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일 보는 나물을, 오늘 맘 먹고 사진에 담았다. 





두고두고 쑥개떡을 해먹기 위해서 거의 매일 일정량 쑥을 뜯고 있다. 쑥 채취는 봄 한철에 하지만, 잘 하면 가을에도 가능하긴 하다. 가장 흔한 풀 같지만 막상 채취하려고 보면 쉽지 않다. 아무데서나 자란다고 해서 아무거나 뜯을 수는 없다.





머위. 심지도 않았는데 땅 한 구석에서 잘 자라준다. 덕분에 봄엔 나물로, 가을엔 머위대를 즐길 수 있다. 막 올라온 머위순을 된장에 무쳐 먹으면 사라진 입맛이 돌아온다. 뿌리는 약으로 쓴다는데 뿌리는 못 뽑겠다. 약은 그냥 약국에서 해결하는 게 낫다.





뭐니뭐니해도 봄나물의 여왕는 엄나무순이 아닐까. 엄나무순은 일년 내내 먹어도 질리지 않으리라.





봄엔 두릅이 최고인줄 알았는데 엄나무순을 먹어보곤 두릅에 대한 애정이 식어버렸다. 미안해.





울릉도 출신이라고 한다. 맛은 가죽나물의 식감에서 특유의 향을 제거한 맛? 부침개도 해먹었는데 그냥 들기름 넣고 무치는 게 맛있다.





장아찌로 유명한 명이나물, 쌈으로 먹으면 마늘 냄새가 난다. 



 



삼잎국화. 쌈 채소로 적격인데 나물로도 먹는다고 한다. 국화라는 이름에 걸맞게 가을엔 노란 꽃이 핀다. 작년 가을에 우리 아파트 화단에서 이 꽃을 보았다. 아는만큼 보인다. 



 


당귀. 고기 먹을 때 상추 대신 쌈으로 먹으면 좋다. 포만감도 있다.





다래순. 나물로 먹으면 뭔가 고급 나물을 먹는 기분이 든다.





돌나물. 다른 나물에 밀려 온몸을 온전히 보존한다. 인기가 없어서 행복한 나물.





금낭화. 이 귀한 식물을 나물로 먹는다고 한다. 맛이 궁금한데 저 예쁜 꽃을 보고 먹는 상상을 하다니...





돌단풍. 양양 오일장에서 돌단풍 나물을 파는 것을 보고 맛이 궁금했다. 그렇다고 몇줄기 솟아난

것을 달랑 먹어치울 수야 없지.





앞 집 이장님네 잔대. 이름도 낯설고 맛도 궁금. 언젠가 얻어 먹을 날이 오겠거니.



이밖에 참취, 얼레지, 우산나물, 병풍취 등이 있는데 아직 철이 이르다. 아니 얼레지는 나왔는지 모르겠다. 자나깨나 산불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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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3-04-12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레지는 지난번 화암사 가는 길에 잔뜩 핀걸 보았어요. 그러니까 3월 말이겠네요.

nama 2023-04-12 10:3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지역마다 개화시기에 차이도 있겠고, 여기는 가까운 주변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네요.
 


내 발로 걸은만큼만

세상은 내 것이 된다.


남의 말을 듣는 것보다

내 말을 해야 내 것이 된다.


남의 글을 읽는 것보다

내 글을 써야 내 것이 된다.


필사 따위

서평 나부라기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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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보왕삼매론
김현준 지음 / 효림 / 201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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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세상살이에 고난 없기를 바라지 말라./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마음이 어두울 때 찾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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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작가가 아닌 사람의 차이점을 단순하게 찾는다면? 작가는 자신의 얘기를 글로 쓰고, 작가가 아닌 사람은 마음 속으로 되뇐다는 것. 아니 에르노의 두 책을 읽고 든 생각이다.


















이 책은 에르노가 아버지에 대해서 쓴 책.

















이 책은 에르노가 엄마에 대해서 쓴 책.


두 책 모두 형식이 비슷하다. 아버지의 죽음 혹은 엄마의 죽음을 기점으로 과거를 회상하며 아버지에 대해서, 엄마에 대해서 잔잔하게 서술하고 있다. 읽다보면 나도 쓸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기도 한다. 왜 안 그러겠는가. 누구에게나 아버지와 엄마는 존재하니까. 부모와 자식 사이란 세상살이를 하면서 마음 속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면서 평생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관계가 아니던가.





두 책 모두 심혈을 기울여 구입한 책은 아니다. <남자의 자리>는 떨이로 파는 책더미에서 작가 이름과 출판사를 보고 구입하고, <한 여자>는 양양의 유일한 서점인 대아서점에 들렀다가 빈 손으로 나올 수 없어서 고른 책이다. 평일 오후의 시골 책방. 서점 내에 풍기는 냄새로 보아 주인장은 안채에서 점심을 드시는 중인 것 같았고 대신 목청 좋은 댕댕이가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컹컹컹. 서점을 개가 지킨다고? 주인 잘 만나서 너도 머잖아 당구풍월하겠구나. 서가 작은 코너에 아니 에르노의 책들이 여러 권 꽂혀 있었는데 <한 여자>도 그곳에 있었다. 반가움.



나도 아버지에 대해서, 엄마에 대해서 머릿속으로 쓴 문장들이 얼마나 많은가. 머릿속으로는 작가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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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나의 독서가, 책을 대하는 나의 자세가, 한 권의 책에서 하나만 얻기 식으로 되고 있다. 내 취향이 좀 그렇다. 음식도 향이 강한 것을 좋아한다. 이를테면, 익히지 않은 파김치, 고들빼기김치, 고수, 걸죽한 짬뽕, 진한 커피, 생마늘, 청양고추.... 책도 강한 맛이 있어야 눈에 들어온다. 일단 강한 맛이 눈에 들어오면 나머지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강한 맛 하나로도 만족하니까.

















메리 올리버의 이 시집에서 눈에 들어온 시 한 편. 이 시집은 다행히(?) 원문이 함께 실려 있어서 답답하지 않다. 제대로 알건모르건 본모습을 대면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



That Sweet Flute John Clare


That sweet flute John Clare;

That broken branch Eddy Whitman;

Christopher Smart, in the press of blazing electricity;

my uncle the suicide;

Woolf on her way to the river;

Wolf, of the sorrowful songs;

Swift, impenetrable murk of Dublin;

Schumann, climbing the bridge, leaping into the Rhine;

Ruskin, Cowper;

Poe, rambling in the gloom-bins of Baltimore and Richmond-


light of the world, hold me.




감미로운 피리 존 클레어


감미로운 피리 존 클레어,

부러진 나뭇가지 에디 휘트먼,

전기의 불꽃으로 활활 타오른 크리스토퍼 스마트,

자살한 나의 삼촌,

강으로 가는 버지니아 울프,

구슬픈 노래 짓는 후고 볼프,

더블린의 짙은 어둠 조너선 스위프트,

다리 위로 올라가, 라인강에 뛰어드는 로베르트 슈만,

존 러스킨, 윌리엄 쿠퍼,

볼티모어와 리치먼드의 음울한 정신병원을 배회하는 

 에드거 앨런 포-


세상의 빛, 나를 품어주오.





존 클레어가 누굴까? 1793년 출생, 1864년 사망, 워즈워드, 셸리, 바이런과 같은 당대 유명한 시인들과 함께 영국 낭만주의 시대를 풍미했지만 이들의 그림자에 묻혀 평생을 무명으로 살아온 비운의 시인.(출처: 나무위키)



에디 휘트먼은 누구? 미국의 유명 시인 월트 휘트먼의 부러진 나뭇가지(장애인 형제) 동생.


다음, 다다음 사람은 누구? 이들을 공통으로 묶어주는 것은? 원문에 쓰인 sweet, light 를 빼면 설명이 된다. suicide, sorrowful, murk(암흑, 어둠) 등. 감미로운 인생을 살지 못한 유명인들이다. 특히 정신적인 면에서. 


시인은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나는 저들처럼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light of the world, hold me.

세상의 빛, 나를 품어주오.



그러나 뭔가 불편하다. 시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세상의 빛이 비추지 않아서 고통을 겪은 것일까? 그들의 고통을 세상사람들이 알 수 있을까? 묶음으로 처리된 그들의 최후. 그들의 억울함이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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