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 라이프 - 제127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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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비야 교차점 지하에는 세 개의 선로가 달리고 있다.

 

파크 라이프의 첫문장인데,

지하철 호선이 세 개나 교차될 정도의 복잡한 도시라면,

그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표정이 상상될 정도의 문장이다.

 

점심시간에 잠시 공원에 들러 만나는 사람들...

지금으로 치면 '드론' 같은 것을 시도하는 기구를 띄우는 사람도 있다.

 

맛없는 구멍숭숭 뚫린 케이크에 비유된 지하도시는,

조금 높은 곳에서

날아가는 새의 시선으로 부감하여보면,

또 하잘것 없는 삶들의 연쇄라 생각하면 된다.

 

허전한데,

거기 이런 저런 사람들이 있어 소소한 재미를 주는 책이다.

 

플라워스에서도 도시에서 만나는 조금은 악한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도

속되지만 인간냄새 나는 그런 소식을 들을 수 있다.

 

슈이치의 사람들은

평범하고 조금은 찌질한 일상 속에서,

스쳐지나가는 자못 행복한 순간을 느끼는 모습이 그려져

읽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오늘도, 다행이다... 이런 마음이 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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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의 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0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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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경관으로 3대를 이은 이야기다.

제1대때는 한국전쟁 이후의 경기가 좋은 시절 이야기이고,

그래서 한국인으로서는 씁쓸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패전과 원폭으로 피폐했던 일본을 재건하는 시기의 경찰의 업무.

 

홋카이도 출신인 사사키 조의 이야기는

제2대에서 가장 아픔을 겪는다.

68년 전공투의 소용돌이 속에서

프락치의 삶을 살아가서 피폐해진 정신세계와 파멸의 이야기는

책을 덮고 오랫동안 머리를 어지럽힌다.

 

아직도 남영동 대공분실 이야기나

1987같은 폭력적인 경찰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려들지 않는 나로서는,

프락치 당사자의 정신 역시 연구 대상이기는 하지만, 공감하기는 힘들었다.

 

고양이, 괴물, 경관 등

특수한 분야에 대한 책들이 다종다양할 수 있는 일본의 문화가 부럽기도 하다.

한국의 얕은 역사에 비하면... 한국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다만, 문제는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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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봄날의 소품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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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십일'은 두 친구가 궂은 날씨에 아소 산을 오르며 티격태격하는 대화를 그린 만담 같은 소설로 소세키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열흘 밤의 꿈'은 어딘가 미스터리한 열 개의 꿈을 나열하였는데 각각의 꿈은 미묘하게 쓰인 방식이 달라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긴 봄날의 소품'에는 주로 따뜻한 봄날의 일상이나 런던 유학 시절 이야기가 담겨 있고,

'유리문 안에서'는 건강 악화로 인해 주로 서재의 유리문 안에서 지내게 된 소세키가 내다본 바깥 이야기들이 담담한 필치로 그려져 있다.(알라딘 소개글)

 

소세키의 소품들이다.

얇은 책이어서 마침 일본 홋카이도 여행길에 들고 갔는데,

일본의 온천에 조용히 혼자 앉아서 무럭무럭 피어나는 수증기의 아스라함 속에서

일본 사람들의 삶의 양식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두 친구가 아소 산의 화산을 걷는 이야기 속에는

자연에 도전할 수 없는 겸허함도 들어가 있다.

지진은 일본인들을 외려 대륙으로 내몬 요인 중의 하나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한다.

조용한 온천 속에서는 하염없이 평화롭게 달같은 으스름 등불을 바라보지만...

 

“되려고 생각해봤자 세상이 되게 해주지 않는 게 꽤 있겠지?”
“그래서 딱하다는 거네. 불공평한 세상에 태어나면 어쩔 수 없으니까 세상이 하게 해주지 않아도 뭐든지 스스로 되려고 생각하는 거지.”
“생각해도 되지 않는다면?”
“되지 않아도 뭐든지 생각하는 거지. 생각하는 사이에 세상이 해주게 되는 거네.”
- 「이백십일」(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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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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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파는 허삼관. 인민재판 당하는 허옥란. 일락 이락 삼락의 우여곡절. 마지막 구절의 눈썹과 좆털까지... 해학과 눈물로 쓴 서사시이자 삶의 여정을 그린 위화의 최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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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교전 1 악의 교전 1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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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잔인하다.

800페이지가 넘는 책인데,

1권에서는 스토리가 재미있는데, 2권에서는 그저 추적씬과 살해장면만 반복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타기리의 순발력과 해결이 좀더 얽혀있었더라면 더 재미있었을 거란 아쉬움...

 

사람은 모두 마음속에 지옥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억지로 고통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 이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고통입니다.

하지만 거기서 도망치지는 못합니다.

아무리 매일이 고통스럽고 무섭고 절망적이라 해도 계속 살아가야 합니다.(1권, 439)

 

하스미세이지라는 '악한'을 잘 만들었는데,

대량 학살은 좀 심했다.

 

미즈오치 사토코같은 카운슬러와의 대화같은 내용은 교훈적이고 재미있으며,

기요타의 아버지를 살해하는 스토리, 네코야마의 해부 등

전문적인 내용과 스릴러가 미묘하게 연합되는 스토리는 재미있다.

교사와 학생의 연애나 동성연애까지도 소설이니 그러려니 하고 볼만 하다.

 

'살인귀'를 뜻하는 '모리타트'라는 음악을 찾아 들어보았다.

뭔가 삐에로가 이상한 짓을 하고 음흉하게 사라지는 느낌을 받게하는 음악이다.

 

일본어에서는 きょうてん(敎典)이라는 말이 '규범, 전범'이라는 말로 쓰이는 모양이지만,

번역할 때는 '전형'이나 '전범'으로 썼으면... 한다.

우리말에서 '교전'이란 交戰이란 전투의 뜻으로 먼저 떠오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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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2-22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2017년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글샘 2017-12-24 22:24   좋아요 1 | URL
아 올해도 발표했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