랐다. 뭐 어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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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9 16: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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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4-11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늘한 작가 별로요~~~ㅎㅎ 안 읽게 될 것 같은 작가;;; 유부만두님은 제 책 forecaster!!^^*

유부만두 2015-04-11 20:18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아롬님의 독서 기미상궁 쯤 될까요? 마마~~
 

147/400. 마흔아홉 살 (박완서)

 

박완서 작가의 단편은 무섭다. 음침한 내 속 마음을 혼자서만 알고 덮고 있으려 했는데 다 꺼내서 글자로 따박따박 옮겨놓아서 섬찟, 하고 놀라면서 읽었다. 이것이야말로 작가의 힘, 이라고 생각했다. 마흔 아홉 살 나이가 내게서 그리 멀지 않아 우울한 마음인데다가 동창들 사이의 대화나 봉사회 모임의 대화가 너무 적나라해서 다시 놀랐다. 그중 제일은 소설 마지막, 복부 비만 묘사였다. 흑.

 

세월이 빠져나간 자리의 허망함이여. 그 여자는 요새 부쩍 더해진 식탐이 걷잡을 수 없이 도지는 걸 느꼈다. 조금씩 같이 먹은 줄 알았는데 김밥과 순대는 거의 그냥 남아있었다. 그 여자는 그 소박하고도 느글느글한 것들을 짐승같은 식욕으로 먹어치우고 인삼차를 한 잔 더 시켰다. 금년부터 치수를 28로 늘려 입었는데도 바지 허리는 만복을 이기지 못해 짤룩하게 뱃살과 허릿살을 갈라놓고 있었다. 명치가 등에 붙을 듯이 날씬하다가도 생명만 잉태했다 하면 보름달처럼 둥글게 부풀어오르던 배는 이제 두꺼운 비계층으로 낙타 등처럼 확실한 두 개의 구릉을 이루고 있었다. 허리의 후크를 풀자 역겨운 트림이 올라왔다. 자신이 비곗덩어리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지면서 메마른 설움이 복받쳤다. 위선도 용기도 둘 다 자신이 없었다. 울고 싶은 갈망과는 동떨어진, 여자들이 찧고 까불고 비웃는 소리가 귓전에서 잉잉댔다. (108)

 

 

148/400. 후남아, 밥 먹어라 (박완서)

 

이번 소설도 마찬가지. 세월이 흐르고 나이 먹어가면서 내가 베푸는 것도 무언가 과거의 허전함을 그리고 갈증을 메꾸려는 행동이 아니었나, 생각했다. 남들보다 피붙이가 먼저 부러워해주고 살짝 시기도 해주어야 잘살고 있나보다 싶은 마음. 그런데 알고 보니, 존재감 없는 후남이, 앤 여사의 호적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며 밥 먹어라, 했던 엄마의 목소리와 밥 냄새에 울컥 무너진다. 박완서 작가의 단편은 무섭다. 다 들켜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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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몽 2015-04-09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완서님 글 저도 너무 좋아합니다.
어쩜 그리 공감이 가고 재미있던지..

유부만두 2015-04-11 20:50   좋아요 0 | URL
정말 그래요. 전 나이가 들어가면서 박완서 작가님 책을 더 좋아하게되었어요.

라로 2015-04-11 0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글도 때론 박완서 작가님 글처럼 그렇게 잘 표현하시는데!!진짜로 저 자주 감탄해요!!^^

유부만두 2015-04-11 20:50   좋아요 1 | URL
ㅎㅎ 무슨 과찬의 말씀을~
 

146/400. 안주 (미야베 미유키)

 

기담을 들으며 청자와 화자 둘 다 위로를 얻는다. 얼마전 읽은 피리술사의 전편이다. 제목은 暗獸의 일본어 발음표기로 술안주가 아니었다;;; 빈집에서 사람을 그리워하며 생겨난 말랑말랑한 작은 존재는 나무에 올라 달도 보고 우우우, 아버버 소리로 노래도 부른다. 사람이 내뿜는 기氣로 자신이 스러지는데도 몸을 내던져 할머니를 구하기까지한다.  일본 애니영화 센과 히치로의 행방불명에서 나온 검은 덩어리의 아기 버전이 이 안주일지도 모른다.

 

이번 책은 살아있는 사람의 시기, 질투, 욕심이 재앙의 원인이 되는 경우를 다루고 있다. 4편 중 두 편에 그나마 사람이 아닌 귀신/혼령이 등장하는데 이것들 마저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나온다. 그러니 달래고 이해시킬 수 있지만 어른 인간들의 질투와 욕심은 다스리기가 어렵다. 모든 비극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심심풀이로 읽으려 했는데 한밤중 책을 덮고나니 저 방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나 자신의 욕심을 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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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4-11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안주인 줄 알았어요!!ㅋㅎㅎㅎ 전 앞으로 유부만두님 올리신 리뷰 보고 아는체도 하고, 읽을 책도 고르고 그럴까봐요~~~ㅎㅎㅎㅎ
검은 덩어리라면 영어로는 no face 라고 불리는 그것 말인가요??? 제 아들이 한동안 엄청 무서워 했더랬죠. 큰아들. ㅋ

유부만두 2015-04-11 20:52   좋아요 0 | URL
저 영화 속의 no face 는 무서웠지만 `안주` 는 짚신크기의 작은 ... (동물도 원혼도 아닌) 존재에요. 심지어 귀여워요;;;

라로 2015-04-11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네요!! 밑에 올리신 사진 보니까 no face. 저도 좀 별로였어요. 사실. ^^;;
 

 

 

 

 

 

 

 

 

 

 

 

 

 

"조운선 침몰 사건, 백탑파 미스터리 "
이야기는 '사고'에서 시작한다. 전국의 조운선이 동시에 침몰하는 기이한 사고가 발생했다. 조선 명탐정 김진은 동료들과 함께 임금의 은밀한 어명에 따라 침몰 사건의 진실을 향해 접근한다. 그리고 조운과 세곡을 둘러싼 이권과 탐욕이 무고한 생명을 숱하게 앗아간 것이라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향해 다가간다. 김진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던 이들 홍대용, 이명방 등은 안개가 가득한 바다 위에서, 이 사건의 전모를 명백히 밝히기 위해 조운선과 자신들의 운명을 하나로 엮어 위험한 함정을 파게 되는데.  (알라딘 책 소개글)

 

과적이 침몰 원인이고 선원들은 전원 살아남았다. 게다가 부정부패가 원인이 된 조직적인 사건이었다. _ 김탁환 (창비 라디오 책다방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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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4-11 0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일은 늘 있었군요,,, 과적!!! 새월호 사건은 정말 필연이었을까요!!ㅠㅠ

유부만두 2015-04-11 20:53   좋아요 0 | URL
부정부패는 언제나 있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