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한 시간 정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글을 쓸 생각입니다.  

내년 수능때까지니깐, 370회 정도가 될 수 있겠네요. 

간단하게 읽기엔 시가 좋으니깐,
시를 15회 정도 하고,
그 다음에 소설을 3회, 수필이나 희곡을 2회...
이 정도로 해서 20일 마다 한번씩 시로 돌아오는 형식을 갖출까 합니다. 

수준은 고등학생 정도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려고 하는데,
수업에서 쉽게 설명한다는 게 제일 어렵습니다. 

독자의 수준에 맞춘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죠. 

아들의 수준도 모르는 아빠가... ^^ 

최대한 어렵지 않게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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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 민우에게... 

아빠야. 
매일 같이 등교/출근하면서도 고딩 되고 나니깐, 이야기할 시간이 적구나.  

이제 올해 수능이 19일 남았고, 내년 수능이 11월 10일이니 꼬박 1년 남은 셈이다.
원래 공부란 게 앞을 보면 얼마 안 남아서 걱정, 뒤를 보면 해 놓은 게 없어서 걱정... 그런 거란다.
인생도 매사 그럴 거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걱정, 과거에 대한 죄책감에 걱정... 

그렇지만, 인생을 즐겁게 사는 길은,
현재에 충실한 것이겠지.
now - here
지금 여기서 최선을 다해 한 걸음 내딛는 일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정답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no - where 것이겠지. 

영어로 기회라는 단어가 있지. CHANCE.
기회를 잡고 싶으면, 거기서 한 글자를 바꾸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단다. CHANGE
곧 변화가 기회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지. 

이제 고3이 되는 변화의 시점에서 아빠가 도와줄 것이라고는 글쎄...
매일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민우에게 문학 수업을 해볼까 해.
시, 소설, 수필, 희곡, 시나리오나 고전 등... 
생각나는대로 시험에 날 법한 것도 좋고,
아빠의 생각을 들려주고 싶은 것도 좋고... 

그래서 민우가 등교할 때 읽을 수 있게 매일 인쇄해서 줄게.
이제 곧 어른이 될 민우의 마지막 한 해를 위해 아빠가 해줄 수 있는 일을 생각하다가 그렇게 해볼까 하고 있는 거란다.
간혹 아빠가 바쁘다는 핑계로, 또는 정말 바빠서 빼먹을 수도 있겠지만,
민우의 대학 입학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글을 쓸게.
남들은 절에서 백일 기도를 한다고도 하고 하지만,
종교보다 사람을 더 믿는 아빠로서는 이글이 곧 기도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빠와 엄마는 민우가 무엇이 되든 민우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이 딸에게 준 책 제목이야.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모든 부모의 마음은 그런 것이란다.  

지금까지 공부를 덜 했던 걸 후회하지 말기 바래.
공부를 덜 했기 때문에 얻은 것이 더 많을 수 있으니까 말이야.
다만, 고3을 좀더 충실하게 보내서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란다.
민우가 어떤 대학을 가든, 우리는 민우의 삶을 응원할 것이고,
설령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해도 응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니 말이야. 

오늘은 간단한 시 하나만 소개 하고, 나중에 본격적으로 수업을 할게. 

김춘수의 '꽃'이란 시가 있다.
우선 한번 읽어 보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꽃, 전문)

 <석류꽃>

유명한 시라서 읽어본 적이 있을 거야.
이 시는 4연으로 되어있지.
중국에서 전래한 '한시'는 보통 4행으로 되어있으면 절구(기승전결의 4행)
8행으로 되어있으면 율시(수련 2행, 함련 2행, 경련 2행, 미련 2행, 수함경미의 8행)
12행 이상을 배율이라고 하는데,
전통적인 형식이 기승전결이나 수함경미의 4부분으로 이뤄져 있어.
소설에서처럼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의 구성이라 볼 수 있지.
또 동양에선 <선경 후정>이라고 해서 앞부분에선 이야기를 끌어들이려고 '자연이나 사물의 정경'을
                                                   뒷부분에서 화자의 '감정, 서정'을 드러내는 일이 흔하단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이 시도 앞의 두 연은 주제가 드러나 있지 않다.
그저,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그것은 하나의 '존재'에 불과했단 이야기지.(발단 - 일어날 기 起)
2연에서도 그 '존재'의 이름을 불러 줬더니 '의미있는 꽃'이 되었다는, 뭐 꽃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전개 - 이을 승 承) 

그런데, 3연에 가면, <후정 後情> 즉, 서정적 자아(시적 화자)의 감정이 드러나지. 이런 것을 시의 '주제'라고 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사람은 혼자서만 살 수 없는 존재잖아. 서로 기대고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지.
그래서,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이겠지.
주제를 말로 표현한다면 무엇 정도가 될까?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기를 간절히 바람" 이런 정도면 되겠지?(절정 - 구를 전 轉)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마무리하는 부분이지.
1,2연에서 '너'를 인정해 주자 '너'는 '꽃'이 되었고,
3연에서 '나'를 인정해 주길 바라고,
4연에선 '우리'가 되는 거잖아. 드디어...
마지막엔, 사족(뱀발)처럼 꼭 붙일 필요까진 없는 말을 한 줄 넣었지.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고.(결말 - 맺을 결 結) 

첫 시간에 아빠가 이 시를 들고 나온 건,
민우와 아빠가 부모로 만난 것이 18년이 되었는데,
글쎄, 서로 각자 바쁘게 산다고 '진면목'을 모르고 살기도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야. 

이 시에서 처음엔 단순한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존재인 꽃이
이름을 불러주고, '자신의 빛깔과 향기'를 알아주는 이를 만났을 때,
비로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된다고 했기 때문에 이 시를 들고 온 거란다. 

민우란 아기가 우리에게 올 때는 '이름도 없는 단순한 3.3킬로그램, 50센티미터'의 아기일 뿐이었는데,
이름을 붙여주고 민우에게 알맞는 빛깔과 향기를 갖도록 '사회'와 만날 수 있을 때,
민우와 엄마 아빠의 관계, 그리고 민우와 사회의 관계가 <의미있는 것>이 될 거라는 이야기지.
'눈짓'은 모르는 사람끼리는 나누지 않는 것이니 말이야. 

이 시에서 꼭 기억해야 할 구절은 몇 연에 있을까? 주제연에 있겠지? 3연.
바로 <나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이 이 시의 주제라고 생각해.
민우란 존재에 알맞은 빛깔과 향기를 네 인생을 통해 얻어 나가길 바란다.
그래서 필요하면 대학도 가고, 공부도 하고 하는 것이겠지.  

첫 날이니 DVP에 대해서 잠시만 이야기할게.
D는 욕망이야. desire.
민우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생각해 봐.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다른 것을 잃는 한이 있어도 이뤄보고 싶다'는 감정을 10점이라 하면 몇 점이나 될까? 

V는 vision, 즉 목표에 대한 신념이지.
'그 목표를 이룰 것에 대하여 한 점의 의심도 없다'가 10점이라면 민우는 몇 점이나 될까?

P는 plan, 구체적인 계획을 뜻해.
실행하면 반드시 이뤄질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면 10점일 때, 민우의 점수는? 

이 세 가지 점수를 곱한 데서 10을 나눈 점수가 몇 점이나 될까?
그 점수가 60점에서 65점 사이라면 목표를 이룰 '가능성이 있음'이고,
65점 이상이라면 '가능성 높음'이 되는 거야.
근데... 60점 이하라면?
절실하게 원하는지, 목표에 대한 신념이 있는지, 계획이 구체적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지?

힘든 고3 시절을 재미있게 보내길 아빠가 응원할게. 아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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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10-30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빼먹지 않고 읽으면서 아드님과 글샘님을 응원하겠습니다.

글샘 2010-10-31 18:40   좋아요 0 | URL
좀 빼먹으셔도 됩니다. ^^ 응원 감사합니다.

비로그인 2010-10-30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님이 어떤 결과를 얻든 고3 생활을 평생 잊지 못하겠군요.
아빠에게 받은 편지를 모아둔다면
누구도 갖지 못할 큰 재산을 얻는 셈이기도 할 테구요.
두 분 다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글샘 2010-10-31 18:40   좋아요 0 | URL
글쎄요. 아들이 재산으로 생각할는지는 생각지 않고, 제 맘이 편하려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낮에나온반달 2010-10-30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좋은 아빠이고 싶습니다"에 담긴 글샘님의 마음을 찬찬히 생각해 봐야겠다 했는데....이거군요.
마음만이 아니라 이런 행동이군요.
울컥, 백만 번 하고 갑니다.

글샘 2010-10-31 18:41   좋아요 0 | URL
대학 가면 손 밖에 나갈 거니까 말입니다. 마음만 그렇지... 행동으론 나쁜 아빠입니다. ^^

세실 2010-10-31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멋진 수업이었습니다. 짝짝짝!
보림이랑 함께 공부하겠습니다.
D.V.P 좋은데요. 저도 목표를 위해 2011년도에 작은 계획(?) 세웠답니다.
3일에 발표인데...꼭 되었으면 좋겠어요. 합격기 빠샤 빠샤!!!

그나저나 결혼 일찍 하셨네용~~~~~~~

저도 민우군을 응원할께요~~ 화이팅!

글샘 2010-10-31 18:42   좋아요 0 | URL
보림양이랑 읽기엔 좀 어려운 말이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고딩용 언어는 개념이 많이 들어가거든요.
어떤 계획일까요... ^^ 잘 되겠지요.
응원 감사합니다. 제 친구중엔 고3 아들도 있어요. ㅎㅎㅎ

비로그인 2010-11-02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글샘님 댓글달아 드리다가 맨날 눈팅만 하고 그냥 간 것이 좀 걸려서 흔적 남겨요~

"글샘" 님의 닉네임이 참 멋지고, 대단해 보인다는 생각도 드네요!! 앞으로도 잘 챙겨 보겠습니다아 ㅎ

글샘 2010-11-02 10:37   좋아요 0 | URL
소심하시군요. ㅎㅎ 바람결에 왔다 가면 어때서...

매일 쓰기가 쉽진 않을 것 같지만, 뭐, 수업이야 매일 하는 거니까요. 힘을 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