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을 마음대로 부린 선비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나라말) 101
정환국 지음, 리강.이승현 그림 / 나라말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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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훑어 읽고 있는데,

이 책은 좀 그렇다.

 

고전소설이 아니라, 민담류인데,

앞부분의 '폴리페모스'라는 키클롭스의 이야기는

오디세우스에서도 손꼽히는 재미난 장면인데,

양의 배 아래 숨어서 탈출한다는 스토리가 고전읽기에 실릴 것인지...

 

야담 중에서 교훈적이거나 재미난 것들을 뽑든지,

구전 민담을 모은다면 그것도 좀 역사적인 것들을 뽑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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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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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 역설이란 게 있다.

거북이가 훨씬 앞에서 출발한다면 사람이 그자리까지 가는 동안 거북이는 다시 앞설 것이고,

그 양만큼 따라가면 또 앞서서, 영원히 거북이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옳다.

다만, 거북이와 사람의 달린 거리가 같아지는 순간까지는 옳다.

그러나 어느 순간 거북이는 사람보다 뒤처지게 마련인 것.

 

호모데우스는 인간의 삶을 거시적으로 바라본다면,

지난 수십 년 간 엄청난 과학의 발전으로 수명이 2배로 늘어났으니,

앞으로 인간의 지력은 무지 발전할 것이고, 인간은 신이 될 것이라는 상상력을 펼치고 있다.

 

그렇지만, 어떤 이야기에서는 거시적으로 인류를 바라보고

어떤 지점에서는 한 개인의 특성일 수 있는 것을 들먹이면서 근거로 활용한다.

결국 인간의 지력이 아주 발전하게 될 백년, 이백년 뒤를 상상한다면,

그의 논거가 그럴듯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그래프를 좌악~~~ 늘여서

우주의 역사에서 바라본 '인간' 존재의 시점으로 바라본다면,

그의 논거는 티끌도 아닐 수 있다.

 

이 책은 세계사 책도 아니고, 지식 정보사회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가까운 미래상을 상상하는 책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재미난 가정하에 펼치는 과학공상소설도 아니다.

잡학다식을 집적한다고 힘이 되지는 않는다.

 

아랍 민족과 이스라엘 민족의 분쟁 역시

800만 이스라엘 국민과 3억5천만 아랍연맹 국민의 선거로 해결할 수 없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당연히 승복하지 않을 것.(345)

 

이스라엘은 1948년 팔레스타인을 치고들어가 빼앗은 땅에 세운 나라다.

그 배후에는 미국이라는 군산복합체가 자리잡고 있다.

끊임없이 '홀로코스트'를 상품화하여 영화로, 전시로 활용하는 것은,

이스라엘이라는 불편한 나라의 존립 근거로 작용한다.

 

이스라엘 사람으로서 박학다식을 자랑하고자 하는 책은 아니겠지만,

자기의 국가가 정당하다는 고집은 내세운다.

그것이 호모사피엔스의 수준이다.

 

국가라는 것은 폭력으로 다가온 오지의 부족민들에게

과연 인간이라는 존재는 '즐거움'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일까?

국가라는 것이 식민지를 만드는 것이었던 세상에서,

노예를 사고 파는 일이 횡행하던 세상에서,

컴퓨터가 조금 발전했다고 인간은 신에 가까워졌다고 발언하는 것은 오만방자이며 시건방이다.

 

역사공부의 목표는 과거라는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92)

 

이런 의견도 한편 옳고 다른 방향에서 보면 궤변이다.

매일 전쟁 무기를 팔기 위해 혈안이 된 미국이란 나라에서

약소국이 핵을 개발하면 그것을 저지하려 온갖 난동을 부리는 곳이 인간 세상인데,

아프리카 들판의 자연적인 약육강식만도 못한 온갖 추태를 만든 것이 인간인데,

역사로 미래를 지향하겠다는 것은, 오만이다.

 

그가 바라본 역사는 최첨단 과학의 장밋빛 미래라는

한정된 범위 내에서의 역사일 따름이다.

식민지가 되어 학살된 어메리칸 원주민이나 노예로 부려지던 흑인들,

지금도 지옥도 속에서 살아가는 아프리카 오지의 사람들에게

컴퓨터와 빅데이터는 '남아도는 식량' 만큼이나 허구적인 것이다.

 

그의 역사가 걸어갈 길에 대한 근거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노란 벽돌길>이다.

근거치고는 지나치게 낭만적이다.

 

여행이 끝날 무렵

그들은 위대한 마법사가 실은 사기꾼이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그들이 바라는 모든 것이 이미 그들 안에 있다는 사실이다.

감정과 지혜와 용기를 갖고자 한다면

신과 같은 마법사는 필요없다.

그저 노란 벽돌길을 따라 걸으며

도중에 겪는 경험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334)

 

여행이 끝날 무렵을 몇십 년 후라 생각하면 스스로 제논의 거북이에 갇히는 꼴이다.

인류는 살아갈 것이다.

그렇지만 그 미래는 밝지도 어둡지도 않다.

더 오염이 될 것이고, 교통사고도 많아질 것이고, 밝혀진 많은 질병으로 죽어갈 것이다.

중독이 심해질 것이고, 글로벌하게 빈부격차가 심해질 것이다.

그래서 더 큰 나라는 은밀하게 위대한 나라가 되어갈 것이고,

가끔은 대놓고 폭격을 가하기도 하면서 추하게 살 것이다.

 

온전히 받아들이기엔 추악함이 크다.

계속 추한 모습을 드러내고 욕해야 한다.

99%가 1%만의 세상을 뒤집으려 <점거하라!>는 구호를 외쳐야 할 것이다.

 

21세기 초, 진보의 열차가 다시 정거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이 열차는 아마 호모 사피엔스라 불리는 정거장을 떠나는 막차가 될 것이다.(379)

 

비약이 심하다.

호모 사피엔스가 덩치가 더 큰 이전 인류를 학살하고 지금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 수십만년 전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정거장을 떠나는 막차 뒤에는

호모 데우스가 아니라, 멸망의 버섯구름만이 뭉글거릴지 모른다.

 

이 책의 3부에서는

인본주의의 꿈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인본주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 주장한다.

덕분에 우리는 근대 계약의 열매를 어떤 대가도 없이 온전히 누릴 수 있었다.(383)

 

그건 이스라엘 너희들 이야기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아마 구토 유발자에 불과하리라.

근대 계약의 열매를 먹은 누군가는 헐크가 되어 이웃을 짓밟았다.

그 열매를 보지도 못한 이웃들은 학살당하고 노예가 되고 추방당했다.

 

경험하는 자아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참조대상이 되지도 않는다.

기억을 끄집어 내고 이야기를 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모두 우리 안에 있는 매우 다른 실체인 '이야기하는 자아'의 독단이다.(405)

 

그야말로 독단이다.

역사의 기록은 이야기하는 자아의 역사관을 담고 있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반복적 전시 효과를 노리는 자들은

이야기하는 자아의 과잉이다.

물론 홀로코스트는 비극이지만, 아프리카의 질병, 전쟁, 내전으로 인한 자아들의 경험은 이야기되지 못한다.

 

아니, 미래 세계는 '이야기하는 자아'들에게서 '경험하는 자아'들의 목소리가

다종다양하게 구성되는 현장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세계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람직한 미래다.

 

'종의 기원'을 펴낸 날 기독교가 사라지지 않았듯,

과학자들이 '자유의지를 지닌 개인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자유주의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419)

 

'종의 기원'과 '기독교'를 등가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종의 기원'은 하나의 이론이고 '기독교'는 생활 문화 전반이다.

과학자들의 의견은 우리가 생각하는 '의지'조차도 물질의 소산이며 작용이라는 의미에 가깝지

사회사상의 하나인 자유주의와는 등가물이 아니다.

 

이 두꺼운 책은 과연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한다고 했다.

그는 말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세계는 지금처럼 미국의 실리콘밸리 주도로 더욱 발전할 것이므로,

그 질서의 흐름을 당연시하도록 어두운 이면을 도배지로 덮어버리는

호도가 정작 그가 하려는 말이 아닌가 싶다.

<표기>

 Homo sapiens처럼

'종명'을 표기할 때는 '속명'과 '종소명'을 쓰는데

속명은 대문자로 종소명은 소문자로 표기한다.

그렇게 보면 Homo deus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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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7-11-21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시원하긴 하네요. 제가 페이스북 동네에서 유발 하라리의 SF소설 같은 시나리오를 비판했다가 ‘개무시’ 당한 적이 있는데요. ㅎㅎ 그분한테 글샘 님의 윗글(http://blog.aladin.co.kr/silkroad/9724082)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한데 유발 하라리의 썰 푸는 솜씨와 논리가 한국인들한테는 엄청 잘 먹혀든다는 거예요. 쟤들의 능력과 논리가 지구촌 사회에서 비판보다는 대부분 찬사와 선망을 불러온다는 겁니다. 쟤들은 자신들의 의도와 논리와 전략을 정교하게 직조해내서, 그것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다작으로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공용어 영어로 책을 써내서 열심히 발표하고, 그게 또 세계적 열풍을 불러일으킨다는 거예요. 쟤들의 역사관·세계관·이데올로기가 편파적이든 어떻든 간에 쟤들 의도대로 관철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호모 데우스 Homo Deus』의 유발 하라리를 비롯한 유대인들이 편파적인 데다가 선민의식까지 뿌리깊지만 머리도 좋고, 고평가받는 저작·영화도 압도적으로 많이 만들어내고, 과학적 발명·발견·혁신도 압도적이고, 자본력도 압도적이라서 저들의 의도와 음모에 세계인들이 포섭당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죠. 무비판적으로 혹하는 성향이 강한 한국인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해서 문제는 똑같은 방식과 규모로 저들한테 대항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건 거의 불가능한 것이겠죠. 아무튼 이런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우리 한국으로 시선을 돌리면 정말 대책 없다는 생각입니다. 어떻게 된 게 국내에서 출판되는 한국 교수·학자·지식인들의 저작이 일본 저자들 번역서보다 적을 수 있는 것이죠? 한국은 극일은커녕 지식 세계에서도 일본 식민지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봅니다. 영문 아마존 누리집에 들어가 보면, 한국 교수·학자·지식인들이 써낸 읽을 만한 영문 저작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에 비해 일본(계)와 중국(계) 교수·학자·지식인들 저작은 대박 베스트 셀러를 비롯해 꽤 많습니다. 지금 2000년 하고도 17년이 지난 2017년인데요. 한국(인들)은 솔까 구한말이나 21세기 백주대낮이나 거기서 거기라고 보면 정확하다고 봅니다. 스탠퍼드 철학백과사전(SEP)은 철학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인지과학, 신경과학, 인공지능, 예술, 미학, 언어학, 사회과학, 경제학, 생물학, 물리학, 양자역학, 우주론, 등등 모든 학문 분과(의 개념)들을 종합적·개괄적으로 다루고 있거든요. 해서 과거·현재·미래의 각종 연구 상황을 일별할 수 있고 전세계 학자들의 연구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는 데 무척 유용합니다. 또한 SEP의 항목들을 집필한 학자들은 그 분야의 세계 최고 수준 학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데 여기에 한국(계) 학자들의 글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물론 실제론 몇몇 있긴 해요. 하지만 가뭄에 콩 수준이라 그닥 의미가 있는 건 아니란 것이죠. 집필자는 물론이거니와 피인용 저자들도 한국(계) 학자들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대체 한국 교수·학자·지식인들은 뭔 일에 그렇게 골몰하고 있는 걸까요? 뭔 사업에 그렇게 열중하느라 SEP 엔트리 하나 못 올리고 인용도 하나 되지 못하는 걸까요? 페이스북에 보면 SKY니 뭐니 스펙을 주렁주렁들 달고 있어요. 근데 이들이 그 스펙을 자랑할 만큼 탁월한 영문 논문과 저작을 써내느냐? 전혀 아니란 것이죠. 국내 교수·학자·지식인들이 세계 공용어 영어로 세계적 저널에 논문 발표하는 건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지푸라기 하나 없을 지경입니다. 영문 저작은 더더욱 없고요. 이래 가지고 뭘 하겠다는 건지 정말 한심스럽다는 생각입니다. 교수·학자·지식인들까지 먹자판·놀자판·권력놀음판 세상인 게 한국의 민낯이라고 보면 거의 정확하다고 봐요. 이런 한국/한국인들이 미래에 멸망하지 않으면 그거야말로 SF 공상과학영화일 거예요. 우린 그저 착각에 빠진 우물 안 개구리라고 보면 정확하다고 봅니다. 풍전등화 구한말보다 더하면 더했지 전혀 나을 것 없는 21세기 백주대낮 극동의 한 구석 한반도의 반쪽+반쪽 남한과 북한이라고 봅니다.
 
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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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 라틴어가 있다면 우리에겐 한자와 한문이 있다.

한문의 함축적인 내용과 대구라는 형식미를 보면

라틴어가 생각난다.

 

신학과에 진학하려는 녀석이 이 책을 보더니

신학대학에서 '라틴어 기초'를 공부하라고 했다 한다.

아직도 신학에서는 라틴어가 필요한 모양이구나 했다.

하긴, 동양 고전을 공부하려면 한문이 필수 도구인 거나 마찬가지겠다.

 

Nolite timere.

이것이 우리반 급훈이다.

두려워하지 말라~는 뜻이다.

아이들은 처음 겪는 고3이니 두려워 흔들리기 쉽다.

 

Summa cum laude란 문제집이 있었다.

숨마 쿰 라우데... 라틴어 성적 구분에서 <최우등>을 이렇게 부른단다.

그 아래가 '마그나 쿨 라우데(우수)', '쿰 라우데(우등)', '베네(굿)'

성균관의 등급은 ((((()의 5등급이었다.

'순통'은 아주 잘한 것이다.

 

'도 우트 데스'를 알아두라 한다.

Do ut Des. 네가 주기 때문에 내가 준다...는 호혜의 뜻이란다.

 

Si vales bene est, ego valeo.

씨발레스 베네 에스또, 에고 발레오. ㅋ

당신이 잘 계신다면, 잘 되엤네요. 나는 잘 지냅니다...란다.

기니깐, S.V.B.E.E.V.라고 줄여 쓴단다.

 

Tempus fugit, amor manet.

템푸스 푸지트, 아모르 마네트.

시간이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

 

Oboedire Veritati.

오보에디레 비리타티.

진리에 복종하라. 서강대 교훈이란다.

 

Vive hodie.

비베 호디에.

오늘을 살아라.

 

특별한 내용이란 없다.

라틴어의 간결하면서 함축적인 맛을 조금 맛볼 수 있다.

한국인이라면 한문 구절을 읊조리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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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 어쩐지 의기양양 도대체 씨의 띄엄띄엄 인생 기술
도대체 지음 / 예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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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 참 좋다.

읽기도 수월하고 일단 뭐든 열심히 할 필요가 없음을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사람들은 그저 자기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용기를 주고 있는 것인지도.(243)

 

세상에는 열심히 빡세게 잘 살아야만 하는 이유들을 들먹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렇지만 나는 늘 우유부단하고 뒤처지고 찌질해 보인다.

 

길치는 주변의 세부 사항은 이것 저것 기억하면서도

정작 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도 재미있다.

 

맛없는 복숭아를 먹은 날,

기껏 복숭아가 되었으나

맛없는 복숭아도 있는 것이다.

복숭아의 삶도 그런 식이다.

사람의 삶과 다를 것이 없다.

저마다 힘든 시기를 견디고 살아 남아

무언가를 이루더라도 그게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다.

모두가 대단한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179)

 

이런 별것 아닌 생각들이

읽는 사람을 편하게 한다.

 

누구나 울면서 살기 시작하지만

결국엔 웃는 법을 배운다.

우리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영문도 모르고 태어나

생이 다할 때까지 살아야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틈틈이 웃을 수 있다.

그리고 웃음은 삶의 기본값이 아니기에

우리는 웃기 위해 약간의 수고를 주고받아야 한다.(211)

 

우리가 기본값이라고 여기는 것은 중요하다.

사고의 표준이 되기 때문이다.

삶의 기본값은 울음이었구나...를 아이를 통해 배우는 유연성.

인삼밭의 고구마는 그렇게 오늘도 웃는다.

고구마인 주제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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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밀리언 특별판) - 20년 연속 와튼스쿨 최고 인기 강의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8.0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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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한국에서 백만 부가 팔렸다는 뉴스가 신기했던 생각이 난다.

불의가 국민을 불태워 죽이고, 옥상에서 노동자를 토끼몰이하던 시절이어서, 관심을 가졌을 수도 있다.


이 책 역시 5년만에 새책이 등장할 정도로 유명해졌다.

핵심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협상에 있어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훨씬 협상의 질을 높일 수 있고,

<표준>이 무엇인지를 강조하면서 상담자의 <이름>을 메모해 둔다면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렇지만, 이 책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이 책에서 너무도 많은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어서,

이 이야기들은 어떤 경우에도 먹혀다는 만병통치의 술법이라도 되는 양 이해하면 안된다는 것.


상업적인 계약이나 거래에서는 먹혀들 가능성도 많을 것이고,

미국이라는 사회의 WASP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들이라 생각할 수 있다.


<와튼 스쿨 최고 인기 강의>라는 제목을 보듯,

트럼프의 모교, 그리고 안촬스의 학교인 그곳은 결코 서민의 학교는 아니다.


이 책을 흑인들이 읽는다면? 글쎄다.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여길는지... 의문이다.


한국의 어두운 정부와 협상 자체가 불가능했던 세월호 유가족들, 용산 유가족들, 광주 유가족들은...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인 양 수난을 받지 않았던가.


안촬스가 한국의 현대사를 생각하지 않고,

협상력을 생각하면서 줄타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와튼스쿨 출신은 저런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트럼프가 닭그네에게 팔 수 있었던 싸드를 팔기 힘들어 졌을 때,

도대체 김정은이와 어떤 협상을 했기에 그리도 미친듯이 미사일을 쏘아댔던 것인지,

결국 문재인 정부도 싸드를 수용할 수밖에 없게 했던 것인지... 그리고 방문까지해서 핵잠수함을 판매해야 했는지...

그 와튼 스쿨의 협상력에 나는 소름이 끼친다.


약자는 대등한 감정적 교환을 나눌 수 없다.

양반 - 상놈의 괴리가 역사적으로 남아있는 이 나라에서,

갑질이라는 이름의 폭력은 협상은 '대등'한 사이에서나 가능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만큼 이 나라에서 협상이라는 것은 존재한 일이 없었다는 것을.


가장 민주적인 정부가 들어선 지금조차도 트럼프가 왔을 때 반전 시위를 편파적으로 보도했으며,

노동조합의 합법적인 지위를 회복시켜 주지도 못하고 있으며,

노동조합과 사용자간의 <대등한 협상>이라는 것은 이 나라 건국 이래 있어본 일이 없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알 수 없는 어떤 자는 

병상에서 일년에 수조원의 자산을 늘렸다는 나라에서,

협상에 대한 책은, 

오십 년 전에 김수영이 말한 <바람아, 모래야, 나는 얼마나 작으냐>고 말한 자괴감을 반추하게 한다.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王宮 대신에 王宮의 음탕 대신에
五十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越南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二十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앞에 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第十四野戰病院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느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을 지고
머리도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絶頂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二十원 때문에 十원 때문에 一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一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 


(시집 {거대한 뿌리},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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