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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힉스다- 21세기 최대의 과학 혁명
리사 랜들 지음, 이강영 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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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암흑 물질과 공룡- 우주를 지배하는 제5의 힘
리사 랜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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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우주와 과학의 미래를 이해하는 출발점
리사 랜들 지음, 이강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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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우주- 비틀린 5차원 시공간과 여분 차원의 비밀을 찾아서
리사 랜들 지음, 김연중.이민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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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우주 - 비틀린 5차원 시공간과 여분 차원의 비밀을 찾아서 사이언스 클래식 11
리사 랜들 지음, 김연중.이민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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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칭 세계에서 우리가 아는 입자들은 모두 초대칭 변환에 의해 상호 교환될 수 있는 '초대칭짝(superpartner)'을 갖는다. 초대칭 변환을 통해 페르미온은 보손 짝으로, 보손은 페르미온 짝으로 변환될 수 있다... 초대칭성 이론에서 페르미온은 모두 보손 짝으로 변환될 수 있고, 보손은 페르미온 짝으로 변환될 수 있다. 입자들의 이러한 성질을 이론적으로 기술한 것이 초대칭성이다.(p386) <숨겨진 우주> 中


 양자 역학적 효과로 인해 질량이 작은 힉스 입자는 존재하기 힘들지만 힉스 입자가 무거우면 표준 모형이 붕괴된다. 여분 차원 이론이 존재하기까지 초대칭성은 이 문제를 다루는 유일한 방법이다.(p408) <숨겨진 우주> 中


 리사 랜들(Lisa Randall, 1962 ~ )의 <숨겨진 우주 Warped Passages: Unraveling the Mysteries of the Universe's Hidden Dimensions>는 초대칭성을 포함한 표준모형(Standard Model)이 가진 한계를 말한다. 현실에서는 (여러 이유로) 깨진 상태로 존재하는 초대칭성은 현실적으로 입증되기 어렵기에, 저자는 <숨겨진 우주>에서 대신 '여분 차원'을 도입한다.


 끈 이론 모형 중 하나에서 약력 막과 중력 막이라는 2개의 막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은 유한한 크기를 갖는 다섯 번째 차원의 경계를 이룬다. 벌크에 존재하는 에너지와 막에 존재하는 에너지가 시공간을 비튼다... 이 모형에서 다섯 번째 차원은 크지는 않지만 심하게 비틀려 있다. 중력의 세기는 물체가 다섯 번째 차원 어디에 있는가에 강하게 의존한다.(p601) <숨겨진 우주> 中


 우리 모형에서는 다섯 번째 차원의 한쪽 끝에 1개의 막이 있다. 이는 20장에서 내가 기술했던 2개의 막과 마찬가지로 반사성이 뛰어나다. 막에 충돌한 물체는 다시 튕겨지기 때문에 이 막에 충돌해도 에너지 손실은 없다.(p617)... 중력이 국소화되어 있는 경우 질량이 없는 KK 입자가 국소화된 중력자다. 이 KK 입자는 중력 막 가까이에 집중적으로 분포해 있다.(p631) <숨겨진 우주> 中


[그림] 숨겨진 우주(출처 : https://sciencebooks.tistory.com/588)


 <숨겨진 우주>의 모델에는 1개의 막(brane)이 등장한다. 차원을 구별하는 이 막 근처에는 중력자가 확률밀도함수(Probability Density Function)에 따라 밀집된 형태로 존재한다. 확률밀도함수의 모형은 결코 꼬리의 끝이 x축과 만나지 않기 때문에 중력자 역시 거리가 멀어질수록 밀도가 낮아지지만 결코 0이 되지는 않는다.


 국소화된 중력(localized gravity)은 전체 5차원 우주를 마치 4차원 중력의 작용을 받는 것처럼 행동하게 한다... 여러분은 이제 여분 차원이 작게 말려 있거나 시공간이 휘어 있거나 중력이 작은 역에 몰려 있어서 차원이 무한히 커도 보이지 않을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차원들이 압축되어 있든 아니면 국소화되어 있든 시공간은 어느 곳에서나 4차원으로 보인다.(p641)... 다섯 번째 차원 어디에 있든 4차원 중력의 영향은 피할 수 없다는 RS2 모형의 결론이 답이다. 중력은 모든 곳서 4차원처럼 보이는데, 이는 중력자의 확률 함수가 실제로 0이 되지 않고 무한히 계속되기 때문이다.(p642) <숨겨진 우주> 中


 <숨겨진 우주>에서는 5차원이 말려있는 것으로 가정한다. 여기에 11차원의 M이론고 10차원의 초끈이론을 통합시키는 가정임을 고려해본다면, 이를 통해 <숨겨진 우주>가 의도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다. M이론과 초끈이론이 주장하는 10차원, 11차원의 세계를 지향하되, 이를 우리가 체험하는 4차원(3개 공간차원 + 1개 시간차원)에서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지평을 확장하는 것이 저자의 의도다.


 11차원 중 하나의 차원이 아주 작은 원처럼 말려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원형으로 말려 있는 차원을 감싸고 있는 2 막은 끈처럼 보일 것이다. 원래는 11차원 이론이 끈을 포함하지 않더라도 한 차원이 말려 있다면 11차원 초중력 이론이 끈을 포함하고 있는 것처럼 된다. 말려 있는 차원은 멀리서 그리고 낮은 에너지에서 보면 항상 원래 차원보다 낮아 보이고 그런 차원을 포함하고 있는 이론은 그 차원의 수가 하나 낮아 보인다.(p471)... 낮은 에너지에서 10차원 끈 이론은 11차원 초중력이론과 쌍대성을 이룬다. 10차원 이론의 막은 11차원 이론의 입자에 대응된다.(p474) <숨겨진 우주> 中


 <숨겨진 우주>에서는 이와 같이 말려져 있는 5차원의 공간에서 중력자들이 중력막 근처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음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5차원의 힘이 어떻게 우리의 4차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중력은 한 막에 갇혀 있지 않다. 막이 존재하더라도 중력은 막에서나 막을 벗어난 곳 어디에나 존재한다. 이 점이 무척 중요하다. 왜냐하면 오로지 중력이라는 수단뿐이지만, 어쨌든 막 세계가 벌크와 상호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력은 벌크로 뻗어 나가고 또 모든 것은 중력으로 상호 작용하기 때문에, 막 세계는 여분 차원과 연결된다. 막 세계는 고립된 섬이 아니라 막 세계들이 서로 상호 작용하는 더 큰 전체의 한 부분이다. 벌크에는 중력 이외의 다른 입자나 힘이 존재할 수 있다... 요약하면 막은 힘과 입자를 가두고 있는 차원이 낮은 표면이며, 그보다 높은 차원을 가진 공간의 경계이다.(p102) <숨겨진 우주> 中 


 <숨겨진 우주>에서  중력(gravity)은 차원을 넘나들 수 있는 힘이다. 차원과 차원은 중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우리 역시 중력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이로부터 차원을 연결할 정도로 큰 힘인 중력이 왜 우리에게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가도 유추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중력막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것은 우리가 경험하는 공간이 4차원으로 보인다는 것뿐이다. 우주의 다른 영역도 모두 4차원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도가 지나친 일일 것이다.(p643)... 내가 국소적으로 국소화된 중력이 마음에 든 것은 그것이 명백하게 증명할 수 있는 대상에만 집중하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우리가 검증할 수 있는 한에서만 우주가 4차원이라고 말하며 우주 전체가 4차원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p650) <숨겨진 우주> 中


 저자는 <숨겨진 우주>에서 5차원의 힘 중력에 대한 가정을 바탕으로 우주의 차원을 한 단계 늘려간다. 랜들은 우주가 5차원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경험하는 4차원보다 높은 차원인 5차원이 존재할 수 있다면, 5차원과 한 단계 높은 6차원 역시 존재할 수 있으며,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우리는 차원을 10차원이나 11차원에 이를때까지 확장시킬 수 있다. <숨겨진 우주>는 M이론의 귀납적 증명(induction)인 셈이다.


 <숨겨진 우주>는 독자들을 위해 이러한 결론에 이르기까지 고전역학과 양자역학, M이론, 초끈이론 등에 대해서도 상당한 페이지를 할애한다. 그렇지만, 많은 대중교양 과학서에 중복되는 위의 내용은 이번 리뷰에서는 옮기지 않았지만, 저자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배경지식으로 알고 있어야 함은 물론일 것이다. 2005년에 출간되어 이제는 고전이 된 <숨겨진 우주>는 차원 확장에 대한 의미를 독자들에게 알려준다는 면에서 의의가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광자 하나와 같은 충분히 단순한 양자 역학적 계가 있다면 그 에너지는 플랑크 상수 h와 진동수의 곱이 될 것이다. 그 경우 우리가 에너지를 측정하는 시간 간격과 에너지 오차의 곱은 항상 h보다 크다. 원하는 만큼 에너지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지만 그와 맞물려서 훨씬 더 오랫동안 측정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유도한 불확정성 원리다.(p219) <숨겨진 우주> 中


 힉스(Higgs) 메커니즘이 없다면 기본 입자는 모두 질량이 없어야 한다. 질량을 가진 입자를 설명해야 하는 표준 모형에 힉스 메커니즘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이 표준 모형은 아마도 고에너지 상황에서는 무의미한 예측을 내놓게 될 것이다. 입자들은 질량을 가지고 있지만, 입자의 에너지가 커져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마치 질량이 없는 것처럼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p311) <숨겨진 우주> 中


 PS. 처음에는 goddamn particle 였다가 후에 The God Particle로 초대칭 신분상승을 한 힉스(Higgs)입자에 대해서는 조만간 정리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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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소 - 초근대성의 인류학 입문 인문과 지혜 4
마르크 오제, 이윤영 외 옮김 / 아카넷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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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가 정체성과 관련되며 관계적이고 역사적인 것으로서 규정될 수 있다면, 정체성과 관련되지 않고 관계적이지도 않으며 역사적인 것으로 정의될 수 없는 공간은 비장소로 규정될 것이다. 여기서 내가 주장하는 가설은 초근대성이 비장소들을 생산한다는 것, 다시 말해 그 자체로 인류학적인 장소가 아니며 보들레르식 근대성과는 대조적으로 예전의 장소들을 통합하지 않는 공간들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기억의 장소'로 목록화되고 분류되고 승격된 이 예전의 장소들은 초근대성 속에서 제한적이고 특수한 자리를 차지한다(p98)... 비장소의 공간은 독자적 정체성도 관계도 아닌, 고독과 유사성을 창조한다. 비장소의 공간은 역사에도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의 현재성과 긴급성이 비장소의 공간을 지배한다.(p125) <비장소> 中 


 마르크 오제(Marc Auge, 1935 ~ )의 <비장소 Non-Lieux>에서 초근대성이 만들어내는 공간을 '비(非)장소'로 말하고 근대의 시간, 공간과는 다른 또다른 세계를 규정한다. 주변과 통합되지 않으며, 과거와 연관되지 않는 시공간(Space-Time)인 비장소. 비장소의 세계는 고전물리학(古典物理學)의 법칙이 통용되지 않는 양자물리학(量子物理學)의 세계처럼 기존 민족학의 틀로는 해석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초근대시대의 시공간의 왜곡은 어디에서 오는가. 저자는 이를 '과잉 surabondance' 또는 '과도함'에서 찾는다.


 초근대성의 관점에서 시간을 사유하기 어려운 이유는, 동시대의 세계의 사건의 과잉 때문이지 오래전부터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진보의 이념이 몰락했기 때문이 아니다. 임박한 역사라는 테마, 바로 발뒤꿈치에서 우리를 따라오는 역사라는 테마는, 역사가 의미를 갖고 있는가 아닌가라는 테마의 전제조건으로 나타난다. 왜냐하면 현재 전체를 이해하고자 하는 우리 자신의 요구로 인해 우리가 가까운 과거에 의미를 부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p44) <비장소> 中


 초근대성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과도함의 두 번째 형상은 모두 공간과 관련된다. 공간의 과도함은 우선, 여기서 약간은 역설적으로, 지구가 축소되었다는 사실의 귀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우주 공간에 내딛은 인류의 첫 걸음 때문에 우리의 공간은 극도로 작은 점으로 축소되었고, 위성 사진은 우리의 공간에 정확한 척도를 제공해준다. 이와 동시에 세계가 우리에게 열리게 된다.(p44) <비장소> 中


 강력한 중력이 블랙홀(black hole)을 만들듯이, 지나친 과잉으로 우리의 시공간은 극도로 압축되었다. 강력한 중력이 시공간의 왜곡을 불러오듯, 초근대사회에서 표준화된 인간을 가정한 연구 방법으로는 더이상 분석할 수 없는 한계를 갖는다. 초근대 시대의 개인은 모두가 특수한 개인이다.


 민족학은 오랫동안 의미 있는 공간들, 스스로를 온전한 전체로 생각하는 문화에 동일시된 사회들, 즉 의미의 세계를, 세계 속에서 분리시켜 파악하려고 전념해 왔다. 이 의미의 세계 안에서 그 표현에 불과한 개인과 집단들은 동일한 기준, 동일한 가치, 동일한 해석과정에 의해 규정된다.(p47)... 마르셀 모스 Marcel Mausss는 심리학과 사회학의 관계를 논하면서 민족학적 연구에 정당화될 수 있는 개인성의 정의에 중대한 한계를 설정했다. 그는 사실상 사회학자들이 연구한 인간이 근대의 엘리트처럼 분할되고 억제되고 통제된 인간이 아니라 하나의 총체로 규정될 수 있는 평범한 인간 또는 시대에 뒤떨어진 인간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생각한 개인성은 한 문화를 대표하는 개인성, 전형적 개인성이다.(p31) <비장소> 中


 마르크 오제에게 비장소는 과잉의 공간이며, 단절의 공간이다. 근대의 공간이 과거의 역사인 시간이 녹아져 있는 곳이라면, 비장소는 '장소'와 '장소'를 연결시키는 선(線)이다. 수많은 선들이 우리 공간을 갈라놓으며 개인은 고독을 느낀다. 그리고, 짧은 시간 이용하며 다른 장소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비장소에서 개인은 디지털(digital) 정보로 취급되며, 익명의 존재로 전락된다. 이러한 사실은 디지털 정보 자체가 2진법 체계의 단속적 정보라는 사실과 함께 불연속의 연장으로 다가온다.


[사진] Non-Places(출처 : http://www.sarahpetersphotography.com/non-places)


 공간적 과잉은 규모의 변화로, 이미지화된 가상적인 준거 reference의 증가로, 이동수단의 괄목할 만한 가속화로 표현된다. 이 과잉은 구체적으로는 엄청난 물리적 변화로 귀결된다. 도시 집중, 주민의 집단 이주, 우리가 '비장소'라고 부르게 될 것의 증가가 그것이다. 비장소는, 마르셀 모스 및 온갖 민족학적 전통이 시공간 속에 구체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문화 개념에 결부시킨 '장소'라는 사회학적 개념과 대립한다. 비장소는 승객 및 재화의 가속화된 순환에 필요한 설비일 뿐만 아니라 교통수단 그 자체, 또는 거대한 쇼핑센터, 그리고 지구상의 난민을 몰아넣은 임시 난민 수용소이기도 하다.(p48)...앙드레 말로 이후 우리가 사는 도시는 박물관으로 바뀌고 있지만, 우회로, 고속도로, 고속철도, 초고속철도는 이로부터 우리를 갈라놓는다.(p93) <비장소> 中 <비장소> 中


 그렇지만, 비장소와 장소의 관계는 단절로 그치지 않는다. 비장소는 장소를 나누지만 또한 장소를 만들어낸다. 비장소에서 이루어지는 말과 행동은 장소에서도 이루어지며, 장소에서 만들어진 시간이 우리에게 역사(歷史)로 만들어지고, 이렇게 만들어진 역사가 큰 틀에서 익명의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장소의 세계는 비장소의 개인의 방향을 정한다. 이들이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을 이루는 서로 다른 부분인 것이다. 마치 태극(太極)을 음(陰)과 양(陽)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처럼.


 오늘날 세계의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장소와 공간, 장소와 비장소는 서로 얽혀 있으며 서로에게 침투한다. 비장소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장소는 그 어디에도 없다.(p129)... 말의 씀씀이는 핵심적인데,그것이 습관들의 씨실을 짜고 시선을 가르치며 경관에 관한 정보를 주기에 그렇다.(p130)... 비장소를 경유하는 말과 이미지들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상생활의 일부를 구축해가는, 아직까지도 다양한 장소들에 다시 뿌리 내린다.(p131)...  장소와 비장소는 명확히 잡히지 않는 양극성에 가깝다. 전자는 결코 완전히 지워지지 않으며 후자는 결코 전적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이들은 정체성과 관계의 뒤얽힌 게임이 끊임없이 다시 기입되는 양피지들이다.(p98) <비장소> 中


 우리는 마르크 오제의 <비장소>에서 외롭고 단절된 개인과 단절된 사회 공간인 비장소를 만나게 된다. 현대사회의 과잉이 가져온 시간과 공간의 과잉. 넘쳐나는 정보로 인해 지금 이순간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현대인. 그리고 이로부터 오는 단절된 시간과 비장소. 우리는 <비장소>를 통해 우리가 외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동시에, 외로움을 넘어선 연결(connection)의 희망도 발견하게 된다. 현대 사회의 과잉과 이로부터 생겨나는 고독.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결. 이것이 <비장소>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아닐까 생각하며 리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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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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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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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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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인간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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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열린책들 세계문학 229
알베르 카뮈 지음, 최윤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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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양을 째야 했고,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열십자 모양으로 매스를 두 번 그으면 피가 섞인 멀건 죽 같은 고름이 흘러나왔다. 환자들은 능지처참을 당하듯이 사지를 벌린 채 피를 흘렸다. 하지만 곧이어 배와 다리에 반점들이 나타났고, 멍울들은 더 이상 곪지 않는가 싶더니 곧이어 다시 커졌다. 대부분의 경우 환자는 지독한 악취를 풍기며 죽었다.(p51) <페스트> 中


[그림] La Peste(출처 : https://www.wikiart.org/fr/arnold-bocklin/la-peste-1898)


 알베르 카뮈 (Albert Camus, 1913 ~ 1960) 의 <페스트 La peste>는 흑사병이 덮친 알제리의 소도시 오랑(Oran)를 배경으로 한다. 처음에 쥐들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죽음은 서서히 소도시의 사람들을 덮쳐오면서 퍼지는 불안감과 공포. 그리고, 페스트의 창궐(猖獗)이 사람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를 이 소설은 매우 실감나게 묘사한다.


 불과 사흘 만에 열병 발병율은 네 배나 뛰어올랐다. 사망자가 열여섯에서 스물넷으로, 스물여덟로, 서른둘로 증가했다. 나흘때 되던 날, 당국은 어떤 유아원에 임시 병동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시시한 농담으로 자신들의 불안을 감춰 오던 우리 시민들은 예전보다 더 풀이 죽어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p83)... 8월 한복판에 이르자 사실상 페스트가 모든 것을 뒤덮어 버렸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되자 개인의 운명이란 더 이상 없었고, 페스트라는 집단의 역사와 모두가 똑같이 느끼는 감정들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극심한 것은 이별과 유배의 감정이었으며, 거기에는 공포와 분노가 담겨 있었다.(p215) <페스트> 中


 갑작스레 자신의 삶을 침범당한 사람들은 처음에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한다. 페스트를 위협요소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었다. 자신이 안전한 존재라고 느꼈을 때, 사람들은 이기적인 유전자의 개체(個體)로 행동한다.

 재앙이란 사실 공동의 문제이지만, 일단 닥치면 사람들은 쉽사리 믿으려 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전쟁만큼이나 페스트가 있어 왔다. 그렇지만 전쟁이든 페스트든 사람들은 늘 속수무책이다.(p53)... 우리 시민들은 자신들에게 닥쳐오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이별이라든가 두려움이라든가 하는 공통의 감정이 있기는 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개인적 관심사를 우선순위에 놓고 있었다.(p102) <페스트> 中


 그렇지만, 물러설 곳을 잃었을 때 사람들은 변하게 된다. 성문들이 닫히며, 도시가 개방계(開放系)에서 폐쇄계(閉鎖系)로 바뀌면서 이기적 유전자들이 생존을 위해 이타적인 행동을 선택하는 순간이 된다. 사랑하는 이/존재와 이별을 해야하는 상황에 부딪혔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외부에서 온 침입자를 적(適)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제 추상적인 존재인 '페스트'는 구체적인 불행으로 내부에서 실재화(實在化)된다. 사람들은 페스트와의 싸움을 통해 점차 고통을 겪으면서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도시로 통하는 성문들이 폐쇄되는 순간부터 페스트는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전까지 시민들은 자신들이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런 상태는 의심의 여지 없이 계속될 것 같았다. 그러나 일단 성문이 닫히고 나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서술자는 물론이거니와 그들 모두는 마치 한 배에 탄 꼴이 되었고 어떻게든 맞춰 나가야 했다... 성문들이 폐쇄되자 벌어진 일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갑작스러운 이별이었다.(p89) <페스트> 中


 불행 속에는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다. 하지만 추상적인 것이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할 때, 바로 그 추상과 제대로 붙어야 한다.(p115)... 리유는, 또한 무엇보다도 새로운 각도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과 페스트라는 추상적 관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를 테면 우울한 투쟁과도 같은 것, 오랜 기간 동안 우리 도시의 삶 전체를 지배한 그 투쟁을 계속 추적할 수 있었다.(p119) <페스트> 中


 외부로부터 다가와 도시 전체를 뒤흔드는 이 불행이 우리에게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자제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부당한 고통만을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그것은 우리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괴롭히도록 했고, 그렇게 우리로 하여금 고통과 한편이 되도록 만들었다. 바로 이것이 우리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질병이 갖는 수법의 하나이다.(p99) <페스트> 中


 이제 군중들은 페스트를 적으로 인식하고 힘든 사투(死鬪)를 시작한다. 사람들은 아폴로에 의지하여 싸움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절망적인 싸움의 끝을 알 수 없는 시점에 이르러 사람들은 아폴로 대신 디오니소스에게 자신을 의탁한다. 중세 페스트가 유럽 전역에 퍼져나갔을 때 유럽을 감싸던 광기(狂氣)가 작은 시 오랑에 넘쳐나게 된다. 낮에는 불안, 밤에는 위안이 이어지면서 공포에 담금질 되던 사람들은 서서히 바뀌어간다.


 수많은 군중이 기도 주간에 참여했다. 평소 오랑 시민들의 신앙심이 두터워서가 아니었다. 이렇듯 갑작스러운 종교로의 귀의가 그들을 빛으로 인도한 것도 아니었다... 다른 한편으로 시민들을 매우 특별한 심리 상태에 처해 있었는데, 그들에게 충격을 주는 믿기 어려운 사건들을 마음속 깊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무언가 변화가 있음은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페스트란, 오긴 왔지만 결국엔 떠나가 버릴 불쾌한 손님일 뿐이었다.(p121) <페스트> 中


 무더위에 침묵까지 가세하자 겁에 질린 우리 시민들의 마음속에서는 모든 것이 훨씬 더 심각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하늘의 빛깔과 대지의 내음이 모든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영향을 주었다... 기력을 소진해 버린 봄이 지천으로 활짝 핀 수천의 꽃들 속에서 마지막 힘을 다하다가 페스트와 무더위라는 두 배의 무게에 눌려 서서히 뭉개지려 한다는 걸 누가 봐도 확연히 알 수 있었다.(p146) <페스트> 中


 오랑 시민들이 이 전염병을 다른 병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던 초기에는 종교가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안 이상, 그들은 쾌락의 기억을 떠올린 것이다. 낮이 되면 사람들 얼굴에서 생생히 드러나는 불안이, 붉게 타오르는 먼지투성이 황혼 녘에는 일종의 격렬한 흥분과도 같은 것, 모든 사람들을 열의에 들뜨게 만드는 어설픈 자유로 용해된다.(p157) <페스트> 中


 그리고 거짓말처럼 힘든 싸움의 끝이 다가왔을 때, 사람들은 그토록 원하던 순간이 왔음에도 이를 기쁨으로 받아들이지를 못한다. 이는 페스트와의 싸움이 그들 자신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전염병의 예기치 못한 갑작스러운 후퇴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민들은 선뜻 기뻐하지 않았다. 지난 몇 달간의 시간이 자유에 대한 욕망을 키우면서도 그들에게 신중함을 가르쳐 주었고, 그럼으로써 전염병이 불원간 끝날 것이라는 기대를 점점 버리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새로운 소식이 모두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사람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커다란 희망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p343) <페스트> 中


 통계 수치가 가장 희망적이던 바로 그 시기, 우리 시민들은 모순되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해서 그들은 흥분과 의기소침이 번갈아 연이어 나타나는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사실 그 시기에 탈출했던 사람들은 본능적인 감정에 굴복했다. 어떤 사람들에게 페스트는 깊은 회의주의를 심어 두었고, 그들은 그것을 제거하지 못했다. 희망이 그들에게 더 이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 심지어 페스트의 시대가 다 끝나 가던 바로 그 시기에도 그들은 여전히 페스트의 원칙에 따라 살아가고 있었다.(p347) <페스트> 中


 페스트는 외부에서 왔고 다시 외부로 돌아갔지만, 페스트와 싸운 사람들 마음에 페스트의 씨앗을 뿌렸다. 그리고, 그 씨앗은 언제라도 다른 형태의 '페스트'가 닥쳤을 때 다시 싹을 틔울 것이다. 그들은 페스트를 물리쳤지만, 동시에 페스트를 받아들인다.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전쟁에서는 저버렸음을 리유를 제외한 군중은 결코 알 수 없었다.


 리유는 기뻐하는 군중이 모르는 사실, 즉 책에서 알 수 있듯이 페스트균은 결코 죽지도 않고 사라져 버리지도 않으며, 가구들이며 이불이며 오래된 행주 같은 것들 속에서 수십 년동안 잠든 채 지내거나 침실, 지하 창고, 트렁크, 손수건 심지어 쓸데없는 서류들 나부랭이 속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때를 기다리다가, 인간들에게 불행도 주고 교훈도 주려고 저 쥐들을 잠에서 께워 어느 행복한 도시 안에다 내몰고 죽게 하는 날이 언젠가 다시 오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p396) <페스트> 中


 그는 단지 페스트를 경험했고 추억한다는 사실을, 우정을 경험했고 추억한다는 사실을, 인간의 정을 알게 되었고 언젠가는 추억해야 한다는 사실만을 얻었을 뿐이었다. 인간이 페스트와 인생이라는 싸움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은 그것을 깨달았다는 것과 그것을 기억한다는 것뿐이다.(p372) <페스트> 中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깊은 불안을 던져 주고 있는 지금 시점에, 카뮈의 <페스트>는 질병이 어떻게 인간을 무력화시키는 것인지 잘 보여준다. 페스트를 비롯한 전염성 질환이 무서운 이유는 그 자체의 위험보다 서로가 자신을 주위로부터 격리시키고 스스로 고립되는 유배의 감정을 가져오기 때문이라는 카뮈의 통찰은 지금 우리에게도 분명 의미있게 다가옴을 느끼며 리뷰를 갈무리한다.


 그는 오랑 시민들이 보여 주는 모순을 가감 없이 평가하고 있다. 그들은 서로를 가깝게 하는 따뜻한 인간애를 절실히 원하면서도 동시에 서로를 멀어지게 하는 경계심 때문에 선뜻 나아가지 못한다. 누구든 자기 이웃을 믿을 수 없고,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그 사람이 페스트균을 옮겨서 자신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p253) <페스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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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0-02-04 2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저도 이 책이 읽고 싶어 도서관에서 대여해 놓았어요~~
곧 읽어 보겠습니다^^

겨울호랑이 2020-02-04 23:02   좋아요 1 | URL
때가 때인지라 몰입이 잘 되네요. 페넬로페님 즐거운 독서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