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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00. 골목 안 (박태원)

분명 식민지 시대의 서울 모습일텐데, 언뜻 오발탄과 난쏘공, 그리고 현대의 모습이 겹쳐보인다. 후원회 모임에서 자식들 이야기를 풀어내는 노인의 모습에 마음이 헛헛하다.
황석영 선생님의 해설에서 작가 박태원의 두 기둥, 근대주의와 민족주의의 대비를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 박태원의 대표작 구보씨의 일일, 도 고작 식민지의 어항 속을 헤엄치는 모습이라니, 이 비유와 더불어 병마에 지친 그의 말년이 더욱 슬프다. 그가 남한에 두고 간 아들에게 북에서 박태원의 처가 된 권영희가 쓴 편지는 매우 서글프다.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이태준도 그러했지만 박태원 역시 근대주의자였으면서도 식민지 근대를 비판, 고통받는 당대의 민족 현실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이는 모더니스트로 출발하여 리얼리스트로 마친 자기모순이었으나, 어쩌면 이 땅에서 글쓰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작가의 운명이었다.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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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00. 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

 

여태껏 발췌문 정도만 읽었던 수전 손택, 자유와 용기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어디선가 나타나서 매서운 발언을 하는 그녀. 그녀의 사망후 여러 권의 책이 더 나왔지만, 나에겐 이번이 처음.

팟캐스트 방송에서 "쉽습니다. 겁내지 마세요" 라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 수전 손택은 처음부터 주장하는 바에 이르는 길을 분명하게 걸어간다. 그리고 그녀가 인용하는 이론서 내용들은 괜한 말장난이 아니라 내용을 적확하게 표현하기 위한 도구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사진을 통해보는 타인의 고통, 그 고통을 즐기는 혹은 멀리 떨어뜨려서 자신의 안전을 확인하는 '우리'에 대한 부분도 좋았지만, (사실, 손택의 '우리'는 미국 백인 지식인층에서 그다지 넓혀진 것 같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리 우리말 번역본으로 읽었다하더라도 손택은 나에게 말을 걸고 있지 않은건가, 하는 속좁은 생각도 든다)  "부록"에 실린 911이후 그녀가 미국의 대외정책, 특히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발언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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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00. 멍청한 편지가! (황선미)

 

4학년 동주는 헐랭이다. 키가 작지만, 더 클거라며 부모님이 큰 옷만 입혀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 같은 반 반장 아이는 키도 크고 벌써 변성기도 왔는데. 유치원 동창생 영서도 이젠 동주보다 머리 하나 만큼은 더 커버렸다. 그런데 영서가 동주 가방에 이별/고백 편지를 넣었다. 이걸 동주는 가방이 같은 메이커인 반장에게 보낼 것을 잘못 보냈다고 생각하고 편지를 어찌 처리할 줄 몰라한다. 묘하게 일은 꼬이고, 영서와 반장 사이의 분위기를 지켜보는 동주의 심정도 복잡하다.

 

오늘 우리집 막내도 새학년을 위해서 가방을 샀다. 3학년 씩이나 되었으니 귀엽게 이런 저런 장식이 달린 건 싫다고 하면서 심플한 검정색을 고른 쿨한 열 살 소년. 자신의 세뱃돈으로 사겠노라, 큰소리 였지만 요즘 가방 값이 .... 그걸로 될 리가 ... 없잖아.

 

난 아홉 살만 지나면 인생이 달라질 줄 알았어. 한 자리 숫자랑 두 자리 숫자는 차원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냐? 어린애랑 소년처럼. 근데 12월 31일 다음에 1월 1일이 되는 거랑 똑같더라고. 아홉 살이나 열 살이나. 보라고! 열한 살도 다를 게 없잖아.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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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2-22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라해볼래요.

난 서른아홉 살만 지나면 인생이 달라질 줄 알았어....... 근데 서른아홉 살이나 마흔 살이나. 보라고! 마흔한 살도 다를 게 없잖아. 젠장!

가방 값이 음 얼마나 하는 건지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아 저도 새 가방 메고 학교 다니고 싶어요, 유부만두님...

유부만두 2015-02-23 08:06   좋아요 0 | URL
주인공 친구 재영이의 푸념은 모든 연령대에 통하네요~!

야나님.... 새 가방 대신 이삿짐 싸셔야죠? ^^;;

희망찬샘 2015-02-23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희망이 중학교 가방 사 주었는데 아주 심플하며 소박한걸 사줘서 땡큐~ 했습니다. ^^ 아이들 조금씩 크더라고요!

유부만두 2015-02-23 08:08   좋아요 0 | URL
희망이가 중학생이 되는군요!
축하합니다!!
심플 쿨... 의 사.춘.기. 부모세대로 들어서신 것도 축하(??!!)드려요~
 

99/400.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 (황선미)

 

이런 가슴 아픈 일이 어린 아이에게 일어났다니, 읽는 내내 나도 속이 상해서 어쩔줄을 몰랐다. 이런 이야기를 동화라고, 아이가 좋아하는 황선미 선생님께서 쓰신 책이라고 막내에게 건네 줄 수가 없다. 다 읽고 나서도 아직 가슴이 아프다. 그나마 상황을 진정시키신 담임 선생님이 계셔서 다행이긴 한데.... 너무 빤한 계집애 혜수는 바뀔 것 같지가 않다. 그애를 어떻게든 혼내고 싶은 내 맘이....더 어린 아이 같다.

 

"그날, 나는 내 어린 시절이 끝나 버렸다는 걸 알았어요."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데, 나는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아서 언젠가 이 이야기를 꼭 써야겠다 생각했어요.

여기에 큰 사건처럼 보이는 건 나오지 않아요. 세상에는 이보다 끔찍한 일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할 사람들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런 문제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드러내기 어려운 사소한 아픔도 사람을 외롭게 하고 상처받게 하고 분노를 가진 어른이 되게 합니다.

물어보고 싶었대요.

"그때 너희들도 나처럼 가슴이 아팠니?"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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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400. 빨래하는 페미니즘 (스테퍼니 스탈)

 

달걀부인님의 "간장독, 된장독, 아닌 필독"에 홀려서 읽기 시작했다. 물론 그 며칠 전에 어느 멍청이가 쓴 칼럼 때문에 관심을 두고는 있었다. 책 표지의 휘날리는  흰 속옷과 제목이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그 이유로 전철로 이동할 때 가방에서 꺼내들고 읽을 수가 없...) 부제, '여자의 삶 속에서 다시 만난 페미니즘 고전'을 "고전(문학)"으로 오독한 것이 독서의 시작이었다.

 

저자는 나와 동년배로 90년대에 활기찬 대학생활을 할 때만 해도 양성평등을 당연한 가치로 여겼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변화에 흔들리고 "난 누구, 여긴 어디"를 외치며 갈등을 겪다가 (생활에서 겪는 문제는 정말 절절하게 와 닿는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학부때 들었던 "페미니즘 고전 읽기 강좌"를 청강하기로 결심한다. (원래 1년 과정은 사정상 2년이 되고, 그 동안에 교외지역에 살았던 저자의 가족은 다시 뉴욕 시내의 좁은 투베드룸 아파트로 돌아온다. 교외지역 3층집에 살 때, 이웃 아줌마들과의 묘한 알력은....어쩜 한국과 이리 비슷한지!

 

저자의 페미니즘 소설, 이론서 독서 경험과 강의 관찰기록(?)은 생각보다 솔직하고 담백하다. 그러면서 계속 생각한다. "나는...잘 하고 있는건가" 전투적인 페미니스트에 대한 적대적 비아냥거림이 난무한 세상에서, 아줌마, 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다가 조금은 숨통이 틔인 기분이었다. 저자가 이 강좌를 다 듣고, 대단한 변화가 깨달음을 얻지는 않는다. 다만, 자기 자신을 조금 더 긍정하고, 남편을 또 하나의 개인으로 바라보고 있다. 어느 아줌마의 여대 여성학 수업 청강기 쯤이라고 치부하기엔 그녀의 눈물과 울화가 너무 생생하게 와닿았다. 그리고 미국의 여대생들이 이젠 1,2,3세대 페미니즘을 다 지나고 ...그 모든 수사학과 이론들을 읽고도 아직 맹숭맹숭한다는 건 의외였다. 결국, 그녀들도 나이 더 먹고, 더 여자의 삶을 경험해 보고, .... 돌아와 거울 앞에 서야 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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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2-21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딱 한권 책 살 적립금이 있는데 이 책을 사야겠네요.

유부만두 2015-02-21 22:04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 운동의 변천사를 의외로 친근(?)하게 읽을 수 있었어요. 울컥하기도 하고요;;;

라로 2015-02-22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북플에서는 잘려서 다 안 보이는데 맨 마지막이 남자 팬티인가용???여자 속옷은 왜 그걸 사용했을까용???암튼 이해 안 되는 표지에요~~~제목도 좀 싸구려티구해요~~~. 스테파니 스탈이 기분 나쁠 것 같아요~~~^^;; 암튼 스탈과 동년배라시면 제가 언니네요!!!!!!ㅋㅎㅎㅎㅎㅎㅎㅎ

유부만두 2015-02-22 09:32   좋아요 0 | URL
네 남자 흰 팬티에요;;;
내용중 남편이랑 빨래 때문에 폭발하는 장면이 있긴하지만..
번역판 표지와 제목이 아쉽죠..

유부만두 2015-02-22 09:32   좋아요 0 | URL
동년배... ㅎ 실은 제가 스탈보다 두살쯤 언니 같은데,;퉁~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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