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의 세계사 - 철도는 어떻게 세상을 바꿔놓았나
크리스티안 월마 지음, 배현 옮김 / 다시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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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기에는 정부의 지원과 일관된 계획으로 짧은 시간에 철도망을 확대할 수 있었다.특히 토지를 내놓기 꺼리는 지주들을 정부가 힘으로 눌렀는데, 영국 등지에서는 이것이 매우 큰 장애가 됐다. 1836년에는 안트베르펜까지 연결하면서 내륙 수로를 이용하지 않고도 수도 브뤼셀과 안트베르펜 항구 사이를 연결하는 경로를 확보했다. 1843년 철도망의 핵심인 남북과 동서 축의 대부분을 완성해, 고도로 산업화한 벨기에는 나라 크기에 비교해 밀도가 가장 높은 철도망을 갖췄다. 벨기에는 철도로 국가를 통합하는 데 성공했다. (1830년) 독립 혁명이 없었으면 철도를 놓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철도를 놓지 않았다면 혁명은 좌절되고 말았을 것이다. 반면, 네덜란드에서는 철도 개발이 상당히 더뎠는데, 이는 운하가 잘 발달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운하 탓에 철도를 놓기도 어려웠고 이 운화와 경쟁해야 하는 처지였다. 게다가 산업화가 늦어진 탓도 있었다. _ 크리스티안 월마, <철도의 세계사> , p54


 크리스티안 월마 (Christian Wolmar, 1949 ~ )의 <철도의 세계사 Blood, Iron & Gold>는 19세기 출현한 교통혁명 주역 철도의 모순된 역사가 펼쳐진다. 그리고, 철도의 역사와 함께 민영화와 국영화, 분권화와 집중화, 민주화와 독재화, 계급과 평등이라는 모순된 특성들을 함께 발견하게 된다. 대립되는 요소들의 공존. 모든 사람들을 공평하게 목적지에 데려다 주지만, 철도 객차 안에 존재하는 1등칸과 3등칸의 계급구조. 그것은 철도의 이중적인 성격이자 특성이다.


 철도는 민주화를 이끄는 힘이었다. 이해가 빠른 통치자들은 철도의 군사적 잠재력을 바로 인식했으며 내외부의 적을 상대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을 간파했다. 철도가 미칠 영향에 대해 절대군주가 느낀 두려움은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p344)...  철도는 대개 버려져 있던 국가의 광대한 지역을 열었음에도 역설적으로 중앙집권을 강화하는, 즉 연방 정부의 권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철도는 민주주의가 태어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긴 했으나 그 탄생을 보장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철도는 신속하게 병력 이동을 가능하게 했고, 그 결과 지역적인 이해나 더 큰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려는 집단의 폭동을 분쇄할 수 있었다(p345)...  철도는 어떤 의미에서 계급 체계를 타파하기보다 그것을 반영했다. 철도는 가난한 이들에게 여행할 기회를 처음으로 주긴 했으나, 요금을 낼 수 있는 정도에 따라 다른 기준의 편의를 제공하며 기존의 차이를 공고히 했다... 철도는 차별의 새로운 형태를 낳아 계급 체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노동 계급의 대규모 확대를 이끌었다. _ 크리스티안 월마, <철도의 세계사> , p346


 이러한 철도의 이중적인 성격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이는 철도의 발전단계에서 요구되는 특성들이 단계별로 달랐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초기 증기기관차, 레일 등 개발 정착단계에서는 과학의 혁신이, 철로가 깔린 이후 운영단계에서는 관료제의 도입이 요구되었기에 각각 여기에 적합한 대응을 하는 과정에서 민영화와 국영화가 번갈아 나타났던 것임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1830년의 세계는 그 50년 전과 달리 철도와 그것이 가져올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철도는 증기 기관이 필요했음은 말할 것도 없고 자본도 필요했다. 이 두 가지가 모두 갖춰졌기 때문에 철도와 증기 기관의 발명과 빠른 확산이 가능했다. 철도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혁신, 즉 증기 기관을 선로 위를 달리는 열차에 놓는 것은 산업혁명이 촉발한 수많은 기술적인 변화 덕분이다. 이 발명의 단순성은 그 기술을 쉽게 모방하고 개발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였다. 초기 철도와 기관차의 다양한 크기와 궤간에서 볼 수 있듯이, 철도는 전례 없는 융통성 덕분에 이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동력원이라는 형태로 힘을 체계적으로 제공했다. 다른 핵심적인 혁신, 즉 철로 뢴 선로 위를 달리게 해준 플랜지 방식의 바퀴와 증기의 힘으로 끄는 기관차의 조합 덕분에 사람이나 가축이 끄는 것보다 열 배 이상 무거운 짐도 옮길 수 있게 됐다. 더욱이 전례 없이 많은 승객을 운송할 수 있게 됐는데, 역마차 수십 대가 필요한 일을 열차 한 대로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_ 크리스티안 월마, <철도의 세계사> , p336


 철도의 다른 특성들은 민영화와 국영화 문제와는 조금 다르다. 전자가 과정상의 특성에서 도출된 결과라면, 집중화와 분산화, 민주화와 독재화는 철도가 변화시킨 세계를 움직이는 원심력과 구심력의 표현이다. 


 집중화와 분산화 의 경우 대체적으로 집중화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오늘날 KTX로 인한 빨대효과(straw effect)로 인한 수도권 집중화와 가속화되는 지방소멸 현상으로도 관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교통부분에서의 제약조건인 시간(time), 비용(cost)이 철도의 도입으로 사람(교통)과 재화(물류)의 이동을 완화시키면서 규모의 경제(returns to scale)를 만들어내는 현상은 우리에게 적정 편익이라는 과제를 던져준다. 이같은 관점의 연장선상에서 우리는 철도가 민주화에 미치는 영향보다 독재화에 미치는 영향이 보다 컸음도 유추할 수 있다. 실제로, 철도는 역사안에서 제국주의 팽창에 있어 초석(礎石)과도 같은 역할을 수행했고, 그 결과 일반에게 철도산업은 근대화 과정에서의 적지 않은 역할수행에도 불구하고 '독점적인 거대산업'이라는 부정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만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은 이후 철도의 운명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철도는 수익과 관계없이 계속 운영해야 하는 공공 서비스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업과는 다르다. 이는 자동차의 등장과 버스나 항공기 같은 다른 형태의 공공 교통수단이 발전하기 전까지 특히 그랬다. 철도가 필수적인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데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철도는 호황일 때는 집중적으로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으나 불황기라고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폐쇄할 수도 없는 거대한 고정 자산이었다. 따라서 철도는 경기 변동이나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에 특히 취약하다. 자동차와 트럭 그 뒤로 항공기 등에 승객과 화물을 뺴앗기기 시작하면서 결국엔 국유화된 것이다. _ 크리스티안 월마, <철도의 세계사> , p186


 <철도의 세계사>는 이러한 철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20세기 중반 이후 철도의 쇠퇴에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탄소절감 교통수단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지만, 문전 연결(door to door)이 좋은 자동차와 시간 경쟁력이 뛰어난 항공편, 취급 물량에서 비교가 어려운 해운과의 경쟁에서 철도의 미래가 예전처럼 밝아보이지는 않는다. 아마도 철도가 다시 교통의 중추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이제는 거의 쇠퇴한 철도의 역사를 아는 것이 큰 의미는 없어보인다. 그렇지만,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되어, 혁명의 시대에 지식인들과 노동자들을, 제국주의 시대에 군인들을 전장으로 나르며, 근대시기 중요한 획을 그은 철도의 의미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이와 함께, 오랜 경쟁 속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은 철도의 DNA와 그 안의 대립된 이중나선의 특성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독할 하나의 염기서열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철도의 세계사>는 일독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철도 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거나 부를 안겨줬기에 독점적인 거대 철도 회사에 대한 두려움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므로 철도 회사의 독점적인 지위와 부패한 관행에 대중들이 반발해 정부의 개입을 촉구한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 실제로 19세기 말 무렵 전 세계 철도는 규제를 받기 시작했다. 이는 철도가 경제적인 생활에 영향력이 큰 것에 대해 대중적인 비판과 정부의 공권력 행사, 경우에 따라서 국유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_ 크리스티안 월마, <철도의 세계사> , p344


 대부분의 정부는 철도 산업을 구제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세기 중반 자동차와의 경쟁과 정부의 냉대가 철도의 쇠퇴를 부추겼다. 그때까지 많은 주요 국가에서 철도를 국유화했지만, 거대한 독점 기업으로 잘나가던 시절에 쌓인 반감이 수십 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은 것이었다. 철도의 경쟁력은 하루하루 줄었다. 처음에는 자동차가, 그 뒤에는 항공기가, 특히 미국에서 철도산업의 수입을 잠식했다. _ 크리스티안 월마, <철도의 세계사> , p440

유럽 전역의 많은 지선과 소규모 철도들은 비용을 줄이려고 다양한 폭의 협궤를 놓았지만, 철도가 국경을 넘어 연결되면서 스티븐슨의 표준 궤간이 유럽 철도의 귀중한 자산임이 증명됐다. 유럽의 주요 나라 가운데 철도 시대에 동참하기를 가장 꺼린 나라가 에스파냐였다. 결국 철도를 놓기로 했을 때 에스파냐는 1672밀리미터라는 광궤를 선택했고, 이는 나중에 유럽 다른 나라와 철도망을 연결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됐다. 고립주의적인 에스파냐 정부는 군사적인 이유로 정치적 결정을 한 것이다. 국경에서 궤간이 바뀌면 적의 침략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 P77

유럽 대륙의 철도 체계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영국이나 미국 철도보다 훨씬 엄격하게 규제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국가가 철도 운영에 있어 일상적인 업무의 지극히 사소한 부분까지 간섭했다(p164)... 유럽 대륙에서 철도는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때문에 국가와 장기적인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 첫째, 철도 용지는 일정한 기간을 빌려 이용한 뒤 정부에 반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철도 회사가 용지를 직접 사들인 영국이나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둘째, 유럽 대륙에서는 철도 건설에 정부가 직접 자금을 지원해줬으며, 그 밖에 최저 수익을 보장해 주는 방식으로도 보조했다. 국가는 여객 및 화물 요금에 세금을 부과해 그 지원금을 회수하려 했다. - P165

대륙 횡단 철도 건설에는 모든 노선에서 작게는 심각하고 크게는 극단적인 부정부패가 뒤따랐다. 불법적인 이익을 얻는 주된 방법은 첫 대륙 횡단 철도를 놓은 주요 두 철도 회사처럼 독립적인 건설회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철도 회사가 소유한 건설 회사를 세우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겉으로는 합법적으로 보이면서 정부와 투자자들로부터 확실하게 돈을 뜯어낼 수 있었다. - P229

철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발명품이 융통성을 폭넓게 발휘했기 때문이다. 리버풀-맨체스터 철도는 화물 운송을 염두에 두고 건설했지만, 화물보다 여객 운송에서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금방 드러났다. 애초부터 철도는 다양한 목적으로 놓았다. 석탄이나 광석을 항구로 나르는 광산 노선, 승객만을 위해 놓은 교외 노선 그리고 종종 첫 노선으로 수도와 항구를 잇는 철도 등이 있었다. 그 뒤 다양한 다른 목적으로 이곳저곳에 놓은 이 발명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식민지나 원주민을 정복하거나 병력을 운송하려고, 항해할 수 없는 강을 돌아가거나 영토를 넓히려고, 그리고 종종 나라를 통합하려고 철도를 놓았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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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9-08 0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랑이님 축하드립니다. 호랑이님 글 읽고 철덕인 아이친구
생각났어요 ㅎㅎ 저도 찜한 책 *^^*

겨울호랑이 2022-09-08 11:43   좋아요 1 | URL
미니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추석 연휴 보내시고, 즐거운 독서 되세요! ^^:)

거리의화가 2022-09-08 09: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이달의당선 축하드립니다^^ 철도야말로 근대의 문을 연 발명품 중 하나이죠!

겨울호랑이 2022-09-08 11:45   좋아요 2 | URL
거리의화가님 감사합니다. 말씀처럼 철도는 시간과 거리를 좁혀 이전과 다른 세계를 만든 공과 함께 전장까지 빠르게 병사들을 수송하면서 참혹한 지옥을 선사한 과를 함께 지닌 시대의 산물이라 생각합니다. 거리의화가님, 행복한 추석 연휴 보내세요! ^^:)

그레이스 2022-09-08 0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든 것의 역사를 훑고 계신듯요~~^^
축하드려요 ~~

겨울호랑이 2022-09-08 11:46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진득하게 독서를 해야하는데 마음가는대로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ㅋㅋ 그레이스님 행복한 추석 연휴 되세요! ^^:)

이하라 2022-09-08 1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문학의 품에 철도가 들어설 수도 있구나 생각하게 되는 책 같았습니다.
겨울호랑이님 축하드려요. 행복하고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겨울호랑이 2022-09-08 22:52   좋아요 1 | URL
저 역시 교통수단, 운송수단으로서의 철도만을 평소 생각하다가, 철도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하라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추석 연휴 보내세요! ^^:)

서니데이 2022-09-08 18: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2-09-08 22:52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추석연휴 보내세요! ^^:)

하나의책장 2022-09-12 1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연휴 마지막 날이라 너무 아쉽지만, 마지막날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2-09-12 15:59   좋아요 2 | URL
하나의책장님 감사합니다. 이번 추석 연휴는 참 짧게 느껴집니다. 12일 동안 연휴였던 2017년에 비하면 안되겠지만요.ㅋ 남은 오후 잘 보내시고 한 주 시작 잘 하시길 바랍니다! ^^:)

러블리땡 2022-09-14 2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 호랑이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철도 오...문명의 발전에 참 중요한 물건이었던것 같네요 캬 멋진 발명품 다시 한번 알고 갑니다 ^^

겨울호랑이 2022-09-14 23:1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지금은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이용하고 있는 제품들이 알고 보면 시대에 큰 흐름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철도의 세계사>를 통해 새삼 실감했습니다. 러블리땡님, 평안한 밤 되세요! ^^:)
 

철도는 수익과 관계없이 계속 운영해야 하는 공공 서비스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업과는 다르다. 이는 자동차의 등장과 버스나 항공기 같은 다른 형태의 공공 교통수단이 발전하기 전까지 특히 그랬다. 철도가 필수적인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제공하는데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철도는 호황일 때는 집중적으로 활용해 수익을 낼수 있으나 불황기라고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폐쇄할 수도 없는 거대한 고정 자산이었다. 따라서 철도는 경기 변동이나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에 특히 취약하다. 나동차와 트럭 그 뒤로 항공기 등에 승객과 화물을 빼앗기기 시작하면서 결국엔 국유화된것이다.  - P186

19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철도는 세계 전역에 자리를 잡아, 증기 기관차가 연기를내뿜으며 시골을 가로지르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됐다. 이는 도시와 도시를 잇는 주요 노선뿐만 아니라 급속히 늘어나는 지선이 놓인 외진 지역까지 마찬가지였다. 1880년에는 철도 총연장이 약45만 킬로미터였지만, 19세기가 끝날 무렵에는 약 80만킬로미터에 이를 정도였다. 세계 전체로 보면, 철도는 해마다 1만 6000킬로미터씩 늘어나고 있었고, 이는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질 때까지 계속됐다.  - P291

1830년의 세계는 그 50년 전과 달리 철도와 그것이 가져올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되어 있었다. 철도는 증기 기관이 필요했음은 말할 것도 없고 자본도 필요했다. 이 두가지가 모두 갖춰졌기 때문에 철도와 증기 기관의 발명과 빠른 확산이 가능했다. 철도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혁신, 즉 증기 기관을 선로 위를 달리는 열차에 놓는 것은산업혁명이 촉발한 수많은 기술적인 변화 덕분이다. 이 발명의 단순섬은 그 기술을쉽게 모방하고 개발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였다. 초기 철도와 기관차의 다양한 크기와 궤간에서 볼 수 있듯이, 철도는 전례 없는 융통성 덕분에 이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동력원이라는 형태로 힘을 체계적으로 제공했다. 다른 핵심적인 혁신, 즉 철로뢴 선로 위를 달리게 해준 플랜지 방식의 바퀴와 증기의 힘으로 끄는 기관차의 조합덕분에 사람이나 가축이 끄는 것보다 열 배 이상 무거운 짐도 옮길 수 있게 됐다. 더욱이 전례 없이 많은 승객을 운송할 수 있게 됐는데, 역마차 수십 대가 필요한 일을열차 한 대로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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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 - 코로나19는 어떻게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나
애덤 투즈 지음, 김부민 옮김, 정승일 감수 / 아카넷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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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화된 무책임은 2017년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예측 가능한 역품에 맞서기에 충분한 자금을 글로벌 공중보건 기관에 지원하지 않은 채로, 새로운 위협이 태어나고 생물학적 부하가 심화되는, 위험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미래를 향해 돌진해왔다. 기능 장애는 트럼프만 일으킨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기능 장애가 곧 정산 상태다. 우리는 모두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우리 가운데 실제로 준비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_ 애덤 투즈, <셧다운> , p51/389

애덤 투즈 (Adam Tooze)의 <셧다운 Shutdown>은 코로나19가 가져온 국제적인 변화를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전세계적인 전염병은 세계를 공포와 무질서로 밀어넣었고, 수요 급감이 가져온 공급 충격 속에서 실물경제의 위축과 함께 안정자산을 확보하려는 프로그래밍된 금융거래는 공황 직전의 상황으로 세계경제를 밀어붙였다는 것을 독자들은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위기로 인해 사회공동체는 활동을 멈춘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드러난 것은 미국의 약한 고리와 중국의 부상이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적인 금융, 기술, 군사 강국이었지만, 그 국내 기반은 불완전했다. 코로나19가 고통스럽게 드러냈듯이, 미국의 보건 시스템은 망가지기 일보 직전이며, 미국의 사회안전망은 수천만 명의 사람들을 빈곤의 위험에 빠뜨렸다. 시진핑의 '중국몽 中國夢'은 2020년을 거치면서도 온전히 살아남았지만, 미국의 '아메리칸 드림 American Dream'은 그렇지 못했다. 2020년에 신자유주의가 겪은 전반적인 위기는 미국과 미국 정치 스펙트럼의 한 부분에 구체적이고 충격적인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_ 애덤 투즈, <셧다운> , p26/389

미국의 트럼프가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는 시점에, 탄소중립화를 선언한 중국. '기후'라는 아젠다를 선점하면서 미국의 리더십을 자국의 리더십으로 대체하려는 중국. 중국의 이러한 자신감은 코로나19에 대한 안정적인 대처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하며 이 시기를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분기점으로 규정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전환점의 배경은 무엇일까?

중국은 (탄소중립이라는) 의제를 선점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아시아와 유럽의 대중 상당수는 중국의 행동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거나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다. 중국 중앙정부의 점점 커져만 가는 적극성은 불안하기 짝이 없었고, 반대 의견은 그 형태가 무엇이든 무자비하게 억압하는 중국의 방식은 우려스러웠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공산당의 통치 적법성을 뒤흔들 것이라는 의견은 터무니없이 빗나갔음이 증명되었다. 중국 경제는 빠르게 회복하고 있었다. _ 애덤 투즈, <셧다운> , p185/389

저자는 이러한 문제점을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끊임없이 확장되어온 금융자본주의로부터 찾는다. 필요한 곳(공공보건과 같은)에 대한 지출 대신,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곳으로 몰리는 자본. 덕분에 가상화폐, 부동산, 증시 등으로 많은 유동자금이 흘러들어갔지만, 정작 실물거래에는 돈이 부족한 이중시장의 모습이 나타났다. 미국 국채에 기반한 파생상품으로 엮어진 금융자본은 알고리즘에 기반한 차익거래에 의해 주도되었기에, 작은 변화에 많은 자금이 몰려가면서 큰 흐름을 만들어내며 유지되었다. 그 결과 예상할 수 있었던 '회색 코뿔소'와 같은 위협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현재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금융자본주의는 계속해서 확장하고 진화한다. 이 모든 것은 시장 기반 금융 market-based finance에 해당하는 사례다. 즉 은행의 대차대조표에 기반을 둔 금융 관계가 아니라, 대출과 채권, 그리고 대출과 채권을 기초 자산으로 삼은 파생상품을 사고, 팔고, 되시고, 되파는 방식으로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금융관계다. 시장 기반 금융의 주요 중심지는 이른바 레포시장 repo market이다(p111)... 이러한 시장 기반 금융 시스템이 계속해서 기능하고 확장하려면, 진정으로 필요했던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안전자산이었으며, 안전자산 가운데 가장 안전한 자산은 바로 미국 국채였다. _ 애덤 투즈, <셧다운> , p112/389

한 가지 다행이라면,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서 각국 정부가 케인즈적 개입주의에 대해 이전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제로금리 통화정책 등에 대한 시장의 반감이 많이 누그러졌기에, 금융위기보다 더 적은 충격으로 시장 안정화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점은 10년 전 위기가 남긴 교훈덕택이었다.

2020년에는 경제 활동이 자연환경의 안정성에 얼마나 의존하는지가 드러났다. 미생물 안에서 일어난 작은 바이러스 변이가 전 세계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 또한 2020년은 큰 곤경에 처해 있던 전제 통화 시스템과 금융 시스템이 어떻게 시장과 민생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드러났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누가 어떻게 지원을 받았느냐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두 충격은 모두 지난 반세기 동안 정치와 경제에서 근본적인 역할을 했던 칸막이를 허물었다. 경제를 자연으로부터 분리하고, 경제학을 사회정치학으로부터, 나아가 정치 그 자체로부터 분리했던 칸막이들을 말이다. 게다가 2020년에 신자유주의 시대의 바탕을 이루던 가정들을 해체하는 세 번째 변화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중국의 부상이었다. _ 애덤 투즈, <셧다운> , p23/389

코로나19로 인해 국가의 개입이 보다 정당화되고, 보다 정치적으로 국가의 강제력이 강한 중국이 더 위기를 잘 극복했다는 결과를 세계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민주주의가 사회주의보다 재난에 취약한 열등한 체제인 것일까. 그러한 비관적인 물음에 대한 서구 진영의 반론이 '한국'이었다. 한국은 이 기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민주주의의 선진국이었다.

전 세계에서는 엄청난 불확실성이 다양한 수준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러한 불확실성 아래에서는 강요된 선택이 이루어진다. 이 책의 목표는 이렇게 강요된 선택들이 경제 측면에서 어떤 상호 작용을 일으키는지 추적하는 것이다. '셧다운 shutdowm(폐쇄)'이라는 용어를 쓰는 목적은 누가, 언제, 어디에서, 무슨 결정을 내렷으며,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부과했는지에 관한 열린 질문을 하기 위해서다. '록다운'이라는 용어를 거부하는 것은, 그 과정이 자발적이었다거나 개인의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었음을 드러내려는 목적에서가 아니다. 이는 분명 사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_ 애덤 투즈, <셧다운> , p16/389

민주주의 국가이면서도 과학방역을 통해 안정적으로 코로나19를 관리한 한국이 있었기에,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문제점은 부각되었을지라도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잠재울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분명 한국은 유럽과 미국에 앞선 방역 선진 민주주의 국가였다. 책에서는 이 부분까지 언급된다. 그렇지만, 한국도 분명 문제가 있었고 그 문제는 바로 재정정책 부분에 있었다.

한국은 단호한 조기 대응이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였다. 한국인들은 2015년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메르스 위기 당시의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한국에 코로나 확진자가 단 4명밖에 없었던 1월 27일에 이미 공중보건 당국은 서울역의 어느 회의실에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정부는 한국의 생명공학 회사에 치료제나 백신이 아닌 진단 검사 기기를 요구했다. 진단 검사 기기만 있으면, 코로나 19감염이 일어나자마자 추적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p74)... 한국 생명공학 기업의 우선순위는 진단 검사 기기의 절대적인 신뢰성이 아니라 속도였다. 2월 4일, 코젠 Kogene의 진단 기기가 최초로 승인되었다. 두 번째 진단 기기는 2월 12일에 승인되었다. 진단에 실패할 염려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 진단 기기들은 대량 생산이 가능했다. 2월 중순 유행병이 진짜로 강타한 바로 그 순간에 한국이 이미 유행병을 추적할 수단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조기 대응의 의의를 잘 보여준다. _ 애덤 투즈, <셧다운> , p75/389

앞선 방역정책과 선제조치로 과학방역을 달성한 한국 문재인 정부지만, 재정정책부분에 있어서는 선진국의 수준에 턱없이 부족했다.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 속에서 재정정책을 펼 수 있는 충분한 힘과 여유가 있었음에도, 정부 부채 수준을 관리한다는 명목하에 세계각국 정부가 떠안은 정부부담을 가계부담으로 기꺼이 넘겨버리고 말았다. 그 결과 2020년 코로나 19 발병 초기 치뤄진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은 2022년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사멸해가는 시점에 대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다른 선진국들이 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치는가에 대한 고민과 적극적인 행동 부족은 여러 면에서 안타깝게 느껴진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민주단의 다른 패인인 부동산 문제도 수요 억제외에 추가적인 공공주택 확대는 하지 않았다는 점을 연관지어 본다면 문재인 정부는 '채찍'의 사용만 능했고, '당근'의 사용에는 서툴렀다고 생각된다. 사람마다 관점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출이 급증하고 세수가 줄어듦에 따라 세계 각국의 정부는 막대한 부채를 발행했다. OECD는 2020년 1월부터 5월까지 경제 선진국의 정부 부채 총 발행액이 1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연말에는 이 금액이 총 18조 달러에 달할 것이다. 2020년 첫 5개월 동안 급증한 엄청난 부채 가운데 67.5%는 미국이, 10%는 일본이, 나머지는 유럽 국가들이 차지했다. 이것은 평시에 기록된 부채 급증 가운데 가장 극적인 수준이었다. _ 애덤 투즈, <셧다운> , p136/389

2020년이 극단적이긴 했지만, 부채 급증으로 이자율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 새로운 추세가 아니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공공 부채가 장기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금리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래리 서머스 Larry Summers는 만약 자금의 가격인 금리가 하락한다면 그것은 불균형이 있기 때문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저축이 너무 많거나 투자가 너무 적다는 의미였다. 어느 쪽이든, 이는 정부 투자로 균형을 맞추기에 적절한 시점이다. 부채 수준에 대해서 걱정할 만한 이유는 거의 없었다. IMF의 전 수석경제학자 올리비에 블랑샤르 Olivier Blanchard는 이자율이 성장률보다 낮게 유지되는 한 채무부담은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_ 애덤 투즈, <셧다운> , p137/389

이 글을 쓰는 시점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도 잠잠해지고, 대신 켄타우로스 변이가 우세종으로 등장한 재유행이 우려되는 시점이다. 현 윤석열 정부의 무능함으로 전 정부의 부족한 부분인 적극적인 재정정책은 물론 과학방역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려 여러 면에서 걱정되는 시점이이도 하다. 한때는 모범방역국으로 인정받던 한국이지만, 이제는 검찰공화국이었던 브라질의 경우로 전락한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성공적으로 방역을 한 후에도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도 벌써부터 걱정된다. 이런 내 생각이 기우(杞憂)로 끝나길 진심으로 바라며 글을 갈무리한다...

브라질의 범유행은 거의 전적으로 대통령의 리더십이 실패한 탓이었다. 질병이 제트기를 타고 상파울루로부터 브라질 사회 전체로 확산되었음에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사태의 심각성을 계속해서 부정했다. 코로나 대응은 유럽의 나라 하나 크기만 한 지역을 관할하는 주정부들에 맡겨졌다. 주정부들이 채택할 수 있었던 부분적 봉쇄조치는 질병의 확산 속도를 늦췄다. 그러나 이 조치는 동시에 경제적 대혼란을 일으켰다. _ 애덤 투즈, <셧다운> , p165/389

한국 정부는 2015년 메르스 확산 방지에 실패하면서 우려스러울 정도의 무능력을 드러냈다. 유행병 확산 방지 실패는 현대적 국정 운영에 전념하는 민주당계 정부가 선거에서 승리하고, 한국의 생명공학 분야가 발전하는 데 기여했다. 생명공학은 한국의 눈부신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중공업의 후계자가 될 것이다. _ 애덤 투즈, <셧다운> , p50/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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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 2022-07-22 07: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브라질ㅠㅠ 에휴 진짜 한숨만 나오는 나날이네요 이 상황에서 뭘 어찌해야할지ㅠ

겨울호랑이 2022-07-22 08:29   좋아요 1 | URL
ㅜㅜ 불과 몇 달 전과 전혀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것 같아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그레이스 2022-07-23 22: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겨울호랑이 2022-07-23 23:1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그람시가 묘사하는 위기 국면은 잠재적인 혁명적 상황이 아니라 ‘병적 징후’들로 가득한 ‘공백기’였다. 그람시는 낡은 것으로 되돌아가는 상황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지성의 비관주의’와 반대되는 ‘의지의 낙관주의’를 품은 채 이런 병적 징후들이 진보를 위한 기회를 제공하기를 기대했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 사이에 놓인 공백기의 주요한 특징은 불확실성이다.

오래된 강둑이 뒤에 있지만, 반대편은 아직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물살 때문에 뒤로 밀려서 빠져 죽을 위험도 있다. 어떤 일이 생길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두려움과 불안, 공포에 짓눌린다.

1945년 이전의 유럽은 우파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있었다. 감옥에서 그람시는 모름지기 지식인 혁명가라면 언제나 해야 하는 일을 했다. 패배의 원인을 고찰한 것이다. 그람시는 또한 당시에 자본주의의 심각한 좌절이라고 여겨진 사태, 즉 1929년 대공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가운데 글을 썼다. 어떤 이들에게 대공황은 오랫동안 기다리고 오래전부터 예측된 자본주의의 위기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좌파는 재기하지 못했다. 노동계급이 처한 상황은 참담했다.

히틀러가 권력을 잡기 3년 전인 1930년, 이탈리아 남부 투리에 있는 파시스트 감옥에서 이탈리아 공산당 지도자 안토니오 그람시는 이 유명한 고찰을 글로 남겼다. 낡은 것은 죽어가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위기는 생겨난다. 이 공백기에 다양한 병적 징후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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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소위 자유세계라는 말은 1917년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전세계를 포괄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주의권 국가들에서의 극적인 실험 결과, 자본주의는 지구상의 대단히 광범한 지역으로부터 사라졌다. 따라서 오늘날의 세계는 연속성과 동시에 불연속성을 보이며 이 모순은 이제 내가 차례로 살펴볼 여러 문제들의 지평에 자리잡게 된다. 장기지속 구조로서의 자본주의, 사회적 복합체의 한 부분로서의 자본주의, 생존이냐 아니냐의 기로에 있는 자본주의 (그러나 만일 자본주의가 사라진다면 그와 동시에 우리 사회의 불평등도 함께 사라질 것인가?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긴 연구의 핵심적인 증거가 되는 것으로서 시장경제와 구분되는 영역으로서의 자본주의 등이 우리가 살펴볼 문제들이다. - P853

다른 한편, 19-20세기의 자유주의적인 자본주의 또는 경쟁적인 자본주의에 대해서 무엇이라고 말하든 간에 독점 (monopole)은 자신의 권리를 잃지 않았다. 독점은 단지 다른 형태를 띠고 나타났을 뿐이다. 그것은트러스트(trust)와 지주회사(holding)로부터 1960년대에 해외지사의 수가 세 배로 늘어난 유명한 미국의 다국적 기업(multinational firm)에 이르기까지 여러 형태들을 가지고 있다.  - P855

요컨대 오늘날에든 과거에든 자본주의의 중요한 특권은 선택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특권은 사회 내에서의 지배적인 위치, 대자본, 차입의 능력, 정보망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강력한 소수집단 구성원들(비록 그들이 경쟁 때문에 분열되어 있다고 해도)간에 일련의 법칙과 인적 관계를 만드는 연결망 같은 것들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 P855

자본주의를 단순히 "경제체제"로만 상정한다면 그것은 그 어느것보다도 큰 실수이다. 실제로 자본주의는 사회질서를 근간으로 하여 살아가며, 또 적대적이든 우호적이든 국가라는 그 거추장스러운 존재와 (거의)동격의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이것은 늘 그래왔던 현상이다. 동시에 자본주의는 사회적 건조물을 견고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모든 문화적 원조를 이용한다. 왜냐하면 문화는 아무리 불평등하게 향유되고 있고 또 모순적인 흐름들이 관류하는 실체라고 해도 결국은 기존 질서의 유지에 최상의 공헌을 하기 때문이다. - P857

이곳은 각 단위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동시에 서로 의지하는 진정으로 "경쟁적인" 세계였다. 그러나 소비자들이원하는 모든 것들을 시내에서 만들고 저장하고 그리하여 얼마든지 제공했던 수천 개의 소기업들이 축출되어버리자 뉴욕 시는 해체되기에 이르렀다. 이 세계를 파괴하고 대체하여 시 바깥의 거대한 생산단위에 유리하도록 만든 것은 대기업들이었다. 뉴욕 시의 오래된 옛날 기업이 이곳의 학교에 빵을 만들어 공급하던 것이 이제는 뉴저지 주에서 만들어져들어온다. 이것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나라의 핵심부에서도 경쟁적이었던 경제가 어떻게 변모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 P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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