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에 둥지 튼 (아마도)박새 가족을 들여다보는 기쁨과 그 기쁨 못지않은 걱정의 나날이었다. 과연 어린 새끼들은 먹이를 잘 얻어먹는지, 제대로 자라고 있는지, 어미새는 어디에서 해코지를 당하지는 않는지...별의별 걱정이 들곤 했다. 그래도 어미새는 사람을 피해서, 우리가 보지 않는 사이에 부지런히 제 둥지를 오고갔는지 드디어 새들이 둥지를 떠났다.



텅 빈 둥지를 살피다가 창고 구석의 바닥에 놓여있는 싱크대 설거지통에서 한 마리를 발견했다. 탁구공 만할까. 눈망울은 초롱초롱. 쪼르르 달아나는데 다른 두 마리도 기어나와 쏜살같이 숨어버린다. 두 마리가 더 있는데 어디에 있나? 전부 5마리.


괜한 걱정이지 싶다. 새들이 어련히 알아서 살아갈까.



딸 친구가 만들어준 말풍선. 인간의 자식들도 어련히 알아서 성장하니 부모의 걱정일랑 지나치지 않는 게 좋다. 새삼 깨닫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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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로 지구 정복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신견식 옮김 / 다산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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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잘하려면 ‘누구라도 좋으니 원어민에게 배우기‘를 모토로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며 세계를 누비는 베테랑 작가의 언어 학습기 혹은 세계 탐험기. 특히 아시아 변방 취재기와 언어마다의 말맛에
대한 분석이 인상적임. 생생한 현장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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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 (아직 뉴욕 3박 4일이 남아 있다.) 씻고 밥 먹으러 가기 전에 쓴다.

강렬함의 연속이었던 남미 여행. 늘 5분쯤 행동이 늦어서 일행을 기다리게 하는, 진심으로 의절을 고민하게 하는 내 친구. 행동이 민첩하여 좋은 것을 차지하는 데는 능숙하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데는 미흡한, 일행의 어느 부부는 끊임없이 나 자신을 뒤돌아 보게 했다. 내 모습도 저럴까. 저랬을까. 굼떠도 잽싸도 욕을 먹으니 남과 더불어 사는 건 늘 어렵다.

사진 1. 리우데자네이루 대성당 앞의 조각상 <홈리스 예수> 현실에선 노숙자를 위한 벤치, 없다. 아이러니.
사진2. 코파카바나 해변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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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출신의 세라론이라는 사람이 브라질 수도 리우데자네이루 달동네에 머물면서, 가난한 동네사람들을 불쌍히 여겨 뭔가 도움이 될까 하여 계단에 타일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그게 사람들 마음을 움직였다. 대한민국의 누군가도 질세라 태극기 타일을 붙여 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대단한 인내심으로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장을 찍는 일에 참으로 진지하다. 저런 간절함이라면 전쟁종식도 기아탈출도 못 할 게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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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신해 보이는 콘크리트 벤치는 인기가 없는 듯, 애용하는 사람이 드물어서, 내가 한번 앉아보았다. 쉬는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다. 잠깐 앉아볼 뿐이다. 거리의 홈리스를 배제하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만들었나. 여행자에게는 흥미를 줄지 모르나 집 없는 거리의 노숙자에겐 아무짝에도
쓸 수 없는 그림의 떡 같은 존재. 오줌이 질척거리는 거리에
그래도 미관상 한 풍경을 제공하는 콘크리트 소재의 소파 모양 벤치. 거리의 노숙자는 이래저래 서럽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유독 노숙자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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