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독서를 말한다

나와 아침독서와의 인연은 (사)행복한 아침독서가 아침독서추진본부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한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숨가쁜 아침독서 행보의 중심에서 정말 비명(사전적 의미를 따지지 말아 달라!)을 지르고 싶을 만큼 많은 것을 누리게 되었기에 나의 작은 경험들이 아이들과의 행복한 책읽기를 시작해 보려고 준비하시는 선생님들의 그 첫걸음에 자그마한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열어 보고자 한다.
  책과 아이들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내가 아침독서를 만나온 과정을 3단계로 나누어 우선 짚어 보고 싶다.
1기. 아침독서를 알기 전의 독서 활동
  나는 아이들의 책읽기에 관심이 많았던 교사다. 그래서 나름의 방식으로 학급문고를 수집하였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혔다. 아침 자습 시간을 독서 시간으로 두면서, 무언가 다른 내용으로 자습을 지도하지 않고 책읽으라고 하는 것이 너무 나태한 것은 아닌가라는 고민도 없었던 바 아니었으나,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고 싶은 맘으로 어떤 확신같은 것은 없었지만, 그저 “책을 읽어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 당시 만화로 된 그리스로마신화가 무척 유행을 했었고, 아이들 중에는 마르고 닳도록 아침시간 내내 그것만 열심히 읽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무언가 얻을 것이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나는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고, 그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책은 읽되 우리 반의 분위기는 우왕좌왕 시끄러움 속에서 조금은 엉망이었던 기억이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2기. 아침독서를 알긴 했으나 구체적인 독서계획을 가지지 않은 채 실시한 아침독서
  2005년 장산초등학교 4학년 1반 교실. 충분히 모아진 학급문고에 아침독서 추진본부로부터 선물 받은 60여권의 도서가 보태어졌다. 아이들은 책을 보고 무척 신나게 읽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그 때 내가 범한 하나의 실수는 아이들에게는 책을 읽으라고 했으되, 나는 그다지 열심히 읽지 않았다는 거다. 우리 반에서 책을 좋아했던 아이 중의 하나로 기억되는 **이가 올해 우리 교실에 왔을 때 많이 늘어난 책을 유심히 보더니 중학교에서도 아침독서를 실시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그 시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자신에게도 그 10분은 솔직히 힘든 시간이란다. 책읽기를 아이들에게 충분히 내면화 시켜주었다면 책 좋아했던 **이는 지금도 그러했을텐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책임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3기. 아침독서와 함께 체계적인 독서지도 계획을 가지고 접근한 2006년~2008년 현재.
  나와 만난 아이들은 말한다. 이전까지는 책의 재미를 전혀 몰랐는데, 새롭게 그 재미를 알게 되어 무척 행복하다고. 이렇게 행복한 아침독서 행진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2년이 지났지만, 도서관에서 한아름 책을 들고 오는 4학년 **를 만나는 일은 큰 기쁨이고,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염려스러웠던 5학년 **이가 계발활동 부서를 일부러 독서부로 정해 우리 반에 쨘~ 하고 나타나 나를 감동 시킨 것도 하나의 사건이었다.
  5학년 아침독서 시간 때는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지만, 지금은 책이 무척 재미있어 졌다는 윤수, 아침독서 하나로 자신감이 생기고 이해력이 높아졌고 책으로 세상을 깨달아 가게 되었다고 기뻐하고 있는 효진이, 『모모』나 『끝없는 이야기』같은 긴 책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끈기가 생겨 기쁘다는 성은이, 뭔가가 자신을 끌어당기듯이 책이 재미있어 졌지만 자신은 책 읽는 시간이 아침독서 시간뿐이기에 아침독서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민규, 책을 읽으면서 인물, 배경, 사건을 파악하면서 읽다 보면 두꺼운 책도 금방이라는 자신만의 책읽기 비법을 공개한 호민이, 어려서부터 책을 무척 귀찮아했던 자신이 이렇게 책을 좋아하게 된 것이 참 ‘희안하다!’고 이야기 하는 진우(생일선물로 받은『윔피키드』읽느라 눈에 힘주며 점심시간의 달콤한 휴식 시간까지 투자하는 모습이 얼마나 기특한지...그리고 이어서 읽고 있는 『올리버 트위스트』에는 책에 구멍이 뚫릴 정도다.), 책의 재미에 빠지니 모든 책을 다 읽고 싶고, 그리고 좋은 책을 자꾸 학급문고로 내고 싶어진다는 지연이는 아침독서 덕분에, 행복한 초등학교 마지막 해를 장식하고 있다.
  우리 반 4월의 독서왕인 은진이는 자신의 과거 경험에 비추어 이렇게 이야기 한다. 
 
  나는 1학년 때부터 독서를 좋아했다. 2학년 때도 물론.(그 때는 만화책이었지만...) 울진의 시골 학교를 2학년 때까지 다녔는데 도서실이 매우 작았다. 게다가 반에는 책 한 권이 없었고 애들 게임 하라고 컴퓨터를 두었다. 점심 먹고 그 좁은 도서실에 있는 만화책 읽으려고 밥 엄청 빨리 먹고 일빠로(일등으로) 줄섰다. 도서실 선생님이 있어야 도서실 문을 열어 주기 때문에 그렇게 10분 정도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어야 했다. 그래서 더 재밌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만화책들이.
  3학년 때 전학을 와서 우리 학교 도서실에 왔을 때 󰡐아, 이런 게 도서관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많은 책 속에 파묻혀 처음으로 만화책이 아닌 책을 읽었다. 그런데 그 독서의 리듬은 4학년 때 깨졌다. 학원에 완전 쪼들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론 책을 안 읽었다. 근데 6학년이 되어서 책을 이렇게 많이 볼 수 있게 되어 정말 기뻤다. 다행히 현재 나는 그 귀신같은 학원을 끊었고 1~3학년 때의 독서의 달콤함이 되살아났다. 작은 도서관에 온 기분! 책을 읽다 보면 기쁜 일도, 나쁜 일도 다 잊어버리게 된다. 도서관 의자에 파묻혀 읽던 책의 내용도 다시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것 같아 나는 지금 무척 행복하다.   

그렇다면, 책이 너무 재미있다고 이야기 하는 이 아이들은 과연 끝까지 책을 잘 읽는 아이로 자라게 될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 아이들은 왜 그렇게 재미있는 책을 계속 신나게 읽지 못하는 걸까?
  먼저 중학생 **이의 문제로 들어가 보자. 내가 상상해 본 모습은 이렇다. 학교에는 아침독서 시간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선생님의 자발적인 의사가 아니라 위에서 내려온 지시 사항이다. 교실에는 책도 많지 않다. 당연히 재미있게 읽을 책이 없으니 아이들은 떠들기 마련이다. 교실에는 함께 책을 읽으면서 호흡 할 선생님도 안 계신다. 반장이 아마 앞에 나와 있겠지? 아이들 보고 떠들지 말라고 하지만, 반장의 말이 얼마나 먹힐지... 시간은 그저 헛되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그 시간을 공부를 하거나, 숙제를 하는 시간으로 이용하길 더 간절히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학원으로 바쁜 이 아이들이 집에서 책 읽는 시간을 내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라 추측된다.
  이 교실은 아침독서를 실시하기에 앞서 갖추어야 할 기본 필요충분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한마디로 아침독서 4원칙을 제대로 실천할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못하다는 거다.
  첫째, 양질의 학급문고 확충 문제다. 아이들은 좋은 책이 있으면 그냥 읽는다. 읽다 보면 재밌다. 재밌으면 친구에게 권한다. 그렇게 서서히 책 읽는 기운이 우리 교실을 감돌게 되는 거다. 그런데, 좋은 책을 골라 읽고 싶지만 그렇게 골라 읽어야 할 좋은 책이 충분하지 않다면 책을 열심히 읽지 않는다고 어찌 아이들을 탓할 수 있겠는가? 둘째, 아침독서 4원칙 중 하나인‘모두 읽어요’라는 글자에는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지만 ‘선생님과 함께’라는 글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선생님이 함께 읽을 때 처음에는 억지로, 마지못해 읽을지라도 분위기가 서서히 정착 되어 갈 것이고, 그것이 아침 독서 10분의 진행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르는데... 삐걱거리는 중학교의 아침독서 시간이 무척 아쉽다.
  **이의 교실이 어떤 모습인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아침독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교실은 아마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올 3월 초, 신학기 업무로 너무 바빠, 아이들에게 마음 써서 책읽기를 권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려했던 바와 달리 우리 반 아이들은 책 속에 잘 빨려 들어갔다. 같은 조건에서 시작한 6학년 초. 다른 반에서는 아침독서가 꼭 필요한가에 물음표를 던졌건만, 우리 반 아이들은 누구 하나 책읽기 싫다고 말하는 아이가 없었다. 그 이유는 무얼까? 채현이, 솔미, 은혜, 우진이, 민주, 박혜진, 가영이, 석준이는 재미있는 책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기 위해서 우리 교사들이 가장 관심을 모아야 할 부분이 바로 도서 수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조금 힘들더라도 10년 장기 계획을 가진다면, 교사학급문고 운영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단체(행복한 아침독서)도 있음을 꼭 기억하면 좋겠다. 이 단체에서 실시한 여러 차례에 걸친 학급문고 보내기 사업의 혜택을 받고 학급문고를 많이많이 늘린 학급이 전국에 무척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 혜택의 주인공이 바로 ‘나’일 수 있다는 것을, 마음먹으면 벌써 게임은 시작되는 것이라는 것을 많은 분들이 인식하면 좋겠다.
  우리 반의 아침독서 성공의 이유가 책이 많다는 것이 그 첫째라면 둘째 이유는 다양한 수준의 도서 확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 반의 학급문고에는 저학년용 책이 많이 있다. 2학년을 하면서 아이들을 위해 모은 책과 4학년을 하면서 모은 중학년용 도서, 그리고 지금 고학년을 하면서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도서를 집중적으로 모으고 있기 때문에 수준별 도서가 그런대로 잘 갖추어져 있다고 자신한다.
  그리고 그 셋째로 꼽고 싶은 이유가 바로, 독서 열등아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다. 아이들 중에는 좋은 책만 갖추어 두면 그냥 책을 읽는 아이도 있지만, 끊임없는 자극에도 끄덕하지 않는 바위 같은 아이들도 있다. 아침독서에서 큰 관심을 두어야 할 아이들은 바로 후자에 속하는 아이들이다. 아침독서가 성공하려면, 독서에 무관심한 아이들을 제대로 책 속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이런 아이들은 모든 부분에서 무기력하기 쉽고, 학습능력도 떨어지고, 소극적일 확률이 무척 높다. 하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런 아이들도 책을 얼마든지 재미있게 볼 수 있더라는 거다. (두 번째 전략과 통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그들을 위한 준비로 나는 교실에 학년 수준보다 낮은 수준의 책을 두기를 권한다. 이 아이들을 제대로 흡수한다면 우리 반의 책읽기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학년용 도서는 저학년부터 읽을 수 있다는 것이지, 고학년은 읽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책이 짧기는 하지만, 이야기하고자 하는 함축적인 의미는 긴 책에 못지않을 때가 많다. 그 짧은 책 속의 커다란 울림을 우리 아이들이 읽어 낼 수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큰 선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5월의 다독왕을 차지한 정빈이는 우리 교실에 읽기 쉬운 책이 많아서 참 다행이고, 그 책을 통해 보다 쉽게 책에 다가갈 수 있었다고 이야기 한다. 저학년용 도서를 가벼이 여기지 않고 그 의미를 잘 이해해 준 정빈이가 고마웠다.
  내가 올해 6학년을 지원한 이유는 아침독서가 저․중․고학년에게 어떻게 흡수되는지 비교분석해 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호기심에서였다.
  독서에 관한 폭발적인 관심으로 나를 흥분시켰던 저학년 아이들과는 달리 중학년 아이들은 그 반응이 무척 뜨뜻미지근했지만, 학년말 무렵에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어 ‘책읽기가 아이들에게 제대로 먹히는구나!’를 알게 해 줬다. 그래서 아침독서라는 것이, 책읽기라는 것이 고학년 아이들에게도 먹힐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무척 궁금해 졌다. 추측컨대, 그 반응은 더욱 늦겠지만, 공들인 만큼 책과 더 오랜 친구가 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6학년의 독서 지도를 해보자는 거창한 계획 속에 새학년을 시작했다. 하지만, 고학년은 학습 내용도 많아 틈새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 책에 대해 이야기 할 시간이 전년도에 비해 많이 부족했다. 그런데, 내 예상대로라면 그 반응이 무척 느릴 것 같은 고학년 아이들에게서 그 반응이 무척 빨리 나타나 의아스러웠다. 그 이유를 나름대로 짚어 보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첫 해에는 학교 차원의 아침독서가 아닌 우리 반만의 아침 독서를 실시했다. 그런데, 작년에는 교장 선생님의 지원 하에 학교 차원의 아침 독서가 실시 되었다. 아이들은 책 읽기를 썩 좋아하지 않는 듯했으나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게 그렇게 책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던 거다. 비록 대부분의 아이들이 만화책을 보았더라도 말이다. 덕분에 나는 책환경을 제대로 갖추어 주는 것만으로도 손 안 대고 코 푼 격으로 아이들을 책의 바다에 빠져들게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앞서 언급한 은진이가 예전에 책을 좋아하다가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원 문제로 책을 멀리하게 되었으나 다시 책을 보고는 그 재미를 되살렸다는 말을 통해 이 문제는 잘 이해될 수 있으리라 본다.
  교장실에 갔더니, 교장선생님께서 “아침독서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됩니까?”하고 물으셨다. 나는 힘주어 내가 느낀 바를 말씀 드렸다. 새롭게 바뀐 본교의 교장선생님은 학교 방송을 없애시면서까지, 아침 시정표를 10분 늦추시면서까지 아침독서 시간 20분을 확보해 주셨다.  쫓기는 듯한 분위기에서 실시되던 아침독서가 무척 여유로워져서 나는 참 좋다. 만약 작년에 학교 차원의 아침 독서가 실시되지 않았다면 6학년 아이들에게 책의 맛을 들이는데 제법 많은 공을 들였어야 했고, 제법 시간이 많이 걸렸으리라.
  만약에 학교차원의 아침독서가 실시되지 않는다면, 1교시를 국어 시간으로 두고, 10분을 잘라 우리 학급만의 아침독서시간을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 중학년까지는 충분히 그 시간을 빼 낼 수 있으리라고 본다. (고학년은 학습량이 너무 많아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초등학교에서는 이런 부분 정도는 담임 재량으로 충분히 가능하니까 말이다.
  여기서 잠깐, 내가 관심을 두었던 저․중․고학년의 책읽기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이건 순전히 나만의 경험일 수도 있지만, 참고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2006학년도에 나는 2학년을 맡았다. 그 아이들과 책읽기를 하면서, 교사로서 무언가 아이들에게 긍정의 변화를 주고 있음을 처음 제대로 느꼈다. 아이들은 조그만 자극에도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쉬 뜨거워졌기에 쉬 식을 가능성도 있으나 그 관심을 잡아 줄 사람만 옆에 있다면(부모님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습관은 죽 이어지리라. 당시 우리 반에는 책이 너무 재미있다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신나게 알려 주는 바람잡이들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저학년이다 보니 권수에서도 막강한 힘을 발휘 하였다. 책이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도 참 많이 흥분했었다. 그 때 두 아이가 400권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책을 읽어 내었다. 특별했던 그 두 아이를 소개한다. 


  **이의 어머니는 평소에도 책읽기를 무척 강조하셨다. 하지만, 아이에게 책읽기란 마지못해 해야 하는 고된 일 중의 하나였다. 그러던 재웅이가 아침독서를 통해 책을 정말 좋아하고, 또 많이 읽는 아이가 되었다. 4학년이 되어 친구들과의 첫 만남에서 2학년 여름방학 동안 읽어 낸 100권의 책에 대해 자랑을 하더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아침독서가 **이에게 무척이나 큰 영향을 미쳤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두 번 째 아이인 **는 혼자만의 힘으로 책을 400권 읽어 낸 정말 장한 아이다. 특기적성 수업 시간을 기다리면서 그냥 시간을 때우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재미있는 책을 잔뜩 골라내어서 집중해서 읽는 그 아이의 주변에 아우라가 형성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정도다. 워낙 머리가 있는 아이라서 그렇겠지만, **는 반에서 공부도 일등이고, 아니 학년 전체에서 공부도 일등이고, 올해에는 교육대학에서 주최하는 백일장에 나가서 상까지 받았다고 담임선생님께서 자랑을 하셨는데, 한 마디로 청출어람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아침 독서를 통해 현지와 재웅이같은 아이들이 많이많이 나왔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2007학년도는 4학년을 맡았다. 중학년은 콜버그의 도덕성 이론에 의하면 칭찬받는 행동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독서를 격려하는 칭찬의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독서록을 똑같은 힘으로 권했는데, 무척 활발히 썼던 것으로 기억된다. 소란스럽고 산만했던 학기 초의 아이들이 책읽기를 통해 많이 안정되었음을 느낀다. 아이들은 생각의 깊이가 깊어졌고, 남에 대한 배려하는 마음도 많이 키워 나갔으며, 긴 책 읽기에 도전하여 성공함으로써 책읽기 단계를 한층 끌어올린 친구들이 많이 있었다. **이는 700여페이지에 달하는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를 샀다고 늦은 밤 내게 전화해서 잠을 깨울 정도로 책읽기의 맛을 들여가고 있었고, 그렇게 읽은 책을 마음에 깊이 새겨나가는 모습이 그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게 해 주었다.

2008년 지금 현재, 나는 6학년을 맡고 있다. 지금 우리 반 아이들은 책을 정말 열심히 읽는다. 아이들의 성향이 6학년에서 조용한 아이들만 뽑아 우리 반에 다 모아 놓은 것 같다 여겨질 정도로 차분하다. 그 아이들이 모여 아침 독서 시간에는 정말 조용히 책을 읽는다. 은진이는 『수일이와 수일이』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지만, 결말 부분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이야기 한다. 비판적인 사고와 함께 책을 읽을 힘이 있는 6학년 아이들은 말이 잘 통해서 참 좋다. 좋은 것은 좋다고 이야기 해 주고, 책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면 그것까지 잘 짚어낼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있는 우리 반 아이들이랑 남은 시간도 책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듬뿍 할 작정이다. 아이들 따라 교사인 나의 독서 수준도 한층 올라선 듯하여 무척 뿌듯하다. 

  4년을 넘게 아침독서를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다른 선생님들처럼 나 또한 아주 유익한 실패(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점에서!)도 맛보았다. 만약에 아침독서에 확실하게 실패하고 싶은 교사가 있다면 다음의 절차를 차곡차곡 따라 보시라.
1. 학급 문고에 무관심하라.
(잘 구성 되어 있는 학급문고는 아동의 독서 흥미 유발에 큰 도움을 주고 아침독서 시간을 의미있는 시간으로 만들어 준다.)
2. 선생님은 아침 독서 시간에 밀린 업무를 처리하라.
(우리 선생님도 우리와 함께 책 읽는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고 느낀다면 아이들이 책으로 빨려 들어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무척 단축될 것이다.)
3. 독서 열등아를 돌보지 마라.
(수준에 맞는 책만 잘 골라 준다면 어떤 아이들이라도 책에 흥미를 보일 것이다. 교사들은 이런 아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4. 책 안 읽는 아이를 혼내라.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우리 반만의 분위기만 조성된다면 혼내고 싶어도 혼 낼 아이가 없어진다.)
5. 쓰기 싫어해도 독서록을 강제로 쓰게 하라.
(강제적인 독서록의 기록은 아이들을 책에서 멀어지게 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6. 만화책을 교실에 많이 두어라.
(아침독서 시간에 만화책을 허용하게 되면 아이들을 호흡이 긴 책으로 이끄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7. 아이들의 책읽기에 일체 간섭하지 마라.
(수준에 맞지 않은 책을 골라 들고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깊은 관심이 얼마나 필요한지...)
8. 학년의 독서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학급문고에서 모두 제외하라.
(한 교실에 앉아 있는 같은 나이의 아이들이지만, 독서 수준은 천차만별. 높은 수준의 아이들에게는 그들의 욕구를 충족 시켜주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좀 더 수준 높은 책읽기를, 낮은 수준의 아이들에게는 독서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고 책이란 재미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그들이 이해하기 쉬운 책을 권할 수 있는 다양한 수준을 포함하는 학급문고를 구성하면 좋겠다. 물론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아침독서에 성공하고 싶은 교사라면 이 모든 것을 반대로 한 번 시도해 보라. (『엄마를 화나게 하는 10가지 방법』이라는 책의 기술 방법을 따라 적어 보았다.)
  아침독서를 실시하면서 내가 가장 바라는 바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아침독서시간이 아닌 다른 시간에도 책을 읽었으면 하는 거다. 그런데, 나의 이 과한 욕심을 반성하게 하는 글을 작년 학부모님께서 적어 주셨다.

♡아이가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데,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지겨운가 보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오면 상금을 주겠다고 해도, 엄마가 책을 읽어 줄테니 듣고만 있으라고 해도 싫은가 보다. 그런데 학교에 가면 책을 읽는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무엇인지 물어보면서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하면 열심히 해주면서 재미있다고 한다. 아이에게 책 읽는 것이 싫은가 물어보면 “아니, 재밌어요. 하지만 뛰어 노는 게 더 재밌어요.”한다. 그래도 학교에서 매일 책을 읽는다고 하니 다행이다.(*** 어머니)

♥우리 집은 일 주일에 한 번씩 4권의 책을 독서대여하고 있다. 아이가 워낙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게라도 강제로 읽히고 있지만 어떤 때는 다 읽지 못해 그냥 끊을까 생각도 한다. 그나마 다행인건 학교에서 꾸준히 읽고 있다고 하니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어머니)

  그래, 아침독서로 얻는 성과는 이 정도면 족하지 않겠는가?! 아이들이 책이 주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는 것. 학교에서 친구들과 또 선생님과 더불어 아침독서 시간에 읽는 책이 재미있었다는 그 기억만으로도 족하지 않을까?! 유아기의 이유식은 아이의 머리에 음식에 대한 기억을 남겨 더 자란 후에 음식을 골고루 먹을 수 있게 하는 힘이 된다고 한다. 독서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학업에 바쁘고 지쳐 잠시 책을 뒤로 미루어 두게 될지도 모르는 우리 아이들이 어느 순간 어린 시절의 이 기억이 그 머릿속에 소중하게 떠올라 “머리도 식힐 겸 책이나 한 번 읽어볼까?”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들의 독서는 그런대로 성공이 아닐까? 하고 생각 해 본다. 
  아침독서를 시작하면서 내가 항상 생각하고 있는 것 중의 한 가지가 있다. 이 현상은 과연 아침독서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게 될까를 요즘 골똘히 생각해 보고 있는 중이다. 그게 뭐냐면, 나는 아이들을 만날 때 ‘해갈이’라는 것을 했다. 한해를 말 잘 듣는 아이들을 만나 참 편안하게 지내고 나면 다음 해는 힘든 아이들을 만나 제법 고생을 했었다. 그런데 이 원칙이 아침독서를 시작하면서부터 적용되지 않고 있다. 아이들은 모두 말을 잘 듣고, 사랑스럽다. 이건 무슨 이유일까? 참 이상하다. 그런데 그건 아마도, 내 교직 경력에 따른 노련함의 결과라기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 책을 읽으면서 그들을 이해하는 눈을 내가 선물로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추측 해 본다.
  아침독서! 너에게도, 나에게도, 그리고 우리에게도 좋은 그 무엇이라고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이 힘찬 행진에 모두가 동참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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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08-08-27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국의 초등학교에 한 권씩 무료 배부 될 책-가제 : 선생님 우리도 아침독서해요!-에 실려 있을 내용(행복한 아침독서)
 
소피의 달빛 담요 너른세상 그림책
에일런 스피넬리 글 그림, 김홍숙 옮김 / 파란자전거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요, 알뜰 바자회에서 500원 주고, 2권인가, 3권인가 주고 건진 책 중의 하나랍니다. 책은 참 좋아보이는데 책 안에 빨간 색연필로 낙서가 되어 있어요.

어제 잠자리에서 아들 녀석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이거 누가 그랬어." 하니 "엄마, 나는 안 그랬는데."그럽니다. "알고 있어. 이거 엄마가 헌 책 산 건데 옛날에 이 책 읽은 아이가 그랬을 거야. 찬아, 책에 낙서하면 될까, 안 될까?"하니 "엄마, 내가 낙서 안 했어. 으앙~" 하며 웁니다. "알아, 니가 안 그런 거." 라고 아무리 말해 주어도. "내가 안 그랬다니까. 으앙~" 하며 웁니다. 책에 낙서하지 말라고 학습 시키려다 괜한 엄한 아가만 울린 격이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 아이-엄마 말을 이해하는 수준이 아직 안 되나 봅니다. ㅋㅋ~

이 책은 그림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특별한 거미, 소피가 빚어내는 예술작품 거미줄들이 얼마나 근사한지 모릅니다. 하지만, 인간들 눈에는 그건 모두 징그러운 거미가 만들어낸 걷어내고 싶은 것일 뿐이죠.

하지만,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 내려고 하는 소피의 소망이 닿은 곳이 있습니다. 이제 막 태어난 아가, 덮을 것도 제대로 가지지 못한 가난한 아가를 위해 할머니가 된 소피는 혼신의 힘을 다해 달빛을 담아 담요를 하나 만들기로 작정합니다. 막 태어난 아기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소피는 담요의 마지막 귀퉁이를 짜고는 그 마지막 귀퉁이에 자신의 가슴을 넣었답니다. 아기 엄마는 그 담요를 알아보고, 아가를 덮어 주지요.

이 달빛 담요야말로 소피 생애의 최고의 작품입니다.

책을 통해 아름다운 소피의 마음을 느껴 보세요.

사실, 처음에 이 책-별로였는데, 고우면 고울수록 우러나는 고깃국물처럼 읽을수록 은근한 맛이 느껴지는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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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 동화나라에 사는 종지기 아저씨 청소년인물박물관 8
이원준 지음 / 작은씨앗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아침독서에 소개된 이 책!-즉시 클릭이다.

수 많은 동화를 남기고 돌아 가시면서 이 땅의 많은 어린이들을 위한 유언장을 남기고 떠나신 권정생 선생님.

이오덕 선생님은 권정생은 잉크가 아닌 피를 찍어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하셨단다. 그 글을 읽고 보니, 선생님의 동화를 읽으면서 뭔가 허전한 감이 드는 동화, 좀 비약이 심하다는 느낌이 드는 동화들에 보내었던 나름의 평가가 너무 경솔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죄송한 마음이 가득했다.

선생님의 이름을 모르던 발령 초기, 내 손에 들어 온 <<한티재 하늘>>이라는 두 권의 책을 만나서 가슴 찡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어 <<몽실언니>>를 읽으면서 두 책의 작가가 같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잊고 지내다, 아이들과 책읽기를 하면서 <<강아지 똥>>을 만났다. 책이 워낙 유명해서 초등학생으로서 이 책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책을 만나고서야 권정생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제대로 새기게 되었다. 그래도, 그냥 동화 많이 쓰신 유명한 동화 작가시구나~ 하는 정도였지, 개인적인 관심은 전혀 없었다. 그러다가 작년 5월에 70의 나이로 타계하신 선생님의 이야기를 TV로 만나게 되면서, 인간적인 관심이 생겼다. 그 프로에서 소개하던 <<오물덩이처럼 뒹굴면서>>라는 책이 무척 갖고 싶었는데, 절판 된 책이라 책을 구할 수 없어 안타까워 하다가, 아침독서 누리집을 통해서 책을 구해 읽는 방법을 전해 듣고, 초읍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게 되었다. 그렇게 찾았던 책이 <<권정생 이야기>>라는 책으로 재출간 되어 지금 판매 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권정생 선생님은 보통 분이 아니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뜨거워졌다. 아! 이렇게 사시는 분도 있구나. 가슴 먹먹한 그 느낌을 어찌 간단한 말로 표현할 수 있을지!

권정생 선생님은 자연을 사랑하고, 어린이를 사랑하는 무척 마음 따뜻하신 분이지만, 남다른 유머감각이 있으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를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무척 강하게 받았다. 최근에 읽은 <<밥데기 죽데기>>도 얼른 학급문고에 넣어 두어야겠다. 마지막으로 나왔다는 책 <<랑랑별 때때롱>>도 사야겠다. 분명히 학급 문고로 <<몽실 언니>>가 있었는데(작년까지는!) 올해는 책을 아무리 찾아도 없다. 아무래도 한 권 더 사야할 것 같다.

영원한 동심을 간직하고 사셨던 이 땅의 큰 어른 권정생 선생님을 우리 아이들이 많이 만나뵙고 선생님이 전하고자 했던 그 따뜻한 마음을 전달 받았으면 좋겠다.

우리 반 아이들도 이 책을 읽고 가슴이 울렁울렁 거리기를 바라며 학급문고로 두려 한다. 아마 수준 있는 몇 명은 글을 잘 읽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 해 본다.

그리고 깊이 감사 드린다. 수많은 동화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해 주심에.

나를 한없이 작게 느끼게 하셨지만, 정말 큰 가르침을 주신 그 분이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서 맘 편히 고통없이 사시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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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6-13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정생 선생님, 나를 한없이 작고 초라하게 하시지만...이런 분이 계셨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희망찬샘 2008-06-14 05:41   좋아요 0 | URL
권정생님 시리즈로 도서를 모아 볼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책이 많아 돈이 많이 들어요.)
 
일기 감추는 날 - 웅진 푸른교실 5 웅진 푸른교실 5
황선미 지음, 소윤경 그림 / 웅진주니어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일기 쓰기가 싫어 귀차니즘의 중병에 걸렸다는 아이, 추억은 사진으로만 남겨도 충분하다는 아이, 쓸 것도 없는데 왜 자꾸 일기를 쓰라하는지 스트레스가 쌓여 죽겠다는 아이, 매일 똑같은 하루를 어떻게 이야기로 펼치냐고 항의하는 아이, 일기쓰기는 글쓰기에 전혀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항의가 귀를 따갑게 한다.

어제 일기 대신 학급홈피에 "일기는 꼭 써야만 하는가?"라는 주제로 글쓰기를 해 보라고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일기는 꼭 쓸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 책에서는 일기 쓰기 싫은 날도 있는데, 일기 검사 하는 선생님 무서워 일기를 쓸 수 밖에 없는 초등 저학년의 고달픔을 만날 수 있다. 고학년 같으면 정말 비밀 일기장에는 꼭 쓰고 싶은 자기의 이야기를 남기고, 검사용 일기에는 일상적인 잡담 정도를 남겨 그들만의 이중생활을 하겠지만, 아직 저학년은 그런 걸 모른다. 엄마는 엄마, 아빠 싸운 이야기는 자존심 상하니 일기에 적지 말라시고, 선생님은 일기는 자기가 겪은 일을 솔직하게 써 내려 나가는 일이라 한다.

일기를 부담없이 쓰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그걸 검사 맡는 일은 부담없이 쓸 수 있는 내 마음을 방해한다.

일기검사! 사실 심각하게 고민해 본 문제다. 아이들 중에 정말 사생활 침해가 싫어서 일기 검사가 싫은 아이도 있겠지만, 그냥 귀찮아서, 힘들고 귀찮은 일에 대한 거부감으로 일기쓰기를 제대로 하지 않는 아이가 대부분인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의 사생활을 지도라는 차원에서 들여다 볼 필요는 있지만, 정말로 개인적인 문제이며, 내가 도움 줄 수 없는 문제인 경우, 검사하는 것도 무척이나 부담스럽다.

아이들이랑 오늘 찬성반대토론자들을 내세워 찬반 토론을 시켜 보았다. 근거도 미약하고, 토론의 규칙도 제대로 알지 못해 반박도 약하고... 해서 큰 성과는 없었지만, 아이들과 일기라는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은 무척 필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은 가장 잘 쓴 의견이라고 생각되어 가려 본 글 두 편이다.


찬성의견 : 장은진양


저는 일기를 써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도 하신 말씀이지만 추억을 되돌리는 건
매우 힘든일입니다.게다가 대개의 경우가 기억을 잘 하지 못합니다.
사진을 보고서도 모르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일기를 숙제하는 것처럼 아무리 힘들어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쓸말이 없더라도 어제와 같은 하루였다고 해도 그대로 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오늘 있었던 일 쓰는거 아닙니까?
정 할말이 없으면 오늘 있었던 일 2줄이라도 적으면 커서 일기봤을 때
내 하루가 이렇게 일상이 반복됬구나 이런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일기를 쓰면 논술력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따로 논술학원다니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거 필요없이
일기로도 논술공부가 가능한데 얼마나 좋습니까?
그리고 사생활 침해라고 했는데..
새학기때 선생님께서 분명 선생님께 공개하기 곤란한것이면
반 접어두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사진이랑 일기랑은 분명 다른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4학년때 소풍간 사진이 있습니다.
근데 아 이때가 언제였지하고 생각하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4학년때 일기장을 보니 소풍에서 있었던 일이 적혀있어 기억이 되살려졌습니다.그거 말고도 1,2 학년 일기장도 보니 내가 어렸을 때 저런 생각을 했구나..맞춤법틀린것도 다 추억이되고 참 웃기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저는 일기를 쓰는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반대 의견 : 이채현양

저의 의견은 일기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기를 잘 쓰고 꼼꼼하게 쓰는 아이에겐 논술 공부가 됩니다.
하지만 일기를 대충 쓰는 아이에게는 그저 귀찮은 일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만약에 일기를 써서 추억을 만들었습니다..아니 추억을 간직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잊고사는 아이도 있습니다.
아니 그것을 버리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또한 계속 추억에 관련되어 말을 하는데...억지로 쓰는 일기...
그것이 추억이 될것 같습니까??그리고 요즘음은 일기를 지어내서 쓰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지어내는 일기.........추억은 지어내는 것입니까???
많은 아이들이 일기를 쓰면 추억을 간직할 수 있다고들 하는데
추억을 거짓으로 지어낸다면 그게 무슨 추억을 간직하는 일이 됩니까...
또 일기를 써서 선생님께 내서 검사를 받는데..
인터넷에서 조사한 결과 이렇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는 2005년 4월 7일(수), 초등학교교사가 학생의 일기장을 검사하는 관행은 어린이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양심의 자유 등 헌법에 보장된 아동 인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추억을 간직하려 한다면 진짜 하루에 있었던 일을 적는것인데..
그게 아주 큰 고민이라면???누구에게도 말못할 비밀이라면??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다면?????
하지만 추억을 간직하려면 적어야 겠죠~!!하지만 선생님께서는 검사를 하시잖아요..그래서 아이들은 또 다시 생각합니다....뭘로 할까..
그러다가 안씁니다...생각하다 생각하다 못 찾겠으면....
그러면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혼난다지요....벌을 받거나 반성문으로요...
그리고 찬성쪽 입장에 대해 반론도 조금 해보겠습니다.
일기를 적으므로서 생각을하고 반성을 하게 된다..-----생각으로만 하면 되지요
글쓰기 실력이 늘어난다.(논술쓰기 향상)----책읽으면 되지요...
이와 같은 생각으로 저는 일기는 꼭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물었다. 왜 선생님이 쉬는 시간 쪼개가면서 20분~30분을 투자해서 일기 검사를 하겠냐고? (아이들은 남의 사생활을 들여다 보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일거란다.) 귀찮다고 모든 일을 하지 않으면 내가 이 세상에서 얻을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그리고 정말 쓰고 싶은 날만 쓰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그 의견을 낸 친구는 과연 며칠이나 일기를 쓰게 될까 하고. 일기장이 추억으로 어떻게 남을 수 있는지를 이야기 해 주었고, 나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 해 주었고, 그리고 타협하는 의미로 일 주일에 정말 쓰고 싶은 날 이틀 정도는 꼭 써 보도록 해 보자고 약속을 했다. 나는 아이들의 글이 무척 필요하다고. 너희들 졸업 때 그 속에서 만난 좋은 글을 잘 엮어 선물로 주고 싶다고.

일기 정말 쓰기 싫은 날, 일기 감추고 싶은 날, 그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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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6-13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마다 억지로 써야 하는 괴로움과 검사해야 하는 부담감, 어느 것도 쉽지 않지요~~~ 그래도 저는 찬성이에요.
충무공이 역사에 길이 빛나는 인물이 된 것도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라는...저, 충무공의 후손!^^

희망찬샘 2008-06-14 05:44   좋아요 0 | URL
저의 옛날 일기장은 존재하지 않으나, 그 아쉬움으로 아이들에게 일기장을 꼭 보관하라고 하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구요. 문집 만든다고 학년말에 일기장 모아 둔 것 가지로 오라면 이구동성으로 "엄마가 버렸는데요." 그러거든요. 친구들은 다 쓴 일기장은 돌려주지 말고 가지고 있다가 작업 다 하고 돌려 주라더라구요. 왜 우리 엄마들은 일기장을 다 버리는 걸까요? 학기초에 책 잃어 버린 아이들, 1년 쓰는 교과서 여름방학 지나면 없다는 아이들도 단골로 하는 말 "우리 엄마가 버렸는데요."라는 사실을 이 땅의 엄마들은 알고 계실지....

bookJourney 2008-06-13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찬성이에요~~
저희 아이 반에서는 일주일에 최소한 세 번은 일기를 쓰는 것으로 하고 있는데, 괜찮은 방법인 것 같아요. '오늘의 특별한 일'을 찾아내야 한다는 아이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 같아서 말이에요. (하한선이 상한선이 되어버린 것 같기는 하지만요. ^^;)
저희 아이의 경우, 제게 호되게 혼난 날에는 일기를 쓰지 않더니, 요즘은 가끔 기록을 남기기도 하더군요. 반 접어서 비밀일기라고 하면 된다면서요. 선생님께서 적어주시는 글(둘만의 대화?)도 아이가 은근히 좋아하는 것 같고요. ^^

희망찬샘 2008-06-14 05:41   좋아요 0 | URL
저도 찬성!
 
얼쑤 좋다, 단오 가세!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3
이순원 지음, 최현묵 그림 / 책읽는곰 / 2008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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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시기적절하게 도착한 책.
저학년 아이들이라면 함께 신나게 책을 읽어 주었을 텐데... 고학년 아이들에게 그림책 읽어주기가 사실 조금 부담스럽더라구요. 멀뚱멀뚱 쳐다보는 얼굴들~ 정말 부담스러워요. 그래도 그림책 쨘~ 하고 펼쳐 보여주면서, 단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답니다.
"얘들아, 내일이 단오래. 단오는 언제야?"
"음력 5월 5일요.(똑똑한 아가들! 내일요. 할 줄 알았는데...)
"그럼, 단오에는 뭘 하더라?"(솔직히 나 또한 단오 체험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주워 들은 이론을 총동원하여 단오에 하는 일들을 죽 열거 합니다.
"그래, 그래, 맞다, 맞어. 단오에는 그네도 뛰고, 씨름도 하고, 창포물에 머리도 감는대. 그리고 강릉에 가면 강릉 단오제가 여러 날에 걸쳐 열리는데, 강릉단오제는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서 지정한 세계무형유산이기도 하단다. 거기에 가면 관노 가면극도 볼 수 있고... 주저리 주저리~"
"내가 이거 서평 다 쓰고, 꽂아 둘테니까 부지런히들 빼서 읽어봐라."하는 정도로 간단히 소개 해 주었답니다.

할아버지 따라 단오 구경가는 상준이. 상준이 따라 단오 구경 처음 하는 저는 그저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정말 그 길을 따라 간다면 한바탕 신명나는 축제를 만날 수 있겠지요? 외부에서 오는 손님을 위한 특별한 체험 마당까지 다 준비 되어 있나 봐요. 씨름판 구경과 그네뛰기 체험, 무당할머니의 제 지내는 굿당, 창포물에 머리 감는 체험, 단오 부채 만들기, 관노 가면극 공연, 단오장 구경 등. 한바탕 축제 마당에서 하루 해가 무척이나 짧을 듯합니다.

책 한 권으로 구경한 강릉 단오제! 발품 팔아서 한 번 꼭 구경해 보고 싶습니다.
책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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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6-08 0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샘 리뷰 보고, 책 미리보고 왔어요~
우리 것을 얘기하는 책 치고는 색감이 독특하네요. 저도 이 책 보러 가야겠어요. ^^

순오기 2008-06-08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리보기 했어요.^^ 단오제로 단오를 알려주는 책이군요.
농경사회에선 단오가 큰 명절이었는데...이제는 지자체의 축제로만 명백을 유지하는군요.

희망찬샘 2008-06-10 10:26   좋아요 0 | URL
책을 보다 보니 민족문화상징 100가지 중 제일 처음에 강릉 단오제가 나오네요. 그 책에는 한 달여에 걸쳐 진행되는 축제라고 되어 있었어요. 단오는 정말이지 제게도 무척 생소한 명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