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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진화한다- 자유의지의 진화를 통해 본 인간 의식의 비밀
대니얼 C. 데닛 지음, 이한음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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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깨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 종교라는 주문에 사로잡혔는가?
대니얼 데닛 지음, 김한영 옮김, 최종덕 해설 / 동녘사이언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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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종교, 양립할 수 있는가
대니얼 C. 데닛 외 지음, 하종호 옮김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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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게 바로 나야! 1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외 엮고지음, 김동광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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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위험한 생각
대니얼 C. 데닛 지음, 신광복 옮김 / 바다출판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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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윈의 위험한 아이디어는 육체를 입은 환원주의이며, 하나의 웅장한 시각으로 모든 것에 대한 것들을 설명하고 통일해주겠다고 약속하는 환원주의이다. 그의 생각을 더욱 위력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그 생각에 내포된 알고리즘적 과정이라는 아이디어인데, 알고리즘 과정은 기질 중립성이라는 특징을 지니므로, 우리는 그 어떤 것에도 다윈의 생각을 적용해볼 수 있다. _ <다윈의 위험한 생각>, p.155 


 저자 대니얼 C. 데닛이 말한 다윈의 위험한 아이디어, 생각은 환원주의다. 모든 것을 다 녹이는 만능산(Universal Acid). A, C, G, T로 기술된 가능한 모든 유전체(genome)의 집합소인 '멘델의 도서관(Library of Mendel)'에서 크레인(Crane)을 통해 하나씩 분명하게 쌓아올리는 알고리즘 작업. 그리스 비극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와 같은 극적 장치가 아닌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지루하지만 끊임없는 작업이 진화의 본질이며 전부라는 것을 저자는 본문을 통해 강조한다. 하늘에서 내려온 마법 같은 갈고리 대신 묵묵한 노인의 발걸음(알고리즘)을 통해 지형은 바뀌어왔다. 데닛에게 진화란 단 한 번의 요행(Skyhook)에 기대는 도박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수를 찾아내어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꾸준한 실천'이다.


 단순해 보이는 이 주장을 위해 저자는 수많은 반론들을 논파해간다. 그 치열한 작업의 일부가 담겨 있음으로 해서 이 책의 분량은 900페이지가 훌쩍 넘어가는 벽돌책이 돼버리고 말았지만, 이로 인해 독자들은 '다윈의 알고리즘'이라는 만능산을 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능산을 담을 수 있었던 그릇은 데이비드 흄부터 스티브 J. 굴드에 이르기까지 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데닛이 말하는 진화의 알고리즘은 매번 최적화에 이르지는 못하지만, 긴 시간의 축 위에서 결국은 한 단계 높은 복잡성으로 이끈다. 이러한 우연이 결국은 필연에 이르는 것이다.


 저자가 다윈의 알고리즘을 만능산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창조론에 대한 논파를 의미하지 않는다. 켄터베리의 안셀무스가 신(神) 존재 증명을 위해 내걸었던 '그보다 더 위대한 존재는 상상할 수 없는 존재'라는 가정은 물론, 진화를 위한 최소한의 가정 마저도 대상이다. 현실의 단단한 기반에서 차례로 딛고 올라가지 않은 아주 작은 비약은 여지없이 '스카이후크'가 되어 녹아버리고 만다.

 

 스카이후크는 있으면 매우 좋은 것, 어려운 상황에서 다루기 힘든 대상들을 멋지게 끌어올릴 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건설 프로젝트를 가속시킬 수 있는 경이로운 것이니까. 그러나 슬프게도,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_ <다윈의 위험한 생각>, p.141 


 모든 것을 하나의 원인으로 귀속시키는 환원주의는 우리를 회의주의로 내몰기 쉽다. 저자의 치열한 논파의 끝도 마찬가지의 감정을 독자들에게 안겨줄 수 있다. 모든 것이 우연적 사실에 의한 결과라면, 우리의 가치, 문화 등에 대해 우리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유전자의 작용에 대해 개체, 사회는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 대해 저자는 '역설계'의 개념을 통해 결코 우리의 가치가 무의미하지 않음을 말한다. 


  VCR의 물리학을 이해해야만 하는 사람은 VCR 설계자들뿐이다. 그들은 내가 물리적 태도라 부르는 수준으로 내려가야만 화질을 향상시키거나 테이프의 마모나 찢어짐을 줄이거나 제품의 전기 소모를 줄이려면 설계 개정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역설계를 할 때면, 그들은 물리적 태도뿐 아니라 내가 지향적 태도라 부르는 수준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타사의 설계자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_ <다윈의 위험한 생각>, p.400 


 우리와 주위를 둘러싼 산물들은 멘델의 도서관에서 쌓아 올린 알고리즘 작업의 결과물이다. 생물학적 유전자들은 문화적 밈(meme)으로 연결되어 이 세계를 만들었고 만든다. 그렇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것에 대한 끊임없는 재해석과 의미 부여라는 역설계를 통해 우리는 매 순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으며, 그것이 우리의 진정한 가치라는 저자의 따뜻한 결론을 통해 우리는 작은 위안을 받게 된다. 다윈의 위험한 생각은 분명 모든 것을 녹일 수 있는 만능산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녹을 수 있는 재료들을 매순간 새롭게 만들 수 있다. 녹고 녹이는 과정 속에서 진정한 의미의 '창조(creation)'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다윈의 위험한 생각>에 대한 큰 틀을 요약하는 것으로 이번 리뷰를 갈무리한다...

다윈에 따르면 진화는 알고리즘적 과정이다. 진화를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진화생물학 안에서의 주도권 싸움들 가운데 하나는 알고리즘으로 다루는 방식을 끊임없이 밀어붙이고 또 밀어붙이는 진영과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모종의 여러 이유들 때문에 이에 저항하는 진영 간의 줄다리기이다. - P115

스카이후크는 있으면 매우 좋은 것, 어려운 상황에서 다루기 힘든 대상들을 멋지게 끌어올릴 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건설 프로젝트를 가속시킬 수 있는 경이로운 것이니까. 그러나 슬프게도,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p.141)... 그러나 크레인이 있다. 크레인은 우리 상상 속의 스카이후크가 할 수 있을 일, 즉 들어올림 작업을 할 수 있고, 선결문제를 요구하지 않는 방식으로, 정직하게 그 작업을 수행한다. 크레인들은 이미 제작되어 수중에 있는 부품들로 설계되어야 하고 또 그 부품들로만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이미 존재하는 땅의 단단한 기반 위에 세워져야 한다. - P142

나는 그 변이를 ‘멘델의 도서관 Library of Mendel‘이라 부를 것이다. 이 도서관에는 "가능한 모든 유전체 genome", 즉 DNA 서열이 보관되어 있다...‘멘델의 도서관‘은 3,000권 분량의 모든 책들에 기술된 모든 DNA 문자열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책들은 전적으로 그 네 글자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이는 그 어떤 진지한 이론적 목적과도 부합하는 "가능한" 유전체들을 충분히 포착할 것이다 - P202

문화를 위해서는 언어가 필요하지만, 언어는 먼저 자신의 힘으로 진화해야만 한다.언어가 다 준비되면 그것이 얼마나 좋을지는 언어가 준비되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우리는 협력도, 그리고 인간의 지능도 전제조건으로 삼을 수 없다. 전통 역시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것들은 처음의 복제자가 그랬던 것처럼, 전제된 그 무엇도 없이, 맨 처음부터 차근차근 만들어져야만 하는 것들이다. - P579

우리는 이제 다윈주의적 알고리즘이 무엇인지를 다윈이 꿈꾸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알게 되었다. 대담한 역설계는 수십억 년 전 이 행성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관한 경쟁자들의 주장을 확신을 가지고 평가할 수 있는 지점까지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과거의 우리는 생명과 의식의 "기적들"은 설명될 수 없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지만 지금 그것들은 그때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은 것으로 밝혀졌다. - P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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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으로 보면, 미국의 ‘확고한 결의(Absolute Resolve)‘ 작전은 불법 침략이자 납치다. 그러나 미국 법에서는 합법으로 정당화된다. 마두로는 미국 법정에서 일개 마약사범 ‘니콜라스‘로 관련 혐의에 대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다. - P12

1980년, 미국은 전두환을 용인했다. 그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짓밟는 대신 미국의 안보 이익(반공)은 확실히 지켜줄것으로 보였기 때문일 터이다. 2026년, 미국은 마두로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로드리게스를 앉혔다. 독재자를 맹종한 자라면 새로운 주인의 이익도 착실히 챙겨줄 것이다. 한국과 베네수엘라는 시차를두고 비슷한 사태를 겪고 있다.  - P13

이들의 기술은 한국군의 고질적 약점을 보완하며 전례 없는 전력 보강 효과를 가져온다. 팔란티어의 ‘고담‘은 파편화된 한국군의 감시 자산(UAV 위성·휴민트)을 하나로 묶어, ‘초고속 킬체인‘을 완성한다. 안두릴의 ‘격자‘와 드론은 병력 자원 감소로 위기를 맞은 휴전선 경계 업무를 AI 자율 무인기가 대체하며, 저비용·고효율의 상시 감시망을 구축한다. 머스크의 ‘스타실드는 지상 통신망이 파괴된 극한상황에서도 한국군의 미사일 방어 체계(KAMD)를 초저지연 위성망으로 연결해 중단 없는 방어력을 보장한다. - P20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피로 맺은 동맹‘이라는 환상을 버리고 기술로 묶인 연대‘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각오다. 미국 안보 테크를 활용하되, 핵심 알고리즘·데이터 저장소는 한국이 통제하는 ‘이중 구조‘를 만들고, 반도체·HBM 수율 데이터와 공정 레시피는 어떠한 형태로도 양도하지 않는 ‘레드라인‘을 법제화하며, 데이터센터에 대해 한국이 정기 보안 감사권을 갖는 장치를 동맹 협정에 포함하는 방안 등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 P21

일각에서는 ‘공격적 탕평 인사‘라는표현을 쓴다. 그만큼 중도 확장에 정권의 명운을 건 모습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분석한다. "역대 선거에서 승패를 결정한요인 중 하나가 중도 확장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가 보기에 문재인 정부의 실책, 그리고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낙선은 모두 중도층을 공략하지 못한데 있다. 자기들끼리만 권력을 나누면 지지층이 쪼그라들고 결국 권력을 내어줄가능성이 커진다.  - P22

김 교수는 김예지 의원안이 교실을 감시의 장으로 만든다는 일각의 주장에 공감하지 않았다. "녹음할 수 있는 학생은 이미 한다. 당사자의 녹음은 증거로 인정이 된다. 지금은 문제 언동을 포착하거나 증언할 수 없는 사람들의 방어권만 비어있다." 판단·소통 능력이 부족한 이의 보호는 전 세계적 화두다.  - P30

메탄은 대기 중 체류 시간이 12년으로 비교적 짧아서 다른 온실가스에 비해 적은 노력으로 큰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볼 수있다. IEA는 2024년 기준 화석연료 메탄 배출량의 30%는 추가 비용 없이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기업으로서도 경제적 효율성을 달성하기 쉽다. 메탄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측하고 대책을 세울 필요성이 나온 이유다.  - P48

이처럼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는 인간이 순환하는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과 맞닿아 있다. 자연은 인간에게 조건 없이 선물을 주어 인간이 생존할 수 있게 해준다. 인간은 자연이 준 선물에 감사하고 (자연이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선물로 보답한다.
자연은 우리에게 선의로 선물을 주는 것이지 보답을 전제로 주는 것이 아니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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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됭 전투 -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소모전
앨리스터 혼 지음, 조행복 옮김 / 교양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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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 속에서 대열은 바닥에 누워 신음하는 부상자들을 밟고 지나갔다. 연이은 포격에 끈적거리는 버터처럼 변한 진창에서 병사들은 거듭 비틀거리며 넘어졌고,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추격하여 가차 없이 포탄을 퍼붓는 적이 듣기라도 할까 봐 낮은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 무거운 짐을 진 병사들은 물이 가득 찬 구덩이 속으로 떨어지면 미끄러운 비탈을 기어오를 수 없어서 결국 익사했다. 구덩이에 빠진 전우를 구하려고 멈춰 서서 손을 내어 주다가 둘 다 빠져 죽는 경우도 많았다. _ <베르됭 전투>, p.290



 앨리스터 혼의 <베르됭 전투>는 전투 현장의 긴박함과 함께 이로부터 멀리 떨어진 후방에서 작전회의 끝에 나온 조금은 나른한 결정이 얼마나 파멸적인 결과를 가져왔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불한 피의 대가에 비해 얻은 교훈이 얼마나 무가치했는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책의 영문명 <The Price Of Glory : Verdun 1916>은 그런 면에서 주제를 잘 담아낸다. 


 전쟁과 관련해 연구자들에겐 몹시 매혹적인 일이지만 참가자들에겐 몹시 당혹스러운 일이 하나 있다. 그것은 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순간, 자신들의 어려움에 사로잡힌 쪽은 적 진영의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 좀처럼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_ <베르됭 전투>, p.254


 저자는 팔켄하인의 '소모전'과 페탱의 '물류전'의 논리의 대립을 전투를 통해 보여준다. 1870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 이후 동부 국경에 구축한 프랑스의 콘크리트 요새와 여기에서 상대에서 퍼부어지는 막대한 화력은 패색 짙던 프랑스에게 승리의 전환점이 되었고, 여기에서 얻어진 잘못된 교훈은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오판으로 귀결되었다. 콘크리트 요새라는 '점'과 대포의 승리. 이는 프랑스가 제1차 세계대전으로부터 얻은 교훈이었고, 이로부터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점을 선으로 늘리면서 마지노선을 구축했고, 막강한 대포를 구축하며 위치에너지(9.8mh)에 기반한 화력(E)으로 대항한다. 이러한 계획은 위치에너지를 전차(戰車)라는 운동에너지(1/2mv^2)로 전환하여 아르덴 숲을 돌파한 나치 독일에 의해 무용지물이 되지만. 역사의 잘못된 교훈이 어떤 비극을 낳게 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1870년 이래로 군사 사상의 주기가 파멸적으로 완전히 한 바퀴를 돌았다. 1870년에 프랑스는 지나치게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영구 축성에 과도하게 의지해 전쟁에서 졌다. 그 다음 전쟁에서는 이 비참한 패배에 대한 반작용으로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거의 패할 뻔했다. 그리고 다시 그 경험의 반작용으로 나타난 결과인 마지노선의 정신 구조는 너무 고통스러워 떠올릴 수가 없다.  _ <베르됭 전투>, p.536


 이러한 오판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것은 전장(戰場)이라는 현장이 아닌 후방의 작전 테이블에서 얻어진 교훈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제1차 세계대전 후반 출현해 진흙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던 전차가 제2차 세계대전에는 '움직이는 대포'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상상. 프랑스에게 전차는 요새를 보조하는 소모품이었으나, 독일에겐 요새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기동의 핵심이었다. 이러한 상상과 상처뿐인 '피로스의 승리'에 대한 처절하게 반추하는 대신, 승리의 환상에 박제된 프랑스군 수뇌부는 철도와 보급이라는 전황에 최적화된 뒷북치는 대비를 하고 말았다.


 보병과 포병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은 이따금 제2차 세계대전 때 지상군이 중폭격기 승무원에게 느낀 감정과 비슷했다. 지상군은 폭격기 승무원들이 호사스럽게도 적군으로부터 한참 떨어진 곳에 자리잡았다고, 잠깐 출격해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폭탄을 흩뿌린다고 생각했다. _ <베르됭 전투>, p.296


 이처럼 <베르됭 전투>는 제1차 세계대전의 격전 속에서 한치 앞을 보지 못하는 병사들과 수뇌부들의 혼란상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참혹한 전쟁을 직접 경험한 이들은 죽어나가고, 살아남은 이들은 참상을 간접 경험한 이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전쟁은 후대에 어떤 교훈을 남길 수 있을까. 


 제1차 세계대전에서 지상전의 양상은 '참호-포격전'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전차전'으로,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자주포에 의한 포격 + 드론에 의한 정밀 타격'으로  전쟁 양상이 바뀌었다. 이와 같은 변화는 향후 AI와 로봇의 개발로 인간이 아닌 기계들에 의한 대리전으로 대체될 것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 군 수뇌부가 아닌 개별 병사들도 전장에서 떨어져 마치 게임하듯 전쟁을 하는 상황이 닥쳐온다고 했을 때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피와 살이 튀는 냉병기 앞에서의 두려움 대신 모니터 뒤에서 마우스로 상대를 제압하는 상황 속에서 미래 전쟁은 더 참혹해지지 않을까. 이런 면에서 저자가 오늘날 우리에게 당부하고 싶은 베르됭의 교훈은 기술발전의 시대에 인간성 회복이 아닐까를 생각하며 독서를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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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트의 만찬
이자크 디네센 지음, 추미옥 옮김, 노에미 비야무사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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