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자연책'이라 부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책을 아무리 크게 만든다 해도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세계의 아주 작은 일부도 한 권에 담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디서 끝나게 될까? 별자리부터 지구의 핵에 이르기까지 배워야 할 것이 무궁무진하다. 그동안  지나칠 때마다 궁금했던 동식물, 나무, 풀, 곤충, 강수량,육지, 수역 등을 이번 자연책 작업을 통해 제대로 공부할 수 있었다.(p8) <자연해부도감> 中

 

  줄리아 로스먼(Julia Rothman)의 <자연해부도감 Nature Anatomy>은 저자의 말처럼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해와 달, 별부터 시작해서 지구 기후, 우리 주변의 동식물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자연(自然 nature)이라 부르는 거의 모든 것들의 이야기가 편한 그림과 함께 담겨있다는 점이 책의 장점이다. 소재의 다양성 측면에서 <자연해부도감>은 빌 브라이슨(Bill Bryson, 1952 ~ )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을 떠올리게 하지만, 드로잉(drawing) 중심의 책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 비해 다루는 내용도 매우 제한적이다.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을 평안하게 만들어주는 책으로, 이는 저자의 말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나는 뉴욕 도심부인 브루클린의 파크슬로프에 살고 있는데, 우리 집은 프로스펙트 파크 입구에서 가까운 몇 안 되는 건물들 가운데 하나다. 잠깐 바람 쐬는 걸 두고 '자연 산책'라 부르는 것이 지나칠 호들갑일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잠시나마 초록의 자연에 에워싸이는 시간은 내게 더없이 소중하다.(p6) <자연해부도감> 中 


 <자연해부도감>은 저자의 말처럼 산책하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의 깊이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생각되지만, 저자의 머리말을 읽으면서 다른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자연해부도감>의 자연이 저자가 살고 있는 삶의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도시에서 야생(野生)을 아름다운 세계로 생각하지만, 과연 그럴까. 마루야마 겐지(丸山健二, 1943 ~ )가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를 통해 밖에서 바라본 시골이 이상향이 아닌 현실임을 말하듯, 저자가 그린 자연도 추상적인 것이 아니지 않을까. 이러한 이유로 <자연해부도감>을 읽으면서 자연에 대한 느낌을 받기보다, 책의 그림에만 눈이 가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자연에서의 현실이란 것을 잘 몰랐던 젊은 시절, 몰래 눈여겨둔 별장지가 있었습니다. 높은 지대에서 바라본 전망은 아름다운 아즈미노에서도 각별했습니다. 그곳에 집을 짓고 살면 구름 위에서 생활하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집필 의욕이 솟구쳐 생각대로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집필 의욕이 솟구쳐 생각대로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설픈 기대에 사로잡혔습니다... 만약 당신이 땅값이 싸다는 점에 눈이 멀어 곧바로 사기로 결정하고 말았다면 이는 중대한 실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도시 땅값과 비교하면 분명하면 분명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쌉니다.  하지만 현지 시세를 감안하면 턱없이 비싼 가격으로 바가지를 씌운 것입니다.(p33)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中


 그런 면에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 (Henry David Thoreau, 1817 ~ 1862)의 <야생화 일기 Thoreau's Wildflowers>에는 자연 안에서 함께 숨쉬며 자연을 바라본 이의 시각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독자들은 자연안에서 삶을 발견하고, 저자와 함께 식물을 발견하는 체험을 할 수 있기에 책의 깊이가 한층 깊어진다는 생각을 해본다.


 1853년 6월 10일


 우리가 거닐었던 이 멋진 야생 지역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옛 칼라일 길은 양쪽에 야생사과나무 초원과 접해 있다. 사과 나무들은 대부분 어쩌다 씨앗이 날라왔거나 사과즙 찌꺼기를 버린 데서 움이 트는 등 우연히 터를 잡고 제멋대로 자라며, 자작나무와 소나무에 가려져 있다. 이 드넓은 과수원의 사과나무들은 열매를 제법 생산하지만 야생에서 삼림수로 자란다. 이곳은 가울에 산책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이다.(p187) <소로의 야생화 일기> 中


 <자연해부도감>과 <소로의 야생화 일기>는 같은 자연을 그렸지만, 전자가 관념적인 자연을 표현했다면, 후자는 현실적인 자연을 표현했기에, 깊이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주제는 조금 달라지지만, 관념적인 자연과 현실의 자연을 대조하자면, 우리나라의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와 남종문인화(南宗文人畵)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현실을 그린 진경산수화가 관념적인 남종문인화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러한 기준의 연장선상이 아닐까. 현실(現實)이 공허한 이념(理念 ideology)보다 언제나 중요한 것이니까...  


 진경산수화란 우리나라 산천을 소재로 그린 산수화로 특히 조선 후기(18~19세기)에 유행한 실경산수화를 가리킨다. 실경을 화폭에 담는 경향은 18세기에 와서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이미 고려 이래 오랜 전통을 갖고 계속되어 왔다... 진경 眞景이란 원래 문인화적 개념이다. 대상의 겉모습만을 묘사한 형사 形似의 그림이 아니라 대상의 본질을 표현하는 신사 神似의 그림을 진경이라 한 것이다. 진경산수화는 화보나 다른 그림을 모방한 그림이 아니고 우리나라 산하를 직접 답사하고 화폭에 담은 살아있는 그림[活畵]이다.(p102) <Korean Art Book 회화2> 中



[그림] 정선의 금강전도(金剛全圖)[출처 : 위키백과]


 다만, 진경시대의 배경에는 명(明)나라 멸망으로 인해 중화(中華)의 적통을 우리가 이었다는 사대(事大)사상이 있다는 사실을 아쉽게 느끼면서 이번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문화적으로 우리보다 열등한 여진족이 무력으로 중국을 차지했다 해도 중화의 계승자가 될 수 없는데, 하물며 그 야만 풍속인 변발호목(辮髮胡服)을 한민족(漢民族)에게 강요하여 중화문화 전체를 야만적으로 변질시켜 놓았으니 중국에서는 이미 중화문화 전통이 단절되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니 중화문화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주자성리학의 적통(嫡統)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조산만이 중화문화를 계승할 자격을 갖추었으므로 이제 조선이 중화가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었다.(p22)... 이로 말미암아 조선이 곧 중화라는 조선중화주의가 조선사회 전반에 점차 팽배해 가기 시작하였다. 이제 조선이 곧 중화라는 주장을 떳떳하게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어찌 조선 고유문화를 꽃피워내는 데 조금이라도 주저할 리가 있었겠는가.(p23) <진경시대 1>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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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미술 철학사 1~3 세트 - 전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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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철학사 3- 해체와 종말 : 포스트모더니즘에서 파타피지컬리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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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철학사 2- 재현과 추상: 독일의 표현주의에서 초현실주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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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철학사 1- 권력과 욕망 : 조토에서 클림트까지
이광래 지음 / 미메시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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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철학사 1 - 권력과 욕망 : 조토에서 클림트까지 미술 철학사 1
이광래 지음 / 미메시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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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가로지르려는 욕망의 인자형이며 욕망의 표현형인 미술에게 지렛대 역할을 해왔다. 인자형은 의미의 토대가 되며 그것을 생산하도록 충동한다. 의미를 표면화하여 현상으로서의 텍스트를 생산하는 것이다... 가로지르는 욕망의 역사를 따라 그 표현형인 미술의 역사도 욕망의 고고학이 되었고, 계보학이 되어 왔다.(p26)

미술의 역사는 욕망 표현의 [억압에서 해방으로], 즉 [고고학에서 계보학으로]의 커다란 주름 현상을 보여 왔다고 말할 수 있다.... 르네상스를 경계로 미술의 역사도 [억압과 배설]의 두 시기로 가로질러도 무리가 아니다. 따라서 그 조건들, 즉 조형 욕망과 구속 그리고 해방과 자유를 인식소 episteme로 하여 기나긴 욕망의 학예로서 가로질러 온 미술의 흔적에 대한 철학적 역사 인식이 가능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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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03-08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자형은 유전자형을 말하는 것인지요?
찰학과 미술을 관계 짓는 것은, 항상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일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을 중심으로 표현주의가 시작된 것을 보면, 전쟁 후, 문학 사상과 함께 미술도 함께 한것 같습니다.

겨울호랑이 2020-03-08 10:55   좋아요 1 | URL
<미술 철학사>에서 ‘인자형‘에 대한 한자가 함께 표기되어 있지 않아 정확하지는 않지만, 문맥상으로 인자(因子)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철학을 욕망의 원인으로, 미술을 욕망의 표현으로 저자가 해석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초딩님 감사합니다.
 
생명과학 - 8판
닐 캠벨 외 지음, 전상학 옮김 / 바이오사이언스 / 2008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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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나타나거나 또는 의학계에 새로 보고되는 바이러스를 보통 신종 바이러스(emerging virus)라 한다. 급속 호흡기 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SARS)은 2002년 11월 중국의 남부지역에서 처음 나타났다. 다음 8개월동안 전세계적으로 유행되면서 8,000명이 감염되고 700명 이상이 사망하였다. 과학자들은 재빨리 감염체가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단일가닥 RNA 유전체를 지닌 바이러스로(IV) 이전까지는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바 없었다.(p392) <생명과학> 中  


 유행성 독감은 생물종 사이에서 전파되는 바이러스의 영향을 알기에 좋은 사례가 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는 세 종류가 있다. B형과 C형은 사람만 감염시키며 유행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A형은 새, 돼지,말, 사람을 포함하여 다양한 동물을 감염시킬 수 있다. 인플루엔자 A형이 지난 100년 동안 인류 집단에 세 차례의 주요 유행성 독감을 일으킨 바이러스다. 가장 치명적이었던 것이 1918~1919년 사이에 400만 명의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간 "스페인 독감" 범유행병(pandemic, 전세계적인 유행병)이다.(p392) <생명과학> 中


[사진] 스페인 독감(출처 : https://www.history.com/news/spanish-flu-pandemic-dead)


 1919년 세계를 강타한 스페인 독감이 유행한 지 100년. 이제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확진자, 사망자 수의 발표에 사람들의 마음과 경기도 얼어붙은지도 벌써 한 달이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질병과 관련한 책에 손이 가게 된다. 그래서, 이번 리뷰에서는 오랫만에 꺼내본 캠벨(Neil A. Campbell)의 <생명과학 Biology> 을 통해 바이러스에 관한 부분을 정리해본다.


 가장 작은 바이러스(virus)는 지름이 20nm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리보솜보다 작은 크기이다.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바이러스도 지름이 수백 나노미터에 지나지 않아 광학현미경으로 겨우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이다... 바이러스는 세포가 아니다. 바이러스의 구조를 더욱 상세하게 연구한 결과 바이러스는 핵산이 단백질 껍질로 둘러싸여 있는 구조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때로 막구조가 단백질 껍질을 덮고 있는 경우도 있다.(p382) <생명과학> 中


[사진] 바이러스의 구조(출처 : https://study.com/academy/lesson/influenza-virus-structure-and-function.html)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둘러싸는 단백질 껍질을 캡시드(capsid)라 한다.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캡시드는 막대 모양이거나 다각형 또는 복합형(T4와 같은)의 형태를 하고 있다. 캡시드는 캡소미어(capsomere)라 불리는 수많은 단백질 소단위가 모여 이루어지나, 하나의 캡시드를 이루는 단백질의 종류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일부 바이러스에는 숙주세포를 감염시키는 과정을 돕는 보조적인 구조가 있다. 예를 들어, 인플루엔자바이러스 등의 동물바이러스에는 막으로 이루어진 외피가 캡시드를 둘러싸고 있다. 이들 바이러스 외피(viral envelope)는 숙주세포의 막에서 유래된 것으로 숙주세포의 인지질과 막단백질을 포함한다.(p383) <생명과학> 中


 바이러스는 작은 핵산 유전체가 단백질 껍질에 둘러싸인 구조이며, 외부에 피막이 있는 경우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입하는 과정을 도와주는 단백질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생명과학>에서는 이와 같이 단순한 구조를 지닌 바이러스를 생명체로 보지 않는다. 이들은 숙주에 기생해서 증식하는 존재이기에, 필사적으로 숙주 세포에 침입하고자 하며, 감염(感染, infection)은 그 결과로 나타난다.


 바이러스에는 대사 효소도 리보솜과 같은 단백질 합성기구도 없다. 이들은 절대 세포 내 기생체로 숙주세포 안에서만 증식할 수 있다. 각종의 바이러스는 제한된 종류의 숙주만 감염시킬 수 있다.(p384) <생명과학> 中


 바이러스는 생명체에 대한 우리의 정의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분리된 형태의 바이러스는 생물학적으로 활성이 없고 유전자를 복제하거나 ATP를 합성할 수 없다. 그렇지만 바이러스는 보편적인 생명의 언어로 쓰여진 유전 프로그램을 지닌다... 바이러스는 독립적으로 증식할 수도 대사활동을 수행할 수도 없지만 이들이 유전부호를 사용한다는 사실은 생물계와의 진화적 연관성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든다.(p389) <생명과학> 中


 바이러스 감염 발생 시 사람들의 면역체계(Immune system)는 즉각적으로 대응한다. 기침이나 열 등의 증상이 바이러스에 대한 몸의 반격이라면, 기침환자 나 고열환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조금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의 몸이 아직 바이러스의 숙주가 아닌,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한 격전장임을 안다면, 단순한 열과 기침만으로 이를 금기(taboo)하는 사회 분위기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물론, 기침이나 고열환자들의 몸에 바이러스가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겠지만, 이러한 증상 자체를 거부하는 분위기는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도움이 안 된다 여겨진다.


 바이러스 감염은 여러 종류의 경로를 통해 증상을 나타낸다. 바이러스는 리소좀서 가수분해효소를 방출하여 세포에 손상을 입히거나 세포를 사멸시킨다... 열이나 통증과 같은 바이러스 감염과 동반되는 많은 일시적인 증상은 바이러스가 직접 세포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라기보다 대개 우리 몸이 스스로 감염에 대항하려는 시도를 하기 때문에 나타난다.(p391)... 면역체계는 복잡하고 중요하 신체의 자연 방어체계의 일부이다. 이는 또한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이 효과적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p391) <생명과학> 中 


 이번 코로나 19 바이러스와 관련해서 백신 개발 시점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만, <생명과학>에 의하면 현재 사태 해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 같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가 끝나고 난 후에는 효과가 있을 것인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종 가능성이 매우 높은 RNA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비춰보면, 백신은 실제적으로도 거의 효능이 없으리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코로나 백신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관련 주식들이 급등락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향후 백신 판매가 어떤 양상으로 이루어질지 궁금해진다. 


 백신(vaccine)이란 해로운 병원체에 대항하는 신체의 면역체계를 촉진하기 위해 사용되는 병원체의 해롭지 않은 변이체를 말한다. 백신으로 특정한 바이러스 질환을 예방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바이러스성 질환은 한 번 감염되고 나면 현재로서는 치료방법이 거의 없다. 항생제는 박테리아성 감염을 치료할 수 있을 뿐 바이러스에는 무용하다.(p391) <생명과학> 中 


 바이러스 질병이 새로 출현하는 것에는 세 가지 과정이 작용한다. RNA 바이러스는 RNA 유전체를 복제할 때 교정판독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돌연변이 발생 비율이 매우 높다. 어떤 돌연변이는 기존의 바이러스를 이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가진 사람에게조차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유전적 변이형으로 바꾼다... 바이러스성 질병의 출현을 야기하는 두 번째 과정은 작고, 격리된 인간 집단에서 바이러스성 질병이 전파되는 것이다... 새로운 바이러스성 질병의 세 번째 공급원으로는 다른 동물에 존재하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을 들 수 있다.(p392) <생명과학> 中


 <생명과학>을 통해 우리는 과거 1918년 스페인 독감, 2003년 사스(SARS) 와 마찬지로 코로나 19 또한 변종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환임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과거보다 예전보다 더 파괴력있는 질병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세계화(globalization)로 인해 그만큼 세계가 가까워졌고,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으로 세계경제가 통합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신종 바이러스들은 대개 그 자체로 새로운 것은 아니며 기존에 있던 바이러스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현재보다 더 넓은 숙주범위를 지니게 된 것이 많다. 숙주의 행동이나 환경의 변화로 인해 새로운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면, 새로운 길이 뚫려 이전에는 격리되어 살았던 집단 사이에서도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p393) <생명과학> 中


 생명체 출현이후 바이러스와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지 않기 위한 생명체의 오랜 싸움은 진화(evolution)의 한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치적/경제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이들로 인해 혼란이 한층 가중되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이번 리뷰를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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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3-07 1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인류 탄생 이전보다 바이러스가 먼저 있었을 것이고 매년 알 수도 그리고 눈치챌 수도 없을 수만종 이상의 바이러스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바이러스는 누군가에게는 감염되었을 것이고 그로 인해 크고 작은 희생이 있었을 것이며, 의사는 잘 알지 못한 채 그냥 감기, 부종, 폐렴 등으로 호칭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것이 바이러스가 우리와 생존하는 모습인 것같습니다. ^^

겨울호랑이 2020-03-07 17:44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바이러스와 함께한 인류역사를 생각한다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의학의 발달로 많은 질병을 치료하게 된 상황이 오히려 예외가 아닐까 싶습니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4 - 자연주의와 인상주의, 영화의 시대, 개정판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4
아르놀트 하우저 지음, 백낙청 외 옮김 / 창비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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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와 인상주의

19세기의 모든 특징들은 이미 1830년경에 드러난다. 부르즈와지는 완전히 권력을 소유하고 또한 그 사실을 잘 의식하고 있다. 귀족은 역사의 무대에서 퇴각하여 순전히 개인적인 생존을 유지할 뿐이다. 시민계급의 승리는 의심할 여지 없이 명백해진다.(p15)... 공업화의 진전이나 자본주의의 전면적 승리와 보조를 같이하는 경제적 합리주의, 역사과학/정밀과학의 발전 및 이와 결부된 사유(思惟)의 일반적 과학주의, 계속된 혁명의 실패와 그 결과 생긴 정치적 현실주의, 이 모든 것들이 낭만주의와의 거대한 싸움을 준비하는 바, 낭만주의와의 이러한 싸움이 향후 100년간의 역사를 꽉 채우게 된다.(p16)

18세기에 와서야 비로소 독자층은 서로 다른 두 진영으로 분리되고 예술은 서로 대립하는 두 경향으로 나누어진다. 이때부터 모든 예술가는 반대되는 두 질서인 보수적 귀족의 세계와 진보적 부르즈와의 세계 사이에서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p17)

르네쌍스 이래 점차 드러나는 근대 자본주의의 근본적 경향은 이제 어떤 전통에 의해서도 완화되지 않는 그 뚜렷하고 비타협적인 명료성 속에 나타난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비인격화의 경향, 즉 경제기업의 전 메커니즘에서 개인의 환경에 대해서 고려하는 모든 직접적/인간적 영향을 배제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기업은 자체의 이해와 목적을 추구하고 자체의 논리법칙에 따라가는 하나의 자율적 유기체가 되며, 자기와 접촉하는 모든 사람을 노예로 삼는 폭군이 된다.(p22)

모짜르트(W.A.Mozart)가 항상 객관적이며 필연적인 확고한 플랜을 좆는 것같이 보이는 데 반하여, 베토벤의 음악에서는 모든 주제, 모든 모티프, 모든 음조가 마치 "나는 이렇게 느끼니까" "나에겐 이렇게 들리니까" "나는 이렇게 하고 싶으니까" 하고 작곡자가 말하고 있는 듯이 울린다. 과거 대가들의 작품이 잘 균형 잡히고 잘 구성된 작곡과 깔끔하고 잘 마무리된 멜로디임에 비하여, 베토벤과 그후의 작곡가들의 창작은 괴로운 가슴의 심연에서 터져나오는 부르짖음이며 읊조림인 것이다.(p56)

자연주의란 실상 새로운 관습을 지닌 낭만주의이다. 진실감에 대한 자연주의의 가정이 새롭기는 하나, 이러한 가정이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언제나 자의적이게 마련이다. 낭만주의와 자연주의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후자의 과학주의, 즉 현실의 예술적 묘사에 정밀과학의 원칙을 적용한 데에 있다. 19세기 후반에 자연주의적 예술이 지배적 위치에 서게 된 것은 관념론과 전통주의의 정신에 대한 과학적 세계관 및 합리주의적/기술중심적 사고방식의 승리에 따른 한 징후일 따름이다.(p81)

혁명의 승리와 차티즘(Chartism, 1836 ~ 48, 6개 항목의 급진적인 인민헌장을 내세운 영국의 정치운동)의 좌절 이후에야 비로소 부르즈와지는 자기의 확고한 힘을 느꼈고, 그리하여 이제 양심의 갈등이니 양심의 가책 따위는 갖지 않게 되었으며, 이미 어떤 비판의 필요를 믿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문화적 엘리뜨, 특히 문필가들은 사회에서 하나의 사명을 수행한다는 느낌을 잃어버렸다.(p163)

똘스또이와 도스또예프스끼의 관계에서 우리는 볼떼르와 루쏘 사이에 있었고 괴테와 쉴러(J.Ch.F. von Schiller)간의 관계에서도 그 비슷한 것이 있는, 의미심장하고 가장 깊은 뜻에서의 전형적이고 원형적인 정신적 관계가 되풀이되고 있음을 발견한다. 이 모든 경우에 있어 합리주의와 비합리주의, 감각성과 사상성, 또는 쉴러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소박한 것'과 '감상적인 것'이 대면한다.(p190)

기술의 진보와 관련하여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문화의 중심이 현대적 의미의 대도시로 발전해가는 일로서, 이 대도시는 새로운 예술이 뿌리내리는 토양을 형성하게 된다. 인상주의는 유례없이 도시적인 예술인데, 그것은 다만 인상주의가 풍경으로서의 도시를 발견하고 그림을 시골에서 도시로 옮겨왔기 때문만이 아니라 세상을 도시인의 눈으로 보고 현대적 기술인의 극도로 긴장된 신경으로 외부 세계의 인상들에 반응하기 때문이다.(p201)

시기상으로도 문학의 인상주의와 회화의 인상주의 사이에는 얼마간의 간격을 볼 수 있다. 회화에서는 인상주의의 가장 왕성한 시기가 이미 지나간 때에야 비로소 그 양식적 특징이 문학에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본질적 차이는 문학에서의 인상주의는 비교적 일찌감치 자연주의, 실증주의, 유물론과의 연결고리를 잃고 거의 출발부터 익히 알려진 이상주의적 반동의 역할을 떠맡은 데에 비하여, 회화에서는 인상주의가 해체된 다음에야 그러한 반동이 나타난다는 점이다.(p215)

플로베르의 세계관과 베르그쏭의 세계관을 갈라놓는 중요한 차이는, 플로베르가 아직도 인생의 이상적 실체를 갉아먹는 하나의 파괴요인으로 시간을 파악했다는 점이다. 우리의 시간관의 변화, 아울러 체험적 현실 전체에 대한 평가의 변화는 서서히 일어난 것으로서 그것은 제일 먼저 인상파의 그림에서, 다음에는 베르그쏭의 철학에 와서, 끝으로는 프루스트의 작품에서 일어났다. 프루스트에 이르면 시간은 이미 분해와 파괴의 원리가 아니요, 그 속에서 이념과 이상이 가치를 잃고 삶과 정신이 실체를 상실하는 요소가 아니고, 오히려 우리는 시간이라는 형식을 통해 우리의 정신적 존재, 생명 없는 물체와 기계작용에 반대되는 우리 삶의 본질을 포착하고 의식하게 되는 것이다.(p269)

영화의 시대

20세기 예술의 주류를 이루는 경향들은 모두 전 세기의 선구자들에게서 그 기원을 갖는다. 입체파는 쎄잔느와 신고전주의자들에게서, 표현주의는 고흐와 스트린드베리에게서, 초현실주의는 랭보와 로트레아몽에게서 각각 유래한 것이다. 이러한 예술사상의 연속성은 당시의 경제사 및 사회사가 어느정도 일관된 발전을 하고 있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p285)

연극은 여러가지 면에서 가장 영화와 닮은 장르이다. 특히 시간적 형식과 공간적 형식을 종합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와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장르다. 그러나 연극에서는 시간적인 것과 공간적인 것이 나란히 병존할 뿐이지 영화에서처럼 양자가 내적으로 결합되어 있지는 않다. 영화와 다른 예술 간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유동적이라는 점이다.(p302)... 영화에서 시간과 공간이 마치 그 기능의 호환성을 통해 결합되어 있기나 한 것처럼, 공간이 활성화되어 시간적 자질을 획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간 역시 거의 공간적 성격을 띠게 된다. 즉 순간들의 배열순서에 일종의 자유가 생긴다.(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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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3-05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싶어 사다 놓은 책인데 몇년째 keep 만 하고 있습니다. 리뷰 읽으니 더 궁금해지는 책입니다. ^^
근데 어쩜 이렇게 책을 빨리 읽으세요?^^

겨울호랑이 2020-03-05 23:5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님. 사실 저도 예전에 사다 놓고 틈틈이 들여다 보다가 이번에 맘먹고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몰아보다보니 전체적인 흐름이 더 잘들어오는 것 같네요. 다만, 그 깊은 내용이 모두 제것은 되지 않은 것 같네요 ㅜㅜ 아무래도 소화시키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