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 전 숨진 이들의 유골을 수습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사지씨는 이렇게 말한다. "손이 닿을 거리에 슬퍼하는 유가족이 있고, 유골을 돌려주려는 사람들이 있고, 제가 하면 분명히 도움될 수 있다는 것. 저에겐 그게 전부입니다. 심지어 유골이 이미 발견되고 있으니까, 하면 되는 거잖아요. 제가 잠수함으로써 그 슬픔이 조금이라도 가라앉을 수 있다면, 제가 해서 가능해진다면 저는 하고싶습니다." - P18

"공취모‘의 출범 목적은 분명하다. 이재명 대통령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와 공소 취소다. 출범 당시 밝힌 최종 목표인 공소 취소가이루어질 때까지 의원 모임은 유지된다. 다만, 공취모의 독자적 행보는 최소화하고당 특위와 국조특위에 적극 협조하며공동 대응에 집중하겠다." 공취모가 쏘아올린 명-청 계파 갈등 논란은 당 특위 구성으로 봉합되었으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 P22

모든 국가권력은 남용될 위험이 있다. 헌법재판소도 마찬가지다. 재판소원제도가 도입된다고 해서 모든 잘못된 재판이 시정되고, 기본권 침해가 구제되리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헌법재판소가 대법원보다 더 현명하고 정의로운 판단을 내릴 거라는 보장도 없다. 김진한 변호사는 그럼에도 재판소원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확실한 건, 통제받지 않는 권력의 오만함을 교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권력에 대한 견제라는사실이다."
- P26

‘비상계엄의 목적‘을 밝혀 내란으로못 박은 대목은 유의미하다. 1심 결론은 ‘내란의 요건을 갖췄으므로 내란‘이라는데서 멈춘다. 노상원 수첩의 증거능력이 인정되고 윤석열이 ‘장기 집권‘이나 ‘독재‘를 염두에 뒀다는 의혹을 인정했다면,
형량이 달리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항소심의 과제다. 그러나 ‘어떤 배경과 동기에서든 국헌문란은 곧 내란‘이라는 판결은 미래의 권력자에게 그 자체로 교훈이 된다.  - P30

미국 대법원 판결을 핑계로 대미 투자를 철회하거나 액수를 깎으려 시도한다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으름장이다.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라는 강력한 무기가 남아 있지 않은가. 법적 근거가 무너졌는데도 상대방에 대한 갈취를이어가겠다는 이 뻔뻔함은, 트럼프 행정부가 우방국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P35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은 노동시장의 1차 분배와 가처분소득의 2차 분배 모두에서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최근 생산성 상승에도 불구하고 임금 상승과 고용증가는 지체되어, 2025년 3분기 미국 GDP에서 노동자가 가져가는 몫인 노동소득분배율이53.8%로 1947년 통계작성 이후 최저로 낮아졌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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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한쪽 큰 동그라밀 만나 분도그림우화 14
셸 실버스타인 / 분도출판사 / 198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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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무엇이 된다는 것.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함께 하는 누군가를 원하게 된다. 자신과 맞는 존재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흐르는 시간의 변화를 거치면서도 처음의 맞물림을 어긋남 없이 가져가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쉘 실버스타인의 <떨어진 한쪽 큰 동그라밀 만나>는 부족함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말한다. 지금의 자신을 유지하고 다른 사람을 통해 보다 완전함에 다가갈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존재가 될 것인가.

어린이들에게 이 물음은 어떻게 읽힐까. 아이에게 물어봐야 하겠지만, 어른들에게 이 질문의 답은 거의 정해졌을 것이다. 스스로 완전해질 수 있다면, 우리에게 다른 이들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빠르게 읽자면 5분도 안 걸릴 이 책이 남긴 여운은 매우 잔잔하지만, 멀리 퍼진다...(2022.10.23)

스스로 완전해질 수 있다면, 우리에게 다른 이들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4년 전 읽었던 책의 마지막 부분에 던진 물음이다. 3년이 지나 책을 읽고 리뷰를 곱씹으며, 당시 책을 끝까지 못 읽었구나 싶다. 나는 그때 ‘스스로 메워야 한다’는 말을, 결국 나의 부족함을 온전히 채워 줄 사람은 없기 때문이라고 이해했던 것은 아닐까.

4년이 지나 조금 더 열린다. 자신이 나에게 무언가를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잘못된 것은 그런 사람이 드물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도구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다른 이의 의미를 인정하는 대신, 나의 필요를 통해 그를 발견한다는 것은 이기심의 다른 말이기에.

그래서, 4년 전 던졌던 질문을 바꾼다.

다른 이를 자신을 위한 도구가 아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2026.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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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도덕의 계보 읽기 세창명저산책 45
강용수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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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음(good)과 나쁨(Bad). 선(Virtue)과 악(Evil). 니체는 선과 악의 가치 판단에서 가치 자체보다 가치를 말하는 사람에게 주목한다. 누가 말하는가에 따라 중심가치가 정해지고 뒤이어 상대가치가 결정된다.

능동적인 감정은 활동적인 것(active)으로서 자신에서 출발하여 타자로 가치 평가를 전환한다. 곧 자신에 대한 긍정에서 타자에 대한 긍정, 또는 부정으로 확대된다. 반면에 반동적인 감정은 반동적인 것(reactive)으로서 타자에서 출발하여 자신에게 되돌아가는 가치 평가로서, 타자에 대한 부정에서 시작하여 자신에 대한 긍정으로 이어진다. 선과 악을 넘어서 있는 것은 좋음과 나쁨이다. _ 강용수, <니체의 <도덕의 계보> 읽기>, p.76/87

고귀한 자들의 가치는 '자기 긍정'에서 출발한다. 이는 곧 좋음이며. 탁월함(Arete)이 다. 이들에게 외부의 '나쁨'은 자신에 미치지 못한 경멸이나 무관심에 불과하다. 그에게 중심은 온전히 그 안에 있다. 이에 반해, 노예의 가치는 증오와 복수심(Ressentiment)다. 그들은 외부를 먼저 본다. 자신을 괴롭히는 강자를 규정하는 가치가 바로 '악'이며, 그 이후 '선'이라는 가치로 자신의 나약함을 합리화한다. 금욕과 무해함이라는 가치는 무력함을 도덕으로 재해석한 결과다. 그의 중심은 언제나 외부다.

니체의 <도덕의 계보>는 도덕의 '지층'을 '쟁기날'로 파헤치는 책이다. 니체는 본문에서 주인의 '좋음'이 노예의 '선'으로 전도되면서 빚어진 비극을 특유의 날카로운 해석으로 해부한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니체의 대표작에 대해 강용수의 해설서는 특히 좋음/선, 나쁨/악의 개념 전환을 구조적으로 정리해 주어 초심자가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큰 흐름을 잡기에 적합한 입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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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선고 현장은 윤석열을 둘러싼
‘작은 세상‘을 드러내는 자리이기도 했다.
수감 중인 윤석열의 세계에서 그가 마주하는 얼굴은 그를 변호하는 변호인들, 그리고 법정에 모습을 보이는 지지자들이 전부다. 그의 작은 세상에서만 통하던 각종 궤변은 이번 재판과 선고 과정에서 상당 부분 무너져내렸지만, 윤석열은 여전히 그의 세계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 P11

거듭된 ‘절윤‘ 메시지에도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에 ‘윤어게인과 절연한 것이 맞느냐‘라는 질문이 반복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윤어게인 세력이 계속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 P36

"동양, 특히 한국은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대표적인 나라예요. 제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아토피‘가 그리스어로 ‘원인을 알 수없다‘는 뜻이라고. 실제로 아토피는 원인을 알지 못하는 병이죠. 그런데 사람들은
‘아토피‘라고 하면 ‘아, 그거‘ 하고 이해하잖아요. 이름이 있으면 이해가 되는 거죠." - P39

스위스 전체 사망자 중 의사조력자살이 차지하는 비율은 연평균 2% 내외이다. 왜 대다수 스위스 사람들은 그 ‘존엄한 죽음‘을 선택하지 않을까. 그 의사는 집이나 상급병원을 생의 마지막 장소로 선택하는 이가 있듯이, 자신이 만나는 노인들은 요양시설에서 평온하게 지내는삶을 선택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의
‘느긋함‘은 한국의 안락사 논쟁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 P45

역사 동역학적 분석에 따르면, 심각한 빈부격차에 따른 대중의 빈곤과 좌절 엘리트의 수로 볼 때 현재 미국은 무너질 위기기에 처해 있다. 지배 엘리트의 일부인 민주당은 빈부격차와 같은 문제는 건드리지않고,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집 ness PC: 인종, 성별, 성적 지향, 장애 등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 언어, 행동을 지양하자는 사회적 운동)‘ 지형의 문제중에서만 주로 싸우려 한다. 이들도 세금을기 더 많이 내거나 자기 자식이 엘리트 사회진입에 실패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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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0
김선미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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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기도 하지만 그 결과가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 _ 작가의 말 中

소망을 품는 것과 저주를 원하는 것. 무엇이 다를까?

소망은 마음의 지향이 자신의 내면으로 향한다. 반면, 저주는 외부로 흘러나간다. 한 번 내 손을 떠난 마음은 다른 사람과 부딪히며 어디까지 번질지 알 수 없다. 그 순간부터 그것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으로 넘어간다. 이처럼 둘 사이에는 영향력과 통제가능성이라는 차이가 있다.

저주의 부작용은 그런대로 받아들일 만했는데 자연재해가 일어난다고 생각하니 생각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렇게 빠르게 일어난다고 하니 당황스러웠다. 인류가 멸종하고 동물만 살아남길 바랐는데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동물까지 다치게 된다. _ 김선미, 《스티커》, p.114

철학자 칸트(Kant)는 《실천이성비판》에서 타인을 수단으로 삼지 말라고 말한다. 철학자 칸트는 타인을 수단으로 삼지 말라고 말했다. 저주는 타인의 불행을 목표로 삼는다. 그렇기에 쉽게 정당화되기 어렵다. 작가가 제시하는 ‘선택의 기회’는 이 어려운 도덕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게 하는 장치처럼 보인다.

내용을 한 번 더 스스로 적게 하는 이유는 작성하는 동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저주를 하고 싶은 건지, 순간적인 충동인지... 손님은 다시 선택의 기회를 얻는다. 추천한 저주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입금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저주하지 않을 기회라고 할 수 있다. _ 김선미, 《스티커》, p.145

이 소설은 자극적인 저주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던진 마음이 어떤 파장을 만들지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다. 저주는 타인을 향해 날아가지만, 그 파장은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 그래서 《스티커》는 저주가 아니라 ‘책임’에 관한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다.

PS. 만약 칸트가 이 소설을 읽었다면, 자신의 정언명령이 ‘스티커’라는 이야기 속에서 이렇게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았을지도, 그리고 ‘멈추어 생각하는 힘’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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