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환의 심판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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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환의 심판과 총알 평결...

멋진 건 전자고 총알처럼 알아듣는 건 후자고...

 

거리의 인간들이

자기들끼리 정의를 실현하려고 사람을 죽이는 사건(540)

 

보슈가 남긴 말이다.

<같은 산의 양면>처럼, 이복 형제는 비슷한 성향을 지닌다.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어. 그냥 간직하는 수밖에.(158)

 

이런 시크한 멋이 좋다.

 

'마법의 총알'은

당신을 감옥에서 꺼내서 집으로 돌아가게 해줄 카드라는 뜻이었다.

모든 증거들을 도미노처럼 무너뜨리거나

모든 배심원들의 마음에 합리적인 의심을 확고하고 영속적으로 심어줄 증거나 증인을 숨기고 있다는 뜻.(184)

 

속물 변호사 미키 할러가 우연히 거머쥔 사건 덩어리들은 좀 어수선하다.

그렇지만 그의 변호 실력은 역시 깔끔했고,

복심을 찾아가면서 읽는 재미는 우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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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팔기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3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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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지어진 것은 표면적인 것뿐.

그래서 당신을 형식만 앞세우는 여자라고 하는 거야.

세상에 매듭지어지는 일은 거의 없어.

한번 일어난 일은 언제까지고 계속되지.

다만 여러 가지 형태로 변하니까

남들도 자신도 알수 없을 뿐.(287)

 

표지에 각인된 글이다.

제목은 왜 '도초', 한눈팔기일까?

정이현의 글에서 '길가의 풀' 같은 생이라고도 하는데...

자기의 삶은 글쓰기라든가에 열중할 수 없는 것에 대한 한탄일지도 모르겠다.

결혼 생활이나, 이 책의 주된 소재인 돈과 인간사에 얽힌 복잡하고 지저분한 일상들은

늘 돈버는 기계로서의 나를 요구한다.

마치 안 벌면 '벌레'가 된다는 듯이.

삶은 한눈팔 수 밖에 없는 것인 듯...

 

일은 결코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목적지에 한 발 다가서면 목적지는 다시 그에게서 한 발 멀어졌다.(73)

 

결혼 생활에서는 딸만 계속 태어난다.

자신도 어려서 양아들 노릇을 하던 스토리가 이야기 중에 나오지만...

실제 그의 사진을 보면 딸들만 줄줄이다.

 

제 머리가 나쁠지도 모르지만

알맹이도 없는 텅빈 이론에 굴복당하는 것은 싫어요.(260)

 

저런 것들이 계속 태어나서 결국 어떻게 되는 거지?(229)

 

겐조는 작은 살덩어리가 지금의 아내처럼 커질 미래를 상상했다.

그건 먼 훗날의 일이었다.

하지만 도중에 생명의 끈이 끊어지지 않는한 언젠가 반드시 올 것이다.

"인간의 운명은 쉽게 끝나지 않는 거로군."(233)

 

'배짱이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대변하던 산시로처럼

여기서도 그런 의식이 나온다.

 

만만한 사람이다.

겐조는 남이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에 화가 치밀었다.(220)

 

나의 나이가 되기 전 소세키는 죽는다.

삶에 대한 의문이 평생 있었을 것이다.

병원치레가 흔하던 그에게는 죽음의 그림자가 계속 두려웠을 것이다.

이 소설을 쓰고 곧 그는 죽는다.

 

나는 묵묵히 조금씩 자살하는 거다.

딱하다고 말해주는 사람 하나 없다.(195)

 

앓고 있는 누나를 보는 겐조의 시선.

소세키의 작품에 깔려있는 죽음에 대한 관조가 느껴진다.

 

인간은 평소 미래만 보며 살아가다가도

그 미래가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어떤 위험 때문에 돌연 막혀버려

이제 끝장이라는 사실이 확실해지면

갑자기 눈을 돌려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는 것.

그래서 모든 과거의 경험이 한꺼번에 의식에 떠오란다는 거.(133)

 

앙리 베르그송의 '이미지들의 존속에 대하여'에서 얻은 생각이라 한다.

 

나는 결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냉혹한 사람이 아니야.

단지 내가 갖고 있는 따뜻한 애정을

밖으로 보낼 수 없게 하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는 거지.(67)

 

아내와도 소통할 수 없었던 고독한 남자의 왜소한 그림자가 실루엣으로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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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야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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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행을 잇는 그의 필생 역작이라 소문을 들었으나

이 책을 쉽게 구해볼 수 없었는데, 우연히 도서관에서 만났다.

아직 못읽은 '레몬'도 찾아보니 대출중이긴 한데 도서관에 있다.


히가시노게이고의 장점은 술술 읽힌다는 것이다.

술술 읽히려면 

인물이 너무 복잡하지 않아야 하고,

그 인물의 행보가 단선적이어야 한다.

이 소설에서 인물은 많이 등장하지만,

남녀 주인공이 처음부터 등장하고, 그들의 행적을 중심으로 

나머지는 모두 주변인물들이어서 집중하기 좋다.


오사카 출신인 그에게 1995년 1월 한신 대지진은 큰 충격이었으리라.

그리고 같은 해 3월 도쿄의 사린 가스 사건 역시 놀라운 사건이었다.


그래서 이 소설의 배경은 한신 대지진의 고베에서 도쿄로 펼쳐진다.


우리는 밤길을 걸을 수밖에 없어.

설사 주변이 낮처럼 밝더라도 그건 가짜야.

그런 건 이제 포기할 수밖에 없어.(1권 309)


신카이 미후유의 말이다.

마사야는 기술자로 미후유에게 사로잡혀 범죄에 끼어든다.


미후유는 엄청난 여자다.

자기 목적을 위해서라면

누구든 용서하지 않는다.

누가 불행해지건 전혀 상관하지 않겠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인간.(2권 52)


요즘 나오는 그의 작품이 좀 시들해 지려했는데,

이 대작은 히가시노게이고의 두뇌 게임이

얼마나 정교하고 그의 문체가 술술 읽히도록 잘 짜여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오래되어 절판되었으니 이제 새판이 나올 때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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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와 소세키 왕복 서간집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수필비평선집
나쓰메 소세키.마사오카 시키 지음, 박지영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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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한 서간치고는

소세키의 것이 많이 남아있다.

소세키가 이사를 많이 다니고, 영국도 오가면서 시키의 글들이 줄었으리라.

 

35세에 요절한 시키.

늘 아픈 시키에게 소세키의 걱정들이 잘 전달된다.

그러면서도 '레토릭보다는 아이디어'라는 의지가 굳다.

 

수세미꽃 피고

객담에 목이 막힌

부처로구나

 

객담이 한 말

수세미물도 이제

소용없어라

 

엊그저께의

수세미물도 이젠

그만 받았네

 

시키의 마지막 시다.

레토릭도 없고, 아이디어도 없다.

서른 다섯의 죽음은 '그만'이다.

 

생명이 쉰을 넘기지 못하는 일이 흔하던 시절,

젊은 날이 오히려 더욱 치열했을 것임을 느끼게 하는 편지들이다.

 

아픈 권정생을 걱정하는 이오덕의 마음과도 같다.

 

달은 동쪽에

자네는 지금쯤엔

자고 있을까(196)

 

남녀의 연애보다 진한 우정이다.

 

바야흐로 짙은 안개가 창에 몰려들어

서재는 낮에도 어두운데

시곗바늘이 1시를 가리키려 하니

자꾸 배를 쓰다듬으며 먹을 것을 생각하네.(338)

 

이것이 소세키가 시키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다.

영국의 짧은 낮을 전달하는 이야기다.

 

다음해 1902년 시키의 부고를 들은 소세키의 글.

아프다.

 

쓰쓰소데로

따라가지도 못한

가을날 운구

 

피워서 올릴

향불도 하나 없이

저무는 가을

 

연무 자욱한

도시에 떠도는가

그림자처럼

 

귀뚜리 소리

옛일을 그리면서

돌아가야지

 

부르지 않은

억새밭에 혼자서

돌아온 사람(344)

 

시키의 죽음 앞에

쓰쓰소데(서양의 좁은 소매옷)로

오지도 못하는 막막함이 우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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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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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되는대로 빌려온 소세키가 마지막 권이다.

아직 태풍, 그후, 한눈팔기는 덜 본 상태인데,

이 두꺼운 책의 마지막이  -미완-이라니...

 

소세키의 제목은 가볍다.

그렇지만 전개되면서 그 제목에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게 된다.

명암은 빛과 그림자인데,

빛이 있어서 어두운 부분도 생기는 것이고,

야누스처럼 뗄 수 없는 개념이다.

 

부부도 이와 같고, 연인도 그와 같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고, 빛이 흐리면 어두움도 연하다.

 

표지에 적힌 구절은 앞부분에서 등장하는 푸앵카레의 이야기다.

 

우연한 사건이라는 건

원인이 너무 복잡해서 도무지 짐작이 안 될 때 쓰는 말.(19)

 

산다는 일은 이런 우연의 연속이다.

소설의 플롯은 그런 우연들에서 필연적 귀결을 찾아내려 들지만,

삶은 그렇지도 않다.

그런 어느 날, 실 끊기듯 툭, 끊길 수 있는 게 삶이다.

 

쓰다와 오노부라는 부부는 친한 듯 하지만 잘 융화되지 않는 면이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다.

 

오노부는 지금의 쓰다에게 만족하고 있지 않았다.

미래의 자신도 고모처럼 기름기가 빠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그것이 자신의 미래에 가로놓인 필연적인 운명이라면

언제까지고 현재의 광택을 유지하고픈 오노부는 언젠가 한번 슬픈 타격을 입어야 했다.

여자다움이 사라져버렸는데 여전히 여자로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젊은 그녀에게는 참으로 끔찍한 생존으로 여겨졌다.(179)

 

그녀의 속셈은 알 수 없다.

남편이 치질 수술로 병원에 입원했는데도 태연스레 고모부집엘 가곤 한다.

 

일본에서 태어났는데

쌀밥을 먹을 수 없다니 정말 불행하지?(180)

 

고모부는 당뇨라서 그렇다

이토가 암살당하는 사회상도 잠시 등장하고,

나중에 쓰다가 기요코를 만난 온천의 도코노마에도 한국 꽃이 놓여 있다.

그들에게는 일상이지만,

조선인들에게는 고난이던 시절 이야기...

 

인생이란 그런 속에서 우연과 우연이 복잡하게 얽히는 셈판이다.

 

오라버니는 올케언니를 소중히 여기지만,

그 밖에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있어요.(304)

 

순정 소설과 가정 소설이 교차되는 지점.

병문안온 여동생 오히데와 쓰다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되는 오노부.

 

신문 연재 소설인 만큼 연속극적 요소가 많다.

 

남자한테는 세상에 있는 다른 여자들은 마른풀이 아니니까 어쩔 수 없는 거.

그보다는 좋아하는 여자가 세상에 얼마든지 있는 가운데

언니를 제일 좋아해주는 것이

정말 사랑받는다는 의미.(391)

 

오히데의 입을 통해 하는 이야기는 작가의 목소리에 가깝다.

남자들에게는 아내를 제일 좋아해주기만 하면

세상에 얼마든지 좋아하는 여자를 만들 수도 있다~는 내용.

 

하기는, 둘만의 뜨거운 사랑은 낭만주의 시대에서야 비로소 시작된 것이고,

근대의 목소리에는 '안나 카레니나'처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여성의 입장과 달리,

남성들의 삶의 양태는 낭만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다.

 

아니, 근대 이후에는 가정 밖에서 오히려 낭만적 사랑을 추구하는 경향도 짙어지고 있으니...

오노부에게 가정의 평안은 전부일지 모르지만,

쓰다는 자유를 향해 눈을 뜬다.

 

되려고 하건 말건 지금이 너는 자유다.

자유는 어디까지나 행복한 것이다.

그 대신 어디까지나 매듭지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어딘가 부족한 것이다.

너의 미래는 아직 나타나지 않는다.

너의 과거에 있었던 한 줄기 불가사의보다

몇 배의 불가사의를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의 불가사의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생각한 대로의 것을 미래에 요구하며

지금의 자유를 내던지려고 하는 너는 바보인가 영리한 사람인가?(532)

 

가문의 결합이던 중세의 봉건적 결혼관이

근대에 오면서 갈등을 겪는다.

개인의 자유와 결혼의 단단함 사이의 마찰음은

끝없는 허구적 스토리의 산모가 아닌가.

 

그런 모든 것을 '명암'이란 제목으로 풀어나가던 작가가

결국 지병으로 쉰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

 

인생 만사가

이 책 표지에 적힌 것처럼 말로 풀어내기에는 너무 복잡한 우연이 많다.

그래서 재미있기도 하고,

그래서 허무하기도 한 것이

삶의 양면이다.

 

밝음과 어둠으로 감각하는 것은

인간의 마음인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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