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정반대의 행복 - 너를 만나 시작된 어쿠스틱 라이프
난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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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으로 임신은 이물질이 착상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임신과 육아에 대한 작가의 솔직한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책이 무겁고, 가로로 만들 이유도 없었고, 종이가 두꺼울 필요도 없었다. 많이 아쉬운 책... 그렇지만, 아이를 기른다는 일의 황홀한 순간들도 공감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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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발자국 -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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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미지의 숲으로, 탐험을 떠나요... 이런 문구가 간지에 인쇄되어있다.

 

 

동글동글 똑 자기 얼굴처럼 생긴 귀여운 글자체다.

나영석에게 포섭되어

과학 소매상으로 나선 적도 있던 사람인데,

 과학이란 것은 규칙을 찾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한 현상은 끝없이 설명할 수 없어 매력적인 것으로,

그의 탐험에 끝은 없다.

 

인생을 마라토너가 아니라

탐험가의 마음으로 살아가시길 기대합니다.(61)

 

탐험은 위험을 안고 있다.

그렇지만, 스릴을 만끽하는 것이 재미를 주기도 하는 요소다.

 

네잎 클로버(요츠바 크로바)란 이름을 가진 일본 캐릭터가 등장하는 '요츠바토!(한국제목 요츠바랑)'의 한 대목.

살아 있어서 괴로운 것이지만, 또 그 괴로움을 바라보는 것이 괴롭지만은 않다. 

 

뇌라든지, 미래 사회에 대한 규칙의 탐구는 흥미롭지만,

역시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것이기에 더 재미있다.

그의 글은 그 탐구의 과정을 가려 뽑은 것이다.

 

인간의 의사 결정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인간은 결코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인간 존재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서 궁금한 것이다.

 

산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드문 현상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그저 존재할 따름.(126)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적어 두었다.

오늘 하루, 나는 살아냈느나, 그저 존재했느냐...

매일 물으면 피곤하겠지만,

탐험하는 사람으로서 재미있게 살았는지 돌아보는 일은 늘 의미있을 것이다.

 

행복은 예측할 수 없을 때 더 크게 다가오고,

불행은 예측할 수 없을 때 감당할 만하다.(179)

 

실험에서 이런 이야기를 얻는다.

수긍이 되기도 하지만, 또 우리가 행복을 대하는 자세를 생각해 보게도 한다.

인생의 기본값은 행복이 아니라 불행인 측면이 많으리라.

인간은 기본적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동물이므로...

그러니, 행복을 예측하면 또 만족하지 못하는 것.

그렇지만 불행을 예측하면 인간은 견디지 못한다.

 

동양 사람에겐 눈의 형상이 중요하고,

서양 사람에겐 입이 중요하다는...(192)

 

한국 이모티콘은 @,@, 'ㅂ', ^^ 와 같은데, 영어권은 ;) ;(와 같다.

키티를 보면 입이 없는데, 서양사람들은 어색하게 여긴다 한다.

 

여러분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그런 발상의 기회를 가지세요.

그리고 그것들을 다른 곳에 가서 흉내내세요.

결과물이 아니라 사고방식을 흉내내세요.

똑같이 따라하진 마시고,

꾸준히 변형하세요.

그것이 창의적인 발상의 출발입니다.(208)

 

좋은 생각이다. 공감한다.

올 여름, 2박 3일간 수원까지 기차타고 가서

혹서기에 독서교육 연수를 들었다.

다 열정적으로 강의하고 토론하는 청춘들이었다.

그리고 새학기를 맞으니, 그들을 따라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방학 전에 지쳐있었는데, 개학하고 오히려 힘이 났다.

고마운 일이다.

 

이노베이션은 창의성 곱하기, 혹은 더하기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라 여기는데,

실제 성취한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위험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었다는...(320)

 

노회찬 의원의 죽음으로 허무감을 느낄 때,

열정적으로 살던 한 교사가 자기 삶을 접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연극반을 지도하면서 만났는데, 정말 치열하게 살았는데 말이다.

위험을 관리한다는 것은,

삶의 지침을 늘 살펴야 한다는 일이기도 하다.

 

삶의 지침이 일제 강점기처럼 흔들리지 않는 시절도 있고,

전두환 시절의 투쟁처럼 주적이 명확한 시절에는 혼란스럽지 않다.

그렇지만, 민주화된 것처럼 보이는 현실이

아직 삶을 껴안을 수준이 되지 못했을 때,

한 개인이 느끼는 고독과 비탄에 대해 많이 생각한 여름이었다.

 

노회찬 의원과 담론을 주고받던

황현산 선생 역시 세상을 떴다.

지병이 있었다 하지만, 더 충격이었으리라.

 

위험은 잘 관리되어야 한다.

이 불확실한 시대, 위험을 무릅쓰는 시대가 아닐수록,

위험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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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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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더운 여름, 또 한장의 부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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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8-08-08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비연 2018-08-08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73세. 이제부터가 절정기 아니셨을까 싶은데 너무나 아깝습니다...
 



난 김동식을 응원한다. 주류가 아니지만 그의 상상력과 도덕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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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지? - 권여선 음식 산문집
권여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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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로 이 책은 시작한다.

라일락은 곁가지고, 순대는 가난한 대학 시절의 5백원짜리 안주였다.

한번은 하숙 선배랑 5백원짜리 순대에 고춧가루 섞인 소금을 놓고 소주를 마시는데,

주인 아저씨가 다음날 잔칫집에서 돼지 한 마리를 맞추어 잡았다며,

돼지의 온갖 부위를 뜨끈한 상태로 숭숭 썰어주시는 호사를 맛본 일이 있다.

내 살면서 가장 맛있었던 술안주였다.

5백원 아니라 50만원 준대도, 그맛을 되돌릴 수는 없다.

 

권여선의 '안녕 주정뱅이'에 홀려서,

그의 소설집을 몇 권 읽었다.

'안, 주'의 목이 메는 맛이 역시 최고였다.

이 책은 주정뱅이에 비하면, 외도이고, 곁가지다.

 

처음에 쓴 몇 가지의 글은

읽으면서 술맛을 부르게 했다.

왕짱구의 만두가 눈앞에 보이는 듯 했고,

대학 시절의 막걸리 잔들 사이로,

취하지 않던 고통스런 날들의 거리가 떠오르기도 했다.

 

뒤로 넘어가면서는 혼밥하는 여성의 반찬 이야기로 넘어가는데,

어쩔 수 없이 소주를 한 병 곁들이는 것처럼 보여,

칼럼의 한계가 뭔지를 생각하게 한다.

 

신림동 매캐한 연탄냄새 가득한 '신림부페'의 순대볶음을 보면서 까탈을 부렸던 사람.

그런 권여선을 이런저런 맛의 세계로 부른 것은

어쩌면 소주의 알싸한 매운맛이 아닌가 싶다.

 

상대방의 손바닥에 담뱃불을 지질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지닌

'이모'의 삶을 되돌아보는 그의 소설을 떠올리면,

산다는 일 자체가 허망하면서도

구질구질한 이야기들의 연속임을 알아가는 과정이고,

결국 단식을 하든, 맛나게 포식을 하든 간에,

살아있는 지금이 나를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일에는

먹는 일이 뗄 수 없는 동반자가 되는 모양이다.

 

추억과 기억을 안주삼아

폭우가 쏟아지는 밤에

청주라도 한잔 들이키고 자야겠다.

술을 부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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