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이미 시몬 이스카리옷의 아들 유다의 마음속에 예수님을 팔아넘길 생각을 불어넣었다.(요한 13 : 2) ... 유다가 그 빵을 받자 사탄이 그에게 들어갔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유다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하려는 일을 어서 하여라."(요한 13: 27)


 The devil had already induced Judas, son of Simon the Iscariot, to hand him over(Jn 13 : 2)... After he took the mersel, Satan entered him. So Jesus said to him, "What you are going to do, do quickly."(Jn 13 : 27)


 그(루시퍼)는 여섯 눈구멍으로 울고 세 조각

 턱 위로는 눈물과 피맺힌 침을 뚝뚝 흘리더라.

 

 입이란 입은 이빨로 한 죄인을 

 발기는 게 삼을 찢는 듯한데, 이렇게

 세 놈을 아파 못 견디게 굴더라.


 스승이 가로되, "저기 드높이 가장 무서운

 벌을 받는 영혼이 유다(이스카리옷)이니, 

 그 골통이 쑥 들어가고 정강이만 쑥 내밀었구나.(p466) <단테의 신곡 上 지옥편 제34곡 52 ~ 63)> 中 


 기독교 역사 2000년 중 가장 유명한 죄인, 배신자인 유다 이스카리옷. <성경 The Bible> <신곡 La Divina Commedia>에서도 설명되고 있듯 생전에는 사탄(Satan)의 유혹을 받은 존재로, 죽어서는 지옥에서 루시퍼(Lucifer)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이처럼 기독교인들에게 그리스도를 죽음으로 이끈 배신자인 유다는 용서할 수 없는 죄인이다. 때문에, 기독교 문명에서 그에 대한 평가가 좋지않은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많은 작품에서 유다는 '할 말 없는 죄인'에 불과하지만, 레오니드 안드레예프(Leonid Andreyev, 1871 ~ 1919)의 <가룟 유다>는 그런 관점에서 벗어난 작품이다.

 

 힘이 있어 보였지만 유다는 왜 그런지 나약하고 병색이 있는 듯 가장했고, 목소리는 일정치 않았다. 때로는 힘 있고 남성적이고, 때로는 듣기에 불쾌하고 기분나쁘며 남편을 욕하는 늙은 여편네의 째지는 목소리를 냈다... 붉은빛의 짧은 머리칼은 그의 이상한 두개골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두개골은 두 번의 칼질에 의해 절단된 듯 뒤통수에서부터 네 부분으로 확연히 구분되어 있어 불신과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두 개골을 갖고 있다면 고요와 평화는 있을 수 없으며 유혈의 무자비한 전투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릴 것이다. 유다의 얼굴 역시 두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날카롭게 관찰하는 검은 시선의 한쪽 눈은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치며 그 주위는 많은 주름이 져 있었지만, 다른 쪽은 생기도 없이 밋밋하고 마비된 듯하고 주위에 주름살도 없었다.(p30) <가룟 유다> 中


 <가룟 유다>에서 유다의 외모는 이중적이다. '살아 있는 눈'과 '죽은 눈'을 가진 좌우 비대칭 외모를 가진 인물. 마치 마징가Z의 아수라 남작처럼 다른 면을 가진 유다는 그의 외모처럼 스승에 대한 사랑과 미움이 공존하는 인물이다. 스승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스승을 미워하는 제자. 한 인물 속의 애증(愛憎)의 감정은 결국 그를 파탄으로 이끈다.


 모든 이에게 예수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한 송이 꽃, 좋은 향기가 나는 장미였지만, 유다에게는 날카로운 가시였다. 마치 유다에게는 심장도 눈도 코도 없어 그가 다른 사람들처럼 부드럽고 순수한 꽃의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p45) <가룟 유다> 中


 자네(유다)는 아름답지 않고 자네의 혀 또한 얼굴처럼 유쾌하지 않네. 자네는 거짓말을 일삼고 항상 험담을 늘어놓네. 그러면서 예수가 자네를 사랑하기를 바라는가?(p60)... 도마, 난(유다) 그를 아네. 스승님은 유다를 두려워하는 거야! 스승님은 용감하고 강하고 아름다운 유다로부터 숨고자 하네. 스승님은 바보, 배반자, 거짓말쟁이를 사랑하네. (p61) <가룟 유다> 中 


  스승의 사랑을 바라지만, 스승의 사랑을 받지 못한 유다. <가룟 유다>에서 유다는 똑똑하지만 거짓말을 일삼는 비열함도 함께 가진 이중적인 인물로 설명된다. 그리고, 하나의 사건은 유다를  제사장 안나스에게 이끌어 스승을 팔아 넘기게 된다.


 그들은 스승님을 항상 사랑합니다만, 살아 있을 때보다 죽었을 때 더 사랑합니다. 스승님이 살아 있으면 가르침에 대해 물을 것이고 그러면 그들은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이 죽으면 그들이 스승이 될 것이고 그때는 다른 이들의 마음이 불편하겠지요!.... 그들은 불쌍한 유다를 모욕했습니다. 그들은 제가 은화 세 닢을 훔쳤다고 말했습니다. 마치 유다가 이스라엘에서 가장 파렴치한 사람인 것처럼 말입니다!(p77) <가룟 유다> 中 


[그림] 스승을 넘기는 유다( 출처 :https://www.history.com/news/why-judas-betrayed-jesus)


 <가룟 유다>에서 끊임없이 번민하는 유다의 모습이 제시된다. 예수를 유대 제사장들에 넘긴 후 유다가 자살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성경에서는 유다의 죄책감에 초점에 맞추지만, <가룟 유다>에서 유다는 조금 다르다. 예수 죽음의 책임을 자신에게만 전가하지 않고, 다른 제자들에게 되묻는다. 가장 사랑받는 제자라 불렸던 요한,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울 것이라는 말을 들은 베드로, 예수 오른쪽과 왼쪽에 앉게 해달라고 청한 야고보와 요한.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예수가 잡혔을 때 예수 곁에 있지 않았음을 유다는 비판한다. 너희들이 나를 배신자라고 욕하지만, 너희들 역시 나와 마찬가지가 아니냐는 유다의 물음은 통렬하다.


 자네가 말하는 훌륭한 희생이라는 게 정말 있는가? 희생이 있는 곳에는 통곡 소리와 배신자들만이 있네. 희생이란 한 사람의 고통이자 모든 이들의 치욕이네. 배신자들, 자네들은 이 땅에 무슨 짓을 한 건가? 자네들 자신이 모든 죄를 짊어졌네. 자네로부터 배신자 종족과 소심쟁이, 거짓말쟁이 가문이 시작되지 않겠는가? 자네들은 이 땅을 파괴하려 했네. 자네들은 조만간 자네들이 예수를 못 박은 십자가에 입 맞출 것이네!(p136) <가룟 유다> 中 


 <가룟 유다>에서 유다 죽음의 동기는 죄책감이라기보다는 허무감에 가깝다. 스승을 사랑하는 마음과 미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사건. 예수 수난기. 유다의 분열된 마음이 가져온 이 사건과 유다의 죽음을 통해서 비로소 유다의 마음은 하나로 통일이 된다. 여기서 한 가지 물음을 던지게 된다. 유다의 죽음은 <성경>의 내용처럼 그 자신을 회개하지 않은 죄인으로 만든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가룟 유다>에서처럼 분열된 인격의 통합으로 이룬 완성이었을까. 잘 모르겠다.


 예수는 죽었다. 공포와 꿈이 실현됐다. 이제 누가 유다의 손아귀에서 승리를 빼앗겠는가? 실현됐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군중이 골고다에 모여 '구해 주소서, 구해주소서!' 외치도록 내버려 두자. 피와 눈물의 바다가 땅 위에 흐르겠지만 그들은 단지 치욕스러운 십자가와 죽은 예수만을 발견할 것이다.(p124)... 유다는 자신의 발밑에서 하늘과 태양을 느꼈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외로운 그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세력의 무력함을 느끼고 그 모든 것들을 심연 속으로 던져 버렸다.(p125)... 기괴한 열매처럼 유다의 몸은 밤새도록 예루살렘 위에서 흔들렸다. 그러나 죽어서 이상해진 얼굴이 어느 방향을 향하건, 핏기로 가득 찬 붉은 두 눈은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고 한결 같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p141) <가룟 유다> 中 


 <가룟 유다>에서 유다는 모순된 인물이다. 거짓말을 일삼는 교활한 인물이기도 하면서, 스승의 사랑을 원하는 지고지순한 인물이기도 하면서, 상처 받기를 두려워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유다는 도마와 대화를 나눌만큼 이성적인 면도 가진 반면, 베드로와 힘을 겨눌만큼 튼튼한 신체도 가진, 문무(文武)를 겸비한 매우 복합적인 면을 가진 인물이다. 우리의 인식과는 다른 유다의 모습을 우리는 <가룟 유다>에서 발견한다. 우리는 유다의 다른 면을 외경(外經)에서 찾을 수 있는데, 지난 2006년 세상에 알려진 <유다복음 The gospel of Judas>이 그것이다. 

 

 유다가 말했다. "선생님, 제 후손들이 그 통치자들의 다스림을 받을 수 있을까요?" 예수가 대답하여 그에게 말했다. "오라, 나는 [-2행 누락-], 그러나 너는 네가 그 나라와 그 모든 세대를 보면 많이 슬퍼질 것이다." 유다가 이 말을 듣고 그에게 말했다. "내가 받아들인 그것은 좋은 것입니까? 왜냐하면 당신은 저 세대를 위해 저를 떨어뜨려 놓으셨습니다." 예수가 대답하여 말했다. "너는 열세번째가 될 것이며 다른 세대들에 의해 저주받을 것이다. 그리고 너는 그들을 다스리게 될 것이다. 마지막 날에 그들은 네가 거룩한 [세대]로 올라간 것을 저주할 것이다. 예수가 말했다. "[오라], 내가 너에게 어느 누구도 본 적이 없는 [비밀]에 대하여 가르쳐주마. 왜냐하면 위대하고 끝없는 세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다복음> 中 (번역 출처 : http://m.pressian.com/m/pages/articles/320?no=320)


   Judas said, "Teacher, surely the rulers are not subject to my seed?" Jesus answered. He said to him, "Come ..... [about two lines are untranslatable] [b]ut because you will groan deeply when you see the kingdom and its entire race." When Judas heard these things, he said to him, "What benefit have I received because you separated me for that race?" Jesus answered. He said, "You will become the thirteenth and you will be cursed by the rest of the races - but you will rule over them. In the last days, they will < > and you will go up to the holy ra[ce]." Jesus said, ["Com]e and I will [te]ach you about the [things ..... that] no human will see.(p116) <Judas, 9 : 26 ~ 10 : 1> 中 


 영지주의(Gnosticism) 복음서로 여겨지는 <유다복음>이 기독교에서는 받아들여지지는 않지만, 이 안에서 유다는 예수에게 인정받는 첫 번째 제자이면서, 비밀을 전수받는 존재로 묘사된다. 신앙적으로는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유다 복음>의  인간 유다의 다른 면을 발견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도록 하자. <가룟 유다>와 <유다 복음>을 통해 용서받을 수 없는 악인(惡人)이 아닌 인간 유다에 대해 다시 생각하면서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PS. 사탄과 루시퍼에 대한 이야기는 제프리 버튼 러셀(Jeffrey Burton Russell, 1934 ~ )의 <악의 역사> 시리즈를 통해 다음 기회에 정리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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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란 무엇인가 경문수학산책 21
리차드 쿠랑 외 지음, 이언 스튜어트 개정, 박평우 외 옮김 / 경문사(경문북스) / 200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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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수학의 공리, 법칙들을 막상 들여다 보면 자연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인간의 상식에 맞게 해석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오일러와 같은 대수학자도 분배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귀류법을 시용한 것을 보면 공식 하나가 하나의 예술작품, 한 편의 시임을 깨닫게 된다. 수학은 자연과 소통하는 언어라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b < a 인 경우에 대하여도 b - a  =  -  (a  - b) 로  정의하고  기호 -1, - 2, .... 를 도입하게 된 것은 더욱 커다란 중요성을 갖는다. 이는 뺄셈이 양과 음의 정수 범위에서 제한없이 이루어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법칙(-1)(-1) = 1은 음수의 곱셈에서 성립하는 법칙인데 이와 같은 법칙은 분배법칙a(b + c) = ab + ac를 유지하고자 하는 바람의 결과이다. 왜냐하면,
(-1) (-1) = -1이 성립한다면, 분배법칙에서 a = -1, b = 1, c = -1로 각각 잡았을 때, 
- 1(1 - 1) = -1-1=-2가 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1(1 - 1) = -1.0 = 0을 얻기 때문이다. 음수와 분수에 적용되는모든 다른 정의가 증명될 수 없다는 사실과 ˝부호의 법칙˝ (3)을 수학자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이러한 법칙은 산술의 기본법칙을 유지하면서 연산을 자유롭게 하기 위하여 사람이 만든 것이다.  이러한 정의를 바탕으로 하여 보일 수 있고 또 보여야만 하는 것은 산술의 교환법칙,  결합법칙  그리고  분배법칙이 그대로 성립한다는 사실이다. 오일러 같은 위대한 수학자도 (-1)(-1) 이  반드시  +1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이기 위하여 (-1)(-1)은 +1 이나 -1 중에 하나가 되어야 하는데 -1 = (+1)(-1) 이기 때문에 -1이 될 수 없어 +1이 되어야 한다는 불확실한 논리를 제시하기도 하였다(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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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mov's Guide to the Bible: The Old Testament, Vol. 1 (Paperback, Re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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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모프의 바이블- 오리엔트의 흙으로 빚은 구약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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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모프의 바이블- 신약, 로마의 바람을 타고 세계로 가다 (양장본)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박웅희 옮김 / 들녘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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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 자리도, 도시의 운명도, 주민의 안전도 수시로 위협받고 사라지며 새로운 존재들로 대체되는 것이 가나안에서의 삶이었다. 그런 까닭에 가나안에서 우기와 건기를 지배하는 신의 지위는 더욱 높아갔고 주민의 삶은 더욱더 신에 종속되는 동시에 순간의 안전과 아름다움에 매몰되었다. 순간이 지배하고, 신의 지배력이 절대화되는 땅 가나안에 아람 사람 아브람과 그 일행이 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p26) <고대 이스라엘 2000년의 역사> 中


 <고대 이스라엘 2000년의 역사>라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책은 구약시대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책이다. 본문은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해서 로마의 속주로 전락하기까지의 과정이 잘 정리되었으며, 여러 그림과 유물의 사진이 이 시대에 대한 이해를 돕기에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와 다른   책의 내용으로 다소 아쉬움을 갖게 된다. 


 역사(歷史 history)란 무엇일까. 역사란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성쇠(興亡盛衰)에 대한 기록이다. 때문에, 역사의 주체는 당연히 인간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고대 이스라엘 2000년의 역사>에는 인간이 아닌 다른 주체, 야훼가 등장한다. 그리고, 책에 대한 아쉬운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저자들은 가나안에서 신(神)의 존재가 다른 문명보다 특별했다 느꼈을까. 그래서인지, 책에서 전체 사건은 '신과의 계약 - 파기 - 벌 - 용서'의 성서적 해석을 크게 넘어서지 않는다. 역사적 사건은 이러한 해석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장치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여로보암(Jeroboam, BC 998 ? ~ BC 977 ?)에 의한 남유다 - 북이스라엘의 분열계기를 설명한 대목을 살펴보자. 솔로몬(Solomon, BC 971 ? ~ BC 931 ?)의 우상숭배로 인한 파멸적 결과로 이 사건을 해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해석은 성서적 해석을 크게 넘지 않은 것으로, 역사적 해석이라 보기 어렵다.


 '다른 신을 좇지 말라'는 야웨의 명령, 두 번에 걸친 권유에도 불구하고 솔로몬은 왕비들과 함께 그들의 신을 좇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름 부음 받은 다윗의 계승자, 야웨 하나님의 축복으로 제국의 번영을 가져온 지혜의 왕이라는 자신의 본래 자기에서 떠난 것이다. 결국 솔로몬은 야웨로부터 제국의 분열을 선언받는다.(p198)... 여로보암의 반란은 새 의복을 열두 조각으로 찢고 그 가운데 열 조각을 취하도록 한 실로 사람 아히야의 예언에 용기를 얻어 일으킨 것이었다.(p199) <고대 이스라엘 2000년의 역사> 中


 그렇다면, 역사적 해석이란 무엇일까. 역사를 E.H.카의 유명한 역사에 대한 정의 -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 - 에 따라 역사적 사실을 통해 과거의 사건을 재해석하고, 과거와 현재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그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이라 한다면, 우리는 큰 흐름 속에서 일련의 사건들이 큰 흐름 속에서 반복, 재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역사적 해석이라면 사건에 이러한 의미를 찾는 과정이 아닐까.


 '역사가는 사실의 잠정적인 선택과 그 선택을 이끌어준 잠정적인 해석에서 출발한다. 그가 연구하는 동안 사실의 해석 그리고 사실의 선택 및 정돈 그 두 가지는 이러저러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미묘한 그리고 아마도 얼마간 의식되지 못하는 변화들을 겪는다. 그리고 이 상호작용에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상호관계도 역시 포함되는데, 왜냐하면 역사가는 현재의 일부이며 사실은 과거에 속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첫번째 대답은,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 a continous process of interaction between the historian and his facts, an unending dialogue between the present and the past)라는 것이다.'(p50)


 역사의 반복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우리가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할 때, 과거의 인간과 사례를 불러내어 반복한다는 것. 사람은 여태껏 보지도 알지도 못하는 사태에 직면할 때, 그것을 기존 지식으로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하며, 그리고 실제로는 다른 일을 해버리는 것에는 어떤 불가피성이 있다. 둘째, 과거의 사태를 부정하고 잊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반복되는 것. 이 강박적 반복은 '억압된 것의 회귀'(프로이트)이다. 이것 또한 피할 수 없다.(p45) <역사와 반복> 中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아시모프(Isaac Asimov, 1920 ~  1992)의 <아시모프의 바이블 : 오리엔트의 흙으로 빚은 구약 Asimov's Guide to The Bible: The Old Testament>의 내용은 보다 역사적 해석에 가깝다. 고대 이스라엘 왕국 속에 내재된성(聖)과 속(俗)의 권력다툼은 중세 교황권과 황제권의 대립으로 재현되었고, 오늘날에도 여러 형태로 변형 반복되는 모습 속에서 우리는 역사의 교훈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림] 북이스라엘 왕국과 남유다 왕국(출처 : https://www.conformingtojesus.com/charts-maps/en/israel_and_judah_map.htm)


 솔로몬 왕국의 가장 큰 위험은 내부에 있었다. 유다와 이스라엘 사이의 적대 의식은 결코 소멸되지 않았고 단지 휴면 상태에 있을 뿐이었다. 그것도 한 눈을 뜬 채로 말이다. 그 한 눈은 바로 예언자 집단이었다. 이스라엘의 첫 왕 사울의 시대에도 왕권과 사무엘이 지도하는 예언자들의 권력 사이에 알력이 있었다.(p438)... 솔로몬의 관대한 종교정책은 예언자 집단, 특히 (유다 출신보다는) 이스라엘 출신 예언자들을 소외시켰다. 이스라엘인 예언자들은 예루살렘을 신앙의 중심지로 삼는 것을, 따라서 이스라엘의 여러 성소들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을 썩 내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종교적 감정은 민족주의와 뗼 수 없는 관계였다. 이스라엘의 예언자 아히야는 에브라임 사람인 여로보암을 주목했다. 여러보암은 예언자 집단과 많은 이스라엘인 불평분자의 지원을 등에 업고 반란을 일으켰다.(p439) <아시모프의 바이블 : 오리엔트의 흙으로 빚은 구약> 中


 아시모프는 남북국의 분열을 '계약 위반'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았다. 성소(聖所)의 위치를 둘러싼 왕과 예언자 집단의 대립. 이것은 정치와 경제의 이권(利權) 다툼이었고, 여로보암은 '단'과 '베델'에 성소를 두면서 자신을 지지한 예언자 집단에게 보답을  하게된다. 아마도 이들 예언자 집단은 두 곳에 성소를 두면서 이스라엘의 종교행사인 파스카(peschach, 유월절) 등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갈 수 있었을 것이다. 현대의 예루살렘(Jerusalem) 역시 3대 종교의 성지로 많은 순례자가 방문하고, 많은 돈이 이 지역에 뿌려짐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성소의 의미를 경제적으로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북이스라엘 왕국의 북쪽 경계가 상업이 발달한 페니키아(Phœnicia)임을 생각한다면, 이를 상업을 기반으로 한 북쪽 집단과 유목을 중심으로 한 남쪽 집단의 패권다툼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는 역사 속에서 상업의 카르타고(Carthago)와 농업의 로마(Roma)의 포에니 전쟁으로 재현되었다고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소를 둘러싼 갈등은 로마 제국의 5개 대주교(로마, 콘스탄티노폴리스, 알렉산드리아, 안티오키아, 예루살렘)간의 갈등으로 재현된다는 점에서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 1941 ~ )이 말한 역사의 반복을 생각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인간의 역사는 형이상학적인 이념(理念)이나 사상(思想)이 아닌 정치(政治)와 경제(經濟)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비로소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자신의 안정과 이익을 위해 움직이기 때문에, 역사의 해석도 여기에 맞추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만약, 여기에 절대적 존재인 신(神)이 개입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더 이상 역사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신의 선택을 받은 이와 그렇지 않은 이들간의 선(善)-악(惡)의 대립으로 모든 세계관이 정리되겠지만, 이러한 관점으로부터 역사적 교훈을 끌어내기는 어렵지 않을까.


 이러한 이유로 <고대 이스라엘 2000년의 역사>는 역사를 제목에 붙인 성경 입문서로, <아시모프의 바이블 : 오리엔트의 흙으로 빚은 구약>은 성경을 제목에 붙인 고대 근동 역사 입문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PS. 이 짧은 이야기를 하려고 너무 많이 떠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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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데이 & 맥스웰 : 공간에 펼쳐진 힘의 무대 지식인마을 35
정동욱 지음 / 김영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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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떨어진 물체들 사이의 모든 작용은 공간에 펼쳐진 '장 場 field'에 의해 매개된다는 것이 현대의 해석이다. 예컨대 자석이 놓이면 그 주위 공간에는 자기력선들로 채워진 자기장이 형성되어, 만약 이 자기장에 이동하게 된다. 즉 자석이 철을 직접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라, 자석에 의해 형성된 자기장이 철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p17)... 운동량과 에너지를 품고 있는 공간, 그것이 바로 '장'이다.(p199)


 <패러데이 & 맥스웰 : 공간에 펼쳐진 힘의 무대>는 '장'과 여기에 작용하는 '힘'에 대한 이야기를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 ~ 1867)와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ames Clerk Maxwell, 1831 ~ 1879)의 이론을 중심으로 풀어간 책이다.


 패러데이는 전자기 현상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원거리 직접 작용'을 버리고 전기와 자기 작용이 '힘의 선 lines of force'을 따라 점진적으로 전달된다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안했으며, '장 field'이라는 용어도 처음으로 사용했다. 맥스웰은 이를 발전시켜 모든 전자기 현상을 역학적 매질의 작용으로 설명하는 수학적인 '전자기장' 이론을 완성했으며, 힘이 전달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패러데이의 추측도 이론적인 계산을 통해 그 정확한 속도를 예측해냈다.(p18) 


 패러데이의 전자기 장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힘의 선들을 통해 연결된 물질과 자기력선으로 채워진 진공(眞空)이다. 이러한 개념을 이어받은 맥스웰은 유체튜브 모형을 통해 패러데이의 이론을 수학적으로 규명하였는데, 패러데이와는 달리 '에테르'라는 전달자를 생각했다는 점에서 맥스웰 모형은 패러데이 모형과 차이를 갖는다.


 1844년 패러데이는 <전기 전도와 물질의 본성에 대한 사변>이라는 짧은 글을 통해, 물질과 힘의 관계를 근본부터 뒤엎는 착상을 발표했다...이 책에서 물질은 힘의 선들의 수렴점으로 간주되었다. 그리고 힘의 선과 물질은 각각 그물의 끈과 매듭에 비유됐다. 이에 따르면 서로 떨어진 물질들 사이의 상호 작용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물의 모든 매듭들이 끈을 통해 연결되어 있듯이, 모든 물질은 힘의 선들을 통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p119)


 1850년 그는 자기 전도 이론 theory of magnetic coduction을 도입함으로써 진공의 자기 융도능력을 설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 이론에서, 자기 유도를 매개하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자기력선 자체가 되었다... 이로써 아무것도 없는 무능력한 공간으로 간주되던 진공은 이제 자기력선으로 채워진 활동적인 공간이 되었다.(p125)


 맥스웰이 전자기 유도를 설명하는 데 쓰였던 '소용돌이 분자 - 유동 바퀴' 모형 내에서 전자기 작용은 분명히 연속된 매질을 통해 전달되나 결과적으로는 순식간에 전달되는 원거리 작용과 다를 바가 없었다. 맥스웰이 매질에 부여한 탄성은 이러한 상황을 개선할 수 있었다... 맥스웰은 자신이 고안한 탄성 매질에서의 작용 전달이 에테르라는 탄성 매질에서의 횡파로 알려져 있던 빛에 대응될 수 있겠다는 추측을 했다.(p176)


 맥스웰이 유체 튜브는 패러데이의 힘의 선을 셀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어 주었다. 즉 힘의 선의 개수는 단위 튜브의 개수로, 힘의 선의 밀도는 단위 튜브의 밀도로 세어졌다. 맥스웰의 유체 시스템은 패러데이가 얘기했던 힘의 선의 긴장 강도라는 개념도 구현해냈다... 유체 시스템의 이러한 특성은 패러데이가 암묵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힘의 선과 전하 사이의 수학적 특징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었다.(p141)


 정리하면, 빈 공간에 작용하는 힘의 전달자로서 '힘의 선'을 주장한 패러데이에 대해 맥스웰은 빈 공간을 에테르로 채웠다는 점에서 차이를 가진다. 이러한 맥스웰의 주장은 후에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 ~ 1955)에 의해 폐기되지만, 에테르 Aether라는 전달자 개념은 여러 면에서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패러데이는 공간을 매질로 가득 채우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지만, 맥스웰은 힘의 선을 묘사하기 위해 공간을 매질로 가득 채워야 했다. 패러데이는 분명 매질의 영향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서로 다른 매질은 힘의 선을 통과시키는 정도에 차이를 주는 것으로서, 결국 작용을 전달하는 것은 힘의 선 자체라고 보았다... 반면 맥스웰은 물질과 독립된 힘의 선을 인정하지 않았다. 모든 현상은 물질의 운동을 통해 매개되는 연결된 메커니즘으로 기술되어야 했다. 이를 위해 공간은 뉴턴의 역학 법칙에 따라 작동하는 탄성 매질로 가득 채워졌고, 결국 힘의 선은 이 탄성 매질의 역학적 상태가 되었다.(p191)


 맥스웰은 그의 방정식이 물질적인 매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 아인슈타인은 그 점을 지적함으로써 전자기장을 매질에서 해방시켜주었고, 덕분에 전자기장은 공간에 스스로 존재하는 실체로 승격되었다.(p200)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 ~ BC 322)의 제5원소이기도 한 에테르는 완전한 원소이며 물질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실상 에테르는 '자연은 진공을 싫어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을 반영한 가상의 물질에 불과했지만,. 천상의 영원한 원운동을 가능케 하는 매체로서 에테르는 뉴턴(ir Isaac Newton, 1643 ~ 1727)과 맥스웰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며 질긴 생명력을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에테르'라는 개념이 '없다'라는 상태를 나타내는 단어의 명사형인 '없음'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플라톤(Platon, BC 428 ~ BC 348)의 대화편에 나타나듯, 모든 상태를 명사화하고 개념으로 만들고 정의(定義)를 내리려는 고대 철학의 유산의 잔재가 바로 에테르가 아닐까. 진공 상태를 '없다'라는 상태가 아닌 '진공'이라는 다른 물질을 만들어냈고, 여기에 자연법칙을 부여한 결과가 에테르라면 맥스웰 역시 플라톤의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닌가 싶다. 이에 대해서는 러셀(Bertrand Arthur William Russell, 1872 ~ 1970)의 '기술이론 theory of description'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에테르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패러데이와 맥스웰이 후대에 미친 영향을 옮기며 이 리뷰를 마무리하도록 하자.


 오늘날 전자기장이라는 개념 속에서 우리는 적어도 세 사람을 함께 만나게 된다. 전기와 자기 작용이 공간에 펼쳐진 힘의 선을 따라 전달된다는 생각을 고안한 패러데이, 패러데이의 힘의 선에 수학적인 방정식을 입혀 정교한 전자기장 개념을 정립한 맥스웰, 그리고 에테르를 제거하여 전자기장을 공간에 존재하는 실체로 다시금 승격시켜준 아인슈타인이 그들이다.(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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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香 2020-03-24 1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패러데이와 맥스웰 모두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패러데이는 뭐랄까 정통 코스를 밟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뛰어나 보입니다.

겨울호랑이 2020-03-24 19:53   좋아요 0 | URL
우향님 말씀처럼 패러데이는 흙수저에서 출발해서 왕립연구소 회원이 된 자수성가형 학자라는 점에서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집니다.^^:) 어떻게 보면, 패러데이의 왕성한 실험은 정통 엘리트 과정을 밟지 않은 인물의 우직함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여겨집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03-24 2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어 있다는 공간에 장이 존재한다는 의미는 무척 의미심장한 것 같습니다. 전기장에서 중력장을 생각할 수 있듯이요. 공즉시색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에테르 가정은 정의 문제보다 공리 문제인 것 같습니다. 공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면 말이죠. ^^

겨울호랑이 2020-03-24 21:14   좋아요 1 | URL
보이지 않은 것에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대단한 통칠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미지의 것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에테르의 문제는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공리 문제로도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여러모로 재미있는 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