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얼굴의 루비
루비 브리지스 지음, 고은광순 옮김, 오정택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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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종차별 문제. 우리 아이들이 피부로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요? 어른인 저도 잘 느낄 수 없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책을 통한 간접경험이라는 목표에 달성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흑백분리가 아닌 통합의 원칙에 따라 대법원은 법적으로 백인들만의 학교가 아닌 모두가 함께 다니는 학교가 되기를 각 학교에 명합니다. 하지만, 학교는 준비가 되지 않았고, 백인들은 이 일에 격분합니다.

역사적인 날 1960년 11월 14일. 시험을 통과한 루비가 학교에 처음 가던 날은 어른이 된 루비에게 잊혀지지 않는 기억을 남깁니다.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학교에 가고 있고, 시위대는 학교를 에워싸며 고함을 지르고...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에 친구가 없다는 사실. 그 학교에 다니는 친구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루비와 같은 교실에서 공부할 친구가 하나도 없이 선생님과 루비의 1:1 수업으로만 공부를 했어야 했다는 사실은 어린 루비에게는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수의 반대와 횡포 속에서도 소수의 지지자들 덕에 루비 브리지스는 자신을 관리할 줄 아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었고, 이렇게 책을 내고, 강연회에 다닐 수도 있지 않았겠나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와 다른 무엇인가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누군가 시련의 과정을 겪어야 하는데, 루비가 그 과정을 정말 혹독하게 치루어 내었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걸 승화시킬 수 있었다는 사실에 큰 갈채를 보내고 싶습니다.

표지의 그림. 정말 그림인지, 사진인지 모를 이 그림도 아이인 루비가 알지 못하는 시점에서 누군가 그린 것을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고, 자신에 관한 책이 이미 나와 있었다는 것도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답니다. 격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아이가 세상의 관심 중심에서 겪게 된 이야기를 소중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나가는 멋진 친구를 하나 만날 수도 있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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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5-27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이네요~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는 연습이 우리 사회에도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 글을 읽으니 '사라 버스를 타다'가 생각났어요.^^

bookJourney 2008-05-27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라'가 생각났어요 ... ^^
그리고, 다른 이야기도 생각났지요. 얼마 전 한 아파트 주민들이, 자신의 아이들은 인근 임대 아파트 아이들과 다른 놀이터, 다른 학교에 다니기를 원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너무나 기가 막혔습니다.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 부모가 이 무슨 부끄러운 행동들인지 ... 외모의 차이 뿐만 아니라 사는 모습의 차이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어울리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 책은 '찜'했답니다. ^^

희망찬샘 2008-05-28 14:59   좋아요 0 | URL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아이들이 잘 배우면 좋겠습니다.
 
윔피 키드 1 - 학교 생활의 법칙 윔피 키드 시리즈
제프 키니 글 그림, 양진성 옮김 / 푸른날개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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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 초딩(Wimpy Kid)의 Cartoon 일기!

색다른 점은 공책에 일기를 쓰듯이 줄친 공책에 처음부터 끝까지 쓰여졌다는 것, 아이의 손글씨라는 인상이 강한 폰트를 사용하였고, 그림 또한 줄친 공책 위에 그려져 있다는 것이었답니다.

그림이 무척 재미있어 간단한 만화들을 따라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학습지 삼아 만화그리기 공부를 해야 겠다는 맘이 들 정도입니다. (실천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그러면서 내 아이도 초딩 5년쯤 무렵에는 그레그처럼 일기를 쓸 때 카툰 형식을 일기에 포함시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고. (아이의 의지완 무관한 완전 나만의 생각이지만요.)

그레그가 펼치는 에피소드 중 기억나는 몇 가지들은요.

1. 치즈터치-누군가가 흘렸을 치즈가 땅에 붙어 요상맞은 형상을 하고 있을 때 그것에 손이 대인 아이는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치즈터치를 해야 한대요. 그렇지 않으면 친구들이 자기를 "으~~~"하고 쳐다본다는 군요. 치즈터치의 주인공이 될까봐 언제나 소심하게 걱정하는 우리의 구인공 그레그. 나중에 치즈와 얽힌 아주 엽기적인 일도 소개가 된답니다.

2. 그의 친구 롤리 제퍼슨-소심하여 친구도 많이 사귀지도 못하고, 친구와 큰 마음을 나누지도 못하는 그레그에게도 맘 좋은 친구가 있었답니다. 그의 이름은 롤리 제퍼슨. 항상 그레그에게 당하고 지내면서도 기분좋은 웃음을 주는 선량한 친구 롤리에게 그레그가 나중에 뒷통수 맞는 사건이 있었다죠, 아마?!

3. 미성년자 판매금지라는 라벨이 붙은 형의 시디-그 시디가 궁금해서 몰래 들으려고 롤리에게 시디를 가지고 학교에 오라고 하지만 롤리가 건전지를 깜박하는 바람에 목적 달성 실패.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새롭게 헤드셋을 이용한 놀이를 개발하여 열심히 놀다가 선생님에게 딱 걸려 훈계 들은 일.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집에서 음악을 들어보려고 하다가 헤드셋의 잭을 꽂지 않는 큰 실수를 하는 바람에 잠자는 아빠를 깨운 일도 무척 재미가 있습니다.

4. 할로윈데이 사건-많은 집을 돌아 많은 사탕을 벌어 오고 싶지만, 모든 일은 뜻대로 되지 않고, 물총을 들고 트럭을 몰고 달리는 형들에게 찍혀서 고생 당한 일, 늦은 밤 잠자는 사람들 생각하지 않고 이집저집 돌아다녀 환영받지 못한 일, 그러다 지쳐 집에 돌아와서 집 앞에서 기다리고 계신 아버지의 마지막 환영 물세례를 받은 일도 참 재미있게 쓰여 있네요.

5. 유령의 집-재미있는 걸 볼 기회를 그레그만큼 당황스러운(?) 엄마 덕에 망쳐 버리고, 입장료 5천원이 비싸다는 생각으로 입장료 천원을 내걸고 롤리와 함께 롤리집에서 유령의 집을 구상하는 그레그. 단 한 명의 손님을 받고 모든 것이 끝나버리기는 했지만, "그레그, 정말 못 말려~"라고 말하게 하는군요.

6. 레슬링 수업을 위한 헬스운동기구-프리글리와 짝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한 체급을 올려야 할 필요가 있어 아버지께 헬스기구를 요구하지만, 크리스마스까지 기다리시라니! 참을 수 없는 우리의 주인공, 직접 제작에 들어가는데. 그러나 그 기구의 사용 시범조는 어리숙한 롤리. 그레그는 언제나 그런 것처럼 모든 힘든 일에서는 빠져 나오고, 자신을 묘하게 합리화 시키는데, 그 솜씨가 정말 일품입니다. 

7. 오즈의 마법사 연극의 나무 역-노래를 싫어하는 그레그는 연극을 하고 싶지 않지만, 그만 오페라의 오디션을 통과 해 버리고, 오즈의 마법사 연극을 준비하게 됩니다. 사실은 친구을 골탕 먹일 생각으로 연기를 시작하지만,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죠. 많은 손님을 모시고, 그레그가 어떻게 확실하게 연극을 망치는지 보는 것도 무척 재미가 있어요.

8. 커다란 눈사람 만들기-기네스북에 도전하려다 아빠의 잔디밭을 엉망으로만든 이야기, 그로 인해 그레그가 겪어야 할 시련. 크크크~

9. 안전도우미 활동-따뜻한 코코아 한 잔에 저학년 하굣길을 돕는 안전도우미를 열심히 하게 되지만, 그 속에서도 진지하지 못한 그레그의 모습은 어김없이 나타나고, 유치원생 지렁이 위협 사건으로 도우미 자격을 박탈 당하고 말아요. 자신이 잘못 한 것을 친구가 뒤집어 쓰는 데도 몰라라 하는 그레그의 모습에서 참다운 뻔대의 모습을 읽으며 묘한 재미를 느끼게도 됩니다.

10. 학교 신문 만화 그리는 일-지금까지 신나게 놀려 먹던 롤리에게 역전패 당하는 이야기가 이 이야기 책을 재미있다고 느끼며 덮을 수 있게 해 준답니다.

소심 초딩들의 열렬한 환영, 아니, 모든 초등생들에게 웃음보따리를 선물해 줄 책이라 여겨 집니다. 5월 생일 주인공에게 선물로 이 책을 권해 줄 생각입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머리 식히고 싶을 때 휘리릭 책장을 넘기며 낄낄거려 본다면 스트레스 좀 풀리겠어요. 재미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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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다 환경지킴이 1
차보금 글, 김영수 그림 / 사파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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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면서 무척 낯익다 싶어 작가 프로필을 보니,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던 <<내 동생 싸게 팔아요>>의 그림작가의 작품이네요. 딸아이도 정말 여자 아이와 남자 아이의 얼굴이 똑같다며 좋아라 합니다.

징그럽게만 생각하는 지렁이가 우리 농사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를 이야기 해 주고 있습니다. 지렁이 흙톨이는 농약, 비료를 뿌린 봄이네 토마토 밭에서는 살 수 없어 두엄냄새 향긋한 강이네 밭으로 이사를 갑니다. 오동통촉촉 마을에 도착한 흙톨이는 수박 시소도 타고 배춧잎 미끄럼도 타고 두엄더미에서 신나게 놀면서 영양분이 듬뿍 든 흙을 먹고 올록볼록 똥도 쌉니다. 이러저리 지렁이들이 만든 작은 길로 빗물이 촉촉이 젖어 들면 흙은 포옥폭 건강한 숨을 쉽니다.

무더운 여름 일주일 내내 쉬지않고 내린 비로 봄이네 밭의 흙은 자꾸 쓸려 내려가고 토마토는 병들지만, 지렁이 덕에 더욱 건강해진 강이네 밭에 사는 토마토는 싱싱하게 잘 자라지요.

강이가 일러준 땅속 괴물이 하는 일을 알고 이제 봄이도 지렁이가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밭을 만들어서 ("아빠 농약은 절대 안 돼요.") 제대로 농사를 지으리라 맘 먹습니다.

유아들에게 지렁이의 유용성을 일러 주면서, 비료와 농약의 유해성도 일러 줄 수 있는 참 좋은 환경도서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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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공주가 꼭 필요하다 낮은산 어린이 10
공지희 지음, 오승민 그림 / 낮은산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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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이 무척 맘에 든다.

내용은 간결하다. 그래서 3~4학년이 읽을 수 있겠다. (아니, 1~2년도 쉽게 읽겠지. 66쪽이니. 게다가 그림도 많고.) 하지만, 그 무게는 제법 무겁다. 5~6학년에게 권하고 싶다.

교실마다 넘쳐나는 공주들. 일명 공주병 환자들을 나는 추켜세워 준다. 나 잘났노라 하는 그들에게서는 왠지 모를 자신감이 느껴지기에 "그래, 너 이쁘다."고 해 준다. 물론 나도 아이들에게 공주인 척 한다. "이쁜 선생님 좀 그만 보고 책 좀 봐라, 책." 이 책의 공주는 이런 공주하고는 조금 다르지만 말이다.

이 세상에는 공주가 꼭 필요하단다. 이 책에 등장하는 공주는 춘희. 바지는 달랑하고, 신발은 항상 구겨신고(새로운 유행인가.) 그리고 선머슴애처럼 짧은 머리를 하고, 남자 아이들이랑 운동장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며 축구하는 아이. 남자들은 춘희를 그들의 동성 친구인양 생각한다.

뚱뚱하고 못생겼고 공부도 운동도 잘하는 게 없는, (그래서 더욱 소심한)...  그래서 우리 반의 따~가 되지나 않을까 항상 걱정인 나에게 새학년 첫 날은 힘들기만 한데. 작년 친구들에게 용기 내어 인사 걸어 보지만, 반응은 "그게 뭐?(작년에 같은 반이었으면 어쩌라구? 크크, 그냥 혼자 조용히 살던 대로 살지.)" ....

개미가 되어 작은 틈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나에게 "야, 반갑다. 너도 우리 반이구나."하고 높고 맑은 목소리로 인사하는 친구가 있다. 그렇게 그 애 손에 끌려 서로를 소개하면서 한송이와 춘희는 친구가 된다.

춘희가 어느 날 "이건 비밀인데....... 너만 알고 있어."하고 이야기 하는 그 비밀이라는 것이. 자신이 공주라는 거다. 실내화를 구겨 신어 벌을 받으면서 히히덕 웃을 수 있는 아이, 곤란한 처지의 친구를 구출할 줄 아는 아이, 작은 옷 입고 오지 말라는 선생님 말씀에 언니가 입던 드레스를 입고 와 교실을 술렁거리게 한 아이, 카드를 팔아서 돈을 벌기도 하는 아이 춘희는 정말 묘한 아이다. 그런 춘희가 정말 공주일 줄도 모르겠다고 송이는 생각한다. 카드 팔아 번 돈으로 맛있는 것을 사달라니 그건 절대 안 되지만, 자기 집에 따라가면 맛있는 거 해 준다고 해서 송이는 공주의 성에 갈 생각에 들뜨게 된다.

그렇게 찾아가게 된 춘희 공주의 집은 산동네.'무정동 재개발 6구역' 언제 헐릴지 모르는 집에는 공주님을 맞이하는 ("우리 공주님 왔어?") 병든 아버지가 있다. 아무 것도 넣을 것이 없어 밀가루 반죽만으로 구운 하얀 부침개. 그걸 먹으며 (책을 읽으며) 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그 부침개와 함께 눈물도 꿀꺽 삼킨다. 공주의 부침개가 최고라고 하는 아버지. 공주의 집이니 이 집은 까딱 없을 거라고 말하는 춘희공주. 무너진 저 집들을 다 지켜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춘희의 농담 속에 짙게 묻어 나는 슬픔으로 가슴이 짠해져 온다.

무슨 공주가 이런 동네 살아. 순 왕 거짓말쟁이.

"커다란 궁전에서 살지 않는다고 공주가 아닌 건 아니야. 예쁜 드레스가 없다고 공주가 아닌 건 아니야. 날마다 맛있는 걸 먹지 못한다고 공주가 아닌 건 아니야. 하지만 이 세상에는 공주가 꼭 있어야 해. 아버지에게도, 우리 공주님, 하고부를 공주가 꼭 필요하다구."

"단 한 사람만의 공주도 있는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도 공주가 필요해. 그래서 나는 내가 공주인 걸 믿어. 공주는 그런 거야."

춘희의 대사다. 그리고 나도 믿는다. 춘희가 공주였다는 걸.

우리 어린 시절에는 이렇게 가슴 아픈 사연들이 많았다. 지금 아이들이 사는 시대는 그래도 많이 풍족해졌지만, 그래서 춘희 같은 아이들이 없으리라 생각되지만, 지금 우리 학교에도 이런 춘희들이 많이 있어 가끔씩 맘이 아프다. 한 가지 다른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감무쌍하여 친구의 기억에 오래오래 남은 춘희가 아니라 많이 주눅들고, 비관적인 그런 아이들이 많이 있다는 거다.

지금은 부모가 부자여야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한다고 한다. 사교육으로 빵빵하게 무장한 아이들이 앞서가는 것이 어쩜 당연해 보일 지도 모른다. "개천에서 용났다."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말이 되었으며, 끝없이 커지는 빈부의 격차는 가끔 우리를 우울하게도 한다.

하지만... 내 인생의 주인공이 바로 나라는 걸, 그리고 내가 바로 공주라는 걸 알게 된다면 내 삶을 좀 더 치열하게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해 본다.

이 세상에는 정말로 공주가 꼭 필요하다. 나 자신을 위해서도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공주들을 지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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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5-25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자신의 삶에 당당하고 제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의식은 꼭 필요하다 싶어요. 그런 의미의 공주라면 환영이에요.^^
 
물고기 소년 과학자 되다 세상을 바꾼 작은 씨앗 3
전신애 지음, 이진우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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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관심은 <<다산의 아버님께>>를 읽고 나서였다. 정약용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지만, 그의 형제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이어지는데 그 책에서도 큰형인 정약전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 차례 나오고 있어 그의 인간됨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졌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페이지 수가 적고 어린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기에 <<다산의 아버님께>>에 나타난 이야기 보다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기대했던 데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역사 인물을 편안한 맘으로 만날 수 있다는 데에 이 책의 가치를 높이 두고 싶다.

약용은 말한다. 형의 인품이 자신보다 훨씬 높다고. 술친구들만을 벗하는 형에게 학자로서 못마땅함을 표현했지만, 나중에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그들을 보살펴 준 것은 자신의 글벗들이 아니라 형의 술벗들이었기에 형의 사람볼 줄 아는 눈을 높이 칭송했고, 백성들을 가여이 여기는 그 마음을 높이 우러렀다. 책을 지을 때마다 형에게 보여줬고, 형은 책의 서문을 써 주기도 한다.

약용 또한 그러하지만, 정약전 또한 귀양지에서 위대한 책을 남겼으니... 정신세계가 높은 분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든지 그것을 한탄하며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는 창조의 발판으로 삼기도 하여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물론 고난이 없었다면 정약전이 더 큰 저술가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현산어보'라는 위대한 책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현산어보의 또 다른 저자인 장창대에 대한 언급도 하고 있다. 약전이 자신의 저술을 도울 총명하고 영특한 젊은이를 구했는데, 그가 바로 창대였다. 창대의 힘이 책의 저술에 무척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알려지지 않는 이러한 사실도 알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더욱 반갑다.

해배되어 돌아가게 될 동생과의 만남을 생각하며 동생의 발걸음을 조금 더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해 흑산도에서 우이도로 다시 나오려고 하나 섬사람들이 말려 몰래 떠나는데, 흑산도 사람이 뒤따라 와서 모셔도 우리가 모시고 가겠다고 해서 흑산도와 우이도 사람들간에 싸움이 벌어지게 된다. 약전은 다시 흑산도로 돌아가 사람들을 설득하는데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후 우이도로 올 수 있게 된다. 이를 약용은 이렇게 회고한다.

요즘 세상에 고을 사또가 서울로 영전했다가 다시 그 고을로 돌아오면 고을 백성들이 길을 막으며 못 오게 한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귀양살이 하는 사람이 다른 섬으로 옮겨가려는데 본디 있던 곳의 사람들이 길을 막으며 더 있어 달라고 했다는 말은 우리 형님 말고는 들은 적이 없다.

안타까운 것은 약전이 그렇게 그리던 동생을 만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고야 만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위대한 저서는 남아있다. 그런데 그것 또한 존재 사실 조차 모르고 묻혀 버릴 수도 있었다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으니... 선산의 묘지기의 집에서 잠을 자던 약용과 그의 아들은 벽지에서 약전의 필체를 알아본다. 그리고 남아있는 부분을 베껴 쓰게 한 후 직접 정리해 어보의 일부나마 후세에 전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원본은 찾을 수 없고 필사본만 있는 셈이다. (저자는 정약전의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고 있다는 이 이야기도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고 적고 있다.) 정약전은 처음에 도감을 만들었다고 전해지나 보다. 하지만, 지금 전해내려오는 것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그림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필사본만으로도 정약전의 어보는 엄청난 것이라 한다. 200년이 지난 지금에나마 그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다행이다.

*지금 사회 시간에 조선후기에 대해 배우고 있는데, <<다산의 아버니께>>와 <<물고기 소년 과학자 되다>>를 아이들에게 권해 볼 생각이다. 이러한 책 속에서 역사를 만나는 것도 참 의미있지 않겠나 생각해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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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5-25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초등 중학년에게 좋겠네요. 전에 '우리교육 쑥쑥문고 시리즈'의 인물이야기도 좋았어요.
귀양살이에서도 존경받는 저런 어른이 요즘 세상에도 있을거라고 믿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