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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불평등 기원론
장 자크 루소 지음, 주경복 옮김 / 책세상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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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기원에 관한 시론
장 자크 루소 지음, 주경복 외 옮김 / 책세상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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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엘로이즈 2
장 자크 루소 지음, 김중현 옮김 / 책세상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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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엘로이즈 1
장 자크 루소 지음, 김중현 옮김 / 책세상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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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 포도밭 근처에 배나무가 있었는데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기는 했지만 모양이나 맛으로나 탐낼만한 과일이 아니었습니다. 저희 아주 못된 아이놈들은 놀이에 미쳐 늦게까지 광장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으슥한 밤에 그 나무를 흔들어 터는 일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는 태짐이 될 만큼 몽땅 싸갔는데 그 배로 저희가 한바탕 먹고 놀자는 것이 아니라 돼지들한테 던져주려는 것이었습니다... 저한테 풍족하게 있고 훨씬 더 좋은 것이 있는데도 그것을 훔쳤는데, 도둑질을 하면서까지 제가 탐내던 것을 향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도둑질과 그 죄악을 향유하기 위해서 그 짓을 했습니다.(p96)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中


 아우구스티누스 (Aurelius Augustinus, AD 354 - 386 )는 <고백록 Confessiones>에서 어릴적 배를 훔쳤던 죄(罪)를 고백한다. 그리고, 그는 사람의 무절제한 경향으로 인해 죄가 저지르고 있음을 깨닫고, 자신의 삶을 <고백록>에서 되돌아보고 있다. 그에게 어릴 적 '도둑질'은 과거 잘못에 대한 고백이자, 자신의 삶과 사상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고백록>은 아우구스티누스 인생의 고백성사(告解聖事)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저 순간 그 마음이 대체 무엇을 찾고 있었던가!  그저 악인이 되고 싶었고 제 악의 惡意의 원인은 악의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 악의가 추잡했고 저는 그것이 좋았습니다(p96)... 비록 최하로나마 선하기는 하지만 이것들 때문에 더 상위와 최고의 선이 저버림을 받을 적에, 주 저희 하느님, 당신께서, 또 당신의 진리와 당신의 율법이 저버림을 받을 적에 죄가 범해집니다.(p97)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中


 우리가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통해 어린 시절의 잘못에 대한 반성을 살펴볼 수 있었다면, 루소(Jean Jacques Rousseau, 1712 - 1778)의 <고백록 Les Confessions >을 통해서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변명을 확인할 수 있다.


 랑시에르 양의 하녀가 빗들을 가지러 돌아왔을 때, 빗 하나가 한쪽 빗살들이 몽땅 부러진 채로 발견되었다. 이러한 손상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돌릴 것인가?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은 아무도 그 방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 사람들은 내게 묻고 나는 그 빗에 손을 댄 적이 없다고 부인한다.(p37)... 내 가련한 외사촌도 나 못지않은 중죄가 씌워져 있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한데 묶여 같은 벌을 받게 되었다. 그 벌은 끔찍했다.(p38) <장 자크 루소 고백록1> 中


 나는 내색하지 않고 탐을 내고 사람들의 눈을 피하며 속이고 거짓말하며 마침내는 훔치는 짓까지 배우게 되었다. 훔친다는 것은 이때까지만 해도 없었던 갑작스런 욕망인데, 그 이후부터는 그 버릇을 완전히 고칠 수 없었다... 선량한 감정이 나쁜 길로 빠지면 바로 그 감정으로 인해 아이들은 악을 향해 첫발을 내딛게 된다.(p59) <장 자크 루소 고백록1> 中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일에 대해 부당하게 체벌을 당하며 추궁을 당한 어린 시절의 루소는 이로부터 깊은 상처를 입었으며 이후 거짓말과 도둑질을 배우며 나쁜 길로 빠져들게 되었다고 자신을 변명한다,  루소는 자신이 나쁜 길에 빠졌다는 사실의 원인을 불우했던 어린 시절로 돌리고, 이는 루소에게 일종의 방어기제(防禦機制)로 작용했다. 아우구스티누스에게 한 번의 잘못이 계기로 작용했다면, 루소에게 도둑질과 거짓말하는 습관이 성찰의 계기가 되기까지 1728년 베르첼리스 부인 댁에서 리본을 훔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내가 수중에 넣을 수 있는 다른 더 좋은 것들도 많았지만, 오직 그 리본만이 탐이 나서 그것을 훔쳤다. 그리고 그것 별로 감추어두지 않아서, 사람들은 곧 내가 그것을 갖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당황하여 우물거리다가 마침내 얼굴을 붉히면서 그것을 내게 준 사람은 마리옹이라고 말했다.(p138)... 아! 그녀를 불행하게 만들었을지 모른다는 양심의 가책으로도 견딜 수 없는 판에, 그녀를 나보다 더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을지 모른다는 양심의 가책은 어떨지 그것은 여러분들이 판단하시라... 그 가책은 이날까지 경감되지 않고 내 양심에 무거운 짐으로 남아있어, 어떤 의미로는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소망이 내가 고백록을 쓰고자 하는 결심에 큰 몫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p140) <장 자크 루소 고백록1> 中


 루소는 자신의 잘못을 하녀 마리옹에게 덮어씌우고 이 일을 통해 둘 다 해고당한다. 자신의 거짓말로 부당함을 당한 마리옹의 모습을 보고나서야 루소는 깊이 반성하게 되었음을 <고백록>에서 밝힌다. 루소의 경우 시간은 조금 더 걸렸지만, 아우구스티누스와 루소 모두 어린 시절의 잘못과 성찰이 일생에 큰 영향을 미친 경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루소의 경우에는 그러한 계기가 하나 더 추가 되는데, 바랑부인(Madame de Warens)과의 관계가 바로 그것이다.


 첫날부터 우리 사이에는 비할 데 없이 달콤한 친밀한 관계가 맺어졌고, 이러한 친밀도는 그녀의 남은 생애 동안 변치 않고 지속되었다. '프티 Petit'가 내 이름이고, '마망 maman'이 그녀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까지나 '프티'와 '마망'으로 남았다. 심지어 세월이 흘러 우리 둘 사이의 나이 차이가 거의 드러나 보이지 않을 때도 그랬다.(p170) <장 자크 루소 고백록1> 中


 생후 9일만에 어머니를 잃고 어머니에 대한 애정에 목말랐던 루소가 정작 자신의 다섯 아이를 모두 고아원에 보냈다는 사실은 상당한 아이러니지만, 바랑 부인과의 관계 속에서 모성(母性)에 목말랐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때문에, 그가 후에 바랑 부인과 갖게 된 육체 관계는 그에게 근친상간의 죄의식을 심어 주었고, 이는 또다른 인생의 전환점이 된다. 


 여러분은 우리가 결국에는 다른 종류의 관계를 갖지 않았냐고 할지 모르겠는데, 그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기다리시라. 한꺼번에 전부 말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p171)... 나는 처음으로 한 여인, 그것도 내가 사랑하는 한 여인의 품에 안긴 나 자신을 보았다. 과연 나는 행복했던가? 아니다. 나는 쾌락을 맛보았을 뿐이다.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억누를 수 없는 슬픔이 그 쾌락의 매력에 독약처럼 스며들었다. 나는 마치 근친상간이라도 범한 것 같았다.(p307) <장 자크 루소 고백록1> 中

 

 <고백록>에서는 루소의 짧은 이야기 외에는 다루어지 지지 않았지마, 개인적으로는 <고백록>에서의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자세히 다룬다면 줄리언 반스(Julian Barnes, 1946 -)의 <연애의 기억 The Only Story>에서처럼 나오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이처럼, 아우구스티누스와 루소의 <고백록>에서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일생에 미친 영향이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반면, 톨스토이(Lev Nikolayevitch Tolstoy, 1826 -1910)의 <나의 참회>는 조금 다른 고백이야기다. 톨스토이는 작가로서 인정을 받았던 시기에 인생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고민 끝에 민중의 생활이 참된 생활이라는 것과 신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다.


 내가 영혼의 밑바닥에서 내 생활이 의미가 있다고 몰래 빋고 있을 때는, 이것을 들여다보고 즐기는 것이 참으로 좋았다. 그 무렵에는 거울에 비치는 여러 가지 광신의 희롱, 인생에서의 희극적인 빛과 비극적인 빛, 감상적인 빛과 미적(美的)인 빛, 무서운 빛 등등의 희롱이 내 마음을 달래 주었다. 그러나 인생이 무의미하고 무서운 것임을 아는 순간, 거울 속에서 본 빛의 희롱은 이제 나를 즐겁게 해 주지 않는다.(p630) <나의 참회> 中


  우리들의 행위, 이론, 학문, 예술이 내 앞에 새로운 의미를 지니고 나타났다. 나는 그 모두가 어린애 장난이나 다름없다는 것, 이런 것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대신 이마에 땀 흘리고 부지런히 일하는 민중 전체의 생활, 스스로의 생활을 창조하고 있는 인류의 생활이 참된 의미를 갖고 내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참된 생활이라는 것, 이런 생활에 주어지고 있는 의미가 참된 의미라는 것을 깨달았고 이것을 받아들였다.(p664)... 원인이란 세계에서 시간과 공간과 같은 사색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존재한다면 거기에는 원인이 있고, 또 여러 원인의 원인이 있는 것이다. 이 만물의 원인은 우리가 신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것이다.(p668) <나의 참회> 中


 아우구스티누스, 루소, 톨스토이의 고백과 참회를 통해 죄의식과 허무(虛無)의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무지하고 어렵고 힘든 시기에 겪은 지우고 싶고, 피하고 싶은 경험이 가져온 변화의 계기. 그것이 진정한 시련의 의미가 아닐까. 그리고 이는 조지프 캠벨(Joseph Campbell, 1904 - 1987)이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The Hero with a Thousand Face>에서 말한 자기 내면으로 내려가 자기 정화에 이르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시련의 참된 의미에 대해 생각하며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어떤 사회에 속하는 사람이든지, 고의적으로든 타의에 의해서든 자기 정신의 미궁이라는 미로로 내려가 어둠 속을 헤매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상징적인 것들에 둘려싸여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감각이 (정화되고 스스로를 낮추어) 모든 에너지와 관심이 (초월적인 것이 집중될) 때인 것이다. 굳이 현대적인 의미의 어휘를 쓰자면, 우리 개인이 가진 과거의 유아적 심상이 분리, 초월, 변화하는 과정인 것이다.(p133)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中


PS. 연상의 여인과의 관계는 루소-바랑 부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쇼팽(Fryderyk Franciszek Chopin, 1810 - 1849)과 조르주 상드(George Sand, 1804 - 1876),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1840 - 1893)과 폰 메크 부인(adezhda Filaretovna von Meck, 1831 - 1894)의 관계 역시 연상 여인의 후원과 사랑을 받은 예술가 이야기에 해당한다. 차이코프스키의 경우에는 플라토닉 러브(platonic love)에 해당하지만. 어쩌면 유럽 사회의 이런 관계가 적지 않았기에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 - 1939)가 오이디푸스 컴플렉스(Oedipus complex)라는 개념을 들고 나왔을 때 별다른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아닐런지 넘겨 짚어본다.


 1836년 가을, 쇼팽은 리스트의 애인인 다구(Marie d'Agoult) 백작 부인의 살롱에서 리스트로부터 조르주 상드(1804 - 1876)을 소개받는다. 남장을 하고 잎담배를 피우는 등 자유분방한 행동으로 더 잘 알려진 그녀는 남성 편력으로도 유명했다. 쇼팽은 그런 점 때문에 처음에는 불쾌감을 느꼈지만, 상드 쪽에서는 연하인 쇼팽의 인간성과 음악에 매료되어 버린 듯하다.(p22)... 상드와 쇼팽의 관계는, 남녀 간의 사랑은 처음 얼마간뿐이었고 그 후에는 오히려 누나와 동생, 때로는 어머니와 아들의 애정과 같은 것이었다고도 한다. 상드는 쇼팽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모든 배려를 다했다. 이러는 동안 쇼팽은 원숙기이 걸작들을 만들어내는데, 보다 폭넓은 구성법, 동기 발전 서법에 따른 논리성, 한층 자유롭고 대담한 화성 어법, 폴리포니적 서법의 사용, 환성적 분위기 등이 결합되는 후기의 작품이 추구되어 간다.(p23) <쇼팽> 中



 폰 메크 부인은 차이코프스키의 예술에 심취하였던 사람(그보다 9세 연상)인데, 기묘하게도 정식으로는 한번도 대면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편지로만 교제하였다. 미망인은 매년 6,000루블을 제공하여, 차이코프스키의 창작 활동을 지원했다. 이 연금이 그를 교직의 번거로움에서 해방시키고 작곡에 몰입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것은 빠뜨릴 수 없다. 편지를 보면 서로의 이성에 대한 사랑도 느낄 수 있는데, 예술가와 그 보호자로서 차이코프스키는 깊이 감사하면서도 어느 정도 그 원조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p14) <차이코프스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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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 2014-2018 황현산의 트위터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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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은 무엇보다도 순수 수학이 공간 및 그것의 관계들의 인식과 관련해 빛나는 예를 보여 주듯이, 그로부터 여러 종합적 인식들을 선험적으로 길어낼 수 있는 두 인식 원천이다.(p258) -「순수이성비판」-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는 시간적으로는 2014 - 2018 년, 공간적으로는 트위터의 140 글자 라는 한정된 시공간에 펼쳐진 황현산 교수의 종합적 인식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짧은 문장들이 주제별 선을 이루고, 선들이 모여 한 문학가의 사상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SNS 매체인 트위터의 특성상 시간이 지난 뒤에 읽은 글에는 막 끓인 커피와 같은 향은 찾기 어렵지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안의 마들렌 과자와 같이 지난 시간을 우리에게 일깨움에는 부족함이 없다. 좋은 경험을 선물해 주신 이웃분께 감사함을 전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ps. 이 책은 여러 면에서 백낙청 회화록을 떠올리게 한다. SNS 와 대담이라는 다른 수단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두 지식인의 인식. 이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별도의 페이퍼로 다룰 예정이라는 기약없는 예고를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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