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첫 번째로 현대 일본에서의 우경화는 어디까지나 정치 주도(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치 엘리트 주도)이지 결코 사회 주도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근래에 이르러 우경화를 나타내는 지표가 일본 사회 안에서도 부분적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정계에서의 우경화 쪽이 그 시기도 빠르고 진폭도 크다.

두 번째 특징은 우경화 과정이 단선적으로 이루어졌던 것이 아니라, 밀려왔다 쓸려가는 파도처럼, 한 번씩 번갈아가며 반대 방향으로 일시적으로 회귀했다가 다시금 진전되는 식으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세 번째는 이러한 우경화의 본질이 가히 ‘신우파 전환’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라는 점이다. 요컨대 과거부터 존재해왔던 우파가 그대로 좀 더 강해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우파로 변질되어가는 과정에서 발생되었다는 사실이다. 실은 이러한 특질이 더더욱 우경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어렵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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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
백낙청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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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체제가 사회통합의 시대가 되기 위해서도 수구세력과의 격돌이 일단 불가피하다는 나 자신의 생각과도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상식을 바탕으로 소통하고 합의하자고 해도 절대 안 받아들이는 것이 진보와 보수의 이념을 떠나 오로지 자기 이득만 지키려는 '수구'의 특성 아니겠는가. _ 백낙청,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 , p207

백낙청(白樂晴, 1938 ~ )의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에는 저자가 주장한 '2013년 체제'에 대한 반성과 촛불혁명 이후 새로운 변혁기에 대한 희망 그리고 의문이 담긴 책이다. 2012년 대선을 새로운 변혁의 원점으로 삼고자 했던 저자의 의도와 달리 박근혜의 당선은 '2013년 체제'론에 대한 반성을 가져온 반면, 촛불혁명 이후 문재인의 당선은 '촛불혁명 이후의 과제'를 고민하는 계기가 된다.

'시민참여'의 가장 큰 몫은 대화와 교류를 거부하는 정권을 시민의 힘으로 갈아치우는 일이다. 이 기본적인 책무를 우리는 촛불대항쟁을 토해 훌륭하게 이행하였다. 남은 과제는 정권을 잃었을 뿐 여전히 사회의 각종 고지에 포진하고 있는 세력을 촛불시민과 촛불정부가 힘을 모아 제압하며 정의롭고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정부와 대통령의 분발을 촉구하면서 시민들 스스로도 평화로운 한반도와 핵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혜를 선보일 때가 되었다. _ 백낙청,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 , p451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에서 저자는 촛불혁명을 움직인 시민참여라는 거대한 힘에서 일찍이 2008년 제기한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 평화'라는 삼중과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발견한다. '근대적응'과 ' 근대극복'이라는 근대의 이중 과제가 냉전 이후 변화된 세계체제와 직결된 것이라면, 한반도 평화는 분단체제와 세계체제 문제에 함께 걸쳐있는 과제다.

'근대의 이중과제'론, 곧 근대적응(adapt to modernity)과 근대극복(overcoming modernity)을 이중적인 단일과제로 추지한다는 논의는 추상수준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p108)... 그렇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것은 일종의 상식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통용되는 그 실천방법을 고정하기는 어렵다. 주어진 현실에 굴복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최소한의 적응조차 못해서 그 현실의 극복에 실패하고 마는 결과를 어떻게 피할지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 _ 백낙청,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 , p136

우리에게 주어진 고차방정식(高次方程式)은 결코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임기 초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높은 기대를 불러왔지만, 이후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수구정권으로 교체되면서 오히려 파탄으로 이어진 지금의 상황은 마치 2016년 촛불혁명 당시 뒤늦게 읽었던 <2013년 체제>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시민참여 통일운동의 그 방면 상황은 어떤가? 6.13지방선거로 반촛불 수구정당에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린 이후로 운동이 오히려 소강상태로 접어든 느낌이 짙다. 그 원인은 크게 두가지라 생각된다. 하나는 문재인정부가 적폐청산과 남북관계 개선에서 이룬 성과에 비해 스스로 제1목표로 설정한 일자리 창출 등 민생경제 분야의 성적표가 실망스럽다는 점이다(p323)... 남북경협은 비록 미국의 대북제재로 지체되고 있지만 그 전망은 여전히 밝아 보인다. 반면에 국가의 조세권과 입법권을 행사하는 문제에서는 집권세력의 지혜와 의지가 모두 불확실하다. 바로 이것이 시민참여 통일운동의 국내전선이 소강상태에 빠진 둘째 원인이다. _ 백낙청,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 , p324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는 <2013년 체제 만들기>에서는 거의 고려되지 않았던 '시민' 그리고 '우리'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과거 <2013년 체제 만들기>에서는 총선신리, 입법부 장악 등 주로 정치권의 변화가 언급되었다면, 이제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에서는 나라 주인들의 참여와 함께 한 걸음씩 나가자는 내용이 말해진다. 어쩌면 당연하고 작은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크게 다가오는 것은 과제가 정치인의 것이 아닌 시민들의 것이라는 깨달음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거대 담론과 언제 실현될 지 모르는 추상적인 비전이 아닌, 지금 여기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 말해질 수 있다는 것. 무위(無爲)가 위(爲)가 될 수 있음을 어두운 시대에 실감한다...

6.15 공동선언의 묘미 중 하나, 지혜로운 점 중에 하나는, 제1단계로 연합제든 낮은 단계의 연방제든 그 어름에서 뭔가 하나만 한다는 것만 명시하고 그 후에 뭘할지는 말하지 않았어요. 첫째는 그 후에 뭘 할지를 미리 얘기하려면 합의가 안 됐을 거고요. 또 하나는, 그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참여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는 그거 그때 가서 우리가 정하면 됐지 왜 정상들이 다음에 뭐 하고 뭐 하고를 다 정해놓느냐, 이게 그야말로 민주시민, 주권시민의 태도 아니겠어요? _ 백낙청,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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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조약에 법적 근거를 둠으로써 비로소 개최가 가능해진 한일교섭은 그 필연적인 귀결로서 평화조약 2조, 4조가 허락하는 범위에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 세약에 직면한 한국 정부는 한일회담에서 제기하는 대일 요구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대한민국은 30년간의 일본의 점령uration에서 발생하는 불쾌한 과거의 기억에 의하여 축구되는 모든 청구권의 충족을 일본에 대해서 요구하는 의도는 없으며 단지 한국에 합법적으로 속하며 그리고 상래 한국의 생존xistene을 위하여충족되어야하는 재산에 대해서만 그 청구권을 요구하는 것이다

즉 한국은 식민지 지배에 따라 한국 국민이 겪은 피해에 기초한 모든 청구권(=불쾌한 과거의 기억에 의하여 충족되는 모든 청구권을 요구하려 한 것이 아니라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법적으로 승인한 조건하에서도 한국이 법적인 권리를 갖는 재산 부분(= 합법적으로 속하는 청구권만을 향후의 경제 자립을 위해 제기한다는 입장에서 교섭에 임했다.  - P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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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의 인터넷 정책 목표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검열과 통제’다. 공산당이 관리할 수 없는 국외 인터넷 사이트는 접속을 차단하고, 공산당에 비판적인 내용을 유포하는 국내 사이트는 폐쇄한다.

다른 하나는 ‘선전과 선도’다. 인터넷에 대한 검열과 통제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공산당은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공산당의 노선·방침·정책을 선전하고, 공산당이 원하는 방향으로 네티즌과 여론을 선도하는 일을 동시에 추진한다

중국은 비록 권위주의 정권이지만, 대중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인터넷에 공개된 사건에 대해서는 매우 민첩하게 대응한다. 이를 통해 공산당은 통치 정통성을 높일 수 있고, 사회안정을 유지할 수도 있다. 이는 전자정부 건설의 성과 중 하나라고 평가할 수 있다.

공산당의 인터넷 통제는 단순하지도 않고 일방적이지도 않다. 공산당은 매우 정교하고 체계적인 인터넷 통제 기제를 갖추고 사이버 네트워크를 통제한다. 또한 공산당은 상황과 조건을 무시하면서 무조건 인터넷을 봉쇄하거나 차단하지도 않는다. 이런 면에서 공산당의 인터넷 통제는 ‘이중성(二重性, duality)’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용’과 ‘통제’, ‘장려’와 ‘감독’, ‘허용’과 ‘금지’ 등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중국의 정치 자유화와 민주화는 인터넷 같은 신기술의 발전이 불러올 ‘자연사(自然事)’가 아니라, 사람의 의지와 행동에 따라 실현 여부가 결정되는 ‘인간사(人間事)’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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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공산당 기층조직, 특히 당 지부 위원회에서는 당서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당서기는 당 지부 전체의 업무를 주재하고, 당 지부 위원들의 직무 수행을 지도하고 감독한다. 당 지부 설립과 발전도 당서기가 책임진다. 또한 당서기는 당원대회와 상급 당 조직에 해당 당 지부의 업무를 보고한다

공산당은 기층 당서기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기 위해 인센티브(incentive) 제도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우수한 기층 당서기 가운데 상급 조직인 향·진·가도의 영도간부를 선발하거나, 기층 당서기 가운데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직원을 채용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기층 당서기는 매년 상급 당 조직에 자신의 업무 수행 상황을 보고(述職)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주요 안건이 당대회에서 통과되었다는 것은 정치 엘리트의 합의와 사상통일이 완료되었음을 뜻한다. 동시에 당대회에서 통과된 인선안은 합법성을 갖기 때문에 신임 지도자들은 정당하게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공산당 발전에는 평당원의 활동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공산당의 중앙조직과 지방조직, 이를 뒷받침해주는 기층조직의 활동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평당원뿐만 아니라 간부 당원, 특히 중앙의 최고 지도자와 영도간부의 활동은 공산당의 발전 과정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그렇지만 이 주장은 사실을 담고 있다. 공산당원이 없는 공산당 조직은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산당원 가운데 ‘관리기술직’의 비중은 계속 증가했다. 1971년 통계에 처음으로 등장한 ‘전문기술직’ 당원은 전체 당원 중 3.26%를 차지했고, 1980년에는 7.52%를 차지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그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다. 즉 2008년 ‘관리기술직’은 22.2%를 차지했고, 2021년에는 27%를 차지하여 농어민(27.1%)과 거의 비슷한 직업군이 되었다. 이는 개혁기에 들어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한 전문 인력, 특히 기술관료(technocrats)를 대거 입당시키면서 나타난 결과다.

1990년대 이후에 입당한 당원은 개혁·개방의 이익을 경험한 세대로, 이들에게는 이전 세대들이 가졌던 이념적 지향이 매우 약하다. 이들 눈에 공산당은 ‘혁명의 도구’가 아니라 ‘실용의 도구’일 뿐이다. 이는 2010년에 도시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되는 내용이다.6 다른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공산당원의 수입이 높고, 승진이 빠르며, 교육 혜택이 더 큰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은 학자마다 다르다. 첫째는 정치자산 효과(political capital effect)다. 이에 따르면, 공산당원이라는 정치자산을 획득하면 공산당이 제공하는 여러 가지의 혜택을 볼 수 있고,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온다. 둘째는 자기 선택 효과(self-selection effect)다. 이에 따르면, 공산당원은 당원이 되기 전부터 원래 우수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공산당원이라는 정치자산의 획득 여부와는 상관없이 각종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대부분 학자는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정치자산 효과를 주장하고, 소수의 학자만이 자기 선택 효과를 주장한다.13

‘시진핑 사상’은 미래 지향형 이념이다. 즉 과거에 이룩한 업적에 근거하여 정당성을 인정받은 지도이념이 아니라, 미래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정당성을 인정받은 지도이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시진핑 사상’은 앞으로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현재의 추세가 계속 강화된다면, 공산당-국가 관계에서 공산당만 있고 국가는 없는 문제, 궁극적으로는 마오 시대의 ‘통합형’(일원화) 영도 체제와 비슷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의법치국 원칙이 공산당 영도 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계속 강조될 경우, 법원과 같은 사법체제가 공산당 통제에 완전히 종속되어 ‘법치 수호의 보루’ 역할을 전혀 담당하지 못하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 원칙이 정치권력을 통제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발휘할 가능성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시진핑 시기의 ‘공산당 전면 영도’ 강화와 마오쩌둥 시대의 그것을 구별해서 보아야 한다. 사용하는 용어는 비슷하지만, 실제 내용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마오 시대의 ‘공산당 전면 영도’는 의법치국과 의법집권 원칙이나, 다른 정치 제도화 정책과 함께 추진되지 않았다. 그 결과 시간이 가면서, 특히 1958년 대약진운동의 추진과 함께 정치권력은 공산당으로 집중되고, 국가기관은 공산당의 하부 조직으로 전락하는 ‘통합형’ 혹은 ‘일원화(一元化)’ 영도 체제가 수립되었다. 또한 엘리트 정치에서는 마오가 정치권력을 독점하고, 모든 주요 문제를 마음대로 결정하는 일인 지배 체제가 강화되었다. 결국 공산당 영도 체제는 정치적 혼란과 사회경제적 정체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었다.

그렇다고 공산당의 관점에서 볼 때, 이데올로기의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데올로기는 공산당의 권력 독점이 왜 필요하고 정당한지를 설명함으로써 당내에서는 조직 응집력을 강화하고, 당 밖에서는 공산당 영도 체제에 대한 국민의 수용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데올로기는 공산당 통치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이데올로기의 선전과 사상공작을 "공산당의 모든 공작의 생명선(生命線)"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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