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관련 기사가 사회의 모든 이슈를 삼킨 2020년 3월. 예년 같으면 새학기 준비로 바쁘게 가방을 챙겼을 아이도 계속된 방학에 한가로이 하루를 보낸다.

거의 5년마다 반복되는 전염성 질환을 보면서 오래전 읽었던 책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건강검진을 통해 평균치를 설정하고 기준치와 통계 오차범위를 벗어나는 outlier를 환자로 규정하고 의료제도의 이름으로 혈압약 등 각종 약복용을 강요하는 모습.

우리는 이러한 모습에서 중세 신의 이름으로 죄의식에 빠진 이들에 구원을 위한 신앙고백을 강요했던 종교의 dogma 가, 건강을 잃은 환자에게 건강한 삶에 대한 구원을 약속하고 대신 약품을 파는 과학의 dogma 로 변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과거 종교에 대한 신앙이 과학에 대한 신앙으로 바뀐 현대에서, 영원한 생명을 위해 면죄부가 판매되듯, 건강을 위해 코로나를 막아주는 마스크가 대량으로 판매되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모습은 아닐 것이다.

영원한 삶을 위해 면죄부 보다 인간다운 삶이 더 필요하듯, 우리에게는 마스크보다 손씻기가 더 건강에 필요한 것이 아닐까. 없는 질병도 만들어 내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에게 전염성 질병은 그야말로 성장시장이 아닐까. 뉴스에서 반복되는 마스크 관련 기사를 보면서 이번 사태의 진정한 수혜자가 누구일런지 「질병 판매학」을 통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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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1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01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테네의 급격한 세력 팽창에 두려움을 느낀 스파르타의 견제로 시작된 펠로폰네소스 전쟁(Peloponnesian War, BC 431 ~ BC 404).  이 전쟁이 시작된 2년차에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아테네에 역병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페리클레스는 아마 전쟁의 계절이 시작될 때 아테네에서 발생한 역병의 위력에 대한 연락을 받았기 때문에 작전을 중단했을 것이다. 투키티데스는 이 병을 앓았고 그 증상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이 병은 폐렴 흑사병, 홍역, 장티푸스, 그리고 여러 다른 병들과 유사한 증상을 보였지만, 정확하게 들어맞는 병명은 알 수 없다. 기원전 427년에 진정될 때까지, 이 병으로 중장 보병 4,400명, 기병 300명, 하층민 다수가 사망했다. 아테네 주민의 약 3분의 1이 휩쓸려나갔다.(p106)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中


 역병의 피해는 엄청난 것이었다. 전체 주민의 3분의 1이 쓸려나간 이 병으로 인해 아테네는 전쟁 초기 큰 인력손실과 함께 페리클레스(Perikles, BC 495 ~ BC 429)를 잃어 국정혼란을 겪었다. 그리고, 이러한 큰 피해로 인해 아테네인들은 승리에 대한 확신을 잃어갔다.


 스파르타의 제1차 침공 이후에는 잠잠하던 평화파가 적과의 타협을 다시 촉구하고 나섰다. 더욱 공격적인 전쟁을 주장하던 자들은 아티카가 입은 큰 손실과 펠로폰네소스에 대한 공격이 가져올 빈약한 성과를 지적할 수 있었다. 현재의 지출 수준으로 전쟁을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포티다이아의 포위는 여전히 예산에서 주된 요소였다. 돈을 절약하고 아테네인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상당히 큰 승리가 필요했다.(p107)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中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아테네에게 결정적인 패배를 안긴 사건은 시칠리아 원정(Battaglia navale in Sicilia, BC 415 ~ BC413)였지만, 이러한 원정의 결정 배경에는 아테네인들의 초조한 심리가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역병 또한 아테네 패배의 주요 원인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시 자신도 병을 앓았던 투키티데스는 당시 역병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을까.


 평소 건강한 사람들이 별 이유없이 갑자기 감염되었는데, 최초 증상은 머리에 고열이 나고 눈이 빨갛게 충혈되는 것이었다. 입안에서는 목구멍과 혀에서 피가 나기 시작하고, 내쉬는 숨이 부자연스럽고 악취가 났다. 다음에는 재채기가 나며 목이 쉬었다. 얼마 뒤 고통이 가슴으로 내려오며 심한 기기침이 났다. 대부분의 경우 헛구역질과 함께 심한 경련이 일어나는데, 이런 경련은 어떤 사람들은 구역질을 하고 나면 곧 완화되었지만, 어떤 사람들은 한참 뒤에야 완화되었다.(p178)... 이 역병의 증상은 실로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었다.(p178)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제2권 49) 


 당시 아테네의 역병은 원인을 잘 모르는 병이었기에 환자와 환자를 돌보는 의사가 함께 쓰러져가는 치명적인 질병이었지만, 투키티데스는 이 병의 무서운 점을 그 증상에서 찾지 않았다. 오히려, 투키티데스는 병으로 인한 고독과 절망과 이로부터 오는 사회적 혼란을 더 치명적인 결과로 해석한다.

 

 이 역병의 가장 무서운 점은 이 병에 감염되었다는 것을 알면 절망감에 사로잡히는 것과, 사람들이 서로 간호하다 교차 감염되어 양 떼처럼 죽어가는 것이었다. 사실 이것이 사람들이 죽어간 주된 원인이었다. 사람들이 환자 방문하기를 두려워하면서 환자는 방치된 채 혼자 죽어갔기 때문이다. 돌보는 이가 없어 식구가 모두 죽어간 집도 실제로 비일비재했다.(p179)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제2권 47 ~ 52)


 절망감과 고독감 속에서 환자들은 죽어갔고, 환자가 아닌 이들은 세상의 종말을 생각하게 되면서 아테네는 향락에 빠지게 되었다. 페리클레스의 황금기라 불리던 시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아테네의 패권은 이미 몰락하고 있었다.


 아테나이는 이 역병 탓에 무법천지가 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목숨도 재물도 덧없는 것으로 보고 가진 돈을 향락에 재빨리 써버리는 것이 옳다고 여겼다. 목표를 이루기도 전에 죽을지도 모르는 판국에 고상해 보이는 목표를 위해 사서 고생을 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신들에 대한 두려움도 인간의 법도 구속력이 없었다... 이렇듯 아테나이인들은 이중고에 시달렸으니,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죽어갔고 도시 바깥의 영토는 약탈당하고 있었다.(p181)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제2권 53)


 펠로폰네소스 전쟁 당시 아테네는 원인을 모르는 병으로 전체 인구의 상당수를 잃었지만, 역사가 투키티데스는 역병의 치명적인 결과를 개인의 건강이 아닌 공동체의 붕괴에서 찾고 있다. 아테네는 이러한 역병으로 인해 결국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패퇴했다. 그리고, 2020년 2월 코로나19로 인해 전국이 마비된 현실안에서 우리는 아테네의 혼란이 어떠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인구의 3분의 1이 죽어간 질병과 2020년 2월 28일 질병관리본부 기준 사망자 13명의 질병을 동등하게 비교할 수 있을까. 코로나 19의 실제 피해에 대해 우리 사회가 보이는 반응은 지나친 것은 아닐까. 질병의 피해보다는 마스크 착용과 사재기 등으로 인한 불안감이 질병보다 더 크게 우리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통해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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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0-02-29 12: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리신 글에 크게 동감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전염병에 익숙해져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냉정하게 각자 해야할 일을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네요. 건강 유의하시고, 즐거운 독서 하시기 바랍니다.

겨울호랑이 2020-02-29 14:07   좋아요 2 | URL
blueyonder님 말씀처럼 이제는 전염병때문에 두려움에 떨기보다는 평안함 속에서 자가치유 능력을 믿고 생활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물론 평소 지병있는 환자들은 건강에 유의해야겠지만요.... blueyonder님께서도 건강한 하루, 행복한 하루 되세요!^^:)

북다이제스터 2020-03-01 18:37   좋아요 1 | URL
예전에 이런 바이러스 없지 않았을텐데, 앎이 이런 소란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앎이 항상 좋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20-02-29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캬, 좋은 지적이네요. 지금 읽으면 좋은 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20-02-29 14:0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곰곰발님^^:) 이 페이퍼를 나중에 읽었을 때는 별로 공감되지 않는 세상이 되길 기원해 봅니다.

AgalmA 2020-03-08 13: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국에서는 자비 검사가 400만 원이 넘어가서 염려가 돼도 서민들은 그런 의료 서비스를 선택하기 어렵다고 하더군요. 한국은 그나마 의료보험이 잘 되어 있어서 16~20만원 가량이지만 몇몇 증상자는 그게 부담돼(확진자에겐 환불되지만 비확진자면 다 자비처리되니까) 검사 안 받다보니 병세가 더 깊어졌더군요.
부유한 사람들이 타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공동관심단지(CID)를 조성해 살고 있듯이 공동체 붕괴는 곳곳에 퍼져 있는데 이 질병 사태는 인종, 계층 갈등도 더 불러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혐오 정서가 현실 공간까지 바꾸는 것도 같고 세상 곳곳이 차단의 장막으로 가득하네요.

겨울호랑이 2020-03-01 14:20   좋아요 1 | URL
AgalmA님 말씀처럼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많은 사회 문제가 더 잘 드러났음으 느낍니다. 이러한 문제를 잘 의식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면, 전화위복이 되지 않을까도 생각해 봅니다.^^:)
 

책을 너무 좋아해서 책을 다 읽은 후 그 책을 소금과 후추를 뿌려 먹는 여우 이야기. 책을 몸과 마음의 양식으로 삼는 것을 보면 여우아저씨는 진정한 ‘애서가‘임이 분명하다.

예전에 영어사전 한 페이지를 다 외우고 외운 페이지를 찢어 삼켰다는 어느 고시생의 전설을 「책 먹는 여우」를 읽으며 떠올려 본다. 여느 아이들처럼 딸아이도 이 책을 좋아하기에 그 이유를 잠시 생각해본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책을 먹으며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여우의 능력이 부러운 것은 아닐런지. 책을 읽는 것이 숙제처럼 아이에게 다가가는 것은 아닐까. 때문에 먹기만해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그 능력을 부러워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직은 이야기하지 못 했지만, 만약 딸아이가 그렇다고 한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연의야, 여우가 책의 내용을 많이 알게 된 것은 책을 먹어서가 아니라, 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소금과 후추로 요리를 준비했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나 자신에게 다짐해본다. 연의가 충분히 스스로 간을 맞출 때까지 먹을 책을 쌓아 놓지 않기로. 어릴 땐 책보다 뛰어노는 것이 훨씬 더 소중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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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0-02-28 01: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연의!
이름이 참 예쁘네요^^
그 속에 많은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책 먹는 여우를 좋아했던, 어느새 훌쩍 커버린 딸아이의 그 시절을 한 번 돌이켜 보았습니다^^

겨울호랑이 2020-02-28 08:2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 말씀처럼 아이들은 어른들이 모르는 사이에 금방 자라는 것 같아요. 하루하루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곧 품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되세요!^^:)

2020-02-28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28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0-02-29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독서만큼, 아니 더 중요한 게 뛰어 노는 것이죠. 연의가 멋진 아버지를 두셨군요.

독서하고 나면 뛰어 놀게 해 줄게, 라고 하지 말고
뛰어 놀면 독서하게 해 줄게, 라고 말하는 건 어떨까요? 학부형들에게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ㅋ

겨울호랑이 2020-02-29 14:05   좋아요 1 | URL
페크님 말씀에 매우 동감합니다. 모든 것이 때가 있는 만큼 어렸을 때 마음껏 놀아야겠지요. 어릴 때 제대로 놀지 못해서 어른이 된 후에 이유 없이 불만에 가득찬 삶에 살아서는 안되겠지요. 세상 모든 어린이들이 걱정없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페크님 평안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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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문화사 1 -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 흑사병에서 30년 전쟁까지 한국문화사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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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곤 프리델 (Egon Friedell, 1878 ~ 1938)은 <근대문화사 1>에서 흑사병을 근대의 산물로 해석한다. 중세에서 근대로의 큰 변화가 흑사병과 같은 질병의 출현을 불러왔다면, 거의 5년 주기로 발생하는 현대의 대규모 전염병은 어떤 의미가 있을런지. 비록 살상력에 있어서는 과거 흑사병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사람들을 위축시키고 고립시키는 질병의 의미를 우리는 역사속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우리가 근대의 인간이 맞이한 발전 단면을 '잠복기(Inkubationszeit)'라고 부른다면, 이때 세상에 나타난 새로운 것이 독소(毒素, toxin)였다는 인상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p117)... 나는 근대의 탄생기가 유럽 사람들이 걸려든 중병, 즉 흑사병을 통해 규정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물론 흑사병이 근대의 원인이었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다. '근대'가 먼저 있음으로써 흑사병이 생겨났다.(p118) <근대문화사 1> 中

질병은 예술, 전략, 종교, 물리학, 경제. 연애 및 여타의 생활표현이 그 시대의 산물인 것과 마찬가지로 시대의 특수한 산물이다.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바로 정신이다... '새로운 정신'은 유럽의 인류에게 일종의 발전 질병, 즉 보편적 정신장애와 그 질환의 형태 중 하나를 낳았다. 그중 가장 치명적인 것이 흑사병이었다. 그런데 이 새로운 정신이 어디에서 왔고, 그것도 하필이면 왜 그 당시 그곳에 출현했고,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세계정신(Weltgeist)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p119) <근대문화사 1>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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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5 23: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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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6 09: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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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6 09: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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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6 11: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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